특집4. 반올림 10년을 돌아보고, 10년을 꿈꾸다 / 2017.12

반올림 10년을 돌아보고, 10년을 꿈꾸다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20071120. 10년 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반올림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고, ‘과연 잘 될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던 그 싸움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반올림 의 지난 10년은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이 걸린 노동자들의 질병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회사의 책임이고, 산업재해라는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시키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10년 동안 산업재해라는 사회적 문제와 직업병이라는 회사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의 질병으로 축소해 왔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삼성은 외면하고 있지만, 반올림은 오늘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반올림은 지난 10년 동안 기업이 기본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함에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것은 직업병이다라는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요구에서부터, ‘산업재해 인정하라는 국가 차원의 요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는 안전대책에 대한 요구까지 안전한 일터와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폭넓은 대응을 해왔다. 신체적 고통을 넘어 희소질환 등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직업병 인정 투쟁은 산업재해의 외연을 확대하는 계기도 되었다. 또한, 산업재해 노동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재해 이후 현실을 알리며 산업재해가 개인을 넘어서 가족과 그들의 공동체가 마주 해야하는 고통이라는 폭넓은 문제의식을 던져주었다. 일터에서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올림의 고민이 있었기에 산업재해를 기업, 정부 등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야 할 의제로 확대해 갈 수 있었다. 이것은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 활동가, 시민들의 연대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올림의 활동은 삼성이라는 기업 감시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컸다. 삼성 노동조합 결성시 연대 활동, 삼성 불산누출사고, 삼성의 환경오염 사고도 반올림 성원들의 지혜가 있었기에 대응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 최대 반도체 산업공장이라는 고덕공단 플랜트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와 공기 단축 을 위한 부실한 안전대책에 대한 문제 제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공범으로 지목된 삼성 이재용 구속투쟁 등에서 반올림은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활동했다. 반올림의 활동은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에 맞선 기업 감시 운동으로서 큰힘을 발휘했고 결국 이재용의 구속이라는 결과를 얻어 내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반올림 10년을 꿈꾸다

반올림 10주년이지만 기념하거나 축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추워지는 날씨에 800일이 가까워지고 있는 농성. 어려운 현실이지만 현재를 발판삼아 더 나은 활동을 만들어나갈 꿈을 꾸는 것 역시도 멈출 수 없다. 반올림은 지난 1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인권과 건강권을 위해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하여!

지난 10년 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현장 노동자들의 문제이다. 반올림 활동을 지난 10년 동안 삼성 반도체·LCD에서 무수한 피해자가 나왔음이 확인되었고, 유해한 환경임이 밝혀졌는데도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제보를 해오거나, 노동권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는 아마도 견고한 삼성의 노동통제와 무노조 경영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권을 요구하는 것은 직업병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지점이다. 이러한 기본적임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직 업병 문제는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화는 단순히 한 사업장에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직업병 피해를 줄일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올림의 지난 10년은 직업병을 인정을 위한 싸움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반도체·전자산업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나설 수 있도록 외부적으로 힘을 줄 수 있는 싸움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국경 없는 착취에 맞서는,

국제 연대로서 반올림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은 그 슬로건에 맞게 전 세계적으로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 진출한 삼성 공장들의 환경은 한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시아에 진출한 삼성이 노동자를 상대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고용형태를 활용해 비용 절감을 꾀하면서 노동자 착취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삼성뿐 아니라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다른 기업들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기업의 착취에 대응하고, 피해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반올림의 활동 역시도 좀 더 반경을 넓혀 국제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아시아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의 허브 역할로서의 반올림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한국에서 삼성과 기업을 상대로 싸워 온 경험들을 전파해나가고, 아시아 피해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말이다

<일터> 통권 166호 / 2017.12


[ 목 차 ]

○ 노동안전 건강뉴스


○ 지금 지역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 STOP을 외치다! / 나래 상임활동가 

○ 안전보건동향 
영국,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10가지 설계 측면 개선방안 내놓아 / 선전위원회 

○ 안전과 건강 칼럼
청소년이 안전하게 일 하는 사회 /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현장의 목소리 
현장 노동자 의견이 반영된 작업중지권 해제? / 중대재해예방과작업중지권실현을위한당장멈춰상황실 

○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영원히 기억될 프로젝트 남기고 싶어요 - 홍보대행사 AE 김서영 님 인터뷰 / 재현 선전위원장 

○ 연구리포트 
일자리 창출? 어떤 일자리 창출? - 공공·운수부문 교대제 개선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연구 /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사진으로 보는 세상 

○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노동자 건강 관련 ILO 협약을 살펴보기에 앞서 / 콜라비 선전위원 

○ 특집 
1. 반올림 10년, 현장의 변화와 과제 / 공유정옥 회원, 반올림 활동가 

2. 반올림 10년, 정부·법 제도의 변화와 남겨진 과제 /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 

3. 반올림과 노동안전보건운동 /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4. 반올림 10년을 돌아보고, 10년을 꿈꾸다 /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드가의 발레, 아니 빨래하는 여인을 보았나요 / 김지원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노동시간에세이 
일본의 과로자살 다시보기 /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 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기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4) / 정경희 선전위원,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물리치료사 

○ 발칙X건강한 책방 
질병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과 답
- <보이지 않는 고통>을 읽고 / 김지나 노무사, 후원회원  

○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시멘트벽돌 생산공장에서 40년, 그리고 폐암 /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슬픔과 희망을 확인했던 지난 달 / 재현 선전위원장 

○ 이러쿵 저러쿵 
달인이 필요없는 사회 / 김규연 회원, 직업환경의 전공의 

○ 문화읽기 
슬프고 좋은 일 - <결국 사람을 위하여>를 읽고 / 정글 회원


[연구소 리포트] A 사업장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 / 2017.10·11

A 사업장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

재현 연구원


올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매년 현장의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위험성평가를 금속노조 A 사업장과 진행하였다. 이번 위험성평가 직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했던 바 있어 지난번과 같이 작업자가 함께하는 참여활동연구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목표

A 사업장은 2013년 위험성평가가 제도화되고 나서 처음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만큼 작업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사고, 소음, 근골격계 질환,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요인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 조사 과정과 방법

- 본격적인 위험성평가 연구 사업에 앞서 전 조합원 대상으로 위험성평가의 의미와 목표 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였다.

- 조합원 교육 이후 실제 현장 조사에 참여할 실행위원을 구성하고, 연구 조사를 위한 실행위원 역량강화교육을 하였다.

- 노사 논의 끝에 각 실행위원이 16시간씩 시간 할애를 받아 연구소 연구진과 공동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위험성평가 시트를 작성하였다.

- 현장조사를 할 때 실행위원과 연구진은 작업자들이 일할 때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 작성한 시트를 정리하여 실행위원과 연구진이 함께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이 무엇일지 토론하였다.

- 연구진이 최종으로 시트와 보고서를 정리하여 전 조합원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현장조사 결과

현장 조사 시트를 23개의 공정마다 작성하여 실행위원과 작업자의 목소리와 판단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하였으나 이번 조사 내용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내용상 전문가가 하는 조사보다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작업자가 주체적으로 현장조사를 한 것은, 결국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현장을 개선해 나갈 사람이 전문가가 아닌 직접 일을 하는 작업자이기 때문이다.

A 사업장의 경우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장 부지로 인해 작업자가 각종 유해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대부분 작업자가 지게차를 운전해서 중량물과 설비를 나르고 적재하는 일이 많았는데, 공간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사고의 위험성이 굉장히 높았다.

또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의 주지, 사용 및 보관 방법, 보호구 사용방법, 환 배기 및 국소 배기장치 설치 및 성능관리 등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이러한 상황인데 작업자들은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을 받은 적도 없어서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소음 역시 상당히 심각한 유해요인이었다. 설비는 노후 됐는데 공간은 부족하다 보니, 소음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부스 하나 설치하는 것도 어려웠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의 경우 지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초장시간 노동과 심야 노동과 중량물 취급, 부담 자세 등이 유해위험요인으로 지적되었다.


개선 방안

이번 위험성평가 연구를 통해 공정별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과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개선해야 할 방안을 제시하였다. 현장은 비좁은 공간으로 인해 중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이 상당하였다. 더군다나 업무 특성상 대부분 작업자가 지게차를 운행하면서 일하는데, 공간이 비좁다 보니 통행로에 제품이나 원료를 적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지게차 운전자와 이동 중인 작업자 간 충돌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심지어 부족한 공간으로 인해 작업자가 통행할 수 있는 길 자체가 구분되지 않거나, 대차를 실은 지게차를 돌릴 공간이 없어 시야가 가려진 채 운전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

절대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좁은 공간이라도 지게차와 작업자 간 이동 구획을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최소한의 공간 마련도 어렵다면 현장 내 지게차 운행속도 낮춤 조치, 신호수 배치, 지게차 운행 중 일시 작업 중단 등의 조처를 하도록 하였다. 또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작업자가 지게차 시야를 가리면서 원료 및 제품을 싣고 운행하지 않도록, 작업량 자체를 조절하여 작업자에게 여유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제안하였다.

비좁은 공간 때문에 작업자가 늘 전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차 적재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작업자는 현장 곳곳에 이중 삼중으로 대차를 적재하였다. 더구나 현장에선 대차 바퀴나 종발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이 없어서 언제든 대차가 전도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차 적재 높이를 제한하도록 조치하고, 대차 바퀴 및 종발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및 정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비좁은 현장 공간으로 작업자가 일하다 추락하거나 끼이고, 전도되는 등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장의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작업자가 일하는 설비 곳곳에 안전 발판 혹은 난간이 없거나 있어도 실효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설비에 원료를 채우거나 청소 등을 위해 사용하는 사다리 역시 공간 부족으로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 폭이 좁아서 작업자의 추락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경량의 가변형 안전 발판을 제공하라고 제안하였다. 이후엔 계단 경사와 폭은 물론이고 관리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하도록 제안하였다.

근골격계 질환의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골격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경량의 인간공학적 작업 도구를 마련하거나 교체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거나 이동이 편리한 앉은뱅이 의자 지급 등으로 인간공학적 부담 요인을 개선하도록 제안하였다. 그다음으로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시간당 15분씩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거나, 작업량을 줄이는 등 관리적 방법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좁은 공간과 관련해서 연구진은 결국 중장기적으로 볼 때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낮추거나 없애기 위해선 공장용지 확장이나 이전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계획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았다.

전체적으로 관리시스템이 부재한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업데이트와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에 대한 작업자 교육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A 사업장의 경우 화학물질의 사용량 자체가 많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소량이지만 작업자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인 WD-40, 기어윤활유, 카본 등의 화학물질을 꾸준히 오랜 기간 사용하는 현장이었다. 게다가 작업자들이 해당 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과 대처 방안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별도의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조사사업을 노사가 고민해보고, 현장에 있는 국소 배기장치의 성능 향상과 환 배기 시스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선을 제안하였다.

소음으로 인한 유해위험성도 대다수 작업자가 느끼는 부담이었다. 사무실이나 제품 포장 및 출하 공정 쪽이 아닌 다른 공정의 경우 대부분 평균 소음이 80db를 넘었다. 특히 전체 작업자 중 하루 10분 이상 120db 정도 되는 설비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부담이 상당하다고 조사되었기 때문에 소음을 줄이기 위한 각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제안하였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소음 부스 설치가 필요하지만, 공간 부족으로 어려울 경우엔 설비에 차단 및 흡음재 부착, 적절한 맞춤형 보호구 사용 및 관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동안 작업자들이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부담이 상당했던 만큼 청력보존프로그램을 제대로 실행에 옮길 방안을 노사가 함께 마련하라고 제안하였다.

근본적인 개선 방안

이번 위험성평가가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개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개선과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작업자에게 유해위험요인이 되는 작업량, 작업방식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재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령 지난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이후 노사는 인간공학적 개선뿐 아니라, 작업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초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를 개선하기 위한 근무형태개선 TFT를 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위험성평가 연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업자가 유해위험요인으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절대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

특집 2.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 / 2017.10 ·11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지난 8월28일 서울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고, 지금까지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10월1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한 정책실장을 만나 대리운전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최근 투쟁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생업도 하랴 노동조합 활동도 하랴 건강은 어떠한가

"어젯밤에도 대리운전하고 새벽에 퇴근해서 아침 선전전하고 집에 잠깐 들어갔다가 지금 세 번째 일정을 하고 있다. 요즘 이렇게 저렇게 투쟁이 계속되 면서 이런 날이 많다." 

사실 인터뷰 오기 전까지 노동조합이 있는지 몰랐다. 언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건가
"2006년부터 전국에 노동조합을 본격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소속 회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역에서 시작해서 전국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는데 역량이 부족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활동이 활발했던 대구에서 노동조합 인정 투쟁을 앞장서면서 지방노동청에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해 설립필증까지 받았었다. 그러나 정부가 대리운전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기존 노동조합과 새롭게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지역에서 활동을 제한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이라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아르바이트로 하는 일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은데 실제 그러한가
"말씀하신대로 대리운전 일은 마치 부업으로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노동조합에서 실태조사를 해보니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하는 노동자들이 70%나 됐다. 여기에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10%였다. 따라서 전체의 80% 정도가 대리운전 일이 직업이다. 예전에 아주 초반에는 대리운전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고 시장도 형성되기 전이라 그때는 몇 달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시장규모가 연간 3조원 정도나 되고 15만명이 종사하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인가
"야간노동 자체가 발암물질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매번 낮과 밤이 바뀌어서 일하기 때문에 이게 가장 힘들다. 주간에라도 푹 쉬어야 하는데 잠을 충분히 자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번 수면리듬이 깨지면 정말 힘들다. 그리고 대리운전노동자들이 평균 저녁 6~8시 정도에 나가서 다음날 새벽 4시 늦으면 6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일한다. 물론 종일 호출이 있어서 10시간 내내 운전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호출을 계속 기다리고 목적지까지 손님 데려다주고 다음 호출 받을 장소나 집까지 알아서 걷고 이동하는게 어렵다. 길이라도 익숙하면 그나마 괜찮을텐데 일 하다 보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에 감정노동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대리운전은 술 취한 고객을 제일 많이 상대하는 일이라 볼꼴 못 볼꼴 다 보면서 일한다. 심지어 일하면서 고객한테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참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경제적으로 처우나 조건은 어떠한가
"어느 회사나 다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기본급이라는게 없다. 한번 호출비가 1만5천원인데 하루에 평균 5~6번 정도 호출 받으니까 7~9만원 정도 버는거다. 그런데 매일 출근할 수 없으니까 1주일 에 한, 두번 정도 쉬면 한달 평균 수입이 180만원 정도 된다. 여기서 회사 수수료 20% 내고, 호출 프로그램 사용료 내고, 보험료에 통신비까지 개인이 해결해서 한달에 150만 원정도 남는다. 이러니까 대리운전해서 먹고는 사는데 돈은 절대 못모은다."

정부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가

"전혀 없다. 요즘 자본이 플랫폼 노동이다 뭐다 하면서 철저하게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만 급여를 주고, 나머지 쉬는시간이나 대기시간은 급여를 안주거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않나.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이전부터 대리운전노동자를 보호할 방안이 없었다. 지난 촛불 때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엄청 열심히 광장으로 나갔다. 경남지부는 처음에 한번 촛불 광장에 테이블 놓고 시민들한테 커피를 나눠줬는데, 그다음부터 사람들이 커피를 찾으니까 몸은 힘든데 안갈수도 없어서 촛불 끝날 때까지 계속 커피를 나눠줬다. 이게 뭐냐면 지금껏 정부가 대리운전 시장을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 대리운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거리로 광장으로 나온 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중으로 배제되었 다. 자본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외면하고, 정부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라면서 노동3권으로부터도 배제한거다."

지난 8월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 제출 이후 현재까지 진전된 내용은 없는가
"문재인 정부가 대선전 공약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연히 노동조합이 인정 될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는 있지만,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 노동조합 입장에선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기로 했다." 

이제 정부와 대화로만 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가
"우리가 대리운전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이나 처우 개선과 같이 굉장히 무리하거나 어려운 걸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정부가 약속했던 특수고용노동자인 대리운전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달라는거다. 민주노총에서도 우리 노동조합의 인정 여부가 새 정부가 앞으로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 시금석이 될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거라고 보는가
"노동조합 인정여부는 대리운전노동자들만의 생존권 문제가 아니다. 대리운전노동자들은 고객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와 고객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고 하는 거다. 물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활동을 안하거나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들의 요구를 정치적으로나 사회 적으로 전달하고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최소한의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는게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또, 제도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조직화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 필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선 뭔가 일정하게 사회적으로나 노동부에 의해 권리가 보장받는 노동조합이 되어야 최소한의 가능성이 보이고 움직일거라고 본다. 지금처럼 헌법에서는 보장하지만, 임의조직인 노동조합일때와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
"지금은 우리한테 절박해서 노동조합 인정 투쟁을 하고 있는데 사실 단순하게 이것만을 위해서 투쟁하는건 아니다. 이 투쟁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이자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다. 조합원들에게도 우리가 조직은 작고 힘은 없지만 가장 절박하니까 특수고용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싸워보자고 설득했다. 이 투쟁이 새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를 확인하게되는 만큼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서 싸울거다." 

※ 지난 11월3일 노동부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요청한 설립 필증에 대해서 변경신고사 항이 아님을 사유로 하여 사실상 반려와 다름 없는 결과를 통보하였다

특집 1. 노동조합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어야 한다 / 2017.10 ·11

노동조합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어야 한다


김재광 소장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 10%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3년간 반짝 상승했다가 지금껏 10%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낮다(2015년 기준). 한편 단체협약 적용률¹⁾도 13% 정도로, OECD 평균 55%에 한참 못 미치는 최하위권이다. 

이러한 통계는,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임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노동조합을 내 삶과는 별개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심지어는 적대감마저 조성된다. 정말 한국 노동자의 90%는 노동조합이 필요 없는 것일까?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자본주의사회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의무는 넘쳐나지만 권한이 없고 매우 협소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또한, 노동자는 노동력만 따로 떼어내 팔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인격을 동반한 노동에 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 또는 사용자의 선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최대한의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경제 환경에서 사업주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좀처럼 어렵다. 

요즘 들어 부쩍 회자되는 '갑질'은 원초적으로 임금노동의 노사관계에서 비롯된다. 노동자에게 최고의 '갑'은 사업주를 위시한 사용자이다. 그래서 보호법률이 있음에도 다치거나 죽을 것을 예감하면서 일하고, 집에 가고 싶어도 퇴근을 못한다. 임금이 체납돼도 면전에서 대들지(?) 못하고, 심지어 성희롱을 당해도 참는다. 이른바 '사용종속 관계'는 이토록 서글프다. 이렇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 일터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너무도 간명하다. 기본적 인격의 보장도 사업주의 선의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개별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헌법과 실정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동조합 조직은 불가피하게 동료들 그리고 사업주와의 관계를 재편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주와의 불편한 관계는 종종 '각오'가 요구된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지배권력이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을 교육했고, 지금도 그 영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연화 전략으로 인해 노동자는 고용을 위협받으며 더욱 개별화됐고, 다단계 하청구조가 확대됐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커졌으나 기업 단위의 노조 설립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 제도적으로는 산업별 교섭과 협약 확대를 강제하지 않아서, 산별노조가 있어도 산별 규범을 형성할 수 없게 돼있다.²⁾ 

또한, 노동자성을 인정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증가했지만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도가 노동조합 조직을 가로막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4개 핵심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이 아직도 비준되지 않은 점을 보더라도, 한국 노동자의 단결권과 노동권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노동조합, 사회적·제도적으로 더욱 독려 되어야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이익단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노동자에게 필요한 이유가 된다. 또한, 노동조합은 다른 이익단체 이상의 사회적 순기능을 가진다.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노동자의 복리와 건강을 유지 증진하는 것 자체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적 조직운영을 직접 경험하여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 물론 이는 설립 취지에 맞는 민주적 운영을 전제로 한다. 기업에 유착해 설립 취지를 망각하거나, 단결과 연대를 담합과 배제로 변질시킨다면 노동조합은 사회공동체에서 고립되거나, 사회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서 밝힌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조합은 사회적, 제도적 차원에서 노동대중과 '시민사회'에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일반화되어 '시민' 과 '시민사회'에서 분리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격려되고 동시에 감시될 때 비로소 공동체와 상호작용하는 조직으로 자리할 수 있다. 적어도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 아닌 사회가 되어야만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다. 

 * 각주
1) 비조합원에게도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노동조건이 적용되는 비율
2) 참고로 프랑스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협약적용률은 97%에 이른다. 이는 산별교섭과 협약적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나는 용팔이로소이다 / 2017.8

나는 용팔이로소이다

류현철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재작년인가 공중파에서 방송된 장소불문 · 환자불문 고액이 돈만 준다면 조폭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 최고의 돌팔이외과의사가를 기억하는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병원에 잠들어 있는 '잠자는 숲속미녀 재벌 상속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펙터클 멜로드라마를 기억하는가?

물론 몰라도, 기억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나 역시도 관심사는 메디컬(의학) 드라마로서 주인공인 의사의 리얼리티나 멜로 드라마로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이 드라마 제목에 있었다. 실력 최고의 용한 돌팔이라는 뜻의 용팔이가 드라마의 제목이었다. ‘용한 돌팔이라니 이것은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형용모순 아닌가?

그러나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직업성 질환을 대하는 의사의 모습을 투영해보면 그다지 모순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저 용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용함은 질병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증상이나 질병의 원인을 알고, 진단을 내려 병명을 붙여주고, 치료방법까지 정확히 알면 될 것이다. 그럼 다음의 상황을 보자.

-노동자 : 선생님, 몇 주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자꾸 아파요. 이제는 팔을 잘 들어 올리지도 못하겠어요. 왜 그런 걸까요?

-의 사 : 팔을 들어 올리는 자세로 일을 오래 하시잖아요. 또 일할 때 어깨에 힘을 줘서 잡아 당기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겁니다.

-노동자 : 도대체 병명이 뭔가요?

-의 사 : 우측 어깨의 회전근개 손상이 의심됩니다.

-노동자 :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안 아프고 좋아질까요?

-의 사 : , 일 좀 그만하고 쉬셔요. 일을 안 하면 좋아집니다.

-노동자 : ??

질병의 원인을 알려주고, 진단도 내리고, 치료방법까지 알려준 의사는 이 노동자에게 용한 의사일까 돌팔이일까? 돌팔이는 치유의 능력이 없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겠다. 물론 의사로서의 기본적 지식을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그러할 것이며, 질병 자체를 다루는 기술 이외에는 다른 품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그럴 수 있으며, 질병의 원인과 치료방침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적 관계요인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도 그럴 수 있다.

사회기초보장제도가 부실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야만 생계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직장 안에 있는 위험요인 보다는 직장 밖으로 내몰리는 실업과 해고가 더 큰 건강유해요인이 되는 법이다. 그들에게 일을 그만하고 쉬라는 이야기, 작업을 전환하라는 틀리지 않은 이야기가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기만 하다. “나는 용팔이로소이다.”

중장비 유압장치를 만드는 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40대 노동자는 수년간 좌우를 번갈아가면서 발생하는 어깨통증으로 나에게 진료를 받아왔다. 스트레칭, 물리치료, 운동치료, 주사치료를 병행하면서 증상을 관리해왔다. 증상은 개선과 악화를 반복했다. 분명한 것은 작업물량이 줄어드는 시기나 휴가를 보내고 나면 증상이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동갑내기인 그는 나를 주치의로 부르면서도 짐짓 ‘어깨는 날개입니다’라고 라디오에 등장하는 유명 의사를 찾아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농반진반한다. 나는 용한 의사를 찾을게 아니라, 인제 살살 일하라고 일을 안해야 낫는다고 진반농반한다. “일을 계속 하면서 증상이 좋아질 수 있을까요?”

몇 번의 악화와 개선을 거듭하고 난 이후 그는 진지하게 묻는다. 부담스러운 일로 인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질환인데, 어찌 그 일을 고스란히 해나가면서 좋아질 수 있겠는가? 일을 계속하면서 증상이 좋아지려면 작업의 조건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장비개선을 포함한 인간공학적 개선을 하거나, 인력을 충원하여 작업물량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한 진단도 용한 의사도 무의미한 것이다.

소음성 난청에 대하여 요관찰 대상이 된 50대 노동자는 매번 소음성 난청에 대한 검사를 다시 받으러 병원에 가야하는 것이 불만이다. “아이고, 만다꼬 자꾸 불러쌌능교? 청력 안 좋아진거야 벌씨로 알고 있는 기고, 약도 없다믄서요. 말하는 거 다 알아묵꼬 하믄되고. 고마 귀마개나 잘 착용하라고 할 거 아잉교? 아따, 귀찮아서 몬살긋네.”

벌써 몇 년째 소음성난청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라고 치르는 연례행사에 대해 그는 못마땅하기 이를 데 없다. 변하는 것이 없는 탓이다. 때가 되면 으레 소음측정기를 달아 작업환경측정을 하고 오라가라 특수건강진단을 하지만 작업장의 소음을 낮추기 위해서 공정 개선이 이루어지거나 장비가 개선된 것은 없다.

소음측정기를 달아주는 산업위생기사에게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하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에게도 볼멘소리를 해보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작업장의 소음 수준을 낮추는 권능은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소음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산업위생기사에게도, 그를 문진하고 판정한 의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환경측정, 배치 전 건강진단, 특수건강진단,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위험성 평가 모두직업성 질환의 예방을 위한 제도들이다. 직업성 질환은 질병경과가 일반 질환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원인규명과 산재 인정에 매우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직업성 질환이 일반 질환과 구분되어서 관리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예방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조절하여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1차 예방이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2차 예방, 질병이후의 적절한 재활 관리를 통해서 복귀를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3차 예방이다. 그래서 당연히도 1차 예방이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하다. 앞서 열거한 제도들은 확인된 위험요인의 개선을 전제로 기능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을 변화시키는 권능은 조직된 힘에서 나온다. 노동조합이조직된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안전보건과 직업건강수준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의 권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여 직업윤리를 관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직업건강과 관련한 학문적 성과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 참여와 개입을 통해 충돌되는 이해관계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2015년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에서 제안되었고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의학과 의사회'에서 번역한 “직업건강 전문가를 위한 국제 윤리강령(International code of ethics for occupational health professionals)” 에서는 직업건강전문가들에게 개선조치에 대한 추적조사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부당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건강 또는 안전에 대한 위험의 증거를 제시하는 상황을 개선하기를 거부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 경우, 직업건강 전문가는 최대한 신속하게 우려 사항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과학적 지식을 고려하여 노출 제한을 포함하는 관련 건강보호기준을 적용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법률 및 규정을 적용하고, 고용주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상기시킬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 필요하면, 해당 노동자와 기업대표에게 통보하고 관할당국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 윤리강령의 서문의 일부는 용한 돌팔이에서 진정한 직업건강 전문가로서 거듭나는 길의 면모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건전한 직업건강실무의 목적은 단지 건강을 평가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업무능력을 보호, 유지 및 증진하고, 이를 위해 일 외의 가족상황과 직장 외의 생활환경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직업건강실무 및 직업건강증진의 이러한 접근은 포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인간적·사회적 필요를 다룬다. 여기에는 예방적 건강관리, 건강증진, 치료적 건강관리, 긴급재활, 필요한 경우에는 재해에 대한 보상, 그리고 질병 및 손상으로부터의 회복과 업무복귀를 위한 전략이 포함된다.”

[현장의 목소리] 현장을 바꾸고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 2017.8

현장을 바꾸고 삼성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동인천분회 김인석 분회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201376년의 무노조 경영을 자랑하던 삼성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 어려운 걸 해낸 노동자들은 바로 에어컨, 냉장고, TV, 휴대폰 등을 설치/수리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노동조합은 민주노조 깃발을 올리고 한국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삼성에 맞서 열사 투쟁, 본사 앞 노숙투쟁 등 치열하게 싸웠다. 투쟁 이후 현장의 노동조건을 점차 변화시켰고, 비수기에도 일정 생활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은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각 센터 사장(이른바 바지사장)을 앞잡이로 세워 노동조합 탄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 지난해엔 촛불을 들었고 올해는 '재벌개혁 실천단 SEEN()'을 구성하여 투쟁하고 있다. 이번 투쟁을 비롯해 노동조합의 현안 등 문제와 관련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726일 인천에서 김인석 분회장님을 만났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 변화된 현장

저희는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휴대폰 등을 설치/수리하는 일을 한다. 아무래도 가장 더운 7~9월이 성수기인데 그중에서도 78초가 가장 바쁘고 힘든 시기다. 아침 8시 출근해서 밤 8~9시에야 일을 마친다. 주말도 계속 출근해야 하고 저도 이번 3주 동안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아무래도 서비스 일을 하다 보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이 불편호소에 퇴근 시간이 지났 다고, 주말이라고 모르는 척 하기 어려운 조건이 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작업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 10건 정도의 일을 한다고 한다.

에어컨의 경우 한번 고칠 때 건당 30~1시간 정도 걸린다. 일할 땐 안전 장비와 공구 가방도 챙기 고, 이동할 땐 운전도 하는데 그런 시간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긴다. , 작업자들이 에어컨이나 세탁기 같이 무거운 가전제품을 들고 나르다 보니 어깨, 허리, , 손목, 다리 등 온몸이 다 아프다. 물리치료를 받고 싶어도 지금도 밀려있는 고객콜을 더 미루고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장 바쁜 성수기에 병원에 가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김인석 분회장은 그나마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점심시간은 보장된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점심시 간이 없어서 작업자들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 데,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 이제는 점심시 간에 콜도 받지 않고 오롯이 밥을 먹고 쉴 수 있다 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은 노동조합 이전과 이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이전엔 기본급도 거의 없어서 항상 출장 건수에 목을 매는 삶이었다. 비수기 때 한 달에 60건 해봤자 100만 원도 안 남아서 가족에게 늘 미안하고 면목 없었다. 차도 직접 사서 할부 갚 고, 기름 넣고, 밥도 내 돈으로 사서먹고, 휴대폰 요 금도 내 돈 내면서 일했기 때문에 아무리 일해도 돈 을 벌기 어려웠다. 일하는 환경도 위험해서 고소작 업을 할 땐 목숨을 걸고 혼자 일해야 했다. 고객한테 는 평가 점수 잘 받아야 해서 늘 굽신거리며 저자세 로 일하는 문화였다. 그러다 노동조합이 생기니까 고객한테 내 자존감을 지키면서, 고객에게 할 수 있 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되었다. 기본급 비중도 급여 중 70~80%로 올라가면서 일을 할 때 여유도 생기 고 건수에 목을 맬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위험한 작 업을 해야 할 땐 추가 인원과 안전장비가 올 때까지 고객에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거나, 지금 당장 작 업을 할 수 없다고 고객에게 동의를 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아무리 현장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해도 무노 조 경영 삼성에 맞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싸움 을 해야겠다고 결의하게 된 배경과 과정이 궁금 해졌다.

회사에서 우리를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늘 실 적 압박 스트레스는 주면서 정작 줘야 할 수당도 제 대로 주질 않았다. 특히 지금 센터 바로 직전 팀장하 고 사장은 돈도 너무 떼먹었다. 예를 들어서 센터에 서 한 달 500건을 일하면 작업자들이 월급 250만 원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200만 원만 주고 나머지 150만 원은 팀장하고 사장이 먹은 거다. 심지어 한 명분도 아니고 40명분을 몇 년 동안이나 가져갔다. 그사이 사장은 빌딩 2개를 올리고 보트도 샀다고 들 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싸워야겠다 생 각하고 투쟁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당신이랑은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요구해서 전 사장의 목을 날렸다.”

촛불 이후 재벌개혁 투쟁에 나서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4월부터 쟁의권을 얻고 투쟁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싸움은 가장 현장이 바쁘다는 여름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 재벌개혁 투쟁에 나서게 된 것일까?

노동조합에서 지난 촛불 이후에 적폐청산을 하겠다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삼성 이재용 부 회장도 감옥에 있으니 사회적으로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이어 가보자는 뜻으로 '재벌개혁 실천단 SEEN()‘을 만들고 투쟁하게 되었다. '재벌개혁 실 천단 SEEN()’은 전국에 조합원 30명이 34동안 서울로 모여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다. 벌써 7차례 210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는데 단체티셔츠나 조끼를 입고 광화문, 시청, 여의도 등에서 재벌개혁 캠페인을 해왔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 자전거로 우리 문제를 알리는데 시민들 호응이 좋았다. 한강에서 얼마 전까지 가장 핫하던 최저임금 1만원 노래를 배우고 춤도 배웠다. 학생, 반올림 동지들과도 함께 연대하고 있다. 땀도 나고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행복하고 즐겁게 투쟁하고 있다. 이전에 52일 동안 삼성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을 했을 땐 조합원들이 너무 불안해하고 힘들어 해서 이번엔 그렇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고민 하고있다.”

동인천분회의 경우 투쟁도 함께 하면서 조합원들 이 경제적으로도 연대하고 있다고 한다. 34일 동안 지명파업으로 일을 안 하면 경제적으로 부 담이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그동안 일했던 동지 들이 급여를 나눠서 보전해주는 것이다. 그랬더 니 조합원과 그 가족들이 돈도 돈이지만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눌 동료가 있고 가족에게도 믿음과 신뢰를 주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현재 어 렵게 진행되는 임금협상에서도 이러한 노동조합 이 단결력을 잃지 않고 있다.

올해는 임금 협상만 하고 있는데 역시나 이전과 마 찬가지로 원청인 삼성은 전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전국 센터 중 대표단을 구성한 사장들이 나오고 있 다. 이렇다 보니 노동조합은 금속노조 중앙교섭 기 준으로 기본금 약 30만원 인상, 식대 7,000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원청이 아니라 결정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모두가 잘못인 걸 아는데 혼자만 모르는 삼성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배제하는 건 삼성이지만 많 은 대중이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에 대해서도 고 객이나 시민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 평 가에 따라 조합원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아닌 지에 대해서도 궁금함이 있었다.

이전부터 저희가 선전전하고 그러면 시민들 반응 이 긍정적이었다. 시민들이 돈도 많이 버는 삼성 이 너무한다”, “삼성에도 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들 많이 해준다. 고객들도 회사에서 매번 서 비스 평가하는 전화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전화 를 잘 받아주겠다고 말씀한다. 또 고객들은 삼성 에 대한 불만도 많이 토로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삼성에서 만든 가전제품을 하나씩은 사용하는데, 삼성이 무상으로 A/S를 하는 게 아니 고 고객이 자기 돈 들여 서비스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금도 노동조합을 탄압하면서 진짜 사장 은 본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혀 반성도 변화도 없는 것이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까지 모두 삼성 직원인 줄로 알고 있었다. 삼성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3개월 동안 교육받고 사원 증 받아서 삼성 옷 입고 일하는데 어떻게 삼성 직원 이 아니냐. 일할 때도 삼성 관리자가 우리 일을 다 관리 감독 하는데 우리는 그저 협력업체 직원이라 고만 한다. 그래서 삼성을 상대로 불법파견 사용과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은 1심에서 노동조합 이 패소하고, 2심 재판을 앞둔 상황이라고 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현장

현장에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소송과 비 정규직 문제에 있어 유리한 국면을 맞이했다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삼 성이 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은 상황에 서 새 정부가 줄곧 적폐청산, 비정규직 제로 시대 를 열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행동을 보여주고 있 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화겠다는 의 지가 있고 저도 그렇게 돼야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조합원들도 기 대를 많이 걸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때 우리가 중심 을 잘 잡고 사회변화에 노동조합이 어떻게 대응해 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지난 촛불 에선 박근혜, 이재용을 감옥에 넣는데 함께 했다 면, 이제는 우리 일터를 바꾸고 재벌을 사회를 개 혁하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 다. 삼성을 바꿔야 이 사회도 바꿀 수 있고 사회를 바꿔야 삼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싸움에 한국에서 힘이 가장 강한 상대를 만나 애 쓰고 있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건투를 빈다

[언론보도] “정신질환 시달리는 유성기업 노동자 임시건강진단 당장 실시하라” (한겨레)

“정신질환 시달리는 유성기업 노동자 임시건강진단 당장 실시하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충남노동인권센터 등으로 꾸려진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충남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14일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고용청은 임시건강진단을 불이행한 유성기업 사업주를 처벌하고, 임시건강진단을 당장 실시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천안고용노동청은 지난해 7월 유성기업에 임시건강진단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 쪽은 이를 거부하고 여태껏 건강진단을 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부 장관이 사업주에게 특정 노동자의 임시건강진단을 하라고 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어긴 땐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정해져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11041.html#csidx0c92cc834e93694aa8ef9dd3b3f554f

특집 5. 현장에서 우선순위 중 하나로 고민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2017.2

현장에서 우선순위 중 하나로 고민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선전위원회


“노동안전보건(이하 노안)사업 중요하죠!”

현장에 가면 듣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말이 꼭 따라붙는다,

 

“노안은....... 늘 어려워요”

“노안 부장은 권한이 없어요. 지회장님한테 물어봐야 돼요”

“임금도 못 올리는데 노안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노안 활동 

많은 노동조합이 노안 활동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한 문제이고, 노동조합 조직화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이를 부정하는 노동조합도 없을 것 같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문제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기만 하다. 일정 부분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는데 사실 이것만 문제는 아니다.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임기가 정해져 있고 새로 들어오는 집행부에 따라 노안 담당자는 바뀌게 마련이다. 그래서 1년 차에는 뭘 하긴 해야 하는데 막막하다, 2년 차에 접어들어 이제 조금 알만하면 노동조합 선거가 있고 노안 부장도 바뀐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한편, 금속을 제외하고 대부분 산별은 노안 담당자도 못 세우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전히 민주노총을 비롯해 산별 노동조합이 노안 활동을 펼치기엔 너무 어려운 여건이다. 우리가 정부에게 늘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문제를 위해 예산과 인력을 더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사실 우리도 노안 문제를 고민하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더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산별, 지역에 노동조합에서 노안은 늘 중요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는게 된다.

 

노동조합을 한발 나아가게 하는 노안으로 

노동조합의 여건이라는 게 늘 어려운지라 지금 상황에서 한발이라도 노안 활동으로 노동조합의 진전 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워낙 저임금에 사회보장이 취약한 한국사회 현실에서 노동조합 역시 임/단협이 중요하고 조합원들의 필요와 요구가 가장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늘 노안이 임/단협 뒤로 밀리곤 하는데 이때 노안으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임/단협을 비롯해 노동조합의 현장권력 쟁취까지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노안 활동으로 현장을 조직해 본 그 힘을 만들어보고 발휘한 현장에선 늘 노안 활동이 주요 조직화 사업이자 노동조합의 핵심 활동으로 위치 지어진다. 특정 시기가 아닌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 가운데 노안은 현장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고 실질적인 현장의 변화를 끌어내기에 유용한 활동들이 많다. 사측 입장에서도 노안 문제는 가장 껄끄러운 문제이자 가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합원 안전과 보건보다 무엇이 더 우선 할 수 있는가 

노안 활동은 단지 조합원들의 안전과 보건 문제에 있어서 고충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본은 물량과 이윤과 노동시간과 생산성을 걱정하는데 노동자들 역시 회사 직원인 나와 조합원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임금과 물량에 메여 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건강권과 맞바꿔치기한 각종 수당으로 아파트 대출금도 갚고 아이들 사교육비에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흐름, 자본의 변화, 사회 법/제도의 변화 등이 있어야겠지만 노안 활동을 통한 조합원의 인식과 경험을 바꾸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당장 어마어마한 노안 사업을 고민하기보다 우선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안전과 보건에서 가장 가려운 부분, 고충을 겪는 부분이 무엇인지 실태부터 파악하고 다음을 도약해보는 건 어떠한가. 그리하여 일터에서 우리가 조금 더 쉽게 더 편하게 더 안전하게 더 건강하게 일하는 현장을, 전체 노동자의 생명, 안전, 건강보다 더 우선 한 것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자.

[작업중지권 기획]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 2017.2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당장멈춰 팀 구성은, 3년 전 한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추석 연휴 직전, 한 대학교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환풍기가 고장 났다. 일단 시설과에 수리를 요청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웠다고 한다. 가슴이 울렁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은 해야지’ 했던 노동자들은 일하다 심하게 어지럽거나 힘들면 돌아가면서 나가 바람을 쐬고 다시 조리실로 들어오길 반복하며 일했다.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환풍기 수리가 당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연휴가 시작되어 수리는 더 지연됐다. 결국, 연휴가 끝난 3일 뒤까지 환풍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이 좀 나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결국, 연휴가 끝난 뒤 근무하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과 학교 측이 환풍기 고장을 방치해서 발생한 산업재해다.

 

이 학교 식당 조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도 소속되어 있었다. 조합원들이 상급 노조에서 활동하는 노무사를 찾아와 이때 얘기를 하면서 ‘죽을 뻔했다, 큰일 날 뻔했다’며 무용담처럼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니 왜 그 지경인데 일을 멈추고 환풍기 고치기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묻는 활동가에게 조합원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 ‘일을 멈춰도 되나요?’ 이전까지 책에서나 보던 ‘작업중지권’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이 에피소드 소개는 인권오름, 인권이야기에 2015년 12월 9일 실렸던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양한 노동 현장을 잘 안다고 할 수 없었지만, 비단 이 식당 노동자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생소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법에 번듯하게 들어있는 권리이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기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 넉넉히 헤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사고를 직접 막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권리인 것도 분명했다. 대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작업중지권은 어느 정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작업중지권 행사를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인지 뜯어봐야겠다고 뜻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과 작업중지권을 지키고 확장하기 위한 여러 행동(직접적인 현장 투쟁부터 법 개정 운동까지)을 함께하도록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나아가, 이런 논의가 현장을 들썩이게 하고, 생산량이나 품질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싸움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당장멈춰 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인터뷰와 연구에 들어가면서, 「일터」 연재도 시작했다. 2014년 5월 특집기사로 시작한 작업중지권 기획 연재가 3년이 다 돼 간다. 「일터」 지면을 통해, 당장멈춰 팀이 만난 자동차 완성사, 부품사, 건설노동자, 항공기 조종사, 집배원, 설치노동자, 철도 정비 노동자 등 아주 다양한 현장의 작업중지 사례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작업중지권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현행 법체계에서의 법리적 쟁점은 무엇인지, 법적 개정을 한다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일터」를 통해 함께 나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오랫동안 먼 과제로 여겨지고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가던 작업중지권 문제를 3년간 꾸준히 나눴다는 것 자체가 일정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3년 동안 고민해도 여전히 남는 과제들이 있다.

 

위험의 외주화, 더 위험한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권리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제철소나 조선소를 방문해 보니, 한 사업장인데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처지가 달랐다. 정규직 노동조합은 작업중지권을 상당히 자유롭게 사용하고, 실제 사고를 예방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조합에서는 위험 상황을 발견하고 작업중지를 요청했음에도 작업이 강행됐던 사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야간에 비계 설치 작업을 강행해서, 며칠간 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나서야 겨우 멈춘 사례. 가스 배관 내부 용접을 해야 하는데 하청업체에 잔류 가스 측정기도 주지 않고 작업을 시킨 사례. 이 경우는 다행히 중대재해 문제로 사업장에 들어와 있던 근로감독관이 작업 중단을 결정했다.

 

2016년 한국 노동안전보건운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회자된 얘기가 ‘위험의 외주화’다. 더 위험한 이들 노동자에게 더 절실한 권리가 작업중지권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활동가들을 만나도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에 대해 냉소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작업중지권을 주제로 인터뷰를 시작한 지 3년이 된 지금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지금 작업중지권 얘기하게 생겼냐’는 것이다.

 

노출된 불안정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확보하고, 이 노동자들과 함께 위험한 순간 작업중지를 실천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자는 작업중지권의 본령이 아닌가 싶다. 3년 동안 매달렸지만, 아직도 답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우리 팀에서 펴낸 매뉴얼에서 급한 대로 처방한 방법은 ‘고용노동부 위험 상황 신고 전화’를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위험하다고 생각되지만, 노동조합도 없고 작업을 중지하기 부담스럽다면, 노동부의 판단과 권위라도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곧바로 작업을 중지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차선일 뿐이다. ‘현장의 위험은 노동자가 가장 잘 안다’는 원칙에 비추어보아도 역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게다가, 작업중지권을 당장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권리일 아니라 나아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고용노동부 신고 전화는 불만족스러운 대안이다.

 

뚜렷한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질문을 좀 다르게 하면, 해야 할 일이 보이기도 한다. 불안정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단위 사업장에서 싸우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그 투쟁을 어떻게 지지하고 지켜줄 수 있을까?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권유하는 대신, 우리는 어떤 조건을 함께 만들어야 할까? 아직 남아있는 숙제다.

 

기계를 세우는 것을 넘어서는 권리로

 

서비스 노동자가 훨씬 많은데도, 파업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금속 노조 남성 노동자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거리에 나서는 모습인 것 같다. 작업중지, 작업중지권의 이미지 역시 그렇다. 하지만 ‘더 위험한 일’과 ‘덜 위험한 일’이 따로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위험’이 있을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위험에 노출되는 수많은 노동자 모두에게 작업중지권은 소중하다.

 

당장멈춰 팀의 활동도 처음에는 금속 노동자들로부터 시작했다. 다양한 현장에서 스스로 ‘위험이란 무엇인가’, ‘어떤 조건에서 일할 수 있고, 일해야 하는가’를 결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금속 노동자들을 만났다. 금속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금속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고, 특히 노동조합의 안전보건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금속 노동자 못지않게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는 건설 노동자 사이에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안전보건 문제를 가지고 작업을 중지한다는 개념이 훨씬 옅다.

 

또 다른 원인은, 우리가 위험을 주로 추락, 협착, 전도 등 재래형 위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밖의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경우, 위험은 위험으로 인식되지도 않고,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인 작업중지권 행사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작업중지권을 금속 제조업 밖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은 업종을 넓히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위험’의 특징 때문에 ‘작업중지권을 써야 하는 때’에 대한 기준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면을 통해 여러 번 강조했던 대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통화거절권 역시 작업중지권으로 해석하려는 이유가 그것이다.

 

현장의 싸움, 넓은 연대가 필요해

 

3년간 작업중지권을 가지고 현장도 만나고, 토론회나 간담회도 열고, 이슈가 되는 곳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앞장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던 노동자들이 ‘송곳’ 취급을 받으며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동조합이 있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도, 회사에 찍히거나, 소송과 징계 등 개인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런 탄압은 여전해서, 2016년 옆 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돼, 자극 증상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을 조퇴시켰던 충북 콘티넨탈 지회장이 결국 징계를 받기도 했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런 싸움들이 잘 알려지지도 않고, 개별 사업장, 개별 활동가의 전투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작업중지권이 ‘생소한 권리’로 남아있는 만큼, 다양한 사업장에서,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작업 중지를 통해 사고를 예방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사례들로 작업중지권을 확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2015년 갑을오토텍 지회에서 위험작업을 중지시켰던 노조 간부를 회사가 고소했을 때, 당장멈춰 팀이 사회단체들의 연대를 조직하고, 본사 앞 집회 등을 함께 했던 경험은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업중지권 연재를 마치며

 

당장멈춰 팀이 지금까지 사례를 모아 분석해 알리고, 해외 사례를 살피고, 법안 개정을 고민하는 등 근육을 단련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작업중지권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않고 다 할 생각이다. 그래서, 개별 현장, 특별한 노동자들의 선도투가 되어버린 작업중지권을,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보편적인 투쟁으로 만들고자 한다.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지는 곳, 싸움을 만들어 가야 하는 단위에서는 언제든 연락 부탁드린다.

 

현장 활동으로 나아가려는 도약의 시점에서, 약 3년간의 작업중지권 기획 연재를 마친다. 2014년 9월, ‘작업중지권의 법리적 쟁점’을 다룬 「일터」 특집에서 ‘당장멈춰 팀의 활동이 지금은 꿈같은 소리로만 들리는 작업중지권 복원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제 첫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시작이 반이다. 함께 고민해준 독자 여러분, 본인들의 아픈 이야기, 생생한 현장 이야기 나눠주신 여러 현장 노동자들께 감사드린다. 더 큰 싸움으로, 이겼다는 소식으로 만나길 바라며, 안녕히

 

 

<일터> 통권 157호 / 2017.2





- 차례 - 


[특집] 노동조합의 2017 노동안전보건 활동 방향을 묻다

26 2017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사업계획

28 활동이 취약한 지회 역량 강화에 힘쓴다!

30 노동안전을 넘어 공공안전으로

32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 겁니다!

34 현장에서 우선순위 중 하나로 고민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브라질은 석면생산, 수출을 중단하라!


8 [포커스] 안전보건공단 노동자 건강증진활동의 아이러니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워 제대로 하기 (3) 


12 [현장의 목소리] 시그네틱스 노동자의 기나긴 해고와의 싸움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언제가 모든 사람에게 솔직한 PD가 되고 싶어요


20 [연구소 리포트]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6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귀에 드는 골병, 소음성 난청


38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당장멈춰 3년의 활동, 남은 과제들


42 [시간의 재발견] 노동시간 줄이겠다는 노동부 행정해석이나 우선 변경하길


46 [문화읽기] 전화벨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뭐였을까?


48 [발칙X건강한 책방] 이어말하기의 힘으로 2017년 봄을 부르다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현대자본의 산업안전보건 책임에 관한 몰상식적 행태


52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 발족


54 [이러쿵저러쿵] 불신의 시대에서도 웃으면서 살 수 있기를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현장의 목소리]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2015.7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요
-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2008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에서 문을 연 고려수요양병원은 서울 구로, 금천구에서도 20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엔 강남점 오픈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병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치료사들은 병원 명성과 달리 20대임에도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과 관리자들의 성추행을 견디며 일하고 있었다. 그중엔 희선씨도 있었다. 희선씨는 이 병원 6년 차(치료사 9년차)면서 팀장으로 일하며 병원의 부당함에 대해 할말은 하는 정의로운 직원이었다. 희선씨는 본인 또한 근골격계 질환 또한 직업병이라는 생각에서 산재를 신청했고 병원의 협박과 모욕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산재 인정을 받아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희선씨는 눈앞에 펼쳐있는 병원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심하던 중 동료들을 설득해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1년 반을 준비했지만 병원에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들통이 나는 바람에 140여 명의 직원 중 27명이 모여 지난 4월 3일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노동조합 깃발을 올렸다.

 

며칠 후 70명의 직원이 한국노총 산하 한국철도노조를 만들었고,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를 통해 지부는 교섭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지부는 상식적으로 요양병원 노동자들이 한국철도산업노조에 가입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웠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노동조합의 명칭을 철도사회산업노동조합으로 변경하고 가입규약까지 바꿔버렸다. 병원은 현재 대표교섭권이 있는 한국노총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지부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하 치료실에서 쉼 없이 일하는 치료사들

 

심희선 지부장 : 우리 병원은 주로 중풍이 오거나 뇌혈관질환이나 뇌·척수에 손상이 온 중추신경계환자들의 재활을 위한 병원이에요. 병원 이름 이 손 수(手)자를 써서 고려'수'요양병원이듯 다른 병원과 다르게 기구나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치료사들은 이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손목 질환, 허리디스크 등 골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치료사들은 환자 한 명에 1타임(30분)씩 하루 꼬박 8시간을 치료한다. 쉬는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다음 환자 치료를 위한 대기 시간만이 존재한다.

 

심희선 지부장 : 만약 1타임이 비면 치료실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서 차트를 쓰면서 대기해요. 그러다 전화 오면 받고, 직원들이 부르면 가고. 그런데 병원은 치료 안하는 시간은 가만히 있으니까 쉬는 시간이라고 주장해요.

 

임미선 부지부장 : 예를 들면 연말(혹은 월말)에 성과 보고를 하면서 치료사들의 치료 시간을 평균으로 계산하는데 15개 타임 중 10번 정도 일한 걸로 나와요. 분명 치료가 없는 타임에 차트도 쓰고 치료 외에 업무도 하는데 직접적으로 환자를 치료한 것만 타임수로 인정하는 거죠. 대기시간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산하니까 마치 우리가 5타임을 쉬는 것처럼 되요.

 

김지윤 사무장 : 시간뿐만 아니라 환경도 열악해요. 구로 병원에 있을 땐 치료실이 지하 2층에 있어서 환기가 전혀 안 되니까 1타임하고 나면 머리가 어지럽고 그랬어요. 그래서 다음에 병원 만들 때는 치료실을 지하에 짓지 말라고 요구했었는데 금천 병원도 기어코 지하 1층에 치료실을 만들어서 치료사들은 인후통, 인후염을 달고 살아요.

 

그뿐만 아니라 2014년 병원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을 강요했다. 그 결과 직원들 연차 15개에서 공휴일을 제외하면서 연차가 6개나 없어졌다. 또한, 연차 촉진제를 시행했는데 그마저도 2개월 전 서면 통보 등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결국 연차를 더 쓰지도 못하고 연차수당도 못 받게 됐다.

 

 

▲  부당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싸움을 결의한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노동자들

 (왼쪽부터 임미선 부지부장, 심희선 지장,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김지윤 사무장)  

 

 

동료 치료사가 일을 그만두길 바라게 하는 병원

 

치료사들은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해 3년 이상 병원에 다니지 못한다. 중간관리자들의 경우 병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팀장들에게 각 팀 내에서 권고사직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라도 다른 병원을 찾게 된다. 또한 병원은 이를 이용해서 동료가 그만둬야 남은 사람들의 연봉이 오를 수 있다고 분위기를 조장한다.

 

심희선 지부장 : 치료사 대부분 결혼하거나 출산을 하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출산하고 다시 돌아온 사람도 없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거죠. 병원이 5년 차 넘은 직원들하고 연봉협상 할 때 "너희는 연애 안 하느냐" "너희 그만 안 두느냐" 는 등 노골적으로 그만두라고 말해요.

 

임미선 부지부장 : 연 차가 쌓인 동료들이 많으면 저희한테 "네가 연봉 많이 받고 싶으면 옆 사람을 나가게 해라"라고해요. 이러니까 동료가 그만둔다고 해도 내년엔 연봉이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분위기를 조장해요.

 

골병을 견디며 일하는 치료사들

 

치료사들은 자신들의 골병이 직업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고통을 혼자 감내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심희선 지부장의 산재신청을 계기로 동료들은 골병이 직업병이고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김지윤 사무장 : 동료들이 손목을 다치거나 허리디스크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까지도 저는 산재신청 하면 병원에서 돈을 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지부장이 산재신청 했을 때도 팀장에서 강등되니까 무서워서 앞으로 누가 산재신청 하겠나 생각했죠.

 

심희선 지부장 : 재신청 한다니까 회사에서 "네가 죽은 것도 아니고 병신도 아닌데 왜 산재를 신청해서 병신 낙인을 찍히려고 하느냐" "산재인정 받아서 병신 되면 다른 데 가서 일할 수 있겠느냐" 등등 온갖 협박을 했죠. 그래도 결국 산재 인정을 받았어요.

 

일상적인 성희롱에 노출된 치료사들

 

연차가 낮고 나이가 어린 재활치료사들일수록 병원 관리자들에 의한 성희롱에도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심희선 지부장 : 하루는 술자리에 불려서 갔는데 저를 제외한 8명이 모두 남자 직원들이었는데, 저한테 오빠라고 부르라는 거에요. 또, 여성의 성기를 반복해서 묘사하거나 언급하길래 나중엔 듣기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 불쾌하다 그만하라고 하니까 그냥 웃어 넘기더라구요.

 

노동조합은 4월 28일 고용노동부 관악지청에 직장 내 성희롱 문제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현재까지도 병원 직원들은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물론, 진짜 문제를 제기하고 싶으면 고소해야 하는데 증거가 없지 않으냐는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인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노동조합 깃발을 띄우다

 

병원의 태도에 염증을 느낀 심희선 지부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부지부장, 사무장을 중심으로 27명의 노동자들과 결의를 모았다.

 

김지윤 사무장 : 지부장이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놀라웠죠. 마치 지구에 큰 이변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도 있었고요. 그렇게 한 달을 고민하다 함께하기로 마음먹고 1년 3개월 동안 함께 준비했어요.

 

임미선 부지부장 : 저도 처음에 지부장님한테 제의를 받았을 때 꼭 해야 하나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연차나 취업 규칙 문제가 계속 터지니까 노동조합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준비하면서 노동법, 역사 교육받으면서 이 사회의 구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면서 점점 더 생각이 확고해진 것 같아요.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부는 병원에 교섭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은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병원은 다수 노조인 한국노총과 이야기하겠다면서 민주노조와의 대화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

 

 

 * 대표적인 노동조합 요구사항

1. 고용안정을 위한 호봉제 도입
2. 연차/공휴일 개별 지급 및 연차 사용의 자율성 보장
3. 휴게시간 및 휴게공간 보장
4. 직장 내 문화 개선위한 방안 (조직문화, 성희롱 예방)
5. 노조업무를 이행하기 위한 타임오프 시행

 

 

당신들을 만나서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

 

인터뷰를 마치며 향후 투쟁에 대한 각오,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했다.

 

 

 

▲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 노동자들

  

임미선 부지부장 : 노동조합하면서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이제는 동료를 넘어서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을 만나지 못했다면 예쁜 옷 사고,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남자 잘 만나서 시집가는 것에 관심을 두고 살았을 텐데, 앞으로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김지윤 사무장 : 사람들이 노동 조합한 거 후회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오히려 노동조합 활동하면서 깨닫고 배우게 된게 많아요. 집에서도 이왕 시작한 거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제대로 싸우라고 응원해주세요. 앞으로도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노동자들이 탄압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 싸울 거예요.

 

심희선 지부장 : 성과라고 하면 성과인데 지난 5.1 노동절에 처음으로 유급 휴가를 받았어요. 이렇게 차츰차츰 빼앗겼던 우리 권리를 하나씩 찾으려고 해요. 무엇보다 제가 운이 좋아서 우리 조합원들처럼 멋진 사람들을 만나서 참 행복하고 감사한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서 동료들과 끝까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후 과정에서 병원은 노동조합의 소식지 배포 등이 경영상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심희선 지부장 등 노동조합 간부 3명에게 각각 3천만원씩 총 9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간부를 포함한 전체 조합원들은 병원의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모아내고 있다. 힘든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조합원들의 건투를 빈다!


 

[노안뉴스] 서울대병원 노조 "성과제 도입.입원비 인상 반대"…과로사 병원 노동자 산재 신청도 (뉴시스)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318_0013543713&cID=10201&pID=10200

 

 

 

서울대병원 노조 "성과제 도입.입원비 인상 반대"…과로사 병원 노동자 산재 신청도

 

 

 

김예지 기자

 

 

 

앞서 이날 오전 이들은 서울대병원 환자식 조리 업무 파트에서 일하던 나모(45)씨가 지난해 5월15일 만성적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나씨에 대한 산재신청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나씨는 15년간 서울대병원 급식영양과 조리업무에 종사해왔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1150여명의 환자 식사를 49명의 노동자가 담 당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 2015.1

2014년 ‘현장의 목소리’ 그 이후




재현 선전위원



2개월 전. 새해 첫 현장의 목소리는 2014년 한 해 우리가 만났던 현장들 가운데 승리의 소식을 모아 전하고자 방향을 정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획 의도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싸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자본 스스로 노동조합과, 더 나아가 전 사회적으로 맺은 합의를 어기면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곳이 있다. 그래서 2015년 첫 ‘현장의 목소리’는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는 현장을 재조명하기로 했다.



○ 금속노조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지난해 8월 난생 처음 노동조합을 경험하고 파업 투쟁을 벌이던 레이테크코리아 분회 조합원을 만났다. 레이테크코리아는 대표적으로 라벨(견출지)을 만드는 회사로 300만 불 수출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경쟁력이 있는 회사였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 이면엔 작업장과 탈의실에 있는 CCTV 감시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우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회사로부터 시간제 비정규직 전환을 강요받고, 더는 참을 수 없었던 70여 명의 노동자들은 2013년 5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투쟁은 끈질기게 이어졌고, 그 결과 지난 10월 24일 노사 간 쟁점이었던 작업장 이전을 다시 합의했다. 또한, 조합원 전원 서울 발령, 노사공동답사로 서울 공장 부지를 확정, 최저임금에서 기본급 2만 원을 인상하는 등 임·단협을 체결했고 길고 길었던 136일 파업을 종료했다.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저버리다


그런데 또다시 회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서울 신당동에 창문 하나 없는 곳에 작업장을 마련했다. 또한, 조합원에게 이른바 ‘순응 서약서’를 강요하였다. 정년연장에 관한 합의를 어기면서까지 조합원 3명을 퇴직금 10만 원 백화점 상품권 하나와 함께 12월 말 강제 퇴사시켰다. 현재 조합원들은 환풍 시설이 전혀 없는 현장에서 나는 본드 냄새로 호흡기 질환과 구토, 어지럼증을 참아가며 일한다. 또한, 휴게실과 탈의실조차 없어 회사 복도에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가 지난 10월 자신들의 비인간적인 행태가 알려지고 사회적 비난 여론이 일면서 국정조사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되는 것을 막고자 우선, 노동조합과 합의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회사가 ‘순응 서약서’ 요구를 통해 23명의 조합원을 어떻게든 자발적으로 내보내고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정책의 민낯을 보여주는 레이테크코리아 투쟁


지난 12월 10일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노동조합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몰상식한 노조 탄압을 벌이는 회사를 규탄하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 : 레이테크코리아분회 트위터


난생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힘든 투쟁을 벌인 끝에 현장으로 돌아간 조합원들이 회사가 스스로 했던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할 수 있길 희망한다.


○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1,895일 투쟁 끝에 노·사가 사회적 합의를 맺으며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던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다시 길거리에 나섰다. 지난 해 10월 인터뷰 당시 기륭전자분회는 사회적 합의를 어기고 일터를 버리면서까지 야반도주한 최동열 회장을 사기죄로 구속하는 고발 운동을 마치고, 그 다음 사회적 투쟁을 고민하는 시기였다. 


900만 장그래의 목소리를 알리러 나선 기륭전자분회


지난 12월 박근혜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회 또한 비정규직 양산을 넘어 정리해고제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모습을 본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기륭 자본의 문제를 넘어 이 사회 900만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알려내고 비정규직·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한 사회적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출처 : 참세상


첫 시작으로 12월 22일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10년의 투쟁으로 어디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을 이끌고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건강을 염려하며 만류하기도 했지만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이번 오체투지 행진은 자신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몸을 더욱 낮추고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행진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오체투지 행진에는 교직원공제회 콜센터, 학교비정규직, LG U플러스, 씨앤엠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인권·문화예술·종교계를 비롯해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했다.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를 염원하는 노동자들


지난 12월 26일을 끝으로 1차 오체투지 행진은 1월 7일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으로 이어졌다. 2차 행진에는 기륭전자분회를 비롯해 스타케미칼, 콜트-콜텍 등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함께 나섰다. 2015년 비정규직·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해 물꼬를 트고자 하는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의 싸움에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2015년 한 해도 비록 큰 힘은 되지 못할지라도, 전국 곳곳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잊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로 알려내는데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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