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통권 164호 / 2017.9



특집 

26 한국은 주5일 근무제라는 엄청난 ‘착각’

30 일단 무한정 노동시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32 장시간 노동과 사회복지사의 24시

34 멕시코보다 더 일하는 공항 지상 조업 노동자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구로의 등대 넷마블, 게임 노동자들의 등대 될까

 

8 [안전보건동향]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 노동 해결하겠다 팔 걷어 부친 고용노동부 과연?

 

10 [안전과 건강 칼럼] 화학물질 유해성을 바라보는 이중 잣대

 

12 [현장의 목소리] 부산진구청의 공공성 강화로 행복하게 아이들 보육하고 싶어요!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음식의 종합예술가, 푸드스타일리스트

 

20 [연구리포트]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6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보이지 않는 굴레 속에서, 오늘도 달린다

 

38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40 [노동시간에세이] 처음 만난 일터에서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44 [노동자 건강상식 집에서도 통증 잡자] 붙이면 편해지는 테이핑 따라잡기 (2)

 

46 [문화읽기] 여름이 춥다

 

48 [발칙X건강한 책방]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일터 괴롭힘에 의한 자살

 

52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 진실을 품고 있는 세월호에 힘을 모으자


54 [이러쿵저러쿵] 실습을 마치며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특집 1. 한국은 주5일제 근무라는 엄청난 착각 / 2017.9

한국은 주5일제 근무라는 엄청난 착각

권종호 선전위원


1998년 IMF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출범한 노사정 위원회에서 사측과 정부는 노동계에 정리 해고 및 비정규직 채용요건 완화 등 고용 안정 성의 포기를 강요하였다. 그 반대 급부로 노동 계에 제시한 것은 법정 노동시간의 단축이었 다. 기존의 법정 기본 노동시간을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연평균 2,880시간을 근무하던 한국 사회 노동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논의였다.

1998년 OECD 연평균 노동시간은 이미 1,900시간으로 (주 40시간 * 50주) 2,000시간보다도 적었다. 다시 말해 이미 기존의 OECD 국가 들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한국만 OECD 국가 중 최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주 5일근무제에 대한 합의는 잘 이행되었을까?

각종 노동시간 통계 자료¹⁾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까지도 연간 노동시간에 큰 변화가 없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1998년 시작되었 는데, 차일피일 제대로 된 법제화를 미루기만 했을 뿐 진행된 것은 없었다. 노동계가 매년 대규모의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지속해서 요구하자 2004년이 돼서야 주 40시간 법제화가 이루 어졌다.

그러는 사이 1998년부터 2004년까지 200만이 넘는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양산되었고, 이후 2015년까지도 이러한 비정규직의 규모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즉 개선해주겠다던 노동시간 단축은 2004년까지 미뤄두기만 하면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은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그림1] 비정규직 노동자 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그림2] 주6일 근무 비율 높은 직종 TOP10 (KBS 뉴스갈무리)


그럼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된 이후 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잘 이루어졌을까?

노동시간은 2011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였다.

왜냐하면, 2004년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이 무려 7년에 걸친 단계별 시행을 부칙 상에 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1년 이후 다시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 고,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에 달한다. 이는 2015년 OECD 평균인 1,766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 으로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국가의 연간 평균 노동 시간으로 보기엔 매우 비정상적인 수치이다. 심지어 2011년까지 주 40시간 근로가 완료된 상태인데도 말이다.

<표1> 2015년 OECD 회원국 연간 노동시간 (사회진보연대)


<표2>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 비교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표1, 2²⁾>는 2015년 OECD 회원국 연간 노동 시간과 근로기준법상의 법정 노동시간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 사실 각국의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은 프랑스의 35시간을 빼면 한국의 주 40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영국은 주 48시간이 법정 기준이며 연장근로는 1 주 60시간까지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고, 일본은 연장근무 15시간을 포함하면 주 55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도 영국과 일본은 각각 연간 노동시간이 1,674시간, 1,719시간으로 한국의 2,113시간에 비하면 연간 400시간(근무일 50일, 2개월 이상) 정도 적게 일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2004년 주 40시간이 법제화되고 2011년까지 실제 적용이 완료되도록 했지만, 노동부는 2004년 바로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에 12 시간 연장 근로 외에 토, 일 휴일근로로 16시간이 추가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행정해석을 내리게 된다. 결국, 주5일 근무를 위해 고용 불안정을 감수하면서 쟁취한 노동시간 단축이 어처구니없는 행정해석 하나로 다시 주 6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으로 돌아간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아예 무시할 정도의 예외 업종들이 수도 없이 많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은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규정과 제약사항이 매우 자세하게 되어있다. 즉, 이러한 예외 업종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예외로 인정되지 않고 대부분 노동자는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업무 강도가 낮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24시간 맞교대(주 84시간 근무)가 자행되는 경비직도 독일 등에서는 법정 근로시 간을 준수하게 되어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 예외 업종은 너무 광범위하다. 먼저 최근에 가장 논쟁이 되는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사업을 보자. 법에 정해진 특례업종이 1. 운수업, 물품판매 및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사업, 광고업, 3. 의료및 위생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현재 사회복지사업)이다.

이러한 업무는 1일 24시간 내내 근무도 가능하고 무제한 연장근무가 가능하다.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은 딴 세상 이야기이다. 쉬지 않고 일만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상황치고는 너무 광범위한 것 아닌가? 이러한 특례업종의 선정 이유는 다수의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사업에서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렇게 광범위한 업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는 다수의 국민이 아닌가? 그들의 편의와 건강은 안중에 없는가? 또한,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상시적인 일손이 필요한 업종이라고 꼭 근무시간을 늘려야 하는가? 인력을 충원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문제가 되는 업종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58조의 주간근로시간제에 해당하는 업종(대표적으로 택시 기사),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 제한도 휴일, 휴게에 관한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 63조의 적용제외 업종(농림, 축산, 어업 등의 일차 산업, 감시 또는 단속적 업무 - 대표적으로 경비 및 시설관리) 등 매우 많은 업종이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 기준이 있음에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지도 않은 형태의 포괄 임금제'를 통해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라는 핑계로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근무하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쟁취한 줄 알았던 노동시간 단축, 주5일 근무제는 여전히 멀고 먼 이야기이다. 98년부터 이어져 온 꼼수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회와 고용노동부는 실질적으로 주 68시간이 되어버 리는 행정해석의 문제, 너무 광범위한 특례업 종의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결정된 후에도 주 68시간 문제는 총 5년의 유예기간을, 특례업종은 전면폐지가 아닌 일부 폐지를 하겠다고 하니 이미 당연히 주어졌어야 할 권리임에도 또다시 노동자의 희생만 요구하는 꼴이다. 이러한 논의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내용은 당장 시행하면 막대한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시행이 미뤄지는 동안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해왔다는 것이고, 노동자는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지금 당장 시행해도 이미 늦었다는 점, 고통받는 노동자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각주

1) the 300, "통계는 평균 주 41시간 근무…" 진짜 직장인의 삶은?
2) 표 2 박지순, 근로시간과 휴일에 관한 각국의 법규정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 2017.9

사업주에게 노동시간 기록과

제출 의무를 부과하자

최민 상임활동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내 노동시간 기록에 대한 권리가 내게는 없다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일하던 한 IT 노동자는, 10년간 일하던 중 계속된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걸려 폐절제 수술까지 받게 됐다. 큰 수술 후 복귀했지만, 그 다음 해까지 완쾌되지 않아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회사는 수술한 이듬해, 휴직 상한기간 1년을 채운 이 노동자를 해고했다. 해고까지 당하고 나니 억울했다.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졌고 폐 절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는 점을 입증해 산재 인정을 받고자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일 먼저 면역력이 떨어질 정도로 과로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해고까지 한 회사가 근로 시간 관련 자료를 순순히 내놓을 리 만무했다. 결국 이 노동자는 시간외근로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고, 자신의 주장보다는 적지만 1천 427시간의 시간외근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시간외근로를 강요당했다는 점을 입증한 1심 판결 이후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공단의 심사 결과는 요양불승인 처분, 결국 항소심까지 가는 소송을 통해 산재를 인정받았다. (2016.6.2. 서울고법, “폐 잘라낸 SW개발자 산재 인정하라"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60602151425)

올 해 5월 게임업체 넷마블의 계열사 12곳에서 법정 노동시간 초과와 연장근로수당 체불이 대대적으로 적발됐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전체 노동자 3250 명 중 2057 명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했고, 체불된 연장 근로수당은 44억 원이나 됐다.

그 동안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던 회사가 자발적으로 노동시간 기록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 디지털증거분석팀에서 건물 출입 기록 880만 건, 시스템 접속 기록, 컴퓨터 사용 기록, 야근 교통비 및 식대 지급 내역 등을 모두 찾아내 분석해서 잡아낸 것이다.

이 팀은 파리바게뜨에서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의 연장근로수당을 축소 지급한 사건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아예 출퇴근 시간을 전산 조작해 임금을 떼먹던 회사 내 별도의 서버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입력한 출퇴근 시간 원데이터를 찾아낸 것이다. (2017.8.6. 넷마블 체불 잡아낸 디지털 포렌식, 노동법 위반 꼼짝 마)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05733.html)

노동시간 기록과 보관을 법으로 규정한다면

현행법상 사업주에게는 노동자 노동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없다. 체불임금, 불법적인 연장근무 적발을 목적으로 근로감독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근로시간 기록이 없다”고 버티면 디지털 포렌식 등을 동원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을 적발할 수 없다. 건강 문제때문이든, 떼어먹힌 임금 때문이든 노동자가 자신이 일한 노동시간 기록을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위 두 사례는, 체불임금 소송까지 불사하며 본인의 장시간 노동을 밝혀내고 인정받은 노동자의 노력과 신기술로 무장한 성실한 공무원에 의해 장시간 노동 실태를 숨기려던 회사의 장막을 거둬낸 사례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두 사례를 미담으로 기억할 것인가? 애초에 노동시간 기록을 강제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나 당국이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될 수는 없을까?

노동시간법을 따로 제정하여 노동시간을 세밀하게 규정하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기록을 2~3년간 보관해야 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핀란드의 노동시간법은 각각의 노동자가 노동한 시간, 그에 해당한 보수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노동시간은 정규 노동시간, 연장근로 시간, 일요일 노동시간, 초과 노동시간 등을 모두 분류해서 기록해둬야 하고, 각각에 해당하는 보수도 따로 기록해둬야 한다. 기록 보관 기간은 2년이다. 영국의 경우는 최대 노동시간과 야간 노동시간을 따로 기록을 남겨 2년간 보관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도 정해진 하루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 시간을 기재하고, 이 근로시간 연장에 동의를 표시한 노동자의 목록도 작성해서 2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

기록된 노동시간은 장시간 노동 예방으로

기록과 보관은 활용을 위해서다. EU 노동시간 관련 가이드라인은, 각 나라에서 국내법으로 이런 노동시간 기록을 법적 의무로 할 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노동부 등 관할 주무 기관의 감독 하에 두도록 권유하고 있다. 관할 주무 기관이 이 기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을 사후에 확인하는 데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노동 시간의 상한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데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기록해서 보관할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노동시간이 법적 기준을 넘지 않도록 미리 제한한다고? 과로로 산재가 발생한 다음에도 노동시간 기록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고,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근로감독을 하려고 해도 노동시간 기록을 얻는 게 쉽지 않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적정한 노동시간’이라는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데, 어떤 상황이 더 적절할지 물을 필요가 있을까?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대기시간과 휴식시간은 노동시간인가? / 2017.8

대기시간과 휴식시간은 노동시간인가?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구인 공고>

모집직종 : 병원 및 공공시설 경비원

경력조건 : 관계없음

학력 : 학력무관

고용형태 :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 12개월

임금조건 : 월급 1,690,000원 이상

식사(비) 제공 : 미제공

근무시간 : (오후) 4시 30분 – 익일 (오전) 8시 30분 (휴게시간 9시간 근무시간 7시간)

소정근로시간 : 48시간 (“소정근로시간" 이란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1주 동안 근로하는 근로시간을 말합니다)

근무형태 : 주 7일 근무


학교경비원으로 검색하면 상당수의 구인공고가 이렇게 뜬다. 위 내용은 대구지역 한 고등학교의 경비원을 구하는 공고이다.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학교를 지키지만 이 중 휴게시간이 노동시간보다 길다. 실제 이 노동자는 하루 16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지만 임금을 지급받는 “소정근로시간”은 주당 48시간에 불과하다.

학교 숙직실에서 밤에 잠을 잔다면 그건 노동이라고 봐야 하는가? 이런 상황을 볼 때 현재 한국에선 노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주는 이 노동자가 다른 어떤 곳도 아닌 학교 내에서 잠을 자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깨어나 이를 처리하기를 원하기에 야간경비라는 직무로 고용했다. 노동의 강도는 매우 낮을 수 있지만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대기하는 시간이라면 역시 노동의 범주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경비원, 당직근로자 등 업무가 간헐·단속적으로 이루어지고, 휴게시간·대기시간이 많은 경우를 감시(監視) 또는 단속적(斷續的)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자로 부르는데 다른 국가에서는 이들의 노동시간을 어떻게 책정하고 규제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먼저 한국은 감시 단속 근로자의 경우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 7일 하루 16시간 일하는게 가능하다. 게다가 형식적으로는 주 48시간 노동하는 것으로 것으로 평가되니 어떻게 보면 노동시간 규정에서 벗어나지도 않는 셈이다.

영국의 경우 대기시간에 대해 노동시간으로 보는 경우와 보지 않는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당직의 의미인 “on call”은 사업장 내에 있을 경우에는 노동으로, 사업장 밖에서 당직일 때는 노동이 아닌 것으로 구분한다. 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노동시간 규정보다 좀 더 완화해서 야간노동시간이나 휴식시간 규정 등에서 몇가지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나 최대노동시간 규정 (17주간 평균 주당 노동시간 48시간)은 감시단속 노동자라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핀란드 역시 사업장에서의 대기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 노동시간법 4조의 ‘노동시간의 정의’에 의하면 일하는 데 사용한 시간, 노동자가 사업주의 처분(배치)에 따라 일터에 존재하도록 요구되는 시간을 노동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시간법 5조 ‘대기시간’에서는 노동자가 대기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최소 절반은, 임금이나 이에 상응하는 정규 업무 중 휴가 시간으로 보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예외 없이 법적으로 최대 가능한 노동시간 규제 (주당 평균 노동시간 40시간) 를 받는다.

결국 이런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매일 16시간 경비업무, 혹은 24시간 맞교대와 같은 근무형태는 불가능하게 된다. 고령노동자들이 주로 하게 되는 아파트 경비업무의 경우 전국적으로 24시간 맞교대 형태로 수행되지만 “소정근로시간”은 하루 16시간 혹은 17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주간에 3시간, 야간에 4-5시간 (비록 경비초소에서 합판에 박스 깔고 잠을 청하는 시간일지라도)을 휴게시간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당 노동시간은 실제 아파트에 출근해 있는 84시간이 아닌 56-59.5시간으로 계산된다. 이런 노동시간 계산을 보고 있자면 뇌심혈관질환의 만성과로 인정기준인 주당 평균 60시간을 교묘히 피해가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작년에 열악한 학교경비원의 노동환경과 연이은 뇌심혈관질환 사건으로 이슈가 되면서 서울의 학교에서는 이제 1인이 주7일 근무를 하지 않고 2교대를 하는 근무형태로 바뀌었다. 전체 임금 총액은 떨어지긴 했으나 시간당 임금수준은 올리면서 개선을 하였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당장 핀란드처럼 갈 수는 없겠지만 감시단속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제대로 산정하고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더 많은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언론보도] "과로사 의료·법률상담 지원"…시민단체·전문가 모여 ‘과로사 OUT’ 대응 나섰다 (경향)

"과로사 의료·법률상담 지원"…시민단체·전문가 모여 ‘과로사 OUT’ 대응 나섰다

최근 집배원·버스기사·IT업계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자살, 대형사고가 잇따르자 노동계와 시민사회, 전문가 단체가 대책기구를 만들었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민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 30개 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과로사 아웃(OUT)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의 노동시간, 자살률을 기록하며 과로로 죽고 자살하는 노동자가 넘쳐나는 한국의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고 비참하다”라며 “매년 산재로 인정받은 과로사망이 노동자만 300여명에 달하고 자살 중 노동자의 비율이 35%를 넘나든다”며 대책위 출범 취지를 밝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21350001&code=940702#csidx2d1bd5f41d1c07086b376a93ce12d93

[언론보도] 노화로 '근육마름병' 오듯..한국인들 과로로 '시간마름병' (경향)

노화로 '근육마름병' 오듯..한국인들 과로로 '시간마름병'

김유진 기자 입력 2017.09.04. 21:5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은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으로 세계 2위다. OECD 35개 회원국 평균(1764시간)을 놓고 보면 1년에 38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

과로는 한국인들을 ‘시간마름병’에 시달리게 하는 주범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계간 ‘황해문화’ 가을호에 기고한 글에서 시간마름병이 “건강 문제를 비롯해 관계 단절, 소외 , 자살, 돌연사, 대형사고까지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일에 치여 가족과 교감이나 자신에 대한 성찰, 공동체 참여 등을 아예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http://v.media.daum.net/v/20170904215330769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뇌심질환 예방은 노동 시간 기준 준수가 우선 / 2017.7

뇌심질환 예방은 노동 시간 기준 준수가 우선


권종호 선전위원


과로로 쓰러질 당시 재해자의 나이는 45세였다.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로 10년을 넘게 일해온 그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다. 재해자의 업무는 만들어진 제품의 검수와 포장, 운반 등이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제품을 처리하려면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었다. 이미 3개월이 넘도록 주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해왔지만, 일감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창 일하고 있던 오전 11시쯤 무거운 상자를 나르는 과정에서 재해자는 의식을 잃었다. 45세의 젊은 나이에, 그것도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 혈압약 하나도 먹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던 그가 쓰러진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재해자의 근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뇌출혈이 발생하고도 남을만하다. 쓰러지기 전 1주간은 주6일 출근, 62시간 18분 근무했고 그 전 4주간은 총 24일, 261시간 27분 근무하여 1주 평균 65시간 21분을 근무했다. 그 전 12주간은 총 778시간 32분 근무하여, 1주 평균 65시간을 근무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못 견디고 자주 바뀌면서 재해자의 업무 강도가 더욱 강해지기도 했다. 결국, 여러 정황으로 재해자의 뇌출혈이 업무 관련성 질환으로 승인되긴 했지만, 발생 전에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표준형 일반 노동자의 노동 시간

재해자는 일반 제조업 노동자이다. 이러한 제조업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 시간에 대한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 노동자 표준형 시간 기준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기본 노동시간 주 40시간에 연장 가능한 노동시간 12시간을 더해 최대 주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그 이상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어 고용노동부의 징계 대상이 되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정 근로 시간이 주52시간에 휴일 근무(8+8) 시간을 더해 주 68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이렇게 일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 1, 2위를 다투는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먼저 EU의 권고안을 살펴보자. EU에서 권고하는 노동시간 기준은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주 48시간이다. 특별한 예외가 없는 일반 제조업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며 만약 예외가 적용되어 주 48시간을 넘는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초과한 근무 시간은 4개월 이내에 보상되어야 한다. 즉, 약간의 노동 시간 증감이 있더라도 4개월의 평가 기간 이내에서 평균 노동 시간은 주 48시간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고는 여러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 4개월간 138시간의 연장 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주 40시간에 연장 근무는 138시간/17주(4개월)=8.12시간/주, 즉 주당 8시간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4개월간 연장 근무를 포함한 48시간의 근무를 규정하고 있다. 핀란드는 이에 더해 연간 연장 근로를 33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4개월 138시간의 연장 근무도 1년 내내 가능하지는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국은 17주의 평가 기간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은 6개월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시적인 장시간 근로는 가능하지만, 4개월 혹은 6개월간의 규정된 평가 기간 이내에 충분한 휴식으로 보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 시간 제한 방식을, 앞서 이야기한 재해자의 근무 형태에 적용해 보자. 재해자는 이미 4개월간 최대로 할 수 있는 노동 시간 816시간(= 48시간 * 17주) 중 778시간을 12주 동안 끝내버렸다. 남은 5주간은 38시간만 근무하고 쉬어야 하고, 월급은 급여에 연장근로 수당까지 모두 포함해서 받게 된다.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을 적용한다고 해도 17주 중 3주 이상 강제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적어도 그만큼은 쉬어야 인간다운 삶,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이러한 내용으로 주당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의 주 52시간 근로가 입법되었지만, 이를 기만하는 행정해석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번 7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보완이 안 되면 행정해석이라도 제대로 하겠다고 했으니 비정상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국의 노동자가 네덜란드 노동시간법에 따라 일한다면 / 2017.5

한국의 노동자가 네덜란드 노동시간법에 따라 일한다면


콜라비 운영위원


어느 노동자의 이상한 근무 스케줄

수희씨는 모 지역의 어느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요금수납원으로 몇 년째 일하고 있다. 감정노동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미세먼지가 심각해질수록 걱정이 많지만, 이상한 근무 스케줄에는 당최 적응이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은 3교대로 일한다. 아침, 오후, 밤 근무를 초번, 중번, 말번으로 부르는데, 각각 오전 6시~오후 2시, 오후 2시~오후 10시, 오후 10시~오전 6시 근무를 한다. 다른 영업소는 ‘초번-중번-말번’ 순으로 근무하는 곳이 많다는데, 수희씨네 영업소는 ‘말번-중번-초번’의 순으로 근무하는 게 보통이다.

주 5일 근무하는 곳도 있지만, 수희씨네 영업소는 주 6일 근무라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56시간이다. 스케줄은 조금씩 바뀌지만, 대개 ‘말말중중초초’ 이런 식이다. 말번에서 중번으로 넘어갈 때 아침 6시에 퇴근하면 다음 출근인 오후 2시까지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휴식시간이 8시간뿐이다.

중번에서 초번으로 넘어갈 때도, 오후 10시 퇴근, 오전 6시 출근이라 잠깐 자고 일어나 새벽 4시쯤에는 일어나야 한다. ‘말말중중초초’ 스케줄일 때, 마지막 날 초번 근무가 끝나고 오후 2시에 퇴근해 하루 쉬고 다음 날 말번으로 밤 10시에 출근하기 전까지 56시간의 휴식이 주어진다. 가능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잠이 쏟아지기 일쑤. 퇴근과 출근 사이 시간이 부족해 토막잠을 자느라 쌓인 피로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노동시간 관련법을 적용해보면

수희씨의 사례에 네덜란드의 노동시간 법을 적용해보면 어떻게 될까. 관련법을 살펴보면, 일단 주 6일 근무에 ‘말말중중초초’ 이런 스케줄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네덜란드의 노동시간은 4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55시간, 16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48시간이 상한선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간 근무가 16주 동안 16회 이상이면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수희씨의 경우, 보통 1주일에 평균 2회의 말번 근무를 하므로 16주 동안 야간근무 횟수는 16회를 훌쩍 넘는다. 이럴 때, 네덜란드 법에 의하면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을 넘길 수 없다.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하는 스케줄대로라면 수희씨는 통상 주 5일 근무해야 한다. 야간근무 횟수도 16주의 평가기간 중 최대 36회까지 가능하다.


퇴근과 출근 사이 휴식시간을 따져보자. 수희씨가 말번에서 중번으로, 중번에서 초번으로 넘어갈 때, 퇴근과 출근 사이 시간은 8시간뿐이다. 출퇴근 시 준비시간과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집이 가까운 곳이라고 가정해봐도 실제로 휴식이 가능한 시간은 6시간을 넘기기 어렵고 수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네덜란드 노동시간 법에 따르면, 근무가 새벽 2시 이후 끝나는 경우 최소 14시간의 휴식 시간을, 새벽 2시 전에 끝나면 통상의 주간근무자와 같은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네덜란드 법을 적용한다면, 수희씨는 말번 근무인 날은 아침 6시 퇴근 후, 최소 14시간이 지난 저녁 8시 이후에 출근해야 하고, 중번 근무가 끝나는 오후 10시 이후 14시간이 지난 다음 날 정오가 지나 출근해야 한다. 즉, 수희씨의 교대근무가 말번-중번-초번의 순서로 돌아간다면순방향 교대(아침-낮-밤)를 권고하고 있으나,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강제성이 없다. 네덜란드의 관련법이 정해놓은 규정을 벗어나지 않게 된다. 퇴근과 출근 사이 토막잠을 자는 일이 없이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근할 수 있을 것이고, 한 주간 쌓인 피로를 푸느라 쉬는 날의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 네덜란드의 노동시간법(Working Hours Act) 주요 내용

주휴 : 주 5일 근무시 주당 36시간의 연속 휴식, 주 6일 이상 근무시 14일 평가기간 중 최소 72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하며 32시간씩 나누어 두 번 제공 가능.

주당 노동시간 : 4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55시간, 16주의 평가기간 중 주당 평균 48시간까지 가능. 그러나 1주일 60시간 초과 불가.

일요일 근무 : 1년에 최소 13번의 일요일은 쉬어야 함.

야간 교대근무 : 16주의 평가기간 중 최대 36회까지 가능. 연속 7일 넘지 못함.

야간노동시 근무시간 : 24시간 중 평균 8시간 초과 금지.

야간근무시 주당 노동시간 : 16주동안 야간근무가 16회 미만이면 주당 48시간까지 노동 가능, 16회 이상이면 주당 40시간까지 노동 가능.

휴식 시간 : 근무가 새벽 2시 이후 끝나는 경우 최소 14시간, 새벽 2시 전에 끝나면 최소 11시간의 휴식 시간 보장. 12시간의 야간근무 후에는 최소 12시간 보장. 3회 이상의 야간근무 후에는 최소 46시간 보장.



* 이 글은 실제 고속도로 요금소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나, 본문에 등장하는 노동자는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

[기자회견] 노동자는 죽고 시민안전도 위협하는 무제한 노동시간 특례 59조 폐기하라 기자회견


동자는 과로사로, 시민은 교통사고, 의료사고로 죽는 노동시간 특례 59조 폐기하라 


OECD 최장의 노동시간, 자살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서 과로로 인해 산재로 인정된 사망 노동자만 매년 300명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매년 2,000건에 달하는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 신청이 되고 있음을 보면, 실제 규모는 훨씬 더 심각하다. 죽어라고 일하다 결국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하는 노동자 죽음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구로 디지털 단지의 게임 프로그래머 노동자들이 월화수목금금금 노동을 계속하고, 올해만 12명의 집배 노동자들이 과로, 과로자살로 사망했다. 혼술 남녀 PD 노동자의 과로 자살로 인해 방송업계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부르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사망뿐 아니라, 시민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최근의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버스 노동자의 졸음운전이며, 하루 16시간 이상을 일하는 장시간 노동에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의 대표 직종중의 하나인 택시기사 노동자도 법인 택시는 지난 10년간 20%가까이 노동시간이 증가했고, 실 노동시간이 가장 긴 1인1차제의 교통사고율은 68.9%에 달하고 있다. 병원 종사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의료사고로 빈번히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도 죽고 시민안전도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의 대표적 적폐가 바로 56년 동안 개정되지 않은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 조항이다. 지난 1961년 제정된 공중의 편의와 안전을 내세워 제정된 노동시간 특례는 모든 규제를 초월하여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고, 월 100시간 이상의 초과 노동으로 교통사고, 의료사고 남발로 결국 시민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었다. 더욱이 제정 당시만 해도 특수한 경우로 한정했던 <특례>는 규제완화에 완화를 거듭하여 전국 사업체의 60%, 전체 종사자의 42.8%가 특례적용 대상 사업장이 되었다. 60%가 넘는 사업체에게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더 이상 특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찰출, 전국민의 휴식권 보장을 주요한 공약으로 제출한바 있고, 연차휴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대통령부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60%가 넘는 사업체에서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56년 해묵은 노동시간 특례가 폐지되지 않으면 무용지물로 돌아갈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 특례 폐지를 즉각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 과로사OUT 공동대책위원회(준)는 노동자와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노동시간 특례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또한,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부르는 세계 최장의 장시간 노동을 실질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노동자, 시민의 공동행동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17년 7월26일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 (준)


[기사모음]

-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photos/1990000000.html?cid=PYH20170726185700013&input=1196m

- 뉴시스 http://www.newsis.com/view/?id=NISI20170726_0013231379

- SBS뉴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315558&plink=ORI&cooper=NAVER

59조터미널 기자회견 자료0726.hwp


<일터> 통권 161호 / 2017.6



[특집]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의 오늘

28 이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30 우리가 먹는 상추와 깻잎의 진실

32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현실

34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하여

36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싸우는 이주노조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편의점 알바 노동자에게 안전과 건강을 


8 [동향체크] 국민안전처, 안전관리헌장 제정안 제출,

미세먼지로부터 노동자 보호해야

 

10 [포커스] 새 정부가 노동안전보건 정책 위해 지금 당장 실시할 것

 

12 [알기 쉬운 위험성평가] 작업자의 참여 배제 할 우려가 있다

 

14 [현장의 목소리]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문제, 우리사회의 노동인식 바로미터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어우러지는 노란들판을 찾다

 

22 [연구소리포트] 2017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

- 금속노조 A지회 설문조사 분석결과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지 못 한노동자 이야기


40 [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44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국과 핀란드의 야간 교대근무

 

46 [문화읽기] 인간의 조건

 

48 [발칙X건강한 책방] 이 책은 슬픔에 대한 책이 아니다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 노원구 경비노동자의 의로운 죽음

 

52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오랜 기다림

 

54 [이러쿵저러쿵] 꿈 같았던 한 달간의 휴가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노동시간 에세이]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2017.4

누구를,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인가



신경아 노동시간센터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주말과 휴일의 초과근로수당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중소기업 등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중소기업만일까? 대기업 역시 정면으로 나서진 않지만 같은 심정일 것이다. 더 부정적인 해석은 노동시간 단축 개정안이 초과근로수당의 인상을 노린 노조의 꼼수라는 견해다. 많은 기업이 초과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 수당 지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결과적으로 초과근로수당 인상을 통한 임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공공운수노조의 자기희생적 타협안까지 발표되었지만,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늘 그래왔듯이 ‘임금 인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임금 인상 이슈 앞에서 노동시간 단축 주장은 힘을 잃고 왜소해진다. 이런 현상은 노동자나 사용자 모두에게서 발견된다. ‘먹고 살기도 힘든 임금인데, 더 높이기는커녕 노동시간까지 줄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나, ‘생산성을 높여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에서 노동시간까지 줄이면 기업은 망하고 말 것’이라는 위협까지 노동시간은 늘 임금의 종속 변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시간 단축 주장은 더욱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가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래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후보들 모두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잠시 살펴보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칼퇴근법’이란 이름으로 야근 금지를 통한 정시 퇴근을 보장하고, SNS를 이용한 업무지시 등 돌발노동을 금지하며, 최소 휴식시간과 최대 근로시간, 근로시간 공시제 등을 제도화하겠다고 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 주당 노동시간 40시간 완전 정착, 노동시간단축특별위원회 설치와 수퍼우먼방지법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연간근로시간 1,800시간, 포괄임금제와 고정초과근무제 관행 개선, 최소휴식시간, 휴가 저축제, 교대제 개선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연차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고, 육아기 부모의 노동시간을 임금삭감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로 제한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겠다고 한다. (정책 소개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내용이 충실한 후보부터 제시한 것이다.)


후보들의 공약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두드러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19대 대선이 치러지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우리의 긴 노동시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까? 저녁 6시가 되면 칼같이 컴퓨터를 끄고 상사의 카톡 걱정 없이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을까? 포괄임금제라는 두루뭉술한 임금 대신 일한 시간만큼 보상받는 임금체계를 누릴 수 있을까? ‘수퍼우먼’이란 말이 사라진, ‘워킹맘’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을까? 생산성과 노동시간을 등치시키는 후진(後進) 자본주의, 인간의 삶에서 노동 이외에 그 어떤 것의 가치 부여에도 인색한 야만(野蠻)의 시대를 끝내고 말 그대로 ‘휴머니즘’,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의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해지려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관계없이 대선후보들이 한결 같이 노동시간 단축을 외치는 모습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너무 오래 일해 왔고 많이 지쳤다. 청년 취업 빙하기 사회에서 취업을 위해 몇 년씩 고생한 신입사원들이 정작 입사 후 1년을 못 넘기고 직장을 떠나는 데에는 긴 노동시간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긴 노동시간과 무거운 업무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거나 죽음에 이르고 심각한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발생한 게임 산업 노동자의 자살,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의 죽음, IT산업 개발자로 폐질환에 걸려 8년여 간의 법정 투쟁 끝에 산재 판결을 받은 양도수씨의 사례는 언제든 우리사회에서 재발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또 ‘경력단절’ 여성을 돕겠다고 정부가 법까지 만들었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경력을 불연속적인 것으로 만드는 구조는 지속되고 있으며, 긴 노동시간이야말로 그 핵심이다. ‘당당한 직업인’을 꿈꿨지만, 일과 아이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으로 일할 에너지도 정신적 의지도 잃어가는 지친 모습들이 우리사회 ‘워킹맘’의 얼굴이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지만, 한국사회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폐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와 관련해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가?'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만큼 왜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어떤 대답들이 있을까? 쉬기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저녁엔 집밥을 해먹기 위해서? 주말엔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서? 친구도 만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현실을 넘어 우리의 사고(思考)의 한계를 넘어 상상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상상(想像)의 한 가운데, 구심(求心)에 놓인 인간의 성향을 ‘돌봄(care)'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돌봄’이나 ‘케어’라는 단어는 우리사회에서 너무 ‘범람’해서 전혀 신선하지 않다. 어떤 노동자를 ‘OO돌보미’라고 부를 때 우리는 쉽게 그(또는 그녀)의 임금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추측한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기본적인 능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그(또는 그녀)가 하리라고 짐작한다. ‘케어’라는 말 역시 의료 현장과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특수한 숙련(special skill)보다는 일반적 숙련(general skill)에 가깝다. 케어는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이고 그 앞에 다른 단어가 붙어 ‘OO케어’라고 해도 그리 높은 수준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기 쉽다.


그러나 여성학적 관점에서 보면, 돌봄이야말로 노동만큼 가치 있는 인간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이란 것을 하기 전에, 태아(胎兒)에서부터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인간의 존재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다. 인간의 삶은 돌봄에서 시작해서 돌봄으로 끝난다. 어쩌면 사회는 이런 생존과 유지에 필요한 돌봄이란 활동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간의 발명품일지도 모른다. 돌봄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트론토(Tronto)는 “돌봄이란 우리의 세계를 유지하고 지속하고 보수해 나가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이며 돌봄의 대상은 “우리의 몸과 자아, 환경 등 삶을 지속하는 데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돌봄이란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과 같은 특정한 인간 집단이나 시기에 국한된 것이라 아니라 인간의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는 과정이자 활동이다. 또 육체적 활동이자 정신적인 활동이고, 의식주를 충족시키는 행위는 물론 관심과 배려, 친밀감 등 정서적 차원을 포함한다.


트론토 등 돌봄연구자들은 우리는 태어나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그러므로 누군가를 돌보아야 하는 책임 역시 갖는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흔히 ‘인간은 상호의존적인 존재’라고 할 때 여기서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은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성인으로 독립할 때까지 부모 등 타인에게 의존하며, 노인이 되어 역시 타인의 돌봄을 받는다. 또 성인의 시기에도 아프거나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의식주를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간은 혼자서만 살 수 없으며, 먹고 마시고 입고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과 서비스 대부분을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한다.


때문에 돌봄연구자를 포함한 여성학자들은 인간사회의 도덕성 원리로 돌봄의 윤리(the ethic of care)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사회관계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정의의 윤리(the ethic of justice)였다. 이것은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을 기초로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에 기초한 공적 영역의 도덕성 원리다. 그러나 여성학자들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분리된 개인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로 의존하는 존재라는 것이 여성학적 인간관이다. 이런 돌봄의 윤리는 분리되고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관심과 친밀성, 인간관계와 유대, 상호관심, 반응성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가치관이다. 


미국의 법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누스바움(Noussbaum)은 돌봄의 윤리를 중심으로 사회의 정의를 다시 구성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돌봄수혜자)이 시민으로서 정당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돌보는 사람(돌봄제공자)이 타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착취되지 않는 사회를 가리킨다. 지난 역사 동안 인간의 사회에서는 타인을 돌보고 타인으로부터 돌봄을 받으려는 욕구가 지닌 보편성을 폄하하고 돌봄을 주변화해 왔다. 돌봄을 ‘비정상적’이고 ‘일시적인’, 따라서 극복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로 전제하고 사회와 제도를 조직화해 온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의 사회가 노동중심적인 것은 아니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인간 활동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부상했고, '임금노동'이나 '경제활동'이 인간의 지위를 평가하는 최우선적인 규준이 되었다. 그리하여 맞게 된 일 중독 사회에서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과잉 생산 된 상품을 팔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그리고 과잉 생산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아픈 이를 돌보고, 노인을 보살피는 일은 저평가되고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 되었다. 그뿐이랴? 이런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빼앗겨 왔다. 총체적인 돌봄의 위기, 돌봄의 공백상황이다.


세 아이의 엄마인 여성공무원이 직장에서 쓰러진 후 정부는 뒤늦게 매월 1회 금요일 4시 퇴근을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시간 단축인가? 아니다. 일찍 퇴근하는 만큼 빠지는 근무시간을 다른 날에 덧붙이겠단다. 이것은 좋은 제도인가? 돌봄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결론은 부정적이다. 우리의 일상적 돌봄은 1일 단위로 이루어지며, 매일 일상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밥을 지어 먹고, 아이들을 돌보고, 쉬어야 하는 것은 매일 치러야 하는 재생산 노동이다. 한 달에 한번 몰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평일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퇴근이 늦어지면 돌봄은 더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일하는 부모들은 더 늦어진 퇴근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귀가시간을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노동시간 조정인가? 노동시간 단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동시간 에세이]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2017.3

노동시간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칼퇴근법, 저녁이 있는 삶,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연간 노동시간 상한제 등, 벌써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제도조차 오랫동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주당 노동시간에는 주말근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잘 이해되지 않는 셈법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다.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또 하나의 분노 자극 패키지가 있었다. "금요일에는 4시에 퇴근하자". 이런 정부의 정책안에 대해 시민들은 "집에 가서 일하라는 거냐?" "탁상공론이다" "그동안 사내 소등제, PC 셧다운제, 수요일 가정의 날. 모두 해봤지만, 결국 바뀌는 건 없었다." 등의 의견을 드러냈다. 정책이 실제로 작동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논의구호는 분노만을 가져올 뿐이다.


그런데도 노동시간 문제가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우선순위가 비교적 높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스웨덴의 요양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루 6시간 노동을 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간호사들의 병가가 줄어들고,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추가비용의 발생 등으로 지속하지 못하고, 당장은 실험으로 그치긴 했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모든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노동시간 관련 논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노동시간의 양극화가 발생하고 파트타임,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지는 것도 노동시간 단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어떻게 단축할 것인가

유럽에서 진행된 노동시간 단축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해 놓은 연구가 있다. 첫째는 장시간노동 단축유형이다. 극단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당연히 필요해서 생겨난 유형이다. 산업화가 진전되면, 장시간노동은 기업의 경쟁력에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서, 혹은 소비 주체로서의 노동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노동조합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여러 정치적 캠페인이 진행되었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쟁취를 위한 대사용자 투쟁이 이어졌다. 


이러한 19세기-20세기 초에 벌어졌던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전략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유효하게 남아있다. 특정 산업이나 직종에서 초과근무를 당연시하거나, 생활임금 확보를 위해 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통해 표준 노동시간을 규정하거나, 노동시간의 최고한도를 설정하는 방식 등이 유효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연간 1,8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정치적 캠페인이 노동법 개정 등을 통해 반영되는 방식이다.


둘째는 진보적 노동시간 단축 유형이다. 자본주의의 생산성 향상과 잉여 가치를 노동자들도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한 요구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가족과 공동체 활동의 증가, 삶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셋째는 일자리 나누기 유형이다.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꺼낼 때 일자리 창출과 연관하여 주장한다. 특히 이러한 일자리 나누기 유형은 경제불황기에 고용유지, 정리해고 회피 목적으로 주장된다. 우리나라 민주노총, 한국노총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된 정책 방향으로 주장하고 있다. 


넷째는 노동시간 유연화 유형이다. 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소위 표준노동시간의 개념을 바꾸는 전략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노동하고자 하는 것이고, 사업주는 노동시간과 영업시간을 일치시키지 않아도 되는, 24시간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유연화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은 주말노동과 다양한 형태의 파트타임 증가를 낳고 있다. 돌봄노동을 위한 목적과 삶의 시간에 대한 재량적 사용이라는 노동자의 목적이 온전히 고려되기보다는 노동에 대한 효과적 사용이라는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활용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증가, 교대제 확대, 노동시간의 양극화 발생 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법 개정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개별 기업 수준의 이행 과정은 업종이나 기업별 특성, 노동자들의 요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보장 수준, 교육, 주거 등의 사회 문제와도 연결되며, 직접적으로 임금 수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생활임금이 확보되지 않은 노동시간 단축은 있을 수 없으며, 사회보장 수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확보를 위해 자발적인 노동시간을 늘리는 현상을 막아내기 어렵다.


대선 이후, 우리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꼭 대선후보들만의 몫은 아니다. 대선 시기에 우리 사회의 주요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논의를 통해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할일 수 있다.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대선 이후, 우리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라는 기획연재를 준비했다. 이 기획의 첫 번째 주제로, 사회 정책 차원에서 육아를 비롯한 돌봄노동에 대한 노동시간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육아휴직에 대한 다양한 정책 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는 저출산 예방대책으로도 논의되고 있다. 육아를 위한 단시간 노동도 이미 많은 논의와 비판이 있었다. 돌봄 노동을 위한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길 것이다. 두 번째 주제로는 "노동시간 특례제도와 과로의 기준"을 다룰 예정이다.


이미 과로사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쟁점이 되고 있고,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의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노동자 절반이 노동시간 특례제도에 의해 주당 12시간까지만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현재근로기준법의 예외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 노동자, 운전노동자, 경비 업무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은 52시간, 68시간을 넘어 주 80시간 노동도 불법이 아닌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법 규정에서는 장시간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과로의 기준을 고찰하는 글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주제는 야간노동과 교대근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다룰 것이다. 야간노동이 암 발생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병원, 소방, 경찰 등의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야간노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외 영역에서 수많은 야간노동과 교대근무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일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에 대한 고민을 담을 예정이다. 


네 번째 글은 과연 노동시간만 줄이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노동시간은 줄였으나, 노동하는 시간 '동안'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단위 노동시간 동안 노동강도가 증가하거나,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만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는 또 다른 논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이번 기획에서 다루는 주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 했던 임금, 교육, 주거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과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관행화되어 있는 야근 구조, 조직 내 권위적인 문화, 심야 공공 교통 서비스 정책, 시간제 임금 구조, 관행적인 기한 압박으로 인한 몰아치기 노동 등도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주제들이다. 


이제 곧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가 끝나도 이 고민이 중단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고민과 과제가 많지만, 당장 먼저 해야 할 것도 있으니까.

<일터> 통권 160호 / 2017.5




[특집] 4.28과 5.28의 의미 30 4.28과 5.28의 의미 

32 산재사망, 기업이 책임지게 해야 줄일 수 있다 

34 안전의 사회적 가치 

36 구의역 참사 1년이 남긴 숙제 

38 아직도 전국 곳곳이 구의역이다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산재 사망 노동자 유가족 우선채용이 어떻게 고용세습인가? 


8 [동향체크] 배달 노동자의안전과 건강을 위한 움직임 


10 [포커스] 2017 최악의 살인기업 누구였나? 


12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보기 


14 [현장의 목소리] 콘크리트에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호두과자 세 개 


22 [특별기고] 19대 각 대선 캠프에 노동안전보건 정책 방향을 묻다. 


27 [사진으로 보는 세상] 


40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저는 노동자입니다. 


42 [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46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한국의 노동자가 네덜란드 노동시간법에 따라 일한다면 


48 [문화읽기] 신기루 앞에 선 노동 


50 [발칙X건강한 책방] 고단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 사랑할 수 있는 힘


5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역량향상, 동기부여, 성과향상 프로그램의 실체 


54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1,091일만에 세월호 인양되다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일터> 통권 159호 / 2017.4





[특집]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28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방안 내놓으라

30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2 차례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대한민국 잔혹사,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실습생의 죽음


8 [동향체크] 산재요양 처리하며 만난 노동 현장 적폐


10 [포커스] 학교가 위험하다!


12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우기 5


14 [현장의 목소리] 투쟁하는 노동자 잡는 손배가압류에 우리 함께 손잡고 희망을!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건설노동자'라고 불러 주세요 


22 [연구 리포트] "선생님, 안녕하세요?"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일하다 걸리는 폐병은 쌍팔년도 얘기 아닌가요?


40 [노동시간_기획]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44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산업안전보건 국제적 기준과한국 현황 비교 연재를 시작하며


46 [문화읽기] 행복을 사세요!


48 [발칙X건강한 책방] 광부들의 삶에 대하여


50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산재법상 허울뿐인 사업주의 조력 의무


52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늑장 인양" 후 "졸속 인양"


54 [이러쿵저러쿵] 물고기를 키운다는 것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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