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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간 「일 터」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폭염 속 노동시간 / 2018.08 폭염 속 노동시간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그림] 카유보트, 마루를 깎는 사람들(1875, 오르세 미술관) 남성 노동자 세 명이 마룻바닥을 대패로 긁어내고 있다. 건축 막바지에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다듬는 작업이다. 날씨가 몹시 더운지 세 명 모두 웃옷을 벗어 던졌다. 한여름에 무릎을 꿇고, 힘을 다해 바닥을 긁어내는 일을 하다 보면, 옷이고 뭐고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서너 시간 같은 일을 하다보면, 무릎, 허리, 어깨, 손가락 어디든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오늘이 이 일을 처음 하는 날이 아닌 이상, 어쩌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여기저기 아파질 것이다. 꿇어앉아 체중을 지탱해야 하는 무릎은 뻐근할 것이고, 뻗었다 당겼다 반복해야 하는 어깨는 묵직하고, 대패를 꼭 쥐어야 하는 손가락은 .. 더보기
[연구리포트]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 2018.08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1. 한 노동자의 폐암으로부터 시작된 노동안전보건활동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이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공간이라면, 같은 넓이의 지하 2층은 수하물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수하물은 얼기설기 놓인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흘러간다. 수하물처리시설은 기본적으로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유지보수업무는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얼마 전 인천공항 지역지부 노동조합을 통해 17년간 24시간 교대로 하루의 1/3을 수하물시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보냈다던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과 건강한노동세상은 이 노동자에 대한 산.. 더보기
특집5. 노동자에게 필요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 2018.08 노동자에게 필요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되어야 한다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본부장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는 2008년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여 설치된 업무상 질병 판정 전문기구다. 뇌심혈관계질환을 비롯하여 근골격계 질환 및 암 등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 판단이 어려운 업무상 질병 판정의 전문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됐다. 과거 업무상 질병의 경우 전문성 부족 및 편파적인 판정으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업무상 질병이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인정이 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어 노동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질판위가 설치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질판위 설치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질판위가 노동자의 업무상질병 인정에 큰 .. 더보기
특집4. 질병판정위원회 10년 노동자 직업병 산재인정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 2018.08 질병판정위원회 10년 노동자 직업병 산재인정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다. 질판위 도입 이전 직업병 산재심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진행되었고, 민주노총은 불공정·불승인 남발과 장기간 소요되는 산재심사의 문제를 제기하며 '독립적· 객관적 심의기구'와 '선(先) 보장 후(後) 평가제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2006년 산재보험제도 노사정논의에서 직업병심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구성'이라는 단 한 줄로 정리됐다. 그러나 그 구성과 운영에 대한 논의 없이 정부의 일방적 추진으로 2008년 제도가 도입됐다. 또 뇌·심질환 등 직업병 인정기준이 나빠지고, 오히려 산재 불승인이 남발되면서 민주노총은.. 더보기
특집3. 왜 / 2018.08 왜- 최근 불승인 사례를 중심으로 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안재범 (운영집행위원,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7월 2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 10주년 기념식을 했다.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질판위가 지난 10년간 심의 안건만 9만 2000여 건에 이르며 직업병 인정률은 2010년 36.1%, 2013년 44.1%, 2017년 52.9%로 상승했고 판정위원도 218명에서 550명으로 대폭 늘었다"는 평가를 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도 여전히 질판위의 엉터리 심의와 부실한 운영능력으로 인해 억울한 불승인 처분이 나오고 있다. 재해자는 이미 정신적·물리적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산재 승인 여부까지 다퉈야 하는 탓에 결국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최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에.. 더보기
특집2.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바란다 / 2018.08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바란다 유상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2012년 7월, 도시철도 기관사의 자살 사건 대리인으로 구술 심리에 참석했다. 당시 다른 심의위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서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아래 질판위) 위원장만 50분 가량 집중적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당시 위원장은 이 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는 다양한 이유를 세세하게 열거하면서, 대리인에게 반박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라는 태도로 심리를 진행했다. 당연히 사건은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방법원에서 승소한 뒤 고등법원까지 올라가 업무상 재해로 최종 인정됐다. 몇 개월 후 질판위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회의에 참석했다. 위원장은 멋쩍은 표정으로 내게 악수했고, 아주 공손하고 차분하게 그.. 더보기
특집1.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의 기록 / 2018.08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0년의 기록재현 선전위원장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는 2006년 12월 노사정 합의 이후 2008년 7월 1일 발족했다. 질판위는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 질환 등 업무 관련성 평가가 어려운 업무상 질병 판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질판위원은 변호사 또는 공인노무사, 의사, 산업재해보상보험 관련 업무 5년 이상 종사자 등이 판정위원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 7월 산업안전강조주간을 맞아 질판위 10년 기념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근로복지공단 심경우 이사장은 아래와 같이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명실상부한 업무상질병 전문 판정기구로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더보기
<일터> 통권 173호 / 2018.07 통권 173호 / 2018.7특집 : 노동자 건강권 vs 기업의 영업비밀 4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와 삼성의 몽니 8 백혈병 소송을 통해서 본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에 대한 소고 10 노동자 건강권의 바로미터 14 노동자 알 권리 거부하는 인천공항공사 16 [지금 지역에서는] 충남서북부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의 시작과 앞날 18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산재 사망증가와 트럼프 정부의 예산 축소 20 [국제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2 [연구 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2) 26 [안전과 건강 칼럼] 빛바래선 안될 청사진 28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과로와 인종주의 영화 31 [사진으로 보는 세상] 32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더보기
[만평] 별반 다를게 없는... / 2018.07 더보기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 검토 연구]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 2018.07 건설업 안전보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ILO 167호 건설안전보건 협약 검토김세은, 선전위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ILO 협약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제167호 건설안전보건협약¹⁾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1988년에 제정된 이 협약은 건설 현장에서 안전보건상의 위험요인이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원칙과 여러가지 기술적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비준하지 않는 상태이다.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조이 협약에서 눈여겨봐야 할 한 가지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보건문제에 대한 책임이 원 계약자, 즉 원청, 또는 ‘현장의 일차적인 책임·통제권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건설업은 사고 발생 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 더보기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 2018.07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이이령, 운영집행위원/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수명은 모르긴 몰라도 한참 줄어들었을 겁니다. 1차전 스웨덴과의 시합 전 결의에 찬 당당한 표정은 두 경기를 내리 진 1주일 만에 폭삭 늙고 지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직무스트레스는 너무 심해 감독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연상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에 폭삭 늙어버린 신태용 감독을 보고 나니, 저는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할때 만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생각 났습니다.신규 간호사 대상 특수건강진단#1. 23세 여성 신규 간호사인 김신규(가명)가 ‘배치전 건강진단’을 위해 진.. 더보기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 현장에도 노조가 생겼어요! -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인터뷰 / 2018.07 우리 현장에도 노조가 생겼어요! -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인터뷰재현 선전위원장 “같은 현장에서 일하지만 업체가 다르다고 말도 못섞게 했다.”“아내가 출산하기 직전인데 네가 가서 뭐 할 게 있냐고 응급차 부르고 계속 일하라고 했다.”“아버지 임종도 못 지켜드리고 현장에서 일해야 했다.”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일해왔다. 회사가 하라는 대로 길들여져서 그게 문제인 줄도 몰랐다던 그들이, 최근 노조를 만들고 인간임을 선언했다. 이후 조합원들은 UPH 속도에 내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속도에서 일하겠노라 외치며 투쟁에 나섰다. 이후 10년, 20년 일해도 바뀌지 않던 현장이 개선되고 있다. 투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 더보기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저희는 영어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 2018.07 저희는 영어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국제회의 통역사 전소희 님 인터뷰재현 선전위원장 최근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가 평화의 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언론은 방대한 양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각국 정상들 못지않게 ‘그림자’들이 주목을 받았다. 바로 통역사이다.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역사적인 순간이기에 각국 정상과 그들의 입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이번 는 통역사로 일하는 전소희 님을 지난 6월 26일에 만났다. 사람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역할“한국에서 통역사는 주로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통역하죠. 때로는 번역일도 하고요. 통역과 번역 중에 더 많이 하는 일은 대중없어서 뭐라 딱 말하기 힘들어요. 통.. 더보기
[현장의 목소리]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 2018.07 실적이 인격이라 하는 회사를 향한 IT노동자들의 싸움!-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 인터뷰나래 상임활동가 미국계 IT회사 한국오라클(ORACLE)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솔루션, 클라우드 어플리케이션을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으로 서버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들어보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계 IT업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선망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한국오라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은 지난 5월 16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을 진행하며 일터를 바꾸기 위한 행동에 돌입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월 12일 한국오라클노동조합 김철수 위원장을 만났다. 이날도 조합원들은 파업 참.. 더보기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과로와 인종주의 영화 <히든 피겨스> / 2018.07 과로와 인종주의영화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 영화 의 한 장면 인종주의가 씌우는 가면제주도에 몰려든 480명의 예멘 난민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마치 이 민족이 평화로운 남쪽 섬을 침략이라도 했듯이 제주도의 여성과 아이들을 그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그렇다. 예멘 난민들의 90%가 20~30대 남성이며, 그들은 브로커를 끼고 입국했다. 이로부터 ‘가짜 난민’설까지 등장했는데, 저들은 인도주의적 보호를 보장받아야 할 난민이 아니라 잠재적이지만 곧바로 현실화할 (성)범죄자집단이자, 불법 체류자들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멘에서 밀입국한 480명은 ‘예멘인’이거나 ‘난민’이 아니라 (성)범죄자로서 예멘인으로 표상된다.인종주의는 ‘순수한 집단’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