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 작업중지권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 /2015.10

작업중지권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

현대중공업 하청지회 정동석 노안부장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팀



작업중지권을 확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고용 자체가 보장이 안 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상황에서 작업중지권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주제로 느껴지기 일쑤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작업을 중지하면‘생업'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뻔히 일하다 다쳐도 119구급차를 부르지 못하고 트럭에 실려 나가,‘자전거를 타다 다쳤다' 고 진술해야하고, 산재 요양 신청조차 용기가 필요한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은 절실한 문제다. 2014년 현대중공업에서 모두 11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는데,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는 작업중지, 혹은 거부나 회피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하여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정동석 노안부장을 만나 하청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어떻게 누릴 수 있을지 토론했다. 


작업중지 전에 회피할 권리 먼저 

"작업중지권에 앞서, 노동자가 최소한 작업거부권 즉,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는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그것도 어렵다. 사실 하청 노동자 뿐 아니라 직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 대의원 정도 되지 않고서야 작업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힘든게 현실이다. 이러니 하청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이 발동되는 의미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느낄 수가 없다. 


하청 노동자들한테 작업중지 발동권은 남의 일, 먼 나라의 얘기다. 나 같은 사람이나, 사내하청지회 활동가들 정도 되면‘이거 위험하다, 안 된다’고 얘기하고, 직영노조라든가 안전과에 제보라도 할 용기가 있겠지만, 우리 활동가들조차 안전보건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그렇게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일반 조합원이나 조합 가입도 하지 않은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작업중지권을 만약 발동하게 되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불이익이라는 것이 손해배상이라든지 이런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작업거부권을 잘 못 행사하다 보면 역으로 회사에서 작업지시 불이행이라고 트집을 잡힌다. 그렇게 되면 징계위원회까지 회부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니까 작업중지권이 진짜 너무 힘든 얘기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정당한 작업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할 때도, 현장을 보존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증거를 남기는 등 치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작업지시 불이행으로 마구 몰아간다. 두 번 다시는 그런 문제 제기를 못 하도록 하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작업중지 발동이 하청 노동자들한테는 진짜 꿈같은 얘기다." 



안전 책임지지 않는 원청

물론 작업 중지, 작업 거부를 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 많다. 정동석 노안부장은 현대중공업이‘안전에 있어서 낙제점' 이라고 말한다.


"도크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골리앗 크레인이 블록(조선소에서는 철판 등을 잘라 블록을 만들고 이 블록들을 접합해 배를 완성한다)을 탑재하고 이동시킨다. 크레인이 레일을 따라 이동할 때, 노동자들 머리 위로 그냥 지나간다. 이런 상황은 작업중지 발동을 떠나, 원래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블록 자체가 크레인에서 떨어지는 일은 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블록 안에 볼트나 너트가 빠져 있을 수도 있고, 적치물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크레인이 블록을 옮길 때는 그 밑에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생산 우선, 안전은 그 다음이다.


직영노조에서는 작업중지권 이후에 혼재 작업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빙산의 일각이다. 내가 지금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면, 위에서 절단하고 있는데 밑에서 용접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다 다치면 ‘너 거기 왜 갔느냐’ 고 한다. 다친 사람한테 거기 왜 들어갔느냐고. 현장에 오셔서, 배 만드는 도크장 제일 위 상부 데크에서만 왔다 갔다 해도 크레인 탑재하는 것부터 혼재 작업 들어가는 것하고 다 보인다. 이 모든 작업에 대한 지시권, 공정 관리는 모두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한다. 그런데 사고만 나면, 자기 식구 아니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사용자성 부인해버리면 끝이다. 사고 나도 처벌 받는 놈은 아무도 없다. 뚜껑이 열린다. 이런 상황 생각하면 늘 입에 욕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만드는 배마다 책임자 이름이 쓰여 있다. 조선 책임자, 건조 책임자 하는 식으로. 이 사람들이 모두 직영 직원들이다. 그러니까 이 배는 말 그대로 직영이 만든 배이고, 현대중공업 지배하에 하청 노동자가 일한다는 거는 누가 봐도 뻔한 건데 부인을 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안전을 도외시한 원가 절감 노력이 벌어진다.


"안전은 뒷전이라는 게, 안전보호장구도 제대로 안갖춰준다. 한 달에 가죽장갑 세 켤레, 반코팅 장갑 세 켤레, 흰 목장갑 세 켤레가 지급된다. 그래 놓고는 더 는 지급이 없다. 만약 비가 오면 케이블 같은 걸 당기는 작업 하면서 가죽 장갑이 금방 망가져 버린다. 장마 기간에 말은 감전 주의 좋은데, 실제 감전을 방지할 수 있는 장갑조차 제대로 지급이 안 되는 것이다. 사장이 새로 오면서 원가절감 시킨다면서, 소모품이고 뭐고 50% 감축시키겠다는 거다. 심지어는 일하는 데 드는 소모성 자재들, 용접 팁이나 절단기 등도 개수를 정해놓는다. 일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답답할 정도다. 이러니 안전에 돈을 들일 리가 있겠나."


최근 들어 조선소 중대재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2015년에는 현대중공업 직영 노동조합에서 작업중지권도 단체협약에 들어가게 되었는데도 회사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우리 조합원 한 명이 1인 시위를 해서, 족장(비계) 야간작업 하자는 건 무산시켰다. 원래 족장 작업은 위험하니까, 야간작업은 안 했는데, 원청 주도로 이걸 시도한 거다. 실제로 한 며칠간 야간작업을 시켰다. 낮에도 위험한 일인데. 이런 일은 다 원청이 주도하는 거다. 하청 업체 사장들도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위험 부담은 하청 업체가 고스란히 지기 때문이다. 만일 야간 족장 작업하다가 사고 나면, 하청 업체가 다 책임져야 하니 하청업체들이 나서서 이런 시도를 하지는 않는 거다. 원청 입장에서는 밤에 족장 깔아 놓으면, 낮에 다른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으니 이걸 원하는 거다. 이걸 우리 동지 한 명이 나서서 1인 시위를 통해 막아냈다."


대외적으로는 잇따른 사망 사고 때문에, 안전경영에 힘쓰겠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산재 사망 왕국 현대중공업의 현실이다. 이런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거절하는 일도, 한 명이 용기 내서‘1인 시위' 라도 벌이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하청 노동자들의 처지다.


작업중지권의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에서

현대중공업에 작업중지권 단체협약이 생기고, 안전경영 노력한다고 해도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에 실질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동석 노안부장의 진단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이 실제로 나아지기 위해서는 하청 고용 구조가 개선돼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고용 구조가 바로 나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동조합 가입률이 높아지고 하청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동석 노안부장이 생각하는 시작은 무엇보다 교육이다.


"노동조합에서 하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사측 안전교육에서는 ‘늘 다치는 놈만 다친다’고 가르친다. 개인 부주의 탓만 하고, 자기들이 해야 할 역할은 쏙 빼버리고 말을 안 한다. 그런 교육만 받으면 모르는 사이에 거기에 물들게 된다. ‘아, 씨, 이거 내가 실수했네.’ 하면서 다쳐도 다쳤다고 말하는 것을 미안하게 여긴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순진한지 모른다.


교육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정당한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한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노동조합 차원의 안전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 시간을 누가 할애해주는 것이 아니니 자기 시간을 내야만 한다. 게다가 아직은 하청노동자들이 그 동안 악랄한 노무관리 때문에 겁도 많다. 안전 교육, 건강 교육 때문에 한번 모이자고 해도 모이기가 쉽지 않다. 찍힐까 봐 겁이 나는 거다. 그래서 직영노조에 바라는 게 조합 산보위에서 하청 노동자 안전교육을 건의해보려고 한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하청 노동자 안전교육을 1년에 1~2번이라도, 한 시간씩 두 번만이라도 해보는 게 지금 바람이다.“


찍혀본 사람의 불안과 공포

조합원과 함께하는 교육 한 번 잡기 어려운 상황이 답답하지만, 조합원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아픈 경험을 충분히 이해한다.


"어디서 찍혀본 적 있나? 저 집단에 한 번 찍히면 아프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공포심리가 생기고, 그러니 교육마저 일정을 잡아서 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하청노조도 현장에서 중식선전전도 하고, 직영노조랑 같이 집단가입신청도 받고 캠페인도 열면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이런 공포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다 알고 있고, 답도 뻔히 나와 있다. 한꺼번에 노동조합으로 오면 해결되는 것이다. 불합리한 구조를 깨부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논리이고 간단한 계산인데도 그게 잘 안 된다. 뒷짐 지고 서서는 다 해주기를 바란다. 활동하는 입장에서는 기운이 빠진다. 뭐, 이런 얘기 하면 밖에서는 하청 노동자들 왜 그렇게 할까, 바보인가 하겠지만, 바보라서가 아니다. 오래도록 불합리한 고용구조에 시달리고, 괴롭히는 노무관리에 데여서 그런 거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하청노동자들의 이런 공포와 불안에 맞서 싸우고 있다. 수년에 걸친 산재 은폐 고발이나, 노동조합 집단 가입 신청 운동, 안전을 무시한 야간 족장 작업을 무산시킨 활동, 노동조합 주도의 교육을 열기 위한 노력이 모두 그렇다. 하청지회의 이런 활동 속에서,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공포와 불안을 이기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동조합가입과 노동안전보건교육이라는 하청 지회의 작지만 중요한 발걸음이,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과 삶을 기준으로 노동을 바라보는 시작이 되기를 응원한다.


[작업중지권 기획]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활동가 간담회 /2015.9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활동가 간담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지난 8월 12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당장멈춰팀에서는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주체 간담회’(이하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일터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간담회에 참여한 현장동지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간담회에서는 ‘매뉴얼을 왜 만들고자 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 ‘어떤 형식이 좋을지’ 등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진행됐다. 이번 일터 140호에서는 지난 간담회에서 나눈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노동조합의 현장활동으로 진행되는 작업중지

 

저희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작업환경의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부서의 대의원이 회사의 담당 부서장과 관련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요. 그에 따라 문제공정에 대한 개선을 진행합니다. 최근에도 소개해 할 만한 일이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 절삭유절삭유(切削油)는 기계 가공에서 공구의 냉각과 윤활을 위해서 사용되는 액체로, 윤활 작용에 의해 절삭 공구의 수명을 연장한다. 냄새가 심해서 조합원들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조합원들이 대의원을 찾아갔고, 대의원이 바로 부서장을 찾아가서 절삭유 냄새 때문에 작업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후, 냄새가 빠질 때까지 환기를 하며 작업을 미루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상적 현장활동으로 작업중지가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노조차원에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관련한 절차가 모두 진행된 후에 사후적으로 노조에서 보고를 받아 확인한 건데요. 보고를 받은 후에 저는 현장에 찾아가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했고, 재발방지에 대한 계획을 회사와 함께 수립했어요.

또 한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면,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얼마 전 폐수처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거든요. 시설이 워낙 낡아서 지붕까지 타버렸습니다. 소방서에서 출동해서 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천장을 깼는데, 그때 폐수처리장 천장이 슬레이트로 된 것을 발견한거죠. 그런데 화재 발생한 바로 다음날, 담당 과장이 태연하게 배전반 인원들을 투입해서 정리작업을 하는 거예요. 슬레이트가 석면이라 무방비로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 석면 슬레이트는 발암물질이고, 제거를 하기 위해 주변을 전체적으로 밀폐를 한 상황에서 석면철거 전문업체가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라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투입된 작업자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때마침 작업이 진행되는 날이 금요일이었고, 당장 폐수처리장 정리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 예정된 특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 불만스러웠던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작업중지를 하도록 조치를 취했고, 석면 철거 전문업체가 오게 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대로 해야 할 것이니, 그대로 지키자고 회사를 압박하니까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두원정공 지회 노안부장 손상기

 

각 사업장의 특성을 넘어설 수 있어야

작업중지라는 것이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무겁게 받아들일 만한 사안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사실 두원정공은 소문난 강한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으로 작업중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정착된 거잖아요. 그렇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도 사실 작업중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고민의 출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장에 노동조합이 있거나 없거나, 또는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조직력 이 있냐 없냐, 그리고 조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와의 관계에서 노조가 힘이 더 세냐, 약하냐 이런 차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 이런 각기 다른 조건들이 작업중지권을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몇몇 사업장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례이거나, 꿈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일 테니까요.
- 갑을오토텍 지회 노안부장 안재범

 

산안법 위반 사항에 대해 노동부가 내린 작업중지 명령그런 수준에서 저도 현장에서 고민이 있었어요. 사실 최근 갑을오토텍은 사측과 지속적으로 싸움을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측과의 갈등이 굉장히 고조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진행하는데, 사측이 생산을 하겠다고 관리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때 노동부가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하도록 강제해서, 부분적으로 작업중지를 실행했습니다.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위험한 기계 설비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안내, 특수건강검진 등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채, 관리자들이 투입되어 무리하게 설비를 가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니까요. 이에 대해서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노동부가 직접 나서서 9일간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죠. 이런 사례를 알려내고, 현장에서 가능한 지점을 찾아내는 등 고민을 같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갑을오토텍 지회 노안부장 안재범

 

왜 해야 하는지, 충분한 근거를 갖도록!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이 ‘어떤 상황일 때 라인을 멈춰야 하나, 설비가동을 중단해야 하나’의 판단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게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당장 라인을 멈추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만한 상황에서 작업중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실 앞뒤 안가리고 작업중지를 해야 할 상황인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 노동현장에서 작업중지를 해서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회사로부터 징계에 회부된다거나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잖아요.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거든요. 산업안전보건법 26조에 노동자의 ‘작업중지’를 명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법에 이런 게 있다고 알려주는 기본적인 교육이 물론 필요하지만, 한편 이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중지를 했다면, 즉각적으로 임시 산업보건위원회(혹은 노사협의회)를 개최한다든지, 그에 따라 산업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회에서 사고 조치에 대한 합의와 마무리를 절차를 갖는다든지 등의 안내와 교육이 현장에선 매우 필요합니다.
각 현장의 특성에 따라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이후 중지부터 마무리까지의 절차 등 현장마다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는데, 이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또 회사마다 작업중지를 하게 되면 업무방해에 따른 사측의 탄압이나 압박이 있는데, 각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등도 같이 토론하거나 얘기를 나눈다면 좋겠습니다.
- 한국지엠 지부 조합원 안규백

 

현장조합원이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작업중지를 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 노안부장이나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조합원이 어떻게 이해하도록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흔히 생각하는 사고만이 아니라, 유기용제 중독이나 각종 질병을 초래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것이 작업을 중지할 사안이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죠. 가령, 두원정공의 노동조합이 예전 어용노조이던 때가 있어요. 당시 저를 포함해서 테스트공정에서 기름을 다루던 작업자들이 손에 다 피부병이 생겼어요. 그때 당시 어용노조 노안부장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병원을 가겠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나서서 막더란 말이죠. 그래서 노조 통하지 않고 바로 부서에 얘기를 했죠. “이렇게 일 못 하겠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최소한 문제에 대해서 확인하고 짚고 넘어가자고 해서, 모두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주사를 맞고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사실 작업중지는 ‘어떤 어떤 경우에 하는 것이다’라 고 현장에 따라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있죠. 아니, 오히려 안 정해져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노사관계의 문제이고 힘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조금 구체적으로 근거를 갖도록 하는데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조에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 두원정공지회 대의원 엄정흠

 

자본에게도 작업중지의 필요성을 각인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사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사례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비슷한 것 같아요. 모두가 사전 예방을 위해 라인이나 설비를 멈췄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상황이니까 말이죠. 사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호나 예방을 위해, 작업중지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본에게 더 큰 손해가 발생 한다는 것을 자본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오늘과 같은 간담회를 계기로, 작업중지 투쟁을 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외롭고 힘겹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도 삼성반도체에서 발생한 백혈병 사망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책임을 묻는 싸움을 하면서, 반도체 전자산업의 유해한 작업환경이나 직업병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작업중지권 투쟁 또한 그런 사회적 의제와 쟁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한국지엠 지부 조합원 안규백

 

무엇이 '위험'인지도 함께 얘기돼야

 

예전에 철도 노조 인터뷰했을 때 해주신 말씀인데, 작업중지권 자체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어떤 때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합원이나 활동가들이 잘 알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산안법 상에 사업주 의무로 돼 있는 안전상의 조치, 보건상의 조치, 각 사업장별로 특별히 유의해서 살펴야 하는 안전, 보건 문제들을 먼저 잘 알아야 위험을 인지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뉴얼이 이런 내용을 잘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가 먼저 만들려는 매뉴얼은 금속노조 소속 노동조합 활동가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나아가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도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려면, 이런 내용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일수록 '작업중지가 필요한 위험 상황'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일테니까요.
- 당장멈춰팀 푸우씨

[작업중지권 기획]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2015.8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덕규 노동안전보건실장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20151, 현대중공업 단체협약에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을 처음 규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있었다. 중대재해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사업장에서, 오랜만에 들어선 민주 집행부가 노동안전문제를 적 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체결한 단체협약이라 기대도 컸다. 20154월 단체협약의 매뉴얼을 확정하고 노조간부 52명이 작업중지권을 부여받았다. 20155월에는 단체협약에 근거해서 처음으로 작업중지권 을 발동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작업중지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느끼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덕규 노동안전보건실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2014년 초 단체협약 체결 전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작업중지권이 없었나?

이전 집행부에서도 단체협약상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작업중지를 하게 돼 있었다. 그렇게 쓰는 작업중지는 사실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는데도, 앞 집행부가 12년 동안 이것조차 거의 활용을 못 했다. 2013년 단체협약 협의가 늦어지면서, 2014년 초에 체결되었다. 단체협약에는 산업안전보건관계법상의 안전시설 미비시 필요한 시설 보완 조치를 조합이 요청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조합은 작업을 중지시키고 회사에 통보하고, 회사는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단체협약 만들 때 대우조선 등 이미 다른 사업장에 서 시행되는 협약안을 참고했는데, 안전상의 조치가 안돼 있는 것을 발견하면 곧바로 우리가 작업중지 스티커를 발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한계로 남아있다. 일단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이 회사에 시정을 요청하고, 이 조치가 안 되면 작업중지권이 발동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매뉴얼에 따라 원인 분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후에 작업중지를 해제하게 되어 있다.

 

어떤 상항에서 해제할 수 있는지 잘 정해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 단체협약의 보완책으로 작업중지 매뉴얼을 20151/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회사 안전부랑 노안실이 같이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작업중지 범위는 해당 장비나 작업구역으로 정했고, 노동조합 집행부에 작업중지 권한을 부여했다. 중요한 내용이 작업중지 후 업무 재개에 대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개선을 요청하거나 작업중지를 한 경우에는 회사가 노사합의로 정해놓은 양식의 개선대책을 작성하여 노동조합에 제출하고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어떤 조선사업장 노동조합에서는 단순한 개선대책이 아니라,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부서장 각서까지 받고 있다. 우리는 현재 그 정도는 아니고, 생산과장선에서 대책 세워오면 노조에서 받지 않고 부서장 수준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정도다해당 부서에서 대책을 내면, 내용도 평가하고, 실제 가서 조합원 대상의 교육을 했는지, 내용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스티커 붙인 걸 떼고 있다.

 

작업중지권이 노동조합에 보장된 후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변화를 느끼나?

직접 작업중지권을 작동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그에 앞서 시정조치가 바로 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는 안전난간대가 없다든지 발판이 정리가 안 됐다든지 하는 안전 문제들, 혹은 혼재 작업을 해서 보건상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지금은 관리자나 안전요원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시정조치를 안 하면 작업중지를 하게 되니 바로바로 조치한다. 작업 중지가 내려지면, 그 뒤에 원인 분석, 재발방지 대책 세워서 우리에게 제출해야 하고 하니 바로 시정조치 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진다. 그러니 회사 측에서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전에는 문제의식을 느낀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이 해당 부서나 안전담당자에게 시정을 요구해도, 일이 바쁘다면서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조합원들이 눈으로 발견해서 지적하는 위험요소를 얘기하면 개선이 되니까 진전이다.

 

실제로 작업중지까지 가기 전에 시정조치를 요구해서, 개선된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달라.

안전난간대가 설치 안 됐다는 제보가 와서, 일단 그 구역 작업을 잠깐 쉬고 안전난간대를 설치한 후 작업을 시작한 적이 있었다. 보건상의 문제로는 안에서 그라인더 작업을 하거나, 용접을 해서 흄이 많이 발생하는데 주변에 일반작업자가 작업을 동시에 하는 혼재 작업이 있는 경우, 작업을 분리하게 해서 혼재 작업이 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진 적도 있었다. 꼭 혼재 작업이 아니어도 그라인더 작업을 할 때,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작업 공간 공기가 탁해진 걸 제보해서 환기시설을 갖추고 나서 작업을 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조합원들 반응은 어떤가? 현장에서 변화를 느끼고 있나?

설비 개선 요구도 그렇고, 산재 신청도 그렇고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 전화 받고 상담하는 게 노안실의 가장 주된 업무 중 하나다. 이렇게 요구가 많아지고,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것 자체가 나아진 점이긴 하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숙제는 조합원들이 제보하는 것을 넘어,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을 갖게 하는 거다. 아직도 산재가 났는데 불이익이 있을까 염려해서 스스로가 산재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안전 설비가 미비한 점을 지적하고도, 자기가 지적한 게 알려져서 손해를 볼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결국은 조합원이 스스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찾아야 하는 건데,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교육이든, 다른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조합원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회사에 요구하도록 하는 게 과제다.

 

작업중지권에 대해서도 교육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상하반기에 각각 4시간씩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하반기 교육 중인데, 3개 강의로 나누어 교육하고 있다. 그중에 작업중지권 내용도 들어있다. 독립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재해 예방 과제와 함께 교육 내용에 넣었다. 2014년 상반기부터 지금 4번째 교육을 하고 있는데, 노동자뉴스제작단에 의뢰해 교육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서 계속 활용해왔다. 매번 교육 때마다 10분 정도의 동영상 2~3개를 만들어 교육 도중에 강의 보조로 사용했다. 동영상이 있으면 집중도가 훨씬 낫다. 말만 하고 강의형식으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 같다. 작업중지권 동영상은 작업중지권 소개, 타 업종에서의 사례, 현대중공업 단협 내용, 앞으로 조합원의 역할 등이 담겨 있다.

 

작업중지권이 활용되는 조선사업장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의 작업중지권은 직영과 하청 노동자 구분 없이 적용은 다 되고 있다. 얼마 전 족장 작업(비계 설치)을 하시는 분이, 2m 정도 높이에서 작업하다 떨어져서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하청업체 노동자였는데, 120명 정도 되는 업체로 여러 구역에 작업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블록에는 5명이 작업 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5명만 작업을 중단하고 교육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업체 작업자들 전체를 작업 중지시켰다. 최근 산재 은폐를 위해 회사들이 활용하는 게 119에 연락하지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면서 기록에서 누락시키는 것이다. 원칙은 사고가 발생했으니 사내 119에 연락하고, 회사 앰뷸런스를 타고 이송하게 돼 있는데, 이걸 이용하면 기록이 남고 산재로 처리해야 하니, 환자가 발생하면 오토바이로 공장 밖으로 데려가거나, 포터에 싣고 나갔다는 얘기까지 있는 거다. 그날도 사고 발생 후에 해당 업체에서 곧바로 119를 부르지 않고, 미적대면서 개인 차에 태우고 나가려는 정황을 파악했다. 보다 못한 그 업체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연락해서 가보니, 벌써 15~20분 동안 다친 사람을 붙들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바로잡고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당 업체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작업 중지를 하게 했다. 그 회사 자체적으로도 교육하게 하고, 노동조합도 가서 교육하고, 원인 분석하고 대책 마련해서 제출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전체 일하는 사람 수가 120명 정도 되니까 손실이 클 거다. 이런 압박이 있으면 업체에서는 일단 말을 잘 듣는다. 지금까지는 지적하면 바로 시정이 잘 돼 왔다. 문제는 물량팀이다. 이번 경우에도 하청업체 직원들은 작업이 중지돼도 임금이 보전되니까 문제가 없었겠지만, 물량팀은 아직도 안전에 관해서는 관심이 벗어나 있다. 물량팀은 구조상, 일을 일찍 끝내고 돈을 받아야 하니까 안전 문제 때문에 작업이 지연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의미있게 사용되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려면 조합원들의 안전 의식과 안전을 보는 눈, 권리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사실 우리 조합원들은 같은 일을 20~30년 해왔다. 같은 회사 다니면서, 쳇바퀴 돌듯이 늘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안전에 대한 것은 머리에 안 들어오기 쉽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족장과 족장 간격이 3cm 이상 벌어지지 않게 돼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보통 5~10cm 벌어져 있다. 발만 빠지지 않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 정도 수준도 지키지 못해, 위험하게 만들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몇몇 간부가 모두 찾아내고 확인할 수가 없다. 현장 조합원들이 보는 눈을 가지고 이런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조합에 제보하고 시정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일단 법이 제대로 되는 게 필요하다. 현재 법이 잘못돼 있다. 큰 틀에서 긴박한 위험이 있을 때 대피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래서 긴박했냐 아니냐, 위험이냐 아니냐 가지고 회사들이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그런 거 아닌가. 이런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게 현장 외부에서 해줘야 하는 역할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업중지권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동자를 보호하는 거다. 작업중지권이라고 말하면 작업을 못 하게 하는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지만, 사실 그 내용에서 핵심은 위험 작업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회사가 보면 작업 중지는 작업을 안 하는 것, 자기들이 돈을 못 버는 거라는 생각만 하겠지만, 우리 노동자 입장에서는 작업 중지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몸을 보호하는 게 중요한 거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자기가 자기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요구다.

 

[작업중지권 기획] 실패에서 배운다-공공운소노조연맹 /2015.7

실패에서 배운다

- 작업회피권을 단협에 넣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이번 달 당장멈춰 팀에서는 철도현장에서 ‘작업회피권’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하기 위해 애쓴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이태영 동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철도노조 노안부장 시절에 작업중지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계실 텐데요. 그 사례를 말씀해 주세요.

 

작업중지에 대한 사례를 말씀드리기 위해서는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철도산업이 지금처럼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적용의 대상이 된 것은 2001년 가을경이에요. 당시는 철도노동자 사망사고가 지금보다 훨씬 빈번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부도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노동자의 작업장 안전보건을 공무원 관계 법령이 아닌 강도 높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를 회피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2001년 철도산업이 산안법 적용 대상으로 확인됐고, 2002년 유예기간을 거쳐서, 2003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산안법적용이 됐습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규칙’에 궤도작업에 대한 내용이 신설됩니다.당시는 철도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도 했는데, 철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조합원의 산재 사망 등을 공론화하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를 본격화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본격적으로 작업중지 경험에 대한 말씀을 드리면, 철도노조에서 진행한 작업중지는 사실상 사후적 개념의 ‘조치’가 많았어요. 시설, 전기, 차량 등에서 중대재해나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3일에서 5일까지 작업중지가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특히 사망사고가 나면 장례투쟁과 함께 작업중지가 진행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싸움을 통해서 사상사고가 많이 줄어든 게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예방적 차원의작업중지 경험은 사실 많지 않았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사고 발생 이후 단행한 작업중지 경험도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상사고는 잦았지만, 사고 발생 이후에도 작업중지를 못 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나요?

 

철도의 특성상, 특히 운전, 운수 쪽에서는 사후적 차원의 작업중지를 못 한 경험이 많아요. 사고현장을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규정이 분명하게 되어있지 않기도 했고요. 특히 운전, 운수 2개 직종은 승객과 직접 상대하는 대면노동을 해야 하니 사고가 발생해도, 사고현장을 보전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차량이 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 되지요. 그러다 보니 결국 사고 조사 규정을 둘러싼 공방이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규정대로 했느냐, 안했느냐, 서류가 제대로 갖춰져있느냐, 아니냐 등에 대한 책임 공방이 되는 거죠.


철도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의 맥락에서 ‘작업회피권’을 단협에 넣고자 노력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당시의 고민을 소개해 주십시오.

아까 말씀드렸듯이 철도현장이 산안법 적용대상이 되면서 ‘산업안전보건규칙’에 ‘궤도’ 작업과 관련한 내용이 신설되고 ‘안전작업계획서’라는 절차가 마련됐어요. ‘안전작업계획서’는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단속적 근무에 대해서 작성하게 되어있는 것으로, 관리감
독자, 작업자, 업무 내용, 업무 도구, 업무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한 것이에요. 그런데 사실상 계획서 자체를 개판으로 쓰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철도현장 같은 경우 사고 발생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서류가 유일한 조건인데 말이죠. 사측은 문제없게 서류를 완비해 놓은 상황이고, 조사하면 직원과 조합원들은 시달리니 조사 자체를 회피하려고 하고요. 결국, 죽은 자
만 말이 없으니, 돌아가신 당사자의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상황이 많아서, 이걸 줄여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안전작업계획서’는 공사 차원에서 사전에 교육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업무 내용이든, 업무 도구든 안전작업계획서랑 현실이 다를 때 근무지정 장소를 이탈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회피권’을 노동자의 권리로 단협을 체결하고자 했던 거죠. ‘계획서’대로 해야 안전한 작업이 가능한데, 그렇지 않으면 해당 작업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죠. 특히 철도현장 유지보수 작업자들은 사무소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니까요. 선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준비를 해서 문제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데 도구나 인력이 충분치 못하면, 노동시간도 길어지고, 갑자기 발생하는 기상 상황 등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니 이런 권리가 필요한 거죠. 서류상에 5명인데 실제로는 3명만 투입하거나, 사용해야 할 도구가 3개인데 1개밖에 없다면 이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려던 거죠.


당시 제기할 때 공사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엔 조합 간부들도 너무 센 주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했을 정도니 공사는 당연히 안 된다고 했고요. 사실 공사와는 ‘안전작업계획서’의 항목을 결정하는 것부터 사사건건 시비가 있었어요. ‘안전작업계획서’에 인력을 쓰는 것에 대해서 넣자고 하니까, 인력이 안전문제랑 무슨 상관이냐는 거예요. 겨우 노동부에서 인력이 안전문제에 속한다고 해서 항목에 넣었을 정도니까요.


안전작업계획서’ 자체를 잘 쓰도록 공사를 강제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을 것 같네요.

 

사실 제도가 있더라도 현실에서 지켜지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공공기관들이 노동안전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낮거든요. 작업환경을 포함해서, 작업자를 둘러싼 모든 것을 노동안전영역으로 봐야 하는데, 그런 인식을 하고 있지 않지요. 지금은 그나마 정신건강 문제까지 주목하는 것으로 관심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한 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조건을 돌아봐야 하는 수준으로 확장되어 있지는 않죠. 그래서 제가 철도노조에 있을 때는 인력이나, 노동시간, 구속시간, 휴식 등 이런저런 문제를 노동안전 측면에서 손대려고 했습니다.


단협으로 관철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그때 활동했던 분들과 같이 논의한 것은 아니라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어쨌든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의식이 있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현장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저는 고정관념, 관행을 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 같아요. 자동차 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세우거나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바꿔 기존의 일상과 관념을 깰 수 있다면 철도현장의 단속업무에서는 노동자들이 습관으로 몸에 익숙해져 있는 것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철도노조에 있을 때 그런 안전문제에 대한 관념을 깨기 위해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승, 비강, 돌방 금지를 위해서 싸움을 치열하게 했던 적이 있거든요.


비승, 비강, 돌방이 뭐죠?

 

철도차량 입환 작업(차량의 분리, 결합, 차량의 선로를 바꾸는 전선 작업을 칭하는 용어)을 할 때, 입환기를 세우지 않고 수송원인 작업자가 달리는 차량에 뛰어오르는 게 ‘비승’, 뛰어내리는 게 ‘비강’이에요. ‘돌방’은 열차를 멈추지 않은 상태로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거예요. 수송원이 비승해서 차량에 올라타서 차량끼리 체결된 부분을 돌려서 풀어주면, 뒤에서 차량이 와서 ‘탁’하고 차량을 쳐주면 자연스럽게 그 힘으로 차량이 분리되도록 하는 것, 그 반대로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비승, 비강, 돌방은 하나의 세트로 이뤄지는데, 굉장히 위험하죠. 달리는 차량에 뛰어서 올라타고, 뛰어내리니까. 비승, 비강, 돌방 하다가 죽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사 차원에서 비승, 비강을 규정으로 못하게 했죠. 그런데 어둡거나, 눈비 올 때 작업을 빨리 마치려고 작업자들이 하는거예요. 눈이나 비 온 날 발이라도 헛디디면 정말큰 일 나는 거잖아요. 비승, 비강, 돌방을 못하면 차 량을 하나씩 하나씩 신호에 맞춰서 넣고, 한대를 분리하고, 다시 나와서 분리해야 하니까, 기관사와 수송원이 모종의 합의를 해서 진행하는 거죠. 그래서 3~4년 정도 전국에서 가장 입환 작업이 많은 곳을 골라서 조합간부들이 1주일 정도씩 상주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판 싸움을 했던 적이 있어요.

 

 

 

▲ 비승, 비강 작업사진

 

 

 

▲ 돌방 작업을 지시하는 사진

 

공사 측에서 제어를 안 하나요?

 

돌방은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관사랑 수송원이 상호 합의해서 작업할 수밖에 없거든요. 관제실에서 무전을 다 듣고 있고요. 그렇게 돌방을 치는 것을 알지만, 눈 감는 거죠. 그런데 사고가 나면, 서류에는 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한 것이니까. 기관사는 ‘돌방하는지 몰랐고, 주행 신호가 떨어져서 운행한 것이다’라고 말하죠. ‘출발 요청해서 움직인 것이다’라고 해버리니 할 말이 없게 되는 거죠.

 

노조 차원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한 것인데, 잘 안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조금 더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안전하지 못한 현실을 드러내고 확인해야 하고, 현재의 조건에서 안전하게 일하기가 불가능하니 인력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데, 조합간부들이 현장을 휘저으니까 불편하게 느끼더라고요. 조합간부가와서 관리자랑 싸우고 난리가 나니까. 그것 자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당시에 다른 방식을 썼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도 되지요.


작업중지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힘을 가지고 통제력을 발휘하자는 의미인데, 당시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겠네요.

 

당시 ‘작업회피권’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 이유도 그런 맥락이 있었어요. 작업중지라는 단어가 집단적 개념으로 들려서 너무 무겁고, 어렵게 다가가는 측면이 있다고 느꼈고요. 또한, 개인에게 권리를 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위험에 대한 개인마다 판단이 다르기도 하니까요. 가령 안전 작업계획서와 다르더라도 ‘나는 괜찮아’라는 사람도 실제 있으니까요. 또 노동자에게 현재 작업중지권이 주어져 있지 않고, 사측에게만 권한이 있으니까. 작업거부와 회피는 노동자 개인이 단독으로라도 일시적으로 업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성에서 구상했던 거죠. 또 때마침 철도에는 안전작업계획서라는 근거가 있으니까 그런 구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업중지권’의 개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작업거부와 회피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해왔는데, 공공운수노조연맹 차원으로 그런 고민을 함께해가면 좋겠네요.

 

저도 고민은 있지만, 어려움은 있어요. 철도는 앞서말했지만, ‘안전작업계획서’ 같은 개입할 거리가 있었는데, 다른 곳은 그런 것을 쓴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공공영역에서는 위험 그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이나 기준조차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상당수가 개별노동을 하거나, 소규모 노동, 단속노동을 하니까요. 그리고 각각의 조건이 다 다르기도 하고요.

[작업중지권 기획] 천장에 튀어나온 저건 뭐지? 대한이연지회/ 2015.6

천장에 튀어나온 저건 뭐지?

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팀


일터 6월호에서는 대전에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대한이연(라이너와 링 제조)에서 안전보건상의 문제로, 예방적 차원에서 작년에 진행한 작업중지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작업중지권을 발동했던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대한이연지회 박관식 노안부장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상황에서 작업중지권을 쓰게 되었나요?


작년 이맘때 주조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주조과는 평소에도 안전모를 쓰고 일해야 하는 곳인데요. 제가 출근해서 현장순회를 하는데, 천장에 이상한 물체가 보이는 거예요. 어림잡아 40~50cm 정도 되려나. 지붕이 어두워서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은 안 되었는데, 멀리서 보기에 쇠기둥 같은 것이 불쑥 나와 있더라고요.

위급해 보여서 저걸 일단 제거하고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현장관리자한테 얘기했죠. 근데, 스카이를 불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빨리 불러서 해결하자고 했는데 지금 불러도 오후 4시에나 온다는 거예요. 그때가 오전 8시 30분 정도였는데, 오후 4시면 주조과 작업은 마치거든요.


사진 설명 : 대한이연 2공장 주조과 현장

스카이가 뭐죠?


고공 작업이 가능한 사다리차 있잖아요. 칸막이가 설치돼서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다리차를 스카이라고 부릅니다. 저희 현장에 스카이부서가 있는 게 아니라서, 필요하면 외부에서 부르거든요. 주조과 작업장 지붕이 워낙 높아서 지게차로 올라가 수 있는 공간이 아니고, 지게차로 높이가 된다고 해도 위험하니까요.


한마디로 그대로 둔 채로 하루 업무를 하겠다는 것이었군요.


그 상태로 일하기 어렵다고 얘기를 했더니, 저게 천장에 있다고 굳이 사람을 뺄 필요가 있느냐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떨어져서 작업자들 다치면 책임질 거냐고 따졌더니 답을 못하더라고요.

현장에 왼쪽과 오른쪽, 양쪽으로 라인이 깔려있는데, 일단 지붕에서 떨어지면 다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쪽 라인을 세우고, 그 라인 작업자들을 현장에서 모두 나오시게 했죠. 바리케이드를 쳐서 라인에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했어요.

그때야 스카이에 긴급히 연락하더군요. 그랬더니 오후 네 시에 온다던 스카이가 당장 현장에 도착해서 위험해 보였던 물체를 제거했어요. 천만다행으로 당시 지붕에 있던 것이 나뭇조각이더라고요.


그럼 바로 작업중지를 상황은 풀렸겠네요


밥 먹기 전에 작업을 중지했었는데, 점심 먹고 나니까 바로 해결된 거죠. 일단, 튀어나와 있던 물체는 제거했고, 그 외에도 지붕이 들뜨거나, 훼손되면 비슷한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도 다 확인했습니다. 조합원 중에는 나뭇조각이니 이제 작업하자는 분도 있었고, 오랜만에 잘 쉬었다고 말해주신 분도 있고 그랬어요.


제거한 물체가 나뭇조각이라서,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작업중지 한 것이라고 회사가 사후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나요?


일단, 그 물체가 나뭇조각이어서 다행이지만, 제 생각에는 최후의 방법이었어요. 회사가 위험 상황에 대해서 말을 안 들어주고 있는데, 조합원들이 안 다쳐야 하는 게 우선이니까. 그 판단부터 했던 거죠.

회사에서도 별말은 없었어요. 오히려 그 문제 해결 후에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말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빠르게 조치하겠다고요. 별것도 아닌 걸로 왜 그랬냐 따지는 일은 없었어요.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중지였던 것 같습니다. 작업중지가 현장에서 진행된다고 해도, 대부분은 사고 발생 이후 수습과정에서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 경우는 안전보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노동자들의 판단으로 작업중지를 실행한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사후적으로 보면 정말 별것 아닌 것으로 라인을 세운 것인데요. 사측에서도 오히려 그런 문제에 대해서 수긍하고, 공감한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작업중지를 하셨다고 하니, 노안 부장으로 전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작업중지를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일단 위험하니까요. 제가 주조과 소속이었고, 저 자리에서 내가 일하고 있었다면,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조합원들은 안 보여서 그냥 일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제 눈에는 보였으니까요. 제 딴에는 빨리 위험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예전 생각을 해보면 안전보건상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작업을 안 했던 경험이 있어요. 라인 팀장이 바뀌었는데, 당시에 그 팀장과는 일할 수 없다고 해서, 현장선배들과 함께 주조과 작업자 전체가 다 조퇴를 한 적이 있었죠.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던 거죠?


현장에서 팀장이 작업자들을 휘어잡으려고, 현장통제를 하려는 흐름이 있었어요. 당시 선배노동자들이 이렇게 당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 다 같이 나가자고 해서. 그때는 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고, 신입조합원 교육받는 중이었는데, 선배들 말을 들어야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나가서 작업을 중단했던 적이 있기는 합니다. 그때 그런 모습에서 배웠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현장에 힘이 있으니, 가능하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현장의 선배들이 만들어온 것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진 설명 : 순차적으로 지붕을 교체 중인 모습. 교체한 곳은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한 것이 눈에 띈다.

박관식 동지가 직접 작업중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같이 경험했던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예전에도 주조과에서 작업자가 작업하다가 쇠 봉에 맞아서 타박상을 입은 일이 있거든요.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작업중지로 라인을 다 세운 적이 있어요. 일단 사고가 발생했으니까 세우고, 조합원들을 다 모았죠. 사고 발생 이유가 라이너 원심소재 금형이 노쇠해서 잘 빠지지 않는 거였어요. 작업자가 쇠막대기를 그 안에 집어넣어서,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걸 빼내다가 사고가 발생했죠.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그걸 개선해야 한다고 제기를 하기 위해서 원심주조 라인을 다 세웠어요.

그렇게 작업자들은 다 작업을 중지한 채 모여있었고, 저는 그때 문체부장이었는데 저와 대의원 한 분과 당시 노안부장님이 같이 사무실에 찾아가서 얘기했어요. 다음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죠. 사측에서도 관리자들이 와서 긴급하게 현장을 둘러보고 조치와 관련해 얘기했어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사측과 논의한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해 보고하고, 이 정도면 작업 재개해도 되겠냐고 물어, 조합원들 동의를 얻어서 작업중지를 해제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같이 경험한 것이 저에게도 위험하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사고가 나면 재발방지를 위해 작업중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한 경험인 것 같아요.


다른 현장들은 작업중지가 진행되면, 라인이 정지되고 일단 임시산보위를 열어서 사고 수습과정을 노사간에 논의하거나, 구사대를 투입해서 라인가동을 두고 옥신각신하는데, 대한이연은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되잖아요.


네, 그렇죠. 원만하게. 그건 저희 선배들이 싸움을 잘 해오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조조정 투쟁부터 시작해서, 계속 현장투쟁을 잘해왔으니까. 그런 배경이 있는 것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회사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중요시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작업중지권은 언제 어디서 처음 들어보셨나요?


대한이연 입사하고 나서죠. 입사 후에도 딱히 들어본 적은 없다가, 전 노안부장이 하시는 걸 보고 그때 알았어요. 이런 제도도 있구나. 그런 걸 경험한 거죠.

제가 입사한 지는 5년 1개월이니 얼마 안 됐는데요. 그전에는 다른 회사에 다녔어요. 한국노총 사업장에도 있었는데, 작업중지 같은 걸 할 수 있는 회사도 아니었고, 그다음은 직원이 많아야 10여 명 되는 규모의 회사였어요.

작업중지 경험이 조합 활동이나, 조합원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뭘까요?

글쎄요. 지금 당장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사례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나중에 저 아니더라도 이런 상황이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저도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배운 것처럼요.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 중지에 앞서 ‘안전한 일터’에 대한 기준이 중요합니다/ 2015.5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작업 중지에 앞서 ‘안전한 일터’에 대한 기준이 중요합니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작업중지’라고 하면 주로 금속 제조업 작업중지를 생각하게 된다. 조선소나 제철공장처럼 언제라도 큰 사고가 발생할 것 같은 사업장에서 아주 급박한 사고 발생 직전에 일을 멈추거나, 컨베이어벨트를 잠시 멈추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 동안 주로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작업중지권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다른 업종, 다른 형태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은 어떤 것이며, 작업 중지는 어떻게 가능한지 수소문하던 차에,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에서는 수 차례 안전보건문제 때문에 작업을 중지하고 시정을 요구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국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이상이 지부장과 윤혜영 노안부장을 만났다.


안전보건문제로 작업을 중지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세요.

아주 정식으로 ‘작업중지권’을 쓴다고 생각하고 사용한 사례는 아니었어요. 어느 해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가좌역 지반이 침하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기차가 여기(수색,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정비하는 기지까지 들어올 수 없게 된 거죠. 비상상황에 어떻게든 열차를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조합원들이 급히 용산이나 서울역으로 나가서 정비를 했어요.

그런데 용산이나 서울역은 정비를 하기 위한 설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곳이잖아요. 정비차고가 없이, 철로 상에 열차가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 정비를 하니 불편하고 어려운데다가, 정비 중인 바로 옆 철로로 기차가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 거죠. 안전을 위해 법적으로 정비 시에 측선으로는 열차가 다니지 못 하게 돼 있거든요. 조합원들이 일을 하면서 끼임 사고나 충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느낀 거죠. 게다가 열차를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히 뛰어 나가 위험도 감수하고 일하는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은 야간 작업 시 숙소도 마련하지 않고 열차에서 자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이런 사정을 노동조합에 연락해왔고, 노동조합이 나서서 안전조치를 마련할 때까지는 작업을 못 한다고 거부한 거죠. 출장처럼 나가서 일하던 직원들이 모두 기지로 다시 돌아와서 대기하면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버틴 겁니다. 결국 임시, 비상상황이니만큼 꼭 해야 하는 정비 내용을 약간 줄여, 조합원들이 너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했고, 임시 숙소를 마련한 뒤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아마 2007년 경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전에도 이런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비상 상황, 임시 상황이라면서 노동자 안전은 뒷전이 되고 당장 일이 되게 하려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전에는 잠깐 위험하게 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문제 의식이 없었거나, 문제 제기를 못 했던 거지요. 그런데 이 당시에는 하루 이틀만에 복구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며칠간 계속 그렇게 일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고 느낀 거였죠.



석면 문제로 작업을 중지했던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2008~9년에는 석면 때문에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단했던 적이 있었어요. 석면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이미 있었던 때였습니다. 열차 엔진룸이나 제동장치함에 예전에 석면이 많이 쓰였거든요. 노동조합이 최초에 문제제기했을 때, 철도공사 측에서는 열차에서 석면을 모두 철거했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아무래도 석면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 같다는 문제제기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몇 군데에서 시료를 채취해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더니 정말로 석면이 상당히 많이 검출된 거예요.

모든 작업을 일시에 멈춘 것은 아니었고, 석면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들을 거부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긴급하게 임시 산보위가 열려 다시 한 번 석면 철거 약속을 구체적으로 받아내고, 철거가 되기 전까지는 석면 방지용 보호구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보호구가 지급될 때까지 석면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을 중단했지요. 사실 석면이 상당히 포함돼 있는 먼지를 압축 공기로 날리는 등 노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구형 차량 자체가 모두 퇴출되어 석면 문제는 없어졌지요. 노동조합이 석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2년쯤 뒤에 조합원 중 폐암이 발생해서 산재 신청을 했어요. 결국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당시 분석 자료와 기록 등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두 번 정도 경험이 더 있습니다. 저희 일하는 곳에는 전차선이 따로 없었는데, 전기 기관차가 도입되면서 전차선이 설치되었습니다. 새로운 설비가 도입된 것이니, 그에 걸맞는 안전설비가 다 갖춰지기 전에는 일을 못 한다고 한 거죠. 예를 들어, 열차 측면에는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있어요. 옛날 열차들은 공조장치가 위에 있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살펴보고 직접 소리도 들어보는 작업을 꽤 했었죠. 그런데 이제 전차선이 생겼으니 지붕에 올라가면 안 되는데, 사다리가 달려있으니 무의식적으로 올라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위험을 애초에 없앤다는 생각으로 사다리를 모두 제거하라고 요구했죠. 화물차에는 아직도 이 사다리가 달려 있어서, 일반인들 감전 사고가 대부분 이 사다리 타고 올라갔다가 발생하고 있어요.

전차선 관련해서는 지금도 청소 작업에서 문제가 있어요. 지금 청소 업무는 외주로 빠져 있습니다. 전차선이 도입됐기 때문에 이에 맞는 업무 매뉴얼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이 옛날처럼 물 뿌리면서 똑같이 청소를 하고 있어요. 감전 사고 위험이 높죠. 저희가 그런 위험한 작업 형태 사진 찍어서 회사 측에 문제 제기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아요. 다른 데서도 마찬가지지만 더 위험한 일을 많이 하는 비정규직이 보호는 더 못 받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고용 등에 밀리는 편이지요.

또 조합원 한 분이, 작업 중에 돌연사 하신 적이 있었어요. 열차 안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사망하셨는데, 뒤늦게 발견이 됐지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일하던 중 조합원이 사망했으니 원인이 뭔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죠. 혹시 가스라도 발생해서 사망한 것은 아닌지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회사측 대응이 부적절했습니다. 원인 규명이나 이후 장례 절차, 산재 신청 등에 대해서 비협조적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모든 조합원들이 손을 놓고, 반나절 정도 작업을 중지했습니다.



보건 문제를 가지고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적절하게 작업중지권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을 개선해온 모범적인 사례로 보인다. 작업중지권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나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철도 차량 정비 업무가 현재 회사 측도 인정할 정도로 아주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죠. 노동조합이 작업을 중지하고 무언가를 요구할 때 공사 측에서 봐도 억지 주장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곳곳에 문제가 많아요. 서울차량지부 정비 차고가 지어진 것이 1969년 즈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현장은 주로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정비를 하는데, KTX나 전동차를 정비하는 다른 사업소에서 서울차량지부 환경을 보면 놀랄 정도로 완전히 옛날 설비, 옛날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요.

사실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못 해서 발생하는 위험이나 불편함은 조합원들이 감수하고 일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점에서는 회사가 정한 사규나 작업 수칙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노후한 작업 패턴이 유지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정비 기지가 따로 없고 옥외, 노상에서 정비를 해야 합니다. 그 공간은 너무 넓고 조합원들이 정비할 열차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죠. 다른 정비 사업소에서는 정비 받을 열차가 정비고 안으로 들어오면 거기서 작업을 하는데 저희 작업 방식과 대조적이죠. 이러니 빙판 사고, 전도 사고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교대근무를 하는데, 노상에서 작업을 하니 야간 작업 시에 조도 확보도 충분히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미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이건 정말 안 되겠다’고 작업을 중단하고 요구하는 것을, 사측도 안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죠.


완성차 사업장 등에서는 작업중지권 사용했던 것을 가지고 징계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작업중지권을 사용했던 것 때문에 직접 징계를 내린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다른 건을 가지고 징계를 하면서, 징계 사유에 예전에 작업중지했던 내용을 같이 써놨더라고요. **월 **일에 업무 지시를 안 따랐다는 둥.

작업중지권 자체로 징계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징계 사유에 같이 끼어들어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도 자연히 알게 되지요. 그러면 아무래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 특히 작업을 중단하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 위축되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런 부담을 감수하고 제기를 하는 거지요. 또 노동조합이 일단 제기를 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작업을 중단하자고 하면, 이 지침을 조합원들이 잘 따라주기 때문에 계속 문제도 제기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작업중지권을 더 널리 알리고, 현장에서 잘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권리죠. 그렇지만 작업중지권 얘기를 하기에 앞서 ‘안전한 일터’에 대한 기준을 여러 가지로 풍부하게 만들고, 제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기준이 똑바로 서 있어야, 그 기준에 안 맞는다 싶을 때 멈추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예를 들어 지금보다 작업환경측정 기준도 훨씬 다양해지고, 각자 일하는 환경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건강진단 항목도 근골격계 질환을 진단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처럼 좀 더 실질적인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고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열차 시트에 미생물이 얼마나 있는지, 그게 우리 노동자들이나 승객들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궁금하지만, 이런 내용은 작업환경측정에 반영되지 않죠. 그러니 문제를 제기하려고 해도 막막해지는 거예요. 현장에서는 전자파의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도 많은데 이것도 제대로 기준도 없고 측정도 하지 않지요. 더 자잘하게는 야간 근무자들이 숙소에서 푹 잘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소음 기준치는 뭐냐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을 멈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작업을 중단하는 것 자체보다 왜 작업을 멈춰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그 기준은 뭔지, 그래서 작업 중단 후 대책은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그래서 일터는 더 좋아졌는지가 훨씬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소중하다. 작업중지권을 실현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바로 ‘안전한 일터’의 기준에 대한 이런 질문과 지적, 토론이 활발한 현장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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