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에세이] 표준적으로 혹은 비표준적으로 일한다는 것 /2015.6

 표준적으로 혹은 비표준적으로 일한다는 것 


송한수

노동시간센터(준),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부센터장,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노동자 대상으로 건강검진·상담 업무를 하다보니, 노동시간의 특성에 따라 건강수준이 패턴화되어 있다는 점을 느끼곤 한다. 예를 들어 하루 12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서 콜레스테롤 수치들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나빠져 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 이유에 대해 면담하다보면, 과도한 음주, 피로의 누적, 영양의 불균형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장시간노동이 있었다.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노동시간을 보자. 그들은 오전근무조와 오후근무조로 나뉘어 1주일 단위로 근무를 순환한다. 오전근무조의 경우 새벽 5시에 업무를 시작하려고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출근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다 보니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아침근무를 마치고 오전 10시경에 30분 간의 휴식시간 동안 버스 기종점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먹는다. 그리고 낮 근무를 마친 후 오후 3~4시쯤 식사를 하게 된다. 그들이 집에 귀가하면 가족들의 저녁식사시간과 엇갈린다. 그래서 늦은 밤 시간에 식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 때문에 아침식사를 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는 아이러니하게도 의사들에게서 발견하였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을 하였는데, 100kg이 넘는 고도비만자가 여럿 생겼다. 이들은 병원근무를 시작하면서 체중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빈번한 야간당직과 과중한 노동이 일상화된 전공의들에게 차분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밤늦게 과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시간대에 먹을 수 있는 식사는 고열량의 배달음식뿐이었다.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응급구조사, 장례지도사와 같은 야간작업 종사자들은 언제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긴장도가 매우 높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업무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에 이를 정도의 혹독한 노동을 감당하기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음주와 흡연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을 갖고 있고,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밤에 일해도 야간 특수건강진단 못받는, 이상한 기준


2014년부터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야간작업 종사자들도 특수건강진단을 받게 된다. 야간작업으로 인한 생체리듬의 교란이 건강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취해진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연속되는 작업을 월 평균 4회 이상 수행하는 경우를 특수건강진단 대상 야간작업으로 보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야간작업을 32시간 이상 수행하면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교대근무 중 야간작업을 밤 10시가 아닌 밤11시나 12시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새벽에 몇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시간대의 작업을 월 평균 60시간 이상 수행했을 때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된다. 야간근무의 시작 시간이 오후 10시가 아니라 오후 11시라면 적용기준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3교대 간호사들의 한 달에 4~8회, 보통 40~60시간 정도 야간근로를 수행한다. 월평균 야간작업 시간이 6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르게 되면 상당수의 3교대 간호사들이 야간근로 특수건강검진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아파트경비원은 일반적으로 격일제로 근무하면서 하루15~17시간을 근무한다. 그리고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약 4~5시간 정도 수면시간이 주어진다. 한 달에 15일을 근무한다고 하면 야간작업시간은 약 45시간 정도여서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간호사나 아파트 경비원은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할 야간작업 종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폐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야간작업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수많은 근거들 때문에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더 엄밀하게 말하면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다. 낮근무, 저녁근무, 야간근무를 교대로 순환하는 경우는 단순히 야간작업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노동시간에 따라 수면시간, 식사시간, 여가시간, 가사노동시간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의 규칙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식사 전에 퇴근하는 것을 ‘표준적인 노동시간’이라고 하자.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표준적인 노동시간’에서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비표준적 노동시간’ 종사자들이 있다. 여기에는 규칙적으로 노동시간이 변화되는 순환교대근무도 있으나,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연장된 경우도 있고, 통상적인 노동시간대에서 벗어나 일하는 경우도 있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노동자에게 ‘적응’이라는 과제를 부여한다. 잘 적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잘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교대근무 부적응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 증후군은 교대근무자가 수면을 적절하게 취하지 못하여 주간졸림증이나 업무효율저하를 경험하거나, 소화불량, 속쓰림, 위산역류와 같은 위장증상을 빈번하게 경험하거나, 혈압이나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등의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일컫는다.


비표준적 노동시간 종사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비표준적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김현주 등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야간작업 종사자의 규모는 약 127만 명∼197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0.2∼14.5%에 해당하였다. 그리고 주당 52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자의 수는 약 170만∼410만 명으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5.0∼31.9%에 해당한다. 이들 중 야간 및 장시간 근로에 동시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은 약 49만 명∼약 76만 명 정도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3∼5.8%에 해당한다.


비표준적 노동시간 종사자들의 상당수는 산업보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가령 50∼60대 고령노동자들이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아파트 경비원과 요양보호사다. 이들의 대부분은 산업보건 관리 역량이 부족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다. 고령 노동자들은 뇌심혈관계질환이나 수면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청장년층보다 더 높다. 게다가 격일제 장시간 노동과 야간작업에 종사하게 됨으로써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에 주목하자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선택의 자유일 수 있지만, 대다수 노동자에게는 일상생활의 안정성을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야간작업은 이제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주목받으며, 산업보건관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야간작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비표준적 노동시간’ 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노동시간에 일할 수 있고, 불가피하게 비표준적 노동시간에 종사하게 할 경우에는 적응을 돕는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 번째는 퇴근시간을 지키는 것, 두 번째는 제시간에 좋은 질의 식사를 보장하는 것, 세 번째는 업무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편안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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