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 작업중지권 개정안이 한계적인 이유 / 2018.03

작업중지권 개정안이 한계적인 이유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상황실


현대 위험사회와 산안법의 제도적 한계

지난 2월 9일 고용노동부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제안 취지’에서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모든 사람이 안전한 일터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산안법 전부 개정을 실시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기존의 산안법이 변화된 노동환경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효과적인 예방을 달성하기에는 일부 개정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정안의 취지는 그 자체로 매우 반가운 것이다. 1981년 제정되어 현재까지 수많은 개정을 거쳐 왔지만 여전히 산안법은 현대 사회의 위험을 관리, 통제하는 예방적 기능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엄청나게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 현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과 물자, 자본과 정보의 이동,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위험이 대형화, 고도화, 집적화, 복합화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지적이고, 지엽적인 수준의 사고가 한국사회를 뒤흔들 정도로 폭발력이 향상됐고, 사고가 대형화되고, 국가적 재난이 되고 마는 현실에 놓이게 됐다. 언론을 통해 종종 마주치는 산업단지에서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와 폭발, 건설현장에서의 크레인 붕괴 등 의 예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성장 위주의 경제개발 정책은 이러한 위험을 관리, 통제하는 데 소홀했다. 그에 따른 결과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 1위’라는 오명으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경제성장 속도만큼 노동자는 더욱 취약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그 위험을 고스란히 일차적으로 노동자가,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사회가 떠안아야 했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선언은, 선언 그 자체로 달성될 수 없고, ‘보호와 예방’을 강화하기 위한 관련 법 제도의 정비를 비롯하여 인력, 예산 등의 투입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재해 예방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주체로 노동자가 자신의 현장에서 대응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고용노동부의 산안법 전부 개정안 중 작업중지권에 대한 개정안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정부의 작업중지 개정안의 한계

개정법안은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을 주요한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개정법은 기존 제26조의 각 항을 각 조문으로 분리하여 재배치¹하고, 대피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 대한 벌칙을 추가하였을 뿐 내용적 진전이 없다. 오히려 작업중지의 행사 주체를 명확히 분리함에 따라 마치 적극적 작업중지권은 사업주에게 있고, 노동자에게는 소극적인 대피 권한만이 부여될 뿐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신설된 조항 제53조와 제54조에 있어, 중대재해 발생 시사업주와 고용노동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 근거, 요건, 절차를 구체화한 것은 진일보한 측면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이조차도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7월3일,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에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의 안전 확보는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듣고 확인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이후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해제를 판단할 경우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심의위원회에서 현장의 위험 개선 사항과 향후 작업 계획의 안전 여부를 검토해 결정토록 한다'고 운영기준을 제시한 것을 법 제도적으로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지침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작업중지 해제 시 노동자의 의견 청취 등은 개정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작업중지 관련 개정안에서 여전히 노동자는 보호받는 객체일 뿐, 재해예방의 적극적 주체가 아니다.

일터에서 작업중지를 통한 예방 활동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행법을 개정하여 노동자 대표, 산업안전보건위원,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에게 작업중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개정안에는 그동안 지속해서 문제 제기 됐던 독소조항인 ‘급박한 위험’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 해석이 매우 협소하여실제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작업중지를 한 노동자에게 회사가 ‘급박한 위험이었냐, 아니냐’를 두고 해고위협을 포함한 손배 청구 등 유무형적 압박을 가했던 점을 돌이켜본다면, ‘급박한 위험’이라는 독소조항을 제거하지 않는 한 작업중지나 대피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처분할 수 없고, 처벌을 하겠다고 명시한 것이 어떤 실제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각주
1) 
제51조(사업주의 작업중지), 제52조(노동자의 긴급대피), 제53조(고용노동부장관의 사용중지 명령 등), 제54조(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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