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2015.10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2차 연구


정하나 선전위원



2년에 걸쳐 진행한 현대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연구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작년 1차 조사(설문조사)를 통해 직무스트레스 요인중 가장 문제로 지적된 직무 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요인이 대체 판매현장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연구사업이었다. (2014년에 진행한 <현대차 판매위원회 직무스트레스 1차 연구>에 대해서는 일터 130호 연구소 리포트에서 소개한바 있습니다.) 

이에 이번 2015년에 진행한 후속 연구에서는 심층면접을 통해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집하여 분석하였고, 1차 사업에서 얻은 설문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 결과,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 혹은 악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정가판매 제도’와 ‘가학적 인사관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가로 차를 팔자는 ‘프라미스 투게더’, 뭐가 문제?

현대자동차의 판매정책인 ‘정가판매’ 제도는 2011년 ‘프라미스 투게더(Promise Together)’ 캠페인과 함께 도입되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이 제도를 ‘올바른 판매문화를 확립하고 고객 만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실시’한다며,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모든 지점, 대리점에서 같은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정도판매’ 문제의식이 ‘정가판매’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판매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 대신 ‘가격 규제’만 남은 것이다. 자동차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큰 틀에서의 마케팅정책 수립과 연동되는 판매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판매사원 개인이 차를 에누리 없이 정가로 팔았느냐 안 팔았느냐 하는 것만 가지고는 ‘정도판매’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판매위원회 노동자가 정가판매제를 위반한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회사의 말대로 ‘정도’를 지키자고 정가판매를 따르자니 고객들이 떠나가고, 그렇다고 차를 팔자고 정가판매를 어기자니 회사에서 징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 자본은 실적 외에도 판매노동자를 압박하는 또 하나의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정가판매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2015년 현재, 정가판매 제도의 두 가지 약점과 이로 인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정가제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선언 외에 실제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한 다른 조처가 전혀 없는 앙상한 정책은,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회사가 정가판매 위반에 대한 징계권을 멋대로 휘두르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징계권을 쥐고 있는 회사의 감시하에서, 정가로는 팔리지 않는 왜곡된 시장구조 속에서 판매 노동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많이 팔 수도 없게 해놓고... ‘가학적 인사관리’만 일삼는 사측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은 현재 정가판매 제도를 실현 불가능한 제도로 보고 있었다. 다양한 차량 판매 경로가 있는 상황에서 정가로는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팔 수 없는 제도 아래에서 ‘판매’해야 하는 노동 자체가 역설과 모순이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경제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는 데다, 노동자와 대리점에 대한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갖게 된 셈이라 꽃놀이패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현실은 노동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즉, 정가판매의 약속을 못지키면 그것대로 징계 압박에 시달리고, 잘 지키면 실적 부진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고용불안, 일과 회사에 대한 회의는 바로 이에 기인한다.

회사는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개선이나 보완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영업직 노동자들의 정가판매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징계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가학적 인사관리의 형태이다. 사실상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저성과자를 관리하겠다며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조합원들 사이에는 압박과 불안감, 서로 간의 불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 외 억압적인 근태 관리, 편가르기식 인사 관리나 미스터리 쇼퍼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 직원의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사람를) 동원한 고객 서비스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현대차 자본의 인사관리 행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정가판매를 지켜서는 팔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또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미스터리 쇼퍼 등을 통해 시험하는 회사 측의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일하는 재미를 잃었고 판매 조직의 미래 자체가 불안하게 느끼고 있었다. 판매 노동자들은 이런 정신적 고통은 실적이 낮은 노동자들의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도 판매량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영업 노동의 특징도 있지만, 저성과자에 대한 회사 측의 압박이 날로 심해지기 때문이다. 또, 정가판매 제도나 가학적 인사 관리는 노동자들 사이에 배신감과 불신을 촉발하여 갈등 요인이 되고 있었다. 1차 사업에서 직무 불안정, 관계 갈등, 조직 체계 영역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을 아주 명확하게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건강지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 가학적 인사관리

직무스트레스의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2014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것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대부분의 건강 지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우울 증상, 정신적 소진, 주관적 건강 수준은 그 차이가 컸다. 더 심각한 것은 가학적 인사 관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강화되었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종 건강 지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미행감시나 징계의 경험은 주관적 건강수준, 우울증상, 자살에 대한 생각 및 직장 내 폭력을 큰 폭으로 높이고 있었다. 정신적 소진은 여러 가학적 인사관리 가운데 ‘정가판매로 인한 고객과의 갈등’의 증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는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이 모순적인 정가판매 정책으로 인하여 고객을 상대하는 데 있어 정신적으로 지쳐버릴 정도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이다. 감정노동이나 정신적 소진감, 직장 내 폭력을 직·간접 경험한 노동자들 역시 건강 지표가 모두 나빴다. 특히 직장 내 폭력 경험은 우울증상 위험을 큰 폭으로 높이고, 나아가 지난 1년간 자살 생각도 많이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설문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한 이러한 결과들은 심층면접을 분석한 결과와도 맥락이 일치한다. 정가판매로 인한 직무불안과 여기에 더 해져 실적관리를 표방한 가학적 인사 관리로 인한 동료 간의경쟁이 직장 내 폭력이나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직무 불안정은 직장 내 폭력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며, 가학적 인사 관리와 같은 부적합한 경영방식 역시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유럽연합 직업안전보건청(EU OSHA)의 보고서에서는 직장 내 분위기와 경영자의 리더쉽 및 관리방식을 직장 내 폭력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나이 등 개인적 요인과 직장 내 폭력 사이 관계는 상대적으로 불분명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데이터 심층 분석결과에서 드러난, 직장 내 폭력이나 우울증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관계갈등 영역은 단순히 노동자들 사이의 개인적인 문제에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조적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노동자들의 목소리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은 조직적이지 못 하고 개별적이었다. 정가판매제도를 지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나 정가판매를 지켜 실적이 낮은 데서 오는 고통, 정가판매 제도로 인한 보람 없음과 동료들 사이의 갈등을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가판매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각자가 생각하는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점집단면접조사를 진행해 정가판매 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확인해 보았을 때는 정가판매 제도의 개선을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개선을 위해서는 회사의 강력한 의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그 기준의 엄격한 적용, 현제도의 일시적인 운영 중단 및 개선된 제도의 시범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에서는 정가판매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걸리지만 말라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회사, 국내 시장 점유율이 수입차에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경영진,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점유율 하락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관리자들의 행태에 대한 불신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시장 질서 확립 방안으로 시장 주체들 간의 대화를 통한 시장 질서에 대한 동의, 대리점 소장 판권 제한, 대리점 노동자의 연대 등이 제기되었다. 

특히 대리점이 이미 국내 자동차 영업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은만큼 시장 질서 확립 과정에서 대리점 관련 주체들의 동의가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영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과거와 매우 달라졌고 지금도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개인의 판매 실적을 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는 실적 중심 구조가 더욱 근본적인 문제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런 문제를 덜 방안으로 고객관리 중심으로 업무 재배치, 지역 할당제, 영업 영역 분리, 승진 제도 개선 등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나게 하여 정가판매 제도가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는 못하면서 노동자에게 고통만 강요하고 있음을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지 않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방안에 대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정가판매에 대한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 간 교류와 공동체 경험의 복원이 가장 중요한 과제 이번 연구를 통하여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노동자 들의 노동 조건이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악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질서와 판매정책에 대한 일관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직영판매 조직에 속한 노동자들이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 인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가학적 인사관리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우울 증상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된 노동자들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긴급보호,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매위원회 노동자들의 일치된 목소리일 것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구보다도 판매위원회 노동자 스스로가 나서 야 한다. 특히 동료 간 악화되는 관계 갈등, 직장 내 폭력 문제는 더욱 그렇다. 서로 고립된 개인으로, 혹은 무관심하거나 대립하는 소집단으로 쪼개져 있어서는 사측의 전사적인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노동 인권이 존중되는 스트레스 없는 일터도 모두 요원한 꿈일 뿐이다. 현장의 작은 문제라도 반드시 함께 토론하여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분회나 지회의 현장 간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일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직무나 성별, 서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분회나 지회 및 더 나아가 대리점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노동자 사이의 상호 교류와 공동체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 는 것이 필요하다. 든든히 조직된 현장의 힘으로 신명나는 판매현장, 건강한 일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일터> 통권 141호 /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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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산재은폐를 넘어, 치료받을 권리로

28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산재은폐

32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산재은폐 고발 투쟁

34 조합원 결의로 모은 '대림비앤코 산업재해자 특별관리기금'

36 산재은폐 어떻게 대응할까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야 한다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근로자 건강센터, 노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자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 활용법

 

14 [현장의 목소리]

노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었어요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취객만 상대해야 하는 노동의 고달픔

 

22 [연구소 리포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현실, 판매노동자들은 괴롭다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너무 흔한 산재은폐와 직업병의 은폐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작업중지권 시작은 노동조합 가입과 교육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헬조선에 부는 '공정해고' 바람

 

48 [문화읽기]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

일반해고 제도 도입은 '정리해고' 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52 [일터 다시 보기]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갑을자본에 맞선 전략으로 승부한다

 

54 [이러쿵저러쿵]

막장인생???


[특집] 5. 올해의 현장 ➋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 2014.12

올해의 현장 ➋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정리 : 선전위원회

 


 




현대자동차 안에는 울산이나 전주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도 있지만 완성된 차를 팔기 위해 고객을 만나는 영업노동자 그리고 차 계약과 출고를 처리하는 등 영업지원 업무를 하는 사무노동자들도 6,800명이나 있다. 바로 이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이하 판매위원회) 조합원들과 함께 수행한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사업 결과를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발표했다. 



정하나 연구원(연구소 상임활동가)은 “연구의 주된 목적은 판매위원회의 경우 2007년에도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한 바 있었기에, 그 후 7년이 흘러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이 약 48세가 된 현재 직영영업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개선이나 악화된 것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인지를 확인하고 그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위원회의 주요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된 것은 관계갈등과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요인이었다. 과거에도 이 세 가지가 주요인으로 도출되긴 하였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새롭게 확인된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직무불안정의 경우 직무와 성별에 관계없이 2007년보다 훨씬 악화되었다는 점, 영업직의 경우 성별과 무관하게 관계갈등 악화가 관찰되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조직체계는 영업직 여성을 제외한 모두에게서 여전히 참고치보다 높고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 근태관리의 형식을 취하지만 미행·감시와 같이 반인권적인 행태를 일삼는 노무관리,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CS평가와 교육, 7년 전에 비해 턱없이 올라간 변동급(성과급) 비율 등의 문제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음을 밝혔다. 이는, 연구소가 2007년 이미 이 사업장의 직무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 바 있는 ‘고객만족 이데올로기’와 ‘실적 중심주의 구조’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에 김정수 연구원(연구소 운영집행위원)은 “후속사업을 통해 실제로 조합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여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이 높은 정도의 불안감을 상시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우울증상 및 자살관련 설문에서 다른 집단보다 훨씬 높은 위험수치를 보여준 것, 직장 내 폭력 등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훨씬 높게 나온 점 등의 결과에 대하여 심층인터뷰나 간담회 같은 방법을 동원해 현상을 더 명확히 드러내고, 더 나아가 함께 대안을 마련할 현장활동가를 발굴해 나가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유정옥 연구원(연구소 회원)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은 대부분이 자영업자와 다를 바 없는 영업직이다. 또 한편으로는 최대 20명 정도 같이 근무하는 작은 분회(영업점)들로 전국 방방곡곡, 뿔뿔이 흩어져 있다. 조직을 다시 일구고 조직력을 복원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조건은 아니다. 이 자리에 계신 동지들이 고민과 경험을 나누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판매위원회 정책기획실장 조창묵 현장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어떤 필요를 느끼고 있는지, 정신건강 등 어디가 얼마만큼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의 공세에 수세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필요를 새롭게 구성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조합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터> 통권 131호 /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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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2014 현장연구 나눔마당

- 주간연속 2교대 이행 실태와 향후 연구 방향

-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체신노동자 재해 실태 : 집배원을 중심으로

- 자동차 판매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뉴스] 

분신 아파트 경비원,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인정 外  l 장영우


[지금 지역에서는] 

물고기 1만 마리 떼죽음, 삼성의 책임을 묻는다  l 재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기술과 예술의 사이에서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  l 정하나


[현장의 목소리]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l 재현


[연구 리포트]

대리운전기사의 직업환경과 안전 및 보건  l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윤진하


[사진으로 보는 세상]

하늘과 땅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농성투쟁 중  l 쌀집아재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l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은 일상의 전투다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쫓기는 노동, 여유 없는 시간  l 노동시간센터(준) 해미


[문화읽기]

거기 누가 있나요  l 김재광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경비노동자의 겨울나기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일터 다시보기]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  l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교육선전국장 조계석


[이러쿵저러쿵]

눈은 내리고 새해는 온다  l 생애 전환기 맞은 한 회원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연구소 리포트] 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연구 / 2014.11

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연구

 

 

 

김정수 운영집행위원

 

 

 

1. 연구 배경

 

연구소에서는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직무스트레스 실태에 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여러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직무 불안정, 조직체계, 관계 갈등 요인이 전국 중간값(참고치)보다 훨씬 높게 나왔었다. 연구진은 실적과 고객만족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시장중심적 구조의 문제’를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핵심 원리로 지적하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경영 및 조직체계는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 게다가 고객만족(CS) 관련 업무와 교육, 판매노동에 대한 업무감사와 현장통제 등이 전에 없이 강화되어 노사갈등의 현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이하 판매위)는 조합원들의 직무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본 연구를 실시하게 되었다.

 

 

▲ 판매위원회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발생 원리

 

 

2. 연구 목적 및 방법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영업 및 사무직 노동자의 주된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노동조건과 건강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또 2007년 조사와 비교하여 직무스트레스 요인과 노동조건, 건강문제의 변화 양상을 보는 것도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조사 방법은 판매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시행하였다. 설문의 구성은 기초 인적 사항, 사회경제적 조건, 노동조건과 노동강도, 변화의 양상, 직무스트레스 요인, 감정노동, 현장통제 및 직장내 괴롭힘, 건강상태와 건강행동, 육체적·정신적 건강 등이었다.

 

 

3. 주요 연구 결과

 

1) 직무스트레스 요인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직무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영역으로 나타났다. 이 요인들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거나 심지어 악화되어 이미 직무스트레스가 만성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특히 관계갈등의 경우 영업직 노동자에서 두드러졌는데, 85~90%의 노동자들이 고객이나 동료와의 갈등 증가를 호소한 점, 73%에서 업무와 관련한 징계의 증가를 경험한 점, 직장 내 미행·감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노동자가 30%를 넘고, 신체적 폭력에 대한 직·간접 경험도 4%에 달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관계갈등 양상이 상당히 공격적, 파괴적일 것으로 우려되었다.

 

표1. 직무스트레스 요인별 변화 양상

 

영업직 남성

사무직 남성

영업직 여성

사무직 여성

물리적 환경

*

**

*

*

직무요구

**

*

*

**

직무자율

*

*

*

*

관계갈등

****

***

****

(*)

직무불안정

***

***

***

***

조직체계

***

****

*

***

보상부적절

*

*

*

*

직장문화

*

***

*

(*)

각 기호의 의미는 다음과 같음.

* A유형 : 참고치 이하이며 악화되지 않음.

(*) A’유형 : 2007년에는 참고치보다 높았으나 2014년에는 참고치와 같은 수준.

** B유형 : 아직 참고치 이하이나 악화됨.

*** C유형 : 악화되지 않았으나 여전히 참고치보다 높음.

**** D유형 : 참고치보다 높고, 악화됨.

 

2) 노동 조건


자동차 영업 분야는 독특한 업무 성격과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 단순 비교를 통해 노동조건을 진단하면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게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를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하향평준화해버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노동조건의 분석에서는 노동자의 건강, 삶의 질 등 노동조건을 평가하는 가치와 기준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1일 8.5시간, 1주 42.9시간)을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동의 질적 차원에서 가족 친화성과 양성 평등의 차원, 노동자의 선택권 차원 등 ‘괜찮은 노동시간’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각주:1]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우선 ‘안전보건’ 요소의 경우,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안전사고를 증가시킬 만큼 길지는 않다. 그러나 1년에 4.9일은 몸이 아픈데도 출근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즉, 현재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직접적인 사고 위험을 높일 정도의 장시간 노동은 아니지만, 아프면 쉬어야하는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가족친화성 및 양성 평등’의 측면에서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적절하지 못하다. 판매위 노동자 4명 중 1명은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근무시간이 적당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고,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휴일에도 거의 쉬지 못하고 가사노동의 이중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영업직 노동자들은 근무시간과 여가시간의 경계가 없이 노동하고 있는데, 이를 ‘기업의 생산성 및 노동자의 선택권과 영향력’차원에서 보면, 현재 영업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결정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에 달려 있으며, 최근 미행감시와 징계, 근태관리 강화 등을 통해 노동자의 선택권이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우려되었다.

 

3) 사회적 건강

임금 수준이나 생활비 지출 수준의 경우, 임금 인상이나 물가 상승, 그리고 사업장 특성 등을 고루 고려하면 지난 7년간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며, 실제 분석 결과 임금이나 지출 수준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재의 소득으로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2007년에 비해 줄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절반을 넘었다. 이들은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집단과 소득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각 가구가 필요로 하는 지출 및 영업직 노동자들이 영업활동을 위해 사적으로 들이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를 나타냈다. 이는 판매위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임금의 인상 뿐 아니라 개별 영업비용 부담 경감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임금 총액은 늘었으나 기본급의 비중이 적고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임금 구조의 불안정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2007년보다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건강을 위하여 앞으로의 임금 개선책에는 양적인 차원 뿐 아니라 질적인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판매위 노동자들의 가사 노동시간은 성별로 매우 큰 편차를 보였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평일에는 2.5~3.3시간, 휴일에는 5.5~8.2시간 가량 가사 노동을 하고 있어 사실상 쉴 시간을 갖지 못하는 반면, 남성 노동자들은 평일 1.2시간, 휴일 3시간 정도만을 가사노동에 할애하고 있었다. 여가생활의 1순위도 성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남성 노동자들은 영업직의 경우 31.9%, 사무직의 경우 23.5%가 스포츠 활동을 1순위 여가로 꼽았으나, 여성 노동자들은 영업직의 27.4%, 사무직의 41.6%가 가사노동을 꼽았다.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주된 이유도 남성 노동자들은 비용 문제를 꼽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피로와 가사부담을 꼽았다.

 

4) 건강 행동 및 건강 지표

흡연율이 약간 줄어든 점이나, 음주율이 다소 줄면서 고위험 음주율은 오히려 늘어난 점은 일반 인구집단과 비슷한 변화 흐름이었다. 다만 운동의 경우, 일반 인구집단에서는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판매위 노동자들은 오히려 7.6%정도 늘어났다. 이는 노동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점 등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동하러 다니기에 더 나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영업직 노동자의 경우 고객 확보와 관리 차원에서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사무직(46.9%)보다 영업직(81.8%)에서 월등히 높았다. 일부 건강 지표에서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도 발견되었다. 주관적 건강 인식도는 좋은 쪽과 나쁜 쪽이 모두 늘고 중간이 줄어들었으며, 우울증상의 경우도 ‘우울하지 않은 상태’ 해당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동시에 ‘심한 우울상태’ 해당자도 늘어나는 양상이었다. 이런 변화는 명백히 부정적인 것으로, 전체 집단에서 고위험, 취약 집단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판매위 노동자들 중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11.3%, 실제 시도해본 사람이 1.2%로 상용직 전일제 노동자들 대푯값보다 높게 나왔다는 사실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4. 직무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후속 사업을 제안하며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직무스트레스 예방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후속 사업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 직무 불안정 요인에 대한 심층 분석
더 이상의 인적 유연화는 진행되고 있지 않은데도(업무 다각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

 

2) 변화된 현장통제 방식의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
과거에는 고용불안감의 바탕위에 실적을 중심으로 한 임금 및 포상체계, 고객만족서비스 이데올로기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노동자에게 자발적 순응을 강제하는 방식이었다면, 2014년 조사에서는 이와는 다른 폭력적이고 타율적인 방식(미행감시, 징계, 폭력)이 상당 수준으로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이와 관련된 직무스트레스(관계 갈등)의 증가도 확인하였다. 이는 노동환경의 심각한 악화를 말해주는 것으로 이를 막기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 원인 규명, 대안 찾기가 필요하다.

 

3) 더욱 심화된 ‘실적 중심의 구조’에 대한 대응
2007년 확인했던 ‘실적 중심의 구조’가 더욱 심화되었다. 당시의 실적 중심의 구조란 주로 영업직 노동자 개인이나 영업지점/본부의 판매 대수에 임금, 포상, 승진 등이 직접 연동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업직이건 사무직이건 노동자들의 생활이 회사의 실적에 깊숙이 연동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화된 실적 중심의 구조를 막고 회복해가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4) 실질적인 노동자 건강 보호와 예방책 마련
2007년 당시 평균 연령 4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지금은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설령, 다른 모든 요인이 악화하지 않았더라도 연령의 증가 하나만으로도 건강의 위험은 커질 수 있다. 현재 판매위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어떠하며, 어떤 문제부터 보호와 예방에 나서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5) 연구 결과에 대해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기
이번 연구 결과를 교육·선전·토론의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수렴된 노동자들의 요구와 의견을 다시 후속 (연구)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 국제노동기구의 <노동 및 고용조건 프로그램>에서는 “괜찮은 노동시간”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다음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안전보건을 증진시켜야 한다, 가족 친화적이어야 한다, 성평등을 증진시켜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과 영향력을 촉진해야 한다. (출처: International Labour Office, , p420, 2006.) [본문으로]

<일터> 통권 130호 / 2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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