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이주노동자가 건강해야 지역사회도 건강하다 / 2019.09

['불법'인 사람은 없다 ②] 

 

 

이주노동자가 건강해야 지역사회도 건강하다

 

 

송홍석 / 향남공감의원 원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차이는 건강 격차를 발생시킨다. 사회적 환경 중 특히 중요한 것이 건강한 사회적 관계이다. 세계 경제의 불평등은 전 세계 이주민 인구를 17년 만에 49%나 증가시켰고, 한국도 이주민이 10년 만에 무려 3.3배나 증가하여, 2016년 인구의 3.4%, 176만 명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며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다. 비인권적 고용허가제라는 환경, 언어, 인종, 국적이 다른 이들과 일상에서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향남공감의원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며,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주노동자가 병원에 온다는 것

27세의 캄보디아 국적 미등록 남성 이주노동자가 회사 관리자와 함께 병원에 왔다. 한국말이 서툴러 전화로 한국말을 좀 하는 동료의 도움을 받았고, 이를 통해 3일 전부터 38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 기침, 객담(가래)이 있었다는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더 견디기 힘들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급성폐렴이나 독감이 의심되었고, 확진을 위해 혈액검사와 X-RAY, 인플루엔자 신속검사가 필요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그에겐 부담이 되는 돈이었다. 검사를 거부했고 약만 달라고 했다. 회사 관리자는 지켜만 보고 있었다.

검사비의 50%를 할인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 의료비지원제도가 있음을 알려주었고, 이후 그는 흔쾌히 동의하였다. 검사결과 인플루엔자 감염증으로 진단되었다. 일주일간의 격리를 위한 병가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로 휴식을 취하며 치료를 받았다. 그는 독소에 의한 신기능저하까지 진행된 상태로 5일간 수액치료까지 받았고, 이후 정상 신기능으로 회복하였다. 한 달 동안 추적 관찰을 위해 내원할 것을 권유했으나,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5일간 지불한 의료비는 5만 원가량이었고, 공감의원에서 부담한 지원비는 9만원이 조금 넘었다.

아파도 진료 받을 수 없는 이주노동자

장시간 고강도의 위험한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아프기 십상이지만 병원에 들어서는 일, 검사를 진행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특히나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더 하다.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병원에 오기 힘든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017년 화성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진행한 이주노동자 건강권 토론회에서 나온 이주노동자의 말을 정리해본다. 먼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크다. 아픈 증상을 표현하기 힘들고, 의료진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를 알아듣기도 힘들다. 병원에 오는 이들은 나름 언어 문제를 해결한 이들이다. 둘째, 병원에 갈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는 고용주가 허락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 근무 중 외출하기가 힘들다. 두세 번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엔 더욱더 어렵다. 응급과 전염성 질환이 아니라면 말이다.

셋째, 의료비도 부담된다. 특히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더하다. 병원비 부담으로 진료를 포기하거나 본국에서 우편으로 약을 받아 해결하려다 질병이 악화하기도 한다넷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을 이용해야 하지만 심리적 위축으로 포기한다. 그들은 휴일에도 익숙한 길만 이용하거나 심지어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플 때 어느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지, 보건소나 도립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서는 의료비 지원이 된다는 정보도 모른다.

이주노동자가 건강하면 지역주민도 건강해진다

한국사회 인구구조 변화추이로 볼 때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는 명백하게 동일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다. 이주노동자, 이주민과 모두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의료기관 접근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해야

첫째,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의료보장제도를 차별 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 중소규모 사업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듯이 인간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건강보험도 당연 적용해야 한다.

둘째,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공공의료사업 민관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당장의 현실이 평일 진료가 힘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주말 진료를 추진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도 단속으로부터 안전한 진료라는 인식을 만드는 데 지난한 공을 들여야 한다또한, 공공과 민간의 의료비 지원사업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평일 진료를 허락하도록 고용주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인지 교육, 산업안전 교육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주민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통번역시스템을 만들어야

비단, 의료의 영역만이 아닌 노동, 법률, 생활의 영역 전반에서 의사소통문제가 이주민의 건강과 삶의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더큰이웃아시아에서는 모국인 가족, 친구를 통해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주로 해결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에 근거하여 리더역량강화 사업을 지자체에 제안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이주민 리더(한국 정착에 성공한)를 양성하고 적정 수준의 활동 수당을 제공하여 상시통역 요원과 이주민 멘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조(self help) 조직의 구성과 운영은 이주민의 자존감을 높이고 정주민에게도 이주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기대효과가 예상된다당장에 화성시 재원으로 이주민 통역 상담원을 채용하여 의사소통과 취업, 생활 고충 등 어려움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지역 내 의료기관들은 통역 상담원의 보건의료 분야 전문역량을 강화하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주노동자 공동체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힘이다

장시간 노동, 동료나 관리자에게 받는 멸시와 차별,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스트레스가 누적돼 우울증을 앓거나 최악의 경우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주노동자의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 중 하나가 친구 조직, ‘이주민 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한 이주노동자의 공동체 참여를 높이는 일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이를 적극 지지, 지원하여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 건강과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교육사업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기획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차별의 이전구조에서 존중과 평등의 관계를 만드는 지역사회로

보다 평등한 사회관계를 지향할수록, 서로 존중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수록 그 사회 구성원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영국의 저명한 사회역학자의 말을 빌려본다. 평등한 사회관계는 평등에 대한 인식과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지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도 동일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문화 사업이 필요하다. 평등성을 인식하는 사업에 이주민과 정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회 각 영역에서 차별과 편견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더큰이웃아시아의 고견에 귀 기울일 만하다.

[언론보도] 이주민 건강 위해 선주민 나섰다 (건강미디어)

이주민 건강 위해 선주민 나섰다

기사승인 2018.11.06  15:58:13

 - 2018 이주노동자 진료 및 건강실태조사...태국, 베트남 이주민 130명 무료 진료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과 향남약국은 지난 11월 4일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진료와 건강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http://m.media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8&fbclid=IwAR2Cz2osHwAe73Ge0l4DFaQGzJgL3z-q7Uv-IqFaNOsFvSzTz1gcaSunTag

[언론보도]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시장이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시장이 필요하다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 승인 2018.05.17 08:00
  • 댓글 0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겠지만 정작 국민 관심은 싸늘하다. ‘이슈·인물 없는 지방선거’라고 불릴 정도다.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둘러싼 대형 이슈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여당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필자 역시 노동안전보건 관련 정책 수립과 집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선과 총선보다 지방선거에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583

[연구리포트] 경기화성지역 이주노동자 건강실태 / 2018.03

경기화성지역 이주노동자 건강실태

송홍석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장, 화성지역사회보장대표협의체위원)


화성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건강분과에서는 2017년 9월 ‘찾아가는 이주노동자 이동 진료사업’을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에서 진행하였다. 이동 진료에 참여한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실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설문에 응답한 이주노동자는 총 113명으로 이중 비 전문취업(E9비자)노동자는 101명, 미등록이주노동자는 12명으로, 등록이주노동자 중심의 설문조사였고, 경기 화성지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첫 건강실태 설문조사 결과다.


1. 화성지역 이주노동자의 노동 현실

○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3년 이상, 혹은 5년 이상 비교적 장기간 한국에 거주하였다. 한편,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10년 이상 거주한 경우가 58%, 5년~10년 미만이 25%로 체류 기간이 등록이주노동자보다 확연히 길었다. 


 


○ 81%의 이주노동자들이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10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했다. 이 중 25%의 미등록이주노동자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 더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 평일 평균 노동시간은 10.1시간으로 법정 하루 노동시간 8시간을 훌쩍 넘기며 일하고 있었다. 특히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8시간 근무를 하고 있었고, 27%의 이주노동자들은 일요일에도 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초장 시간 노동을 하는것으로 나타났다.

○ 한 달 급여는 등록이주노동자들은 200~299만 원이 60%, 50~199만 원이 26%, 100~149만 원이 11%였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경우 100~149만 원을 받는 경우가 45.5%로 가장 많았고, 150~199만 원이 27.3%, 200~299만 원이 18.2% 순이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한 달 급여가 현저히 적었다.


○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작업장의 유해요인으로는 분진(47%), 소음(39.4%), 중량물 작업(37.5%), 화학물질(32.7%) 등을 꼽았다.


2. 산재 및 산재 예방 실태

○ 30%의 이주노동자에게 산재의 경험이 있었는데, 산재보험을 신청한 경우는 36%에 불과하였다. 설문참여자 수가 적어 통계적 의미는 없으나, 산재의 경험이 있었던 미등록이주노동자 전원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더 주목해볼 만한 통계는 다음이었다. 36%의 이주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10명 중 7명에서 산재보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 이렇다 보니 일하다가 다쳤을 때 본인이 치료비를 전액 부담한 경우가 36.4%, 공상처리가 27.3%나 되었다. 반면, 미등록이주노동자 4명 중 3명(75%)은 본인이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고,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미등록이주노동자는 산재보험은 물론이고 공상처리조차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 사업장 배치 후 안전보건교육 실태는 50.5%의 이주노동자가 교육받지 않았다. 그런데 70%의 이주노동자가 안전보건교육이 실제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볼 때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말해준다. 

○ 30%의 이주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매년 받을 수 있는 직장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동 진료 시 다수의 이주노동자에게서 당뇨, 고혈압, 간 질환 등 만성질환이 발견되었음을 고려하면 회사에서 법적인 의무사항인 직장검진을 매년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3. 건강 및 의료기관 이용 실태

○ 이주노동자가 병원을 방문하는 질환은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감기, 위장질환, 두통, 치과 질환, 피부 질환, 고혈압 순이 병원을 이용하였다.

○ 33%의 이주노동자가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가 필요한 질병이 있었고, 그중 42%의 이주노동자만이 정기적으로 관리받고 있었다. 한편, 최근 1년 동안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나 가지 못했던 이주노동자는 34%나 되었는데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절반은 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이주노동자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매우 떨어졌다.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를 반영하듯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유해한 작업장 환경과 장시간·고강도 노동, 그리고 건강검진 미수검을 포함한 제때 병원 이용을 못 하는 문제를 건강을 해치는 주요인으로 꼽았다.


○ 병원에 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일이 많아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77.6%)’ 였고, ‘의사소통의 문제(20.4%)’, ‘의료비용 부담(18.4%)의 문제’, ‘의료기관 정보의 부족(16.3%)’ 때문이었다. 한편,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병원 갈 시간 없음, 의료비용 부담,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 순이었다. 이는 대구 성서공단 이주민 건강실태조사나 부산·경남 미등록이주민 건강실태조사의 결과와 같았다.


○ 이주노동자들이 아플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병·의원 63%, 약국 21%, 무료 진료소 8.6%, 보건소 3.8%, 한의원 2.9% 순이었고,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약국 50%, 무료진료소 33.3%, 병·의원 16.7% 순이었다.

○ 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내국인의 일반적인 선택의 기준과 비슷하였고, 다만 보건소의 이용률은 타 의료기관보다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엔 일반 병·의원보다는 약국과 무료 진료소를 중심으로 이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 의료기관 이용 시 의사소통 문제 해결은 72.2%의 이주노동자들이 본인이 직접 한국어로 의사소통하였고, ‘의사소통이 어렵다’ 25%,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나 통역사가 함께 가서 해결한다’ 16.7%, ‘본인이 영어로 소통한다’ 8.3%였고, 전화 통역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7.4%에 불과하였다.

○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병원 방문 시 의료비 지불은 본인이 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고, 의료공제회를 통한 지불 방식은 없었다.

○ “수원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이주노동자들은 17%에 불과하였다. 특히 미등록이주노동자 12명 중 1명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공공보건사업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 의료기관 이용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이주노동자 전체적으로는 ‘건강보험/의료비 할인 등 경제적 부담문제 해결’과 ‘근무시간 중 병원 방문 허용’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고, ‘통역서비스’,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 순으로 해결 과제를 꼽았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문제 해결’, ‘단속 문제와 근무 시간 중 병원 방문 허용’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 보건소 이용율은 40%로 낮은 편이었는데, 그나마도 대부분은 ‘비자발급을 위한 결핵 검사’를 받기 위함이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보건소의 이용율이 25%로 훨씬 낮아서 건강과 의료서비스의 취약계층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보건소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하겠다.


4. 정책 제안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병들고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는 국적을 이유로, 등록과 미등록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이다. 인권으로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사업주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위험을 회피할 권리’,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실현할 책무를 다 해야 한다.

(1) 정부 당국은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를 제도적,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업장 산재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 근본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일하다 다쳤을때 산재보험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영세사업장에서 고위험·고강도·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법무부 공식통계로도 20만 명 이상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여 경제적 장벽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 단기적으로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유일한 의료 안전망인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의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있는 ‘외래진료 및 약제비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사업수행 의료기관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 노동부는 산재 은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재 발생 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

○ 입사 전 형식적이고 일회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아니라, 입사 후 사업장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 안전보건교육은 이주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된 자료로, 통역을 동행해서 진행해야 한다.

○ 또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단속의 두려움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를 이용하기 힘들다. 법무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이러한 인권 침해적인 폭력적 강제 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2)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 건강보험에서 소외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외래 및 약제비를 지자체 예산확대를 통해서도 지원해야 한다.

○ 2000년 한국 정부는 지역보건소가 미등록이주민에게 최소한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외국인 근로자 건강관리지침’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화성시 보건소는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건강검진,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관계 기관의 협조, 그리고 사업장을 찾아가는 보건교육 및 예방접종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한다.

○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의료기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당장의 노력으로 의료공제회 가입을 독려하고, 지역의사회는 의료공제회와 협약을 통해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그리고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이나 재해 발생 상황에서 지자체 수준의 통역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2016년 아시아 다문화소통센터에서 ‘화성 이주민실태조사’를 통해 ‘외국인 역량강화 네트워크사업’을 제안하였는데, 이사업으로 양성된 이주민들과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활동비를 지원하여 상시 통역(전화,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화성시와 경기도는 이러한 모범사업을 통해서 여타 지자체에 확산시키는 선도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 모든 사업주는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아프면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해 발생 시에는 산재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가 원하면 사업장 변경을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사업주는 유해요인으로부터 안전한 작업장 환경을 만들고,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실효성 있게 수행하고, 정부 관계 당국은 재정적, 행정적으로 충분한 지도와 지원을 해야 한다.

<일터> 통권 153호 / 2016.10

표지 : 이기화






- 차례 - 

[특집] 반올림 노숙농성 1년, 이제 삼성이 답하라!
26 반올림 노숙농성 1년, 어떤 일들이 있었나
28 반올림 산재인정 투쟁의 성과
30 말 뒤짚는 삼성과 직업병 피해자 고통 가중하는 정부
32 반올림 농성 1년, 이제 삼성이 답하라!
34 우리들의 이어말하기는 계속된다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지하철 기관사의 자살은 업무연관성이 있습니다!

8 [포커스] 자본의 탐욕이 김군의 죽음을 불러왔다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6) 

12 [현장의 목소리] 대찬인생 살아볼랍니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안전하지 않은 안전매니저

20 [연구소 리포트] 과로 평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1)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6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신규 병원노동자 이야기

38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지진, 피할 수 없다면 노동자의 대피권을 보장하라!

42 [시간의 재발견]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위해

46 [문화읽기] 좀비가 무서울까? 사람이 무서울까? 

48 [발칙X건강한 책방] 박노자의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읽고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20대 청년의 고백

52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치졸하고 뻔뻔한 정부의 방해

54 [이러쿵저러쿵] 나이 한 살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노동자의 건강지킴이가 되려는 이유 /2016.3

노동자의 건강지킴이가 되려는 이유



김정수 (한노보연 회원,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원장)





저는 올해 11년 차가 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생각해 보면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특히 최근에 잇따라 터져 나오는 수은 중독, 메탄올 중독 등 7~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사고들을 접하다 보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듭니다전문의를 취득한 이후 군 복무를 제외하고 주로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특수건강진단 업무를 했습니다


저와 같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이 주로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은 소음이나 분진, 중금속이나 유기용제와 같은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반드시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입니다. 이 업무를 하는 동안 이게 노동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소음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청력검사 결과를 제외하면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하게끔 되어 있는 특수건강진단이 노동자들에게 생길 수 있는 직업병이나 업무 관련성 질환을 찾아내기에는 빈구석이 너무 많았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특수건강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업주도 많고 제대로 알려주는 특수검진기관도 많지 않았습니. 바로 이런 노동자들이 7~80년대에나 있을 법한 그런 사고들로부터 고통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눠보았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몇번 얘기를 나누고 나서 이런 답답한 현실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데 그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가 직접 병원을 만들어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 의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는 산업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학술연구, 교육, 홍보 등의 사업을 통해 이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향남공감의원은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의 부설의원으로 작년 9월에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개원하였습니다. 화성시는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서울 영등포구, 경기도 안산시에 다음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법인의 첫 번째 부설의원을 화성시 향남읍에 개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향남공감의원의 세 가지 모토는 지역 주민의 주치의,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병원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퇴근해서 집에 가면 바로 지역 주민이 됩니다. 지역 주민이 건강해지고 나아가 지역 사회가 건강해져야 노동자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저희가 지역 주민의 주치의가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자기가 하고 있는 일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얘기를 해주는 의사들도 많지 않습니다.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 할 수 있어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가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의미 있고 좋은일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막상 그 일을 하면서 불행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그 일을 하겠다고 모인 우리들 역시 노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노동을 통해서 의미 있고 좋을 일을 해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동부터 즐겁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개원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희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하기 위해 한걸음씩 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주치의가 되고자 인근 어린이집 다섯 곳과 진료 협약을 체결하였고,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가 되고자 사단법인 한국이주민건강협회와 함께 이주노동자 순회 진료, 농어촌 이주노동자 교육을 함께 하기로 했고,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을 만들고자 노동감사라는 것을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가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지켜봐 주시고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 www.gonggam.net 에 들어오시면 저희가 하고 자 하는 것과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