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 2020.04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사의 책임을 묻는다

-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 사회는 일하는 사람이 쉽게 억울하고, 억울한자리에 놓이는 곳이다. 2004년부터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이재학 PD도 그랬다. 조연출로 입사한 뒤, 청주방송에서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의 조연출과 연출 업무를 했다. 매년 정규직 PD2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자유롭게 프로그램만 만든 게 아니다. 지자체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쓰고, 공무원들과 협의하여 방송을 제작하고, 프로그램 종료 후 정산하는 등의 대외 업무도 했다. 일상적으로 업무를 보고하고 결재용 서류를 써 냈다. 모두 청주방송 PD로서 한 일이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던가. 2018년 문제가 생겼다. 동료 프리랜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인건비 증액과 인원 보강을 나서서 요구했다. 그러자 갑자기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해고가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종료라고 했다. 억울한 마음에 직장갑질119를 찾았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시작했다. 소장을 접수한 지 14개월이 지난 뒤에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결과는 패소. 재판 과정에서 CJB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이재학 PD를 위해 나선 증인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결국 고인을 돕기로 했던 증인 한 명이 진술을 번복하기까지 했다. 1심 선고 후, 어머니에게 전화하여 억울하고 억울하다는 말만 하며 울었다고 한다. 판결문을 받자마자 곧바로 항소장을 접수하고, 끝까지 싸워보겠다 다짐했지만, 분노와 억울함이 더 컸다. 결국 202024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1956개 단체가 모여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고 이재학 PD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뿐 아니라, 방송계의 오랜 문제인 무늬만 프리랜서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다. 얼마 전인 323일 이재학 PD49재가 있었다. 대책위원회 진재연 집행위원장을 만나 대책위의 싸움에 대해 들었다.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고 해결하기 위한 싸움

이재학 PD의 경우, 직장갑질119 등을 통해 법정 투쟁을 함께 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고, 이전에 미디어오늘에 소송 과정이 보도되기도 하는 등 알고 있던 분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이재학 PD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방송 산업 내에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방송작가, 독립PD 등은 허울 좋은 프리랜서다. 방송작가나 독립PD들은 개편 때 잘리면 그만이다. 그런 경우 한 건, 한 건 법정에서 노동자성을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재학 PD 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도 중요한 과제지만, 방송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목표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회 한 번 잡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49재는 같이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청주방송 앞에서 작은 집회로 진행했다. 조계종에서 천도제를 지내주셨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

지난 227일 대책위원회는 회사와 합의를 통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게 되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는 합의하에 대책위원회와 회사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첫 회의부터 난관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고인이 억울하다고 한 재판 과정에 참여했던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회사는 합의서에서 진상조사위 꾸리고 성실하게 임하겠다 약속했다. 합의문에는 객관적인 진상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을 방송사 내부위원이 아니라 외부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사측에서는 이재학 PD1심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의 증언을 방해하고, 중요한 증거들을 은폐한 혐의가 있는 사측 변호사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런 행동은 사실상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합의서 쓰고, 사과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적당한 외부위원을 찾기 힘들다며 위원 구성을 계속 미루고 있다. 회사 내부 사람을 조사위원으로 넣어달라는 논리인데, 그렇게 되면 방송사 직원, 노동자들이 제대로 진술에 참여할 수가 없다. 일단 대책위 추천 진상조사위원들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9재가 끝나고 진상조사위원들이 현장조사를 했다. 1~5층 돌면서 직원들도 만나고 실제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 전 보도국장인 고위 인사가 배석했다. 그러니 분위기가 얼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도 청주방송 모기업인 건설사의 이두영 회장이 직원들 앞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청주방송 음해세력이라고 말하며, 조사에 협조하기 어렵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 뒤로 회사 분위기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청주방송 진상조사위원회는 관례적으로 요구하여 꾸리게 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재학 PD억울함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과제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재학 PD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도화선이 된 청주방송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 동료들의 처우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고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본인이 당했던 불공정함 뿐 아니라,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밝히는 게 고인의 명예회복에도 중요하다. 이후, 문제제기 과정에서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고, 소송 과정에서 위증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 이러면서 믿었던 동료에게 배신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재학 PD가 다른 출구가 없다고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회사와 함께 다시 짚어보면서, 회사도 반성하고 밝혀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유가족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이재학 PD14년 동안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사측에서는 홈페이지 리뉴얼한다면서 이재학 PD가 연출했던 프로그램 보기도 삭제하고 있다. 유가족에게는 고인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재판도 이어가고,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여, 고인이 어떻게 일했는지 밝히는 것, 그야말로 노동자였다는 걸 밝히는 게 중요하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당화하는 한 마디, ‘방송 펑크낼 거야?’

대책위원회에서 만든 카드뉴스 중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방송국이 왜 후진적으로 운영되는지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방송국이 유난히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중소제작사 지원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지상파 프로그램 외주편성 비율을 정해두게 된다. 외주제작사에 방송 기회를 일정 정도 이상 줘서, 외주제작사를 키워서 방송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외주제작사의 직접고용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지만, IMF이후에는 고용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드라마 제작 현장을 예로 들면, 100명 중 5% 정도가 방송사 정규직이다. 나머지 95%의 비정규직도 고용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프리랜서, 파견, 도급 등등. 아예 무계약 상태로 일하는 노동자도 많다. 구두계약조차 없는 상태로 일한다. 그러다보니 그냥 짤리는일도 여전히 많다.”

이 업계에서는 그래도 방송은 내보내야 하지 않냐.”는 말로 모든 것이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방송 나가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 외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그러니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후 수십 년간 특례업종으로 밤샘노동을 당연히 해 온 것이다. ‘방송 펑크 낼 거야?’라는 말이면 모든 게 정리돼 왔다. 우리가 관행이라 부르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노동자들 사이의 위계나 서열 문제도 심각하다. 꼭 정규직-비정규직뿐 아니라, 직군별로나 고용 형태 별로 서로 이해도 높지 않고 경쟁하는 분위기도 있다. 같은 직군 내에서도 경력에 따라서 임금 차이도 크고 위계도 심하다. 노동자들 사이에 이런 차이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시스템이 제대로 돼야 한다. 직군별로, 맡은 역할이나 일한 연차 등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든지, 표준적인 계약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방송계는 계속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여기서는 10만원인데, 할래?’ 이런 식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방송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척하는 방송사, 거기서 비롯된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노동, 과로사와 안전문제, 저임금과 폭력적인 직장 문화 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도 4~5년 정도의 일이다.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2016년 이한빛 PD의 죽음 이후, 방송작가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등이 결성되면서 이제야 얘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방송계에서 프리랜서 방송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으고 조직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이 투쟁에서도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는 고용 불안이 너무 크니 불안해하고 있다. 회장 말 한마디에 사내 분위기가 얼어붙기도 하고, 대책위에 도움을 주던 분이 힘들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방송계에서 몇 년간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현장도 변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현장 노동자 모임하면, 누가 알까봐 걱정하는 수준이다. 사실상 방송 현장이 인맥으로 이어지는 주먹구구식 구조이다보니,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이 고용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방송사 정규직 노동자와의 관계도 쉽지 않다. 제작 현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회사 관리자 역할을 하고, 업무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감정이 쌓이기도 하고, 이 사이에서 단결이나 연대로 한 발 나아가는 것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도 노동자성 인정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야 노동자로 문제제기나, 싸움이나, 연대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방송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대책위원회는 청주방송뿐 아니라, 방송계 전반의 무늬만 프리랜서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없더라도, 처우 개선이나 조직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고 싶다. 그래서 지상파 4사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방송사와 제작사 안에 제3, 4의 이재학이 있다. 이재학 PD가 해고되기 전, 동료들의 처우개선 문제제기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런 얘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용기를 냈던 사람이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게 안타깝다. 장시간 노동하면서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부당한 처우에 목소리 한 번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이재학 PD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책위에서는 무늬만 프리랜서 관련 실태조사도 하고 있고, PD 외에 다양한 방송직군 증언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상황에서도, 방송계 노동자는 고용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의 처지에 놓인다고 한다. 재택근무하면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정규직도 있지만, 일당 받는 직군들은 방송 하나 취소되면 생계에 직격타를 입는다. 반대로 별다른 예방 조치 없이 수십 명의 스태프가 장시간 촬영을 강행하여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금 이재학 PD의 죽음에 대해 청주방송의 책임을 묻는다.

[언론보도] [건강한 노동이야기] 억울함에 죽음 택한 노동자를 살릴 정치는 어디 있을까?(20.03.30. 민중의소리)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도록 하는 정치는 가능할까요? 

이번 주 <건강한 노동이야기>는 청주방송 이재학 피디 이야기입니다.

 

https://www.vop.co.kr/A00001478822.html

 

[건강한 노동이야기] 억울함에 죽음 택한 노동자를 살릴 정치는 어디 있을까?

 

www.vop.co.kr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놀이로 아픈 마음과 몸을 치료하는 놀이치료사를 만나다 / 2019.01

놀이로 아픈 마음과 몸을 치료하는 놀이치료사를 만나다

- 놀이치료사 박선영 님 인터뷰 

나래 (선전위원) 


놀이로 '치료'를 한다는 사실, 많이 낯설다. 치료 행위는 보통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이해된다. 병을 낫기 위해선 필요한 치료이지만, 만약 아동의 마음이 아프다면? 방법은 달라진다. 놀이를 매개로 마음이 아픈 아동과 가족, 더 넓게는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바로 놀이치료사다. 지난 1월 2일 박선영(가명)님을 만나 놀이치료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박선영 님의 일터 [출처: 박선영]


박선영님은 30대 초반으로 2012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해, 2017년 출산과 함께 1년 6개월 가량 육아휴직을 한 뒤 다시 복귀해 놀이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곧 경력단절로 이어져 불안함이 크기도 하지만, 다행히 당시 일했던 기관에서 4대 보험을 들어줘 출산 및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덕분에 주변 놀이치료사의 부러움을 샀던 경험도 동시에 떠올렸다.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이 '300인 미만 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노동자의 비율은 47%로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유치원 교사가 꿈이었어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는데 공부하면서 뭔가 나랑 잘 안 맞는 다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고요. 저는 일대 다수가 힘들어요. 일 대 일, 일 대 소수는 편한데 말이죠. 그래서 제 꿈을 찾으려고 이런저런 워크숍에 참여해봤어요.

마침 대구에서 재활심리학회 워크숍이 열려 참여했어요. 그 중 3시간짜리 한 과목이 놀이치료였죠. 놀이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확 끌리더라고요. 그때부터 놀이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알아봤어요. 저에게 터닝포인트였죠."


프리랜서로 감춰진 놀이치료사의 노동조건

놀이치료사의 하루는 오후에 시작된다. 보통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마치고 치료를 받으러 오기 때문이다. 주로 만나는 아동의 연령은 아주 어린 경우는 15개월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다. 치료 40분, 부모상담 10분 총 50분 동안 일을 마치면 1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제대로 쉬진 못한다. 치료 기록을 남겨야 하고, 장난감 정리, 다음 상담 준비도 연이어 해야 하기 때문이다. 1시간 마다 상담 하나를 하는 셈이다. 보통 하루 4~5건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간다.

전문적 지식과 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필요한 자격증 취득, 세미나 참가 등 밀도 높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직무에 대한 높은 요구에 비해 안정적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놀이치료사는 계약직,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만약 본인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길 원해도 애초에 파트타임, 프리랜서 등 형태의 구인만 한다. 그렇다 보니 임금은 상담 건당 보수를 책정하고, 4대 보험엔 가입되지 않는다. 심지어 지역마다 치료비용도 다르다.

"저희는 정해진 임금 가이드라인이 없어요. 임금인상도 거의 없죠. 5백 원 올리기도 힘들어요. 자격증 하나 더 따면 본인이 요구해요. 안 받아주면 나와요. 개인이 협상하는 거에요.

게다가 지역마다 책정 비용도 달라요. 서울은 1건당 3~4만 원, 경기도의 한 지역은 센터장들끼리 맞춰 2만2천 원으로 정해졌어요. 강원도의 경우 2만5천 원~3만 원까지 준다고 하더라고요. 차이가 많이 나죠. 심지어 1건당 1만5천 원 받는 분도 봤어요."


아동의 주체적 힘을 길러주는 놀이치료의 매력

"저는 놀이라는 매개를 가지고 아동이 지니고 있는 발달적ᄋ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역할을 해요. 최적의 발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놀이치료가 끌렸던 이유는 바로 스스로 힘을 갖게 한다는 점이었어요. 치료사는 조력자인거죠. 제가 강제로 아동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놀이치료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갖게 해주는 거예요. 그게 굉장히 매력이 있고, 지금도 좋아하는 점이예요."

아동의 주체적 힘을 길러주는 놀이치료. 그렇다면 놀이가 어떻게 치료로 작용하는 걸까? 인터뷰 전 사진을 통해 본 놀이실의 색이 눈에 띄었다. 푸른 바다색부터 강렬한 빨간색 장난감까지 색이 다채로웠다. 다채로운 공간에 발을 디딘 아동과 놀이치료사 간의 치료 과정을 물었다.

"처음에 아동이 오면 놀이실을 설명해줘요. 여기서는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놀이를 하는 곳이고 소중한 곳이라고도요. 참고로 발달치료와 심리치료는 방식이 달라요. 심리치료의 경우 아동 주도적으로 아동이 선택하는 놀이를 읽어주고 반영해주고 촉진시켜줘요. 놀이실 안에서 아동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죠. 거의 아동이 선택한 놀이를 하고 그 흐름을 끌고 가는 식이에요.

반면 자폐, 지적장애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발달 놀이치료의 경우 치료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놀이를 제안하고 아동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요. 두 치료 방식이 다르죠. 아동의 상태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예민한 치료사는 심리치료와 발달치료를 중간에 섞어서 하지 않아요. 왜냐면 본인의 치료 태도가 흐트러진다고 생각해서요.

치료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만약 아동이 나무를 꺼내요. 그럼 제가 '어? 나무 장난감을 꺼냈네'라고 하면서 그 놀이를 그대로 읽어줘요.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듯요. 그러면서 아동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의미가 없는 것은 의미를 부여해주는 거죠.

놀이 중에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충분히 좌절감을 느꼈지만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요. 사실 부모와 지낼 때 그런 것들을 놓칠 때가 많거든요. 놀이치료사는 그런 것들을 다 들여다봐주죠. 아동에게 수용해주는 느낌을 주는 거예요."


아동의 상태와 양육자의 노력, 환경에 따라 케이스 마다 다르긴 하지만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2~3년 동안 치료를 한다. 심리치료의 경우 아동이 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들을 빠르게 빨아드리고, 자기를 드러내는 친구들의 경우 치료가 빠르게 진행된다. 반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친구들의 경우 더 기다려준다. 발달 놀이치료의 경우 길게 5년 동안 치료를 한 아동도 있다고 했다.

박선영님은 무엇보다 놀이치료는 치료를 받는 아동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8년 동안 많은 아동과 부모를 만나면서 경험한 사실이다.

"부모가 엄청 중요해요. 저는 일단 어머니에게 어떤 점이 아이를 키우는데 힘든지 들어봐요. 사실 기술이 부족해서 자녀와의 관계가 저해되는 것도 있거든요. 만약 그런 양육팁을 알면 '그래서 그랬구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양육팁을 알려주기도 해요.

치료 방향도 사실 부모가 어느 정도 정하는 것이거든요. 갑자기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부모 상담 때 숙제처럼 부모에게 어떤 것들을 해달라고 내줄 때가 많아요. 이번 주는 이런 것들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거죠. 당연히 성실히 하는 부모가 치료 결과도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얘기를 하는데, '놀이치료 시작할 때 어머님이 함께 해야 하고, 본인은 1주일에 40분을 만나지만 어머니는 그 외 시간을 엄청 많이 보내고 있기 때문에 어머님이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치료는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얘기해요.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죠."


성대 결절에 걸리는 치료사들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렵게 치료실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치료사 입장에서 치료를 할 때, 사람을 항상 마주해야 하는 일의 어려움이 있진 않은지 궁금했다.

"아직도 치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다는 점이 가장 힘들어요. 본인 아이 치료하는 걸 비밀로 해달라고 하기도 하죠. 저는 처음에 병원에서 일을 배웠는데, 거기서는 한 아동이 여러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많이 그래요.

그런데 사설센터에 와보니 협업하는 과정이 없더라고요. 세 명의 치료사가 한 아동을 치료하는데 서로 지원하고 소통하지 않는 거죠. 각자 하는 거죠. 물론 치료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같이 할 수 있는 방향이 분명 있을 텐데 그런 체계가 없는게 아쉬운 점이에요. 아동들이다 보니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다양한 공간에 가는데 그런 곳들과 연계되면 치료에도 훨씬 좋을 텐데,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하지 않아요.

만약 어린이집에 연락해 아동 생활이 궁금하다고 물어보면 반응이 반반이에요. 어떤 선생님은 받아주기도 하지만, 반면에 완전 싫어하고 정보를 줄 수없다고 해요. 업무 외 일로 취급하기 때문이죠. 사실 맞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쉽죠. 조력자가 필요하고 같이 하는 회의나 과정이 필요한데 말이에요.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긴 해요. 그래서 주변 놀이치료사들과 교류를 통해서 많이 풀어요. 동시에 노력도 하죠. 치료를 해주기도 하지만 자기 문제가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치료에 엮이면 안되기 때문에 주의하기 위해 자기 분석이란 걸 받기도 해요. 일종의 상담이죠."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보람에 찼던 경우도 많다고 했다. 치료를 마치고 종결할 때 뿌듯한데 바로,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라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소통이 잘 안됐는데 종결할 때 최소한의 사회 규칙을 알게 되는 등의 변화를 함께 할 때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기쁘고 보람찬 경험, 어렵고 힘든 점을 이야기 하면서 놀이치료사가 많이 겪게 되는 신체적 건강의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우스갯소리로 항상 앉았다 일어나기 때문에 나이 더 들어서 무릎 아프겠단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직업적으로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목이 정말 아파요. 특히 언어치료사의 경우 성대 결절을 많이 겪어요. 그래서 저도 목이 안다치게 하려고 노력해요. 직업적으로 말을 크게 하고, 또박또박 하려는 직업적 습관이 모두 있죠."

"노동환경이 바뀌어야 부모도, 자녀도 행복할 수 있어요"

박선영님이 그동안 일 해오며 최근 두드러지는 문제 사례는 바로 아동의 영상물 중독이다. 자녀와 놀아주기 힘들고, 어려운 부모의 조건에서 아동의 영상물 노출은 하지 않기 어렵다. 부모의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심야노동은 바로 부모와 아동이 보내는 절대적 시간을 줄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과 부모의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하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측면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적 요인이 바뀌어야 해요. 상담하면 보통 어머님들이 많이 오세요. 아버님들이 오는 경우는 굉장히 적죠. 어머님만 아이를 보는 경우 주 양육자의 스트레스도 증가해요. 만약 아버지들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양육에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양육의 질은 높아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놀이치료사가 치료사로서 신념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어요"라는 자신의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