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DMF<디메틸포름아미드> 중독 사망사고 이후 무엇이 변했나 ⑤ (매일노동뉴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재용에 대해 특검은 뇌물공여·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 은닉, 그리고 위증의 다섯 가지 혐의를 두고 기소했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얼마 전 1심 판결이 나왔다. 혐의는 대부분 인정하지만 형량은 징역 5년밖에 되지 않는 상식 밖의 판결이었다. 최소 5년에서 최대 45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었다는데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이다. 272쪽에 달한다는 1심 판결문에 담긴 논리와 법리 해석은 잘 모르겠지만 비리와 적폐 청산을 외치며 전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결과라고 하기엔 분명 초라한 것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584

특집 2.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 2017.4

대통령 후보에게 묻는다



선전위원회



대선후보들에게 노동자 건강권 정책을 묻는다. 하루에도 대여섯 명씩 일하다 죽는 이 사회에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다음 정책에 대한 귀 후보의 의견은 무엇인가? 대선 후보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건강한 삶을 위해 노동시간 제한을 막는 근로기준법을 바꾸자

2020년까지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 그러나 오히려 증가하는 노동시간

-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에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53조에서 1주 간에 12시간까지 연장근무 허용.

- 이 12시간에 주말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주 68시간까지 노동.

- 게다가 근로기준법 제59조에 특례 조항을 두어, 주 6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허용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제한 특례제도를 폐지하라

제63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제68조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6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엄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노동자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 예방도 사업주 의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의무를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인 규정일 뿐.

- 부당해고 구제 신청 승소한 노동자에게 화장실 앞 책상 근무 강요.

- 민주노조 조합원임을 이유로 고소와 징계 남발.

- 불법적 인력퇴출 프로그램 수년간 운영하며 노동자 괴롭힘.

- 직장 내 상사의 부하직원 괴롭힘 방치하여 피해자 자살.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21.4%, 일터 괴롭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4조 7,835억.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6)


산업안전보건법 보건조치에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 장해 예방 의무를 넣자

제24조(보건조치) ①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다음 각 호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 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찌꺼기 등에 의한 건강장해

4. 계측감시(計測監視), 컴퓨터 단말기 조작, 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

7. 업무 수행 및 이와 관계된 인적, 물적 환경에 의한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해 (신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 신설하자

일터 괴롭힘 예방을 사업주의 안전보건 예방 의무 중 하나로 규정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접근.

- 일터괴롭힘 실태 조사

- 기업 내 반괴롭힘 정책과 절차 수립

- 고충 처리나 진정 전담 인력과 조사 체계수립

- 일터 괴롭힘 예방 교육과 인식 개선

- 조직 분위기 개선을 위한 노력


노동자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안전보건 체계를 만들자

산업안전보건청 신설과 안전보건관리감독 체계 확충

- 고용노동부로 독립된 산업안전보건 행정 조직 신설.

- 안전보건감독 전문 인력을 10배 이상 증원.

- 현장 노동자들을 명예안전보건감독관으로 선임, 실질적 권한 보장.

 

아픈 노동자에게 사회 보장을

- 중증질환 걸리면 소득 30% 감소,

질병 발생 6년이면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

- 상병수당 도입

업무 외 질병이나 사고로 장기 요양을 할 때도 소득 보전.

- 의무 법정 유급 병가

이미 145개 국가에서 유급 질병휴가 보장.

-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쉬게 하라!


실효성 있는 노동자 건강 보호제도

- 산업안전보건법 상 대표적인 노동자 건강 보호 제도인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 사업주가 측정과 검진 비용을 부담하니, 신뢰성 떨어지고 부실해짐

- 측정이나 검사가 작업환경 개선이나 노동자 교육, 산재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음.

-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비용부담을 이유로 미실시되기도 함.

- 특수 검진 및 작업환경 측정에 제3자 지불방식 도입!


산재통계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있는 지표와 통계 생산

- 사내하청 노동자 건강보험 사용내역 분석 결과, 재해율 국가 통게의 23배 추정(더불어민주당)

- 일터에서 다친 조선, 철강, 건설플랜트, 하청노동자 중 산재처리 10.5%(국가인권위 2011)

현실을 반영 못하는 산재 통계와 조직적, 구조적 산재은폐를 뿌리뽑자!


산재보험 문턱 낮추기

- 몰라서, 절차가 까다로워서, 사업주 비협조료, 임금보전이 적어서, 승인률이 낮아서

산재 신청 조차 하지 않는 일터 건강 문제가 많다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면 누구나 쉽고 부담없이 산재보험에 접근이 가능해야 숨겨진 산재와 직업병이 드러난다!


산재보험 적용 확대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미적용 사업장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해 일터에서의 위험을 투명하게 드러내자

업무상 사고에서 직업병을 넘어, 암/정신질환 등 직업관련성 질환까지 산재 보상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예방을 위한 노력도 늘려가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느낄 때 지체없이 작업을 중단하고 피할 수 있는 권리.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의 ‘급박한 위험’ 대신, ‘안전과 보건에 위험이 있거나 예방조치가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노동자 스스로 그리고 노동자 대표가 작업을 중단하고 노동자를 대피시킬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작업자 및 노동자 대표에게 작업중지권 보장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 삼성병원에 내려진 벌금은 800만 원.

- 매년 90% 이상의 사업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2,400명이 죽는 산업 재해에 검찰의 구속, 불구속 기소는 5%를 넘기지 못함.

- 수십 명이 죽어 나가도 처벌은 빠져나갈 수 있는데 어떤 기업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할까? 중대재해 - 기업처벌법이 도입이 현실화되어야 기업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대책이 겨우 시작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 정규직의 직장의료보험가입률은 99.1%

- 비정규직은 직장의료보험가입률 39.3%, 지역의료보험 가입 비율 29.1%

- 주요업종별 30대 기업의 지난 5년간 사망노동자 245명 중 86.5%인 212명이 하청노동자.

- 2015년 사망노동자 38명 중 원청노동자는 2명, 하청노동자는 36명(95.0%)

-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규모가 200만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국가인권위, 2016) 그런데 종업원을 두고 있지 않은 1인 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성격이 강함에도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아님.

퀵서비스기사 등 8개 업종에 대해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가입이 자율적이면서 자부담이 있어 가입률은 매우 낮음.

소영세 사업장일수록, 시간제 노동자일수록, 고령 노동자일수록 사업주의 산재보험 적용을 기피하고 있어 취약계층 산재보험 적용률이 더 낮음.


비정규직노동자 직장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 위험의 외주화 중단! 안전업무, 나아가 상시업무 외주화 중단!

-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나아가 근본적으로 노동자성 인정, 노동기본권 보장

- 산재보험 미적용 사업주 처벌 강화


이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건강보험 확대 적용

-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건강보험에 당연 적용될 수 있도록 지역의료보험의 가입대상에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포함시켜야 한다.

- 건강보험 가입과 유지 과정에서 단속 추방 등 어떠한 불이익도 가지 않도록 행정적 배려를 해야 한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 저임금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노동 근절과 건강권을 위하여 근로시간 적용제외 사업장으로 명시한 근로기준법 63조를 폐기.

- 농업분야의 높은 재해율을 감안하여 산재보험 의무가입하도록 법조항 개정.


사업장 변경이나 고용허가 취소 사항에 산재나 산재은폐 조항 추가

-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사유에 ‘산재를 당하여 그 사업장에 더 이상 근로를 할 수 없다고 피해노동자 스스로 판단할 경우’를 추가하고, 이 경우 변경횟수 제한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 고용허가 취소 규정에 ‘중대재해 발생시, 산업재해발생 보고의무 위반시 고용허가를 취소’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라

- 화학물질의 성분과 유해성, 취급상의 유의사항 등이 적혀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공장에 게시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 2014년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현장에서 유통되는 MSDS 중 67.4%에 영업비밀이 적용되어 있어 그 성분조차 알 수가 없다.

- 노동자의 알 권리를 '영업비밀'이 가로막고 있다.

- 자신이 어떤 건강 영향이 있는 물질을 사용하는지조차 모르고 일하다 시력을 잃은 20대 파견 노동자들.

- 직업병이 의심되어 뒤늦게 자신이 썼던 물질을 확인하려 해도, 확인조차 어려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신청인 측 권리나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청구 절차만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많다. 특히, 사업주의 영업비밀 주장을 정부 측이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안전보건 자료를 통합전산시스템으로 구축하자

정부는 사업주로부터 안전보건자료를 받아 장기간 보관하고 통합적ㆍ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함. 가급적 모든 자료를 전산화하여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통합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함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영업비밀을 통제하자.

- 현행 정보공개법과 산안법은 사람의 생명ㆍ건강에 대한 자료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더라도 공개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취하지만, 현실에서 그 원칙은 대단히 무기력함. 안전보건 주요 자료를 ‘영업비밀’로 감추고자 한다면, 정부기관으로부터 사전에 승인 받도록 하자.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밤을 잊는 그대에게 /2016.8

밤을 잊은 그대에게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1964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 50년 넘게 같은 시간, 같은 이름으로 방송되는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멘트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공부 때문이건 이런 저런 고민 때문이건 모두 잠들었을 시간에 혼자 남은 외로움을 누군가 알아주고 있다는 뉘앙스가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밤잠이 많아서 지금 저 방송을 듣지는 못하지만 요즘 나는 매일 진료실에서 저 멘트를 되뇌이게 된다. 하루에도 몇 십 명씩 '밤을 잊은 그대'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2014년 1월부터 '야간작업'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이 실시되면서 교대근무와 관련된 건강 영향이 조금이나마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한다.


여러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교대근무 노동자는 전체 임금 노동 인구의 10~15%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중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심야 택시, 버스 운전기사, 밤을 새며 운송하는 트럭 운전기사, 대리 운전기사 등은 아직 특수건강검진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특수건강검진을 통해 만나게 되는 교대근무 노동자는 주로 경비 및 보안 업체 노동자, 교대근무가 있는 제조업 노동자, 호텔 등 숙박업 노동자, 건물 미화 및 시설 관리 노동자들이다.


얼마 전,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이 진료실에 왔다.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보안업체 노동자였다. 생애 첫 직장으로 6개월간 교대근무를 해왔다고 했다. 이제 6개월이면 한창 교대근무에 적응 중이라 힘든 시기일 텐데 잠자는 건 좀 어떠냐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이 피곤하고 힘들다고 했다.


야간근무 중에 잘 시간은 좀 있냐고 물었다. 사업장, 근무 일정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야간근무 중에 사이잠을 보장해주는 사업장들이 있기에 물어봤는데 다행히 2시간 정도가 주어진단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 때라도 꼭 챙겨 자라고 했더니 그 다음 한마디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일을 하라고 월급 받는데 그 시간에 자면 안 되죠. 양심적으로 근무 중에 잠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해줄 말이 너무 많았지만 야간 근무 중 휴식은 꼭 필요한 거고 건강을 위해 당연한 권리니 잘 수 있는 한 충분히 챙겨 자라고 해주고 문진을 마무리했다.


2002년 노동부는 '교대근무자 건강을 위한 9대 작업 관리 권고 지침'을 만들었다. 이 내용에는 야간작업 중 사이잠 및 수면 공간 제공을 포함해 고정적 혹은 연속적 야간교대 축소, 2교대 근무 금지 등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건강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담겨져 있었다. 


민주노총은 당시 성명서를 통해 보장 수준 강화와 벌칙 조항을 포함하는 시행령 수준으로 격상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제부처와 재계의 반대로 권고안 조차 빛을 보지 못했다. 2011년부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침'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긴 하지만 강제력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장마다 교대근무 조건에 큰 차이가 있고 노동자들은 2교대 근무나 야간 고정 근무를 종용하는 사업장, 아침 교대시간이 새벽인 사업장, 사이잠 시간 및 공간이 전혀 없는 열악한 조건의 사업장에서 하소연할 곳 없이 견디다가 결국 너무 힘들어 그만두게 되는 현실이다.


'좋은 교대제'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교대제를 폐지하거나 그게 지금 당장 어렵다면 좀 더 '나은' 교대제를 마련해야 함에도 아직까지 교대근무에 대한 제도적 규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야간작업이 직업적 유해인자로 여겨져 특수건강검진의 영역에 들어오긴 했지만 이는 좋지 않은 교대근무로 나타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확인하고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고정 야간근무만 가능한 사업장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에게 주간 근무로 전환은 퇴사 권고나 마찬가지이고 새벽에 교대하는 형태, 연속 야간 근무를 장기간 하는 형태 등을 전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제도적 차원의 접근이 절실하며 좀 더 나은 교대근무 형태를 강제하는 규제를 필요로 한다.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은 이러한 규제의 면죄부가 아니라 규제를 위한 디딤돌로 잘 활용되어야 한다.


조금의 위안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인지, 고된 교대근무 일정을 들으며 저절로 나오는 한숨인지. 여전히 진료실에서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되 뇌이고 있다. 수많은 '밤을 잊은 그대'들의 건강한 노동을 위해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으로 교대근무자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제도 확립의 기초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의 사각지대 /2015.11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의 사각지대

 

 

 

이영일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 근처에는 공단들이 제법 있다. 병원 바로 근처인 사상지역에 주로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들이 밀집된 공단이 있으며, 낙동강을 건너가면 녹산공단이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공업단지가 있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특수건강검진을 당연히 받아야 함에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으며, 특히 영세사업장이 그러하다. 특수건강검진업무를 시행하는 기관들은 대부분 50인 이상의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 종종 사상공단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병원 외래로 특수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한다.

 

올해 4월에 전체 노동자 10명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특수검진을 위해 내원하였는데, 이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주된 업무는 용해작업과 사상작업이었으며, 작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유해인자 중 특히 납이 문제가 되었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금속, 유기용제 등은 소변이나 혈액 검사를 통해 노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데, 납의 경우 특수 검진 1차 검사항목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납 농도를 측정하게 되어 있다. 특수건강검진 실무지침에 의하면 혈중 납 농도가 30ug/dl이상이면 요관찰자로 더 이상 노출이 없도록하고 관찰해야하며, 혈중 납 농도가 40ug/dl이상이면 질병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 (ug은 마이크로그램으로 1/1,000,000그램, dl은 데시리터로 1/10리터에 해당하는 단위다.) 내원한 노동자들의 검진 결과는 평균 혈중 납 농도가 45ug/dl 이상이었으며, 60ug/dl을 넘어가는 분도 한 분 있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납 작업장 경고 표지 "중독될 수 있으므로 흡연이나 음식물 섭취 금지

 

납을 다루는 직업군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납 노출의 위험성이 크다고 알려진 업종은 제련·합금 제조업, 고철 가공처리업 등이다. 용해된 납의 경우 500~600℃부터는 납 흄(fume)이 발생하는데, 흄이란 고체 상태의 물질이 높은 온도에 의해 기체로 되었다가 다시 응축되어 아주 작은 입자 상태로 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납 흄은 입자가 아주 작아서 호흡기를 통해 쉽게 흡수될 수 있고, 혈액 속으로 녹아들면서 인체에 고루 퍼져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납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이든 흄의 흡입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용접작업자와 용해작업자 는 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군에 속한다. 그 밖에도 페인트 등의 안료나 염료 제조에도 사용되며, 이전에는 휘발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납을 첨가하였지만, 대기 중으로 납이 방출되는 문제로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판매를 제한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부터 판매가 중지되었다. 납은 한자어로 연(鉛)인데, 과거 주유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무연휘발유에서 ‘무연’은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납이 포함되지 않은 휘발유를 의미한다.

 

외래로 내원했던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했으리라 판단이 된다. 혈중 납 농도가 60.7ug/dl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던 분은 용해작업이 아닌 사상 작업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용해작업과 사상 작업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고, 용해작업자들의 경우 간헐적으로라도 마스크를 착용한 반면, 이 분의 경우 사상 작업을 하시면서 마스크 착용을 거의 안 했던 것이 유독 혈중 납 농도가 높았던 이유였으리라 판단된다. 사업장 내에 배기장치가 있다고는 하였으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였고, 배기장치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작업환경에 대해서도 개선할 점이 많았다. 특수건강검진 실무지침에 의하면 혈중 납이 30ug/dl 이상일 경우 2개월에 한 번씩 혈중 납을 연속해서 최소 2번 추적검사를 하게 되어있으며, 작업을 제한한 후에 추적검사를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이러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작업제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납 자체가 1급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계 증상(떨림, 저림), 소화기계 증상(식욕 저하, 소화불량 등)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신장에 손상을 가하는 등 다양한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심한 납중독은 뇌병증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높은 혈중 납 수치와 비교하면 호소하는 증상은 없었으며, 표적장기들과 관련된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들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노동자들 개개인에게 현재 하는 작업에서 납이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유해한 영향, 납의 특성과 함께 납 흄의 개념을 알려드리면서 특수방진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렸다. 8월 2차 추적검사까지 완료한 결과 다행히도 노동자들의 혈중 납 농도는 4개월 전에 비해 많게는 15ug/dl 이상 감소하였다.

 

요즘 TV에서 노동개혁 공익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공공의 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공익광고’에서 ‘공익’이란 단어는 어폐가 있으며, 광고를 보고 있자면 부아가 치민다. 진정한 노동 개혁은 노동자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산업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로부터 노동자들을 잘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정부가 외치는 노동개혁에는 ‘쉬운 해고’만 있을 뿐 개혁의 방향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2014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노동자 수 중에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수가 월등히 많으며, 재해율 또한 사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높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도 없으며,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산업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관리방안에 대한 제대로 된 담론이 필요하며,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 2014.11

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김세은 운영집행위원

 

 

 

지금이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인턴, 그리고 전공의 1년 차 때는 그야말로 당직을 ‘밥 먹듯이’ 하며 지냈다. (물론 4년 내내 당직이 많은 다른 과에 비하면 나은 형편이지만 말이다.) 인턴 때는 매달 다른 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당직일수가 달마다 꽤 차이가 났지만, 전공의 1년 차 전반기 6개월 동안은 일주일 중 22시간을 제외하고 늘 당직이었다. 언제든 병동이나 응급실에서 걸려오는 콜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병동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병동 간호사들과 업무상 접촉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가까워졌다. 단순히 인사하고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농담을 주고받거나 사소한 것을 챙겨주기도 하는 간호사들도 있었다. 한동안 안 보이는 간호사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병동에서 일하며 만났던 간호사들은 대부분 웃는 얼굴일 때가 많아졌고 친절했다. 아픈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어려움, 특히 교대근무에 대해서는 다들 그럭저럭 적응하며 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 직업환경의학을 하는 의사로서는 부끄럽게도 크게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야간근무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시작되고 진료실에서 간호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이 일하면서 어떤 고충을 겪는지도 알 만큼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대근무자에게 가장 흔한 건강장애는 수면장애라는 것이 익히 알려졌는데, 정말 그렇다.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일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다), 10명 중의 8명 정도는 경한 수준에서라도 불면증이 있었다. 특히, 나이트 근무에서 데이 근무로 넘어갈 때 잠들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이미 나이트 근무에 적응된 상태인 데다가, 이른 새벽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에 잠이 오질 않아 2~3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게 힘겹게 데이 근무로 넘어가서도 한동안은 정말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롯이 자기 의지만으로 힘겹게 근무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심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조금 나아졌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 밖에도, 교대근무를 하면서 가슴 두근거림이나 소화불량, 속 쓰림 증상, 생리불순이 잦아졌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병동이나 부서에 따라 근무 스케줄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병동은 한 달 동안 데이, 이브닝, 나이트 근무가 모두 들어가도록 스케줄이 만들어지는 곳도 있지만, 어떤 병동은 한 달간 나이트 근무를 집중적으로 하고, 다음 달은 데이 근무를 집중적으로 하게 되어있었다. 부서별로도 차이가 좀 있었다. 특히, 영상의학과의 어떤 팀은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데 3개월이나 6개월간 연속으로 나이트 근무(게다가 야간에 14~15시간 근무를!)를 하는 곳도 알게 되었다.

 

 

교대근무를 하는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몸은 절대로 교대근무에 적응하지 못한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만나본 교대근무자들도 그랬다. 교대근무에 전혀 어려운 점이 없다는 사람들도 가끔 만났지만,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건강문제나 어려움을 갖고 있었고, 교대근무를 시작하고 처음 수년간은 그럭저럭 지내다가 뒤늦게 심한 불면증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특수검진을 할 때면 시간에 쫓길 때가 많다. 조금이라도 문진을 길게 하려고 하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담당 간호사의 재촉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휴, 정말 힘드시겠다’고 한마디 하면 즉각 ‘네, 정말 힘들어요’하는 반응이 되돌아온다. 그렇게 힘겹게 근무를 이어가면서도 그런 어려움에 대해 막상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실제로 어려움을 토로할 공간과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무 시간에는 피곤함을 참아가며 일하고, 동료들과 그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대 시간에는 업무 인계하느라 바쁘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들의 어려움을 물어보고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깨가 무겁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교대근무를 피할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병원이다. 당장 진료실에서 건강한 수면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교대근무자들끼리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개선점을 스스로 찾아 나갈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아는 것이 힘이다?! / 2014.1

아는 것이 힘이다?!


한노보연 이영일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은 이미 20년 전에 들었던 말이다. 20년 전에는 건성으로 흘려들었던 말이 지금에는 더욱 실감 나게 들린다. 그만큼 우리는 정말 다양한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TV나 신문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PC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면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사실 이 말을 쉽게 할 수도 없는 것이 중소 규모 이하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중에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건강에 대한 정보나 메시지 또한 엄청난데, 그렇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평가하는 ‘건강정보이해능력’이라는 평가 도구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라는 것은 건강에 대한 매체 광고, 올바른 약 복용법, 건강검진 결과지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정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광고를 만드는 제작자, 검진 결과지를 발송하는 의료기관들의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건강검진을 1년 혹은 2년에 한 번은 받을 것이다. 일반검진의 경우 기본적인 신체측정치 이외에도 혈압, 혈당 측정 및 간기능, 콩팥기능, 고지혈증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개별적인 검사들의 결과통보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듯하지만, 막상 결과지를 받아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리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개인에게 제공되는 검진결과 통보서에는 참고치가 정상 A와 정상 B로 구분되어 제시되고 있지만, 막상 외래나 사업장 출장 검진에서 진료를 볼 때면 자신이 진료 받은 결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검진 결과표를 직접 들고 와서 설명을 요구하는 분들을 보면 A, B, C, D로 나뉘는 코드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검사 결과의 이해에 관한 문제 외에도 질병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면 고지혈증의 경우 동맥경화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한데, 다수의 노동자는 고지혈증을 단순히 ‘살이 쪘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특수검진의 경우도 일반검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소음, 유기용제, 산화철 같은 분진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특수검진을 받게 되는데, 해당하는 검진의 항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흔한 유해인자인 소음의 경우를 보면, 청력이 떨어져서 계속 2차 검사를 받으면서도 귀마개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소음 노출 작업으로 생기는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인데, 많은 노동자가 청력이 떨어지면 이전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귀마개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동료와의 의사소통 문제로 일부러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기용제의 경우 표지자 검사는 주로 소변검사를 통해서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검사 결과를 노동자들이 유심히 살펴볼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런데,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1년에 한 번꼴로 시행하는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노동자들만의 잘못일까? 노동자들의 무관심은 어떠한 것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며, 보건관리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잘 챙겨줄 수 없는 현재 한국의 보건관리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특히, 상시 보건관리자가 없는 영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보건관리자 또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2차 검진 대상자들의 경우 해당 항목에 대한 설명을 더욱 자세하게 하여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식적인 검진이 아니라 유해물질 취급 노동자들에게는 유해물질의 위해성, 검사항목의 의미와 결과를 간략하게라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소음의 경우 청력 2차 검진(오디오그램) 결과를 보여주면서 간략하게나마 검사 결과와 검사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귀마개 착용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데에 충분한 도움이 된다.

 

올해 1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봉제의복 제조업, 가발 제조업, 폐기물 처리 관련업, 수리업 등 8개 항목은 종사하는 노동자수와 상관없이 업종 자체만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생겼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5명 미만의 사업장까지도 안전보건교육제도 등 대부분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도록 일부 개정되었다. 개정된 내용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안전보건관리의 틀 안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보건교육의 확대적용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동자들의 건강 검진은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발병의 위험도가 있는 부분에 대해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개인 건강관리 행태의 근본적인 변화가 중요한데, 바로 이것이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영세 사업장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건관리제도가 정착해야 할 것이며, 열악한 작업환경의 개선, 보건관리자의 책임 있는 관리 등이 뒷받침된다면 노동자들 역시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평소의 건강관리 행태 또한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