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현장실습은 교육과정! 교육적 가치를 살리는 법으로 바꾸자!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 운동을 시작하며>

[보도자료]

현장실습은 교육과정! 교육적 가치를 살리는 법으로 바꾸자!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 운동을 시작하며>

1. 「산업체파견현장실습중단과청소년노동인권실현대책회의」(이하 현장실습대책회의)는 지난 1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재학생이 사망한 사건 이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 사회단체 연대체입니다. 현장실습대책회의는 그 동안 산업체파견 현장실습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 현장실습과 관련한 인권침해 내용에 대한 국가인권위 진정, 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바라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과 졸업생 선언운동 등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2. 현장실습생들의 인권 침해 고발에 이어 사망까지 잇따르자, 교육부는 최근 ‘근로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현장실습체제를 개편하겠다고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현장실습이 학습중심으로 운영 가능하도록 그 기간을 한정하겠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한편으로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를 졸속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부터 준비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 제도는 2학년 1학기 때부터 고등학생을 산업체에 파견합니다. 학생들에게 일찌감치 ‘취업할 수도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시기를 앞당기고 그 기간을 늘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난 9월 도제학교 업무를 수행하던 한 교사가 과도한 기업유치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도 정부는 눈 감고 있습니다.

3. 이에 우리는 고등학생을 산업체 현장에 저임금 노동력으로 투입하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고, 직업계고의 현장실습 운영을 초·중등교육법에 담아 교육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현장실습 관련 법령을 바꾸기 위한 입법 청원에 나섭니다.

4. 2017년 초 전공과 관련 없는 통신업체 상담센터 파견 현장실습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 씨의 아버지는 “다 자라지도 않은 아이들을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산업체 현장으로 내보내서는 안 됩니다. 아무 안전장치도 없잖아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반대합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폐지되도록 입법을 청원합니다.”라며 입법 청원에 동참 뜻을 보내왔습니다.

2016년 역시 전공과 관련 없는 외식업체에 현장실습 명목으로 취업했다가, 일터 괴롭힘 끝에 졸업 후 목숨을 끊은 김◯◯ 씨의 아버지 역시 “◯◯이가 떠난 지 1년 6개월이 됐습니다. 특성화고의 실습취업정책과 노동/인권의 문제는 크게 변하거나 바뀐 것이 없는데... 실습생 조기취업 제도는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입법 청원에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5. 더 이상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싼값의 노동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현장실습은 제대로 된 교육의 한 과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요청하는 입법 청원 운동에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보도자료]입법청원돌입_171030.hwp


[언론보도] '사직'이라는 단어를 품고 사는 고3들 (오마이뉴스)

'사직'이라는 단어를 품고 사는 고3들

[연속기고③]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실상과 올바른 직업교육 대안 모색하기http://omn.kr/ocz5

2016년 가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며 도제학교 실태를 파악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일정이 안 돼서 망설였지만, 제안해준 분이 전해준 도제학교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니 문제가 단순하지 않아 보였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라는 사업에 대해 고민해 볼 계기로 삼고,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급히 일정을 조정해 도제학교 교육을 함께 하게 되었다.

[성명] 인권위의 '현장실습 서약서 취업률 게시 관련 권고'를 환영한다!

<성 명> 

인권위의 ‘현장실습 서약서와 취업률 게시 관련 권고’를 환영한다!

- 늦었지만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 중단의 첫발 

- 교육부와 14개 시·도 교육감은 인권위 권고 수용해야

-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점이 돼야


어제(9.27.)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특성화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작성하게 하는 현장실습 서약서(이하 ‘서약서’)가 “양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교육부와 14개 시·도 교육감에게 현장실습 서약서 작성 중단 및 폐지를 권고”했다. 또한 취업과 관련한 홍보 게시가 “차별적 문화를 조성할 수 있으므로, 전국 시・도교육감이 홍보물 게시와 관련 각급 학교에 대해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결정이 늦어 2학기가 시작된 후 나와 아쉽지만, 이번 인권위의 권고와 의견표명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첫 발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인권위가 권고한 대로 서약서는 ‘물적 손실에 대한 보호자 배상 책임이나, 대학 진학 불이익 감수 요구, 준수사항 위반 시 어떠한 처벌 감수’ 등 양심의 자유를 위배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권리 유보를 강요하고 있다. 게다가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현장실습이 안되고, 현장 실습을 거부하면 학교에서 이기적인 학생으로 취급받는 현실이다. 취업률 게시로 ‘미취업 학생 등이 느끼는 소외감, 취업기업에 따른 학생 평가 등의 차별문화’가 발생한다. 따라서 교육부와 각급 시도교육청은 인권위의 권고를 당장 수용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만들지 않았다. 올해 초 정권이 교체되고 교육부가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골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개선책으로 논의됐던 안에 이번 인권위의 권고 대상인 서약서가 그대로 포함되는 등 인권적인 접근이 부재하다. 


여전히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목표는 취업률이다. 그로 인해 교육기본법 2조에 명시된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하는 교육이념에 어긋나다보니, 학교는 지원금 확보를 위해 학생들을 취업률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초중등교육법 18조의 4에 명시된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헌법」 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는 버려지고 있다. 게다가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는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돼있어 법이 정하는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본적 접근도 부족하다. 


다시한번 촉구한다. 교육부와 14개 시·도 교육감에게 현장실습 서약서 작성을 당장 중단․ 폐지하고, 각급 학교가 취업률 게시를 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인권위의 권고를 계기로 정부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 중단과 그에 따른 개선책 마련 등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고민하길 기대한다. 개선책이 현실에 기반하되 인권의 가치를 기업의 이익과 취업률 경쟁에 희생당하지 않는 것이 되려면, 현장에 있는 학생들과 선생, 청소년노동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직업계 학교 교사, 청소년 등 이해관계자 협의를 위한 논의기구는 매우 필요하다. 


2017년 9월 28일 


산업체파견현장실습중단과 청소년노동인권실현 대책회의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노동시간 에세이] 처음 만난 일터에서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 2017.9

처음 만난 일터에서 일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최민 상임활동가, 과로자살 연구팀

잇따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이미 잘 알려진 세 건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에서 얘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마이스터고등학교 전자과에 재학 중이던 A 씨는 식품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처음 해 보는 조리육 포장 일, 힘들어도 참고 하던 중 회식 때, 나이가 많던 입사 동기에게 공개적으로 머리를 밟히고 뺨을 맞는 일이 있었다. 가해자는 폭행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협박했다. 주말 동안 회사를 떠나 집에 있는 동안, 용기를 내 회사에 신고하고 현장실습을 중단하기로 결심했지만, 그 뒤 벌어질 상황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나 컸다. ‘저는 너무 두렵습니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회사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¹

B 씨는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했지만,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학교에서는 식당 취업을 추천했다. 하루 11시간 미만 근로를 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벌칙’ 명목으로 2시간 먼저 나오는 일이 잦았다. 정리하다 보면 퇴근 시간인 밤 10시를 넘기는 것도 일쑤, 보통 11시나 11시 반쯤 퇴근했다. 오픈 준비와 마감을 모두 해야 하는 ‘오마벌칙’은 막내인 B씨에게만 적용됐다. 취업 직후부터 시작됐고, 전체 근무일 중 절반 정도에 해당했다. 언어폭력이나 성적 괴롭힘도 심했다. 고인은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욕먹기”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차라리 입대 해야겠다 결심하고,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그 날, 그는 선배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뒤, 오후에 매장을 나가 생을 마감했다.

C 씨는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해지방어부서에서 일했다. 매일 달성해야 하는 통화 숫자와 해지방어율이 정해져 있었다. 회사는 매일 아침 전체 센터의 실적을 공지하며 수시로 압박했다. 각자의 실적은 상대평가로 성과급 결정에 반영되었다. 수습 기간에는 3등급이었지만 정식근무 이후에는 선배 노동자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실적은 9등급, 실적급은 4만 원에 불과했다. 해지를 방어하는 동시에 상품 판매 영업도 해야 했다. 이 역시 매일 실적 목표가 제시되고 있었고, 실적을 못 채우면 업무종료 후 남아서 영업 전화를 돌리거나 영업을 잘 한 사람의 콜을 듣고 공부해야 했다. 고객들에게 심한 말을 듣고 힘들어하는 날도 있었지만, 고객들을 응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실적을 채우지 못해 상사로부터 받는 압박이 더 커보였다고 한다.²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부모는 참고 다녀보라고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틀 뒤 고인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현장실습생에게 가해지는 이중의 괴롭힘³

A, B 씨의 사례에서는 모두 일터 괴롭힘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일터 괴롭힘은 일터에서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위해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누군가의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뜻한다. 일터 괴롭힘 연구자들은 공통으로 일터괴롭힘의 바탕에는 권력 불균형이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일터 괴롭힘의 피해자는 지위가 낮거나, 사회적 약점을 가지고 있거나, 소수자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보통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고, 괴롭힘의 과정에서 그 열등한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다.

그런 점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은 일터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 사회에 만연한 나이주의, 청소년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들 수 있다. 청소년의 나이에 따른 차별에 근거한 일터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다. 방화문을 만드는 업체에서 일하는 한 현장실습생은 한 달 중 1주일가량 잔업을 하는데, 언제 어떻게 잔업을 하는지 미리 알 수가 없다. 퇴근할 즈음 갑자기 ‘오늘 야근해라’고 하면 거절하지도 못한다. 이렇게 갑자기 야근 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젊은 애들’이다. 갑작스러운 연장 근무를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청소년이고, 어린 노동자는 어른 말씀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현장실습생의 동기는, 다른 직원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보완이 필요해서 ‘보완하세요’라고 쪽지를 보냈더니 ‘보완하세요?? 너 지금 몇 살이니?’라는 답을 받았다. 동기의 선배가 대신 사과했는데도, 상대방은 사과하지 않았다.

나이 어린 현장실습생은 성인보다도 쉽게, 일을 제대로 못 한다거나, 알려줬는데도 왜 따라 하지 못 하냐는 압박과 폭언, 폭력의 대상이 된다.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세차를 맡은 현장실습생은 첫 출근 했던 날의 기억을 묻자 ‘욕을 많이 먹었다’고 답했다. 첫날이니까 ‘당연히 잘 못 하고’, ‘잘 못 하니까 욕먹으면서 배우는’ 날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청소년이라는 점 외에 ‘현장실습생’이라는 점은 이들이 일터괴롭힘에 더 취약하도록 강제한다. 현장실습생 취업률을 유지하려고 하는 학교 정책은 오히려 일터괴롭힘을 호소하는 학생에게 ‘참으라’고 강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른 청소년 노동자보다 현장실습생을 일터괴롭힘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한 현장실습생의 담임 교사는 SNS로 ‘회사를 그만두면 학교에 대한 배신’이라고 문자를 보냈고, 선임과의 갈등으로 퇴사를 원하는 학생이 세 차례나 요청할 때까지 복교 요청을 묵살했다.

현장실습 자살자들의 자기평가 과정

일터 괴롭힘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열등해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아니었더라도 괴롭힘의 과정에서 ‘괴롭힘을 당할만한 사람’이 되어간다. 예를 들어, 일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일에 투입해버리면, 그 사람은 일을 못 하는 사람이 된다. 학력이나 성별 때문에 차별당하던 사람은 이를 비판했을 때 조직에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매도되거나, 차별을 못 견뎌 일을 그만두면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일터괴롭힘 피해자는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며, 한 현장실습생 인터뷰에서 보듯이 ‘자기 자신이 싫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를 실패자로 평가하고, 자신이 쓸모없거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과정은 자살자가 자신의 삶이 무가치하다고 인식하고 자살에 이르게 되는 자기 인식 과정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이런 자기 평가 과정은 일터 괴롭힘에 시달리던 A, B 씨 사례뿐 아니라 과도한 실적 압박에무방비로 노출됐던 C 씨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사실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일터에 ‘실습생’ 신분으로 취업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게 만드는 밑그림이 된다. 거기에 C씨가 다녔던 전체 회사 차원에서 강도 높게 추진되는 실적 경쟁이나 압박이 이런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박형민은 일부 자살에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성’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 경우 자살자는 자신의 삶과 죽음을 숙고하여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자신과 삶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이 과정에서 자살자는, 자신이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자기 죽음을 통해서만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⁴⁾

청소년은 특히 성인에 비해 사회적 자원이나 경험,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다른 선택지에 대한 사고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경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신이 죽음을 통해서만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 자살은 특히 그들이 가진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는 더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좌절될 때 성인에 비해 더 심한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한다는 기존 논의도 숙고해봐야 한다.⁵⁾

실제로 A 씨의 경우 회사에 직장 동료의 폭력을 고발했으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문제 상황을 직면해야 했고, B 씨의 경우 사직을 결심했으나 이에 대한 직장 상사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다. C 씨도자살 이틀 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고, 그날 자살 기도가 있었지만, 부모님은 힘들어도 이겨내 보라고 응대했다. 자살을 ‘차악의 선택’, 능동적인 행위라고 볼 때, 비교적 저임금에 구하기 어렵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던 이들임에도, 죽음을 결심한 순간 다른 선택지가 없는 처지처럼 느꼈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현장실습생의 자살을 함께 생각하기

파견형 현장실습 그 자체가 특성화고 학생들의 이런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부추기고, 대안을 구하는 행위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습생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일터에, 실습생이라는 취약한 상태로 내보내지고, 취업률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는 사직을 가로막는다. 부모와 교사는 흔히 ‘참아보라’는 격려 이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 한다. 이런 다양한 모순이 응축된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그 외에도 우리에게는 남아있는 질문들이 있다. ‘청소년’이자 ‘실습생’에게 가해지는 노동권 침해, 처음 맞닥뜨린 일터에서 겪은 압력과 스트레스, 가족과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폭력적인 질서. 이런 어려움은 다시 어떤 경로를 통해 우울감, 자살사고, 자살 행동으로 이어졌을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저임금의 일자리, 졸업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일자리, 돌아갈 학교도 아직 남아 있는 그들은 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혹시 현장실습생 외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터에서의 문제 때문에 자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이건 정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에게 좀 더 고유한 문제일까? 대학신입생이나 사회초년생의 자살과 한국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자살은 어떤 측면에서 유사하고 어떤 측면에서 다를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자살을 되짚어 보는 과정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에서 출발하여 일하는 청소년의 노동 과정과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들, 이로 인한 자기 평가와 자기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모두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될 것이다. 청소년 노동자, 실습생 노동자로서의 노동권 침해와 이런 침해가 자살 사고나 자살 행동에 이르는 과정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서, ‘청소년 자살’ 연구에서 다루지 못했던 현장실습 노동과정의 경험과 그 고통, ‘현장실습 대책 논의’에서 다루지 못했던 ‘자살에 이르는 심리적, 인지적 경로’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A-Z 노동이야기] 우리 일터부터 좋게 만들어요! / 2017.8

우리 일터부터 좋게 만들어요!

- 노동인권 시민단체 활동가 복성현 님 인터뷰

문영 한노보연 실습 학생

시민단체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는 복성현 활동가 말에 먼저 떠오른 것은 SNS의 시민사회활동가 대나무숲페이지였다. SNS에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를 외친 대숲에서 따온 ○○대숲 페이지가 흔하다. 시민사회 활동가 대숲도 그 중 하나다. 활동가들의 장시간 노동, 저임금, 감정노동과 여러 소진 문제를 터놓는 글들이 종종 익명으로 게시되며, 활동가들이 기명 또는 익명으로 공감의 댓글을 단다.

저는 제 일자리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올해 4월부터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로 시민단체 우리동네노동권찾기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복성현 활동가는 환하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든 얘기가 하나도 없단다. 지금 일하는 곳 말고,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특성화고교 현장실습으로 취직해서 일했던 곳의 이야기를 주로 풀어내겠다는 그를 말렸다.

복성현 활동가는 이전 직장은 제가 활동하던 동아리에서 말하는 노동과 너무 괴리감이 커서,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다가지금의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일터의 어떤 요소들 덕분에 일자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환하게 웃음꽃이 피는지 하나하나 들어보았다.

우리의 노동부터 좋게 만들자이런 분위기가 있어요.

"제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고 느껴요. 업무도 제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정도지만, 많으면 미뤄라! 이렇게 말씀하시거든요. 전에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했을 때는 야근을 많이 했어요. 신고가 몰려서 바쁜 기간에는 야근을 계속했죠. 한 달에 일주일은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오전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인데 사실 칼퇴라는 말도 되게 이상해요. 퇴근은 제때 하는 게 맞잖아요. 칼퇴도 지금은 잘 돼서 그 외의 시간도 제 시간으로 쓸 수 있어요.

일하는 중에도 그래요. 그 전에는 회사에 있는 동안엔 일해야 한다, 세무사님이 이런 게 있으셨거든요. 개인 SNS나 인터넷을 아예 못 하고 업무시간에 다른 일 하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할 일을 다 하고 일하는 척도 했어요. 바쁠 땐 계속 일이 몰렸고요.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아도 일이 많아서 열심히 하게 되고, 그랬었죠.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받고, 그래서 잘 처리해낼 수 있어요. 사업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야근하게 되면 다른 시간에서 빼 주세요.

보통 일주일에 주말 이틀이 제 시간이잖아요? 회사에 얽매여 있을 때 주말에는 아 또 회사 가면 이거 해야 해. 하기 싫어.’ 이런 생각이 되게 많았는데, 지금은 주말에는 뭐 하고 놀지?’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물리적인 시간은 비슷할 텐데도 느끼는 시간이 되게 다르더라고요."

임금 부분에서는 어땠을까. 이전에는 최저임금보다 못 받았었다고 했다.

"7시간 근무에 115만 원이었는데 일단 기본 일하는 게 8시간이었거든요, 그러면 최저가 안돼요. 그것 때문에 싸웠어요. 제가 자취를 안 했는데, 만약 자취했으면 그 돈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제대로 나와요. 160만 원. 이 정도면 생활은 그래도 가능하죠."

동료와의 관계도 물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 한 명, 한 명을 헤아리는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대표라는 직함이 강압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고 했다. 이전에는 상사들로부터 여러 이유로 혼났다. 배우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서툴러서, 고졸로 취업했으니 대졸보다 더 조심하고 꼼꼼해야 한다며 챙겨준다는 이유로. 지금은 경험 많은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배울 것도 많다고 했다. 힘든 일이 없다고, 힘들다면 사이가 너무 좋아서 같이 노느라 힘들다며 함빡 웃는다.

일이 좀 더 일상이고 삶 같아요. 이 일로 제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저희 단체에서 맡은 주 업무는 재정이에요. 그리고 단체 사업인 고졸 노동인권 동아리 운영을 돕는 보조일을 하고, 노동인권 교육도 고등학교로 나가고 있습니다. 원래 제가 회계만 하는 걸로 여기 들어왔어요. 교육 나가서 얘기도 해주고 싶었는데, 제가 부족할까봐 걱정됐었어요. 처음엔 보조강사로 같이 나갔고,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 과정을 마치고 나니까 수업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강사 양성 과정 듣는 시간도 업무 시간에 다 포함됐고요. 일을 잘 해내는데, 새로 경험하고 배우는 것도 항상 많아요. 저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가서 친구들 보는 것도 좋고, 강의하기 위해서 제가 항상 공부하니까요. 이전 회사는 제가 그냥 돈 벌러 간 곳, 그렇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좀 더 제 일상이고 삶 같아요."

복성현 활동가는 단체사업으로 진행하는 고졸취업동아리 처음처럼을 매우 아낀다. 자신이 고등학교 때 가입해 활동했던 동아리다. 작년 10월에 만들어져 이제 2기를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오셨던 활동가분을 통해 알게 됐고,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나오다보니 어느덧 단체의 할동가가 되어 고등학교로 인권 교육을 나가고 있다.

"처음엔 친구들도 만나는 재미로 나갔었는데 종종 배우거나 다른 활동도 해요. 노동인권교육도 듣고요. 노동절에 같이 강의 듣고 행진도 하고, 캠페인도 했어요. 누가 어떤 내용을 배우고 싶다고 의견을 내면 알아보고 가능하면 자리를 만들어요. 친구들이 연애강의 듣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자리를 만들어서, 서로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를 배우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얘기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동아리에서 노동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 , 내가 하는 노동도 이상한데’, 이런 인식도 생겼고, 친구들에게도 그거 잘못 된거야’, 얘기해주다보니까 친구들 인식도 높아졌고요. 같이 캠페인도 다니게 됐어요."

노동인권단체 활동가들 역시 동아리 소속으로, 모임이 있을 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목성현 활동가에게 노동에 대해 돌아볼 계기가 됐다. 직접 일하기 전 학교에서 한 번 들었던 노동권 강의는 사실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회상한다. 현장실습으로 취업해서 일하며 친구들을 만나면, 갓 취업한 친구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거의 일자리의 힘듦에 대한 토로다.

그런 이야기들을 동아리 모임에서 활동가들과 나누며 노동에 대한 인식이 싹텄다. 노무사를 대상으로 준비한 노동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동아리에서 함께 듣기도 했다. 프로그램 성원들의 청소년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계기도 되었다. 동아리 구성원 중에서 노동인권 강사 활동에 관심이 생긴 친구가 있다고 한다.

"저는 이런 동아리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친구들 인식부터 올려야, 사회가 노동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질 텐데, 이 학생들이 노동자가 되는 거잖아요. 노동권에 대한 얘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동아리를 안 했다면 내 권리가 침해당하는 걸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학교에선 기업가 정신 교육이런 걸 과목으로 넣는다고 하는데 다들 사장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고등학교로 노동인권교육을 나가면 동아리 처음처럼에 대한 안내도 한다. 동아리에 관심을 보이고 가입 의사를 밝히는 분들도 있다. 그 친구들이 백성현 활동가는 참 반갑다. 특성화고는 곧 현장실습 명목으로 취업을 나갈 시즌이다. 취업을 나가면 오직 회사를 위한 시간밖에 없고, 회사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받을 친구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했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회를 만든 게 미안하다고, 한 톤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 성현씨의 말투에 무게가 실린다. 일을 나가게 될 여성들을 떠올리며 회사에서 여성들이 커피타오기 등의 잡일을 맡게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노동이 스스로에게 돈벌이만 뜻하기보다는 경험이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의미가 크다는 백성현 활동가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활동도 더 하고 싶고, 사진도 해보고 싶고, 동물 커뮤니케이션도 해보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필자의 물음에 다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백성현 활동가는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언론보도] 교사 죽음 부른 도제학교, 학생들은 '당했다' (오마이뉴스)

교사 죽음 부른 도제학교, 학생들은 '당했다'

[연속기고 ①]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실상과 올바른 직업교육 대안 모색하기

17.09.2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3315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고교단계의 일·학습병행제로 2015년 3월 9개 학교에서 시범 시행된 이래 2017년 1월 현재 198개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기업이 재학생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하여 학교 등 교육기관과 함께 일터에서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훈련을 마친 자의 역량을 평가하여 자격 또는 학위 등을 인정하는 사업이다. 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학습병행제 훈련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언론보도] 국가인권위, 실습고교생 인권침해 진정 넉 달째 감감 (노동과세계)

국가인권위, 실습고교생 인권침해 진정 넉 달째 감감26일, 현장실습 중 인권침해 국가인권위 의견 표명 촉구 기자회견…결정 미룬 사이 현장실습 시작 처지2017.09.26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6587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아래 대책회의)’와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9월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인권위 빠른 의견 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보도] "인권위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인권침해에 입장 밝혀라" (뉴스1)

"인권위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인권침해에 입장 밝혀라"

2017.09.26.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시민단체들이 특성화 및 마이스터 고등학교 학생들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 일어나는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의견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http://v.media.daum.net/v/20170926113112285

특집 2.특성화고 현장실습, 무엇이 문제인가 /2016.9

특성화고 현장실습, 무엇이 문제인가



최민(집행위원장,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특성화고등학교라고 하지만 이름도 참 다양하다. 상업고등학교, 공업고등학교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세무고, 관광고, 영상고에 e-비지니스고, 미디어고, 디지텍고, 아이티고도 있다. 예전에 실업계 고등학교, 전문계 고등학교라고 불리던 학교를 이제 특성화고등학교라고 부르는데, 이름이 다양해진 것에 비해 교육의 내실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직업교육대신 취업만이 목표인 학교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특성화고는 소질과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또는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고등학교지만, 지금은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가 돼 버렸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공고·상고가 많이 만들어졌다. 이후 고등학교 교육 정책, 대입 정책의 변화에 따라 부침이 있긴 했지만 특히 이명박 정권 이후에는 특성화고의 교육 목표는 오로지, 그리고 꾸준히 취업에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실제 특성화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기능훈련과 다른 기능·기술·직업 교육의 의미를 강조한다. 특정 회사나 특수한 환경에 적합한 기술을 훈련시키는 것이 기능훈련이라면, 비슷한 기능이어도 보편적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기능교육이라는 것이다. , 특정분야의 제한적 기술을 반복하여 숙달하여 습득하는 것이 훈련이고 직업에 대한 인간의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관점에서 직업훈련원, 직업전문학교와 같은 전문기술교육을 하는 기관은 기능훈련에 적합한 교육을 하더라도, 특성화고등학교는 기능 교육적 관점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으며, 마땅히 그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1) 김경엽,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말하다, 군포신문, 2016.8.25

 

하지만 최근 특성화고 직업교육 정책은 이런 갈피를 잃은 모양새다. 일반계 고등학교가 다른 교육 목표를 상실하고 대학진학률, 명문대 진학률 제고만을 목표로 하듯, 특성화고 역시 기능 교육의 갈 길을 잃고 취업률 제고만을 목표로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현재의 현장 실습이다.

 

교육 대신 기능실습하는 현장실습, 학습권 침해 

특성화고등학교는 현장에서의 직업·기술 교육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현장실습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그 동안 법률에 제대로 정의도 되지 않다가, 20168월부터 시행되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에서 처음 현장실습의 정의가 도입됐다. ‘직업교육훈련생이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취업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및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과정이다.

 

그 형식은 학기 중 몇 일 혹은 몇 주씩 현장에 나가 실습을 할 수도 있고, 산업체에 있는 노동자나 기술자를 불러 학교 실습실에서 실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특성화고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실습은 조기 취업 형태로 이루어지는 파견형 현장실습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 2학기를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고, 사업체에 실습생으로 취업하여 일한다. 말이 실습이지, 그냥 조기 취업이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실습이란 말은 선생님들만 쓴다. 우리는 그냥 취업이라고 부르고, 주변에서도 취업생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현장실습생을 받는 사업체 사장 역시 우리들은 그냥 신입직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취업을 전제로 받기 때문에, 가르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실습생 때만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 취업 시켜주는 것이니 배우는 것은 학교에서 마쳐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전교조 전국실업교육위원회에서는 현재의 파견형 현장실습이 근본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본다. ·중등교육법은 수업일수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3분의 2이상 출석하지 않은 학생은 유급 대상이 된다. 그런 점으로만 봐도, 현장실습은 엄연히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현장실습에는 교육은 빠지고 기능실습만 남아 있다. 그러니 특성화고 학생들은 정상적인 3학년 2학기 교육과정 학습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다.

 

전공과 관계없는 현장실습

학교 교육 대신 기능실습만으로 채워지는 현장실습을 나가도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인데, 실상은 이보다 심각하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서도, 현장실습 산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직업교육훈련생의 전공 분야를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학교는 당연히 학생의 전공 교육과정과 관련 있는 현장실습을 실시하여야 하고, 현장실습 산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산업체를 방문하여 학생의 전공분야, 산업체에서 실시할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적정성, 산업체의 역량 등 교육적 측면에서 현장실습이 가능한지를 판단하여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특성화고 취업률이 1년 만에 14.3%나 증가했다고 선전했던 2012년에는 취업률이 뻥튀기였다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폭로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의 경우 취업기업 1위는 군대, 2위는 롯데리아였고, 경기도는 1위가 아웃백, 2위는 군대였다. 이후 4대 보험 적용 사업장 취업률을 따로 발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렇게 쥐어짜기 식 취업률 조사를 할 수 밖에 없도록 강요한 취업률 경쟁 체제는 지속되고 있다.

 

20153월 발간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부산광역시교육청 등 3개 교육청을 표본으로 검토한 결과, 파견형 현장실습을 실시한 학생 중 20.5%가 전공과 무관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20165월 발생한 군포지역 특성화고 졸업생 사망사건의 당사자도, 학교에서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했으나, 대형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다. 조리 관련 전공이 없는 이 학교에서 고인 뿐 아니라, 6명의 학생이 같은 식당으로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을 하게 되었으니, 여전히 전공과 무관한 취업이 현장실습이라는 미명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도교육청부터 취업지원관까지 취업률 경쟁

적절하지 못 한 일자리, 부당한 처우 등에 방패가 되어 주어야 할 교사와 학교가 오히려 바람직한 취업도 필요한 교육도 아닌 현장 실습으로 학생들을 내모는 이유는 취업률 경쟁이다. 취업률 경쟁은 교육청, 학교, 교사, 최근 도입된 취업 지원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는 부적절한 업체까지 학생들을 내보내는 현재의 파행적 현장 실습이다.

 

2016년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을 요구한 경기 안양시 한 특성화고 교사는 하루 7~8시간, 그것도 평일에만 근무하겠다고 하면 학생을 받아주는 업체가 거의 없다. 취업률에 따라 학교 평가와 예산 배정이 달라지니 학교에서는 취업률에 목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 학생도 근로자도 아닌 그들 우린 죽음을 실습합니다”, 주간동아 2016.7.6 커버스토리, 박세준 기자.

 

학교장 재량으로 고용되는, 대표적인 학교 비정규직인 취업지원관도 문제다. 특성화고 교사들이 다양한 산업체와 관련된 정보를 모두 직접 모으고 걸러내기 어려우니, 학교별로 학생들의 전공과 실습 기회에 적합한 산업체를 물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취업지원관이다. 그런데 이런 취업지원관이 비정규직이다보니, 매년 취업률에 따라 이들의 고용 자체가 위협받는다. “그러다 보니까 또 이 분들이 욕심을 부리는 거죠, 2교대 업체(처럼) 보내지 않아야 할 데도 이 분들이 추천을 해 주고... 교장선생님이 불러다가 취업률 좀 높이죠하고 계속 말하고 하면, 정규직도 교장한테 뭐 말하기 어려운데 비정규직이면... ‘취업률 좀 올리쇼.’ 하면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죠. 그러다 보면 질보다는 양으로 가고...” 현직에 있는 특성화고 교사의 증언이다.

 

현장 실습이 놓인 자리, 불안한 청년 노동

물론, 자기 발전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일자리가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 혹은 특성화고 졸업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착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악해진 청년 노동 전반이 그렇다. 그런 맥락 속에 현장 실습생들의 일자리, 현장 실습이 택할 수 있는 일자리도 놓여 있는 것이다.

 

20165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정비하던 만 19세 노동자가 들어오던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김 군으로 알려진 이 노동자는 특성화고 3학년 때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업체인 은성 PSD에 현장실습 형식으로 취업했다. 사고 뒤 서울시 진상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은성 PSD2015년 새로 계약을 맺었는데, 2011년도 협약 때보다 연 14.4억원 적은 금액으로 용역 계약을 맺었다. 점검을 철저히 하면 고장 수리가 불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용역 계약에서 고장 수리비용을 뺀 것이다. 사실 연평균 스크린도어 고장건수는 12천 여 건에 달하고, 스크린도어 유지·관리에서 고장 수리가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임에도 그랬다.

 

후려친 용역비 책정의 부담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돈이 부족하니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 20131월 성수역에서도, 20158월에는 강남역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이미 발생했다. 2015년 사고 발생 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반드시 21조로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1조 근무는 매뉴얼에만 존재했다. 2명이 해도 위험한 일에 한 명만 배치해놓고 나 몰라라 한 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활용되었다. 서울시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은성PSD201411월부터 공업고등학교 학생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 현장에 배치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실습생들은 21조 매뉴얼을 (서류상으로) 지키기 위해 활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대가 취할 수 있는 일자리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라는 맥락에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의 일자리도 놓여 있다. 현장실습은 젊은 노동자를 억지로 인기 없는 일자리로 공급하는 파견 업체 역할을 맡고 있다.

 

청소년, 현장 실습생의 특별한 불리함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들에게는 20대 노동자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열악함과는 다른 특수한 문제도 있다. 청소년이라서, 나이가 어려서, 사회 초년생이라는 특징은 약점이 되고,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목소리를 막고, 괴롭힘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역시 특성화고 3학년, 현장실습생으로 CJ 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201311월부터 일하던 한 학생이, 일하기 시작한지 채 세 달이 되지 않은 20141월 기숙사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사망 4일 전 회식 때, 입사 동기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동료 A로부터 얼차려를 당하고, 머리를 밟히고 뺨을 맞은 뒤였다. 사건 자체도 매우 큰 스트레스였고, 사건이 밝혀지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가해자의 협박을 이기지 못한 결과였다. 이 사건은 20153월 결국 산업재해로 인정됐지만, 비슷한 사건이 올 해 경기도에서도 다시 발생한 것이다.

 

현장실습 시 실습생에게는 야간작업을 시키지 않겠다고 구두로 약속을 받았지만 막상 건설현장에서는 거의 매일 야간작업을 했다. 게다가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야근수당이 지급된 반면, 나는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가끔은 현장 반장이 주말에도 불러 일을 시켰다. 답답한 마음에 학교에 연락해 관련 사항을 이야기했지만 참고 다니라는 식의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참을 수 없어 두 달 만에 실습을 그만두자 학교에서는 나 때문에 후배들이 현장실습을 나갈 회사가 줄어들었다며 교내봉사 징계를 내렸다.” 3) 학생도 근로자도 아닌 그들 우린 죽음을 실습합니다”, 주간동아 2016.7.6 커버스토리, 박세준 기자.

 

다른 현장실습생을 만나도 비슷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군포 특성화고 졸업생 사망 사건에서도 실습을 나갈 때 담임선생님은 나갔다가 돌아오면 학교에 누가 되니, 꾹 참고 잘 다니라고 격려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격려였지만, 일터 괴롭힘과 노동 착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족쇄가 된다. 실습생이라고 야근 수당을 안 준 것처럼, 실습생이라고 수습 기간을 두 번 겪게 하고 그 사이의 임금을 적게 주는 사업주도 있었다

 

직업교육의 목표를 다시 세우는 것부터

특성화고 교육 전반, 특히 현장실습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계속 터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지만, 교육부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특성화고 확대,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 전면화, 중소기업 맞춤형제도, 산업일체형 도제교육 확대 등 전체적으로 교육보다는 기능실습을 강조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특성화고의 교육 목표는 취업이 아니고,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기술과 인간, 기술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자부심 있는 기술인이자 노동자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학사 일정 정비, (특성화고) 교육과정 재편, 취업률 경쟁 폐기 등과 함께 적절한 기간과 방법의 현장실습 방안에 대한 고민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장실습 하나에 대한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직업 교육, 노동 교육의 큰 줄기를 다시 세우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