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우리에게 남겨진 구조 신호- 노무법인 필 유상철 노무사 인터뷰 / 2020.02

우리에게 남겨진 구조 신호

- 노무법인 필 유상철 노무사 인터뷰

 

상임활동가 나래

 

삶에 정해진 때가 있을까.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 동시에 내일을 살아간다. 내일을 준비하고, 챙겨 나가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로 하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 또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 갖춰져야 하며 더불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더 나아가 영적 건강까지 유지·증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삶은 위태롭다. 작년 산재 사고 사망자 수 855명으로 하루 2~3명이 안전사고 문제로 삶을 마감한다. 업무상 질환 사망자 수도 1,171명으로 지난해보다 178명이 증가했다. 어디 그뿐인가.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스스로 죽는 선택을 한다. 이 모순된 상황은 무엇 때문에 발생할까.

 

20년 경력의 공인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노무법인 필의 유상철 노무사는 노동자 자살 문제와 관련해 그 지점에 착목했다. 실제 그는 여러 노동자 자살 사건을 다뤄왔다. 지난 129일 수요일 오전 노무법인 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상철 노무사는 2012년에 노동자 자살 사건을 처음 접했다. 바로 당시 서울도시철도 기관사의 죽음이었다. 2012312일 오전 85분쯤 서울도시철도 5호선 왕십리역에서 사상사고가 발생했다. 열차 선로에서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2004년부터 스크린도어 설치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상사고였다. 사망자는 도시철도를 운전하는 기관사였다. 선로는 지하철 노동자에게 아주 상징적인 장소다. 그곳에서 기관사 스스로 자신의 일터에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신의 작업복인 제복을 입은 채로 말이다.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암담했다. 상황을 알아보니 그는 20116월 열흘간 휴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바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2월엔 어지럼증, 구토를 호소하며 전직 신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전직 신청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보냈던 구조 신호였을 텐데 말이다.

 

요즘엔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가 있음을 밝혀 사회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병이다. 이 정신질환은 생물학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으로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강한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 박동이 심하게 느껴지며 가슴에 통증, 불쾌감, 숨이 답답하여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광장공포증이 있는 공황장애의 경우 탈출이 불가능하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장소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지하철 기관사들의 자살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되어 왔다. 2012년 사건 발생 후 진행된 기자회견의 모습이다.

지하철 기관사들은 어두운 지하터널에 근무한다.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어두운 터널을 달리다 환한 구간으로 빠져나올 때의 느낌을 알 것이다. 답답했던 순간에서 벗어난 것도 잠시 금세 어두운 터널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게다가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같은 일을 해야만 하는 환경에 혼자서 운전을 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원처리 및 장애조치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이 같은 노동조건은 정신건강을 훼손한다. 이처럼 매일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서 온종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고 일해 온 기관사들에게,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그에게 열차는 바로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사실 기관사들의 정신질환 문제는 2003년부터 노동조합에 의해 적극적으로 제기됐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이뤄진 도시철도 기관사 정신건강진단에서 기관사들이 일반인의 7배나 많은 수가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기관사의 정신질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라며 1인 승무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또다시 죽음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전보다 노동자의 자살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런데도 개인 원인, 책임을 강조하는 인식과 제도적 장치는 여전하다. 당시의 사건 자료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유상철 노무사는 서류를 살펴보면서 그때 경험했던 문제들이 이후 다른 사건을 살펴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우선 사건을 조사하며 만났던 동료와 유족들이 느꼈던 부채 의식 한편에선 책임 의식이 느껴져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때만이 아니라 이후에 만난 다른 사건의 동료, 유가족들에게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모습이었다. 유가족은 마음과 상황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산재 입증하려고 애를 쓰지만 정작 회사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 일쑤다. 개인이 회사라는 거대 조직에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고의·자해행위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발생 이전의 정신병적 상태를 기준으로 위험요인이 있었는지 판단한다. 하지만 자살을 하는 노동자 모두가 사건 발생 이전에 병원을 가긴 쉽지 않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그나마 증상을 인식하고 해결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차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낮은 사회적 조건에서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증상을 인식하고, 병원에 가 진단/진료를 받기까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업무상 연관성을 밝히려 하다 보면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최근 근로복지공단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현실에서 부딪히는 벽은 여전히 높다.

 

유상철 노무사는 우선 자살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진술하는 동료들에게 불익 처분을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자살과 관련된 유족급여가 청구되면 기초조사를 거친 후 재해조사 계획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본조사에 들어간다. 이때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및 근무내용 등을 파악한다. 본조사를 마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 의뢰한다.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함께 일한 동료들의 진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료를 급작스럽게 떠나보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진술을 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노동자 자살 문제에서 핵심은 바로 노동환경, 즉 회사의 구조적 원인이다. 따라서 사실을 밝히려는 데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술자가 안전함을 느끼기 위해선 더 나아가 진실을 담은 사실로 인해 고인의 죽음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진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관련한 조치는 별다른 게 없는 형편이다.

 

두 번째는 즉각적인 심리상담 조치다. 자살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의 직원들이나 해당 유가족, 친구들에겐 매우 큰 충격이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 오드라 니퍼는 한 사람의 자살이 최대 2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은 가이드를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 관리에 심리상담 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해당 사업장에 즉각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과정을 통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할 수 있고, 한편에선 자살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함에도 말이다. 무엇보다 산재 인정 여부를 떠나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 문제를 소홀히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운 좋게살아남은 우리에게 과제가 산적하다. 하지만 먼저 간 이들이 남긴 구조신호를 우리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의 정신건강 문제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님을 계속 해서 강조하고, 밝혀내야 할 것이다.

[당장멈춰TV ] '두리공감'편, 사고발생 이후 산재 트라우마 치료의 골든타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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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kilsh.tistory.com/category/당장멈춰TV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