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최저임금 따라 나의 삶의 질도 오르려면? / 2018.02

최저임금 따라 나의 삶의 질도 오르려면?


유선경 민주노총 인천본부 상담실장


최저임금 7,530원이 결정되고 난 뒤 작년 10월부터 상담소에는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방법이나 최저임금 적용시기와 같은 소소한 질문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회사의 꼼수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묻는 말까지 다양한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 야간까지 연장했었는데 새해가 되자 갑자기 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자고 한다며 "나가라는 말이지 이게 뭐냐"고 항변하는 식당 서빙 노동자, 울며겨자 먹기로 휴게시간을 늘리고 있는 경비노동자와 택시노동자, 회사는 상여금을 기본급화하겠다고 하는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가 없다며 답답해하는 노동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정리해고를 해야겠다는 회사의 말에 속수무책인 어느 공단 노동자, 지금까지 공휴일은 모두 쉬고 있었는데, 이제 모두 연차로 대체한다는데 어떻게 하냐는 노동자까지 최저임금인상 이후 각 사업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꼼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와중에 회사의 편에 서서 상여금을 기본급화하거나 상여금 지급방식을 변경하는 데 앞장서서 동의해주는 노동조합이 있는가 하면, 근무시간과 다를 바없는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바꿔치기하는 단체협약에 서명하는 노동조합도 있다. 어느 날은 왜 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에 앞장서느냐고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찾아와서 항의하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장시간 노동에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민주노총이 노동자에게 진정성 있는 운동을 하고 있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업장을 민주적인 곳으로 바꿔보겠다, 이제 이렇게 마음대로 근무조건을 정하는 관행을 바꾸고 우리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보겠다며 노동조합을 준비하는 노동자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사용자들이 내놓는 꼼수와 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노동환경을 생각하면, 최저임금을 단지 얼마를 더 올리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어떤 수당을 넣고 뺄 것인가의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간당 단가를 올리는 운동, 즉 최저임금을 올리는 운동과 함께 첫째, 어떻게 하면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을 정하는 비민주적인 현장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셋째, 사회보장시스템을 어떻게 확충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도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의 법제도 하에서는 노동자의 쉴 권리는 너무나 쉽게 사용자에 의해 포기된다. 사용자는 연차수당을 임금 속에 포함해 휴가를 매수하거나 연차대체합의를 통해 노동자의 시기 지정권을 박탈하고 있다. 노동자 또한 낮은 임금을 보충할 생각으로 휴가를 쓰기보다 수당으로 받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쉴 권리는 너무나 쉽게 포기하고 있다. 임금을 낮추기 위해 터무니없이 긴 휴게시간도 문제다. 장시간의 휴게시간은 노동자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다. 사업장에서 휴게시간이란 아무리 휴게공간이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있다 해도 물리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휴게시간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자의 시간은 손쉽게 사용자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통상임금이슈든, 최저임금이슈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용자는 쉽게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있다. 불이익변경 시에는 노동자 과반의 집단적 동의가 있어야하지만, 대부분 노동자가 회사에 밉보일까 봐 혹은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 동의서에 서명을 해버리고 만다. 용기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노동자도 있지만, 상담하러 온 노동자 중 대부분이 체념해버리거나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노동조건을 정하는 건 회사이고 회사에는 막강한 인사권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풍토가 있다.

임금의 단가만을 무한정 올릴 수는 없거니와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만 삶이 제대로 설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삶 대부분 시간을 돈을 벌고 일을 하는 데 써버리기보다 적정한 수입에 여유롭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시스템이 함께 개선돼 나가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을 둘러싼 여러 목소리는, 통상임금 논쟁에서부터, 조금은 미완의 모습을 갖췄던 주 40시간제 도입에서부터 시작되었던 노동자의 갈망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주 40시간제가 도입되고 사라졌던 월차휴가, 대신에 며칠 더 늘려줬던 연차휴가는 연차대체 서면합의 속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휴일이라곤 주휴일과 노동절 밖에 없다는 법 논리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높은 의료비와 교육비, 차갑기 그지없는 사회보장시스템 속에서 까딱 잘못 했다가는 금방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삶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이라도 불사했던 노동자들이 이제껏 현장을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현장을 버텨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논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운동이 최저임금을 얼마 더 올리고, 산입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환경 전체를 바꾸는 운동의 출발점에 있게 했으면한다.

<일터> 통권 139호 / 2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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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27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29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33 자동자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36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지역에서는] 

  이렇게 일하다가 죽을 거 같아요


8 [지금지역에서는] 

  군산 유해가스 누출사고, 노동자는 대피하지 못했다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이제 30%쯤 알게 된 것 같아요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안전보건교육 


14 [현장의 목소리]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6만명을 매일같이 안전하게 떠나 보내죠 


22 [연구소 리포트]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44 [시간의 재구성 노동시간 에세이] 

   시간 빈곤의 세계, 영화 인타임은 우리네 자화상 


48 [문화읽기] 

   어린이집에 대한 재고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 

   사라진 사법부의 권위 이유는 


52 [일터 다시 보기] 

   직장 내 괴롭힘 공론화가 시급하다 


54 [이러쿵저러쿵] 

   소중한 결실 그리고 첫걸음 (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56 [가로세로퀴즈]



특집 4.자본이 호들갑을 떠는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2015.8

자본이 호들갑을 떠는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김영선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1990년대 이후 그간 통상임금의 범위는 계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 가운데 2012년, 2013년의 대법원 판결은 통상임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자동차의 주간연속 2교대라는 교대제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컸다. 그래서인지 자본은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에 따른 총노동 비용이 '38조 원'에 달한다는 위기론을 조성한다. '날벼락 같은 임금폭탄', '기업 간 임금격차 더욱 벌어져',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인상률이 높다', '노조의 무리한 떼쓰기', '통상임금으로 고용률 1% 줄어', '한국GM은 철수할 수 있어' 등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에 따른 '위기' 를 확대 재생산하고 그 원인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로 몰아세웠다.


자본의 '이유 있는' 볼멘소리

자본이 이렇게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는 통상임금 문제가 저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장시간 노동을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통상임금은 한국 사회의 왜곡된 저임금 체계와 이를 매개로 한 기형적인 장시간 노동체제의 모순을 집약하는 지점이다. 따라서 통상임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저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총자본의 착취 체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고 맞서야 하는 투쟁인 것이다.

통상임금을 기업에 대한 비용부담 전략으로 활용해 주간연속 2교대를 보다 주체적으로 이행한 한 사업장의 경우,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를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통상임금을 매개로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을 구체화하는데 있어 보다 공세적일 수 있었으며 실천적으로도 야간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임금 안정성을 동시에 구축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임금 논쟁이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에 긍정적인 지렛대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부품사들은 '특정한 가이드라인'에 매인 채 대응하였다. 부품사의 위치적 한계 즉 자본 위계와 생산 서열에 종속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통상임금 합의 현황을 보면, 특히 계열사의 경우, "자동차의 교섭결과에 따라 추후 특별교섭을 통해 재논의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부품사들은 교대제 개편안을 '일종의 가인드라인과 같은 자동차의 합의안을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 맞춰야 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규명해야겠지만 일차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기업 간 구조가 종속적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품사들의 제도 선택은 '강제적 동형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이 노동시간 단축의 방향으로 전개됐다기 보다는 노동 강도를 감수한 채 어느 정도 생산성 향상에 동의하면서 총액임금을 보전하는 수단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를 테면, 한 사업장의 '선(先) 통상임금 (단계별) 적용'은 '자금 사정이 열악해 신규 설비투자와 신규인원 충원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사측에 유예를 주고 2교대로의 이행 속도를 늦추는 상황을 낳기도 했다. 


조합원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투쟁 만들어야 한다

물론 임금 보전에의 매몰을 특정한 부품사만의 한계로 언급하는 것은 주간연속 2교대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났던 근본적인 문제를 축소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물량을 절대화하고 노동의 필요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생산량 만회를 전제로 한 임금 보전' 프레임은 완성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등장했고 2000년대 중반 구체화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품사 지회들의 임금 보전에의 매몰을 소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어쩌면 '가이드라인' 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제한적 상황에서 이뤄진 '차악' 의 선택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자본의 '물량보전-임금보전' 프레임의 영향력은 여전하고, 성과 연동형 임금체계 개편 같은 정부와 자본의 전 방위적인 유연화 기획들은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 가운데 업체들은 편법으로 취업규칙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의 '심야노동 철폐' 구호가 이전만큼의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이다. 결과적으로 통상임금 카드를 '설비 투자'나 '일자리 창출' 및 '월급제 시행' 등과 같이 보다 공세적인 대안들과 연결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여기서 다시, 보다 주체적인 주간연속 2교대 등 근무형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언어, 다시 말해 오래되고 낡아서 쓸모없어져 버린 것 같지만, 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를 담지하는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요구를 새롭게 제기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것은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임금 구조개선' 이다. 단순히 시급제에서 월급제로의 전환이라는 지불 형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통상임금을 매개로한 교대제 개편의 방향은 저임금 구조에 기반을 둔 자본의 착취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서는 주요 투쟁의 하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생활임금 쟁취라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표준화하는 것은 물론 고착화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고리를 끊고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필요는 물론이고 총 노동의 지향을 자신의 것으로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편법과 꼼수로 취업규칙을 바꾸려는 사측의 시도들을 저지하는 동시에 총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임금체계 개편 시도의 본질과 정치적 의도를 꿰뚫고 조합원들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투쟁과제로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