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폭염 속 노동시간 / 2018.08

폭염 속 노동시간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그림] 카유보트, 마루를 깎는 사람들(1875, 오르세 미술관)


남성 노동자 세 명이 마룻바닥을 대패로 긁어내고 있다. 건축 막바지에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다듬는 작업이다. 날씨가 몹시 더운지 세 명 모두 웃옷을 벗어 던졌다. 한여름에 무릎을 꿇고, 힘을 다해 바닥을 긁어내는 일을 하다 보면, 옷이고 뭐고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서너 시간 같은 일을 하다보면, 무릎, 허리, 어깨, 손가락 어디든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오늘이 이 일을 처음 하는 날이 아닌 이상, 어쩌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여기저기 아파질 것이다. 꿇어앉아 체중을 지탱해야 하는 무릎은 뻐근할 것이고, 뻗었다 당겼다 반복해야 하는 어깨는 묵직하고, 대패를 꼭 쥐어야 하는 손가락은 뻣뻣할 것이다.

일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려면 적당한 알코올은 필수. 그림 한쪽에 큰 술병이 하나 놓였다. 더울 때 알코올 섭취는 위험하다는 조언이나, 작업 중에 술을 마시지 말라는 훈계는 통할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더운 날, 저렇게 힘들게 일한다면 평소 8시간씩 일하던 노동자도 네 시간이면 진이 다 빠질 것 이다.

그나마 그림 속 노동자들이 건물 안 그늘에서 일하고, 서로 얘기도 나누는 모습은, 요즘  뙤약볕에 밖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들에 비하면 여유마저 느껴진다.

올여름, 유난한 더위 폭염으로 인한 희생자도 여럿 발생하면서, 폭염 속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언론이나 정부가 관심을 쏟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 하는 경우에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발행하여, 휴식, 작업중지, 음료수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폭염 시 주의할 점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늘막 제공, 식수 제공, 휴식 장소 제공 등도 필요하지만, 너무 더운 시간에는 작업을 아예 중단하는 것, 일을 할 수 있는 기온에서도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열작업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데, 폭염 시 옥외 노동자의 경우 이를 준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쓰는 7월 30일 오전 9시에 이미 더위체감지수는 29로 건설 노동자라면 15분 일하고, 45분 쉬어야 하는 기상 상황이다. 기계 조정을 하기위해 손 또는 팔을 가볍게 쓰는 경작업조차 오전 9시가 넘으면서는 45분 일하면 15분 쉬어야 한다. 전체 노동시간의 25%는 쉬어야 한다고 돼 있다.

7월 30일 정오 서울특별시 더위체감지수는 33이다. 곡괭이질 또는 삽질하는 중작업은 물론, 모든 옥외작업은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 온도다. 이런 날 건설 노동자를 비롯해 힘을 많이 쓰는 옥외 작업자들은 평상시 노동의 1/4~1/2만 일해도, 평소 하루 노동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다 쓰게 된다.

그러니, 폭염 시기 하루 노동일은 8시간이 아니라, (노동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6시간이나 4시간, 심지어는 2시간이나 0시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더울 때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시간은 곧 임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위로 인해 줄어든 노동시간은 반드시 유급으로 보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도 날이 더워 일을 못 하는 것은 노동자 탓이 아니니까.

뜨거운 차량으로 종일 이동하며, 중량물을 싣고 내려야 하는 택배 노동자의 경우 건당 수수료는 여름에 더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폭염 시간대에는 배달을 중단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지 않을까. 집배 노동자에게도 폭염 시간 노동을 제한하고 대신, 여름에는 배달이 늦어지는 것을 우정본부가 감수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낮에 쉰만큼, 밤늦게까지 일해서 메우거나, 폭염 이외의 시간에 노동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당장의 손실은 고용보험 일부를 활용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적정 노동강도와 적정 임금이라는 측면에서 임금 산출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더위로 인해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야 하니, 공사 기간을 정할 때 처음부터 7~8월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공사 기간을 2배 이상으로 넉넉하게 산정해야 한다. 이 기간에 맞춰 하루 일당으로 계산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급여가 미리 책정되면 된다.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 만근 짓눌러오네/ 이러케 살아야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철근공이면서 시를 쓰는 김해화 시인의 시 <새벽 세시>의 일부다. 폭염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폭염 아래 노동마저, 포기하지 못 하고 새벽 세시에 일어나 나갈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이 문제다.

특집 4. 필요하다!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선언 / 2017.10 ·11

필요하다!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선언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태완 위원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청명한 가을 하늘은 과연 누구에게나 고를까. 함박웃음을 짓는 인파들을 가로질러 인터뷰하러 가는 길이 무겁게 느껴졌다. 지난 8월 28일부터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택배 노동자의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2달 넘게 노숙농성을 하는 김태완 위원장을 10월19일 가을 하늘빛을 닮은 푸른색 천막 농성장에서 만났다.


본인 역시 2013년부터 택배 일을 시작해 지금도 택배 노동자로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김태완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털어놓았다.

"우리 신분이 특수고용 노동자이다 보니, 노동자로서 기본권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우리를 노동자로 대하고 일을 시키죠. 그런데 법적 보호가없다 보니 노예시장 분위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회사가 정책 변화하면서 비용이 발생하면 그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요. 발생하는 비용을 메우기 위해 노동자는 일해요. 결국,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부당함에 맞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면 바로 계약해지 당합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 만들기가 어려워지죠."

특수고용직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 도급계약을 맺어 개인사업자로 분류가 된다. 학습지 교사, 화물 노동자, 골프장 캐디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이들 중 택배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업무 대가로 수수료를 받으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당연히 회사는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악용한다. 따라서 노조 설립은 물론 파업, 사용자와 교섭조차 할 수 없다.

"노조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월평균 소득이 320만 원 정도 나왔어요. 많이 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가 일하는 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오전 내내 터미널에서 물건을 받아요. 그러면 배송 출발 시각이 평균 1, 2시예요. 오후 5시까지 고객들에게 배송하죠.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이 250개, 200가구 정도예요. 물건 당 소요시간이 1분이어야 해요. 1시간에 40~50개를 해야죠. 그런데 배달이 어려운 지역은 한 시간에 20개 하기도 벅차요. 그렇게 배송 못 한 게 남으면 다시 배송 나가요.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다시 서브 터미널(옥천, 대전 등)의 사무실로 복귀해서 누락, 가격 조정 등 전산업무를 약 1시간 동안 해요. 배달 업무가 전부가 아니죠. 평균 저녁 8시에 퇴근하는데, 배송이 다 안 끝나면 밤 11시, 12시까지 일합니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은 당연히 연차도 없고, 수당도 없다. 오로지 물건 당 수수료로 월급이 책정된다. 하지만 회사는 택배 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번다며 악선전을 한다. 가족들과 저녁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다행히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조법이 정한 근로자의 범위에 특수고용직을 포함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이어 10월 17일 고용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독려,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게 특별법 제정 또는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완 위원장의 판단과 고민을 물어보았다.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워낙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수고용 형태 노동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죠. 사용자 관점에서 비용 절감, 업무지시 등에 쉽기 때문에 이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워낙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이 친 노동 정부가 아님에도 개선에 대한 의견이 있었죠. 권고 발표 후 아직 노조와 구체적 안을 만들기 위한 자리를 제안 받진 않았습니다. 이후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한다면 정부는 설립신고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 편에서 증인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방어해줘야 합니다. 노동존중을 얘기하는 정부라면 그렇게 해야죠."

김태완 위원장에게 택배 노동자들이 바라는 일터에 관해 물었다.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고생하며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이 사람들이 정당하게 일한 만큼 대우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 들어와 보람을 느껴 '평생 여기서 일하며 살 수 있겠다.' 생각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바꿔야 해요."

노숙농성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농성장 인터뷰를 마친 얼마 후 노조는 지난 10월 23일부터 노조 설립 필증 쟁취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11월3일 고용노동부는 "택배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설립신고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고 노조설립을 인정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시민사회의 연대가 없었다면 불가했을 결과였다. 그러나 대리운전기사노조의 설립신고는 반려됐다. 택배노조의 승리를 시작으로 전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 힘이 받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