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 낮은 택배 수수료와, 택배 노동자의 ‘강제된 자발적 과로’/2021.5

[일터 5월호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낮은 택배 수수료와, 택배 노동자의 강제된 자발적 과로

 

코로나19 이후 택배산업의 변화

2020년은 택배노동자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재조명되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변화시켰고 이에 따라 택배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2020년 택배물동량은 전년 대비 20.93%(337천만 개)가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택배산업은 10년 동안 연평균 10% 내외의 물동량 증가 추세를 기록해왔다.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물동량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2020년 택배 평균단가는 전년 대비 2.1%로 하락했다. 20192,269원이었던 평균단가는 20202,221원으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택배자본의 이윤창출과 일하다 쓰러지는 택배노동자

택배자본은 코로나19를 전후로 큰 이윤을 얻었다. 2020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는 모두 전년 대비 10~20% 대의 택배부문 매출액 증가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130% 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택배자본은 택배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적인 저단가 경쟁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택배 평균단가의 하락은 코로나19를 전후해 이러한 영업전략이 변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택배자본이 거둬간 이윤의 이면에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극한의 노동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는 낮은 수수료 체계에서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폭증한 물량은 취약한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택배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지고 죽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쿠팡을 필두로 한 유통산업의 재편

쿠팡은 20211월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또한 3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쿠팡은 향후 택배시장에도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보전략을 취할 것이다. 쿠팡은 시장독점을 위한 적자경영과 유연한 노동력 활용으로 이미 온라인유통산업을 장악해나간 전력이 있다.

쿠팡은 택배산업 재진출을 시도하면서 택배업 운영에서 직고용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고 돌연 직고용과 위탁계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택배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고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쿠팡의 택배업 진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쿠팡이 물류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확보한 물류창고와 배송센터를 바탕으로 로켓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시스템(fulfillment system)을 완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쿠팡의 모델을 따라가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는 지난해 3천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교환을 했다. 최근 빠른 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의 온라인마켓 장악력과 CJ대한통운의 물류창고와 배송시스템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인수에 신세계, 롯데, SK, MBK(홈플러스)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것도 쿠팡의 모델을 추격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산업(대형마트)의 쇠락을 대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는 물류창고 형태로 개편하고 온라인몰과 마트 직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라스트마일 운송시장(Last Mile Delivery)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산업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노동자 실태

2020년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면서, 연말에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었다. 이후 20211월 사회적 합의문 발표에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에 이른 감이 있으나, 현장에서 극적인 노동시간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화물연대 자체조사 결과, 분류작업 시간은 평균 1.5시간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노동시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20년 하반기 조사 결과 총 14.5시간에 달했던 노동시간이 감소한 것은 분명하나,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분류인력 투입은 단기 대책으로 효과는 있다. 다만, 분류자동화설비 도입, 택배 수수료 인상, 이에 따른 적정 작업량 산출 등의 전반적인 개선 없이는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서 택배·유통부문 안전운임제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인 저단가 운임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오랫동안 안전운임제법제화를 요구해왔다. 2020년부터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대해 도로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운임이 노동조건과 도로안전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제도이다. 택배 평균단가의 하락 추세에서 볼 수 있듯이, 택배노동자 역시 운임(수수료) 하락이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수수료 인상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기 위해 택배와 유통부문을 포함하는 안전운임제 확대가 필요하다.

(화물연대본부 강동헌 전략조직국장)

[3월 시간센터 월례토론]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 노동의 현장, 얼만큼 달라졌나?

택배 노동자들의 줄이은 과로사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노동자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정부와 여당, 택배업계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이후 택배과로사 대책 마련을 위한 사회적 합의안이 지난 설 이전에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또 다른 안타까운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합의안이 실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 되고 있는지, 그 현황을 함께 짚어보고자 합니다.

 

일시 : 2021.03.31() 저녁 7

발표자 :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국장 강동헌

장소 : 서울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

참가신청링크 : http://bit.ly/시간센터월례토론

참가신청기간 : ~03.28()까지

 

 

[성명서]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고, 물류센터‧택배노동자의 제대로 된 과로사 개선방안 마련하라!

[ 성 / 명 / 서 ]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고, 
물류센터‧택배노동자의 제대로 된 과로사 개선방안 마련하라! 



지난 3월 6일 쿠팡의 송파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전담했던 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같은 달 13일에는 로젠택배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결국 15일에 사망했다. 올해 들어 쿠팡에서만 7명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물류, 배송업무 포함),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물류업이 급성장 하면서, 잇달은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물류센터와 택배노동자의 극심한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나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는, 로젠택배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하던 날인 3월 15일,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의 취업업종을 확대해 물류센터의 택배 상‧하차 작업에도 허용한다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물류센터의 상‧하차 업무는 물류센터의 업무 중에서도 힘들기로 유명해 지옥의 알바라고 불릴 정도 악명이 높다. 심야에도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높은 중량의 택배물량들을 내리고 올려야 하는 업무이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상하차 노동자를 대상을 진행한 택배물류센터 노동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7.7%가 일하던 중 다친 경험이 있고 38.5%가 업무상 상해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힘든 만큼 위험한 업무라는 의미인데, 이렇게 일해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때문에 대부분이 계약직‧일용직인 물류센터에서도 이직률이 높은 업무이다. 

물류업계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인원을 늘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보다는 정부에 인력수급대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기업의 손을 들어 고용허가제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 논의를 하다 노사 쟁점이 있다는 이유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결정을 떠넘겼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무임금의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적정 노동시간‧물량 등에 관해 주로 논의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과정에서 노동조건 개선을 빌미로 이주노동자 허용 문제를 끼워 넣었다. 특히 문제적인 것은 택배 과로사 문제의 핵심 업무가 분류작업이지만 엉뚱하게도 상하차 업무에 이주노동자 고용을 정식화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상하차 업무는 택배노동자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물류센터의 공정이다. 이는 택배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아닌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하차 업무에 이주노동자 고용을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던 택배업계의 잇속을 채워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합의에 담긴 과로사 개선 노력은 하지도 않으며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에 은근슬쩍 이주노동자 문제까지 끼워 넣은 점에서 정부의 과로사 개선 노력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외면한다면 그만큼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고속성장에 맞게 이윤을 나눠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두 명이 하기도 힘든 일을 혼자 하게 하지 말고 세 명으로 늘려야 한다.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심야노동을 없애야 한다.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이 아니라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 위함한 일을 전가하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키워가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윤은 위로 향하고, 위험은 비정규직에게, 여성노동자에게, 이주노동자에게, 고령 혹은 청년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고용형태가 복잡해지면서 위험은 계속해서 또 다른 대상을 찾아 흘러든다. 
물류업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업종이다. 주말도 없는 로켓배송‧새벽배송과 같은 편리함을 내세우는 소비시스템 뒤에 다른 사양산업에서 옮겨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방치 속에 저임금의 힘겨운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이윤을 챙기기 위한 꼼수에 손발 맞춰 주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기업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위험한 노동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시행령을 폐기하고,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들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으로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전체 물류센터와 택배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하라.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 시스템이 점점 더 밀도 높게 구조화 되어가고 있는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방치하지 말고 개선대책을 강구하라!



2021년 3월 22일

건강한노동세상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 일과건강 |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건강한 노동이야기] 나쁜 노동조건 다 갖춘 쿠팡 물류센터, 이것이 ‘혁신 기업’인가? (21.03.04)

[건강한 노동이야기] 나쁜 노동조건 다 갖춘 쿠팡 물류센터, 이것이 ‘혁신 기업’인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 더 이상의 죽음 막으려면 당장 대책 내야

김형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직업환경의학전문의

발행 2021-03-04 15:54:59

2020년 5월 27일 오전 2시 40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로부터 1년도 안된 현재까지, 해당 일터에서 일하던 5명의 노동자가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다. 이들의 죽음은 전형적인 과로사로 보인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는 불안정 고용, 야간 노동, 극심한 노동강도까지, 과로사에 이를 수 있는 특징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고용불안:4만 여명 노동자 중 무기 계약직은 1948명 뿐

쿠팡의 물류를 담당하는 곳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란 회사다. 고용노동부 공시 자료에 의하면, 이곳에선 1만2천5백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소위 무기계약직, 즉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는 1948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5.5%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고용노동부 자료에는 일용직 노동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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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나쁜 노동조건 다 갖춘 쿠팡 물류센터, 이것이 ‘혁신 기업’인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당장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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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과로사’에 대한 왜곡과 잘못된 변명(2020.11.3, 최민, 민중의소리)

어떤 노동자의 ‘과로사’ 여부는 사망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의 원인이 드러나야 결정된다. 그래서 과로사는 ‘의학적’이라기보다 ‘사회적’이고 ‘법적’인 개념이다. 2019년 한 해에만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질환 사망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이 503 명이었다. 이제는 과로사의 이런 점이 잘 알려질 때도 된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때 아닌 ‘과로사와 지병’ 논란이 한창이다. 한진택배는 지난 10월 12일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36세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라고 해명하며 업무 관련성을 부인하였다. 이 업체는 약 2주 뒤인 10월 27일, 협력업체 트레일러 운전 노동자가 심야노동 중 사망했을때도, 다시 그의 지병을 거론하며 과로사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중의소리 자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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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국과수가 해야 할 일은 사인을 밝히는 것이지 택배노동자 과로사 폄훼가 아니다

<성명>

국과수가 해야 할 일은 사인을 밝히는 것이지 택배노동자 과로사 폄훼가 아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창설 목적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범죄수사 증거물에 대한 과학적 감정 및 연구활동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10월 29일자 문화일보 기사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찰청에서는 “정확한 사망 경위는 국과수의 서면 검증이 완료돼야 알 수 있을 것”, “1차 구두 소견에 따르면 현재까지 과로사와 관련해 인과관계가 검증된 부검 대상자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올 해 확인된 택배노동자 과로 사망만 14명에 이르고 있고 앞으로 또 어떤 사망이 일어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기사이다. 


읽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과로와 노동자 사망 간 인과관계를 부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의료인들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최종 결론이 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경찰에 1차 구두 소견을 통해 ‘인과관계가 검증된 부검 대상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인가. 경찰이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조사를 닦달해 의견을 빨리 내라고 채근했거나 국과수가 최종 검증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조기 발표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는 문화일보에서 오보를 내는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그 이유는 앞서 지적 했듯이 부검을 통해 과로와 사망 간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높은 인과관계를 검증해 왔고 확인된 바에 따라 과로와 질병 간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과 고용노동부 고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에 따르면 최근 사망한 택배노동자의 대부분은 명확히 과로사 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돌연사가 발생했거나 심장 통증을 호소하다가 사망한 노동자들은 충분히 ‘심근경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모두 주당 60시간 내외의 노동은 기본이었고 여기에 야간노동, 옥외노동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30% 가산된다. 과로할 수밖에 없었던 업무 조건에 심근경색증이 동반되었다면 이는 빼도 박도 못하는 과로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살을 선택한 노동자의 경우도 과로사가 분명하다. 유서가 명확한 단서이다. 대리점주로부터 가혹한 경제적 위협행위를 받았고 불법적인 ‘보증금 묻기’가 이루어졌고 이 때문에 생활고를 겪어야 했고 결국 빚,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빚의 무게 때문에 노동자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건 분명 직장 내 괴롭힘이고 이 때문에 사망한 것이다. 이 또한 현행 산업재해 인정기준에서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과로사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과수의 역할은 최종 결론도 안 난 사건을 유포하거나 부검을 통해 장시간 노동의 인과관계 밝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망 노동자들의 사인을 분명히 밝혀내는 것이 진짜 해야 할 역할이다. 또한 경찰의 경우 나오지도 않을 결과를 다그쳐 내라고 닦달을 할 것이 아니라 과로사의 근본원인인 장시간 노동, 장시간 노동에 더한 옥외노동, 야간노동을 무리하게 지시한 원청과 원청의 요구를 가감 없이 받아 수행한 대리점주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진짜 해야 할 일이다. 언론은 국과수가 불러주거나 경찰이 과도하게 중간결과를, 그것도 구두로 이루어져 신뢰하기 어려운 결과를 발표하는데 단 한 조각의 의심도 없이 그대로 옮겨 적는 기사작성 과정을 반성해야 한다. 남들이 주는 기사를 의심하거나 팩트인지를 확인할 능력이 없다면 언론의 기능을 잃은 것이다. 


건강하던 노동자가 힘들다는 말을 하다가 어느 날 유언도, 유서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 스러져 가고 있는 황망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 때 생뚱맞은 언론의 보도 내용은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분노에 가득 찬 모두에게 ‘웃기지마, 그 농민의 진짜 사인은 심정지야’라고 했던 과거 어느 대학병원 교수의 사망진단서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정상사회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과수, 경찰, 언론은 더 이상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을 폄훼하지 말라. 아무 이유 없이 죽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상상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연이은, 더 이어질지도 모를 택배노동자의 죽음에 통탄해야 한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 시민사회는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20. 10. 29

과로사아웃공동대책위원회·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언론보도] “올 추석 택배 박스 3억 개, 배달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하라!” (20.09.14, 뉴스Q)

▲ 여는 발언을 하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양경수 본부장. ⓒ뉴스Q 장명구 기자

손진우 상임활동가는 “택배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에 달한다. 죽어나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노동시간이다. 택배 노동자의 노동 중 공짜 노동인 분류작업은 43%나 차지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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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Q:“올 추석 택배 박스 3억 개, 배달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하라!”

‘물류운송, 배달 노동자 추석 연휴 물량 폭증 과로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14일 오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열렸다.이날 기자회견은 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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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센터월례토론] 야간노동 새벽배송의 위험과 개선 방안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폭염 속 노동시간 / 2018.08

폭염 속 노동시간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그림] 카유보트, 마루를 깎는 사람들(1875, 오르세 미술관)


남성 노동자 세 명이 마룻바닥을 대패로 긁어내고 있다. 건축 막바지에 나무로 된 마룻바닥을 다듬는 작업이다. 날씨가 몹시 더운지 세 명 모두 웃옷을 벗어 던졌다. 한여름에 무릎을 꿇고, 힘을 다해 바닥을 긁어내는 일을 하다 보면, 옷이고 뭐고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서너 시간 같은 일을 하다보면, 무릎, 허리, 어깨, 손가락 어디든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오늘이 이 일을 처음 하는 날이 아닌 이상, 어쩌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여기저기 아파질 것이다. 꿇어앉아 체중을 지탱해야 하는 무릎은 뻐근할 것이고, 뻗었다 당겼다 반복해야 하는 어깨는 묵직하고, 대패를 꼭 쥐어야 하는 손가락은 뻣뻣할 것이다.

일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려면 적당한 알코올은 필수. 그림 한쪽에 큰 술병이 하나 놓였다. 더울 때 알코올 섭취는 위험하다는 조언이나, 작업 중에 술을 마시지 말라는 훈계는 통할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더운 날, 저렇게 힘들게 일한다면 평소 8시간씩 일하던 노동자도 네 시간이면 진이 다 빠질 것 이다.

그나마 그림 속 노동자들이 건물 안 그늘에서 일하고, 서로 얘기도 나누는 모습은, 요즘  뙤약볕에 밖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들에 비하면 여유마저 느껴진다.

올여름, 유난한 더위 폭염으로 인한 희생자도 여럿 발생하면서, 폭염 속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언론이나 정부가 관심을 쏟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장소에서 작업 하는 경우에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발행하여, 휴식, 작업중지, 음료수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폭염 시 주의할 점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늘막 제공, 식수 제공, 휴식 장소 제공 등도 필요하지만, 너무 더운 시간에는 작업을 아예 중단하는 것, 일을 할 수 있는 기온에서도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열작업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데, 폭염 시 옥외 노동자의 경우 이를 준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쓰는 7월 30일 오전 9시에 이미 더위체감지수는 29로 건설 노동자라면 15분 일하고, 45분 쉬어야 하는 기상 상황이다. 기계 조정을 하기위해 손 또는 팔을 가볍게 쓰는 경작업조차 오전 9시가 넘으면서는 45분 일하면 15분 쉬어야 한다. 전체 노동시간의 25%는 쉬어야 한다고 돼 있다.

7월 30일 정오 서울특별시 더위체감지수는 33이다. 곡괭이질 또는 삽질하는 중작업은 물론, 모든 옥외작업은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 온도다. 이런 날 건설 노동자를 비롯해 힘을 많이 쓰는 옥외 작업자들은 평상시 노동의 1/4~1/2만 일해도, 평소 하루 노동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다 쓰게 된다.

그러니, 폭염 시기 하루 노동일은 8시간이 아니라, (노동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6시간이나 4시간, 심지어는 2시간이나 0시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더울 때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시간은 곧 임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위로 인해 줄어든 노동시간은 반드시 유급으로 보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고도 날이 더워 일을 못 하는 것은 노동자 탓이 아니니까.

뜨거운 차량으로 종일 이동하며, 중량물을 싣고 내려야 하는 택배 노동자의 경우 건당 수수료는 여름에 더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폭염 시간대에는 배달을 중단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지 않을까. 집배 노동자에게도 폭염 시간 노동을 제한하고 대신, 여름에는 배달이 늦어지는 것을 우정본부가 감수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낮에 쉰만큼, 밤늦게까지 일해서 메우거나, 폭염 이외의 시간에 노동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당장의 손실은 고용보험 일부를 활용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적정 노동강도와 적정 임금이라는 측면에서 임금 산출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더위로 인해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야 하니, 공사 기간을 정할 때 처음부터 7~8월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공사 기간을 2배 이상으로 넉넉하게 산정해야 한다. 이 기간에 맞춰 하루 일당으로 계산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급여가 미리 책정되면 된다.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 만근 짓눌러오네/ 이러케 살아야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철근공이면서 시를 쓰는 김해화 시인의 시 <새벽 세시>의 일부다. 폭염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폭염 아래 노동마저, 포기하지 못 하고 새벽 세시에 일어나 나갈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이 문제다.

특집 4. 필요하다!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선언 / 2017.10 ·11

필요하다!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선언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태완 위원장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청명한 가을 하늘은 과연 누구에게나 고를까. 함박웃음을 짓는 인파들을 가로질러 인터뷰하러 가는 길이 무겁게 느껴졌다. 지난 8월 28일부터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택배 노동자의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2달 넘게 노숙농성을 하는 김태완 위원장을 10월19일 가을 하늘빛을 닮은 푸른색 천막 농성장에서 만났다.


본인 역시 2013년부터 택배 일을 시작해 지금도 택배 노동자로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김태완 위원장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털어놓았다.

"우리 신분이 특수고용 노동자이다 보니, 노동자로서 기본권리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우리를 노동자로 대하고 일을 시키죠. 그런데 법적 보호가없다 보니 노예시장 분위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회사가 정책 변화하면서 비용이 발생하면 그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요. 발생하는 비용을 메우기 위해 노동자는 일해요. 결국,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고, 부당함에 맞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면 바로 계약해지 당합니다. 그러므로 노동조합 만들기가 어려워지죠."

특수고용직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 도급계약을 맺어 개인사업자로 분류가 된다. 학습지 교사, 화물 노동자, 골프장 캐디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이들 중 택배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업무 대가로 수수료를 받으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당연히 회사는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악용한다. 따라서 노조 설립은 물론 파업, 사용자와 교섭조차 할 수 없다.

"노조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월평균 소득이 320만 원 정도 나왔어요. 많이 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희가 일하는 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오전 내내 터미널에서 물건을 받아요. 그러면 배송 출발 시각이 평균 1, 2시예요. 오후 5시까지 고객들에게 배송하죠.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이 250개, 200가구 정도예요. 물건 당 소요시간이 1분이어야 해요. 1시간에 40~50개를 해야죠. 그런데 배달이 어려운 지역은 한 시간에 20개 하기도 벅차요. 그렇게 배송 못 한 게 남으면 다시 배송 나가요.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다시 서브 터미널(옥천, 대전 등)의 사무실로 복귀해서 누락, 가격 조정 등 전산업무를 약 1시간 동안 해요. 배달 업무가 전부가 아니죠. 평균 저녁 8시에 퇴근하는데, 배송이 다 안 끝나면 밤 11시, 12시까지 일합니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은 당연히 연차도 없고, 수당도 없다. 오로지 물건 당 수수료로 월급이 책정된다. 하지만 회사는 택배 노동자들이 돈을 많이 번다며 악선전을 한다. 가족들과 저녁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말이다.

다행히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조법이 정한 근로자의 범위에 특수고용직을 포함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이어 10월 17일 고용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독려,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게 특별법 제정 또는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태완 위원장의 판단과 고민을 물어보았다.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워낙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수고용 형태 노동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죠. 사용자 관점에서 비용 절감, 업무지시 등에 쉽기 때문에 이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워낙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이 친 노동 정부가 아님에도 개선에 대한 의견이 있었죠. 권고 발표 후 아직 노조와 구체적 안을 만들기 위한 자리를 제안 받진 않았습니다. 이후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한다면 정부는 설립신고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 편에서 증인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방어해줘야 합니다. 노동존중을 얘기하는 정부라면 그렇게 해야죠."

김태완 위원장에게 택배 노동자들이 바라는 일터에 관해 물었다.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고생하며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이 사람들이 정당하게 일한 만큼 대우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 들어와 보람을 느껴 '평생 여기서 일하며 살 수 있겠다.' 생각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바꿔야 해요."

노숙농성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며 농성장 인터뷰를 마친 얼마 후 노조는 지난 10월 23일부터 노조 설립 필증 쟁취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11월3일 고용노동부는 "택배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설립신고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고 노조설립을 인정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시민사회의 연대가 없었다면 불가했을 결과였다. 그러나 대리운전기사노조의 설립신고는 반려됐다. 택배노조의 승리를 시작으로 전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이 힘이 받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