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방안’을 반대한다

주 40시간 도입 16년, 계도기간은 언제까지?
일시적 업무량 급증으로 죽어가는 노동자가 재난이다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방안’을 반대한다

2018년 11월 열린 탄력근로시간제 확대 반대 기자회견


정부가 오늘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확대 시행되는 주 최대 52시간제와 관련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재난상황에만 인가해주던 특별연장근로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당초 자연·사회 재난을 수습하는 목적인 경우에 한해 노동자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별히 허용하는 제도인데, 이 재난 범주에 신상품 연구개발(R&D), 업무량 일시 급증, 시설장비 고장 등 '경영상 사유'에까지 집어 넣겠다는 것이다. 

주 40시간제로 가기 위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긴 계도기간이 필요한가? 2003년 9월 15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40시간 제도가 도입된 후, 우리는 지금까지 이미 16년 동안 계도 기간을 가져왔다. 심지어 지금도 주 최대 52시간이 표준처럼 얘기되어, 정부 스스로도 ‘주52시간제’라고 부르고 있다. 2003년 주 40시간 도입 당시에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1~8년의 긴 시행 전 기간을 가져 왔고, 심지어 시행 후 3년간은 주 최대 연장근로 시간을 12시간이 아닌 16시간까지 인정해주었다. 그런 기간이 모두 완료된 것이 2011년이고, 그로부터도 다시 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준비가 덜 됐다고 얘기하고 있다. 경영계의 준비는 언제 충분해지는가? 

업무량 일시 급증이 재난 상황이라서 노동시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한다. 업무량 급증은 재난이다.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 때문에 노동자들은 그 동안 죽고 쓰러져 왔다. 그래서 재난이다. 2016년 게임회사 넷마블에서는, 발병 4주 전 1주간 78시간, 발병 7주 전 1주간 89시간 근무를 몰아서 하던 20대 IT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2018년 온라인교육업체 ST유니타스에서는 기획자 3명이 퇴사한 뒤 업무가 갑자기 늘어난 상황에서 야근과 직장상사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30대 노동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업무량 급증과 ‘경영상의 사유’로 인해 갑자기 부과되는 과로 때문에 노동자가 죽고 쓰러지는 것은 재난이 아닌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모두가 공정한 사회로 전태일 열사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대통령에게 대체 무엇이 재난인가?

업무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으로 매년 수백 명의 노동자가 뇌심혈관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초)단시간 노동자의 투잡 쓰리잡이 점차 일상화되는 지금의 상황은 주 40시간 노동제라는 100년도 넘은 표준을 채택하는 것만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그 마저도 우리 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적절한 자율권을 가지고 적절한 시간 일하고 쉬는 것은 노동존중 사회의 기초 중 기초다. 
정부는 당장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방안’을 철회하라!

2019년 11월 18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성명]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개악 합의 규탄한다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개악 합의 규탄한다

노동시간 규제는 강화, 확대돼야 한다



결국 2월 19일 탄력근로제 개악 경사노위 합의안이 나왔다. 우리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탄력근로제 개악 시도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주에 64시간(52시간 제한+연장근무 12시간)까지 노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며, 현행 제도에서도 최장 6주까지 연달아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어제 개악안으로는 단위기간이 6개월로 확대되어, 주당 64시간씩 3개월까지 연달아 일해도 문제가 없게 된다.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한다고 하나, 하루 13시간 노동이 가능하고 주당 64시간 일할 수 있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 심지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는 서면합의로 무시할 수도 있다. 4주 동안 주당 64시간 일한 뒤 발생한 뇌심혈관질환은 산재로 승인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과로사를 조장하는 길을 연 것이다.


사람은 하루 단위로 일하고 쉬어야 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많으면, 주당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우울이나 불안증상, 불면증이나 수면장애, 피로 등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이미 국내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수많은 연구가 하루 노동시간이 증가하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산재 사고 위험을 높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주당 노동시간 제한 외에도, 하루 노동시간 규제도 필요하다. 야간 노동이 포함된 경우에는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는 나라도 많다. 오히려 노동시간 규제는 강화돼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유연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이미 한국사회는 법으로 무제한 장시간 노동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노동자가 상당수다. 특례업종, 감시단속, 농립·어업 등 1차 산업, 사업장 밖 간주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노동시간, 휴게시간에 대해 전혀 보호받지 못 한다.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매일 자신의 삶을 돌보기 위한 하루 휴식시간 권리까지 빼앗기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노동시간 규제의 범위 역시 오히려 넓어져야 한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자율성도 침해한다. 1주마다 교대 일정이 정해지는 마트 노동자, 무자비한 스케줄링 프로그램에 따라 밤늦게 매장 문을 닫고 퇴근한 뒤 몇 시간 후 새벽에 다시 출근해 매장 문을 여는 커피숍 노동자, 매 분 매 초마다 핸드폰에 뜨는 문자에 따라 일해야 하는 택배· 배달 노동자 등, 지금도 나날이 노동자의 노동시간 자기 결정권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3개월 이상의 탄력근로제로 일하는 노동자들도 2주 전에야 본인이 어떤 날 몇 시간 일할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본의 계획에 따라, 정해진 때 정해진 시간만큼 노동에 투여되는 노동자는, 생산의 부품일 뿐 자기 계획을 가진 ‘인간’이 아니다. 


과로사 조장하고, 노동자의 최소한의 자기 필요 시간과 노동시간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탄력근로제 개악안을 규탄한다. 오히려 하루 노동시간 제한, 야간 노동 제한, 노동자의 노동시간 결정권 확대 등 노동시간 규제는 강화돼야 한다. 


2019년 2월 20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