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쿠팡의 꿈이 결코 이뤄지지 않는 세상_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김혜진, 조혜연 인터뷰/2021.5

[일터 5월호_현장의 목소리]

쿠팡의 꿈이 결코 이뤄지지 않는 세상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김혜진, 조혜연 인터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웃지 못할 이들이 여럿이었지만, 쿠팡만큼은 예외였다. 팬데믹의 장기화는 이커머스(E commerce)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고, 업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쿠팡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5% 급증해 13조 원을 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직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4만 9천여 명으로 삼성과 현대에 이어 3위의 고용 규모를 기록했다.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영업적자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고, 얼마 전에는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대규모 투자를 확보했다. 몸집을 더욱 불릴 만반의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고객이 “내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는 단 한 가지의 질문을 하게끔 만들겠다던 김범석 의장의 꿈이 실현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런데 이 꿈, 정말 이뤄져도 되는 걸까? 9명. 작년 3월 택배 노동자가 배송 중 빌라 계단에서 쓰러져 사망한 이후, 약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다. 확인된 숫자만 9명이다. 그간 쿠팡은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업무와의 무관함을 앞세우며 그들의 죽음은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이 나오면 그제야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식이었다. 저들의 주장에 따르면, 쿠팡만큼 억울한 기업도 없다. 법이 허용하는 ‘야간노동’을 준수하고, 노동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게 했으며, 물류 및 제조업체에서 공정관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개인별 UPH(Unit Per Hour, 시간당 물량 처리 개수)이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마저 ‘삭제’했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는 쿠팡에게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노동자를 죽음에 몰고 가는 야간노동의 위험을, 불안정 노동의 재생산에 지나지 않는 쿠팡의 고용체계를, 여전히 노동자를 짓누르는 성과압박의 존재를 말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쿠팡이 벌써 장밋빛 미래를 바라볼 때, 핏빛으로 얼룩진 쿠팡의 어제와 오늘을 직시하는 ‘쿠팡 노동자와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이하 대책위)’의 김혜진, 조혜연 동지를 만나 ‘쿠팡 없이도 괜찮은 세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함께 바꿔나갈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선전활동 또한 이어가고 있다. 출처: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일회성의 문제도, 우연한 사고도 아닌 쿠팡의 문제

쿠팡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택배·물류업계에 새로운 근로환경을 선도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쿠팡의 큰소리가 무색하게 지난해 5월 말,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인해 노동자 84명을 포함한 시민 152명이 감염됐다. 그런데도 쿠팡은 피해당한 노동자에 대한 사과는커녕 적절한 대응을 제공하지 않은 것마저 자신들은 법과 정부의 지침대로 했을 뿐, 더 이상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그간 쿠방팔 코로나19 피해자지원 대책위원회(이하 지대위)에서는 피해자 모임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교섭을 요청해왔어요. ‘乙(을)’지로위원회(이하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쿠팡과의 교섭이 진행됐고, 4차례 정도 만났죠. 쿠팡의 집단감염으로 드러난 피해 정도가 예상보다 컸고 심각했어요. 그래서 피해조사를 할 수 있는 기구를 공동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중재를 했던 을지로위원회는 쿠팡도 이에 동의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쿠팡 측의 태도가 돌변하며 자신들은 피해자의 민원을 들어주는 것 외에는 할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교섭은 결렬됐어요.

쿠팡과의 교섭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 대책 마련,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사과와 보상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다 넘어갔고요. 남은 건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인데, 지금 쿠팡 자의로는 잘못된 노동조건과 구조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 뉴스나 신문을 보면 아시겠지만, 쿠팡과 관련된 각종 사고를 다룬 기사들이 연일 빵빵 터지고 있잖아요.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계기로 지대위가 시작됐지만, 실태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쿠팡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이 너무 심각했어요.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생긴 문제가 아니거든요. 계속해서 사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생겨난 문제죠. 이처럼 고민의 지점도 넓혀졌고, 여러 차원에서의 대응도 이전보다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지대위에서 대책위로 확장이 이뤄졌습니다.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쿠팡의 문제들

그간 유구히 쿠팡의 문제로 지목된 것들이 있다. 노동강도와 야간노동에 뒤이은 과로사, 불안정 노동을 생산해내는 고용구조 등 어느 것 하나 시급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문제적 노동을 한데 모아놓은 집약체나 다름없다. 이뿐만 아니라, 문제는 지금껏 계속해서 자신의 몸집을 부풀려 왔다.

조: 쿠팡의 문제는 어느 것 먼저 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총체적으로 문제예요. 그래도 그중에서 노동강도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해요. 이전에는 개인별 UPH라고 해서, 각각의 노동자가 시간당 처리하는 물량 개수를 측정했거든요. 별다른 기준도 없이 가장 높은 노동자의 UPH와 비교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내일은 어제보다 더 높은 UPH를 기록해야 해요. 쿠팡 측에서는 UPH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UPH가 낮게 잡히면 다른 업무로 교체되거나 관리자가 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주거나 하는 일들이 생겨요. 그러다 보니 노동자 입장에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점점 더 빨리 물량을 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과로, 나아가 과로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죠.

지금 당장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야간노동 역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풀어나가야만 하는 문제예요. 쿠팡의 가장 큰 전략은 로켓배송인데 이걸 가능하게 하려면, 물류센터는 밤낮없이 한밤중에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야 해요.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듯이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야간노동일 경우,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어요. 추후 야간노동 전반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과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서 조사, 연구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쿠팡의 산재는 꾸준히 증가해왔어요. 쿠팡 물류센터의 산재 신청은 2017년에 50건, 2018년에 150건, 2019년에는 191건, 2020년에는 239건이에요. 신청 건수가 계속해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증가 폭도 상당히 크죠. 그리고 해당 자료는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것만 집계된 건데, 모종의 이유로 신청하지 못한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산재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거라고 예상해요. 쿠팡 노동자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밴드 ‘쿠키런’을 보면, 산재 신청 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고용 유지가 어렵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와요. 이처럼 산재 신청을 마음먹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산재 신청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미뤄 짐작하자면 그만큼 현장의 안전이 매우 위급한 수준인 거겠죠. 추후 쿠팡 대책위의 활동에 산재 실태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빠질 수 없는 과제예요.

너무 늦은 사과도, 답도 아니려면

현재 쿠팡은 전국에 170여 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230만㎡(약 70만 평) 규모라고 하는데, 크기가 채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하다. 지금 물류센터만 해도 미식 축구장 40개 정도를 합친 크기라 하는데, 앞으로 여기에다 330만㎡(약 100만 평) 규모의 부지 추가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이처럼 드넓은 공간에 수많은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정작 공간의 쓰임에 있어 노동자에 대한 어떤 고려도, 원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쿠팡의 물류센터에는 일하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김: 쿠팡의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지자체들이 MOU를 체결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MOU에서 빠진 게 있다면 바로 노동자들의 권리죠. 지금은 산업에 대한 표준이 마련돼야 해요. 지금 같은 대규모 물류센터는 이전에 없던, 새로 생겨난 공간이죠. 그러다 보니 어떤 공간이 돼야 한다는 기준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공간의 적정인원은 얼마인지, 물류센터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계약 형식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합의된 바가 없어요. 이 같은 공백의 공간에서 쿠팡과 같은 쪼개기 계약과 일용직 고용과 과도한 노동이 물류산업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요. 정말 심각한 문제예요.

대표적인 예로 쿠팡의 물류센터는 냉난방 설치가 안 돼 있어요. 신선센터는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지만, 노동자가 아닌 오직 물품의 냉장과 냉동을 위한 온도죠. 애초에 쿠팡의 물류센터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간이에요. 그렇다면 원래 물류센터에는 일하는 노동자를 고려한 냉난방 설치가 불가한 공간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그냥 건물의 공조설비를 잘하면 되는 일에 불과해요. 그런데도 그걸 안 해서 쿠팡에서 일하다가 너무 춥고,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죽는 거예요.

이건 건물의 설비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에요. 노동강도, 고용 형태 모든 문제에 해당하는 얘기예요. 쿠팡이 말하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물류산업의 특성이 아닙니다. 그건 쿠팡의 문제죠.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제대로 된 산업의 표준안을 만들 때예요. 이걸 위해서 쿠팡 대책위의 향후 활동에 실태조사도 계획에 두는 것이고요.

쿠팡은 관련된 비판 보도가 나올 때마다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다’라고 하지만, 사실을 넘어 쿠팡에게 묻고 싶은 진실이 있다. 8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간 이유가 ‘야간노동’도, ‘성과압박’도 정말 아니었을까? 어쩌면 노동자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쿠팡’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삶은 지금도 계속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답을 듣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조: 인천의 학생치고 쿠팡에서 일 안 해본 사람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누구나 다 어렵지 않게 쿠팡에서의 노동을 경험하는 거예요. 앞으로 더더욱 그럴 테고요. 소비자로서도 마찬가지죠. 다들 쿠팡의 편리함이 낯설지 않으니까요. 다만 편리함 속에 숨은 노동의 열악함을 한 번쯤 떠올려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감각이 있는데요,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야근하니까 프랑스인 동료가 ‘우리 노동자들이 힘들게 싸워서 쟁취한 권리를 훼손하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 있잖아요. 저는 이 얘기 속의 감각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후 쿠팡 대책위에서도 관련된 활동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필요성도 느껴요.

김: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서 쿠팡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쿠팡이 우리의 편리함을 거꾸로 생산해내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그런 걸까? 노동자를 부품처럼 취급해 만들어낸 편리함은 과연 누구의 이익이 될까? 저는 앞선 질문들을 자본에게 던질 수 있는 시민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연대해 건강한 대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쿠팡의 성공 신화가 결코 성공 신화로 인식되지 않길, 쿠팡이 하나의 표준이 되지 않는 게 우선이겠죠.

(한재영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