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이야기] 노무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희망하는 노무사 / 2015.2

노무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희망하는 노무사
노동자 측 사건만 맡는 공인노무사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우리가 흔히 노무사라고 부르는 공인노무사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유일한 노동법률 전문가이다. 노동관계법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에서 당사자가 해결을 못할 경우 그 분쟁을 대리하거나, 때론 기업을 위해 각종 인사노무관리 상담이나 자문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얼마 전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카트>에서 노무사가 주요한 인물로 등장하면서 노무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기업을 위한 자문, 분쟁해결업무는 일체 보지 않고 10여 년간 노동자들의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공인노무사 김가명(가명) 씨를 만났다.

 

 

노무사를 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

 

“저는 딱히 처음부터 무슨 생각이 있거나 그래서 노무사 일을 선택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제가 대학을 조금 오래 (10년) 다니다 보니까 졸업을 하고 취직하기가 뭣하더라고요. 그래서 지도교수를 찾아가 대학원을 갈 테니 조교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하니까 교수님이 네가 나한테 10년을 배웠는데 뭘 또 배울게 있냐고 하더니, 노무사란 직업이 있으니 이걸 하면 너한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도교수의 조언과 달리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은 노무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기대보다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더 컸다고 한다.

 

“졸업하고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라 일반 회사에 취직해서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이때 아니면 언제가나 싶어서 한 1년 정도 여행을 다녀왔죠. 그 뒤에 이제 맘 잡고 좀 살겠거니 했는데 덜커덕 공부를 한다고 하니까 집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죠. 다행히 보통 남들 준비하는 시간만큼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했어요. 사실 제가 공부를 잘한 편이 아니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험 직전에 책에서 본 내용이 시험 문제로 2개나 나오고, 운이 억세게 좋았던 거죠.”

 

 

오로지 노동자의 편에서 일하는 김가명 씨

 

그렇게 시작한 노무사 생활도 올해로 어느덧 9년째 접어들었다는 김가명 노무사. 그는 이 노무법인에서 특별한 경험과 특별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노무법인이 만들어진지 올해로 만 10년인데 저는 수습부터 시작해서 햇수로 9년째 줄곧 여기에서 일했어요. 노무법인의 특성상 돈 때문에 사람들이 이합집산해서 개업하고 동업을 하고 그러다, 결국 돈 때문에 싸워서 찢어지고 그런 일이 많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일하는 동안 단 한 차례 분쟁도 없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뿐만 아니라 아내들, 아이들끼리도 잘 어울리고. 아마 이런 직장은 어디 가도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다른 노무법인과 달리 사용자 자문과 사건을 안 하고, 노동조합 자문과 노동자 사건만을 담당하는 곳이에요. 이런 데는 서울에 5~6군데 정도, 전국을 통틀어도 10개가 안 될 거예요. 저희 같은 노무사들이 모여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회원 130여 명과, 모임엔 없지만 노동조합에 있는 노무사들 등등 따져보면 총 160~170명 정도가 저희와 같은 삶을 사는 노무사들이죠. 전체 노무사가 3,000명이 넘는다고 봤을 때 5%가 안 되는 것 같네요.”

  

 

노무사는 해고, 노동조합 활동, 산재 관련 사건을 대리하거나 노동조합 활동 또는 기업의 인사경영자문을 한다.

출처: 민주노총 서울남부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카페


노동자 측 사건만 맡는 공인노무사 인터뷰

 

노무사들 수입은 자문을 하는 사측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노무사 중에는 몇 십억씩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반면에,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는 노무사도 꽤 있다. 한번은 같은 사건에서 노동자를 대리한 김가명 노무사의 노무법인과 사측 노무법인의 수임료가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처음 노무사가 됐을 때 ‘사용자 측 사건은 안 하겠다’,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수습기간을 보내면서 많은 걸 보고 생각하게 되니 사용자 측을 대리하는 건 뭔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싶어서 이렇게까지 왔죠. 아무래도 사용자 측 자문을 안 하다 보니 다른 노무법인에 비해 수익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근근이, 잘 살고 있습니다.”

 

 

이랜드 투쟁 때의 기억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김가명 씨가 일하는 노무법인의 특성상 노동자(노동조합) 자문을 주로 하는 곳이다 보니, 인상 깊었던 사건도 보통의 노무법인들과는 다를 것 같았다.

 

“여러 사건을 맡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2007년 이랜드 파업할 때 인 것 같아요. 2008년 10월 29일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 있던 날이었어요. 10월 29일은 원래가 제 생일인데 그날 조합원들 해고 재심판정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당시 이랜드 노조 사무국장님의 남편도 생일이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무국장님이 작년엔 구속 중이라 생일 못 챙겨줬는데 이번에는 챙길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수석부위원장님은 자기는 결혼기념일이라며 세 명 모두 승리의 기념일을 챙기자고 했는데 사건을 져서 굉장히 마음 아팠던... 그런 날이었죠.”

 

“또 하나는 첫 사건이에요. 2년간 2,600만원 임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일하다가 찾아오신 방글라데시아 이주노동자 분이었어요. 당시 1월의 굉장히 추운 겨울날 노동부에서 조사가 있어서 먼저 가 있는데, 그때 이 분이 가죽점퍼에 안에 반팔 티셔츠 하나 입고 온 거에요. 그게 어찌나 짠하던지. 지금까지도 잊히지가 않아요. 당시 사장이 도망간 상태라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는데요. 어쨌든 기소되고 그러니까 사장이 밀린 돈을 일부 주고, 국가에서 보장하는 체당금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간 사건이었죠.”

 

 

사용자 측 대변하는 노무사들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노동자의 편에서 버팀목이 되고 있는 노무사로서 심종두(‘노조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대표, SJM·유성기업 등이 그 예)같은 노무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자못 궁금해졌다.

 

“그 사람이 선택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그렇게 사는 삶이 자기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저도 처음엔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사람을 짓밟으면서까지 저런 짓을 하나, 몹쓸 것들, 하면서 욕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사용자의 입장이 돼서(그 사람들 생각에) 회사 말아먹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걸 자기 사명으로 생각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물론 이해는 안 되지만 애초에 다른 생명체라 생각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쪽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하루빨리 노무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저는요 제가 이렇게 안 살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도 있는데... 사실 우리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건, 주변에 우리 같은 사람의 도움이 절박한 사람이 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하루빨리 노동자들이 사측과 대등하고 평등하게 부당한 일을 겪지 않고도 살 수 있어서, 저희 같은 사람이 필요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우리가 살면서 혹은 활동하면서 노무사를 찾아가게 된다는 것은 내가 있는 현장에서 노·사간 풀기 어려운 분쟁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힘과 권력이 있는 사측과의 다툼은 그 과정만으로 노동자에게 분통터지고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김가명 노무사가 노동자들이 노무사를 찾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삶을 꿈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상상이 된다. 하루빨리 그런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고, 김 노무사가 품은 희망을 함께 마음에 담아본다.

 

[특집] 3. 진상고객만 사라지면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을까? / 2014.11

[특집]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웃음과 눈물


11월 특집에서는 감정 노동을 중심으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본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최초로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해낸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사례로 현장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에 국한되지 않는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다양한 안전보건 문제를 짚어보았다.

 

 

 

진상고객만 사라지면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을까?


 

최민 선전위원장

 

 

 

판매‧서비스 노동은 복잡한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조밀하고 촘촘한 노동 중 하나다.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판매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2010년 261만 명, 2011년 268만 명, 2012년 277만 명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를 제외더라도 판매‧서비스 노동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판매 서비스 노동자의 감정 노동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이 되고 있지만 감정 노동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3년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150만 명 정도의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종 종사자 중 매년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재해를 입어 산재 요양을 받았고 사망자도 매년 40~50 여 명씩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상처받고 있다.

 

 

사고

산재 요양을 받은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재해는 사고로 인한 재해가 대부분이다. 2012년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행한 도소매판매 직종 안전 매뉴얼에서는 특히 상품 진열과 상품 입고, 적재 및 저장 과정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업무로 보고 있다. 이 과정은 대부분 중량물을 좋지 못한 자세에서 취급하는 업무이다. 물건을 싣고 가던 대차 바퀴에 발이 끼거나 상품 운반 중 계단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는 흔히 발생할 수 있고, 그 외에 상품 운반 중인 지게차와 충돌하는 경우 사망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근골격계 질환

마트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의자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계산대에 의자가 설치되지 않은 마트에서 ‘왜 의자를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관리자가 ‘우리 마트는 작업 중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의자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육류 판매 노동자는 하루 종일 냉장고 앞에서 얼린 고기를 썬다. 종일 차가운 환경에서 하는 육류 가공 업무는 수근관증후군 등 손목과 팔에 근골격계증상이 잘 생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다. 무게가 10kg 이상 나가는 상품을 종일 쌓고, 나르고, 진열하는 노동자들은, 삐끗하는 사고 위험도 높지만 요추간판탈출증과 같은 허리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교대근무

동네 소규모 상점들과 공생하려고 24시간 영업을 안 한다지만, 대부분의 대형 마트는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교대 시간에 따라 불규칙하고 부실한 식사, 부족한 수면 등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 된다.

 

 

폭력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은 판매직 노동자들이 처할 수 있는 안전보건 상의 중요한 문제로 안전사고, 중량물 취급과 함께 직장 내 폭력을 꼽는다. 앞서 인용한 2011년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에서도, 마트 관리자들 전원이 판매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 마트 계산원 40대 여성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에 의해 중등도의 우울증,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고 일부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도 있다.

 

 

건강권은 노동권의 지표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는 이렇게 다양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동자들의 이런 건강문제는 어쩔 수 없는 작업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을 전혀 고려치 않는 회사 측의 작업배치와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

회사 측에 맞서 스스로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지 못한 많은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파도 산재보험을 청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 발생은 축소 보고되고, 예방은 뒷전이 된다. 안전사고는 근속 기간이 짧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마트에서는 70% 이상의 사고가 근속 기간 1~2년 사이에 발생한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 잦은 이직은 지속적인 사고의 원인이 된다. 네이버 웹툰 <송곳>은, 하루아침에 판매직 직원들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다 내보내라는 지점장의 지시에서 시작한다. 영화 <카트>에서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용기를 낸 계기도 일방적인 해고 통지다. 한 대형마트가 수년 동안 직원들을 사찰하고 감시해온 사실이 드러난 게 바로 작년 일이다.

 

판매 노동자들의 감정노동만을 부각하며, ‘진상 손님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안일한 대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의 생계를 손에 쥐고 노동자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부리다가 수틀리면 해고와 계약해지를 남발하는 회사에 맞서야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