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출퇴근 재해 산재인정이 넘어야 할 것들 / 2018.02

출퇴근 재해 산재인정이 넘어야 할 것들

홍이 회원


2018년 1월 1일 이전까지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통근버스)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서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했었다. 그 결과 출, 퇴근 버스를 제공하지 않는 중소기업, 새벽에 출근하는 청소 노동자, 건설 노동자,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사업장으로 출근하는 산림감시원 등 취약 계층 노동자들은 산재를 인정받지 못해왔다. 이러한 차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이후 국회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상황과 관계없이 통상적인 출퇴근 재해도 산재로 법안을 2017년 9월 28일 통과시켰다.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이 법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대중교통, 도보, 자가용 등 교통수단에 관계없이 출퇴근 시 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이제 시작이지만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중 60% 이상이 이미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었다. 국내의 경우도 공무원, 교사, 군인은 이미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너무 늦은감이 있다. 현재 출퇴근재해(자동자, 대중교통, 도보 등)사고는 9만 4,000여 건으로 확인된다. 이전과 달리 앞으로는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출퇴근 재해를 입는 많은 노동자가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생계 위협에 직면하는 위기로부터 사회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된다.

이번 결정이 무척이나 반갑지만 고민되는 점도 있다.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밖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통상적인 경로상의 출퇴근인지 여부, 사적 행위인지 아닌지 여부, 제3자의 가해 행위에 의한 사고인지 여부 등 조사가 필요하다. 즉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사고인지 확인하는 것보다 더 많은 조사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출퇴근재해 관련한 인력을 약 590명 증원한 것에 그쳤다. 또한,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신규인력에대한 교육과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하위 법령 및 업무 프로세스 구축, 전산프로그램 개발 등이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산재보험은 사회보장제도로 무과실 책임주의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사업주는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면서 퀵 서비스 노동자와 같이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 중 본인의 주거지에 차고지를 두고 출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경우는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들이 출퇴근 과정에서 사고가 잦고,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인데 배제 당한 것이다. 이전 출퇴근 재해 적용 기준이 차별적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는데도 또다시 사회적으로 약자인 퀵 서비스 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은 납득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출퇴근 재해 9만 4,000여건 중 7만 건이 교통사고인데, 교통사고의 경우 요양 기간이 길지 않고 상대방과 위로금으로 합의하고 종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산재처리 하는 것이 가능할지, 재해를 입은 노동자가 사업주 눈치를 보지 않고 산재신청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지도 고민이 앞선다.

절차가 복잡한 것도 문제다. 현재는 만일 자동차 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할 경우 신고만 하면 보험회사에서 각종 서류 및 처리를 다 해주는데, 산재보험승인을 받기 위해선 재해 노동자가 산재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출퇴근 경로에 대해 조사, 부정 수급 등의 사유는 없는지 공단의 조사 등 여러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으로 신속한 산재처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는 것은 그 긍정성과는 별개로 여전히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가 개선되어야한다.

첫째, 영세사업장이나 5인 이하 또는 10인 이하 사업장의 산재보험요율을 일괄 요율로 적용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세사업장 사업주는 산재보험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노동자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산재를 은폐할 수 있다. 산재보험요율 제도를 보완하여 노동자 다수의 산재신청이 영세사업주에게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고 사업주도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산재신청을 독려하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신속한 산재처리를 위해 신청서 제출 및 증빙자료, 처리 절차, 조사 방법 등을 단순화하여 산재 노동자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서 지적했듯 산재보험은 모든 일하는 노동자에게 평등하게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써 반드시 우선해야 할 역할이다.

<일터> 통권 162호 / 2017.7





<일터> 통권 162호 


[특집] 제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톺아보기 
28 미래 안전보건의 과제, 일하는 사람의 건강 보장 
30 직업성 호흡기 질환 
32 사물인터넷이 바꿔 놓을 미래의 안전보건활동 
34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36 예방 급여 도입으로 산재 예방이 가능한가?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용접공의 업무상 질병 

8 [동향체크] 내년 1월부터 출·퇴근 재해 산재 인정된다 울산교육청, 과학교사 대상 실험실 안전교육 진행하기로  

10 [포커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가 아닌 폐기해야 

12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성평 평가 사례로 보기 

14 [현장의 목소리] 상식이 통하는 회사, 평범한 삶을 위해 우리는 싸웁니다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약 만드는 사람들 

22 [연구소리포트] 2017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조사 결과 보고서 (2)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이게 사용하는 물질 때문에 생긴 병인가요?  

40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검토] 뇌심질환 예방은 노동시간 기준 준수가 우선 

42 [노동시간에세이] 플랫폼 노동시대, 코로노토포는 누가 쓰는가 

46 [문화읽기] 계약직 교사의 비애와 좌절 

48 [발칙X건강한 책방] ‘들꽃’처럼 퍼져나갈 노동자 ‘역사쓰기’ 

52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길 위의 노무사들, 노노모 

54 [이러쿵저러쿵] 반갑습니다, 여러분 

56 [한노보연 이모저모]



특집 4.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2015.12

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김혜선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법률원() 노무사

 

 

 

요즘 정부의 노동개혁(이라 쓰고 개악이라 읽는)에 대한 노동계의 평가는 거의 일관되게 비판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사정 합의(?) 이후 충분한 노사정 의견을 들어 법안 상정을 하기로 한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며칠 만에 정부와 기업의 입맛에 맞는 각종 개정안을 발의하였기 때문이다.  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바로 근로기준법 상 '쉬운 해고'와 파견법, 기간제법 상 '비정규직 늘리기'이다. 반면 산재법 개정안은 크게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라면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정한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을 하다가 다쳤을 때 보상받을 권리를 정한 산재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존에 직결되는 법으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 법안이다.

 

그래서 산재법 개정안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이다. 이는 그간 노동계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법원에서 조금씩 근로자의 출퇴근재해에 대하여 예외적으로나마 산업재해로 인정해오던 것을 법문화 한 것으로, 진일보 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개정안에서 인정하고 있는 출퇴근재해는 '근로자의 중과실'이 있는 출퇴근재해에 대해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상 '무과실책임주의(손해발생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배생책임을 진다는 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산재보상보험법의 근간을 흔드는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나아가 출퇴근 재해의 범위에 '한 취업 장소에서 다른 취업 장소로의 이동'을 포함하고 있어 이미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던 '출장 시 재해'마저 '출퇴근 재해'로 오해하여 법을 적용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한편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산재보상보험법 특례 적용대상인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확대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적응장애,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포함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물론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 범위와 업무상 질병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 적용대상의 범위확대가 노동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하는 산재보상이 아니라, 개개인이 일부 보험료를 납부하여야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한 '특수형태업무종사자에 대한 특례'의 형태가 되는 것은 현 사회의 업무분화 속도와 새로운 직업의 발생속도를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음을, 그리고 노동자 전반에 대한 보장 확대가 아닌 특수한 예외 조항으로서 확대 보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에 의한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발생한 적응장애, 우울병 에피소드'가 뒤늦게나마 업무상 질병으로 포함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에 한해서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인 것처럼 선전되고 특정 질병에 한하여 산업재해로 인정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 ("고객응대업무 등 감정노동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하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 - 산재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제안 이유 중)

 

노동자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사용자와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업무상 마주하는 제3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이고, 따라서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2011년 금속노조 제조업사업장인 유성기업의 노동자들이 회사의 노조파괴 과정에서 얻은 정신질환(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 적응장애 등)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실, 첨단장비로 지속적인 감시를 받던 노동자들이 받은 정신질환에 대해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은 사례(종국 결과는 패소함), KT의 노조탄압으로 인하여 이곳 노동자들에 발생한 정신질환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인용 등에서도 일부 확인 된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매우 다양하므로 이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적응장애와 우울병 에피소드만을 특정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 역시 타 정신질환에 대해선 산재인정 여부를 두고 논쟁거리로 남겨놓는 것으로, 문제가 심각하다현행법상 '감정노동'이 무엇인지 명확한 개념이 없는 상태도 문제이지만, 섣불리 '감정노동자'와 아닌 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역시 매우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산재보상보험법을 제정한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산재법 개정안은 부분적으로 확대된 측면은 있으나 '무과실 책임주의'라는 산재법 기본원칙에 대한 훼손, 기존에 인정되던 업무상 재해의 축소, 전체노동자에 대한 법 적용의 확대가 아닌 일부 노동자에 대한 제한적 적용 등 산재 보상보험법 목적에 맞는 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모든 법 개정이 책상에 앉은 국회의원의 펜대에서 일방적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그리고 적용을 받아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법 개악이 아닌 진정한 법 개정의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