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4.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존재, 청년노동자를 말하다 / 2019.02

[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④]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존재, 청년 노동자를 말하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준비위원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도로의 무법자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배달노동자이다. 언론은 큰 사고가 날 때만 그들을 주목하고 호명한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단지 우리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 않았을 뿐. 가리어진 존재의 목소리를 모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준비위원장을 지난 13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더유니온이 궁금한데요. 조합원의 구성이나 특징, 조합의 핵심 요구사항은 무엇인가요?

프랜차이즈, 배달대행사, 우버이츠 기사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리고 돈 못 버는 영세 배달대행 지사장들도 조합원으로 받을 생각인데, 아직 세부 기준은 정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등에 칼 꽂는다고들 말하는데 일하다가 자기가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배달대행은 가게와 기사만 있으면 되거든요. 운영 프로그램은 따서 쓰면 되고요. 그러다 보니 영세한 사람도 많고, 이 업 자체에서 지지고 볶는 특징이 있죠.

그리고 배달노동자는 개별화되어 있어요. 프랜차이즈 라이더를 한 사업장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 출퇴근 시간이 달라서 모이기가 불가능해요. 그래서 플랫폼노조로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해요. 그러다 보니 가끔 정기로 모이듯이 조합원들이 모여요.

대여섯 가지 조합의 요구 중 보험료 문제가 가장 큽니다.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가 제 나이대인 30대 정도에 1년에 300만 원이에요. 20대는 500만 원이구요. 심각하죠. 그래서 대부분 배달용 보험을 안 들고 출퇴근보험을 들어요. 이렇게 일하다 사고 나면 보험 적용이 안 돼서 문제가 생기고, 부담이 크니 산재보험 가입도 꺼려요. 산재보험 가입률이 높아지려면,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를 해결해야 해요.

추가로 기후변화에 따른 보호 대책, 최소배달료, 플랫폼세를 통한 고용보험, 산재보험 기금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어요. 지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두 당으로 하지 말고 일정 매출 이상의 플랫폼 사업장이 근로복지공단에 보험료를 내라는 거죠.

개인 사업자의 경우, 유급휴일 보장 안 되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보험을 바꾸고 싶어요. 개인사업자도 유급휴일을 주는 거죠. 예로 들면 여름휴가 간만큼 일하지 못한 부분을 고용보험 재정에서 조달하는 거죠. 그러면 라이더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생기겠죠. 또 산재보험기금으론 악천후일 때 일을 못 하니 그때 휴업급여를 지급하고요. ‘근로자신분이 아니란 현실과 괴리되는 이유로 말이죠. 물론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 여겨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노조가 싸워 만들어나가야겠죠.”

연령대 특징도 있을 텐데요. 노조에 10~20대 청년이 많은 편인가요?

아뇨. 30~50대가 많아요. 10~20대는 눈에 띄어서 과잉대표된 거죠. 배달 노동에 대한 편견이에요. 소위 젊은 놈이 오토바이 함부로 몰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거죠. 언론에서 주로 다루는 배달노동자 사고가 10대이기도 해요. 어리면 어리다고, 50대까지 라이더 일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그거대로 욕먹죠. 20~30대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치고요. 나머지는 실패, 혐오의 상징이에요. 보면 가족들에게 얘기를 잘 못 하세요. 자녀 학교가 있는 동네이거나 지인이 주문하거나 하면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기도 해요. 당당하기 힘든 거죠.”

지금 하는 맥도날드 배달 일을 포함해 여러 노동을 경험하셨을 때 우리 사회가 청년 노동자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고, 어떤 노동조건에 내몬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요. 청년이라고 했을 때 청년 내 계급, 계층의 문제가 다 삭제되어 있어요. IMF 이후 청년실업이라는 말, 단 한 번도 해결되지 않은 이 문제에서 주인공은 4년제 대학을 나온 이들이죠. 뉴스 인터뷰 보면 그래요. 문제는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이 가려진 거예요. 수능성적으로 1~2등급.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주인공이 아니죠. 그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면 고등학교 때 공부 좀 열심히 하지라는 댓글이 달리는 거죠. 더 문제는 최저임금, 위험한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 지금의 노동시장을 다 공급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이 사람들이 청년 문제 담론 주인공이 된 적은 없어요. 당연히 공부 못했으니까 그런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공론화되고 주인공이 되어야 해요.

우리 사회의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이란 말이 인상적이에요. 그런 주인공 중 하나가 배달노동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표적이죠.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선진적 기술혁신산업과 가장 최하층의 노동이 만난다는 점이에요. 아르바이트 시장, 플랫폼 시장은 실업자의 노동이자 잉여시간의 노동을 조직해요. 20대 청년들도 실업인 상태에서 취준생으로 자기 생존을 위해 일하고 있죠. 플랫폼 노동은 나머지 시간조차 자본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투자하라고 강요하고 있어요. 자본이 모든 시간을 장악하는 거예요. 시간 장악, 이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곧 위험한 노동이자, 과로 노동이기 때문이에요.”

최근 고 김용균 님 사건부터 산업체 파견형 현장 실습문제까지 소위 젊은 노동자들의 문제가 이슈인데요. 계속 잇따르는 청년 노동자의 사고를 볼 때 특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나요.

한국 노동시장 자체가 왜곡되어 있어요. 사람이 매일 죽어 나가는 구조를 계속 유지하죠. 그 문제를 청년 문제로만 접근하면 답이 없어요. 청년이 문화적, 지식 권력에서 약자이기도 하지만, 원래 노동시장 자체가 최악인 게 근본적 원인이죠.

그걸 바꾸기 위해서 저는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모든 담론이 일자리를 달라는 거죠. 사실 이게 우리의 구호가 되어야 하나 싶어요. 핵심은 사회안전망이죠. 여기서 계급 문제가 발생해요. 노동자들이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으려면 생계비가 필요하죠. 고시 공부, 해외 유학, 대학원까지 약 10년간의 취업 기간을 견딜 수 있는 노동 상품과 당장 최저임금 일자리라도 가야 하는 노동 상품은 거부권이 완전히 다르죠. 지금까진 가족들이 그 부담을 졌어요. 하지만 이제 사회가 해야죠. 고용으로만 풀려는 것은 답이 없어요. 임금만을 소득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해요.”

그렇다면 청년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 조건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의 권리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핵심은 노동과정에서의 권한이에요. 그걸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하죠. 작업중지권조차도 소극적이라고 봐요. 노동과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작업중지권은 사후적일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빙판길이 얼었다고 하면 위험을 겪을 수 있는 노동자들 모두 일하지 않는 것. 배달에 적합한 오토바이 기종이 있다면 교체하는 것. 배달 시간이 너무 촉박하면 안전하게 바꾸는 것. 자본이 정한 30분 배달제가 대표적이죠. 지금까지는 임금을 많이 받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여왔다면, 이제는 노동과정을 조직하는 권리를 쟁취해야 해요.

지금까지 배달노동자는 100원이라도 더 받는 곳으로 이동했어요. 그분들에게 이런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이동하지 말고 모든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자고요. 라이더유니온으로 오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 51일 노동절에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할 예정이에요. 트럭을 한 대 불러 공연도 하고 그 뒤를 오토바이가 따라가는 거예요. 그 행진에도 꼭 함께 해주시길 바랄게요.”

 

 

 

[언론보도] 노동자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노동자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손진우
  • 승인 2019.01.10 08:00







새해가 시작됐으나,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연말 거리에서 마주했던 풍경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태안화력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님의 사망사고 이후 전국 곳곳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설치된 시민분향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주 말에도 전국 곳곳에서 고 김용균님의 죽음에 근본대책을 내놓으라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차가운 겨울 거리를 나설 것으로 보인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15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18.08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안지완 님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청년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은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많은 사업장이기도 하다. 알바노조의 2013년 2월 28일 '점주와 알바를 착취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규탄' 알바5적 기자회견 모습. (출처: 알바노조)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꼭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편의점. 간단한 간식류부터 도시락, 생필품, 비상약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곳으로 기능한다. 국내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올해 3월 4만 개를 넘어섰다. 그 수많은 편의점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있다. 계산할 때 말고 그들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최근 최저임금 논란으로 다시 주목받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안지완(23)씨를 지난 7월 29일에 만났다.

"대학생이고 다음 학기 휴학 예정입니다. 아르바이트는 생활비 벌려고 시작했어요. 학교 다니면 부모님이 생활비로 30만 원씩 주셨는데, 지금은 휴학 중이라 안주시거든요. 그래서 집 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이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지 한 달 좀 넘었네요.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일하는데 물건 진열하고, 물류가 들어오면 정리하고 상품을 채워놔요.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확인해서 폐기하고, 청소하죠. 요즘엔 편의점에서 닭도 튀겨요. 그거 청소도 하고, 기름도 갈고. 도대체 누가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태만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적이고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해 안지완씨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해봤냐고 물으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경험이 있었다.

"수능 끝나고 바로 시작했어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사이에요. 휴학, 방학, 재학 중 가리지 않고 했어요. 전에 다른 편의점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어요. 그전엔 파리바게뜨 4개월, 이자카야 술집 3개월, 단기 호텔 아르바이트, 인천공항 물류아르바이트도 했어요. 물류 일은 10시간 일하고 더 하면 1.5배 시급을 더 쳐준다고 했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거부했어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다들 등록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더라도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다. 연애는 꿈도 못 꾼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모두 '돈'이다. 지금까지 해본 아르바이트 중 어떤 일이 제일 힘들었는지 궁금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공항 물류 아르바이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자카야 술집이 제일 힘들었어요.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켜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이유로 소위 '술집 여자'가 돼요. 손님들이 '아가씨 이리 와봐요', '술 좀 따라줄래요' 이래요. 거기에 대처 못 하는 사장이 있고, 2차 가해 하는 사장도 있었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몸이 힘든 것보다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죠.

파리바게뜨도 힘들기로 유명해요. 빵 이름을 다 외워야 해요. 음료도 만들고 여름엔 빙수도 만들고요.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상황이 생겼는데 사람 구할 때까지만 해달라는 게 2~3주가 넘었어요. 근로계약서를 봐도 강제노동할 이유는 없거든요. 그래서 안 나갔죠. 13만 원을 못 받은 상황이었는데 굳이 사장이 직접 와서 받아가라는 거예요. 아마 뭐라고 하고 싶었던 거겠죠. 문자로 계좌 알려주고 보내 달랬더니 직접 오라고 하더라고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죠. 그리고 13만 원을 받았어요. 그 13만 원이 뭐라고요."


시간외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지난 5월 4일 '아르바이트생 1106명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결과 '알바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1%에 달했다. 1위는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57.1%)였고,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47.2%), 감정노동 강요(40.7%), 폭언(28.6%) 등이 뒤를 이었다.

높은 갑질·폭력 경험에 비해 대응 방식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57.2%로 가장 높았고 '지인에게 심정을 털어놓는다'가 18.8%, '관련 단체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관련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 인권 침해는 더욱 공고해진다.

안지완씨는 용기를 내어 노동부에 신고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장이 출퇴근 기록부를 조작하지 않을까, 본인이 가진 유일한 증거는 문자밖에 없는데 이걸로 증명될까 걱정도 되고 겁도 났다. 그런 어려움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주휴수당, 야간수당 못 받아요. 수습 3개월 일 하는 거로 계약했거든요. 이미 6개월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또 수습인 거죠. 지금 6700원 받아요. 편의점주가 그러더라고요. 정부가 임금 올리는 건 맞지만, 귀족 노동자를 탓해야지 우리같이 힘든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저에게 미안하지만, 수습으로 3개월 일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바로 집 근처라 교통비 아끼는 셈 치고 하는 거예요."

주 15시간 일하는 경우 주휴수당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편의점주는 운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야간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시간외근로의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편의점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따져보면 실제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5인이 넘을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 소용없다. 명백히 야간근무를 하는데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항상 느껴요. 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은 거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안 하면 생활이 불가능해요. 하다못해 등록금이라도 내야 해요. 그러니 사장 협박이 잘 먹히죠. 좋은 사장이 있을 수없다는 걸 아르바이트 하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성추행, 성차별적 말을 들었을 때 뭔가 제기하기가 힘들어요. 제기해도 반응이 '좀 참지 그러냐'거든요.

사실 제기해본 적도 있어요. 너무 화가 났거든요. 그런데 사장이 '네가 술 취한 사람한테 가면 안 됐다, 오라고 해도 무시했어야지' 그러는 거예요. 또 어떤 사람은 칭찬이랍시고 '네가 섹시해서 그렇다'고 한 적도 있어요."


외모 평가, 성적 발언, 신체접촉 등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흔하게 겪는 문제 중 하나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5명 중 2명이 근무 중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 특히 여성과 남성 비율이 9:1 정도로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성폭력 문제에서도 고용주, 정부는 전혀 힘이 되지 못한다. 혹시 안전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안전, 건강 문제는 본사에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었으면 

"얼마 전에 점장이 발주를 잘못해서 제 담당 시간에 상자 30개가 들어왔어요. 물류 노동자분이 저한테 오늘이 마지막이냐, 사장한테 밉보인 게 있냐고 할 정도로 말도안 되는 상황이었죠. 진열대에 있는 상품말고도 창고에 물건을 옮겨요. 라면은 천장 문을 열어 넣어야 해요. 사다리 타고요. 맨 처음엔 밤에 일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눈 초점이 흐려지고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그 상태로 올라가니 떨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휘청하면 끝장나겠다는 느낌이요. 잠을 잘 못 자니까 자꾸 어디 앉으면 나도 모르게 중력이 빨아들이듯 자요. 눈 뜨면 내가 잠을 잔 건지 모르게 피곤해요. 잔다고 해도 몰아서 자요. 눈도 되게 아프고요. 24시간 눈을 뜨고 있으니깐요. 현실감각도 없어지고 멍해져요.

폭력도 비일비재하죠. 일 시작하기 전에 사장에게 비상벨이나 전화기를 30초 이상 놓으면 경찰 호출 되는 게 잘 되냐고 물었는데, 사장이 그런 일 없을 거라는 거에요. 고장 난 지 한참 됐다고요. 다른데도 비슷할 거에요. 혹시나 통화가 돼도 위급한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 경찰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한대요.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한국 사회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해, 임시직, 젊은 층이 한때 하는 일, 생활비가 아니라 용돈 벌이, 고생해도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자는 모두 '노동자'임에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안지완씨에게 우리 사회가 아르바이트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체감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생활비라고 전혀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우리 나이 또래 청년들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요. 아르바이트 노동 역시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사회적으로 해내는 거죠. 그런데 이걸 왜 쉬운 일로 생각하는 걸까요? 사회를 직시하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제를 기업이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알수 있어요."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는 청년 세대의 대표적 문제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도 이미 나쁜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그 문제를 지금의 청년 세대는 잘 알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제 주변 대부분이 150~180만 원 사이를 벌겠지 생각해요. 200만 원 이상 벌어야 하는 조건이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거예요. 내 삶을 150~180만 원 사이에 맞출 생각을 하죠. 식비를 이만큼 쓰고, 외식을 몇 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금부터해요."

마지막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편의점 노동자는 가게가 아무 일 없이 24시간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업무를 해요. 손님들이 그 이상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럴 이유도 없어요. 그리고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4대 보험도 안 되고, 산재 처리도 어렵잖아요. 모든 노동자가 4대 보험 적용이 될 수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해요. 4대 보험 들면 임금 줄어든다고 노동자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데 그런 문제가 안 생기게 해야죠. 모두가 안전하게 일 할 수 있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아르바이트 노동자든 다치지 않게 하는 건 당장 이뤄져야 해요. 위험요소는 어느 직업에나 있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