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장시간 노동의 실태와 건강 (2014.08.27, 노동시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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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의 실태와 건강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 공동기획 연속토론(4)

 

 

김인아 (노동시간센터())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1. 장시간근무 & 야간근무의 건강영향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점차로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시간근로제도에 대해 개선을 추진하고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법제화 하는 등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예방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장시간노동 및 야간노동으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해 현재까지 어떤 건강문제가 연구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하며, 이에 김현주 등 (2011)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등 과중업무 수행 근로자 관리방안의 문헌조사결과를 요약 정리하였다.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

 

장시간 노동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점차로 증가해왔다. 주로 연구되었던 주제는 작업장 손상, 전반적인 건강, 심장질환, 수면장애와 정신건강 등을 들 수 있으며 그 외에도 건강행동, 생식건강, 스트레스, 내분비질환 등이 있었다.

 

(1) 작업관련 손상

장시간 노동이 작업장 손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대체로 일관되게 작업장 손상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가 되고 있으며, 많은 연구에서 주당 근무시간이 50~60시간을 넘는 경우 작업장 손상의 발생을 1.2~2 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2) 심장질환

장시간 노동의 심장질환에 대한 연구는 주로 고혈압,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등의 결과를 사용하여 수행되었으며 전반적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55-60시간을 넘을 때에 심장질환의 발생 또는 사망위험을 1.5~2.3 배가량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3) 수면장애

일부 연구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수면장애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고 보고하였으나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한 연구가 더 많았다. 최근의 코호트연구(Virtanen, 2009)에서는 주당 근무시간이 55시간 이상인 경우 수면증상이 2.2-6.7배가량 높아진다고 보고하였다.

 

(4) 정신건강

장시간 노동과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최근 대규모 표본을 이용한 연구 (Klepp, 2008)에서 장시간 노동이 우울 및 불안 등의 증상을 1.3-1.7 배가량 증가시킨다고 보고하였다.

 

야간노동의 건강영향

 

야간노동을 수반하게 되는 교대근무의 건강영향에 대해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주로 수면장애, 위장관 증상 및 위장관 질환, 작업장 손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그 외에도 당뇨병, 간질, 갑상선기능 항진증 등의 악화, 뇌심혈관질환 및 암 발생, 생식보건의 영향 등에 대한 연구 등 광범위한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1) 작업장 손상

손상과 관련된 연구들에서 많이 사용한 연구방법은 사고가 일어난 시각 및 사고 노동자의 야간근무 스케줄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교대근무자들에게서, 야간 근무 시에 사고 발생률이 높았고, 특히 연속적인 야간 근무시에 발생률이 높았다. 또한 이전의 연구결과를 모아 메타 분석한 연구 (WagstaffSigstad, 2011)에 의하면 교대근무자가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작업장손상 위험이 1.2~2.0배 높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2) 뇌심혈관질환

야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 뇌경색에 대한 연구의 숫자는 많지 않으며, 위험도가 1.0~4.6배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심혈관 질환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많이 수행되었으며 위험도는 0.9~2.2의 범위로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서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들도 보고된 바 있으며 아직 소수의 연구결과만 발표되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3) 우울증

교대근무와 우울증과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으며 특히 여성, 장기간 교대근무자에게서 그 연관성이 더 잘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들에서 교대근무자가 비교대근무자에 비하여 우울증상 또는 우울증이 대략 1.4-6.0 배가량 더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4) 수면장애

교대근무와 수면장애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 단면연구로 수행되었으며 많은 연구들에서 비교대근무자에 비하여 교대근무자의 수면장애 유병률이 높은 것을 보고하였다.

 

(5)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를 인간에게 발암가능성이 있다(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 고 분류하였다. 특히 유방암에 대하여 연구가 주로 수행되었고 그 외에 대장암과 전립선암에 대한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 유방암에 대한 연구의 경우 교대근무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생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전반적으로 교대근무자는 비교대근무자에 비하여 대략 1.5배 정도의 유방암 발생 증가를 보였다.

 

(6) 위장관계 질환

교대근무와 위장관계질환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로서 소화성궤양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잘 관찰되며 그 외에 기능성 위장장애와 위식도 역류질환의 위험 역시 높인다는 보고를 찾을 수 있다. 소화성궤양의 경우 교대근무자에게 대략 1.3-2.3배 정도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 주간2교대제 이후 긍정적 변화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후 가장 긍정적인 변화 세 가지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 이후 경험한 가장 긍정적인 변화’(세 가지 복수 답)를 항목*세대별로 살펴보면, ‘건강 개선의 경우 30대 응답 조합원의 48%, 40대의 69.5%, 50대의 70.78%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가 높아질수록 건강 개선효과를 많이 경험한 것이다. 또한 여가 시간 증대의 경우, 30대의 88%, 40대의 73%, 50대의 74.15%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30대의 조합원들이 여가 시간 증대로 인한 긍정적 경험을 보다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관계 개선의 경우, 30대의 40%, 40대의 38.5%, 50대의 36.51%가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젊은 세대일수록 부부관계 개선의 경험 비율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관계 개선은 세대별 차이를 가장 크게 드러냈는데, 30대의 60%40대의 39.5%가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반면, 50대의 경우 11.23%만이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긍정적 변화로 보고했다. 이러한 차이는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30-40대와 집중적 자녀 양육 시기를 이미 지나보낸 50대와의 차이를 반영한다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30대의 경우 여가시간 증대자녀와의 관계 개선경험 비율이 높고, 40-50대의 경우, ‘여가시간 증대건강 개선경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 측면에서도 교대제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을 매우 나쁘다에서 매우 좋다까지 5점 척도로 질문하였을 때, 교대근무자의 야간 근무 시 수면의 질이 극적으로 좋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7년 교대근무자가 야간 근무할 경우 수면의 질이 매우 좋다고 응답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고, 좋다고 응답한 비율도 2.9%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013년에는 매우 좋다가 3.5%, 좋다가 6.4%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이 매우 나쁘다는 응답이 2007년에는 27.9%, 나쁘다는 응답이 44.9%였는데, 2013년에는 각각 5.0%, 34.8%로 크게 감소하였다.

 

또한 교대근무자의 야간 근무시 수면의 질 변화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주간근무자와 교대근무자의 주간 근무 시 수면의 질 점수 역시 모두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수면의 질은 나빠진다. 평균 연령이 200742.3세에서 201347.6세로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3. 노동시간에 있어서 제도와 단체협상의 영향

 





















[언론보도] 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2014.08.22, 노동시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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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원정공 주간연속 2교대 도입과 현장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 공동기획 연속토론(3)

 

엄정흠(노동시간센터()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두원 정공 교대제 전환의 의의

 

1974년에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두원정공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주력 생산하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계식 연료분사장치의 80% 가량을 두원정공으로부터 공급받으며, 나머지 20% 정도만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는 현재 사양부품 중 하나로, 국내에는 이 장치를 필요로 하는 차종이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는 유럽 및 북미 제외 지역과 전자식 연료분사장치를 사용하기 힘든 열대 및 극지방에 수출하는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이 부품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일부 중장비 차량 생산과 이미 판매한 차량의 AS를 위해서도 이 부품을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두원정공은 현재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수요로 인해 업체의 전망마저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볼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실제로 두원정공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높은 당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음을 알 수 있다. 면접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역시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물량이 넘쳐나 하루 3~4시간의 잔업과 철야작업도 빈번히 했으나, 이후로는 서서히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기본적으로 기계식 연료분사장치 기술이 높아져가는 글로벌 환경규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생겨난 문제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두원정공에 먼저 찾아온 위기는 환경규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1997년 한국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었다. 아래 표에 나타나듯, 199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두원정공은 경제위기를 맞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대로 급락하는 등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된다. 물론 매출액과 이익은 1999년에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다른 많은 사업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를 기회로 두원정공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관철시켰다. 당시 한국노총 소속이던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의 내용이 포함된 양보교섭안을 모두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두원정공은 2001년 말까지 총 4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절반에 가까운 동료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 작업장에서, 남은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강화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원정공의 이른바 민주집행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선되었다. 민주노총 가입을 내걸고 2001년 선거에서 당선된 두원정공 노동조합 집행부와 이후 민주집행부는 강도 높은 임단협 투쟁(2002)과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2003), 보쉬(Bosch)로의 매각 저지(2005)1) 및 신규 물량 확보 투쟁(2006) 등을 전개하며 무너지고 쪼개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지난 구조조정의 트라우마 속에서 물량을 사이에 두고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변모한 노동자들에게 연대의식을 다시 일깨우는 데 집중했다. 노동조합의 헌신적이고 강력한 리더십 하에서 현장은 차츰 복원되어 나가기 시작했으며, 투쟁들의 승리 속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와 신뢰는 견고해졌다. 물론 두원정공은 물량이 곧 고용이라며 물량이 줄었으므로 고용조정은 불가피하고, 고용조정을 해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담론을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고 구조조정을 완성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의 강경한 대응에 맞부딪혀 번번이 좌초되고 말았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생산하는 두원정공의 예고된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노동조합은 회사의 물량 이데올로기에 대해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는 응답으로 맞섰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로의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2007년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토대 마련 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주간연속2교대제 연구팀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201010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동시 도입을 성공시켰다. 아래 표는 노사합의 내용이다.


*2010년 제도개선 합의서 내용


1. 회사는 2010921(10월 급여부터) 새로운 근무제도인 월급제를 실시한다.

 

1) 월급제는 시간외 수당 30시간을 적용 지급한다.

전 조합원에 적용한다. (관리직 조합원 포함)

교대근무자(2)는 교대근무수당으로 심야근로 3시간 30분의 50%를 지급한다.*

2) 근무형태는 8+8을 직도입한다.

3) 근태(지각, 조퇴 등) 관련 사항은 현행대로 한다.

4) 노사는 인원 이동 관련 성실한 협의를 통해 원활한 생산이 되도록 노력한다.

5) 특별부서(열처리, 보일러, 변전실)는 해당부서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6) 월급제 시행 전후 중대한 문제 발생시 노사 협의하여 방안을 강구한다.

7) 기타 기본급, 통상임금 산정 및 근무시간 등 세부적인 사항은 첨부1**을 따른다.

 

2. 월급제에 적합한 단일 호봉제를 201110월부터 실시한다.

 

1) 월급제 실시에 맞추어서 2010101일부터 단일호봉제 완성을 위한 노·사 공동연구팀을 구성 운영한다.

 

* 이전에는 오후 10시부터 420분까지 야간근무였는데, 12시부터 1250분까지의 식사시간은 무급이었으므로1250분부터 420분까지의 3시간 30분 중 50%에 대한 임금보전을 요구한 것.

** 첨부1은 임금계산공식 및 근무표 등.

 

자료출처: 노조 자료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전 두원정공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시스템은 여느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업체와 마찬가지로 ‘10+10 교대제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주말 특근이 덧붙여져,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을 상회하게 나타났다. 아래 표는 OECD 최장시간 노동을 기록하는 한국 연평균 노동시간을 거뜬히 초과하는 두원정공 노동시간 추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된 이후, 잔업이 사라지고 ‘8+8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는 동시에 노동조합에 의해 특근이 통제되어 총 노동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조합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46.95시간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는 근무형태 변경 이후의 근무시간표이다.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도입 논의 초기에 조합원들의 저항을 많이 받았다.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고, 2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동안 적응해온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깨져 더 힘이 들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한편 임금감소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꿰뚫고 있던 두원정공 사측은 잔업 및 특근을 노사 합의 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직전인 920일까지 최대한 운영하다 21일부로 전면 중단해 실제로 임금이 감소한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켜 노조에 대한 불만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물량이 줄어드는 조건에서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월급제를 도입하여 기본급을 확충하는 것이 고용안정 및 임금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조합원들을 설득해나갔다. 동시에 일시적으로 특근에 대한 통제를 풀어 수당을 통해 임금을 보전해줌으로써 조합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이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문제의식은 아래 제시한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현재는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 3년째로, 제도가 많이 안정화되어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노동시간 및 임금 시스템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대체로 많이 가라앉았으며, 오히려 현장에서 새 제도 도입 이후 삶이 더 만족스러워졌다는 반응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사례는, 노동조합이 오랜 준비를 통해 큰 타협과 양보 없이 원칙에 입각해 근무형태를 변경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1997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계기로 노동운동 내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동시에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었으나, 정작 그 원칙으로 상정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이른바 3무원칙에 철저히 입각하여 교대제 변경을 이뤄낸 사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3무원칙에서 제기된 노동시간, 노동강도, 임금이 사실상 새로운 근무형태 설계의 핵심 쟁점이며, 따라서 그만큼 노사간의 치열한 각축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언론보도]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노동자의 삶의 변화 (2014.08.18,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694&page=1&category2=203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따른 노동자의 삶의 변화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2)

김보성(노동시간센터(준)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노동시간 문제 해결책으로서의 주간연속2교대제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IMF 이후 작업장 정치의 변화, 즉 자본과 노동의 행동 목표와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준수해야하는 규칙이 바뀌었고, 동시에 사고방식은 특정한 합리성에 기반하게 되었다. 


새로운 규칙의 등장 


새로운 규칙의 핵심은 “고용은 유연하다 그리고 고용은 물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고용인원은 생산물량에 연동된다. 


구조조정 이후 노동자들은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에 대해 신뢰를 상실했고, 고용 문제에 대해 절대적/상시적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고용을 위해서는 다른 어떠한 것도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면화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시간과 몸에 대한 양보를 통해 최대한의 생산물량을 확보하거나, 또는 자신보다 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비정규직)를 확보함으로써 상대적인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최대한의 ‘주체성’ 발휘를 통해 규칙에 잘 적응하여 새로운 게임의 승자가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규칙에 적응하면 할수록, 지금 얻고 있는 성과들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최종적인 고용안정을 이룰 수는 없다. 그저 불안과 양보의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반복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작업장 정치의 특성 


첫째, 기업은 임금의 유연화·노동시간의 유연화·고용의 유연화를 모두 확보한다. 이제 임금·노동시간·고용은 모두 물량에 의해 결정된다. 


둘째, 잔업과 특근을 ‘강요된 초과노동’이 아니라 ‘성취와 보상’으로 변화시킨다. 즉 장시간 노동은 거부하고 투쟁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동의와 욕구의 대상이 된다.


셋째, 위계적 갈등을 수평적 갈등으로 전환시킨다. 이제 물량을 분배하는 회사는 심판이 되고, 물량을 빼앗아가는 동료 노동자들이 적이 된다. 만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된다면, 한정된 수의 일자리(물량)를 둘러싸고 경쟁자들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낳지 않는다. 


넷째, 기업의 발전이 곧 고용안정의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된다. 


다섯째, 기업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동시에 달성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고용과 임금과 노동시간이 유연하다는 규칙을 따르는 한, 즉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생산’이라는 기업의 이해를 충족시키주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보장받는다. 언뜻 보기에 고용의 유연성이라는 기본 규칙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 이 점이 새롭게 형성된 작업장 정치를 지속시키는 핵심이다. 이처럼 자본과 노동 모두의 이해가 충족된다는 점을 두고, “노사간의 담합”으로 설명하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의 조정을 양측이 동등한 입장에서 타협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업의 이윤과 경영이 전혀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신의 의사 결정에 있어 모든 형태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노동의 대항권력은 오히려 그러한 유연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을 뿐이다. 현재의 작업장 정치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며, 장기적인 목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재 획득하고 있는 성과조차 안정적인 것이 아니다. 즉 권력의 비대칭 상황은 계속해서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지금 이순간은 만족스럽기에, 거부한다면 현재마저 보장받지 못하기에, 벗어나려는 용기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여섯째,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이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합리적’인 대안 제시, 즉 기존 질서의 유지를 전제로 그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게 된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가능성


현재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이끌어가는 주도권은 정부와 기업에게 있다. 그동안 노동운동 진영에서 임금과 고용에 비해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대제 전환이었다. 


주야 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어떠한 제도 하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노동시간의 실질적·강제적 단축


주간연속2교대제는 심야 노동을 더 이상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공장이 24시간 계속해서 가동되었다면, 일정시간동안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게 된다. 따라서 하루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말만 ‘잔업’일 뿐 사실상 의무적인 노동시간이 매일 추가되었다면, 이제는 그러한 연장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의 실질적·강제적 단축은 한국의 현실에서 특히 더 중요성을 가진다. 일터에서 기업의 권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연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곧 필연적으로/일상적으로 초과노동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잔업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노동시간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는 잔업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한다. 


또한 교대제 변화는 작업장 전반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노무 관리의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특히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개별적 관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전체 노동자를 포괄하는 집단적 의제는 기업의 통제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확산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노동자들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서 먼저 시작하면 동기화되어 있는 부품 사업장으로의 전파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많은 연구들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대기업의 교대제 전환을 연기하거나 혹은 전환하더라도 기존의 생산물량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이 전환하게 되면 관련 기업들이 즉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영향이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그들이 기존의 작업장 정치의 규칙들을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선도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기준과 노동자들의 기대 수준을 높인다면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주 40시간제 도입이 노동시간 단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주간연속2교대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의 통제권과 관련되어 있다. 서구와 달리 한국의 현실에서는 노동시간의 통제권이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과 연결되지 않는다. “밤에는 잠 좀 자자”라는 요구를 위해 격렬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노동시간의 통제권은 기업의 권력이 적용되지 않는 절대적 범위를 설정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또한 통제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집합적 힘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한국은 시간의 개별화·유연화가 아니라 오히려 집단화·고정화를 통해 노동시간단축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이다. 


월급제 도입 : 기본급 비중 상승


교대제 전환은 임금 체계의 변화를 동반한다. 낮은 시급과 높은 변동급 비중이라는 현재의 임금 체계는 주간연속2교대제에서는 유지될 수가 없다. 잔업·특근의 할증률에 기대어 임금 수준을 유지하던 예전 상황과 달리,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는 그러한 변동급이 기본급에 포함된다. 그 결과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고 기본급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교대제 전환을 통해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과 동시에, 법정 노동시간만큼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해진다. 노동시간의 정상화와 더불어 임금구조의 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필연적 법칙은 아니다.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은 했지만 임금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임금의 대폭적인 감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많은 연구들은 노동강도 강화가 없다면 임금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생산물량이 줄어든다면, 임금 하락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물량과 임금을 절대적 기준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현실적으로 임금이 대폭 하락한다면 노동자들이 교대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가 서로 동기부여를 하는 상관관계라는 점이다. 이 둘 모두 물량이 모든 것을 규정한다는 기존의 규칙을 거부하며, 이윤을 절대적 기준으로 보는 기존의 합리성을 거부한다. 


대안적 규칙·원리 제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가 IMF 이후 일터를 지배하던 원리·규칙에 대안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물량 변동에 따른 노동시간/임금/고용의 유연성을 약화시킨다. 

IMF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원리·규칙은 생산량에 따라 노동시간이 변동하고 임금이 정해지며 나아가 고용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경기변동에 따라 생산량은 언제나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생활임금 확보나 고용안정과 같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아무런 힘을 가질 수 없었고, 기업의 일상적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그저 생산량이 많기를, 즉 회사가 잘 나가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에서 물량은 더 이상 절대적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제 법정 노동시간을 전제로 생산계획이 세워지고 임금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에 따라 노동시간과 임금은 예상 가능한 것이 되고, 큰 변동이 없는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둘째, 이윤 추구의 극대화를 약화시킨다. 

IMF 이후, 이윤은 합리성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 기업 경쟁력이 노동자들 생존의 최우선적인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이윤 확보를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기 시작한다.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강도, 비정규직 확산은 노동자들의 ‘동의’를 통해 합리적 원리·규칙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이윤 앞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삶의 행복, 연대와 단결 같은 가치는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심야노동의 철폐는 가치관·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심야노동의 철폐로 인한 공장 가동 정지는 물량의 ‘신성함’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무슨 방법을 쓰든 정해진 생산량을 맞춰 내는 것이 당연했던 현실에 대해, 그래서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였던 삶에 대해, 노동자들은 비로소 다른 가능성을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위의 두가지 변화는 주간연속2교대제에 잠재해있는 가장 결정적인 효과이다. 물량을 기준점이 아니라 종속 변수로 자리매김 하는 것은, 대신 노동자의 몸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의제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일의 처리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합리성의 등장 속에서,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 축소, 생활임금 보장, 일자리 창출, 노동강도 완화와 같은 사안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논의 지형을 가지게 된다. 


두원정공 사례를 통해서 본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의의


- 두원정공 사례는 작업장의 시간제도 전변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노동시간의 단축과 심야노동의 철폐는 작업장의 시간성에 포박되어 있던 노동자들을 해방시켜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자유 시간을 계획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여가생활과 가족생활이 보다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결과가 나타났으며,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자아와 삶이 새롭게 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질곡하는 역동을 역시 함께 관찰되었는데, 주체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자유시간의 자발적 포기 및 ‘더 긴 시간의 노동-더 많은 임금’이라는 과거의 시간성으로의 회귀가 이에 해당한다.


- 결론적으로 두원정공은 조합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정착 이후 삶의 회복을 위한 도정에 섰다고 볼 수 있다. 투쟁의 성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성에 몸을 맡기고 시간 주권을 포기한 채 다시금 과거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불안한 발을 떼어 앞으로 한 걸음 나갈 필요가 있다. 성찰성(Giddens, 2010)을 바탕으로 시간의 회복을 삶의 회복으로 진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 두원정공 사례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생산직 남성 노동자의 정체성과 노동자 가족 문화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 대한 도전을 제기한다. 그러나 보다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할 점은 이러한 표면 이면에 존재하는 역동이다. 어렵사리 확보한 자유시간을 추가적 소득을 위한 제2의 임금노동 시간으로 활용하는 점, 연월차 미사용 사유의 가장 큰 이유가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 특근 통제에 대한 불만과 특근 선호 강하게 존재한다는 점 등은 조사과정에서 종종 표면에 떠올랐던 조합원들 속의 또 하나의 지향이고 바램이었다. 이러한 역동은 작업장 시간성으로의 자발적 회귀 그리고 일상의 포기를 담보로 한 임금의 보상으로의 투항이라는 점에서 삶의 회복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이것은 비단 몇몇 개인들의 선호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 깊은 분석을 요한다.


한국 제조업 생산직에 일반화되어 있는 ‘최소 기본급+시간외 수당’의 임금 구조는 그들로 하여금 돈의 보상이 잃어버린 시간을 대체할 만큼 가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과 군대식 통제라는 뿌리 깊은 작업장 문화는 노동자들이 삶의 희생을 당연시 하며 ‘돈 버는 재미’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 97년 경제위기와 뒤이은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마음 속 깊이 불안을 새겨 삶의 포기를 대가로 한 고용의 유지와 임금의 보상의 추구를 절대화 하였다. 


이러한 선호와 역동은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겪어온 공통된 역사와 집단적 기억 속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산업 초창기부터 자유 시간, 가족과의 단란한 한 때, 지역 및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모두를 포기하고 일하면서 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희생이 크면 클수록 함께 커져 되돌아오는 임금이었다.

[언론보도]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2014.08.13, 노동시간센터)

출처 : http://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9653&page=1&category2=203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 노동시간을 둘러싼 정치와 투쟁

[주례토론회] 참세상-노동시간센터(준) 공동기획 연속토론(1)


김경근(노동시간센터(준)


지난 6월 참세상 주례토론회에서는 4회에 걸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센터(준) 회원들의 다년간에 걸친 연구 작업의 성과가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를 둘러싼 투쟁의 과정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짚어 보았다.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장시간 노동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말 오래 일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 평균인 연간 1700여 시간보다 500시간 정도 더 길게 일한다.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다른 나라보다 자그마치 3달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은 몇십 년 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일년 내내 일한다. 


언제까지나 당연하게 여겨질 것만 같았던 장시간 노동이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점점 더 가족과 여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과 건강의 소중함이 인정받게 되면서, 장시간 노동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선거 캠페인이 등장했듯, 한국 사회는 점점 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깨닫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미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거부할 수 없게 되자, 속도와 방향을 자신들의 뜻대로 좌우하려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과정을 최대한 뒤로 늦추는 한편, 단축의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 위기의 순간이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노동시간의 통제권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 노동시간은 비단 ‘길이’ 만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도 있다.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같은 시각에 시작하여 같은 시간동안 작업하고 같은 시점에 일을 마쳤다면, 이제는 개인별로 다양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너무 적게 일한다. 어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일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더욱 더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배치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오래 일을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노동시간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가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의 유연화를 확보한 그들은 나아가 시간의 유연화마저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노동시간의 유연화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개인들이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노동시간이 개인별로 다양해지고 유연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노동시간 유연화 자체가 노동자들의 ‘시간주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의 현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선택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관건은 노동시간의 통제권이다. 


장시간 노동의 원인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최대한 적은 인원을 채용하여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세계 모든 자본의 꿈이다. 중요한 것은 왜 한국에서 유독 그러한 방법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이다. 


임금 : 저임금과 낮은 기본급 


우선 임금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적으며, 기본급이 낮은 임금 구조이다. 게다가 복지제도는 열악하다. 따라서 잔업·특근을 동반한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연구들은 고임금 노동자도 잔업·특근을 한다는 것을 근거로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저임금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고임금이 잔업·특근의 결과라는 점, 즉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고임금이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해도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인한 착시효과일 뿐이다.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법·제도와 사회적 규범 역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명목상으로 법정 노동시간은 존재하지만 초과노동에 대한 규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법·제도 자체가 허술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실질적인 제재까지 미약한 것이다. 


거기에 장시간 노동을 미덕이자 의무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진다. 약속된 시간만큼 일하는 것은 이른바 ‘칼퇴근’이라 불리며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휴가 일수 자체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전부 사용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많은 연구들은 노동자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돈을 더 받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보는 관점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규범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거스를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일터에서 자본과 노동의 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소비 


이에 더해, 소비가 점점 더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낙은 갖고 싶은 물건들을 ‘지르는’ 것이다. 원하는 상품을 사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이 일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힘들 때면, 물건을 사고 다시 행복해진다.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모습을 ‘일 중독’ 혹은 ‘소비와 노동의 악순환’으로 설명한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이 일한다는 것이다. 노동은 결국 임금을 받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설명은 분명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 부여가 적으며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더 커진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원한다는 주장이 결정적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한국의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선택은 ‘욕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진 ‘공포’와 ‘불안’을 읽어야 한다.


노동현장의 권력 변화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 공포와 불안에 의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단순히 욕심을 버리는 차원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것이라면, 노동자들이 의식을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포와 불안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을 오래 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지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과 고용불안


IMF 경제 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극심한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 고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언제 일거리가 줄어들지, 일자리가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잔업과 특근이 다 떨어져서 법정 노동시간만큼만 일하는 것은 임금 자체가 워낙 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용불안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쉴 새 없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시간 노동만이 곧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것의 유일한 증거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믿음직한 방패가 되지 못했고 점점 더 힘이 약화되어 갔다. 집단적 해결책이 좌절된 상황에서 남은 길은 개별적 순응뿐이었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고, 나아가 감사한 선물이 되었다. 


기업의 권력 강화 


무엇보다 일터의 권력이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회사가 초과노동을 ‘권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구조조정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구조조정의 대상자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에서, 형식적으로 주어지는 선택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그러한 자기 위안은 고용에 대한 공포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결국 장시간 노동은 IMF 위기 이후 재편된 작업장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시간당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다. 또한 소비를 좀 더 줄이려는 의식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꿈꾸도록 강요당했다. 그러한 꿈에 익숙해지고 만족하게 된 것은 사후적인 결과일 뿐이다. 지금처럼 오직 장시간 노동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는 것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다른 꿈을 꿀 수는 없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작업장 권력 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노동시간의 중요성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것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과 노동시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일터에서 벌어지는 자본과 노동의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일터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그저 여가와 가족의 문제로 국한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노동시간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일터의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주장들은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윤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임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현재의 규칙이었다면,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일터’의 안과 밖을 연결시키는데 있다. 노동시간은 본인의 건강과 여가 그리고 가족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노동시간 단축의 원동력은 분명 그렇게 일터 ‘바깥’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터 ‘안’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며, 무엇보다 ‘안’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노동시간은 일터 안과 밖을 연결하는 고리이자, 둘 모두의 변화를 위한 핵심적인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