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우리에게 노동자 주치의는 요원한 일일까? (19.09.19, 매일노동뉴스)

우리에게 노동자 주치의는 요원한 일일까?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09.19 08:00

몇 년 전 한 사업장에서 이황화탄소 배합 공정 노동자의 혈당이 너무 높았다. 그는 빚이 있어 투잡을 하고 있었다. 수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을 제때 방문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그가 방문했을 당시 측정한 당화혈색소 수치를 근거로 약을 처방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보건관리전문기관 의사는 사업장 보건관리의사임에도 고용노동부의 법적 해석이 불분명해 처방을 못하는 상황이다. 또 이황화탄소 업무가 당뇨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위험관계를 알고 있으므로 의원에 진료를 예약해 치료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또한 하지 못했다. 보건관리의사는 개인의원을 병행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말로만 상담을 하게 되니 의사-환자 관계의 한계가 명확했다. 점차 상담의 순응도는 떨어졌다. 결국 몇 년이 지나고 그가 개인적 여유가 생겼을 때에서야 당화혈색소 수치가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고혈당으로 인해 당뇨합병증이 발생하고 말았다. 뒤늦게 그의 업무적합성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황화탄소 작업에서 업무를 전환했다. 업무전환이 합병증 악화를 막는 데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비가역적인 합병증 발생단계를 이미 지난 상황이므로 그는 앞으로 평생 장애위험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업무상질병의 보상 여부를 떠나서 초기 단계에서 업무상질병을 예방하고 치료적인 접근을 하기에는 지금 제도는 너무도 미흡하다. 방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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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노동자 주치의는 요원한 일일까? - 매일노동뉴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천명이 업무상사고로 사망하고 6천500명이 업무상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추산했다. 업무상사망의 대부분(86.3%)을 업무상질병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은 순환기계질환(31%), 업무관련성 암(26%), 호흡기계질환(17%)이 대표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체 사망의 5~7%는 업무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과 국가별 산업화 정도에 따라 업무상사고와 질병의 비율, 그리고 주요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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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두 명의 PTSD 환자 이야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두 명의 PTSD 환자 이야기

 

최혜란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1시간 간격으로 연달아 2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환자를 만나게 된 어느 날이었다. 두 환자는 모두 직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그 후에 사고와 관련된 자극을 회피하고 작은 자극에도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등 전형적인 PTSD 환자였다. 그러나 본인의 이야기를 할 때의 감정 상태와 태도는 판이하게 달랐다.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환자1. (흐느끼며) "저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저는 정말 멀쩡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회사는 이 사고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만 말하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제 아픔을 모르는 척할 수가 있는 건지.. 회사에서도 버림받은 것 같고 동료들도 너무나 야속합니다."

환자2. (매우 담담한 어조로) "저는 사고가 났을 때 올바르게 대응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사고 처리를 위해 동료와 제 직속 상사가 적극적으로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경찰에 신고 하는 일부터 산재 신청하는 것까지. 저도 이렇게 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질환 산재 진행 과정에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매우 중요

최근 정신질환의 산재 신청 및 승인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직장에서 사고가 난 이후에 발생한 PTSD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승인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자신이 겪은 상황을 직접 증명해야 하며, 또한 이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생 또는 악화 되었다는 인과관계 역시 입증해야 하기에 그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

산재 신청에 앞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감내하는 일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 되고, 진단 및 산재 신청까지의 과정에 필요한 절차를 수행하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힘겨운 과정일 것이다. 더구나 지나간 일을 떠올리며 그 당시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시 경험한다는 사실 만으로 산재 신청은 언감생심이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내가 만난 두 명의 환자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는 극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두 환자의 앞뒤 사정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한 쪽은 전혀 지지받지 못한 채로 힘겨운 발걸음을 딛고 있었고, 한쪽은 동료와 상사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당하게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에 찬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 정신질환 산재 인정과정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의 해결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 일터의 동료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pixabay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게 직환의는 마지막 보루일 수도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일터 괴롭힘 생존자 인터뷰(일터 185호 9쪽)'에서 피해자는 비록 동료들의 지지는 없었지만, 정신과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에게서 가장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그 말이 마음속 깊이 와 닿았다.

이를 종합하면 결국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만날 때 그에게는 누구든 주변의 지지가 절실히 필요한데, "환자1"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자신을 지지해줄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그 실효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빠진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지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이 만들 어진 취지를 생각해본다면, 결국 '직장인의 고충'으로만 여겨졌던 일이 사실은 직장 내 괴롭힘일 수 있으므로 직장에서의 인권과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도일 것이다. 결국, 괴롭힘 피해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폭력이나 괴롭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교육을 받고,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나 물리적/언어적 폭력 외의 비가 시적인 배제 등도 괴롭힘의 영역이라는 것을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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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우리의 안전의식은 아직 진화 중 (19.03.21, 매일노동뉴스)

우리의 안전의식은 아직 진화 중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03.21 08:00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특정 상황에 부닥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심한 공포감을 느낀다. 숲속에서 지나가는 뱀을 볼 때,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에서 기척이 느껴질 때가 그렇다. 이런 공포감은 본능적인 것으로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 수백 만 년 동안 진화한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심한 공포감을 느껴 잽싸게 도망을 친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남아서 우리에게 그렇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유전자를 물려준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안전에 관한 가장 원초적인 의식이 아닐까 싶다.



[언론보도] 사업장 안전보건체계 책임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9.03.14, 매일노동뉴스)

사업장 안전보건체계 책임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2019.03.14 08:00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 노동자 3만8천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매년 2천400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6년에도 2천40명이 산재로 숨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산재사망 만인율은 0.68(2013년 기준)로 독보적 1위다. 일본·독일의 4배, 영국의 14배나 된다. 한국 교통사고에 비해서도 1.3배 높다. 산재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지만 자살을 제외한 다른 외부 원인 사망률과 비교하면 그 변화 속도가 같아서, 산재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대처가 없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언론보도] 누구에게나 글로 남기고 싶은 기억 속 환자가 있다 (청년의사)

누구에게나 글로 남기고 싶은 기억 속 환자가 있다

기사승인 2019.02.25  06:00:03

- 제18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 개최…대상 류현철 과장 등 14명 수상 영예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제 18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24일 한미약품 2층 파크홀에서 열렸다.

‘제 18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에는 작품 <당신 탓이 아닙니다>로 대상을 수상한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류현철 과장 등 6명의 수상자와 청년의사 신문 이왕준 발행인, 한미약품 우종수 대표이사, 심사위원장 정호승 시인, 한국여자의사회 이향애 회장을 비롯해 4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http://m.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5596

 


[언론보도] [제18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 당신 탓이 아닙니다 (청년의사)

[제18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 당신 탓이 아닙니다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류현철 직업환경의학과장
  • 청년의사
  • 승인 2019.01.01 06:00
  • 최종 수정 2019.01.01 06:00







머뭇머뭇 지인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 문을 들어선 칠순의 노동자를 만난다. 단정한 옷매무새와 차분한 말투, 오랜 시간을 두고 일터에서 그을려온 이들 특유의 구릿빛 얼굴과 미간을 가로지르는 세월의 주름, 거기에 더하여 뭔가 짐작하기 어려운 무거움과 어두움이 더해진 낯빛을 한 아버지 세대의 노동자와 마주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노동을 시작했을 그가 아들뻘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를 찾아온 사연은 무엇일까?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히 풀어내도록 해야 한다. 한자리에 머물지 못했던 시선이 조금씩 내 시선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직 어색했지만, 언뜻 엷은 미소가 깊은 주름으로 굳어진 미간을 부드럽게 풀어주니 진즉부터 가지고 계셨을 순박하고 인자한 표정이 비친다.


[언론보도] 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② 업무적합성 평가 사례 (매일노동뉴스)

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② 업무적합성 평가 사례송윤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송윤희
  • 승인 2018.12.13 08:00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근경색을 앓은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노동 말고는 생계를 유지할 길이 없었던 그는 주치의에게 가서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심초음파 결과를 본 심장내과 의사는 걱정스런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일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절대 일하지 마세요.”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625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 2018.10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강충원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회장

의대생들에게 "일하는 사람의 건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정식 수업 이외에 의학 공부에 집중된 의대생들에게 사회의 현실을 알려주는 일종의 교양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그때 의대생이나 의전원생들에게 여러분들이 노동자를 진료하는 일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잠시 정적이 흐르고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학생들 머릿속에는 병원에서 보는 환자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덧붙여 이야기하며 여러분들이 만나게 될 환자분들은 일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일을 했거나 앞으로 일을 해야 할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을 상기시켜 주곤 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겐 의학지식보다 어려운 것이 직업을 묻는 일인 것 같다 환자들에게 "무슨 일 하십니까?" 물어보면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 흐르는 직업에 대한 편견도 작동하지만, 의사들에게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들은 직업을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은 직업을 아는 것이 치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직업을 물어보는 것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가 그것을 배운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직업을 다 이해하거나 그 일이 병의 원인이나 치료, 이후 재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오히려 노동자들이 환자가 되었을 때 자기 일이나 자신이 사용한 화학물질이나 자신이 의심가는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의사와 상담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둘 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도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막상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그것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앞서와 비슷한 이유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직업, 노동과 의료, 건강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건강하게 일하기"를 위해서 직업환경의학과라는 전문 과목까지 생겼음에도, 여전히 현실은 이윤을 표방하는 기업 논리 앞에 노동자의 건강권은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이렇게 직업, 노동과 괴리된 의료, 건강에 대한 인식 외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직업을 물어보고 일하는 과정에서 노출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명을 다룬다는 병원에서도 시간은 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못 버는 과는 공간과 시간이 축소되거나 폐과되고, 돈이 안 되는 행위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사실 돈이 안되는 직업환경의학과는 사실상 늘 존재증명을 해야 하는 과이다.

현대인의 질병의 원인이 70%가 흡연이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환자의 금연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나, 질병에 대한 직업의 기여도가 2~10%라고 하지만 의사들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몇 가지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진료실에서 한번 더 고민할 이유가 몇가지 생겼다.

내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보건관리대행이나 근로자건강진단 시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산재신청을 도울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또한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불필요하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연 인정기준에 해당하면 이전보다 쉽고 빠르게 산재로 인정받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또한 산재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 중 고위험 직종이나 업종에서 근무하는 경우 산재 특진 과정에서 진단과 치료에 대한 비용을 공단이 부담하여, 적절한 시기에 치료적 개입을 통해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서울시에서는 지자체 예산으로 근골격계 다발 위험업종이나 아파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던 노동자들을 위해 유급 병가제도를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일하다가 병을 얻었지만, 업무상 질병인정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기 주저했던 많은 분들, 그리고 그 가치가 저평가 되었던 많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반대 세력이 있고, 좋은 무기를 가졌더라도 잘 연마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노동자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 "직업을 물어보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설명하여" 변화하는 제도를 통해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도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서로가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만남이, 직업을 물어보는 일들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언론보도] 창립 30주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노동자·시민과 함께하길 (매일노동뉴스)

창립 30주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노동자·시민과 함께하길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형렬
  • 승인 2018.09.13 08:00







2018년 11월1일부터 3일까지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올해는 문송면군의 수은중독 사망,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이 3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903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2018.0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요긴한 것이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실제로 그렇게 일이 해결된 후 자신감을 표현하면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잇몸까지 쓰는 상황이 좋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잇몸을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훨씬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잇몸까지 상하고 나서는 더 이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외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얼마 전 출장을 나간 곳에서 방아쇠 수지로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를 만났다. 에어건(air gun)을 온종일 쓰면서 방아쇠를 수시로 당기니 검지 쪽인대에 전형적인 방아쇠 수지가 생겨버렸다. 병원에 다니면서 주사도 맞아봤지만, 그때뿐이고 어차피 검지를 계속 쓰면 더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에 이제는 중지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왼손, 오른손, 검지, 중지를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럴 수 있었으면 아플 일도 없었겠다 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물건을 처리하는 동안 쉴 틈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고 조금만 신경을 못 써도 하자가 생기곤 하니 손가락이든 자세든 바꿀 틈 같은 건 없다고 한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똑같은 일에 검지 대신 중지를 쓰는 것, 이 대신 잇몸을 내어주는 것뿐이다. 식품 포장하면서 철끈을 돌려 묶느라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겼던 다른 노동자는 오른손을 수술받고 아껴 쓰는 동안 왼쪽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겨버렸다. 자동차 정비를 하던 노동자는 테니스 엘보우를 치료받는 동안 어깨의 충돌증후군이 심해졌다. 쉼 없이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노동자는 이가 깨지고 결국 잇몸마저 내어주게 되는 것이다.

평생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근골격계 질환이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의 대부분은 전업주부든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자영업자든 자신의 직업과 관련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을 직업이라고 할 수 있고 한국과 같은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과정 상 그것이 자세와 관련된 것이든 잦은 사용과 관련된 것이든, 개인적인 특성에 의한 것이든 오랜 시간 근골격계가 변형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직업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개인이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사무직 노동자에게 요통이 발생했다고 하자.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환경, 의자 및 책상의 좋지 않은 구조, 활동량이 적어 생기는 복부비만, 허리를 굽히는 자세 등 수많은 직업과 관련하여 파생된 요인들이 요통의 원인이 되겠지만 결국 그 노동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자비로 병원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 산재는커녕 공상조차 이야기하지도 어쩌면 생각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산재해줘야 하는거 아냐?’라는 전혀 진지하지 않은 농담을 상사로부터 듣기도 한다. 한편, 병원에서는 ‘너무 오래 안 좋은자세로 앉아있어서 그래요. 계속 앉아만 계시면 안 돼요. 한 시간에 10분은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세요.’라며 가장 중요한 원인을 당연히 가장 오랜시간을 들이고, 불편한 자세를 강제하는 노동자의 직업에서 찾는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직업 관련한 근골격계 질환에 의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손실일수의 약 25%, 98억 유로의 생산 손실(2009년), 조기 은퇴하고 조기 노령 연금을 수급하는 이유 중 정신 질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인, 치료, 재활, 간병에 연간 250억 유로 사용 등 실제 사회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입게 되는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이에 독일의 산업안전보건 종합계획에는 지속해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예방 대책이 있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직업 관련 손실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명백한 재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조차 공상처리를 강요하여 산재를 은폐하며, 질판위에서는 아직도 퇴행성 질환은 직업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나오고있는 상황이니 앞서 사무직 노동자의 예와 같이 직업 때문이지만 건강보험으로 치료되는 많은 경우는 확인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려는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직업 관련 근골격계 질환의 크기조차 확인이 안 되고 대부분 자비로 치료하는 상황, 이가 없으면 알아서 기꺼이 잇몸을 내어주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실에서 어떤 사업주가 나서서 환경을 개선하려 할 것인가.

이제는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인정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이를 신청할 방법도 매우 간소화 시켜야 한다. 다른 질환보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 시켜야 하는데, 이는 감기처럼 흔하면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있는 질환은 동네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성 암이나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과 꼭 같은 과정을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을까, 현재는 제대로 된 질환의 규모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직업에 기인할 수밖에 없는 근골격계 질환이 더 이상 건강보험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만큼의 재정 부담을 그 원인 제공자인 사업주에게 산재 보험금 인상 등으로 물어야 한다. 근골격계 사고의 예방, 작업 환경에 대한 인간공학적 개선, 작업 간 휴식 시간을 통한 근골격계 피로 회복 등의 대책은 관리 감독만으로 해결되기보다, 직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을 사업주가 제대로 지게 될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보도] 반올림과 전해지지 못한 메시지 (매일노동뉴스)

반올림과 전해지지 못한 메시지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7.26 08:00







가슴 먹먹하게 기쁜 날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2차 조정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952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 2018.07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이이령, 운영집행위원/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수명은 모르긴 몰라도 한참 줄어들었을 겁니다. 1차전 스웨덴과의 시합 전 결의에 찬 당당한 표정은 두 경기를 내리 진 1주일 만에 폭삭 늙고 지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직무스트레스는 너무 심해 감독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연상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에 폭삭 늙어버린 신태용 감독을 보고 나니, 저는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할때 만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생각 났습니다.

신규 간호사 대상 특수건강진단

#1. 23세 여성 신규 간호사인 김신규(가명)가 ‘배치전 건강진단’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온다. 아직 근무시작 전인 그녀는 학생 때 보고 들은 병원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에 대한 신기함과 기대감이 있는 밝은 표정이다. 어디 아픈 데 없이 튼튼하다고 한다. 나는 야간근무, 교대근무, 직무스트레스 등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건강 영향에 설명한 후, 잘 지내고 6개월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하였다.

#2.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 문진으로 만나게 되는 김신규 간호사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6개월 전과 다르다. 얼굴의 모든 근육엔 힘이 없는 듯한 무표정으로, 졸린 듯 눈은 반쯤 감긴 상태로 돌을 얹은 듯 축처진 어깨를 겨우 끌고 터벅터벅 들어와 의자에 풀썩 앉는다. 심하다고 느끼는 신체 증상엔 피로감, 눈 충혈, 팔 · 다리 · 어깨· 허리 통증, 하지 부종, 소화불량, 불면증 및 불규칙한 생리 등이 있고, 모두 입사 후 생긴 증상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증상 백화점 수준이다. 증상과 근무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제야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는지, 여러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조직적 · 개인적 해결책을 나름 얘기해주지만, 그녀의 조건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선다. 그래도 진료실을 나가는 표정과 발걸음은 들어올 때 보다는 그나마 낫다. 내가 해결해준 건 하나도 없지만, 짧지만 얘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故 박선욱 간호사도 신규 간호사였다

위의 내용은 특수건강진단 시 흔히 만나게 되는 신규 간호사의 사례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다 보면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직군은 50대 남성 경비 노동자도 40대 여성 급식 조리 노동자도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린 입사 후 6개월가량의 신규 여성 간호사들입니다.

지난 2월 고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도 신규 간호사로 근무한 지 약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취직하기 어려운 요새 세상에 대학 병원 간호사면 안정적이며 월급도 괜찮은데, 남들 다 참으며 잘 다니는데 그걸 못 참냐며, 적응을 못 하는 개인 탓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움’, 부족한 교육, 병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고강도 장시간 노동, 생명을 다루는 업무 스트레스, 회사 내 지지체계의 부족 등의 여러 구조적 문제는 신규 간호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40%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온갖 곳이 아픈 채로 회사에 다니거나, 견디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퇴사도 어려워 급기야 삶을 마감함으로써 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으로 입사 6개월 만에 표정이 없어진 채 몸과 마음이 폭삭 늙어버리는 것은 김신규 간호사, 故 박선욱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 이야기일 것입니다.


해결은 가능해야한다

이런 상황을 신규 간호사 혼자 해결하긴 어렵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야간노동자 특수건강진단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체적이며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간호사의 임신순번제, 장기자랑, 야간근무 수당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되어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병원을 바꾸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사례, 민주노총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 · 개별 간호사 및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활동하는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등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서울대병원 등 여러 노동조합처럼 지속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자들만 노력한다고 완전히 해결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입니다. 교대·야간근무를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는 건강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오히려 더 짧아야 하며, 유럽 등 대부분의 해외에서는 보건업도 노동시간 규제의 예외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간호사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법 · 제도적 변화는 가능하며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학교와 병원도 신규 간호사 교육의 내실화,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관리, 이직률 감소를 위한 정책 그리고 학생 때부터의 노동안전보건 교육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체념 · 이직 · 퇴사 그리고 죽음 이외에, 가치 있고 즐거운 병원 간호사 생활은 실현 가능한 목표이며, 같은 병원 동료로서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언론보도] 집배노동자 과로사는 국가에 의한 살인 (매일노동뉴스)

집배노동자 과로사는 국가에 의한 살인

기사승인 2018.07.12  08:00:02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7월1일 대구지역 우체국 소속 집배노동자가 택배 픽업업무를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6일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집중수거 작업을 마친 집배노동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집배노동자들에게 ‘특별기’라고 불리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직후에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