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발목을 잡히다... /2016.8


<일터> 통권 139호 / 2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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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싸움 

27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현황과 교대제 변화의 영향 

29 노동시간-생산성을 둘러싼 교전 

33 자동자 부품사 교대제 변경과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문제 

36 통상임금 임금체계 바꿔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지역에서는] 

  이렇게 일하다가 죽을 거 같아요


8 [지금지역에서는] 

  군산 유해가스 누출사고, 노동자는 대피하지 못했다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이제 30%쯤 알게 된 것 같아요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노동안전보건교육 


14 [현장의 목소리]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6만명을 매일같이 안전하게 떠나 보내죠 


22 [연구소 리포트]

   조선업종 물량팀 노동조건 실태연구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개선 요구해도 안 듣던 회사, 시정조치 바로 하는 게 변화죠 


44 [시간의 재구성 노동시간 에세이] 

   시간 빈곤의 세계, 영화 인타임은 우리네 자화상 


48 [문화읽기] 

   어린이집에 대한 재고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 

   사라진 사법부의 권위 이유는 


52 [일터 다시 보기] 

   직장 내 괴롭힘 공론화가 시급하다 


54 [이러쿵저러쿵] 

   소중한 결실 그리고 첫걸음 (사)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56 [가로세로퀴즈]



특집 3.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2015.07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 신경아 교수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는 주로 여성노동, 신자유주의 사회의 개인화, 노동자 가족의 일- 삶균형, 감정노동, 일터에서의 인간관계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여성과 일: 일터에서 평등을 찾다>, <시간제 노동과 성평등: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 <감정노동의 구조적 원인과 결과의 개인화> 등 다수의 책과 논문을 발표하였다.

 

 

최근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이나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체계'와 같은 사례를 통해, 자본의 폭력적인 인사정책에 의해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심각하게 파괴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란 틀로 설명하기도 한다. 가학적·폭력적 노무관리와 직장 내 괴롭힘, 어떻게 다른가?


"'직장 내 괴롭힘'이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폭력적인 노무관리는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가해대상과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기업의 경영전략 전반이 노동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기조일 수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전개되는 인사관리, 실적을 쥐어짜기 위한 영업 전략이나 평가체계, CS(고객만족)를 추구하기 위한 과도한 교육 등이 이에 속한다. 이를 '가학적 노무관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종업원 간의 관계, 즉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 모두에서 일어난다. 회사 전체의 경영전략이 아닐지라도 개별 상사(관리자)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노동자를 괴롭힐 수 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데 일하는 방식이나 성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업무상 성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양상을 띨 수 있다.

 

혹은 같은 직급 내, 수평적인 관계의 노동자들끼리 역시 갈등이 생기는데, 여성 직원에게 남성 동료들이 비하적인 언사를 하는 것, 직장 내 성희롱도 여기에 속한다. 혹은 같은 노동자임에도 노조에 가입한 사람을 백안시하며 따돌리는 사례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 의한 괴롭힘이 있다. 고객을 직접대면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주로 노출되는 괴롭힘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최근 보고서나 논의들을 보면 여러 가지 외국의 사례나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어떻게 정립되어 있는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는 것은 학술 진영에서 제기한 개념은 아니다. '성폭력' 사안이 그랬듯이, 현장에서 발생한 어떤 '문제'적 현상을 '문제화' 하고 이후 처벌기준과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흐름 가운데 실태조사와 이론 작업을 병행하는 중이라고 보면 되겠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관련 연구가 거의 없고 학술적으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영어권에서는 workplace(직장)라는 단어에 bullying(약자 괴롭히기, 따돌림), harassment (괴롭힘, 학대), violence(폭력, 폭행)과 같은 단어를 붙여서 표현한다. 일본은 직장 내 상하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은 '파 워하라(power harassment)',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성적 괴롭힘은 '세쿠하라(sexual harassment)', 임신이 나 출산시기의 노동자를 괴롭히는 모성탄압은 '마타하라 (maternity harassment)'로 나눠 유형화 했다.

 

한국의 노동자 괴롭힘 양태로 볼 때 개인적으로는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 전략'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다. 직장 내 괴롭힘의 여러 가지 양태 중에서도 관리자로부터의 괴롭힘 더 나아가 회사의 경영전략으로서 채택한 폭력적인 인사(노무)관리의 성격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국사례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나? 한국사회의 여러 '직장 내 괴롭힘' 양상들을 보며 주목하시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노사관계가 안정된 유럽 국가들 같은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한 괴롭힘에 주로 주목하고 있다. 즉, 고객에 의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많아 이 부분이 최근 가장 큰 이슈이다. 노동자 인권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상사가 노동자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제3자에 대한 것이 더 부각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감정노동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만드는 '감정노동자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보니, 한국에서 만드는 이 메뉴얼이 그 어떤 나라에서 만든 것보다 내용이 많고 앞서 있더라. 유럽 등지에서는 기업이 과도한 감정 억압적 노동이나 CS평가를 노동자에게 마구 부가할 수 없다. '손님은 무조건 왕'으로 대하며 노동자가 고객에게 괴롭힘 당하는 부분이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제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과도할 경우 노조를 통해 문제제기 의견 반영이 잘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세세한 법 규정이 굳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일상적인 괴롭힘, 폭력적 노동 통제를 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기업의 폭력적 노동통제의 맥락을 짚어보면 첫째로 실적관리가 가장 많다. 높은 실적, 시장 우위 선점을 이유로 노동자의 근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노골적 구조조정이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고 싶으나 자를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갈 때까지 괴롭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기업의 전략적 괴롭힘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성과를 위해 노동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근거 없는 경영전략이다. 엄격하게 근태관리를 하기 위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 정당한 이의제기 창구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의 '통제' 전략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성과를 올리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젠더차별로 나타나는 모성 탄압적 괴롭힘과 성적 괴롭힘 역시 노동자를 퇴출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기업이 공식적인 통제 전략으로 표방하지는 않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법정 육아휴직기간을 신청한 여성이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거나,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커피 타는 손님접대는 여성에게 요구되어 일 집중도나 직장 만족도가 떨어져 이직했다는 등의 얘기는 너무 많다."

 

성과를 높이고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제고한다는 명목에 서 자행되는 한국 기업들의 엄격한 근태관리 정책이나 저 성과자 관리프로그램은 실효가 없는 것인가?


"생산성과 이윤의 논리로만 봤을 때도 자본의 이러한 전략은 바뀌어야 한다. 경영·경제학 쪽 이론에서 말하기를, 기업이 성과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노동자를 통제할 때 가장 우수한 노동자가 빠져나가게 된다고 한다. 회사의 억압적인 분위기 안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하는 불만이 있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 퇴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에서 눈엣가시로 여기며 퇴출시키고자 했던 '능력이 부족하고 실적이 없는' 노동자만 남는 결과를 기업 스스로 자초하는 꼴이다.

 

한편 그런 회사에 남은 사람들은 무사안일주의, 관료주의에 빠진다고 말한다. 압박에 지친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창조적인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열심히 뭔가를 달성하면 또 더한 성과를 요구받게 되니 위에서 시키는 선 정도만 맞추는 것이 노동자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즉,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산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결국, 현재 기업들의 행태는 한국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자본이 노동을 바라보는 매우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인식('노동은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작동하는 가운데, '비용절감'을 위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및 구조조정 전략이라고 보인다. 작년 말 발표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직무 성과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결국 성과가 낮은 노동자는 해고가 용이하게끔 하는 개악안인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정책까지 이렇게 되어가고 있으니, 자본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같은 폭력적 경영전략이 더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한국기업들이 이러한 노동통제가 상대적으로 더 폭력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타성적 인식이 문제라고 본다. 노동자는 계속 통제하고 감시·감독해야 하는 존재이며,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 억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한다. 또한 그보다 더 긴 역사 속에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위의 문화도 큰 문제이다.

 

반드시 성폭력과 같은 성적 괴롭힘의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러 괴롭힘과 폭력의 양상들은 젠더 차별적으로 나타나기 일쑤이다. 이 사회의 산업구조와 직무배치가 젠더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 여성노동자가 훨씬 많이 투입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가 큰 틀에 존재하고, 특히나 공공기관의 민원담당, 기업의 불만처리 창구·핫라인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자리에 젊은 여성노동자를 배치하는 경향이 짙다. 외국의 경우 특히 불만접수 업무는 전자 우편이나 우편을 통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노동에 대한 천대, 가부장적 문화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그리고 산업구조와 맞물려 괴롭힘의 가해주체(기업·동료나 직장상사·고객들)들이 여성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약한 노동자에게 훨씬 더 폭력적으로 대한다. 비정규직, 이주여성, 성적소수 노동자에게라면 괴롭힘의 심도가 훨씬 더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혹은 선결과제로 생각하시는 것이 있는지?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은 기업에 의한 경영전략상의 노동통제 측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주요하게 발생한다. 이것이 외국과 다른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우리와는 그 양상부터 다르기에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는 건 맞지 않다.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를 빌미로 기업 경영전략 차원에서 무개념적으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흐름이 있는데 이것의 허위성을 폭로하며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한편 결과중심 자본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틀을 깨기 위한 새로운 성과지표 개발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특집 1. 이것은 '학대'다 /2015.7

이것은 '학대'다

- 사례로 본 가학적 노무관리

 

선전위원회

 

 

"책상에 앉혀두고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높은 사람들이 나와는 얘기도 하지 말고 밖에서 밥도 같이 먹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직원들은 나와 눈 마주치기도 어려워했습니다."

 

지난 5월 10일 자살한 양우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장이 생전에 나눈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고 양우권 분회장은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두 차례나 해고를 당했는데, 결국 3년에 걸친 길고 어려운 법정 투쟁을 통해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2014년 2월 두 번째 징계 해고까지 '부당해고'라고 판결이 확정되었지만, 회사는 그를 원래 일하던 제철소 현장 대신 제철소 밖에 있는 행정사무실로 출근시켰다. 거기서 회사는 그를 책상에 앉혀둔 채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았다. 홀로 남아서도 투쟁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다양한 방식의 학대로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을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없었다.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다

  
이런 행태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내 폭력의 한 유형으로 심리적 괴롭힘, 감정적 학대, 집단적 따돌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앞뒤 꽉 막히고 폭력적인 '진상 상사'가 폭언과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대우를 하는 드라마 속 장면이 떠오르거나 친한 동료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다른 동료를 왕따 시키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칫 노동자들 사이, 개인적인 문제에 기인한 정신적 괴롭힘이나 감정적 학대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통일된 정의가 사용되지는 않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보통 괴롭히는 사람과 피해자 사이에 불균등한 권력 관계가 있으며, 더불어 괴롭힘 행위가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또 피해자 스스로가 열등한 위치에 처해 있음을 알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는 것 등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공통적으로 뜻하는 것들이다.

 

'가학적 노무관리'란 이런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나 상급자가 인사 관리, 노무관리의 수단으로 채택한 경우다. 가학적 노무관리에 대한 연구는 사회학이나 경영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학적 노무관리'란 '상사가 관여된 적대적인 언어적 비언어적 행위가 지속적으로 행해진다는 하급자의 인식'이다.

 

기본적으로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인 상사-부하직원 혹은 경영 조직 자체-노동자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정의할 때처럼 '피해자의 인식'이 '가학적 노무관리' 여부를 정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의 구체적인 양태로는 공적인 조롱, 무례한 언사나 태도, 사생활 침해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괴롭힘을 정책적으로 적극 활용하는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가학적 노무관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학적 노무관리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노동조합 활동 탄압 도구로 활용되어온 사례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조 탄압'이나 노사 간의 격렬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달성하기 위해,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고객 만족을 위한다는 다양한 핑계로 노동자 학대를 '경영 수단'으로 활용한다.

 

괴롭힘 양상 또한 과거와 달리 해고 대상자에 대한 구조조정형, 정규직·비정규직·파견직 등 고용형태의 차이에서 생기는 노무 관리형, 과도한 경쟁과 성과주의에 따른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채용부터 근로관계 종료까지의 전체 인사·노무관리 과정에서 '학대'와 '괴롭힘'을 자본과 경영의 목적에 따라 지속적이고 공공연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인식을 '가학적 노무관리'라고 부르고자 한다.

 

앞으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가학적 노무관리의 유형을 분류해보고, 이런 폭력이 얼마나 우리 노동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자.

 

1) 노동조합 탄압의 도구

 

EG테크 양우권 열사 사례는 각종 학대와 괴롭힘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한 전형적인 예이다. 과소 업무량을 주거나, 조직적으로 왕따 시키기, 반대로 도저히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전술이 사용되지만, 결국 조합 활동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조합원이 사직하도록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노동조합 활동 탄압에 이런 괴롭힘을 도구로 활용한 역사는 매우 길다.

 

2003년 청구성심병원 노동자 8명이 집단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노동 조합원에 대한 폭언, 폭행과 괴롭힘이 집단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직접적인 폭력 사태도 심각했지만, 정신적인 괴롭힘도 무시무시했다. 조합원들에게만 업무를 과도하게 분배하거나, 부서 내 회식에서 배제하고 비조합원 직원들이 말도 걸지 못 하게 했다. CCTV를 설치해서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합원 근무처에서 관리자가 커튼 뒤에 숨어서 감시하는 일까지 있었다.

 

몇 년 전 이마트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노동자 개인을 감시하고, '문제인력'을 파악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하고, 문제인력으로 찍히면 분산된 사업장에 배치하도록 했던 것도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괴롭힘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2) 괴로우면 나가라, 퇴출 프로그램

 

D증권에서는 저성과자들의 실적 향상을 돕는다는 미명 하에 전략적 성과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8개월간 3단계에 걸쳐 저성과자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실제 성과를 높이는 것보다, 퇴직을 강요하고 구조조정을 우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실적 향상을 도와준다면서, 실효성 없는 업무를 시키거나 실제 영업과 관련 없는 우편물 분류나 회사 도서관 사서 등의 업무를 맡겼기 때문이다.

 

경력 20년이 넘는 영업직 노동자가 갑자기 우편물을 분류하거나, 회사 식당 옆 도서관 사서 역할을 하면서 모멸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대상자 18명이 모두 사직했다.

 

가장 유명한 것은 KT 사례다. 2014년 11월 발표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는 KT에서 CFT(Cross Function Team)에 근무하는 221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CFT는 명예퇴직 신청 거부자들을 모아 만든 팀으로 사실상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명예퇴직 요구를 불응하면서 기존 업무에서의 배제, 계속적인 면담 요구, 조직구성원들로부터의 집단 따돌림 등의 비인격적 조치가 행해졌다고 응답했다. 원거리 발령, 업무 전환배치 등도 대표적인 괴롭힘 수단이다. 이런 가혹한 수단을 활용해가며 KT는 한국 기업 구조조정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다.

 

 

 

▲  2014년 발표된 KT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 

 

3) 학대와 괴롭힘으로 실적 압박

 

2014년 겨울, 한 통신사업체 고객센터 상담원이 자살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업체가 고객센터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상품 판매를 요구하고, 회사 스스로 정해놓은 규정마저도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무시하도록 조장했다고 고발했다. "고객센터에 단순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전화, IPTV, 홈CCTV 등의 상품 판매를 강요하고 목표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을 하지 못합니다. 목표건수 역시 회사에서 강제로 정한 내용입니다…. (중략) 가입실은 휴대폰이나 070전화(핫라인)을 통해 녹취를 남기지 않고 가입을 시켜도 쉬쉬할 뿐 제재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가입시키고 보자는 거니까요." 당시 희망연대노조가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진정 내용에 따르면 일부 콜센터에서는 회사가 정해준 영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퇴근 시간 이후, 자신의 '콜'을 수십 번씩 되풀이해서 들어야 하는 자아비판 시간도 가져야 했다고 한다.

 

이윤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 시스템이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사례에서처럼 실적을 높이게 하기 위해 퇴근을 막고, '자아비판'의 형태로 정신적인 '고문'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가학적 노무관리에 해당한다.

 

가학성, 노동의 일반적인 특성이 돼 버렸나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감정 노동의 경우, 노동자 권리 보장은 약화되고 '고객 중심' 분위기가 강화 되면서 일 자체로 노동자가 괴로워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가학성이 노동의 일반적인 특성이 돼 버린 것이다.

 

판매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미스터리 쇼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감정노동에 대한 통제방식으로 암행감찰을 채택한 것인데, 이 감찰 결과가 평가로 연결되어 고과 반영 혹은 재교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암행감찰은 그 자체로 노동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억압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한다. 

 

또, 이런 암행 감찰은 노동자 사이의 유대감과 신뢰를 깨뜨려, 또 다른 직무스트레스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회사의 노동자 미행·감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한 대기업 영업 노동자는 노동자들 사이에 '미행 감시 제보자는 결국은 우리 주변에 있는 같은 동료'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미행 감시로 인해 동료들 사이에 불신이 생기고, 관계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직 보신을 위해 상급자가 학대 조장

 

르노·삼성 자동차에서는 직원 A씨가 동료 직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 당했던 것을 신고했다. 회사는 피해자인 A씨에게도 사직을 종용했고, 이에 A씨는 가해자와 인사팀 관련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임원은 A씨에 대한 조직적인 따돌림을 가했고, 그 과정에서 A씨를 적극 돕던 직원 B씨까지 근태불량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내렸다. 조직에 누를 끼치지 말고 가만히 입 다물고 있거나 그게 싫으면 나가라는 것이다.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조직 보신을 위한 가학적 노무관리가 결합한 셈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2월 1심 재판부는 가해자에게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으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한 회사 측 인사 담당자와 사업주에 대한 부분은 기각하였다.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조직적 따돌림을 조장한 임원의 행위가 "관리, 책임자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원칙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가학적이고 부당한 노동행위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판결이다.

 

다양한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자본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학적 노무관리'는 이미 우리 노동 현장에 널리 퍼져있다. 우리가 인내하고 넘어가던 학대 장면들에 이름을 붙이고, 이러한 장면들을 연출한 치떨리고 간악한 자본의 노무관리를 공론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옆에 있는 동료를 경계하고 의심하는 피폐한 사회에서 자본이 원하는 대로 허우적대며 연명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평] 학대도 경영이다? /2015.7



<일터> 통권 138호 / 2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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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직적으로 노동자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일이 빈번해 지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것은 학대다. 



- 차례 - 

특집 '학대당하는 노동자'

28 이것은 학대다

32 가학적 노무관리, 노동자를 죽인다

35 유난히 폭력적인 한국기업의 노동통제, 실체를 보다


1 독자에게


2 차례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지역에서는] 

  이렇게 일하다가 죽을 거 같아요!!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이렇게 할 지 감 잡는데 5년 걸렸지요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작업환경측정


14 [현장의 목소리]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병원 만들고 싶어요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오래 일하면 허리 휠까 무서워요


22 [연구소 리포트]

   살인기업 선정 결과와 선정방식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열사병의 원인은 태양이 아니라 저열한 제도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실패에서 배운다-작업회피권을 단협에 넣기


44 [시간의 재구성-노동시간 에세이]

   일상이 '일'로만 채워진다면...


48 [문화읽기]

   나는 소망한다, 잘 먹고 잘살기를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울어 여]

   임금피크제가 과연 일자리 창출 정책인가?


52 [일터 다시보기]

   메르스가 인천공항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


54 [이러쿵저러쿵]

   우리에게 노동조합은 무엇이고, 어떤 모습일까?


56 가로세로퀴즈로 본 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