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우리에게 노동자 주치의는 요원한 일일까? (19.09.19, 매일노동뉴스)

우리에게 노동자 주치의는 요원한 일일까?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09.19 08:00

몇 년 전 한 사업장에서 이황화탄소 배합 공정 노동자의 혈당이 너무 높았다. 그는 빚이 있어 투잡을 하고 있었다. 수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을 제때 방문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그가 방문했을 당시 측정한 당화혈색소 수치를 근거로 약을 처방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보건관리전문기관 의사는 사업장 보건관리의사임에도 고용노동부의 법적 해석이 불분명해 처방을 못하는 상황이다. 또 이황화탄소 업무가 당뇨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위험관계를 알고 있으므로 의원에 진료를 예약해 치료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또한 하지 못했다. 보건관리의사는 개인의원을 병행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말로만 상담을 하게 되니 의사-환자 관계의 한계가 명확했다. 점차 상담의 순응도는 떨어졌다. 결국 몇 년이 지나고 그가 개인적 여유가 생겼을 때에서야 당화혈색소 수치가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고혈당으로 인해 당뇨합병증이 발생하고 말았다. 뒤늦게 그의 업무적합성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황화탄소 작업에서 업무를 전환했다. 업무전환이 합병증 악화를 막는 데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비가역적인 합병증 발생단계를 이미 지난 상황이므로 그는 앞으로 평생 장애위험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업무상질병의 보상 여부를 떠나서 초기 단계에서 업무상질병을 예방하고 치료적인 접근을 하기에는 지금 제도는 너무도 미흡하다. 방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509

 

우리에게 노동자 주치의는 요원한 일일까? - 매일노동뉴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천명이 업무상사고로 사망하고 6천500명이 업무상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추산했다. 업무상사망의 대부분(86.3%)을 업무상질병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은 순환기계질환(31%), 업무관련성 암(26%), 호흡기계질환(17%)이 대표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체 사망의 5~7%는 업무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과 국가별 산업화 정도에 따라 업무상사고와 질병의 비율, 그리고 주요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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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 2014.11

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김세은 운영집행위원

 

 

 

지금이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인턴, 그리고 전공의 1년 차 때는 그야말로 당직을 ‘밥 먹듯이’ 하며 지냈다. (물론 4년 내내 당직이 많은 다른 과에 비하면 나은 형편이지만 말이다.) 인턴 때는 매달 다른 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당직일수가 달마다 꽤 차이가 났지만, 전공의 1년 차 전반기 6개월 동안은 일주일 중 22시간을 제외하고 늘 당직이었다. 언제든 병동이나 응급실에서 걸려오는 콜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병동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병동 간호사들과 업무상 접촉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가까워졌다. 단순히 인사하고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농담을 주고받거나 사소한 것을 챙겨주기도 하는 간호사들도 있었다. 한동안 안 보이는 간호사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병동에서 일하며 만났던 간호사들은 대부분 웃는 얼굴일 때가 많아졌고 친절했다. 아픈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어려움, 특히 교대근무에 대해서는 다들 그럭저럭 적응하며 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 직업환경의학을 하는 의사로서는 부끄럽게도 크게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야간근무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시작되고 진료실에서 간호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이 일하면서 어떤 고충을 겪는지도 알 만큼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대근무자에게 가장 흔한 건강장애는 수면장애라는 것이 익히 알려졌는데, 정말 그렇다.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일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다), 10명 중의 8명 정도는 경한 수준에서라도 불면증이 있었다. 특히, 나이트 근무에서 데이 근무로 넘어갈 때 잠들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이미 나이트 근무에 적응된 상태인 데다가, 이른 새벽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에 잠이 오질 않아 2~3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게 힘겹게 데이 근무로 넘어가서도 한동안은 정말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롯이 자기 의지만으로 힘겹게 근무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심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조금 나아졌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 밖에도, 교대근무를 하면서 가슴 두근거림이나 소화불량, 속 쓰림 증상, 생리불순이 잦아졌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병동이나 부서에 따라 근무 스케줄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병동은 한 달 동안 데이, 이브닝, 나이트 근무가 모두 들어가도록 스케줄이 만들어지는 곳도 있지만, 어떤 병동은 한 달간 나이트 근무를 집중적으로 하고, 다음 달은 데이 근무를 집중적으로 하게 되어있었다. 부서별로도 차이가 좀 있었다. 특히, 영상의학과의 어떤 팀은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데 3개월이나 6개월간 연속으로 나이트 근무(게다가 야간에 14~15시간 근무를!)를 하는 곳도 알게 되었다.

 

 

교대근무를 하는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몸은 절대로 교대근무에 적응하지 못한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만나본 교대근무자들도 그랬다. 교대근무에 전혀 어려운 점이 없다는 사람들도 가끔 만났지만,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건강문제나 어려움을 갖고 있었고, 교대근무를 시작하고 처음 수년간은 그럭저럭 지내다가 뒤늦게 심한 불면증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특수검진을 할 때면 시간에 쫓길 때가 많다. 조금이라도 문진을 길게 하려고 하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담당 간호사의 재촉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휴, 정말 힘드시겠다’고 한마디 하면 즉각 ‘네, 정말 힘들어요’하는 반응이 되돌아온다. 그렇게 힘겹게 근무를 이어가면서도 그런 어려움에 대해 막상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실제로 어려움을 토로할 공간과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무 시간에는 피곤함을 참아가며 일하고, 동료들과 그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대 시간에는 업무 인계하느라 바쁘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들의 어려움을 물어보고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깨가 무겁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교대근무를 피할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병원이다. 당장 진료실에서 건강한 수면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교대근무자들끼리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개선점을 스스로 찾아 나갈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노안뉴스] "새해 벽두부터 집배원 2명 의식불명, 설이 무섭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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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2919

 

"새해 벽두부터 집배원 2명 의식불명, 설이 무섭다"
[기고] 집배원의 죽음의 행렬,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이진우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직업환경의학 의사

 

"지난해 12월, 운동본부는 즉각적인 인력 충원을 요구하면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작년과 같은 사망 재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는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으며, “올 겨울엔 죽지말자”는 집배원들의 절실한 외침은 우정노조와 우정본부의 허울뿐인 합의로 산산이 부서졌다. 다가오는 설 명절 특별 소통기에 필요한 즉각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인력 충원이 상식적으로 되지 않아 장기간 겸배가 지속되는 지역이 너무나 많다. 이 고통이 설날 특별 소통기가 되면 2~3배로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집배원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지 않으려면, 필요한 인력을 현장에 즉각적으로 충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