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_직환의이야기]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출근할 수 있게 되길

 

김은경 후원회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밖으로 보이는 눈매가 무척 선해 보이는 남자 분을 외래에서 만났다. 40대 초중반, 세 아이의 아빠라며,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것이 가장 싫고 불편하다면서 수줍게 말하는 환자였다. 202010월의 어느 날, 여느 새벽처럼 트럭을 운전해서 나갔고, 늘 해왔던 것처럼 동료를 돕기 위해 운전석에서 내려 트럭 뒤쪽에서 작업을 하던 중 승용차가 추돌하면서 환자의 양다리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 사고로 왼쪽다리는 무릎 위에서 절단하고 오른쪽은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던 평범한 일상이 깨졌고, 20여년을 성실하게 매일 출근하던 회사에 다시 출근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20216월 외래에서 나와 만났다.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의 직장복귀지원팀장님과 우리 병원의 직장복귀지원팀은 환자분과 첫 만남 이후, 왼쪽 다리 절단 상태에서도 트럭 운전 업무를 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사고 후 치료받고 열심히 재활 훈련을 받는 환자분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꼭 직장에 복귀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자의 회사에 물었더니 이 회사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이 수동 변속기 차량이라고 답해주었다. 왼다리로 순발력 있게 크러치를 밟지 못하는 상태로는 운전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자동 변속기로 개조하자고 의기투합하여 견적을 내보니 비용이 2,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하였다. 개조 비용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근로복지공단에는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나 규정이 없고, 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장조성지원사업도, 장애인고용공단의 차량개조 비용지원도 예산소진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 청주의 일환경건강센터 예산으로 사례 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어 우리 병원과 협약도 진행하였으나, 나머지 1,500만원은 어디서 구해야할지 난감했다. 사업주는 추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한 대를 개조한다 해도 그 차량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며 난색을 표했다. 난감해하며 수소문 하던 중 수동변속기 차량을 세미오토로 개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대 당 160만 원 정도 소요되는 터라 일환경건강센터의 지원으로 세 대까지 개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를 만나 진행 상황을 설명하니 눈물을 글썽였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우직한 환자의 얼굴에 잠시 스쳐지나갔다. 환자는 우리 병원의 재활의학과에서 작업능력강화 등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신체능력을 향상 시키며 의족 적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 9월 사이에는 요양 중 직장적응훈련까지 진행하여 10월경에는 고대한 것처럼 원래 직장에 복귀하게 될 것이다.

 

산재는 노동자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2020년 한 연구결과는 산재환자들의 자살위험은 경제활동을 하는 일반인들과 비교하여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인구의 2배 이상이라니! 아파서 미안한 마음, 투병이 길어질수록 생기는 직장이나 동료들과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기는 가족 안에서의 갈등, 원하는 만큼 호전되지 않아서 생기는 좌절감. 이런 복잡한 상황과 감정은 산재환자들을 자칫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산재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직장복귀를 위해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그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재 이후의 직장복귀가 일상 회복에 있어 매우 중요함에도 우리나라의 산재환자 직장복귀율(원직장 또는 타직장)은 몇 년째 70퍼센트 안팎이며, 원직복귀율은 40퍼센트 남짓이다. OECD 국가들의 상당수가 원직복귀율 70퍼센트 이상을 보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개정된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2022년부터 사업주가 산재환자들에 대한 원직복귀계획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할 수 있고, 공단은 적절한 절차를 만들어 사업주와 산재환자들을 지원 할 예정이다.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법적근거가 생기고 사회적 인식이 생기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산재환자의 직장복귀는 설득 또는 협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스포츠 선수들이 수상 후 복귀를 위해 스포츠 재활을 하는 것처럼 직장복귀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장해가 발생한 환자들이나 업무상 질병이 발생해 요양 후 복귀하는 환자들을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원과 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이해 당사자인 노측과 사측이 산재 이후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안전보건공단이 지혜를 모아 가용한 자원을 파악하고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와 재손상 방지, 동료노동자들의 유사 손상과 질병발생 예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산재는 적용 받고 승인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최적의 요양과정을 거쳐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하는 제도이다. ‘목걸이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독일 수공업자들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산재환자는 우리나라의 약한 고리 중 하나가 아닐까? 산업전선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분들이 끊어지지 않는 강한 고리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5월_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노동자에게 재해는 곧 삶의 위기

일터5월호_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노동자에게 재해는 곧 삶의 위기

 

산업재해는 크게 사고와 질병으로 나뉜다. 사고와 질병 사이에서 두드러진 차이점 중 하나가 ‘드러남’의 정도일 것이다. 사고는 드러남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산재로 쉽게 인정되는 편이지만 질병의 경우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노동자가 어렵게 산재신청을 하더라도 업무와 발병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 또한 큰 부담이다.

업무상 질병의 산재 인정률에 대한 최근 통계를 보면 산재 승인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얼핏 다수의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승인률이라는 것은 알다시피 신청건수에 대한 승인건수의 비율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산재신청건수는 각각 5,201명, 6,375명, 9,524명으로 증가추세는 맞지만 한국에서 직업으로 인해 ‘골병’이 드는 사람이 1년에 과연 만 명도 안 될까. 승인률이 높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하여 다수의 직업성 질병들이 크기를 추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여전히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근골격계 질환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짧게나마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좌측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산재신청을 했던 41세 여성이다. 불승인되어 소송을 진행하였으며 법원 제출 목적으로 업무관련성 평가서를 받기위해 내원하였다. 사실 내원한 노동자가 OO자동차 서비스센터의 전화교환원이어서 선입견이 있긴 했다. 이 노동자가 일한 곳에서는 원래 전화교환원이 2명이었으나 한 명이 퇴사하였고 인원 보충 없이 2016년부터 혼자서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7년 특정 차종의 리콜사태가 발생하면서 문의가 쇄도하여 노동강도가 증가하였고 이 상황은 1년 넘게 지속되었다. 문제는 전화교환기 자체의 독특한 기능과 어깨를 들어 뻗어가면서까지 퇴사 직원 자리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본인 교환기에 동시 통화량이 많고 통화보류를 잡아 놓기에도 한계가 오면 옆 전화기로 보류를 넘긴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교환기로 전화가 오는 상황인데다 현장으로 넘긴 전화가 일정 기간 응답이 없으면 다시 교환기로 연결이 된다.  

전화기의 재착신 업무와 교환기의 복잡한 기능과 동시에 걸려오는 전화를 대처하는 방식을 고려한다면 응대전화 한 건 당 어깨 사용 1회로 단순하게 계산할 수는 없다. 게다가 옆자리의 교환기는 몸을 기울여 팔을 뻗어서 받아야 해서 어깨 부담이 컸다.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봐도 노동강도가 증가한 시점 이후로만 어깨 치료 이력이 확인된다. 오른손잡이인 41세 여성에게 발생한 좌측 회전근개 파열을 자연적 퇴행의 결과로 결론짓기엔 무리가 있는데도 공단은 이러한 이유로 불승인하였다. 다행히 법원에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여 1심에서 승소하였으나 공단에서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진행 중에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요추부 추간판탈출증으로 산재신청을 했던 60세 남성으로 산재 불승인되어 재심사 청구를 위해 내원하였다. 20년을 조선소 배관공으로 일했던 분이라 질판위에서 탈출 정도를 두고 또 발목을 잡혔겠거니 생각했다. 불승인 사유는 MRI 영상에서 팽륜만 있고 신청 상병은 추간판탈출증이기에 관련성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MRI 영상을 확인해보니 요추 4-5번 사이의 추간판이 명백히 탈출되어 있고 일부는 분리되어 있었으며 치료차 다녔던 병원의 판독소견 역시 동일했다. 물론 재해자의 주치의와 질판위 의사 사이에 영상학적 소견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있는 소견을 없다고 한 것이라 황당했다. 재해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근로복지공단의 관치행정 혹은 관료주의가 지닌 한계라는 말로도 앞선 두 사례는 납득할 수 없다. 첫 번째 사례의 재해조사 내용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부실했다. 업무환경의 변화와 증가한 업무량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좌측 어깨 사용량을 그저 기계적으로 접근해 계산하였으며 팔을 뻗어 전화를 받는 작업자세가 어깨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부실한 재해조사 자체가 불승인에 기여도가 높아도 공단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노동자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재심사 청구가 전부이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더욱 황당하다. 추간판 탈출 정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유무가 바뀌었는데도 그것을 재평가하기 위한 내부적인 프로세스가 전혀 없다.

코로나를 맞은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대책들이 나와도 벌써 나와야 했다. 노동자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하는 상황임에도 그 책임이 있는 기관들은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임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을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게 완화하여 선보상하고 차후 재평가를 통해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단계적으로 환수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재난지원금보다 훨씬 더 큰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의 크기는 점차 커지고 있다. 산업재해는 노동자에게 언제나 큰 부담이었지만 코로나 시대의 재해는 노동자에게 삶의 위기나 다름없다. 재해 당사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면 그것은 개인을 넘어 가족공동체의 위기이다. 더 늦기 전에 노동자 보호에 역할을 부여받은 자들은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일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직업 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 2020.12

[직업 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정지윤 / 상임활동가 

 

▲  의사에게 노동자는 치료를 받는 환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여러 재해 사례를 제공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게 의사들 역시 노동자를 통해 배워간다.

 

A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였다. A씨는 다른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위해 내가 근무하는 병원 혈액내과에 입원 중이었다. 나는 백혈병 발병의 직업관련성에 대하여 파악하기 위해 A씨를 처음 만났고,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었다.

A씨는 화학과를 졸업해 반도체 제조업체의 재료합성연구팀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다. 어떤 물질을 취급하셨냐는 질문에 수없이 많은 취급물질을 읊어 내렸다. A씨는 유기화합물을 다양한 유기용매를 이용해 정제하는 과정을 해 왔으며 처음 연구실이 세팅되는 단계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환기시설이나 공정 격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는 진술에 따라 직업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산재 신청 절차에 대해 설명해드렸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산재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지금은 치료에 전념하시고 퇴원하신 후 천천히 결정하시고 필요하시면 혈액내과 외래 방문 때 직업환경의학과 외래에 들러 업무관련성 평가를 요청하셔도 된다고 안내해드렸다.

두 번째 A씨의 소식을 접한 것은 그해 말, 그간 보아온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리뷰하면서였다. 퇴원 후 우리 과 외래에 방문해 업무관련성평가서를 받아갔고, 산재신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업무상재해가 발생하면 노동자는 재해자로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전문조사기관(직업환경연구원 혹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한다. 역학조사가 완료되면, 전문조사기관 내부에서는 해당 역학조사가 잘 이루어졌는지 심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이렇게 검토된 역학조사보고서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 보내져 최종적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A씨에게 우리 과 외래에서 발급한 업무관련성평가서는 A씨가 산재신청을 할 때 첨부할 수 있는 자료로서, 단지 첫 단추를 함께 꿰는 일이었다. 나는 모니터 너머에서, A씨가 앞으로 남은 지난할 지도 모르는 산재처리과정들을 지나 완치 후 다시 건강한 삶을 누리시기를 응원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환자들의 직장 복귀에 대한 논문들을 찾아보면서 다음에 만날 때는 업무적합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해보았다.

세 번째 A씨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은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서였다. 평가위원회에 상정된 다른 역학조사 사례의 보조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A씨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접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역학조사 진행 도중 조혈모세포 생착에 실패해 사망하셨고 아내분이 절차를 진행하고 계셨다. 역학조사에서는 처음 혈액내과 병동에서 만나 내가 받아 적었던 물질들이 어디에서 얼마나 쓰였는지, 원료 물질을 반응시키는 동안 어떤 물질이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물질들에 A씨가 얼마나 노출되었을지에 대한 추정이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알려진 급성골수성 백혈병의 위험인자에 대한 재해자의 노출 수준을 고려했을 때, 업무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결과는 업종, 담당업무 및 나이, 성별을 제외한 개인정보가 식별불가능하게 처리된 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공식 홈페이지에 재해사례로 게시되며, 어떤 논리로 업무관련성을 평가했는지 간단히 기록된다. 이후 역학조사보고서원본은 질병판정위원회로 넘어가, 최종적으로 업무상질병판정여부를 판단 받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본인, 법적 대리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고, 질병판정위원회의 업무상질병판정 사례집이나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형태로 게시된다.

병동에서 환자로 만난 A씨가 노동자로서 산재를 신청한 후 역학조사를 거쳐 보호자에게 승인여부가 전달되었을 과정들을 계속 따라가면서, 나는 각 과정에서 내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거듭 고민하게 되었다. 직업환경의학과 레지던트로서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일했거나, 하고 있거나, 앞으로 일할 사람들이다. 때로는 유족들이나 보호자의 서술로 간접적인 만남을 갖기도 하고, 혹은 의무기록 서류 뭉치로 돌아가시기 전의 긴박했던 기록들을 접하기도 한다. 수많은 노동자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한 명을 트레이닝 하는데 많은 노고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다치거나 병들지 않고, 죽지 않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한편에는 항상 환자가 된 노동자들이 있다. 앞으로도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며 일하고 싶다.

[공지] 2020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모집기간, 20.07.27~20.08.21)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약칭 한노보연)는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연구비 수입의 일정비율을 독자연구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 기금으로, 노동자 건강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연구 공모 사업을 통해 청소년 노동 및 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산재환자 복귀 연구, 미스터리 쇼핑과 서비스노동, 플랫폼 알고리즘과 디지털 노동자 일중독 등을 지원하기도 하고, 한노보연 자체적으로 주간연속2교대 변화의 영향,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등의 연구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연구 공모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1. 공모 주제 및 연구내용 ( 1)

- 노동보건과 관련된 자유 주제

(현장참여 연구방식인 경우)

 

2. 지원 자격

노동자 건강에 관심이 있는 개인 및 단체

 

3. 접수 시기

2020.7.27.(월)~2020.8.21(금)까지 

 

4. 공모 심사 및 채택 통보

1) 심사 : 2020.8.22.(토)~2020.9.6(월) 자체 심사

2) 통보 : 2020.9.8 (화) 전화 또는 메일로 안내 

*심사 과정에서 연구자와 협의하여 연구계획이 수정 또는 보완 후 채택할 수 있습니다.

 

5. 연구 기간

6개월~1 (제출된 연구계획서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6. 연구비 지원액

- 500만원 내외로 심사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지원비 지급 시기는 연구 계획에 따라 조정될 수 있습니다

 

7. 연구결과 제출

연구가 종료된 후 2주 이내에 연구보고서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전자 파일로 제출합니다.

 

8. 연구 과정 공유

연구 진행시 연구과정에 대한 진행 경과를 공유하여야 하며 1회의 중간보고서 제출을 합니다.

 

9. 연구결과 공유

1) 연구결과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내부토론회 또는 공식연구발표(최소 1회 이상)를 통해 공유되고 보고서 전자 파일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2) 연구보고서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연구 지원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10. 공모 방법

구비서류를 첨부하여 이메일로 접수

(서류접수는 이메일로만 받습니다. 공식창구로 접수되지 않은 지원은 받지 않습니다)

 

11. 갖추어야 할 서류

소정의 서식에 따른 연구 공모 지원서, 연구계획서, 예산 계획서 등 필요한 사항

노동보건연구 지원서식_2020.zip
0.03MB

 

12. 문의 사항

02-324-8633 (서울사무실 번호)

kilshlabor@gmail.com 

* 통화가 안될 경우 메일로 문의사항 주시면 안내드리겠습니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 2020.05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 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강충원 후원회원,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

 

코로나19 대응 과정은 "방역저지선이 뚫렸다", "전사, 영웅" 등의 단어부터 재난 극복을 위한 총동원 체제, 고양된 어조로 전하는 뉴스속보 등 흡사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같은 재난은 일상을 잊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춘다.

필자가 속한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오는 노동자분들의 발길 또한 끊어졌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정되었던 안전보건교육과 운동교실, 집단상담, 찾아가는 이동상담이 모두 취소되었다. 국가적 재난에 모든 공공기관의 의료진들과 정신보건요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동원되어 코로나19의 위험에 대응하고 있지만, 내방과 출장 없이 멈춰버린 근로자건강센터(이하 근건센)는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안전보건공단과 계약한 실적목표 이외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이 없는 만큼 책임도 없는 민간위탁사업이기 때문이다.

근로자건강센터가 21곳이나 있지만, 그림자처럼 멈춰 있었다. 그래도 50인 미만 사업장 중 '우리회사 주치의' 관계를 맺은 사업장, 센터와 연결된 돌봄노동자, 이동노동자, 항공 관련 업종, 문래동 철강단지의 소공인 사업장, 대중교통 운전기사, 자동차 정비업체, 분진노출 사업장 등에 산업용 마스크를 전달하고 방역수칙을 전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손씻기는 물론 방진용 마스크 착용을 꺼려하던 분들이 이번 기회로 보호구 착용이 일상화되는 변화가 생겼다.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한다는 체면은 세운 것이다.



코로나19로 돌아보게 된 일할 권리, 건강할 권리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과 A보험회사 콜센터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환자로서의 인권뿐 아니라,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아플 때 쉴 권리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다. 2015년 우리는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서울삼성병원과 같이 큰 병원도 감염관리가 되지 않으면 더 위험한 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의료시스템을 민영화하는 것으로는 감염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 전반의 감염위기상황에서는 반드시 공공의료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에는 병원이송노동자, 보안노동자 등 서울삼성병원이라는 대기업 원청에서 관리되지 않던 수많은 병원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메르스 감염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근건센에서도 이전까지 3~4개의 콜센터사업장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었음에도, 조밀한 책상배치와 아플 때 쉬지 못하는 노무관리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상담사들의 감염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없었다.

사업장의 보건관리가 기초서비스 제공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권 회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생활유지를 위한 논의와 더불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제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   또 다른 판데믹에 맞서, 열악한 작업환경에 처한 소규모 사업장들의 안전보건을 지키기 위해서, 근로자건강센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pixabay

 

건강할 권리와 함께 일할 권리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건강문제보다 실직문제가 더 큰 고민인 노동자들도 있다. 서울·서울서부 근건센 2곳에서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소속의 학교급식종사자들의 작업환경개선과 보건관리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가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보건관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7년 학교급식소는 "기관내구내식당업"이라는 유권해석으로 현재는 산안법이 적용되어 각 학교별로 급식설비의 개선과 함께, 건강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조리종사자의 직위도 교육공무직으로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방학 기간에는 무급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며, 사실상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이다.

이전에는 2달 정도의 방학, 즉 실업 기간에 근건센에서 아픈 몸을 쉬면서 재활운동과 건강관리를 받는 분들도 계셨는데, 개학이 연기되면서 보건관리사업도 함께 연기되었다. 5월부터 개학하기로 된 것은 다행이지만, 교육청에서 발표한 개학 이후 학교급식 운영방안은 여전히 조리종사자들의 업무부담 증가와 감염관리, 환기관리 대책이 부족하다. 인력충원 없는 부담 증가가 미치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 영향, 급식종사자의 건강이상 발생 시 유급병가 부여와 대체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취약한 사업장들의 감염관리/산재예방체계를 갖춰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일이 더 많아진 사업장도 있다.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될 겨를도 없이 마스크 생산업체가 24시간 비상가동을 시작했다. 마스크 생산량 확보를 위해 정부는 사업체들에 추가고용지원금을 제공했고, 근건센은 생산업체의 건강관리 긴급지원을 담당하기로 했다. 기존보다 몇 배를 더 생산하게 된 노동자들은 피로누적과 과로, 수면문제, 근골격계 문제를 겪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건센 지원의 문제점은 사업주 요청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량확보가 중요했고,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업주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노력에 노동자 건강을 관리한다는 구호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일부 지역에서 마스크제조업체의 건강지원을 나갔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근건센이 연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규모사업장, 취약작업환경사업장, 건강실태조사 고위험 사업장 등 이름도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노동자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함이 남는다.

우리는 어쩌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또 다른 판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장의 감염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실적 중심의 예방관리체계에서 벗어나 급작스런 위험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노동조건과 작업환경 조성과 공공보건 지원체계 확립의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전환 가운데서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근건센 또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야간작업 노동자의 검진과 사후관리 / 2020.02

야간작업 노동자의 검진과 사후관리

이선웅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필자는 직업환경의학 의사로 노동자 특수건강검진도 하고 있지만, 외래진료실에서 지역사회 환자와 노동자들에 대한 일반 진료도 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 의사임에도 막상 외래 진료를 하고 약 처방을 하게 되면, 일일이 직업을 물어 질병과 관련성을 유추하고 필요시 업무적 대책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수건강검진의 다양한 항목들이 기본적으로 주의하여야 할 직업적 위험요인이지만, 일반 외래에서는 특수건강검진 프로그램과 외래 프로그램이 연동될 수 없어 이 환자가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분인지 또 그 결과 판정은 어떤지를 같은 기관 안에서라도 쉽게 확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외래 진료 시에도 말을 하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직업적 유해인자가 있다. 바로 야간작업이다.야간작업노동자들은 뇌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기저 위험질환을 특수건강검진으로 파악해 이를 관리하여 야간작업노동자들의 뇌심혈관 질환을 국가적으로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수건강검진을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30대 중반의 야간작업 노동자가 특수건강검진에서 당뇨의심으로 정밀 2차 검사를 하러 왔다. 2차 검사 채혈을 하고 며칠 후 검사 결과가 나오면 판정을 해서 우편으로 결과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검진기관의 방법이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우편으로 결과를 받으면 이분이 실제로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이라도 내원을 할지. 사업장 보건관리를 하면서 무수한 검진 유소견자분들이 치료가 방치된 채로 지내는 것을 목격했다.

다양한 이유가 섞여 있을 것이다. 검진결과에 대한 적절한 대면 설명을 듣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야간작업과 같은 경우는 내원 시간을 내지 못한 상태로 1, 2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도 할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검진의사와 처방의사가 달라서 설명을 들어도 다시 진료하는 과정이 번거롭거나 심리적 거리감이 있어 누락되는 분들도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은 2차 검진을 원내 당화혈색소로 검사하고 바로 외래로 접수해서 당일 치료를 시작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 환자도 놀라워했다. 건강검진의 판정은 우선적으로 치료 시작 후 당일의 검사 결과를 가지고 추후 판정되어 배송될 것이다.역시 야간작업으로 특수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의심으로 2차 검진을 위해 내원한 30대 초반의 환자가 있었다. 2차 검진에서도 혈압이 매우 높아 야간작업을 유지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판정을 해서 결과를 보내고 그 이후에 노동자가 알아서 치료를 하라고 하기에는, 치료가 누락되어 건강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보였고 고생을 해서 검진을 한 의미도 없다고 느꼈다.

 뇌심혈관계 질환 등 특정한 건강 상 위험이 높은 야간작업 노동자들. 출처: pixabay.

따라서 2차 검진 시 우선적으로 외래 처방을 하고 추후에 판정결과를 보냈다. 그 외에 다른 상당수의 고혈압 특수건강검진 유소견자분들도 필자의 기관에서는 2차 특수건강검진과 동시에 치료를 시작하고 있다. 특수건강검진 의사가 검진과 동시에 외래 진료가 가능하도록 원내 시스템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수건강검진의 목적에는 검진 이후 사후관리가 포함되어 있고 이의 실행이 매우 중요함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야간작업과 같은 만성질환의 사후관리에는 심각한 경우에는 업무전환이 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치료적 관리로 업무수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야간작업 만성질환의 치료적 관리는 우리의 보건의료 체계에서 매우 쉽고 간단히 수행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특수건강검진과 치료적 사후관리의 사이에 생각보다 큰 벽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감독기관과 일선기관 모두 무관심했었다고 생각한다. 일반건강검진과 달리, 특수건강검진은 사업장 단위의 지속적인 추적관찰 기능이 있는 검진 체계이며, 실제로 사업장보건관리 제도를 통해 사업장 검진결과를 지속관리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속적인 사업장 관리에서 검진 이후 사후관리가 없거나 내팽개쳐져 있다면, 사업장 검진 자체는 그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야간작업과 같이 치료적 관리가 가능하고 필요한 상황에서는 치료적 사후관리를 장려하고 이를 강화하도록 특수건강검진의 방향을 잡는 것이 야간작업 노동자들의 건강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들이는 국가사업의 성과 평가에도 중요한 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언론보도]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인터뷰]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02.06,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인터뷰]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어디가 아프냐”보다는 “어디서 일하냐”고 묻는 의사
직업 또는 환경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할 수행
“일 때문에 아픈 노동자 없는 사회 위해 계속 노력”


 서정필
 승인 2020.02.06 08:16

 

김 교수는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을 하려면 단지 건강검진 열심히 받고, 술, 담배 적게 하고, 운동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불건강 행위를 유발하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직업환경의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직무스트레스, 장시간노동,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을 바꾸어내는 역할을 자신의 주요한 역할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09388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 헬스코리아뉴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1987년 6월 항쟁 후 9월까지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듬해인 1988년 ‘문송면 씨 사건’과 ‘원진레이온 사건’이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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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19.01.23, 매일노동뉴스)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01.23 08:00

 

 

필자가 원장으로 근무하는 의원은 직원 20~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5년 전 처음 개원했을 당시 직원이 8명이었는데, 개원 초반에는 대부분 직원이 상당한 시간의 초과노동을 했다. 직원들은 급여를 많이 받고 의원은 경영상 이득이 있었지만 과로로 인한 피로감, 업무상 스트레스, 직원들 간의 갈등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초과노동으로 인한 수당이 신규인력 채용에 드는 비용을 오히려 초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주 40시간 근무 원칙을 가능한 한 철저히 준수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량이 증가할 경우 근무시간 증가보다는 신규인력 채용을 우선 고려하게 됐다. 신규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초과노동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고려하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했다. 건강검진 등으로 인해 연말 업무량이 평상시의 2~3배로 폭증하는 업무 특성상 일시적으로 초과노동이 발생하기는 하나 이 또한 월 20시간(주 5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원들의 근무시간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이는 낮은 이직률과 높은 업무 숙련도로 이어져 의원의 경쟁력 강화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677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 매일노동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노동정책은 단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일 것이다. 2018년 7월 300명 이상, 올해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 중이다. 48.7%의 직장인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로 야근이 줄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고(비슷하다 43.6%, 늘었다 7.7%),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5분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온라인 숙박 예약 업체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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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사가 알아야 할 법률 강좌 자료집(20200111)

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자료집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open?id=1cqXZ4IyL3j1VKJmuhPREbS3Ag3qxDZC-

[직어보한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 2019.12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박승권 /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세종시에 위치한 공공기관 A 기관에 출장 검진을 다녀 온 경험이다.

 

2년 전 A 기관에 처음 갔을 때 의사 상담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에 졸고 있던 노동자를 볼 수 있었다. 여태 오랜 기간 수많은 사업장을 다녀봤음에도, 아무리 의사 상담 대기시간이 길지라도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졸고 있는 노동자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기관에서는 졸고 있는 노동자가 2명이나 보이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어제 잠을 많이 못 주무셨나 봐요?”

 

.. 일이 많아서..”

 

노동자가 잠을 많이 못 잤다고 하는 경우 보통 교대근무 등으로 인한 불면증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두 노동자 모두 일이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민간 사업장 노동자의 과로 문제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비교적 과로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거라 으레 짐작하는 공공행정기관 노동자였기에 다소 생소한 대답이었다. 다행히 수검자가 밀리지 않아 한 명, 한 명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보통 밤 12시에 퇴근해요. 일요일에도 출근합니다. 누가 강요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일요일에 미리 일을 안 해두면 주중에 일이 너무 많아요. 안 믿어지시죠? 저도 공무원 일이 이런 줄 꿈에도 몰랐어요.”

 

하루는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데 도저히 집까지 운전할 힘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대리운전 불러서 갔어요.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대리운전 불러본 적 있으세요?”

 

저랑 엇비슷하게 공부했던 친구는 의사가 되었고, 전 여기에 있어요. 다들 그 친구가 바쁠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제가 시간이 안돼서 못 만나요.”

 

여기 와서 몸무게가 20킬로 넘게 빠졌어요. 우울증 설문이 모두 제 얘기 같아요. 그런데 평일에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내가 굳이 과로나, 장시간 노동에 대해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아도 많은 노동자가 격무에 따른 피로감과 무기력감, 일부는 우울증상까지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내게 하소연했다.

 

공공기관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작년에도 이 기관 노동자의 하소연은 재작년과 다르지 않았는데, 그때는 계도기간이라 그러려니 싶었다. 하지만 계도기간도 올해 진작 끝났는데 왜 이곳 노동자들의 삶은 변한 것이 없을까?

 

3년 전부터 전공의 특별법으로 수련의사의 주 근무시간을 제한한 것도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의사의 건강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이 기관도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일을 하는 기관이다. 탈진에 가까운 강도로 일하는 공공기관 노동자의 공무를 국민들은 믿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의 건강부터 보장되어야 한다.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는 의사의 사회적 소임 중 하나는 끊임없이 안전보건 사각지대를 찾아 이들을 보호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득 사각지대나 취약계층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멀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2017년 초 과로로 숨진 보건복지부 사무관처럼 산업보건 사각지대에 몰리면서 일하고 있을 공공기관 노동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실태 파악이 미진한 거 같아 아쉽다.

 

이곳은 공공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적용 제외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이 많아 산업안전보건체계가 대부분 작동하지 않는 곳이다. 민간 사업장의 양호선생님 격인 보건관리자라든지, 산업보건의사, 하물며 이를 논의하는 위원회도 구성될 근거가 없다.

 

정말 등잔 밑이 더 어두운 것인지 모를 일이다. 등잔 밑에 있을지 모를 공공기관 노동자를 위한 산업보건, 건강증진 체계 정비 논의가 하루빨리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보도] 위협받는 청소년 상담 선생님들 정신건강 (19.11.28, 매일노동뉴스)

위협받는 청소년 상담 선생님들 정신건강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2019.11.28 08:00

몇 년 전부터 경기도 초·중·고등학교에 청소년 상담사 선생님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상담사 선생님들은 학생 심리 상담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 관련 상담도 하고 심지어 학부모 상담, 교사 상담도 한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경기도 화성시 관내 학교 청소년 상담사 선생님들을 모시고 토크콘서트를 했다. 준비 과정에서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실시했는데, 직무불안정 항목 점수가 92.2점(50.1점 이상일 경우 상위 25% 수준)으로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 결과 선생님들 고용에 관한 책임을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가 서로 미루면서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1730

 

위협받는 청소년 상담 선생님들 정신건강 - 매일노동뉴스

몇 달 전 스스로 삶을 마감한 가수 설리에 이어 얼마 전 가수 구하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자살이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유명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워낙 흔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주변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람 몇 명 정도는 알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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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류현철 소장 “산재사망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 사회적 감수성 부족” (19.11.27, 투데이신문)

류현철 소장 “산재사망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 사회적 감수성 부족”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9.11.27 14:04

[인터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류현철 소장
한국, 노동안전보건 관심 높아졌지만 문제 여전
줄지 않는 산재 사고, OECD서 산재 사망률 선두
산안법 개정에도 노동자 위한 최소 안전망 미비
주52시간제, 탄력근무 도입 시 취지 훼손 우려
과도한 서비스노동 요구하는 사회, 감정노동 야기
노동자 삶의 가치·생명의 가치 높이는 사회 돼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다. 가입 이래 23년 동안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단 두 번,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지금의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룬 셈이다.

임기 초,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해, 그 일환으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그해 산재사망자 수는 2142명, 전년 대비 185명 증가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 매년 100명 가까이 감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되레 늘었다.

노동계의 분노는 크다. 열악한 노동현장에서나 발생하는 재래식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관련법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비하다. 또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산재사망, ‘과로사’ 예방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시행됐지만, 그 취지를 훼손하는 정책을 정부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산재 사각지대에 있는 감정노동자를 위해 어렵게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도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혁은커녕 노동존중사회를 역행하는 문 정부의 행보에 노동계의 규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2일 노동 현장 최전선에 있는 작업환경의학전문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류현철 소장을 만나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류 소장은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심이 높아진 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정책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616

 

류현철 소장 “산재사망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 사회적 감수성 부족” -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다. 가입 이래 23년 동안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단 두 번,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지금의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룬 셈이다.임기 초, 문재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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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노고(勞苦)했습니다, 오늘도- 아픔을 탓하지 않으려면 / 2019.11

노고(勞苦)했습니다, 오늘도 - 아픔을 탓하지 않으려면

 

정지윤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허리랑 어깨랑 목이랑 다 아파요. 발이랑 종아리랑 퉁퉁 붓구요, 압박스타킹 하고 일해도 어쩔 수 없어요. 애기들(소아과 환자) 키에 맞춰서 맨날 허리 굽히고, 쪼그리고 일하다 허리 좀 펴려고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돌아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을 때가 근무 중에 두세 번씩 있어요. 애플워치 차고 일하는데 심박수가 110가까이 체크될 때가 근무 중에 수 십 번 있구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응급실에는 계속 사람이 오는데 너무 긴장되어, 저도 제 맥박소리가 들려요

손을 자주 씻다 보니까 손에 습진이 생겨요. 이미 습진이 생겨서 손 씻을 때 쓰린데, 그렇다고 안 씻을 수도 없죠. 처치할 때마다 손세정제 쓰는데 보습한다고 핸드크림 챙겨 바를 수도 없구요.”

교육 받는 게 너무 어려워요. 잘 안 가르쳐 주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냥 제가 멍청하고 잘 못 배우는 사람인 것 같아요.”

구내염 때문에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요. 일 할 때 물을 거의 한 번도 못 마셔요. 입이 바짝 마르니까 더 염증이 자주 나는 것 같아요.”

은박 포장지에 들어있는 약들을 계속 까 넣다 보니까 양쪽 엄지 관절이 항상 쑤시고 아파요. 자다가도 아파서 깹니다.”

 

야간작업이 유해인자로 알려져 있는 병원 직원들과 특수건강진단 문진실에서 나누게 되는 대화이다. 야간작업으로 발생하는 수면장애, 위장장애에 대해서 호소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 외 일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고충이 진료실을 메운다. 문진표에 제시된 여러 증상 중에 심하다라고 표시한 항목만 대화를 나누어도 시간은 모자란다. 그나마 잘 알고 있는 업무 공간인 병원에서도 어떤 의학적 조언을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 자주 찾아오고는 한다. ‘스트레칭 자주 하시고 규칙적으로 운동하셔야 합니다, 보습 잘해주세요, 물 많이 드세요, 증상이 심해지면 해당과 진료 보세요등 기운 없는 조언들을 늘어놓고 문진실을 나오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온다. 내가 아는 직종에서 몰랐던 업무부담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배우고, 그 상황에서 그런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공감하게 된다.

문진실을 나오면 거치는 나만의 절차가 있는데, 문진 과정에서 했던 말들이 당신이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혹은 당신이 유별나서 그런 불편이 발생했다고 하는 뉘앙스가 있었는지 복기하는 것이다. 문진실 밖에서 만나게 되는 환자들은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의 업무 관련성을 밝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서류에서 만나는 사측의 입장은 한결같다. ‘건강검진도 시기에 맞춰 잘 해주고, 작업환경측정도 잘 되고 있으며 사업장 보건관리자도 있는 이 좋은 시스템 안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건 당신이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혹은 당신이 유별나서 그런 불편이 발생하는 것이며 당신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서다’.

그러나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세상에 없다. 가려진 위험, 그리고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지점이 있음을 파악하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한 걸음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서 내가 만나는 일하는 사람들, 일했던 사람들의 일터에는 다양한 이유로 신체적·정신적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매일 자신의 일터에서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불편한 신체에 개연성 있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감지하는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선의 보호조치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왜냐하면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프다. 아픔이 장기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으로 나타나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일을 쉬면 나아지는 통증이건, 그 무게는 다를지라도 결국 매일의 삶을 파고드는 어려움으로 작동한다. 나는 그런 어려움이 우리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화에 등장하기를 바란다. 현재 가용한 대답들로는 해법이 되지 않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남겨두는 일, 그리고 대답을 찾아가는 일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문진실에서 기운 없는 조언들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문 밖에서 더 바쁘게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언론보도]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김용균재단 출범 (19.10.31, 매일노동뉴스)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김용균재단 출범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10.31 08:00

김용균재단은 산업재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산재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이 사고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요구해야 하는지를 조언하고 대응하도록 지원하기로 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운동도 함께하기로 했다. ‘다시는’ 제2·제3의 김용균이 생기지 않도록…. ‘다시는’ 불시에 산재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기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도록….

그런데 김용균재단 출범대회 이틀 전 아파트 13층에서 케이블 TV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루에 대여섯 명의 노동자가 죽어 가고 있으니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때로는 죽음이 너무 흔해서 무감각해져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때로는 알려진 몇몇 죽음을 기억하느라 알려지지 못한 훨씬 더 많은 죽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1219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김용균재단 출범 - 매일노동뉴스

명상서적을 읽다 보면 종종 죽음에 관한 얘기들이 나온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고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이라는 것, 생명을 지닌 것들은 모두 태어남과 동시에 조금씩 죽어 가고 있다는 것, 그런데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죽음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양 살아가고 있다는 것, 만약 당신이 당장 내일 아니면 일주일 후에 죽는다 해도 지금처럼 살 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것,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 이것이 죽음에 관

www.labortoday.co.kr

 

  • 비료지기 2019.11.06 19:21 ADDR 수정/삭제 답글

    한노보연의 입장문과 산재근황을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매일노동뉴스는 주류이면서 비주류언론입니다. 양색과 양성질을 띠기에 계급성이 없습니다. 회색을 띠는 것은 절충주의 언론입니다. 다른 전달 통로을 통해서 산재근황과 한노보연 입장이 활성화되도록 노동언론을 개척해 보십시오. 일반인 사이에서 매일노동뉴스는 구독율도 낮고 전문가가 본다면 입장의 유출=담합입니다. 노동조합과 일반 노동자들이 볼 수 있게끔 언로를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합니다. 골방언론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공장출신들은 기업살인 처벌법=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간절히 원합니다.

    • 한노보연 2019.11.18 13:59 신고 수정/삭제

      한노보연 활동에 깊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연구소의 매일노동뉴스의 기고글은 노동부 등 관계, 정책 결정자 등을 겨냥해 쓰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사의 특징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고려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연구소는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오마이뉴스를 활용하여 대중들과 만나고 금속노조 신문, 노동과세계 등과도 협업을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노동계 관련 언론사와의 협업은 저희에게 열려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염두에 두겠으며, 혹시 구체적으로 제안해주실게 있으시면 추후 연락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선을 넘는 현장의 냄새 / 2019.10

선을 넘는 현장의 냄새

이이령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운영집행위원

 

김기사그양반. 선을 넘을 듯, 말듯 하면서 절대 넘지 않아.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영화<기생충>에서 반지하 집 특유의 냄새가 몸에 밴 운전기사 기택(송강호)의 냄새가 불쾌한 박사장(이선균)이 하는 대사다. 이 영화는 지워지지 않는 가난의냄새를 모티브로 부의 양극화에 대해 얘기한다. 뜬금없이 영화 <기생충>의 냄새 이야기를 한 이유는, 최근에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업체와 철강 대기업 본사를 차례로 방문한 기억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업체의 악취

얼마 전 소규모 사업장 특수건강진단 사후관리 목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하는 업체를 방문했다. 음식물쓰레기 특유의 비리고 불쾌한 냄새가 몸에 온전히 배긴 생산직 노동자들은 특별한 증상 및 질환이 없었고, 관련 업계에서 수년간 일하며 냄새에 무뎌져 특별히 힘들지는 않다고 하였다. 작업환경측정은 지극히 정상이고 대부분 자동화된 공정이라 수리 외에는 사고의 위험도 낮았다.

건강상담 후 순회점검 차 방문한 현장의 악취는 동네 음식물쓰레기 수거통 안에 코를 박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심해 오래 있지는 못하고 나왔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내 옷과 몸에 비린내가 배겨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왠지 모르게 위축되었는데, 하루 종일 악취 속에서 일하면서도당당했던 노동자들을 생각하니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대기업 본사 계단의 향기

며칠 후 보건관리 대행업무 수행차 철강 대기업 본사 건물에 갔다. 보통 계단에는 퀘퀘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문을 열었는데, 예상 외로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이후 업무는 지극히 통상적이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회사의 향기는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본사 건물이라 그럴 수 있겠거니 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회사는 10여년 전부터 냄새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공장 내 냄새 발생 저감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자체 관리기준을 수립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황화수소, 이산화황, 암모니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냄새 발생원을 차단하는 대기환경 개선을 수행하고 있었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질병의 전조일 수도, 삶의 질 자체일 수도 있는 냄새 현장에서 냄새는 노출로 인한 심각한 사고발생 전 조치를 취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우 외의 일상적인 직업보건에서는 냄새에 대해 잘 다루지 않는다. 기업에서 냄새에 적극 대응하는 경우는 보통 노동자 건강 및 삶의 질 측면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밀폐공간 중독 사망, 건설업배달업의 사고,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등이 여전히 많은 헬조선의 노동시장에서 삶의 질에 가까운 사업장의 냄새에 대한 질문은 치열한 노동 현실을 잘 모르는 의사의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하지만, 현장의 냄새는 예민한 일부 사람들의 문제제기가 아니다. 참았던 냄새가 에탄올이 아닌 메탄올이라면 시력을 잃을 수도, 전자산업 노동자들처럼 화학물질에 의한 혈액암이나 생식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저농도 만성노출로 인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신경계 등의 문제가 생길수도 있으며, 질병이 생기지 않더라도 현장의 냄새로 인한 불쾌함과 작업장에 대한 불안감 자체도 노동자 개인과 회사 조직에게는 큰 문제가 된다.

악취는 존재하지만, 노동자에게 안 느껴지도록 하려면?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냄새에 대한 대응을 고려하면, 두 회사의 사례는 구조적으로 양극화된 한국의 노동현실을 반영한다. 냄새로 대비되는 두 회사의 노동 조건, 노동 환경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노동자들은 악취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었으며, 회사는 영세하며 제도적으로 규제했을 때 여러 한계가 있어 나 혼자서는 답을 찾지 못했다.

반지하냄새야. 이사 가야 없어져

영화<기생충>의 기정(박소담)은 반지하를 떠나야만 냄새가 없어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노동자를 없애지 않고, 자원 재활용에 필요한 시설을 없애지 않고, 저개발 국가에 떠넘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으로는 양극화된 한국의 노동현실의 격차를 줄이고, 미시적으로는 현장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주체들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