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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

[9월_직환의이야기]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김은경 후원회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밖으로 보이는 눈매가 무척 선해 보이는 남자 분을 외래에서 만났다. 40대 초중반, 세 아이의 아빠라며,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것이 가장 싫고 불편하다면서 수줍게 말하는 환자였다. 2020년 10월의 어느 날, 여느 새벽처럼 트럭을 운전해서 나갔고, 늘 해왔던 것처럼 동료를 돕기 위해 운전석에서 내려 트럭 뒤쪽에서 작업을 하던 중 승용차가 추돌하면서 환자의 양다리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 사고로 왼쪽다리는 무릎 위에서 절단하고 오른쪽은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던 평범한 일상이 깨졌고, 20여년을 성실하.. 더보기
[5월_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노동자에게 재해는 곧 삶의 위기 일터5월호_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노동자에게 재해는 곧 삶의 위기 산업재해는 크게 사고와 질병으로 나뉜다. 사고와 질병 사이에서 두드러진 차이점 중 하나가 ‘드러남’의 정도일 것이다. 사고는 드러남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산재로 쉽게 인정되는 편이지만 질병의 경우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노동자가 어렵게 산재신청을 하더라도 업무와 발병한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는 것 또한 큰 부담이다. 업무상 질병의 산재 인정률에 대한 최근 통계를 보면 산재 승인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얼핏 다수의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승인률이라는 것은 알다시피 신청건수에 대한 승인건수의 비율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근.. 더보기
[직업 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 2020.12 [직업 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정지윤 / 상임활동가 A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였다. A씨는 다른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위해 내가 근무하는 병원 혈액내과에 입원 중이었다. 나는 백혈병 발병의 직업관련성에 대하여 파악하기 위해 A씨를 처음 만났고,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었다. A씨는 화학과를 졸업해 반도체 제조업체의 재료합성연구팀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다. 어떤 물질을 취급하셨냐는 질문에 수없이 많은 취급물질을 읊어 내렸다. A씨는 유기화합물을 다양한 유기용매를 이용해 정제하는 과정을 해 왔으며 처음 연구실이 세팅되는 단계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환기시설이나 공정 격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는 진술에.. 더보기
[공지] 2020년 노동보건 연구 공모(모집기간, 20.07.27~20.08.2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약칭 한노보연)는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노동자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는 연구비 수입의 일정비율을 독자연구적립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 기금으로, 노동자 건강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연구 공모 사업을 통해 청소년 노동 및 출판노동자 실태조사, 산재환자 복귀 연구, 미스터리 쇼핑과 서비스노동, 플랫폼 알고리즘과 디지털 노동자 일중독 등을 지원하기도 하고, 한노보연 자체적으로 주간연속2교대 변화의 영향,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등의 연구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연구 공모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1. 공모 주제 및 연구내용 (총 1건) - 노동보건과 관련된 자유 주제 (현장참여 연구.. 더보기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 2020.05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 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강충원 후원회원,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 코로나19 대응 과정은 "방역저지선이 뚫렸다", "전사, 영웅" 등의 단어부터 재난 극복을 위한 총동원 체제, 고양된 어조로 전하는 뉴스속보 등 흡사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같은 재난은 일상을 잊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춘다. 필자가 속한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오는 노동자분들의 발길 또한 끊어졌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정되었던 안전보건교육과 운동교실, 집단상담, 찾아가는 이동상담이 모두 취소되었다. 국가적 재난에 모든 공공기관의 의료진들과 정신보건요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동원되어 코로나19의 위험에 대응하.. 더보기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야간작업 노동자의 검진과 사후관리 / 2020.02 야간작업 노동자의 검진과 사후관리 이선웅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필자는 직업환경의학 의사로 노동자 특수건강검진도 하고 있지만, 외래진료실에서 지역사회 환자와 노동자들에 대한 일반 진료도 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 의사임에도 막상 외래 진료를 하고 약 처방을 하게 되면, 일일이 직업을 물어 질병과 관련성을 유추하고 필요시 업무적 대책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수건강검진의 다양한 항목들이 기본적으로 주의하여야 할 직업적 위험요인이지만, 일반 외래에서는 특수건강검진 프로그램과 외래 프로그램이 연동될 수 없어 이 환자가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분인지 또 그 결과 판정은 어떤지를 같은 기관 안에서라도 쉽게 확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외래 진료 시에도 말을 하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 더보기
[언론보도]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인터뷰]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02.06,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인터뷰]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어디가 아프냐”보다는 “어디서 일하냐”고 묻는 의사 직업 또는 환경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할 수행 “일 때문에 아픈 노동자 없는 사회 위해 계속 노력” 서정필 승인 2020.02.06 08:16 김 교수는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을 하려면 단지 건강검진 열심히 받고, 술, 담배 적게 하고, 운동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불건강 행위를 유발하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직업환경의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직무스트레스, 장시간노동,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을 바꾸어내는 역할을 자신의 주요한 역할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https://www.hkn24.. 더보기
[언론보도]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19.01.23, 매일노동뉴스)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01.23 08:00 필자가 원장으로 근무하는 의원은 직원 20~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5년 전 처음 개원했을 당시 직원이 8명이었는데, 개원 초반에는 대부분 직원이 상당한 시간의 초과노동을 했다. 직원들은 급여를 많이 받고 의원은 경영상 이득이 있었지만 과로로 인한 피로감, 업무상 스트레스, 직원들 간의 갈등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초과노동으로 인한 수당이 신규인력 채용에 드는 비용을 오히려 초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주 40시간 근무 원칙을 가능한 한 철저히 준수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량이 증가할 경우 근무시간 증가보다는 신규인력 채용을 우선 고려하게 .. 더보기
직업환경의사가 알아야 할 법률 강좌 자료집(20200111) 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자료집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open?id=1cqXZ4IyL3j1VKJmuhPREbS3Ag3qxDZC- 더보기
[직어보한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 2019.12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박승권 /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세종시에 위치한 공공기관 A 기관에 출장 검진을 다녀 온 경험이다. 2년 전 A 기관에 처음 갔을 때 의사 상담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에 졸고 있던 노동자를 볼 수 있었다. 여태 오랜 기간 수많은 사업장을 다녀봤음에도, 아무리 의사 상담 대기시간이 길지라도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졸고 있는 노동자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기관에서는 졸고 있는 노동자가 2명이나 보이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어제 잠을 많이 못 주무셨나 봐요?” “예.. 일이 많아서..” 노동자가 잠을 많이 못 잤다고 하는 경우 보통 교대근무 등으로 인한 불면증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두 노동자 모두 “일이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민간 .. 더보기
[언론보도] 위협받는 청소년 상담 선생님들 정신건강 (19.11.28, 매일노동뉴스) 위협받는 청소년 상담 선생님들 정신건강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11.28 08:00 몇 년 전부터 경기도 초·중·고등학교에 청소년 상담사 선생님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상담사 선생님들은 학생 심리 상담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 관련 상담도 하고 심지어 학부모 상담, 교사 상담도 한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경기도 화성시 관내 학교 청소년 상담사 선생님들을 모시고 토크콘서트를 했다. 준비 과정에서 직무스트레스 평가를 실시했는데, 직무불안정 항목 점수가 92.2점(50.1점 이상일 경우 상위 25% 수준)으로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 결과 선생님들 고용에 관한 책임을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시가 서로 미루면서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htt.. 더보기
[언론보도] 류현철 소장 “산재사망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 사회적 감수성 부족” (19.11.27, 투데이신문) 류현철 소장 “산재사망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 사회적 감수성 부족” 전소영 기자 승인 2019.11.27 14:04 [인터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류현철 소장 한국, 노동안전보건 관심 높아졌지만 문제 여전 줄지 않는 산재 사고, OECD서 산재 사망률 선두 산안법 개정에도 노동자 위한 최소 안전망 미비 주52시간제, 탄력근무 도입 시 취지 훼손 우려 과도한 서비스노동 요구하는 사회, 감정노동 야기 노동자 삶의 가치·생명의 가치 높이는 사회 돼야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다. 가입 이래 23년 동안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단 두 번,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지금의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룬 셈이다. 임기 초,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노동존중사회를 약속.. 더보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노고(勞苦)했습니다, 오늘도- 아픔을 탓하지 않으려면 / 2019.11 노고(勞苦)했습니다, 오늘도 - 아픔을 탓하지 않으려면 정지윤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허리랑 어깨랑 목이랑 다 아파요. 발이랑 종아리랑 퉁퉁 붓구요, 압박스타킹 하고 일해도 어쩔 수 없어요. 애기들(소아과 환자) 키에 맞춰서 맨날 허리 굽히고, 쪼그리고 일하다 허리 좀 펴려고 일어나면 머리가 핑 돌아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을 때가 근무 중에 두세 번씩 있어요. 애플워치 차고 일하는데 심박수가 110가까이 체크될 때가 근무 중에 수 십 번 있구요. 근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응급실에는 계속 사람이 오는데 너무 긴장되어, 저도 제 맥박소리가 들려요” “손을 자주 씻다 보니까 손에 습진이 생겨요. 이미 습진이 생겨서 손 씻을 때 쓰린데, 그렇다고 안 씻을 수도 없죠. 처치할 때마다 손세정제.. 더보기
[언론보도]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김용균재단 출범 (19.10.31, 매일노동뉴스)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김용균재단 출범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10.31 08:00 김용균재단은 산업재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산재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이 사고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요구해야 하는지를 조언하고 대응하도록 지원하기로 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운동도 함께하기로 했다. ‘다시는’ 제2·제3의 김용균이 생기지 않도록…. ‘다시는’ 불시에 산재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기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도록…. 그런데 김용균재단 출범대회 이틀 전 아파트 13층에서 케이블 TV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루에 대여섯 명의 노동자가 죽어 가고 있으니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더보기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선을 넘는 현장의 냄새 / 2019.10 선을 넘는 현장의 냄새 이이령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운영집행위원 “김기사그양반. 선을 넘을 듯, 말듯 하면서 절대 넘지 않아.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영화에서 반지하 집 특유의 냄새가 몸에 밴 운전기사 기택(송강호)의 냄새가 불쾌한 박사장(이선균)이 하는 대사다. 이 영화는 지워지지 않는 ‘가난의냄새’를 모티브로 부의 양극화에 대해 얘기한다. 뜬금없이 영화 의 냄새 이야기를 한 이유는, 최근에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업체와 철강 대기업 본사를 차례로 방문한 기억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업체의 악취 얼마 전 소규모 사업장 특수건강진단 사후관리 목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하는 업체를 방문했다. 음식물쓰레기 특유의 비리고 불쾌한 냄새가 몸에 온전히 배긴 생산직 노동자들은 특별한 증상 및 질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