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톺아보기]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나? - 한국 산재보험 급여체계에 대한 고찰 / 2019.12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나?

- 한국 산재보험 급여체계에 대한 고찰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일하다 다치고 병들면 산재신청을 하게 된다. 안 아픈 게 가장 좋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직업위험이론에 따라 최소한의 산재발생은 일어날 수 있다. 산재 승인이 되면 받게 되는 보상을 급여라고 부르는데, 의료기관에서 치료비용을 현물로 지급하는 요양급여, 요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손실을 보장해주는 휴업급여가 가장 핵심이다. 그 외 휴업급여와 유사한 성격이지만 장기 요양을 하는 폐질등급 환자에게 주어지는 상병보상연금, 그리고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 급여, 장의비 등이 있다. 산재보험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급여가 있는데, 바로 직업재활급여다. 산재보험은 단지 질병을 낫게 하는데 한정하지 않고, 건강하게 작업장에 복귀하는 것까지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건강보험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요양과 재활의 기회가 제공해야 한다.

 

출처: 광주노무사 일과품 산재사업부

여전히 높은 본인 부담 비율

 

건강보험에서는 외래/입원, 병원의 등급(의원, 병원, 종합병원), 연령, 중증질환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본인 부담 정도를 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원급에서 외래를 볼 때, 요양급여 총액의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본인부담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산재보험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서 규정한 사항을 급여로 인정하고 있어, 비급여 진료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입원 초기 산업재해 의료비의 비급여율은 2015년 기준 44.2%에 이른다(송윤아, 2017). 구체적으로 보고된 액수로는 산재보험 1건당 비급여 의료비가 116만원이었고, 종합병원에서는 133만원이었다.

 

회사에서 일하다 다쳤는데도 본인이 부담해야 비용이 현실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비급여라고 하는 것이 필요 없는 치료가 아니라 종합병원에서 병실 부족으로 인해 상급병실을 사용하거나 수술, 약물 치료에서 주치의의 치료 권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환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요양기관 종별가산율, 이송처치료, 물리치료, 가정산소치료, MRI, 초음파검사 등 분야에서 국민건강보험보다 완화하여 급여 적용을 해주거나, 상급병실사용료, 재활치료, 재활보조기구 등에서도 건강보험과 달리 별도 추가 인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본인 부담 정도가 높아, 사업주가 부담을 해주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실비보험 처리를 하거나 직접 부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재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의료비가 발생하더라도 산재환자 치료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개별 심사를 통해 별도로 인정을 해주는 개별요양급여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체가능 항목이 없어야 하고 사유를 명확히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절차가 까다로워 신청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환자 치료에 필요함에도 건강보험의 재정 여건으로 인해 혹은 한국 의료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비급여 영역이 다수 있는 점을 고려해서, 신청한 사람에 대해서만 개별요양급여 제도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산재 환자에 대해 개별 심의를 통해 비급여 적정성 검토를 하고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다빈도 비급여 영역을 급여 영역으로 확장하거나 특정 불필요 비급여를 제외하고, (보약 처방 등) 전체 비급여의 일정 비율을 급여로 지급하고, 추후 이를 점차 확대해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생활임금 및 실질적인 직업재활 급여 보장이 되어야

 

산재보험에서는 휴업치료에 따른 소득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산재요양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초기 요양 6주간 임금 전액을 이후 80%를 지급하는 독일보다는 부족하지만, 부양가족 수에 따라 60~75%를 지급하는 미국 워싱턴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00%로 지급하는 건 안 되는 건가?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었다고 해서, 70%의 임금만을 보장받아야 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 아파도 생활임금이 보장될 필요가 있고, 이는 예방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보험의 취지에도 맞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던 비급여 영역의 치료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일정한 상한액을 두고 상한액 이하에서는 휴업급여를 100% 지급하는 방안을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산재환자의 실질적인 재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 또한 제공되어야 한다. 장해가 있는 산재노동자에게 직업훈련에 드는 비용 및 직업훈련수당 등을 지급하거나 직장적응훈련, 재활운동을 위해 직장복귀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직업복귀프로그램은 장해가 없이 복귀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주어져야 하고, 원직장 복귀 의무화 등 실질적인 작업복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이루어져야 한다.

 

 

산재보상의 확대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연결되는 이유

 

이외에 산재보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 또한 있다. 당장 산재보험의 비급여 영역이 건강보험의 비급여 영역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도 휴업급여가 지급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병이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도 치료를 위해 일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득손실을 보상받을 필요가 있어서다. 그것이 사회보험의 역할이고, 이를 관장하는 국가의 역할이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 2019.08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서 산재보험의 문제와 개선은 지속적으로 주요한 주제였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특수 형태 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것이 매우 어려웠고, 절차 역시 까다롭다. 산재 승인을 받아도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직장 복귀하는 노동자 비율은 항상 낮았다. 직장에 복귀해도 산재를 유발한 위험요인에 다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보장이 예방과 분리된 채 사고와 복귀, 다시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오래된 문제 제기이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그동안의 쟁점을 정리하고 개선의 핵심 지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초 산재보험 연구팀을 꾸려 산재보험 문제의 주요 쟁점과 개선 방향의 핵심을 정리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주요 쟁점을 1) 산재보험 적용 대상 2) 재정과 급여 3) 관리운영체계 4) 예방과 재활기능 5) 업무상재해 판정으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이를 위해 주요 문헌 검토, 해외사례 검토, 강의, 토론 방식을 통해 쟁점과 개선 방향을 정리하였다. 


사회보험의 기본원리로 다시 보기 


산재보험 적용 대상의 문제는 많은 논쟁이 있었고, 여전히 주요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농·어업인은 산재 적용이 되지 않으며, 임노동 관계에 있는 농·어업인들도 5인 이상 고용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만 산재보험 적용이 되고 있다. 산재 발생의 위험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도 산재 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강제 가입이 아니라 본인이 적용제외신청을 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에게 강제 가입을 통해 적용대상에 포함하는사회보험의 기본원리가 무시되고 있다. 이러한 독소조항은 실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낮은 산재보험 가입률을 유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간보험회사는 당사의 판매 노동자들에 대해 자체 민영보험에 가입하여 산재보험을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예방, 재활의 기능이 누락되어 있고, 사회보험의 강제성, 노동자
의 권리가 무시된 임의성이 확대되고 노동자의 재해 예방과 건강한 작업 복귀라는 산재보험의 고유 기능을 위협하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농·어업인, 학생 등을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는 여러 해외 사례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의 재정은 사업주의 부담을 기본으로 한다. 보험료는 업종별 위험에 따라, 사업장의 산재 발생의 정도에 따른 개별 실적을 반영하여 부과한다. 장해연금, 유족연금의 확대로 인해 재정적립의 강화 주장이 지속되고 있으나, 산재보험은 기본적으로 부과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별실적에 따른 보험료 부과, 재정적립 강화 요구가 산재 예방, 산재보험 지속성 확보라는 이유로 필요성이 주장되고 있으나, 산재보험의 사회보험 특성을 위협하는 요소로서 작동되는 측면도 있다. 산재보험을 조세 방식으로 운영하는 모델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산재보험 급여에서는 산재보험의 비급여 영역 문제, 휴업급여 70%의 타당성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산재보험 운영체계의 적합성은 지속해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운영의 경직성, 사회보험의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 부족 등을 문제 삼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산재보험의 운영체계를 민영화, 혹은 다원화하자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시장 규모와 유사 민영보험을 운영해 본 경험을 근거로 민영보험사의 지속적인 민영화, 다원화 요구가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산재보험의 사회보험 성격을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보험사는 산재보험의 주요 기능인 재활이나 예방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포괄성 부족 문제가 있을 뿐더러높은 관리 비용, 소득재분배를 고려하지 않는 효율성 추구, 위험이 낮은 집단만을 선별하여 가입시키는 전략을 추구 할 것이다. 이는 노동자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가 운영하는 4대 사회보험 중 하나로 국민의 복지와 연관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개선해야할 지점이 상당한 산재보험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산재보험의 목적 되살려야 


산재보험은 재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뿐 아니라,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 노동자를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산재보험은 일부 산재보험의 재정을 이용하여 안전보건공단이 예방사업을 하도록 이를 위탁하고 있다. 예방사업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40%도 되지 않는 재해노동자들의 원직장 복귀율을 볼 때, 적절한 재활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업무상 재해 판정제도의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어 근로복지공단, 법원의 과거 유사 인정사례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인정기준도 합리적 방향으로 완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절차의 불합리가 있고, 산재승인까지의 기간이 긴 문제, 그리고 심의 기구의 불합리함이 있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산재재해 노동자 원직장 복귀 의무화, 직업병 판정 구조 개혁, 선보상·후판정을 통한 직업병 인정 및 치료 신속성 확보, 산재의료기관 질향상 방안,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 등이 산재보험 개선의 주요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 이들 대안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산재보험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개선방향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변화를 만들 ‘현장의 힘’을 모아내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에 한노보연이 함께하려고 한다. 

 

산재보험연구팀 연구 주제
1.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역사와 체계
2. 노동의 변화와 산재보험 적용대상 확대
3. 산재보험의 재정과 급여
4. 산재보험의 관리운영체계 / 민영화 논쟁
5. 산재보험의 예방 기능과 재활 기능
6. 외국의 산재보험 체계 비교
7. 업무상재해 판정 제도
8. 산재의료기관 및 산재관리의사제도
9. 직업병 인정기준과 역학조사
10. 산재보험 제도 개혁을 위한 대안 모색

* 산재보험연구팀이 다루려는 연구주제의 목록이다. 함께 토론하며 쟁점을 만들고,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 결과물을 앞으로 <일터>에 게재할 예정이다.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 연구팀의 작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언론보도] 산재보상보험법,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야! (대안미디어 너머, 2014.07.21)

대안미디어 '너머' 기고 (http://www.newsnomo.kr/)

링크 : http://www.newsnomo.kr/news/articleView.html?idxno=77

 

산재보상보험법,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야!

 

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rotefarhe@hanmail.net

 

 

7월 초 사무실로 한 통에 전화가 왔다. 자신의 시동생이 산업재해(이하 산재)를 당했는데 조선족이라 한국말도 잘 못 하고 의사소통이 힘든지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하셨다. 연구소 연락처는 민주노총 조합원인 이종사촌 동생이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물어 알게 되었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하다가 산재를 당했는지 여쭤보니 상황은 이러했다.

 

산재보험청구 뭐가 이렇게 어렵나

 

산재를 당한 이OO 씨는 작년 7월부터 경기도 안성에 있는 유리공장에서 일했다. 그런데 지난 5월경 유리 놓는 틀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을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한편 이씨는 사고 당시 바로 병원을 가지 않고 통증을 참은 채 몇 일을 일했다. 그러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회사에 얘기해서 회사 직원과 함께 병원에 갔다. 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를 찍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씨는 돈도 없었고, 보호자가 있는 경북 문경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회사는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으면 이후 문제에 대해서 너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했단다.

 

상황을 듣고 산재신청을 해야 할 것 같으니 지역의 민주노총에 계신 노무사님에게 상담을 받아보자고 말씀드렸다. 며칠 뒤 만나서 상담을 받았고,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노무사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몇 날 며칠 애가 달았을 보호자와 시동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 캡쳐 화면

 

오늘날 산재 노동자의 현실이 바로 이렇다. 말로는 산재 신청을 혼자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일하러 갔던 가족이나 동료가 하루아침에 죽거나 다쳤는데, 맨 정신으로 병원과 관공서에서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또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사업주 날인을 받아야 하는데 산재 신청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시비를 걸고 보는 사업주들과 다툼이 없을 리 만무하다.

 

어렵사리 신청해도 승인까지 하세월

 

게다가 대개 산재환자들이 노무사를 수임해 어렵사리 산재 신청을 해도 승인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사고성 재해의 경우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승인되지만, 질병의 경우는 언제 산재 승인이 될지 기약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업무관련성을 본인이 입증했다 해도 산재승인 받기가 매우 어렵고 오랜 걸린다. 공단에서 불승인을 받으면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몇 년이 걸릴지, 이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설사 승인을 받는다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기본급 70%의 휴업급여는 일상생활을 보장하고 산재 요양에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힘들게 산재인정을 받아도 이 모양이다. 게다가 산재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찾고 이용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하루 24시간 중 한 두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러니 온전히 요양 치료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경제적으로 힘들고, 요양 기간은 끝나가는 데 몸은 여전히 아프다. 다시 현장에 복귀해서 일할 수 있을까? 일하다 또 아프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편히 이룰 수 있는 노동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현실이 이렇다보니 산재보험이 대체 왜 존재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월 1일은 한국 사회 최초의 사회보장제도 산재보험보상법이 도입된 지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50년 동안 46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고 9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당일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산재보험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에서 산재보험 도입 50년을 자축하는 기념행사를 치렀다. 산재보험 발전에 공을 세웠다는 연구자, 의사 등 전문가에게 상을 수여하고, 산재보험으로 삶의 용기를 얻었다는 노동자들의 수기를 공모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누가 봐도 산재보험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생색내기용 프로그램이다.

 

 

현재 공단은 산재 당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법과 제도를 운운하며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5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체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겠다’는 공단이 제 역할을 다하는 날은 언제일지 마음 한 편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