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삼성반도체 뇌종양 산재인정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규탄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지금이라도 항소제기 철회하라!

[성명] 삼성반도체 뇌종양 산재인정판결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규탄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지금이라도 항소제기 철회하라!

 


근로복지공단은 끝내 삼성반도체 뇌종양 산재인정 판결(2011구단8751, 서울행법 2014. 11. 7. 선고)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했다. 어제(27일)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고온테스트(MBT) 공정에서 근무한 재생불량성빈혈 피해자 유명화씨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기로 하고, 같은 고온테스트 공정에서 같은 시기에 근무한 뇌종양 피해자 망 이윤정씨에 대해서는 항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명화씨에 대해 항소제기하지 않기로 한건 다행이지만 같은 공정에서 함께 근무한 망 이윤정씨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기로 한 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납득할 수 없다.

 


우선 항소제기는 재해노동자를 보호해야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존재이유에 반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목적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근로복지공단은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으로 재해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보장해야 하는 기본 사명을 가장 중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이유로 또다시 항소를 제기했다.

 


특히나 이미 4년 5개월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법적다툼을 해온 뇌종양 피해 유족에게 항소는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이 사건에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고 황유미씨 유족이 2011년 6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인정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그로인해 또다시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재판을 받아야 했다. 결국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과 같은 산재인정 판결이 나오자 그제서야 공단은 상고제기를 포기했다. 우리는 근로복지공단이 두 번 다시 이러한 잘못된 과오를 저지르지 말 것을 촉구하였고, 당사자 가족들은 공단 이사장 면담을 통해 항소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단은 산재인정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제기하고 말았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항소인가.

 


둘째, 항소라는 목적에 꿰어맞추기식 논리를 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유명화씨의 경우는 2012년 역학조사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검사공정에서 화학물질이 열분해 되어 유해물질인 벤젠에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하였다. 그러나 같은 검사공정에서 근무한 망 이윤정씨에 대해서는 ‘다른 공정의 유해물질 유입 가능성이 없는 점’을 들었다. 이는 너무도 부당하다. 같은 공정에서 근무한 노동자에게 유해물질 노출이 다르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

 


셋째, 근로복지공단는 왜곡된 논리를 펴며 항소를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망 이윤정씨의 산재인정 판결에 대한 항소제기 이유로 유해물질과 상병간의 의학적 인과관계가 불일치 하고 유해물질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또한 상병의 발병기전이 상병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납득하기 힘들다. 비록 뇌종양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부족하여 완전하게 상병 발병의 기전까지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 연구된 역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뇌종양은 전리방사선, 비전리방사선 중 극저주파 자기장에의 노출, 납, 포름알데히드, 다핵방향족탄화수소와 같은 화학물질에의 노출에 의하여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러한 점을 판결에서는 명시하고 있다. 또한 망 이윤정씨가 고온테스트 공정에서 극저주파 자기장에 일반 사무직군보다 높은 수준으로 노출되었으며 외국의 연구에서 뇌종양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경계선이라고 보고한 수준보다 높다는 점을 밝혔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유해물질이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상병간의 의학적 인과관계가 불일치 한다는 이유를 들어 항소한 것은 왜곡된 논리다.

 


마지막으로, 이번 항소는 공단이 스스로 산재입증책임의 완화 혹은 전환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에게 산재입증책임이 있다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여 올바른 해결책을 보여준 이번 판결을 뒤집고 근로복지공단이 그러한 이유를 빌미로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점은 누가 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재해노동자와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고 불합리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야하는 국가기관이 어느곳보다 보수적으로 노동자의 이해에 반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망 이윤정씨의 판결문에서는 이윤정씨가 노출되었다고 추정되는 물질 중 뇌종양 위험인자로 지목되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검댕) 등에 대하여 역학조사 기관이 조사를 충분하게 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근로자에게 책임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이러한 사정은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함에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정황으로 참작함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또한 “에폭시몰딩컴파운드의 열분해산물에는 벤젠, 포름알데히드뿐만 아니라 성분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다수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화학물질과 원고들의 질병사이의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바로 이러한 판결은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앞장서서 주장해야 할 내용이지 이러한 판단근거를 잘못된 것으로 보고 항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노동자 보호기관이 아님을 천명하는 것이다.

 


망 이윤정씨가 근무한 고온테스트 공정에서 뇌종양이 걸렸다고 제보된 피해자는 모두 4명이다. 희귀질환인 뇌종양이 같은 공장, 같은 공정에서 4명이나 발생했고 이중 산재를 제기한 분은 이윤정씨를 포함해 모두 두분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할 게 아니라 신속히 산재를 인정하고 국가적 차원의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는데 끝까지 항소를 하고 산재가 아니라고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언제까지 근로복지공단은 재해노동자와 그 가족을 상대로 싸울 것인가.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제기는 지금이라도 철회되어야 한다.

 

2014. 11. 28.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논평] 반도체 노동자 뇌종양 사망, 첫 산재인정

[논평] 반도체 노동자 뇌종양 사망, 첫 산재인정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뇌종양 사망자 고 이윤정님, 서울행정법원에서 산재인정. 
같은 공정에서 근무한 재생불량성빈혈 피해자 유명화님도 함께 산재인정.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산재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근로복지공단은 항소하지 말고, 산재인정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라.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 고온테스트(MBT)공정에서 일하다 퇴직 후 2010년 5월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이 발병해 2012년에 사망한 故이윤정님(32세)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제기한지 4년 만에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다. 같은 공장 같은 고온테스트 공정에서 일하다 1년여 만에 재생불량성빈혈이 걸려 10년 넘게 투병중인 유명화 님(32세)도 같이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다.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렸다고(사망 포함) 반올림에 제보된 분만 20여명이 되고, 산재신청을 한 경우도 한혜경씨를 비롯해 5명이나 되지만, 뇌종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빈혈로 산재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근로복지공단에서 두 건, 법원에서 한 건).

 

이번 산재인정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행정 7단독 이상덕 판사는 “원고 이윤정, 유명화씨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는 동안 벤젠과 납,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것과 뇌종양 발병 위험이 보고되고 있는 ‘극저주파 자기장’에 일정기간 지속적이고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이 발병했다며 업무와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등이 신체의 면역력 저하를 초래해 질병의 발병이나 진행을 촉진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았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부실한 조사로 인한 불이익을 재해노동자에게 전가해왔던 문제까지 짚으며 올바른 판단을 하였다. 이상덕 판사는 역학조사 기관이 일부 화학물질에 대한 조사만 하였을 뿐, 배출가스와 검댕에 어떤 물질이 어떤 농도로 함유되어있는지를 규명하려는 노력 없이 조사를 종결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이러한 사정은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함에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정황으로 참작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특정 화학물질과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아직 연구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관련성이 없다 또는 낮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고도 했다.

 

 

반올림이 지난 7년간 ‘입증책임의 문제’를 지적하며 숱하게 주장했던 내용들이다.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작업환경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쳐온 이유이기도 한다. 그동안 반도체산업의 직업병 피해자들은 업무환경의 유해성과 희귀질환의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문제로 인해 산재보상금 조차 받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 왔다. 기업과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연구하지 않은 문제인데, 그로 인한 불이익은 오롯이 재해노동자들에게 계속 전가되어 왔다. 오늘 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입증책임의 문제’와 ‘노동자 알권리’ 문제에 대해 법·제도적으로 올바른 해법이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한다.

 

 

한편, 오늘 가장 기뻐해야 할 주인공인 이윤정 님은 길고 긴 산재다툼 과정을 다 지켜보지 못한 채 소송중이던 2012년 5월 세상을 떠났다. 이윤정 님은 뇌종양 진단을 받은 지 2달 만인 2010년 7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급여)신청을 제기했으나 2011년 2월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같은 해 4월 다시 서울행정법원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부지급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은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가 근로복지공단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하여 산재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면서 소송은 더욱 길어졌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던 이윤정 님은 결국 재판결과를 보지 못한 채 2012년 5월 7일 서른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유족(남편 정희수)은 고인을 대신하여 재판을 이어갔고, 3년 7개월만인 오늘(11월 7일), 법원으로부터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기나긴 시간이 걸렸기에 이윤정 님이 살아생전에 산재인정 소식을 듣지 못하고, 유가족 또한 긴 시간동안 어렵게 버텨온 고통이 크겠지만 이번 산재인정 판결을 통해 그동안의 억울함과 회한이 조금이나마 씻기길 바란다.

 


또한 십여년 기나긴 시간동안 재생불량성빈혈로 투병생활을 해왔던 유명화님께도 이번 판결을 통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더 이상 근로복지공단이 이러한 노동자들과 피해가족들에 맞서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는 근로복지공단과 정부의 역할은, 재해노동자에게 신속한 보상을 하고, 다시는 이런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모습니다. 지난 삼성반도체 백혈병 판결 때처럼 항소를 하는 비극이 더 없기를 바란다.

 


2014. 11. 7.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특집] 2. 지난 반올림 운동을 돌아보며 / 2014.10

[특집2] 지난 반올림 운동을 돌아보며

‘반올림 공유정옥 활동가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


올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를 위한 반올림이 7년을 맞아, 9월 27일 이수 사무실에서 공유정옥 동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그간 활동에 대한 소회, 의미, 평가와 전망을 들어보았습니다.


우선 교섭 진행 경과를 알고 싶습니다


작년 12월 18일 삼성과의 1차 교섭이 있었습니다. 삼성 측은 실무교섭에서 반올림과 교섭하기로 했지만 정작 교섭에서는 반올림이 교섭에 나온 것에 대해 반대하였습니다. 유족들과 우선으로 협상하겠다는 것이지요. 교섭이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이후 교섭 날짜를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은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반올림에 위임장을 쓸 것을 요구하다가 갑자기 올해 5월 반올림과 대화하겠다고 제의했습니다. 

6월 3차 교섭 때 삼성은 8명 피해자를 먼저 보상하고, 보상 위원회 설립이라는 제대로 된 안을 처음으로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반올림은 피해자 8명을 포함하여 30여명 산재신청자를 먼저 보상하고, 나머지는 삼성이 만든 '퇴직자 암 지원제도' 기준을 완화해서 전체 피해자를 위한 보상을 하자고 요구하였습니다.

8월 4차 교섭에서 삼성은 보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만들자고 했고, 반올림은 산재 신청자를 포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삼성도 8명 먼저 보상을 접고 발병 시기, 업무내용, 질병 등에 대한 항목으로 보상기준을 만들 것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였으며 차기 교섭에서 자세히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반올림이 오랫동안 원했던 바를 실현할 수 있겠다 싶은 고무적인 논의였습니다. 그런데 교섭을 마무리하는 찰나, 가족 한 분이 8명 선 보상 안을 받고 싶다고 하고 삼성은 그것을 냅다 받아서 가족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몇몇 가족이 동요하자, 좀 전 합의안을 깼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반올림이 가족 의견을 정리해 오라고 요구하였습니다. 

8월 29일 가족 6명이 독자 교섭 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였고, 9월 3일 차기 교섭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반올림은 가족들의 의견을 모으려고 했는데 선 보상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의견이 너무 완강하였고 결국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9월 3일 교섭 때, 삼성전자와 반올림, 삼성전자와 가족이 같은 자리에서 교섭하게 되었는데 삼성은 발병자와 논의하고 싶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하였습니다. 이는 삼성이 5명의 백혈병 피해자와만 논의하고 싶어했던 교섭 초기 생각으로 퇴보한 것입니다. 반올림을 배제하려는 의도겠지요. 이러한 현재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할 따름입니다.


그럼 교섭단이 분리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섭단은 다수의 사람이 모여 있기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간 어렵게 맞춰왔습니다. 정확히 어떤 계기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몇몇 가족이 그동안 반올림과 맞춰왔던 안에 대해 배제되었다고 생각해서 떠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 앞으로 교섭을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인지요?


쉽지 않겠지만, 반올림이 최선을 다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교섭을 시작하면서 애초 했던 이야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보상만이 아닌 미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삼성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관철하는 것입니다. 삼성과 사회적인 대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주 큰 의미입니다. 이것은 폭넓은 연대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우리와 함께했던 활동가, 시민들의 마음을 안고 가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절대 몇 사람 보상하라고 연대활동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처음에 삼성이 5명과 대화해서 보상의사를 밝혔을 때 반올림은 우리 뒤에서 더 절박하면서도 대화에 나오기 어려운 분들을 대신했기 때문에 끝까지 죽으나 사나 우리의 기조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교섭단은 이 생각으로 일치해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은 많은데, 삼성이 유독 문제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이닉스와 같은 공장도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처음 제보자가 삼성에서 일했었고, 삼성이 가진 특유의 폐쇄성이 있고 규모가 제일 크니까 피해자도 제일 많은 겁니다. 지난 수년간 삼성 반도체 산업이 호황이어서 노동자들은 엄청나게 일했고 그에 따라 유해물질에 더 오랜 시간, 고강도로 노출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제대로 된 대응을 했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텐데 회유와 부인으로 일관하며 대화를 무시했던 삼성의 태도가 제일 결정적이었지요. 


현재 재판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40여 명 산재신청 중에서 10명 조금 넘게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뇌종양, 뇌암,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발병한 경우와 루게릭, 다발성경화증 이런 희귀 난치성 질환이 발병한 경우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재신청을 하고 1년 넘게 조사하고 있는 사안도 10여 건 정도 있고요. 매그너칩 반도체에서 백혈병, 삼성에서 유방암을 인정받았지만 이제 막 물꼬를 트고 있는 시기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은 있습니다.


그 간 삼성의 변화는 감지됐는지요?


2010년 박지연 씨 사망 이후 삼성이 조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고 박지연 씨는 온양공장에서 근무하였는데 백혈병으로 2년간 투병하다가 사망하였습니다. 이분은 퇴사 전 사망했는데 사망 1개월 후 삼성이 기자 브리핑을 해서 공장 견학을 시켜주겠다고 한 바 있지요. 박지연 씨 이전에는 삼성이 조용하게 돈으로 회유하려고 했었지요. 이후 백혈병 소송이 진행되고 두 명이 산재인정을 받으면서 회사가 대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겼어요. 

그 와중에 삼성 공장의 변화도 좀 알게 되었습니다. 안전교육 실시, 보호구 지급, 안전 표지판 제작 및 부착, 퇴직자 암 제도를 만드는 등 사내 복지차원이라고 하지만 바뀐 흐름이 생긴 거지요. 

하지만 작년 1월 삼성 불산 누출사고, 산안법 위반 2004건을 보면 삼성이 이렇게 돈을 투입해도 현실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삼성반도체 공장 종합 진단을 했는데 예방보다는 노동자를 통제하고 겉보기식 전시 행정을 하는 등 헛돈을 쓴 것입니다.


7년의 활동 중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은 무엇이었습니까?

 

무지 많은데요. 우선 산재인정을 받았을 때입니다. 2011년 6월 23일 1심에서 황유미 씨, 이숙영 씨 산재인정도 기뻤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바로 산재인정 받았던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가 이룬 것이 있구나, 반도체 전자산업으로 노동자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에 그동안 활동이 보람 있었다고 느꼈지요. 반도체 산업이 직업병을 인정받은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라고 알고 있어요.

한 번은 택시를 탄 적이 있었는데 운전기사가 대뜸 그랬어요. ‘그거 알아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사람이 암에 걸려서 죽었대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때 ‘많은 사람의 생각이 바뀌었구나!’ 라고 느꼈었고, 영화가 만들어지고 50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나누었지요. 그간 여러 활동을 했지만 반올림 활동처럼 많은 사람들이 삼성반도체 문제를 알게 되고 바뀌었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황상기 씨라는 분이 있었기에 반올림이 지금까지 유지됐습니다. 이분을 영웅시하는 것은 경계하지만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심지가 굳고 투명한 분입니다. 이분을 만난 게 우리의 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황상기 씨가 없었다면 대책위는 있었겠지만 이미 문 닫았을 거고 반올림은 없어졌겠죠.


이후 반올림 활동을 어떻게 펼쳐 나가고 싶습니까?

 

반올림의 운동 의제들이 이름에 담겨 있듯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인데 몇 년 전부터 우리가 느낀 것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일하는 전자산업의 안전보건 대책이 미흡해 보입니다. 기존의 안전보건대책은 재래형 제조업에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예방이 중요합니다.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고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서 봤듯이 화학물질에 대한 알 권리, 개선방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자산업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굉장히 낮기에 그래서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제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세계화된 전자산업은 그 공장을 국제적으로 옮겨 다니며 직업병, 환경, 노동인권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가동을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그나마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나은 상황이라 다른 지역 노동자들이 반올림에게 많은 의뢰를 해옵니다. 세계화된 전자산업 구조에 맞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소위 선진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방과 폭넓은 노동권, 국경을 넘는 국제연대가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해왔던 것이기도 하고 더 안정적인 활동이 필요하기에 반올림이 더 할 일이 많은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바쁜 일정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공유정옥 동지께 감사드립니다. 반올림은 지난 7년처럼 현재의 어려움도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