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2017.05 ~ 2019.06 언론보도 내용 분석 결과 / 2019.11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안전한가? - 2017.05 ~ 2019.06 언론보도 내용 분석 결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이슈페이퍼 2019-05, www.nodong.org

 

정경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연구위원 / 선전위원회 편집

 

문제제기

 

지난 718,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인격 보호와 쾌적한 근로환경 제공을 위해 사업장 세면·목욕시설 및 화장실 설치·운영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청소 노동자와 건설 현장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세면·목욕시설, 화장실 문제와 백화점·면세점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화장실 문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1981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후 36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인간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화장실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주된 대상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2007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개정으로 화장실·탈의실 등의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였으나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적용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직업에 속하는 매장 판매직의 노동안전과 건강문제가 여전히 법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15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96월 현재 54.4%로 경제활동인구는 12,307,000명에 이르고 있다. 건설업 여성 노동자,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 판매직 노동자, 학교급식 노동자, 병원간호사 등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관련한 내용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슈화되어 각 사업장들의 노동환경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여성 고용 확대는 정부의 주요 노동 정책에 속한다. 그리고 여성은 임신·출산의 당사자로서 저출산 정책 대상이기도 하며 저출산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리기도 한다. ‘정부의 여성 고용 확대 촉진-여성 노동 안전 문제-저출산 위기의 연결고리에서 가지는 정부 정책의 문제에 대한 질문과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노동안전보건문제에 초점을 두고 산업·직종별 여성 노동자 분포와 특성, 그리고 어떤 노동환경과 문제를 겪고 있는지 살펴본 후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분석 대상은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자료, 그리고 20175월부터 20196월까지 주요 언론에 보도된 여성 노동자의 안전, 건강과 관련한 기사자료다. 이 글을 통해 기존의 사안별로 각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접근하던 것을 넘어 성인지적 접근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산업·직종별 여성 노동자 분포와 특성

 

산업별 여성노동자 분포 현황을 살펴볼 때, 전체 산업 중에서 여성 노동자 수가 많은 상위 10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4.2%)>‘제조업’(18.7%)>‘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11.7%)>‘도매 및 소매업’(10.6%)>‘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5.9%)>‘교육서비스업’(5.7%)>‘숙박 및 음식점업’(4.6%)>‘금융 및 보험업’(4.5%)>‘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3.2%)>‘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2.8%) 순이다.

2018년과 10년 전인 2008년을 비교할 때, 여성 노동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통신업이 포함된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397.7%)이고, 20년 전인 1998년을 비교할 때 여성 노동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625.3%)이다.

1998, 2008, 2018년 기준 여성 노동자가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을 살펴보면, 199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67.0%), 200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사업’(73.5%)숙박 및 음식점업’(54.6%), 2018년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81.6%), ‘숙박 및 음식점업’(58.7%),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53.7%), ‘교육서비스업’(52.0%)으로 나타난다.

20년 전에 비해 여성이 5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1개에서 4개로 늘었으며 주로 서비스업에 해당된다. 특히 여성 노동자 58% 이상 분포를 여성 집약형 산업이라 구분할 때,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숙박 및 음식점업은 대표적인 여성 집약형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림1 2018년 직종 대분류별 여성 노동자와 비정규직 비율(단위 %)]

여성이 집중된 직종의 대표적인 특징은 비정규직이 많은 직종이거나 저임금 직종이라는 것이다. [그림 1]2018년 기준 직종의 대분류별로 여성 비율이 높은 순위는 서비스 종사자’(66.9%), ‘판매 종사자’(50.8%), ‘단순노무종사자’(49.5%), ‘사무종사자’(48.6%),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48.3%) 순이다. 이 중 1~3순위인 세 직종의 비정규직이 전체 비정규직의 57.4%를 차지하고 있다(직종 중분류별로 볼 때에는 이미용·예식 및 의료보조서비스직’, ‘방문·노점 및 통신 판매 관련직’, ‘가사·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노무직이 포함된다).

 

[그림2 2017년 산업별 여성노동자·여성상용노동자·여성임시일용노동자 비율(단위 %)]

이와 같은 특징은 여성 비율이 높은 산업 순위별로 임시일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 현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림 2]를 보면, 전체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상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도 높지만 임시일용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산업의 여성 비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 비율이 높은 직업일수록 비정규직이 집중되고 임금수준이 낮아 고용의 불안정성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언론 보도 분석결과와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 상의 문제

 

20175월부터 20196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여성 노동자 건강 문제와 관련된 기사들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났다. 첫 번째, 16개 사례 중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이 가장 많았고 건설업, 제조업에 속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서비스직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서비스직 노동자 비중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노동은 법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여성 노동자가 집중된 서비스 산업·직종에서 나타나는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관련 법률에서 배제되거나 주변화되어 있다. 두 번째, 일반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직종의 경우 감정노동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고 있고, 혼성 직종과 남성 집중 직종의 경우 성희롱 문제가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사건을 통해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직무, 직급, 고용관계 등이 성차별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중삼중의 차별이 여성에게 집중된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대한민국헌법의 여성 노동의 특별한 보호(32)와 모성의 보호(36)에도 불구하고 임신·출산에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인한 불임, 유산, 선천성 장애아 출산에 대한 고통을 노동자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 노동자의 유산비율 현황을 통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서 여성의 고용 확대 정책이 주요하게 차지하고 있으나, 임신·출산과 관련하여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보호조치 정책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그동안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정책에 대해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안전과 건강 역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으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동일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안전과 건강에 다르게 작용한다.

그러나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는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으로, 현행법에서 작업장에서의 여성 노동 안전 규정은 대부분 임신 중인 여성을 대상으로 할 뿐, 일반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작업장에서의 위험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신·출산과 관련한 모성보호에만 집중하여 특정 산업·직종의 제한, 근로시간 제한, 휴가제도를 두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와 특수성을 고려한 내용이 전혀 없다.

이와 같은 문제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법제도가 전통적으로 남성이 집중되어있는 위험 작업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성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노동안전보건 정책은 업무 관련 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여성과 남성 노동자의 사고, 부상, 질병의 차이를 무시하게 되고, 심하게는 여성이 수행하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적어 안전하다고 인식하게 하여 여성들이 작업장에서 당하는 사고, 부상, 질병들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엔 젠더 간 건강과 안전상의 불평등, 즉 젠더 격차를 강화할 것이다.

산업재해 현황에서 성별에 따른 재해자수 비율을 보더라도 2008~201710년간 여성 재해자수는 평균 19.6%에만 머물러 산업재해 보상제도에 성편향과 성 불평등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전통적으로 남성이 집중되어있는 제조·중화학·건설업 중심으로 안전기준과 위험성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비전통적인 산업·직종에서의 노동안전 기준과 위험성 평가가 취약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많은 여성들이 직무분리, 하위직급, 비정규직 등에 따른 직장 내 권력관계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서비스직의 경우 고객에 의한 감정노동과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도시가스점검원의 경우 고객 방문 서비스 작업을 할 때 고객의 집에서 성희롱·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업무와 관련된 위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임신·출산에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어 재생산권과 관련한 생식 건강을 위한 안전기준도 취약하다.

 

정책적 시사점

 

여성의 열악한 노동안전과 건강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낮은 지위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성별 차이를 고려한 작업장 안전 지침을 이미 국제노동기구 ILO에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 확대와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서 여성의 노동안전과 건강에 관련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 노동안전보건의 문제 해결 없이 저출산 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여성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별 차이를 고려한 성인지 노동안전보건 정책이 필요하다. 헌법의 성평등 이념에 따라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실현 목적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성 주류화 조치”,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성인지 통계”, “성인지 교육등이 이에 해당한다. 노동안전보건 정책에서 이러한 기본시책들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성의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인지 노동안전보건 정책으로 초점을 바꿔야 하며, 이상의 기본시책들을 시행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