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인격 살인 일터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2016.8

인격 살인 일터괴롭힘 예방이 시급하다

20대 국회가 풀어야 할 노동자 건강권 과제 (4)



김재광 회원


2015년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직장 내 괴롭힘 보고서-인격 없는 일터'는 당시 대한항공 땅콩 회항 등으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룬 바 있다. 명예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전단지 배포, 모뎀 수거 등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KT 직원, 조합장과의 갈등으로 집단 따돌림과 업무배제를 겪은 지역 농협 직원, 과도한 실적 압박을 개선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직원, 사장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가 100일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HMC 계약직 과장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했다. 


위의 사례 말고도 최근까지 이어지는 유성기업의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끈질긴 괴롭힘은 대표적인 '일터 괴롭힘'으로 뽑히고 있다. 이렇게 드러난 사례 말고도 은밀하고 끔찍한 괴롭힘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성과경쟁중심의 심화, 구조조정의 일상화, 고용불안, 생활불안, 반노조정책 등은 일터를 끔찍하게 만들고 있고, 일터의 내외부의 성원들은 때로는 가해자로, 공모자로 그리고 방관자로 연루되게 만들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조사대상의 86.6%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고, 해당 조사기관은 직장 괴롭힘 1건이 개인과 사업장에 미치는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5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였다.


일터 괴롭힘'은 해당 노동자의 지위와 업무와 관련하여 노동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건강을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터 괴롭힘의 양태는 일을 너무 적게 주거나 너무 많이 주는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본인 고유 업무가 아닌 업무를 주는 경우, 욕설이나 공개적 모욕을 하거나 신체적 위협을 하는 경우, 동료로부터 고립시키거나 고립을 종용하는 경우, 부당한 소문을 내는 경우, 공평한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 심리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등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에 공통된 것은 권한과 권력의 남용의 문제라는 것, 피해자의 존엄을 파괴한다는 것, 정신적·신체적·정서적 건강이 훼손된다는 것, 대부분의 양태가 현재 법률로 예방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출처 : 다음 스토리펀딩


일터 괴롭힘은 특정 개인의 성품만의 문제가 아니며, 특정 기업만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다. 사회 전체 구조의 문제이며, 이윤 절대 사회의 그늘인 것이다. 이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인격 침해로 인한 정신질환을 겪기도 하고 직접적 신체 침해를 당하기도 하고 급기야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파괴하는 일터 괴롭힘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대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일터 괴롭힘을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률안이 19대 국회부터 제출된 바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여 이를 규율하는 방안이 한정애 의원이나 이인영 의원의 대표 발의가 있었고, 이자스민 의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에 관한 규정을 '괴롭힘'으로 변경하여 일터 괴롭힘을 예방 및 규제하려 했다. 


고객 및 민원인에 대한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자스민 의원은 고평법을, 김기식 의원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이를 예방, 처벌하려 하였고, 심상정 의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명시하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하였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는 이인영 의원은 19대에 통과되지 못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고, 산업안전법에 있어 작업중지권을 고객에 의한 위험까지 확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비록 19대 국회에 제출된 발의 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되고, 현재 발의된 안 역시 앞으로의 운명이 불확실하지만, 일터 괴롭힘 혹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용어가 회자되어진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제도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일터 괴롭힘의 예방과 규범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고용정책기본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 보상법 등등 전체 노동관련법의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법률규정 및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일터롭힘을 노동자 건강권의 차원에서 법률화하고자 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법 제5조에서 선언적으로 규정하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의 사업주의 책임을 행위규범인 제24조(보건의 조치)의 규정으로 명문화하여야 한다. 


동시에 작업중지 및 거부의 권리에 있어 정신적 침해 역시 규정되어야 할 것이고, 일터 괴롭힘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훼손으로 야기되는 질병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의무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하여 사업주의 관련 질병의 예방 의무를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속되는 제기와 시도가 법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향후 일터 괴롭힘을 공론화하고 이를 더욱더 사회화하는 노력을 통해 보다 유용하고 의미 있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특집 4.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2016.5

괴롭힘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이종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 법

 

 

 

분노와 답답함, 이를 표현할 언어의 부재

 

지난 겨울, 인권연구소 창과 함께 ‘Daum 스토리펀딩’에서 ‘일터괴롭힘’에 대해 연재했다. 각자의 일터에서 겪어 왔던 괴롭힘을 토로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비정규직에게 갑질하는 학교, 성과를 쥐어 짜는 조직, 투명인간 취급하며 따돌리는 동료들 등등.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공감, 분노, 답답함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동안 일터에서 겪었던 고통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가 없었던 것 같았다. 해외에서는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존엄 침해, ‘일터 괴롭힘’에 대해 다루는 언어가 있을까? 법제도적으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일터에서의 괴롭힘(Workplace harassment 또는 bullying)에 대한 문제제기는 1980년대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 로 시작되었다. 실증 연구, 심리학적 연구 등이 이루어지고 언론 보도, 재판 사례 등으로 관심이 대두되면서 일터에서의 괴롭힘을 노동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큰 위해를 초래하는 행위로 점점 인식하게 되었다. 유럽 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제도를 만들어 왔고, 법률이 아니더라도 지침, 행정감독 등을 통해 반(反) 괴롭힘 정책을 표방해 온 국가들이 많이 생겼다.

 

프랑스 법에 규정된 ‘정신적 괴롭힘,’노동자의 ‘정신’건강도 고려

 

일터 괴롭힘에 관한 법제도로 한국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국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Marie-France Hirigoyen이 1998년 『정신적 괴롭힘, 무자비한 폭력(Le harcélement moral, laviolence perverse au quotidien)』라는 책을 발간하고, 이 책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프랑스 사회 내에서 일터에서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법적으로는, 2002년 ‘정신적 괴롭힘’(harcélement moral)의 개념을 노동법전과 형법전에 도입하여 일터에서의 괴롭힘을 규율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법전에서는 “어떠한 노동자도 자신의 권리들과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거나 직업적 전망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의 훼손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반복되는 정신적 괴롭힘의 행위들을 겪어서는 안 된다” 라며 정신적 괴롭힘의 의미를 설명한다. 노동자의 존엄 침해를 중심으로 둔 점이나, 건강에 관해 정신과 신체를 통합적으로 다룬 것이 정신적 괴롭힘의 규정에서 두드러지는 요소이다. 노동법전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정신적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정신적 괴롭힘을 겪다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경우 이를 무효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사용자에게 정신적 괴롭힘을 예방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괴롭힘의 피해자가 괴롭힘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을 제시하면, 그 행위가 괴롭힘과 관계없는 정당한 행위라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등 구제를 실질화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프랑스 사회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입법을 시도할 때, 호의적인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신적 괴롭힘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개념화하기 어렵고 그 개념이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거나, 기존의 법제에서도 정신적 괴롭힘을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재 정신적 괴롭힘에 관한 판례가 많이 축적됨으로써 정신적 괴롭힘의 의미와 판단기준이 구체화되었고,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정신적 괴롭힘을 가시화함으로써 예방과 구제의 실효성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하급심에서 한 때 논란이 되기도 하였으나, 행위자가 괴롭힘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괴롭힘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위도 규율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최고법원에서 확고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경영방식이라는 이유가 정신적 괴롭힘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한 프랑스 법원은 사용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은 괴롭힘 사건이라도 사용자가 예방조치를 다 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결과적 안전의무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괴롭힘을 직업상의 위험의 하나로 보고 그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를 확대시켰다.

 

* 프랑스 심리학자 Marie-France Hirigoyen이 1998년 발간한 책 <정신적 괴롭힘, 무자비한 폭력>

 

안전보건 상 위험을 초래하는 괴롭힘 행위에 중단 명령내릴 수 있는 호주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는 주(州) 정부 차원에서 직업안전 관련법에 일터 괴롭힘에 관한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입법적 해결을 모색하거나, 일터 괴롭힘에 관한 비교적 상세한 지침을 채택하여 인식 개선과 절차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 온 국가들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13년 공정노동법(Fair Work Act 2009)의 개정으로 연방 차원에서도 일터 괴롭힘(Bullying)에 관한 조항이 들어왔다. 이 법에서 는 “개인 또는 집단이 노동자 또는 이 노동자가 포함된 노동자 집단에 반복적이고 비합리적으로 행위하며, 이 행동이 안전과 보건에 위험을 초래할 때” 괴롭힘을 겪는다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괴롭힘을 겪을 때 공정노동위원회(the Fair Work Commission)에 괴롭힘 중단 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괴롭힘을 겪고 있는 당시에 신속한 구제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이 규정이 연방의 노동건강안전법(Work Health and Safety Act 2011)의 적용범위와 동일하게 직접 고용된 노동자뿐만 하청, 외주, 교육생, 자원봉사 자 등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괴롭힘 방치 촉진하는 미국의 ‘건강일터 법안’ 운동

 

미국은 반차별 법리가 발달했지만, 일터 괴롭힘을 독자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률조항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의 차별적 속성이 없는 경우라면 괴롭힘을 받더라도 그에 대한 적절한 구제 수단이 없는 형편이었다. 그로 인해 차별사유와 결합되지 않은 괴롭힘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사용자의 괴롭힘 방지 조치를 촉진하는 ‘건강일터법안(Healty Workplace Bill)’ 입법운동이 진행되게 되었다. 2016년 5월 현재 30개 주와 2개 자치령에서 건강일터법안이 발의되었다. 건강일터법안은 노동자가 가학적 근무환경에 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하고 그에 관한 소송을 통한 구제를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책임에 관해서는 기존에 성적 괴롭힘(성희롱)에 관해 형성된 법리를 법안에 그대로 들여왔다. 관리자의 괴롭힘이 해고, 징계 등 사용자의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 사용자는 그에 관해 반드시 책임이 있고, 사용자의 처분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사용자가 합리적 주의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만 면책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사용자책임 법리의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지 법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일터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할뿐더러 일터괴롭힘을 직접 다루는 법령이나 지침 같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전혀 법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성기업에서의 노조파괴 사례는 부당노동행위제도를 통해 규율할 수 있는 것임에도 그 불법성을 제대로 묻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단지 법이 없기 때문에 괴롭힘이 방치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법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가학적인 노무관리에 맞서 적극적 대응의 수단 중의 하나로서 노동자의 존엄을 선언하고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존엄 침해에 대한 책임을 원칙적으로 지우게 하는 법제도를 추진해볼 수 있다. 괴롭힘에 관한 해외의 법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노동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행위로 보고 사용자에게 방지의무가 있는 행위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David Yamada, "Workplace Bullying and the Law: AReport from the United States", 2013 JILPT Seminar on Workplace Bulling and Harassment.
- 조임영, 「직장 내 괴롭힘과 프랑스 노동법」 , 『노동법논총』 제25권, 2012.
- Ellen Pinkos Cobb. (2013). Bullying, Violence, Harassment, Discrimination and Stress: Emerging Workplace Health and Safety Issues, The Isosceles Group, 2013.

특집 5.내용 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2015.12

내용 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1114일 민중총궐기 이후 공안 탄압까지 지속되고 있고, 위원장은 조계사로 피신한 상태다현재 민주노총 투쟁 계획은?

 

이미 1년 내내 준비해온 투쟁이다. 1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5대 법안을 논의하거나 가이드라인 발표가 가시화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이미 결의해왔다. 이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 122차 민중총궐기와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에 매진하고 있다. 1114일에 정말 오랜만에 상당히 많은 인원이 모여서 끝까지 싸웠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분노가 실제로 매우 높다는 증거다. 이 분노를 실제 총파업으로 조직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법안이 상정되어 국회 일정으로 넘어갈 경우 국회 전면 대응을 위한 준비도 함께 하고 있다.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이후, 공안탄압 대응 활동도 벌여 나가고 있다.

 

노동개악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노동자 건강측면에서도 큰 위협이다. 어떤 문제에 가장 주목하고 있나?

 

일반해고와 비정규직 증가로 인한 건강 영향을 얘기하기에 앞서, 아주 직접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감정노동 예방법, 산재사망처벌 및 원청책임강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화학물질 알권리법 등 실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준비해온 입법 과정은 노동개악 관련 입법 이후로 마구 미뤄지고 있다또 하나는 실내용도 없는 노동안전보건 의제 일부가 당근책처럼 제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실업급여액이 증가하고, 노년층 실업급여 적용이 확대됐다고 광고하지만, 사실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업급여 하한액은 더 내려가고 실업급여 받는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불안정한 일자리의 저임금 노동자들, 청년 노동자, 단기 고용 노동자들이 실업급여를 받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출퇴근 산재도 마찬가지다. 과실에 따른 차등 보상과 더불어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은 직종은 산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여 건설 일용, 택배 기사, 화물 운송, 외근을 주로하게 되는 영업 판매직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이 오히려 보상 대상에서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내용을 당근책이라고 선전하고 있어, 이것도 큰 문제다.

 

이런 직접적인 문제 이외에, 일반해고 시대의 일터 괴롭힘,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등도 노동자들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이다. 지금도 일터 괴롭힘 문제가 심각하다. 대신증권 등 기업들이 인력관리 컨설팅을 맡기면서,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전환배치에 시달리고, 무수한 낙인이 찍히고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노동자들이 정신이 피폐해지고 불안감이 증대되고,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는 보고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성과 평가를 기반으로 한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면, 당연히 이런 상황이 악화되고 본격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특별연장근로 체제로 장시간 노동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는 지금도 장시간 노동이 관리나 보상이 안 되고 있다. 전사회적으로도 우리 사회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는 것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는 셈인 법안을 내놓고 이걸 개선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런 건강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가혹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도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 위험업무 등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몰리고 있다. 그런데 파견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건강 영향은 차별적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내년 중점 사업이나 활동은 어떤 것으로 계획하고 있나?

 

비정규 노안활동을 조직 내 현실로 만드는 게 과제인 것 같다. 그 동안 민주노총에서 어떤 노안 활동을 하더라도, 하청 산재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결과 등이 반드시 구호에 들어가는데도 지금까지는 정책만 있고 실제 손발까지 비정규직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내려가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민주노총 산하에 비정규직노동조합도 꽤 있는데, 이런 단위 노동조합의 실제 활동으로 비정규 노안 문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같은 경우, 급식 노동자들 중심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근골격계 증상조사가 이미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다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성과나 진전이 뚜렷하게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비정규직 단위사업장 노동조합, 그리고 각 산별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안 활동을 담당할 활동가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조금씩 노안 담당자가 선임되어가는 추세인데, 각자 특성에 맞는 지원을 못 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 뿐 아니라,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노동조합이나 활동가들이 처음 부딪치는 문제이기도 해서, 이런 활동가들을 위한 맞춤식 교육, 꼭 필요한 매뉴얼 등을 만들고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게 필요하다.

특집 2."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2015.12

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김형렬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계약과 계약해지가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반해고를 통해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주제일 수 있다. 이미 해고가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 일반해고의 도입은 그나마 헌법과 근로기준법과 같은 법률로 보장받고 있던 정규직마저 쉬운 해고를 하겠다는 시도이다.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저성과자가 되면 언제든 퇴출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은 계약과 계약해지라는 제도적 약속마저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퇴출이란 당사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힘을 가진 자의 권한이자 명령이다. 가진 자(자본)의 명령은 당연한 권리가 되고, 노동자는 그 힘과 명령에 따라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정당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논리다.

 

저성과자로 찍힐 사람들

 

“저성과자”라는 기준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특히,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노동자, 질병을 앓고 있는 노동자 등은 자본의 표적이 되기 쉽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은 해고는 비교적 쉽지 않도록 보호 받는데 반하여, 저성과자를 만들 수 있는 사업주의 재량은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미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벌이는 전직, 각종 형태의 괴롭힘이 인사관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인의 전문성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잦은 업무전환, 불합리하고 일관성 없는 인사고과를 통한 통제를 통해 얼마든지 저성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자본의 입맛에 맞지 않은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고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런 일터 괴롭힘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터 괴롭힘, 가학적 노무관리는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 또한 질병이 있는 사람에 대한 해고 역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게, 또한 개인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게도 이를 극복하고 다시 건강하게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이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여 저성과자로 낙인찍고 해고를 한다면,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물론 사회의 안정성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업은 트라우마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고용불안이 가져오는 노동자 건강의 악화를 지적한 바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고용불안이 정신건강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와 흡연과 같은 건강행태의 악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에 의한 노동자 건강의 악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전세계 연구자들이 그 관련성을 밝히고 있는 주제이다. 다만, 한국에서 고용불안에 의한 건강영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고용불안이 심리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와 사회보장으로부터 배제되는 등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그 자체의 문제 뿐 아니라, 저임금, 실업급여를 비롯한 사회보장으로부터의 배제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어, 고용불안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쉬운 해고는 흔하고 잦은 실업 경험을 만들어 낼 것이다. 실업의 경험은 말 그대로 트라우마다. 실업을 당하면 가장 먼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의료 이용이 어려워지고, 건강행태의 악화, 자존감의 상실 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정신과 신체에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심지어 사망률까지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특히 실업을 당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에서 그 건강영향이 더 심각하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연구가 다수 있어서, 해고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설사 실업상태에 놓였다 하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을 때 까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미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 쉬운 해고의 도입은 고용불안이 더욱 확대되고, 실업이라는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를 완충할만한 사회보장도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은 끝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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