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노동자 건강의 현실세계(real world)와 실시간(real time) 확인 / 2020.01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노동자 건강의 현실세계(real world)와 실시간(real time) 확인

-과학기술이 노동자건강에 기여하도록

 

 

 

예병진 / 후원회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몇 년 전부터 노동자 건강검진을 하다보면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 기준을 적으면서 설명해준 문진표 자체를 사진으로 찍어가는 노동자들이 일년에 꼭 한 두 명은 있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면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을 때 무슨 내용인지 잘 몰라서 건강검진과 관련된 내용이면 일단은 찍어간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사진 기술이 고맙다기 보다 카메라를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 그 분들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들보다 검진 결과를 집으로 보내주느냐, 회사로 보내주느냐를 거듭 물어보시는 분들이 더 많은데 작년에 검진 결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는 작년에 했던 건강 검진의 결과를 알지 못하고 검진결과표를 어디에 두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건강검진은 병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적절한 건강관리를 통해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는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서 진료를 보러 가야 하는지 아닌지만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정도이다. 건강검진의 목적이나 배경이 어찌 되었든 이런 모습이 현재 노동자 건강검진의 현실이라 생각한다.

10년 넘게 특수건강검진을 하면서 만난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었던 말은 "고혈압 기준은 140/90"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다음은 "이 물질은 몸의 어디에 영향을 주어서 이런 검사를한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특수건강검진을 하면서도 고혈압 기준에 대한 설명을 가장 많이 해준 이유를 생각해 보면 실시간으로 결과를 알 수 있고,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면 혈압 측정의 올바른 방법이라든지 체중을 조절하는 방법이나 금연하는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관리 방법도 설명해 줄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일반건강검진이든 특수건강검진이든 검진의 목적은 검진 자체의 시행이 아니라 검진 결과에 따른 관리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년에 IT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비록 낮은 버전이지만 노동자 일반건강검진 결과 및 사후관리용 챗봇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본인의 동의하에 개인의 건강검진 결과 및 건강 상태에 따른 구체적인 관리 방법을 스마트폰에 있는 메세징앱(카카오톡)을 통해 본인이 확인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사용자 편리성이 조금만 더 좋아지면 자신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싶을 때나 필요할 때 확인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자 건강검진의 현실은 지금 당장 맛집을 찾을 수 있고 최단 경로를 확인 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의존하는 일회용일 뿐인 것 같다.

최근에 한 워크숍에서 '유해물질 복합노출의 건강 영향 추정을 위한 통계분석 방법'이라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노출 기준치 이하의 복합물질에 노출된 경우에도 노동자에게 유의한 건강 영향이 있었다는 과거 연구들이 이번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이었는데 통계분석 방법의 생소함이나 어려움을 떠나서 'real world'라는 단어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현재는 특수건강검진이나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각의 유해물질에 의한 건강 영향을 확인하고 있지만 '유해물질의 복합노출'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마주치고 있는 'real world'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국내 건설회사 중에서 안전모 또는 이름표에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에서 감지하는 유해물질의 농도를 본인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있었다. 처음에는 안전사고에 대비해서 노동자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계획했던 아이디어가 과학기술이 결합하면서 유해물질의 실시간 농도를 측정하고 알람 신호를 주는 프로젝트가 추가되었다.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연구진은 많은 유해물질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할 정도의 기술개발이 되어 있다고 알려주었다. 비록 과학 기술의 한계로 모든 유해물질의 농도를 실시간 측정하는 건 가능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조금 먼 미래에는 현재와 같이 6개월이나 1년마다 작업환경을 측정하는 방법보다 작업환경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할 방법이 개발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아찔함을 느끼는 반면 생활에 유용하거나 편리한 기술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 모든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행복과 존엄을 지켜주는 것은 아닐 테지만 노동자 건강권의 한 축인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의 영역에서 기술의 발전이 현실세계(real world)를 더 잘반영하고 현실을 극복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재보험의 공평성과 예방효과를 담보하는가? / 2020.01

[산재보험 톺아보기]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재보험의 공평성과 예방효과를 담보하는가? 

 

 

천지선 / 회원

 

 

대한민국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율은 업종별 요율과 개별실적요율을 채택하고 있다. 이 중 개별실적요율제도란 해당 사업의 재해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보험료율이 증감되는 방식이다. 재해가 많을수록 보험료율이 높아지는 이 방식은 일견 공평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개별실적요율제의 운영과 결과를 살펴보면 과연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왜곡, 위험부담 분산기능 약화

우선 개별실적요율제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과연 공평한가 하는 의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사회가 분산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개별실적요율제도 적용에 의해 감소된 보험료 수입은 전체 업종의 일반 산업재해보험요율에 추가적으로 분산하여 부담시킨다. 결과적으로 보험료율 인하 혜택을 받은 사업장이 냈어야 할 보험료를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지 않는 사업장이 부담하는 셈이다. 
  

이 의문은 개별실적요율제도의 적용 대상과 실제 감면 대기업 비중을 보면 더욱 강해진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 개별실적요율제도의 적용 대상은 건설업 이외는 상시노동자수 30인 이상,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60억 원 이상 사업이다. 

지난 2019년 11월 29일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상위 30대 기업 개별실적요율 산재보험료 감면액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30대 대기업이 감면받은 산재보험료는 1472억 원이다. 전체 대비 상위 30대 대기업의 산재보험료 감면금액 비중은 34.5%으로 감면금액 순위는 1위 삼성, 2위 현대자동차, 3위 SK 등이었다. 2015년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는 사업장은 전체의 4.45%였고 이 대부분인 89.9%는 보험요율 할인 혜택을 적용받았다.

개별실적요율제도는 소수 기업이 감면받은 만큼 그 외 기업들이 부담하는 구조를 만든다. 개별실적요율제도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왜곡하고, 위험부담 분산 기능을 약화시킨다.

보험요율 할인을 위한 산업재해 은폐 및 위험의 외주화

다음으로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적인가 하는 의문이다.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는 대부분(2015년 기준 89.9%)의 사업장은 보험요율 할인을 받고 있다. 별다른 재해예방노력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사업장은 보험요율 할인혜택을 받게 되어 산재예방 유인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사업주의 예방 노력과 상관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재해는 재해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기대할 수 있는 적정규모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업재해를 은폐시킨다, 위험의 외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의 입장에서 산재를 은폐하여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면, 산재 은폐는 당연한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도 그 일환이다. 위험작업 등에 대한 사내하도급이 확산되고 있지만, 사내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재는 원청의 개별실적요율 수지율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하청노동자 4명 포함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현대제철은 5년 간 105억 원이 넘는 산재보험료를, 지난해 5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진 포스코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94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서의 산재보험료 산정·부과

다행히도 개별실적요율제도의 형평성과 효율성 문제에 대한 지적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부터 적용대상·범위를 축소하고, 증감비율을 변경하고(이전 규정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별로 최대 할인·할증폭 차등10~29인(±20%), 30~149인(±30%), 150~999인(±40%), 1,000인 이상(±50%)이었으나 개편한 후에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30인 이상(±20%)), 업무상 질병은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 국회에서 하청노동자, 파견노동자 산업재해에 원청, 사용업체에 책임이 있을 경우 이를 원청, 사용업체의 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보험료 산정과 부과는 언뜻 기술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다. 기업들의 보험료 감면이라는 혜택만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실질적인산업재해 예방과 연계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개별실적요율제를 비롯한 산재보험료의 산정과 부과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다.

 

 

특집2. 직업병 집단 조사(혹은 역학조사),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제들 / 2020.01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②]

 

 

 

직업병 집단 조사(혹은 역학조사),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제들 

 

 

 

김형렬 / 노동시간센터 

 

 

 

반도체 직업병, 집배원 과로사 이슈는 최근 2~3년 내에 역학조사 혹은 실태조사가 진행 또는 발표되었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 뿐 아니라 30여 년 전 원진레이온 사건, 10여 년 전 반도체 백혈병 이슈와 함께 우리 사회의 중심 사건이었던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질병 발병 조사도 있었다.

직업병 조사 활동(혹은 역학조사)은 문제제기 단계에서 시작한다. 문제제기는 피해를 입은 노동자 혹은 유족들에 의해 시작되고 여러 사회단체에 의해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단계를 밟는다. 다른 나라에서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국내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직업병 집단 조사의 시작, 문제제기 단계

문제제기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든 사안이 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적 조사가 진행되려면 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수이거나 (위험의 크기),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한 문제이거나 (심각성), 사회에서 주목 받고 있는 사안이거나 (공적관심), 예방의 지점이 명확히 확인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인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려면 이를 수행할 전문가, 예산, 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 조사 대상자들에 대한 동의 획득 등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수동적인 태도는 문제제기를 넘어 본격적인 조사 수행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이 단계에서 짚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 기업 혹은 국가기관의 자발적인 문제제기와 이를 근거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은 구성원들의 건강변화와 결과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질병 발생의 원인을 추적하는데 소극적이다. 1년에 10만 건에 육박하는 산재 신청 자료를 가지고 있고, 200만 명에 가까운 특수건강진단 자료를 가지고 있는 국가기관에서 논란이 되는 질병에 대해 선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흔하게 있는 사례는 아니다.

둘째,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평가하여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결정하는 힘은 전적으로 "요구하는 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의 긴 투쟁과 요구,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회단체의 정치활동이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구하지 않으면, 투쟁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조사 단계에 이르지도 못하고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격적인 조사, '누가' '어떻게' 조사할 것인가?

기나긴 투쟁을 통해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게 되도 조사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선정하는 작업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업과 노동계 혹은 피해자 단체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다른 경우가 많아, 서로 추천하는 전문가가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보건공단과 같은 국가기관에서 조사가 이루어질 때도 자문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힘이 존재할 수 있다. 조사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 인력 등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모든 내용,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중복된 조사는 피하고, 기존 자료를 활용하는 등, 빠른 시간 내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의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 범위를 정하고, 필요하면 조사 이후 단계에서 진행해야 할 주제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사 주체를 정하고, 조사 범위를 정하는 작업을 수행하느라 개입이 필요한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몇 달이면 기본적인 조사를 끝내고 대안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인데도 아직 조사 범위와 방법을 둘러싼 논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역학조사와 집단조사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이거나 합의가 가능한 내용임에도 전문가들의 불필요한 고집, 의도적 지연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 전문가가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현실에선 추천되는 전문가가 회사 측과 노동계에서 다른 경우가 많다. 조사된 결과를 숨기거나 결과를 조작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조사 작업의 결과는 열심히 찾아서 보려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논쟁하되 빠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사를 이끄는 힘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조사 과정에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것이다. 공식적인 회의 참여를 통해 조사범위와 내용을 정하는 과정까지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뚜렷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많은 조사결과, 결국 해석의 문제

기나긴 시간을 거쳐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만, 원인과 해결방안이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근 제기되는 문제들은 중독과 같은 전통적인 직업병과 달리, 일반인구 집단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암, 심장질환, 정신질환 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직업적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오히려 비직업적인 원인 또한 드러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조사과정에서 우리가 직업병이라 주장하는 근거만큼이나 직업병이 아니라는 근거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병은 이미 100% 직업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보다는 ①직업적 원인이 일정한 기여를 하거나, ②직업적인 요인이 일반적인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③일반적인 요인과 직업적인 요인의 상호작용을 통해 해당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직업적 원인을 희석시키고 업무관련의 불확실성을 키움으로써 산업재해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자본과 기업의 전략이 손쉽게 실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조사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매우 중요해 진다. 통계적 방법을 통해 도출된 양적인 결과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직업병이라는 복잡다단한 현상을 설명해 내기 어렵다. 산업변화에 따라 직업병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직업병의 발병 양상도 복잡다단해졌다. 각 상황마다 위험 물질 노출 양상이 균질적이지 않으며, 여러 위험요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과연 전통적인 역학연구 방법론만으로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낼 수 있을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질적 방법론을 적극 조사과정에 반영하고, 당사자들의 상황과 업무 그리고 발병까지의 맥락을 이해하는 섬세한 해석과 예방과 연계된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하기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다면, 적합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고, 그러한 대책은 공감을 얻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의 크기만을 확인하고 원인을 찾지 못했거나, 유력한 원인을 확인했지만 경쟁하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여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조사가 정말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관점이나 방향이 없는 조사결과 발표가 되지 않아야 한다. '명확한' 원인이 아니더라도 '유력한' 원인이 밝혀질 수 있다.

이러한 유력한 원인들이 드러났다면, 예방을 위해 보편적인 조치를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예방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직접적이거나 명확한 원인이 없다고 해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조사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며, 형식적인 조사문건 하나를 더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이렇게 조사결과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추가조사를 여러 방향에서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조사를 통해 제안된 권고 내용은 잘 지켜지고 있나?

수백,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보고서는 꼼꼼한 결과와 해석, 권고안이 담겨져 있다. 그동안 수행했던 역학조사와 직업병 실태 조사 보고서는 조사자들의 노력과 피해자들의 피땀이 실린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보고서에 담긴 수많은 권고안들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모든 조사 보고서에는 권고안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 점검하고, 상황 변화가 발생할 경우, 수정된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이행점검단이 제안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단계를 예비하기 위함이다. 조사는 끝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집1. 사고조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2020.01

[산재예방을 위한 조사활동이란 무엇인가ⓛ] 

 

 

 사고조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전주희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는 경향신문의 기사(2019.11.21) 제목은 노동자 사망사고를 둘러싼 상반된 의미를 불러낸다. 우선 '한해 2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죽는다. 그런데 왜 김용균 죽음만 가지고 그러나?'라는 불만 섞인 의구심이 있다. 실제 발전사의 한 안전관리자는 '발전소에서 사망사고가 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왜 유독 이번 사건을 이렇게 조사하느냐?'고 인터뷰 도중 말하기도 했다.

언론이나 사회에서 김용균 사고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이다. 매일 김용균이 있었지만, 매일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이, 마치 릴레이 경주를 하듯이 보도된 후 잊히거나, 아예 잊힐 기회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의 또 다른 의미는 사라진, 가라앉은 죽음들을 다시 길어 올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무명씨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서로 아무 관련이 없을 법한 사고들을 모아 거대한 아카이빙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죽음의 구조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향신문이 기사화한 1355명의 죽음에 대한 전수조사가 놀라운 이유는 그 숫자가 아니다. 숫자로 환원된 죽음은 추상적이다. 1355명과 1356명의 차이는 소수점 이하의 재해사망률로만 표시된다. 이것은 죽음의 구체성을 지우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1355명의 기록은 2400이라는 숫자로 수렴되는 연간 산재사망자 수에 저항한다. 그 구체적 죽음을 다시 기록하는 것, 그 짧은 정보의 단신들을 연결해 거대한 사고의 원인을 되묻는 작업이다. 그래서 경향신문이 제작한 거대한 죽음의 아카이빙은 지난 죽음에 대한 뒤늦은 추모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더 큰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이 죽음의 구조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  
 
그러니까 매일의 김용균이 있었는데, 왜 사고조사는 김용균처럼 이뤄지지 않았을까?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사고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김용균 사망 당시 고용노동부가 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보고서는 1029건의 안전조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결과로 5개 발전회사의 모든 컨베이어벨트에 안전펜스가 쳐지기 시작했다. 발전소뿐만 아니라 끼임, 협착 같은 사고에는 늘 안전펜스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전펜스야말로 희대의 살인마인 셈이다. 안전펜스가 제 발로 도망가거나 책임을 방기했다면 말이다.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이유는 사고의 원인은 드러나지 않고, 사고만 드러나는데 있다. '위험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어? 그러니 사고가 일어나는 거지' 식의 일반화는 사고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체념의 인식구조를 만든다. 안전펜스의 탓으로 돌리는 사고조사는 위험의 구조적 원인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봉쇄하고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접근으로 우리의 사고를 한정한다.

이 때문에 사고조사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나아가야 한다. 왜 안전펜스가 쳐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아 추상적이고 베일에 싸인 근본적 원인의 가장 끝에 도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고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고조사는 수사가 아니다

사고를 바라보는 두 가지 편향이 존재한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고의 원인에 대한 기계적, 기술적 접근이다. 이는 사고에 대한 근본 원인을 지우는 역할을 한다. 책임의 문제는 사라지고 기술공학적 접근을 통해 마치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적으로 사람의 죽음을 숫자로 대체하는 것과 연결된다. 즉 죽음의 구체성 대신 기계장치의 결함이나 안전장치의 강화로 문제를 가둔다.

다른 하나는 사고의 원인을 손쉽게 구조의 문제로 환원하는 경향이다. 이 경향이 극단화되면 자본주의체제가 노동자 죽음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물론 정치적인 주장은 그렇게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사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의 구체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왜 하필 김용균은 컨베이어벨트 안으로 들어가야 했는지, 그 작업방식은 어떤 결정과 구조에서 이뤄졌는지, 그 연결고리들을 추적하는 것이 사고조사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복잡한 시스템의 가장 끝에 무엇이, 혹은 누가 있는지를 드러내야 한다. 사고조사 과정에서 죽음의 구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동료 노동자들의 경험과 진술은 매우 중요하다.

매뉴얼과 현실 작업방식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뉴얼은 법에 따른 구체적 시행방안을 포함한다. 또한 기업의 고유한 작업 노하우를 담는다. 그러나 매뉴얼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권력관계이다. 이러한 권력관계가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실제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관행이다. 따라서 조사의 출발점은 매뉴얼이 지시하는 권력관계가 현장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그 긴장과 간극을 조사하는 것이다.

즉 사고조사의 과정은 기계와 기술 그리고 구조와 제도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권력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세밀화로 그려내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조사는 범죄 여부를 파악하는 수사(搜査)도 아니고, 죽음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규정하는 정치적 수사(修辭, rhetoric)에 그쳐서도 안 된다.
 
사고만 났다 하면 '재해자 과실론'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특별근로감독으로 이뤄지는 사고조사 외에 기업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고조사가 있다. 이는 통상 안전관리자와 기업에서 선임하는 안전전문가들이 수행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사고는 안전관리상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안전관리의 책임을 갖는 당사자가 사고조사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사고조사의 객관성이 애초에 실종된다. 때문에 재해 당사자와 그의 동료들은 조사의 주체가 아니라 조사의 대상이 된다. '재해자 과실론'의 출발은 여기서부터 이뤄진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신이나 동료가 당한 사고조사가 어떤 결론을 맺는지 알지 못한다. 발전 하청노동자들도 중대재해 사고조사서를 원청이 작성해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주는 사고조사서를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 안에는 사고의 원인, 사고의 구체 경위와 더불어 재발방지대책들이 포함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재발방지 대책 이전에 사고의 원인이다. 사고의 원인을 둘러싼 현장노동자의 의견을 봉쇄함으로써 원인은 재해자의 과실로 돌아가게 된다.

김용균 특조위는 사용자를 배제하고 정부 측, 시민대책위 측 추천위원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을 자문위원으로 두었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한다는 명분으로 사용자, 노동자, 정부, 전문가를 동수로 구성하지 않았다. 즉 사고를 조사할 때 사용자를 포함한 발전회사가 '조사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측 관료들도 조사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법, 행정적 시스템 역시 조사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는데, 처음부터 사용자 측이나 정부 측이 조사위원이 되어야 한다고 누구도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기업 내 사고에 대한 조사는 '사용자'가 '조사주체'가 된다. 따라서 구의역 김군이나 김용균, 조선업 등과 같은 사용자를 배제한 별도의 조사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사측의 사고조사와는 독립적인 사고조사권을 확보해야 하며, 이러한 한에서 사측과 공동의 사고조사를 수행하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사고조사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고조사를 중대재해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아차' 사고에 그쳤더라도 심각한 산재사고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 사망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반복된 사고 등도 사고조사권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고조사는 결코 사고가 난 후의 사후적인 과정이 아니다. 예방적 조치는 안전수칙을 강화하는 식이 아니라,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는 식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형식적인 체크리스트로 유명무실한 위험성 평가를 비롯한 일상적인 안전보건활동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만큼이나, 현장노동자들이 체감하는 위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들을 조사하여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 또한 효과적인 예방적 조치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다양한 층위에서의 사고조사가 일상의 안전보건활동 증진과 강화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고조사의 목적은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예방하는 것

사고조사의 목적은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를 남기지 않는 사고조사 활동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5.18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에서 실질적인 발포명령자가 누군지 밝혀낼 결정적 증거를 수집했음에도 공식적인 보고서 한 장 남기지 못한 것과 같다.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그 과정은 지속적인 갈등과 투쟁의 과정이기 때문에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사고의 구조적 원인들을 축적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갖는다.

김용균 특조위 당시 백도명 자문위원은 보고서 집필을 앞둔 특조위원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5번 하면 구조적 원인에 도달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에 따라 김용균 보고서는 전력산업의 민영화라는 거시적인 구조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김용균은 왜 컨베이어벨트 안으로 몸을 숙여서 작업했는가?'라는 구체적 질문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체계적인 연구논문을 작성하는 것과는 다르다. 구체적인 조사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김혜진 자문위원의 조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사고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사고, 구체적인 죽음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그 배후에 가려진 구조적 원인에 도달하기 위한 인과관계의 사슬망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러한 과정으로 쓰인 사고조사 보고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원인은 우리 사회의 매우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보고서가 규명한 사고의 구조적 원인과 이것이 갖는 의미는 반드시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선다. 이러한 사회화는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사측의 지배력에 압력을 행사할 힘이 된다.

마지막으로 사고조사 보고서는 앞으로 더 많이 쓰이고 쓰여야 한다.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어질 뻔한 사고들에 대한 조사활동을 통해 그 원인들이 축적될 수 있다면, 낡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서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해자 과실론'은 현실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일터> 통권 190호 / 2019.12

https://issuu.com/kilsh2003/docs/__12_-__bc84c24496bc55

 

일터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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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문재인정부 노동안전보건정책 중간평가
1.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이대로는 불가능하다
2.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업무상 질병 승인율 증가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3. 역행하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지금 지역에서는]

평등한 조직 문화·지역 운동, 준비운동을 하며 

 

[산재보험 톺아보기]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나?  - 한국 산재보험 급여체계에 대한 고찰

 

[연구리포트]

영화스태프 안전보건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 뒤에 가려진 수많은 노동

 

[사진으로 보는 세상]

 

[현장의 목소리]
권리의 사각지대 외국인보호소를 아십니까 - 아시아의친구들 김대권 대표활동가 인터뷰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조합원 속에서 길을 찾다 -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성 지회장 인터뷰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문화상품이 된 노동자 : 창의노동 안에 기입된 감정노동의 성격에 대하여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한국어학원 시간강사의 노동자성

 

[노동자 건강상식] 
겨울청 한랭 질환


[문화읽기]
유튜브,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


[발칙 건강한 책방]
나는 모르겠고 앞으로도 알지 않겠다고 말하는 당신을 위한 책


[이러쿵 저러쿵]
한노보연을 통해 알게 된 것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만평] 유야무야 / 2019.08

[만평] 무전유병 유전무병...? / 2019.11

특집2. 노동자들의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도, 근로자건강센터 / 2019.11

 노동자들의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도, 근로자건강센터

-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정최경희 센터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룰 때,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것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이 속한 공간이 어디냐는 것이다. 지역 간 보건의료 서비스 격차, 시스템 부재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데도 공간상의 위계가 건강 격차를 낳는 것은 또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일하는 곳에 따라 건강 진단 및 관리를 받는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일하는 작업장·사업장의 노동환경·조건이 어떠한가가 나의 건강 수준에 많은 영향을 끼침에도, 건강불평등 해소를 논의할 때는 일하는 공간에서의 건강관리 서비스 및 시스템을 개선 및 강화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이러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 간의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근로자건강센터(이하 근건센)’10여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건강 불평등 개선에 있어 근건센의 역할에 대해 지난 1028일 서울 근건센의 정최경희 센터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다.

 

안전보건체제 사각지대인 소규모 사업장 지원 사업의 중요성

 

근건센은 안전보건 관련 법 제도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제도화되었다. 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조 안전보건관리 체제 규정에서 면제됨에 따라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관리할 담당자가 부재하다. 그래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의 재정 상황에 비춰볼 때, 민간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근건센은 소규모사업장 노동자의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단에서 안전보건관리를 위한 비용 및 물품이나 의료적 지원을 해왔다.

 

“서울 근건센에서 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개로 나눠집니다. 사업장에 나가서 하는 이동업무와 노동자들이 센터에 내방했을 때 하는 업무입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뇌심혈관계 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예방관리, 고혈압·당뇨·과로 등 직업병 관련 상담 및 건강검진, 직무스트레스 평가 및 감정노동자 상담·치유, 작업장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 정보제공 및 상담 등이 있어요. 예컨대, 만성질환의 경우 진단을 하고, 노동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계획을 함께 세우는 걸 돕는 식이죠.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콜센터에서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되어 일하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근건센을 통해 집단으로 상담 및 관리를 요청해오기도 했어요. 이 경우엔 직무스트레스 조사나 감정노동 관련 상담을 진행했었죠. 일터괴롭힘이나 직장갑질에 대해서도 상담을 했었고요.

 

다른 한편, 산업위생기사도 센터에 상주하고 있어서, 소규모 사업장에 직접 나가서 작업환경을 점검하고 향후 개선 및 관리에 대해 컨설팅도 해드리고 있어요. 현재 서울 근건센에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개인 보호구 착용 관련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사업장 단위별로 작업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비 개선 등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컨설팅을 해드려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그럴 경우에는 차선책으로라도 보호구를 잘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물론 보호구 착용은 안전보건 조치에서 최후의 수단이죠. 그렇지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잖아요. 더구나 노동자들에게 보호구가 잘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보호구가 있더라도 어떻게 착용해야 할지, 착용한 채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나아가 어떤 보호구가 더 좋은지 정보도 없으시고요.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보호구를 잘 활용하고, 자신과 작업장 환경에 맞는 적합한 보호구를 고를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 해요. 다른 근건센에서 하고 있기도 해서, 이를 도입해서 시도해보려 합니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 의무 또는 유인의 부재

 

근건센 사업의 핵심적인 문제는 지원 서비스를 주고받는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규모 사업장을 제도적으로 포괄하기 위해선 지원 프로그램에 노동자들이 각자 알아서 찾아오는 방식이 아닌 소규모 사업장 단위인 집단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근건센과 소규모 사업장이 MOU 등 협약을 체결해 집단 수준에서 진단 및 관리를 받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관리방식의 일환으로 사업장 건강주치의프로그램이 마련되었지만,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근건센의 지원 서비스를 받는 이들에게 참여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는 안전보건 관련 문제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한다.

노동자들이 근건센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협조가 중요한데,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할 정도의 관심과 열의가 있는 사업주가 아닌 이상, 일정 정도 이윤손실을 감수하면서 노동자들이 건강검진과 상담을 받도록 해주는 사업주는 거의 없다. 노동자가 필요하거나 방문하고 싶어도 찾아갈 시간을 내지 못하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노동자들 또한 근건센의 효용에 대한 인식이 없고, 사업장 내 안전보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아서 근건센을 이용하려는 욕구 또한 적다.

출처 : 서울근로자건강센터 홈페이지

 

“그나마 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업주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모를까, 집단으로 노동자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요.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서 상담받고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다가 혼자 찾아오는 경우도 꽤 됩니다. 서울 근건센의 경우 아파트형 공장으로 되어 있어서, 근건센이 있는 빌딩과 그 주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아름아름 찾아오세요. 여전히 근건센이 있다는 것, 근건센을 통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분들이 많은 상황이죠. 그래서 근건센의 활동을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해요.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근건센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거에요. 센터가 있는 빌딩의 환경미화원분들이 오셔서 집단 프로그램을 받고 계신데, 처음에는 잘 모르셨다가 프로그램을 받고는 건강이 개선된 분들이 많으세요. 만족도가 높으신 거죠. 그런데도 문제는 이분들조차 센터에 시간 내서 오시는 게 힘들다는 거예요. 정말 센터가 있는 지역 인근에서 오시는 것이죠. 그나마도 짧은 점심시간 활용해서 오세요. 만약 오전 오후 업무 시간에 내방하시는 분들은 그나마 사업장의 재정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에요. 일반 소규모 민간 사업장에서는 거의 오지 못하세요.”

 

개인이 알아서 찾아오는 경우도 많지만, 집단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센터에서 직접 대상 사업장들에 연락도 돌린다. 하지만 사업장에서는 민간 회사들의 판촉이라 여겨서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만약 특수건강검진 사후관리를 하라고 안전보건공단에서 명단이 내려와 대상 사업장에 공문을 보내고 연락하면, 그나마 성공률이 20% 정도다. 그때야 비로소 사업장에 방문해서 현장에서 직접 건강진단 및 상담 등을 진행할 수가 있다. 어렵사리 사업장에 가더라도, 일하다 나온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고 노동자 입장에서도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소규모 사업장에도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부과하거나 노동자 건강관리에 따른 각종 유인을 제공해야 하며, 노동자들에게 유급으로 시간을 보장해줘서 근건센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환경 또한 조성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의 과제들, 운영시스템 체계화 및 인력·예산 확충

 

현재 전국에 21개 센터, 21개 분소가 있고 2020년 운영 10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근건센의 운영을 기획 및 조정하는 중앙 근로자건강센터가 없다. 정부가 시행 중인 다른 센터 사업의 경우엔 광역 단위 이상의 규모를 갖춘 경우에 중앙관리조직을 두고, 시군구 규모를 가진 경우엔 광역관리조직을 두고 있다. 다양한 사업들을 평가 및 조정, 근건센 관련 데이터를 취합 및 생산, 기존 사업 개선 및 신규 사업 기획을 중앙부처 관료나 공단 직원 몇 명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근건센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일이며, 그들에게도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는 일이다. 만약 안전보건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근건센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추려 한다면, 중앙관리조직을 두는 게 필수적이다.

 

“근건센 모델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그때 제가 떠올리는 건 보건소예요. 노동자들의 보건소가 근건센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공공보건 영역에서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죠. 정부의 손발 역할을 하는 곳이란 말이죠. 근건센도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 손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두뇌와 심장도 있어야 하겠죠. 그게 중앙관리조직일 테죠. 하지만 중앙관리조직을 갖추는 것만큼 중요한 게 손발이 제대로 역할을 할 만큼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해요. 보건소와 근건센의 인력 및 예산을 비교해보면 명확히 드러나죠. 더구나 21개 센터와 21개 분소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센터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 간 배치 또한 적절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아가 위치한 지역의 특성에 적합하게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갖춰야겠죠. 장기적으론 보건소처럼, 아니 모세혈관과 같이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를 촘촘하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센터 운영의 체계를 갖추는 것만큼이나 인력의 질적 역량도 높아져야 하지만, 민간위탁 방식의 센터 운영은 고용 안정성을 저해하여 인력 확보를 어렵게 한다. 우선 운영기관이 위탁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유가 발생할 경우 재지정에서 탈락할 수 있어, 안정적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위탁운영 기관이 적으며, 근건센을 제대로 운영할 만큼의 전문성을 갖춘 위탁운영 기관 또한 한정되어 있다. 더구나 수년째 예산 증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임금상승이 정체되고 있어서 인력 유출이 쉽고 유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장기적 고용의 필요성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민간위탁 방식의 시범사업 형태에서 벗어나, 고용 책임성 및 사업 전문성을 확보하고 소규모 사업장 대상의 안전보건 사업을 양적으로 확장하고 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공 조직화, 즉 공단 직영 형태로 점차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독립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근건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날카로운 문제 제기가 많은 건, 우리 사회에서 근건센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 불평등 해소라는 지향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노동안전보건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자신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는 이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창구로서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인 거죠. 근건센이 설립되면서 내세웠던 목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그렇지만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만큼, 근건센이 우리 사회의 건강 불평등, 건강 격차 해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특집1. 건강 불평등과 노동 / 2019.11

건강 불평등과 노동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 건강 불평등

 

크게 본다면, 사회 부정의(不正義)는 살인이다. Social injustice is killing on a grand scale.” (WHO, CSDH, 2008)

 

건강 불평등이란 건강 상태가 사회 집단 간에 평등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용어는 사실 각 사회구성원들의 건강이 평등해야 한다는 지향을 내포한다. 그런데 만약 건강 불평등이 지향하고 있는 이 의미를 제거한다면 건강 불평등은 사회 집단 간에는 건강 격차가 존재한다는 단순한 말이 될 것이다. 국제 학회에서는 윤리적이고 도덕적 의미를 내포하는 건강 형평성 (health equity)’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국제 건강형평성학회에서는 건강 형평성을 사회적, 경제적, 인구학적 또는 지리적으로 정의된 인구집단 간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측면에서 건강상의 잠재적으로 개선 가능한 체계적 차이의 부재로 정의한다.

 

건강 불평등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극적인 건강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건 국가 간의 건강 격차이다. 저개발 국가와 이미 산업화된 국가를 비교하면 수명이 수십 년의 차이를 보인다. , 한 국가 내에서도 어떤 지역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건강 불평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같은 대도시이더라도 서울 시민의 건강 수준이 부산 시민의 건강 수준보다 더 좋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부산 시민의 평균 수명이 서울 시민의 평균 수명보다 2년 더 짧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 안에서 좀 더 작은 구 단위나 동 단위로 건강 수준을 살펴봤을 때 격차가 확인된다.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서울의 경우 강남 3구의 건강수준이 강북 지역의 건강 수준보다 더 좋고, 부산의 경우에도 수영구나 남구의 건강 수준이 서구나 사하구의 건강수준 보다 좋다. , 같은 지역 사회 내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건강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높은 사회적 지위의 사람들이 낮은 사회적 지위의 사람들보다 건강하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자산을 많이 가지거나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

 

건강 형평성이라는 단어가 격차의 양상과 격차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건강 불평등을 보다 비판적인 의미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격차가 존재하는 원인과 격차를 개선하기 위한 과제를 드러내는 것에 더 주목한다. 이들은 집단 간의 건강 격차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로 기인한다고 인식한다. 그리고 건강 불평등이 정의롭지 않은 사회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하며, 건강 격차를 줄이고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는 일을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설정한다. 이러한 비판적인 의미에서의 건강 불평등 개념에 비추어볼 때, 건강격차는 정의롭지 않고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건강상의 평등은 사회적 구조,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킬 때에만 실현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한 보고서(“한 세대 안에 격차 줄이기”)에는 공정하지 않은, 정의롭지 않은 권력, , 자원의 분배에서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근본적인 원칙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볼 때, 건강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일은 질병이 생겼을 경우 공평한 의료이용을 보장하는 보편적 의료보장제도를 구축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공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걸 요구한다.

▲   과연 건강, 그리고 건강한 삶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각종 자원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가?

 

원인의 원인을 제대로 보자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건강 불평등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자. 우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먹을거리와 의복 그리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필수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물질적 자원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원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

식습관, 흡연, 음주, 운동과 신체 활동 등의 생활습관 역시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이는 동료집단의 문화에 영향을 받으며, 사회에서의 지위에 따라서도 생활습관이 다르다. 문제는 생활습관이 개인의 선택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사실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닌 강제된 상황에서의 비자발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각자가 처한 노동환경, 노동조건, 작업장 문화 등에 따라 건강에 유해한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 교대제,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 휴게시설 및 휴게시간 부족, 연차 사용 제한, 건강검진 미보장 등이 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건강관리 습관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선 안 된다.

 

보다 자세히 말해, 건강 불평등은 단순히 국가 간, 지역 간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소득과 학력 등의 사회적 지표와 건강 수준의 지표 간의 연관을 고려할 때, 우리는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요인은 바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이다. 사람들은 노동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소득을 얻고 자아 정체성을 형성한다. 사회에 만연한 소득 불평등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자원 배분의 불평등을 야기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생활 임금 이하의 저임금 문제다.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 및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의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작업환경에 따라 사업장 간 건강 불평등도 심각하다. 어떤 사업장들에선 안전설비와 보호장비가 잘 마련되어 있고, 안전점검과 보건관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다른 사업장들의 경우엔 기계설비에 압착되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는 등의 각종 사고위험이 상존하며 뇌심혈관계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 등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고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업장 안전보건 수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사업장 규모별 또는 직종별·산업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한 조사가 통계나 자료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안전보건 상의 문제를 건강 불평등의 차원에서 재규정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의 연장선에서 사회적 지위에 따라 느끼는 직무 스트레스의 정도와 같은 사회 심리적 문제 역시 건강 불평등과 관련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의 노동자들은 직무에 대한 낮은 통제력을 느낄 가능성이 크고, 노력에 비해 보상이 부족할 수 있다고 느낄 가능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이 같은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는 기저의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원인의 원인이라고 한다.

 

건강한 삶, 차별 없이 누려야 할 모두의 권리

 

현재 단편적인 뉴스로만 보도되고 있지만 산재 사망을 비롯한 중대한 산업재해는 소규모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서 빈발하고 있다. 이는 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권한과 자원이 부족한 불안정·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이를 위험의 외주화라고 정의하여 문제제기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산재 사망사건은 정의롭지 않은 사회적 환경에서 발생한 것, 이른바 사회적인 타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빈발한 중대재해, 각종 산재사망사고는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요소들이 고착화되어 노동자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건강 불평등의 고리들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이러한 부정의한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불평등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고 그것들을 개혁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강은 누구나 다 누려야할 가치이며 권리다.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서 누구나 그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재차 강조하자면, 건강할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야한다. 노동자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하고 그러기 위해선 최저임금이 생활의 최저선이 아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일터를 바꿔 나갈 수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안전보건 권리인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 것 역시 노동자들의 건강 불평등을 줄여 나가는데 중요한 열쇠다.

또 안전과 관련해서는 누구나 다 안전하고 건강에 해롭지 않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성, 이주, 청소년, 고령, 장애, 성소수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이들 역시 배제 되거나 차별 당하지 않고 충분히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아야 한다.

물론 건강 불평등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지만, 앞으로도 이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에선 이미 각종 법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제대로 작동시켜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을 오래전부터 충분히 줄여왔다는 점이다. 우리도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서 안전보건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및 실효성 있게 집행한다면 노동자의 건강불평등을 해소해나갈 수 있다.

 

[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2019.09

[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인터뷰 

 

이숙견 / 상임활동가 

 

파업 이틀 만에 극적인 노사 타협으로 통상임금 인상분 보전 대신 540명의 신규채용을 이루어낸 부산지하철 노 동조합의 타결 소식은 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사업장 중 하 나이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도 한 부산지하철이기에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소중하다.

지난 8월 30일,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동지들을 만나 지하철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안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과정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집행부와 독립적인 활동을 위한 위원회 형태로 출발

2011년부터 구성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이하 노안위)는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노안활동을 하기 위하여 시작부터 '위원회'로 만들었다. 노안활동 자체가 연속적이고 조금은 전문적이기도 하기에 다른 노동조합의 집행부처럼 노안활동가가 매번 바뀌는 방식을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은 5개 지부-승무지부, 역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 서비스지부(청소용역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속노조처럼 한 공장에 모여있거나 단일한 공정으로 되어있지 않고, 여러 개의 지부에, 지부 또한 지역별로 흩어져서 있고, 5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여러 직종으로 구성되어있는 곳입니다.

처음 노안위를 구성하였을 때, 집행부에 따라서 매번 바뀌는 노안활동가로는 활동 자체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형태로 활동하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각 지부에 1명씩 선임하여 구성하였으나, 현재는 3개 지부-승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의 노안위원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4명이 구성되어 활동 중입니다. 타임오프 문제로 타 위원회와의 활동 시간을 고려하여, 격주 4시간의 활동시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정기적인 노안위 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5개 지부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노안위원이 선임되어야 그나마 각 지부의 여러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제 현장 점검 활동 및 일상적인 노안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겠지만 현재 2개 지부가 빠진 상태라 다소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상적인 노안 활동은 전체 지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특히 조직 전환 문제로 치열한 싸움을 진행 중인 서비스지부 조합원의 여러 직업성 질환 및 산재 상담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측의 산업재해 은폐 문제에 대한 대응 활동을 진행 중이었다.

"최근 사측의 산업재해보고 은폐 건에 대한 노동부 고소고발 대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전철사업소에서 조합원이 발등을 다쳤는데 개인 병가로 40일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사측이 노동부에 산재 발생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측에 산재 발생 보고를 제기하였으나 계속 은폐하고 있기에 노동부에 고소 고발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기회에 그동안 관행처럼 되어왔던 사측의 은폐 행태를 드러내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집중적인 대응을 하고 있고요. 공공기관이라 이번 산재 은폐 건에 대하여 언론 보도도 나갔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사측의 산재 은폐 근절은 물론 실제 조합원이나 지부 간부들도 산재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산재처리를 하게끔 하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는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 6번째 해이다. 2018년부터 노안위에서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추진해보고자 여러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올해 임금인상 및 신규 인원채용, 교대제변경 등 노사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파업 하루 만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540명 정규인원 충원을 약속 받았고 4조2교대 변경이 2020년 7월이 되어야 시행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더불어 서비스지부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중요하게 남아있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이 되어야 추진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신규 인원채용 및 교대제 변경, 서비스지부 조직 전환 등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하여 2020년에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를 하기로 유예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그동안 유해요인조사평가를 통하여, 보완할 부분을 논의 중에 있으며, 가능한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 전체 작업자를 대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계획하고 있기에 외부 조사기관 선정을 고민 중입니다. 사측은 공개 입찰을, 노조는 노사합의로 선정할 것을 요구 중인데 아직 좁혀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신규채용 540명과 2020년까지 자연감소(퇴직)인원 170명, 기술직 등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 300여명을 합치면 최대 4700여명의 정규인원이 될 예정이고, 서비스지부가 조직 전환이 되면 유해요인조사 대상 인원만 대략 6000명 이상이 되는 엄청난 규모가 됩니다.

3조2교대제에서 4조2교대제 변경도 내년 3~4월 중으로 시행계획을 잡았으나 승무지부의 준비 문제로 내년 7월이 되어야 변경될 예정이기에 본격적인 근골 유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경에 시작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논의하고 준비해야지요."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지역에서 석면공동대책위원회 활동 등 많은 연대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하철이 운행된 지역이기에 과거 지하철 역사 내 석면을 많이 사용하였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고 공공기관이기에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역사 및 현장에서 석면 해체 작업을 노안위의 감시감독 하에 추진하였고, 그 결과 현재 대부분 석면은 제거가 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이용하지 않는 야간시간에 제거 작업을 해야 하기에 노안위원들이 교대로 밤을 새워가면서 감시·감독을 하였고, 지속적인 노안위원회의 관심과 요구로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있다.

현실에 맞는 다양한 활동과 의제로 조합원에게 다가가

"요즈음 안전사고보다 직업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기술지부 시설사업소 궤도지회 선로 현장의 작업자들에게 폐암, 천식, 특발성 폐섬유화증 등 폐질환이 3건이 발생하여 1건은 승인이 나고, 2건은 산재 신청을 준비 중입니다.

아무래도 조합원이 근속 년수가 증가하고 고령화가 되어 감에 따라 특히 폐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특히 궤도 쪽은 레일연마, 자갈 다지기 작업, 청소작업 등으로 엄청나게 많은 유해물질-유기물질, 금속, 라돈, 석면, 페놀수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집진 설비 등 작업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진노출을 100% 방지할 수 없기에 작업자들의 보호구 착용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대부분 불편하니깐 착용을 안했지만 지금은 주변 동료들이 폐암에 걸린다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보호장구도 신경을 쓰는 편이죠. 그래도 여전히 불편하니 착용하기 어렵다고 하는 조합원들이 일부 있어서 걱정입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노안위원회의 활동 이야기를 들으며 조합원에 대한 애정과 노안활동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한편에선 노안 위원들만큼 노동안전보건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집행부와 지부 간부, 조합원의 태도에 아쉬움도 토로하기도 하였다.

"현재 건강검진제도 개선을 위한 전면 검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협에 보장되는 특수검진이나 여러 검진에서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항목이 많기에 조합원에게 꼭 필요한 항목을 선정 중이며, 안전보건관리규정도 정신보건 부분을 강화해서 변경하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최근 공공기관 안전관리 가이드에 맞추어서 할 일이 많아졌어요.

향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도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해서 잘하고 싶은데.... 사실 힘든 부분은 이러한 노안위원회의 활동과 고민을 집행부와 조합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5명으로 구성되어야 할 노안위원이 3명밖에 없는 상황이고,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노안위에서 제기하는 문제점과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있기에 힘들 때도 많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특히 부산지하철은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에 힘듦이 있어도, 꾸준히 지속하겠다는 노안위원들의 다짐을 들으면서, 집행부와 조합원이 좀 더 노안활동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활동에 함께하기를 기대하면서 노안위원들의 마지막 발언 내용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정영민 노안위원 : "몸이 건강해야지 노동을 할 수 있죠. 가족이나 동료가 산재를 당하면 나머지 남은 가족과 동료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러 번 봤기때문에 나와 조합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활동합니다."

조영호 노안위원 : "25년 전 남동생이 산재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지하철 입사 후 22년 동안 잊고 있다가 노안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죽었던 남동생 일도, 입사 전 다른 회사에서 발생했던 동료의 산재 사고도 기억이 났습니다. 가장 늦게 활동을 시작한 노안위원이지만 역량강화를 위하여 스스로 노력중이며, 교육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전과 생명이 중요하니깐요."

이동훈 노안위원 :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시작할 때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행부와 조합원에게 바라는 것은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노안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활동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규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 "제 동기가 전기 감전으로 사망했던 경험이 있기에, 다시는 다른 이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안 활동이 힘들고 어렵다고 소문은 많이 났지만 그만두면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이기에 힘들어도 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죽음의 행렬... 과로사 없는 우체국 위해 투쟁은 계속된다" 전국집배노동조합 최승묵 위원장 / 2019.08

[현장의 목소리]

"죽음의 행렬... 과로사 없는 우체국 위해 투쟁은 계속된다"

전국집배노동조합 최승묵 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7월 24일 오전 6시 30분, 최승묵 집배노조위원장이 양천우체국 앞에서 출근하는 집배원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현재 여의도 우체국이 공사 중이어서 양천, 여의도 우체국 소속 집배원들이 모두 양천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받아 배달에 나섰다. 장시간 중노동하는 집배원의 현실을 보여주듯 오전 6시부터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집배노조는 지난 2년 동안 집배원의 장시간 중노동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2017년 안양과 서광주에서 집배원들이 연달아 자살하고, 노조가 이에 대응하면서 집배원 과로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고발,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모으기 위한 활동, 집배원 노동강도를 평가하고 드러내기 위한 자체 조사와 연구 등 다양한 활동으로 집배원 인력 증원과 완전한 주5일제를 요구해왔다.

긴 진통 끝에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꾸려지고, 2018년 10월 22일에 7대 권고 사항이 노사 합의로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약속했던 2000명 인력 충원과 토요택배 폐지를 위한 노력 등은 이어지지 않았다. 우정본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미적대는 사이 2019년에도 집배원은 계속 죽어 나갔다. 상반기에만 9명이나 되는 집배원이 사망하면서, 집배원들 사이에서 싸워야 한다는 결의가 모였다. 6월 13일 우정 노조, 집배노조 등 집배원이 가입돼있는 노동조합들이 모두 모여 대표자 회의를 열고, 총파업과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6월 24일 총파업 투표에는 94.4% 참여, 92.9% 찬성으로 압도적으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집배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파업을 앞두고 언론 반응도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7월 8일 다수 노조인 우정노조는 결국 파업을 철회했고, '노동존중' 정부의 국무총리는 SNS에 '한 번도 파업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전통'과 '우정노조의 충정'을 칭찬했다. 다수 노조인 우정노조의 변심으로 파업은 무산되었지만, 과로사 대응 활동을 주도해 온 집배노조는 여전히 바쁘다. 출근 선전을 마치고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6, 7월 정신없었다. 지난 2년간 집배원 과로사, 중노동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해 왔던 활동을 모아내고자 말 그대로 '총력'을 다 해 활동한 시기였다. 우리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하는 노동존중시대, 산재 사망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선언,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낮추겠다는 약속과 맞닿는 요구였다.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과로사, 장시간 노동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로 한껏 확산이 되자 드디어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 국가 기관부터 선도적, 모범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집배원 과로사 문제를 풀지 않으면 민간영역 그 어디도 달라지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구성된 후 1년 6개월 동안 집배원 대상으로 전수에 가깝게 조사하고 연구해서 내놓은 결과였다. 집배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우리 노조뿐 아니라 범사회적으로 벌어졌고, 이를 통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약속을 받아낸 것이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2019년 초에 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갔다. 우편 사업 적자, 경영 위기설을 내놓으면서 현장 노동강도를 더 높였고 무료노동으로 내몰았다. 인력 충원으로 정상적인 노동조건을 만들고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는데, 인력 충원 없이 초과근무 수당 예산만 반 토막 내놨다. 인원은 늘지 않았는데 2019년 1/4분기 택배가 22.6% 증가했다.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물량은 증가했는데 수당이 줄었다는 게 말이 되나? 많이 일해 적자와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었다. 올 초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그러다 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 집배원 세 분이 사망했다. 그 뒤에 당진에서 한 분 더 돌아가셔서 상반기에 9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그중 공주우체국 34살 이은장 집배원은 비정규직 3년 만에, 정규직 꿈도 못 이룬 채 과로사로 숨을 거 뒀다. 정부나 우정사업본부의 정책이 현장 노동자를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6월 투쟁이 이어졌다. 죽음의 행렬을 멈추라는 강력한 투쟁 요구가 현장에서부터 있다. 우정노조가 파업을 졸속 합의로 철회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하지만 합의의 내용이나 절차를 보면서 우정노조 조합원들이 우정노조의 실체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벼락이 한 번 치면 잠깐 세상이 아주 밝아지는 것처럼, 파업을 철회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그 노조의 실체가 드러나고, 실제로 투쟁을 이끄는 조직의 모습을 집배원들이 똑똑히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승묵 위원장은 파업 철회 후에도 집배원들 사이에서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본다.

"파업 철회 후 정말 정신이 없었다. 7월 9일 예정 돼 있던 총파업 철회되었지만 현장은 식지 않았다. 현장의 열망도 여전하다. 이를 모아내기 위한 현장 순회와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현장 집배원들이 우정노조에 대한 크나큰 실망을 표했다.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수백 명이 우정노조를 탈퇴했다고 들었다. 지난 2주 사이 우리는 조합원이 200명 늘고, 9개 지부가 새로 설립됐다. 이런 흐름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우체국 출근 선전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노사 간 교섭권이 중요한 이유는 그걸 통해 현장의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에 지배당하는 어용노조에 교섭권은 의미가 없다. 현장의 자주적인 민주노조가 투쟁할 때 교섭을 통해서보다 현장을 더 많이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을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스스로 보여줬다고 자부한다.

노동시간이나 인력, 업무 환경 등 지금까지도 집배노조의 투쟁으로 현장이 많이 바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 총파업 가결까지 가게 된 것도, 우리가 집배원 과로사, 중노동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알리고, 단호하게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단체교섭권 쟁취도 중요하지만 투쟁으로 현장을 바꾸고 잘못된 제도를 바꿔 현장이 올바르게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배원이 1만 6천 명인데, 2019년 이내에 조합원 2천 명, 100개 지부 시대를 열기 위해 매진할 것이다." 

▲ 과로사 없는 우체국을 위한 노동조합의 다양한 활동 중 하나가 선전전이다. 최승묵 위원장이 아침 출근 선전전 중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배원들의 현장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의 이번 합의안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8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권고했던 정규직 2천 명 증원 대신, 위탁택배원 750명을 포함한 집배 인력 988명 증원에 합의했다. 인력 충원 규모도 축소됐고 위탁택배원이 증가했다. 우체국 위탁 택배 노동자들은 우정사업본부 자회사 격인 우체국 물류지원단과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공공기관 정규직화 기조에도 맞지 않고, 언제든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

기획추진단이 권고하고 우정사업본부도 받아들였던 '토요근무 폐지 사회적 협약' 역시 '농어촌 지역 집배원 주 5일 근무 체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 기구 운영'으로 축소되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의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체 택배 시장과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

"과중한 노동을 바꾸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근무 일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강도 노동을 하는데 충분히 쉴 수 없으면 건강하게 일할 수 없다. 우리는 주 5일 근무를 주장하면서 토요일에 일하는 것을 이슈화해왔다. 사용자 측에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일 년 365일 가동하고 싶어 한다. 우리의 구호는 '같이 일하고 같이 쉬자'는 것이다. 정규직은 주말에 쉬고, 특수고용직은 토요일에 나와 토요 택배를 맡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본다. 이런 노력이 배달노동자 전체로 확산하기를 바라며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토요 택배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국민들, 소비자들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는 홈쇼핑 등 기업 택배들이다. 배달이 계속되고 이윤이 늘어나는 것을 기업들이 원하고 있다.

택배나 배달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실 택배는 원가보상률이 1도 나오지 않는다. 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얘기다. 택배 시장의 문제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운송료로 과다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배달노동자의 저임금, 건강과 생명이 채워주고 있던 셈이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배달노동자 전체와 소비자 단체를 포함한 범시민사회단체를 망라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나가려고 한다.

현장에서는 이와 발맞춰 '토요일에 병원 가자. 토요일에 친구나 친척 결혼식에도 가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평일에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면 병원도 못 갈 지경이다. 토요일이라도 병원도 가고, 사회활동, 가정사도 챙겨야 한다. 토요일마저 일하다 보니 절로 골병이 든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토요근무 강제 명령을 내리고 거부하는 경우 징계 운운하고 있다. 아파서 휴일에 병원 좀 가야겠다는 사람에게, 일할 사람 없으니 무조건 나오라는 식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응을 준비하면서, 토요일만이라도 강제 노동을 거부하는 형태의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집배노조는 7대 권고안에 담겼던 집배 부하량 산출 시스템 개선, 조직문화 혁신 등의 과제가 이행될 수 있도록 강제하기 위한 활동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람을 기계처럼 여유율도 계산하지 않고 집배 노동의 표준시간을 산출한 '집배 부하량'이 오·남용되는 것을 막는 활동도 과중 노동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집배노조가 집배원 과로사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노동자의 과로 노동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집배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 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시간, 노동강도를 만들어가는 집배노조의 거침없는 행보를 기대한다.

"집배원들은 매일 전국의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국민들,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 작은 영세사업장부터 큰 대기업까지 모든 곳에서 각 노동자가 얼마나 고단할까 생각한다. 과로 노동 문제는 집배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로해서 생명을 잃고, 건강과 행복을 잃는 모든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가 앞장서자는 생각이 강하다. 집배노동자가 그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는데, 앞으로는 한국 사회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배노조가 앞장서 나가고 싶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플랜트노조의 힘으로 현장과 지역의 안전 지키고 싶어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플랜트노조의 힘으로 현장과 지역의 안전 지키고 싶어요"

: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오종철 노안위원장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5월 중순 충남 서산의 한화토탈공장에서 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하고,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를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까지 참여한 합동조사단에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이하 충남플랜트노조)도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노동자 참여를 고용노동부에서 거부했지만, 충남플랜트노조를 비롯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가 항의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노동자 참여의 보장을 요구했다. 이런 노력 끝에 특별근로감독에 플랜트노조가 추천하는 4인, 합동조사단에 한화토탈 노조원과 충남플랜트 노조원 등 2명이 참여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한 충남플랜트노조의 오종철 노안위원장을 지난 7월 24일 지부 사무실에서 만나,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나눴다.

조선소와 건설현장 사이 어딘가 자리한 위험들

플랜트 건설현장은 일반 건설현장과는 달리, 조선소의 풍경을 닮아있다. 커다란 유류 탱크와 복잡한 난간,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배관 등 쇳덩이들로 이뤄진 거대한 구조물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건설현장처럼 중량물을 나르고 용접하고 전선도 설치한다.

"플랜트 노조에는 8개 분회가 있어요. 비계, 기계, 배관, 제관, 보온, 여성, 계전, 탱크로 나뉩니다. 8개 분회는 현장의 담당 업무에 따라 분류된 것이죠. 예를 들어, 배관사-용접사-조공 3명이 한 팀을 이뤄 용접 작업만 해요. 비계분회는 크레인 장비를 이용해서 배관을 높은 위치에 올려주거나 위험한 곳마다 발판을 설치하는 등의 일을 하죠. 제관팀은 배관이 지나가는 곳에 서포트(받침) 를 설치해요.

여성분회는 신호수, 장비유도원 등을 맡고요. 위험작업에는 여성 한 분씩을 각 팀에 배치하거든요. 보온 분회는 배관이나 파이프가 부식되지 않게끔 조치하는 업무를 담당해요. 계전 분회는 전기 케이블, 컨트롤 박스 등 전기 설비 관련 업무를, 탱크 분회는 화학단지에 있는 각종 유류 저장 탱크를 설치 ·정비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조선소나 일반 건설현장에서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시키듯, 플랜트 건설현장에서도 각종 위험작업이 한 공간 내에 혼재되어 진행된다. 그 자체로도 분진, 폭발 등의 위험이 크지만, 설비 곳곳에 묻은 기름 등으로 인한 미끄럼 사고, 높은 곳에서의 추락사고, 작업 중 낙하물에 의한 사고 등도 늘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일반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와 다른 점은 화재 사고와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잦다는 거예요. 화재 사고는 정말 빈번히 일어나요. 생산 설비를 정지시키고 정비하는 일이 플랜트 건설현장의 핵심 작업인데요. 생산이 멈추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회사에 손해가 덜 가니까, 빨리 공장을 돌려야 이 윤이 나니까 발주처 입장에서는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해요.

문제는 셧다운 작업(정기보수작업)을 하려면, 사전에 배관 및 기기 장치의 청소(퍼지와 드레인)를 해야 해요. 이건 안전 매뉴얼에도 명시된 아주 기초적인 사항이죠. 만약 탱크 정비라면, 탱크 오픈 전에 탱크나 배관에 있는 내용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물로 세척한 후에 오픈해야 해요. 그걸 무시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작업자를 무리하게 투입해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 가스가 다 빠져나가지 않았는데,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배관을 불로 절단하게 되면, 화재폭발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때론 작업계획서에 따르지 않고, 사전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작업을 임의로 판단해서 미리 시작하도록 했다가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어요. 관리감독자가 원칙만 제대로 지켰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말이죠."

▲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오종철 노동안전보건위원장. 한화토탈 특별근로감독에 플랜트노동조합의 참여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하는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외에도 석유화학단지의 건설현장인 만큼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규모나 심각성 면에서 가장 위험하다. 이번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의 경우도 비닐벤젠이 포함된 가스여서 급성 호흡기 질환이나 차량 부식 등 대인·대물 피해가 막 심했다.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급박한 위험에 처하는 사람은 결국 해당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오종철 노안위원장은 발주처와 원청이 비상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에서도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뒤늦게 통보하거나 업체마다 사고상황 파악이 달라서 대피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119가 출동해서 현장에 들어온 뒤에야 상황을 전달받은 조합원도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비상상황 대응 체계가 있더라도 대피명령과 비상사이렌, 관할 관서 보고 등을 안 하거나 하 더라도 뒤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러니 있는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다시 한번 밝혔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위험 외에도 대표적인 사고가 바로 질식사예요. 건설현장 질식사는 다른 현장 들에서 많이 이슈화되었잖아요. 그런데 최근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질식사 사고가 있었는데, 해당 사고를 계기로 질식사에 접근하는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흔히 맨홀이나 냉동창고 등 밀폐공간에서 질식사가 일어난 경우가 기삿거리가 되었죠. 하지만 최근 깊이 2m도 안 되고 지붕도 뚫려 있는 현장에서 황 화수소가스에 작업자가 질식사한 사례가 있었어요. 이를 놓고 볼 때, 밀폐공간의 정의와 판단기준을 더 폭넓게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현장 장악력에 바탕을 둔 노동안전보건 활동

정말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는 플랜트 건설현장이지만, 일용직 노동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고용 불안과 임금 문제로 상대적으로 안전에 관한 관심 이 낮을 수 있다. 그런데도 오종철 노안위원장이 노안 활동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제가 태안화력발전소에 일할 당시에는 조직국에 몸담고 있었어요. 9, 10호기를 건설할 때였죠. 한 젊은 친구가 화학발전소의 열을 식히는 수로에 빠져서 익사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 노안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먼저 달려갔었어요. 물을 빨아들이는 펌프 때문에 수로 근처는 정말 위험해요. 그런데 생명줄 하나 없이 안전펜스를 넘어서 작업하다 바닷가에 떨어져 그렇게 된 거죠. 유가족이 오열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그 이후에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조직국에서 노안위로 옮겨 활동하게 되었어요."

노안위로 자리를 옮겼지만, 처음 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충남서북부 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등 여러 노동안전보건 단체와 함께 노안활동가 교육도 받고, 점차 노안 위 구성도 확대 충원했다. 일용직 노동자가 중심인 노동조합이다 보니 다른 사업장과 달리 정기적인 노안 사업을 만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그러한 현장 특성을 반영해 플랜트 노조의 노안활동은 법 제도적으로 규정된 노안 사업의 형태가 아닌 현장에서 즉각 대응 가능한 실질적인 효력을 가진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장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위험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 이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고용 및 임금 문제 등에 대처하는 여러 조직화 사업의 성과라 할 수 있죠.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다 보니,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50여 개의 하청업체들도 협의체를 구성해서, 노동조합과 단체협상을 하게 되었어요. 노안 관련한 문제들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기도 하죠.

과거에는 현장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다거나 하면, 손해배상을 맞는 등 불이익을 받았었죠. 현장 활동가를 비롯해 노동조합 전체가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이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거나 점검할 수 있는 현장이 늘고 있어요. 노사 공동안전교육과 노사 합동점검도 하고, 휴게공간·휴게시설 등도 확보 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런 것들을 쟁취할 수 있었던 건 각 분회에서 더는 머슴이나 부품처럼 살기 싫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잘 조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점차 중대사고도 줄고, 일상적인 사건·사고도 줄고 있어요. 여전히 조합이 활동하지 못하는 취약지점을 중심으로 위험이 만연해 있지만요. 그런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죠. 근본적인 수준에서 플랜트 건설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최저낙찰제와 불법하 도급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이에 맞서는 투쟁과 함께 각종 노안 활동을 통해 현장 자체를 안전하게 바꿔나가야겠죠."

▲  충남 플랜트노조가 참여한 노사합동점검의 현장 모습이다.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를 계기로 지역 연대로 나아가다

오종철 노안위원장은 최근 안전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노안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건설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 중에 특별근로감독에 참여한 것은 충남플랜트노조가 처음이라고 한다. 중요한 선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종철 노안위윈장은 이를 출발점 삼아 플랜트 건설 현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는 지역 연대를 구축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이 일을 해나가기엔 노안 관련한 법률이나 제도를 아직 많이 알진 못합니다. 하지만 새움터의 최진일 동지나 다른 노안활동가들과 교류하면서 차츰 알아가고 있어요. 최근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 대응 과정에서 함께 한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의 안재범 동지나 이정호 동지 보면서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본받을 점이 많은 멋진 활동가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분들과 함께 이번 중대 재해 대응을 지역 차원의 연대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보고 싶네요. 플랜트 노조의 투쟁력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특집3. 사장님,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합니다! / 2019.07

[일터괴롭힘 없는 평등한 일터 만들기③] 

 

 

사장님,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합니다!

 

 

조은혜 /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직장갑질119 법률 스탭, 한노보연 회원 

 

 

“할 줄 아는 게 뭐예요? 본인이 잉여인원인 거 알죠?” 입사 10년 차인 A 씨가 올해 새로 온 상사B 씨로부터 매일 같이 듣고 있는 말이다. A 씨는 전년도까지만 해도 성과평가 최고등급을 받을 정도로 우수하게 근무해왔던 재원이었으나, 상사 B씨에게 밉보인 이후로는 저성과자로 분류되어 원래 담당하던 업무에서도 배제된 상태다. 다른 직원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고성을 지르는 것은 기본이고 B 씨의 지적에 대답이라도 하게 되면 폭언은 두 배가 되어 돌아온다. 상사 B 씨와 함께 보낸 2개월 동안 A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까지 생긴 상태이다.


위 사례는 민간단체인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로, 유사한 사례들이 매일 수십 건씩 제보된다. 이런 사례에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경우에는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 우선 폭언내용을 녹취해 놓는 것이 좋다.”는 정도였다. 만약 모욕죄 성립이 안 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이 있냐고 내담자가 물었을 때, 당시에는 답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것이 노동관계법령 내에 정의되어 있지도 않았고, 정의도 존재하지 않으니 구제 방법도 요원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나?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될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위와 같은 상사의 갑질은 ‘직장 내 괴 롭힘’으로 회사에 신고할 수 있고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면 징계 대상이 된다.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조사를 하여야 한다. 신고를 이유로 사용자가 피해근로자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는 물론이고,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의 요청이 있으면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또한 괴롭힘 발생 사실이 사실로 인정된 때에는 그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의 조치를 해야 하며, 이때 사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업무상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상기 사례의 경우 A 씨의 불면증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인정된다면 산재가 가능하다.

상사 B 씨를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나?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내용으로는 상사 B씨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죄목으로 직접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기 위해선 예전처럼 모욕죄, 폭행죄 등 형법상 성립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개인적으로 고소해야 한다. 가해자를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회사 내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기재사항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신설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관련 사항,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행위자 제재, ▲재발방지 조치 등의 내용을 기존 취업규칙에 추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이를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을 시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취업규칙을 통해 실효성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개정하기 전에 회사 자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익명으로 실시하여 어떤 종류의 직장 내 괴롭힘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 징계 수위의 적절성, 조사절차에 관한 의견 등을 파악한 뒤 이를 내용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신고자 및 피해근로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고자 보호와 관련된 규정 및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동조합 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이 함께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아쉬운 점은?


직전에도 언급했던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는 점, 그리고 근로기준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하다 보니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하위 법령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간접고용(파견, 용역, 사내하청 등),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취업규칙 규정 신설 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대표이사 등 사용자일 경우 신고를 그 가해자에게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는 대표이사 등 최고 경영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된 경우에는 감사가 조
사한 후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식을 채택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나, 감사나 이사회가 없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변화

아쉬운 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정의가 신설된 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 처벌 규정이 다소 미흡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들이 있지만 우선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투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갖춰진 것만으로도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직장 내 수직적 직급체계가 일반화되어 있던 우리나라 사회에서 상명하복은 회사 내 진리처럼 여겨져 왔다. 아무리 부당한 명령이라 하더라도 감내해야 했고, ‘사회생활은 다 그런 거야’라는 말 아래 모든 것이 묵인되어 왔다. 하지만 2014 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비행기 회항 사건 이후로 갑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하였고, 개인이 혼자 참아내야 하는 문제로 치부되던 상사의 갑질이 어느새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로 인정된 것이다. 직장갑질119 카톡 채팅방에 많이 올라오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제가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는 데 이것도 갑질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지금까지는 상사의 갑질에 자존감이 꺾이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원래 사회생활은 이런 거니까 하며 참고 넘어갔던 일들이 사실은 문제 제기가 가능한 부당한 대우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입을 열게 한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첫걸음이라고 본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계속해서 바꿔나가면 될 일이다.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이 개정안은 시행일인 2019년 7월 16일 이후에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부터 적용된다. 사용자에게 신고하게 되더라도 그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므로 녹취록이나 증인 등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반드시 모아놓아야 하며, 신고 등으로 인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되면 노동부에 신고가 가능하다.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면 직장갑질119 오픈채팅방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터> 통권 185호 /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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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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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터괴롭힘 없는 평등한 일터 만들기 
1. '갑'의 폭력을 넘어서 일터괴롭힘 발견하기
2. 5년이 지난 지금도 다 회복되지 않았어요 
3. 사장님,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합니다!
4. 일터괴롭힘 없는 일터를 위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관계 

[지금 지역에서는]
<담 허문 자리, 움트는 환대의 꽃> 북 콘서트 열려 
[연구리포트]
유연 노동시간과 정신 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의 영향 미리보기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목숨 걸고 쪽팔리지 않게 지역신문 만들게요"
[사진으로 보는 세상]
[현장의 목소리]
공장 담벼락을 넘어,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안전한 삶과 일터를 만들자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새내기' 노안활동가의 좌충우돌기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황폐한 도시의 경찰이 용의자를 놓친 속사정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여전히 먼 50cm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2019.7.16.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시행에 부쳐 
[노동자 건강상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문화읽기]
몰트맨의 '노동'을 기억하는 몽키숄더 위스키 
[발칙 건강한 책방]
자동화된 미래, 새로운 대안을 상상하기!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앤디 스턴/리 크래비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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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노동건강권운동의 중심 '새움터' 지킴이, 연구소 신입회원 되다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일터24시> 농민 이석희 씨의 하루 (1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미디어뻐꾹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일터24시' 프로젝트입니다.

일 하는 사람의 노동과정과 일터를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우리 사회에 알리고, 함께 고민하며, 변화시켜 나가야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자 기획했습니다.

이번 일터24시는 농민 이석희씨의 하루를 동행해 봤습니다. 30년 넘는 세월동안 결코 만만치 않은 농업을 고수해 온 이석희씨의 이야기, 영상으로 확인해주세요!

https://youtu.be/CGTaN-GD-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