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신입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 2020.03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신입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전국영화산업노조 후반작업지부 J님, K님 

 

 

 

김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호를 통해서 인턴노동의 경험을 듣기 위해 출판업, 패션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전혀 다른 산업이지만, 각 업계가 인턴을 고용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 방편이거나 정직원을 고용하기 전 예비적인 역량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동기가 있었다.

 

이번 호의 인터뷰이는 2019년 결성된 전국영화노동조합 산하의 영화후반작업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영화후반작업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기술과 작업 단계가 있는데, 그 중 음향작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두 인터뷰이는 현재 일하고 있는 각각의 회사에 인턴으로 채용된 후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으로 고용승계된 상황이었다.

지난 3월 신림역 인근에서 인터뷰이 j님과 k님을 만났다. J님은 영화후반작업을 하는 기업 중에서 꽤 큰 규모에 속하는 A 회사에서 일한지 6개월이 안된 상황이었고, k 님은 소규모 업체에서 4년간 근무했다.

 

먼저 영화후반작업이 무엇인지,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는 지 궁금하다

 

k: 보통 영화를 볼 때 대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 외에도 영화 안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과 동일한 소리들이 입혀져 있다. 촬영장에서는 배우들의 대사가 잡음 없이 녹음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촬영본이 저에게 도착하면 아무 소리 없이 대사만 들어있는 상태인 것이다. 영화후반작업은 영화 안의 인물이 내는 소리들, 주변 환경 소음들, 액션효과 등의 모든 소리를 담당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

 

j: 이 음향작업을 단계별로 나누면,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를 깔끔하게 만드는 대사 파트, 여러 가지 효과음을 주는 이펙트 파트, 기존에 가진 소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주인공이 문여는 소리나, 발소리와 같은 소리들을 만들어 입히는 폴리 파트, 음향의 공간적인 부피감과 톤을 입혀주는 앰비언스 파트가 있다.

 

작년 영화후반작업노조가 결성되었다. 두분은 시작부터 함께 한 조합원들인데, 어떤 계기로 노조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k: 전체 영화 제작 예산에서 후반작업에 할당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영화후반작업 업계 자체가 아마 일하는 사람을 전부 합쳐도 100명쯤이다. 여기서 5년차 미만은 대부분 최저임금 정도를 받는다. 이것도 상황이 나아진 것이고, 최근까지 100만원 혹은 그 이하 저임금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 노조에서 조사했을 때 1개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전부다 근로계약서 작성도 안했더라. 퇴직금 등 기본적인 처우도 미비된 회사가 많아 문제의식을 느꼈다.

 

j: 처우가 이런데, 업계 전반이 노동시간이 매우 길다. 일년 중에 반은 10~12시간 씩 장시간 노동을 하고, 반은 정시퇴근을 하는 정도다. 마감을 앞두고서는 더 바빠진다. 작업 일정이 너무 짧게 측정되있는 것도 문제다. 개봉일을 두고 그 안의 여러 일정들이 세팅되어있으니 그 마감일에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 야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극장도 성수기가 있다. 그럼 전체 제작기간이나 작업의 마감일을 맞추기가 더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j: 보통 1개 작품을 작업하는데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성수기 시기에는 영화가 몰리고 하면, 한번에 2개의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하는 일도 발생한다. 영화의 제작 상황이나 일정 등에 따라서 작업량이 매우 유동적이니 개인의 삶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된다. 퇴근하고 별도로 운동을 한다던지, 병원에 간다던지, 최소한 잘 휴식을 취한다던지 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구조다.

 

k: 우리 회사가 특이하게 자율출퇴근제로 운영되고 있다. 평일에 개인 일정을 보는 등 시간 사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4년 정도 근무한 입장에서 단점이 더 많다고 느낀다. 우선 음향작업이 전체 영화의 제작 안의 한 파트라는 점에서 마감에 대한 압박도 크고, 마감일에 가까울수록 노동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니 사실상 조금 늦게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각각 독립된 스튜디오 칸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작업 자세도 문제지만 종일 소리를 듣는 직업이니 청각질환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우려된다

 

j: 맞다. 영화관의 음향시스템과 동일한 환경으로 맞추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후반작업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작은 극장 같은 느낌의 1인 스튜디오다. 음량도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서는 영화관에서 듣는 소리와 동일하게 두고 작업을 해야한다. 그러니 이명 같은 건 워낙 잦은 문제다. 종일 큰 소리를 듣기 때문에 작업을 하고 나면 귀도 먹먹하고 힘들다. 또 같은 자세로 장시간을 앉아 있다 보니 다들 허리나 목도 전반적으로 아프고 좋지 않다.

 

k: 액션영화의 경우, 효과음도 많고 음량도 크기 때문에 더욱 힘든 것 같다. 아직 주변에서 산재 신청했다는 분은 본적이 없다. 업계를 떠날 각오를 하고 신청하는 사례를 한번 보긴 했는데, 그 외에는 못 봤다. 산재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업계 내부에서 낙인이 워낙 심하다.

 

인턴노동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두 분은 어떤 경위로 인턴으로 일하게 됐나.

 

j: 업계가 매우 좁다. 공채를 하는 경우는 잘 없고, 대부분 지인을 통해서 입사한다. 처음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계약서에는 3개월의 인턴 기간과 더불어 야근을 할 수 있고 본 급여의 90%를 지급한다고 명시되어있었다. 평균적으로 정직원 초봉이 최저임금 정도 되는데 포괄임금제라 야근 등 수당에 대한 지급도 없다.

 

k: 영화후반작업 일이 궁금해 대학 선배를 통해 채용에 응하게 되었다. 다른 일자리도 있었지만 영화 일이 해보고 싶어 인턴직임에도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인턴 일자리가 고용도 불안정하고 처우도 좋지 않으니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직업이고 업계가 공채도 잘 없고, 일자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는 주로 어떤 일을 했나.

 

j: 이전에는 오자마자 실무에 투입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채용된 당시에 회사가 덜 바쁜 시기였다. 덕분에 3개월 간 충분히 교육기간을 거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시와 ()시에 나눠져있다. 선배들은 모두 ()시 사옥에 있고 또 일의 특성상 모두 개별 스튜디오에 들어가 일을 한다. 일과 중에도 서로 볼 일이 잘 없다. 나와 동기 인턴 2명만 ()시 사옥에 있었는데, 누가 작업을 시켜서 결과물을 내도 아무도 컨펌을 안해주고 사실상 방치된 기간이기도 했다.

 

k: 3개월 동안은 거의 참관하는 형식으로 있었다. 그리고 한 영화를 담당하는 것은 못하고 특정 장면만 담당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일했다. 영화후반작업 일 자체가 전공자여도 실무는 회사에서 거의 새로 배우는 측면이 커서, 교육의 느낌이 강했다.

 

인턴으로 일했던 시기의 경험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j: 특이한 건, 거의 모든 후반작업 업체들이 경력직을 제외하고서는 인턴 기간을 무조건 거치는 방식으로 신입을 고용한다. 듣기로는 어느 회사가 인턴으로 3개월 일하고 정식 채용하기로 했는데, 마음에 막상 마음에 안 드니 몇 달 더 수습기간을 거치자고 한 일도 있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는 인턴기간이 꼭 필요할까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인턴 일자리의 처우도 그렇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이 좌충우돌을 겪더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k: 당시에는 첫 직장이고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주변에서도 인턴으로 일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음향 작업 자체가 좋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인턴제도가 너무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우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가 자율출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정직원들이 오후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패턴으로 일하는데, 인턴은 10시부터 7시가 근무시간이었다. 그래서 7시에 퇴근하기도 눈치가 보였고, 옆에서 더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일부러 야근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러한 기준들이 명확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걸 처음 들어온 신입직원, 그것도 인턴인 경우에 조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일터 괴롭힘 등 문제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인턴 노동자에게 이런 조직문화는 더 어려운 조건이 되지 않을지 궁금하다.

 

j: 업계에 5년차 이상 직원이 거의 없다. 일한지 아주 오래된 시니어급 아니면 대부분 5년 미만의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후반작업은 외주 프리랜서들까지 다 합쳐봐야 100명도 안되는 좁은 판이다. 한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업계 전체가 근속년수가 너무 짧고 이직률도 높다. 그런 배경으로 저임금, 장시간노동과 같은 처우상의 문제들도 있지만 말한 것처럼 괴롭힘 등 상사의 막말 사건, 물건을 집어 던진다던가 하는 일도 많았다. 최근에는 업계를 떠나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고, 신고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져 나아지긴 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업계나 검증된 사람을 채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력직이 아닌 신입직원을 뽑을 때, 면접과정을 거치더라도 필요한 역량들을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우선 인턴으로 채용을 해 실력도 확인하고, 정식 채용하기 적합한 인물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갖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은, 반대로 인턴의 입장에서는 검증 기간 동안의 실적과 태도, 적응력 등에 이 채용의 여부가 달린 시간이기도 하다. 이만 퇴근을 하라고 해도 회사에 남아있었던 k님의 비/자발적인 야근이 아마 인턴 기간 동안의 불안정함과 심리를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 아닐까.

물론 실제로 실무에 투입되기 전 필요한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절차들을 익히는 기간은 모든 직원들에게 주어질수록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기간이 정식 채용 이후 신입 직원에 대한 조직 차원의 투자, 즉 교육 기간이 못하고, 기업의 기회비용을 인턴의 형태로 노동자에게 전가시킬 때 그가 느낄 불안정함, 저임금, 적응에 대한 압박 역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렇게 검증 기간내지는 신입직원에 대한 교육기간을 개별 인턴 노동자의 힘과 노력에 대한 문제로 전화시킬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함께 풀어가고 투자할 문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