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우리의 안전의식은 아직 진화 중 (19.03.21, 매일노동뉴스)

우리의 안전의식은 아직 진화 중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9.03.21 08:00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특정 상황에 부닥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심한 공포감을 느낀다. 숲속에서 지나가는 뱀을 볼 때,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에서 기척이 느껴질 때가 그렇다. 이런 공포감은 본능적인 것으로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 수백 만 년 동안 진화한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심한 공포감을 느껴 잽싸게 도망을 친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남아서 우리에게 그렇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유전자를 물려준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안전에 관한 가장 원초적인 의식이 아닐까 싶다.



[언론보도] 누구에게나 글로 남기고 싶은 기억 속 환자가 있다 (청년의사)

누구에게나 글로 남기고 싶은 기억 속 환자가 있다

기사승인 2019.02.25  06:00:03

- 제18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 개최…대상 류현철 과장 등 14명 수상 영예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제 18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24일 한미약품 2층 파크홀에서 열렸다.

‘제 18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에는 작품 <당신 탓이 아닙니다>로 대상을 수상한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류현철 과장 등 6명의 수상자와 청년의사 신문 이왕준 발행인, 한미약품 우종수 대표이사, 심사위원장 정호승 시인, 한국여자의사회 이향애 회장을 비롯해 4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http://m.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5596

 


[직업환경의사가 들려주는 노동자 건강 이야기] 보험을 보험답게 쓰도록 알리고 장려해야 / 2018.12

보험을 보험답게 쓰도록 알리고 장려해야

권종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얼마 전 출장 검진에서 양손에 손목터널 증후군수술을 한 노동자를 만났다. 아직 수술 자국이 조금 빨갛게 남아있어 나는 그분의 검진 항목인 이소프로필 알코올보다 수술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올해 초에 정형외과에서 양 손목을 한꺼번에 수술하셨다는데 무릎까지 한꺼번에 해서 조금 싸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손 저림은 현재 공장에서 일 시작하면서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해 올해 딱 10년째인데 더 참을 수 없어 수술했고 그동안 해온 작업이 물건을 집어 돌려보며 불량 확인하고 이물질 닦아내고 하는 일이라 손을 많이 쓰는 상황이었다. 일 때문에 생긴 질환인데 산재 신청은 안 하신 거냐고 묻자 도리어 일하다 아프면 치료받으라고 월급 받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어차피 산재라고 해도 본인은 신청 방법도 모르고 복잡할 거고 회사에 싫은 소리 하기도 싫고 해서 그냥 수술받은 거에 만족한다고 했다.

매년 회사는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산재 발생에 대비해서 내고 있다.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보험료를 회사가 열심히 내고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회사가 앞장설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회사는 마치 우리가 자동차 보험금 올라갈 것을 걱정해서 함부로 쓰지 못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산재나 직업병이 많을수록 관리 감독이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다른 하나의 요인으로 산재 보험금 산정에 있어서 개별실적요율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별실적요율제란 간단히 말해 산재 보험금사용액 비율에 따라 개별 사업장의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할증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납입 한 산재 보험료의 5% 미만을 사용한 사업장은 보험료를 50%까지도 감면해주게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 50% 할증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 할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개별실적요율제 해당 사업장 중 89.8%)의 사업장은 할인을 받고 있다.

원래 취지는 산재 보험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 설비에 더욱 투자하고 실제 산재가 줄어 할인받는 선순환을 의도한 것일지 모르나 결과는 산재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해 산재 신청에 비협조적이거나 공상 처리를 종용하는 행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개별실적요율제는 매우 불평등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개별실적요율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노동자 10인 이상, 3년 이상 산재 보험 가입한 사업장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2015년 통계로 보면 전체 사업장의 4.4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업장 전체 보험료의 29.6%(1조 4,037억 원)를 감소시키고 있고 규모별로 할인율에 차등(30인 미만 사업장 ± 20% ~ 1000인 이상 사업장 ±50%)을 따로 두어 대기업일수록 더 높은 할인을 받게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2017년 산재보험료 감면자료(개별실적요율 적용현황)에 따르면, 최다 감면 기업은 1위 삼성 (1031억 원)이었고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 (836억2300만 원), LG (423억1200만 원), SK (347억5400만 원) 순이었다. 이렇게 할인된 금액은 결국 개별실적요율 적용 대상이 아니거나 할인 폭이 적은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행히 2018년 1월부터 시행되는 산재보상보험법 등의 개정 내용에서는 개별실적요율 할인수준을 규모와 관계없이 20%로 통일하였다. 노동부 보고서인 「개별실적요율제의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효과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한 보험료 징수 증가분은 7,136억 원 정도로 예상되었다. 적용 시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같은 시기 제도 개선을 통해 출퇴근 산재 인정, 산재 신청 시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 등이 이루어졌고 올해 6월 말 기준 산재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19.4%(1만 618건) 증가했다고 한다. 그중 출퇴근 재해와 인정기준 완화로 재신청된 건수를 제외한 13.2% (7,240건) 정도는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 위주의 산재 보험료 할인 특혜, 불필요한 사업주 확인제도 등 이제 겨우 몇 가지 문제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노동자의 생각처럼 여전히 산재 신청의 과정은 복잡하고 껄끄럽고 어떤 제도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할인받기 위해 보험료를 내고도 최대한 안 쓰려는 제도로서의 산재 보험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할인을 없애고 보험료를 낸 만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가벼운 산재나 흔하게 발생하는 직업병에 대한 산재 신청 시 불이익을 없애고 보건관리자나 사업주에게 신청을 장려하여야 한다. 또한, 신청과정을 간소화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를 통해 은폐된 산재를 양성화하는 것이 산재 예방 관련 지표 조작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일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하청노동자는 산재도 차별받는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김길동

 

얼마 전에 만난 외래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환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는데, 작업 도중 7미터 높이에서 추락하여 흉추 12번 골절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환자가 이런 산재를 당하였는데 당시에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한 것이 아니라 동료가 회사 차로 실어서 병원에 이송했다는 것입니다. 7미터 높이에서 추락했다면 경추(목등뼈) 혹은 요추(허리뼈)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특히 척추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송과정에서 잘못 옮길 경우 사지 마비 혹은 하지 마비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동료들이 그냥 옮겼다니!

 

왜 그랬을까? 일반적으로 당연히 119를 불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동료들이 옮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냐면 그 전에 KBS 추적 60분에서 산재은폐와 관련된 방송을 봤기 때문이죠. 당시 방송에 나왔던 회사와 같은 곳입니다. 방송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했는데 119가 바로 옆에 있지만, 회사 차량으로 병원까지 이송하였고 의학 지식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이송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없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했던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환자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동료들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고, 작업과정에서 추락해 발생한 명백한 산재지만, 산재로 치료받은 것이 아니라 공상으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흉추 12번 골절로 진단된 환자는 치료를 받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하지 저림과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2년의 세월이 경과한 진료에서 흉추 5~6번에 추가적인 압박골절이 발견되어 산재신청을 추가로 하기 위해 우리 병원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이 노동자가 애초에 산재로 처리됐다면 과연 다시 우리 병원을 방문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추적60, “수치로만 안전한 나라’, 은폐되는 산업재해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하청업체에서 재해가 발생했는데 왜 119를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환자를 실어 날랐을까요? 그것은 산재가 발생했을 때 받는 불이익 때문일 것입니다. 추적 60분에 방송된 내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근경색이라는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소방서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119를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실어 나른 것은 119를 부르는 순간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산재가 두려운 이유는 사내하청업체의 경우 산재 발생 자체가 원청인 현대중공업과의 이후 계약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원청인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별로 상관없는 사내하청업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실제로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조장하고 있습니다. 산재 발생의 책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현대중공업에서 산재발생 여부를 하청업체의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20여 년 전 의과대학의 산재문제연구회에서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하고 산재신청을 못 하는 상황에 분노하던 현실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에 기가 찹니다. 아프고 다친 것도 서러운데 하청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산재신청도 못 하는 상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