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년 9월

https://issuu.com/kilsh2003/docs/_9_-_2_

 

일터 2021년 9월

 

issuu.com

 

 

노동운동가 이훈구 동지를 추모하며 02

특집 05

위험성평가, 노동자 손으로!

■위험성평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 무엇이 어려운가요?”

■노동자 참여,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의 시작

지금 지역에서는 15

경기지역 노동시민단체, 연이은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근본대책 마련 요구

알아보자, LAW동건강 17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연구리포트 20

2021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발생현황 이슈페이퍼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4

정부기관의 인력남용으로 인한 과로사, 감찰원으로부터 시정요구 받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6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징수원의 안전

현장의 목소리 30

게임개발자가 행복해야 게임하는 사람들도 행복합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손발 맞춰가는 사이 노동안전 활동도 무르익어

문화로 읽는 노동 38

저 너머의 굴뚝은 언젠가 찾아온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여성노동 건강 상식 46

중년의 불청객, 화병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왜 여전히 ‘용역자회사’인가

발칙 건강한 책방 50

아이의 눈길로 담아낸 아픔과 회복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월 간 「일 터」 > ο전권 다시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터 2021년 9월  (0) 2021.10.13
[일터] 통권 209호/2021.08  (0) 2021.08.31
〈일터〉통권 208호/2021.07  (0) 2021.08.09
〈일터〉통권 207호/2021.06  (0) 2021.06.28
<일터> 통권 206호/2021.05  (0) 2021.06.02
<일터> 통권 205호/ 2021.04  (0) 2021.04.21

[9월호_특집3] 노동자 참여,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의 시작

노동자 참여, ‘제대로 된위험성평가의 시작

 

김다연 상임활동가

 

본 인터뷰는,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한 위험성평가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KB오토텍과 신한발브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사업장은 위험성평가를 1년에 한 번 해야 하는 형식적인 책무가 아니라, 일상적인 노동안전(이하 노안)활동에 위험성평가를 녹여내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이 위험성평가를 지회의 노안사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해 온 노력과 운영방식, 개선점에 대한 고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금속노조 충남지부 KB오토텍지회 박종국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인터뷰

 

위험성평가는 언제부터 진행하셨나요?

2016년에 위험성평가를 노조에서 직접 해보려고 했고, 현장의 위험요인 조사와 위험성 평가까지 마쳤으나 사측의 노조파괴 시도로 중간에 무산됐습니다. 그러다 2018, 2019년에 걸쳐 노조에서 처음으로 개선과정까지 포함한 위험성 평가 전체 절차를 진행했어요.

물론 이보다 먼저, 사업장 내에서 활동하는 안전보건지킴이를 구성했어요.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운영하는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을 차용한 건데요. 20188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에서 안전보건지킴이를 공식적으로 운영할 것을 사측과 합의하고, 30명 정도를 뽑았어요. 6시간의 활동 시간을 확보해서 2시간은 구성원 전체 회의 및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4시간은 사업장 안전보건과 관련한 현장의 의견들을 수렴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이렇게 했던 이유는, 1년에 1회 하는 위험성평가만으로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서예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해보려고 안전보건지킴이 제도를 도입한 거죠. 위험성평가도 일상적 활동 중 하나예요. 또 이렇게 조합원들이 활동해야, 노안위원들도 지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노안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안부의 노고가 커요. 조합원의 산재 대부분을 승인받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는 건 개인의 부주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환경의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누고요. 그러면서 노안부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이후 위험성평가를 포함한 일상적 노안활동도 조합원의 지지를 받으며 시행할 수 있었죠.

 

위험성평가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절차상으로는, 우선 위험성평가를 하면 위험성평가의 목표와 절차·수행 시기·협력 기관 등 관련한 모든 사항을 조합원과 공유합니다. 그리곤 부서마다 조사 날짜를 정한 뒤, 조사를 시행하죠. 이때 안전보건지킴이 위원들이 조사 과정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아요. 필요하면 노안위원과 협력 기관의 노안활동가가 참여해서 돕기도 해요. 하지만 위험유해요인을 찾고, 위험성 크기를 판단하고, 개선안을 도출하는 건 현장 노동자들입니다. 해당 공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현장 노동자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효과적인 개선을 도출할 수 있으니까요.

 

조사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릴 경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나요?

처음엔 노안문제에 있어 더욱 민감한 노안위원 없이 조합원과 실행위원에게만 위험성평가를 맡길 경우, 사업장의 위험이 혹시나 축소되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일단 1차 조사는 전적으로 맡기고,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보충할 부분이 있다면, 노안위원이 의견을 내고 설득하거나 실행위원이 질문을 던지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현장의 위험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도록요.

부서별 논의를 할 때도,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가 있어요. 누군 괜찮다 하고, 누군 위험하다고 하는 거죠. 이럴 땐 논의를 거친 뒤, 어떻게든 합의안을 도출해요. 서로 자기 의견을 조금씩 조정하고, 함께 만든 방안이어야 모두가 개선에 참여하거든요. 만약 누군가의 의견을 배제해버린다면, 그 사람은 해당 개선안에 동의할 수가 없겠죠. 그러면 개선과정이나 다음 위험성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테고요. 무엇보다도 위험성평가에 참여하는 이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옛날처럼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나 다를 바 없죠.

 

위험성평가는 불이행 시 처벌 수위가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제도란 평가도 있는데요.

물론 위험성평가를 안 할 때 받는 처벌 수위가 너무 낮긴 하죠. 하지만 위험성평가를 이행하도록 하는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산보위에서 위험성평가 진행하기로 합의한 뒤, 불이행하면 산안법상 위반사항 해당해요. 이처럼 현장에서의 산안법상 위반사항을 근거로, 사측을 고소·고발할 수도 있죠. 저희의 경우엔 위험성평가를 단협의 조항으로 넣기도 했습니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면, 단협안 위반이 되도록요. 이외에도 가능한 여러 방법을 동원해 압박을 넣어,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것도 KB오토텍 노조가 힘이 있으니 가능하단 거죠. 또 저희는 그간 노안활동을 전개하면서 조합원과 소통을 해왔잖아요. 그 결과, 현장의 위험에 대한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높아졌어요. 회사가 이걸 깨고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거나,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것도 쉽지 않아진 거죠. 저희가 이렇게 되기까지 10년이나 걸렸어요. 사측의 노조파괴도 겪으면서요. 상황이 이러니 노조에 힘이 없거나 미조직 사업장 경우에는 위험성평가 진행 자체가 쉽지 않죠. 무엇보다도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그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2. 금속노조 경기지부 화성지역지회 신한발브분회 김현호 사무장 인터뷰

 

위험성평가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당시 현장엔 절삭유가 여기저기 흐르고, 금속분진이나 오일 미스트, 소음, 안전조치 없는 중량물 취급공정 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있었습니다. 13~14년도 현장엔 연간 발생하는 재해만 50건이 넘었고, 그중에선 1~3달씩 요양해야 하는 사고나 질병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았어요. 현장의 문제를 의식하던 중, 노안활동이 활발한 금속 경기지부로 넘어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노안활동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노안부장과 임원, 분회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노안보건팀을 구성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죠.

노안보건팀은 생애전환기 검진과 격년 위암 검진을 위한 추가 휴가와 비용 지급을 단협안에 추가하고, 내실 있는 정기안전교육 실시, 안전 보호구 지급 요구 등 여러 사업을 진행했어요. 그중 하나가 공정별 현장 환경문제 및 위험도에 대한 체크리스트작성입니다. 위험성평가 제도를 활용한 건 아니었으나 위험성평가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현장의 근골격계 유해요인, 사고성 재해 유발요인, 소음, 화학물질 등을 관리하는 활동을 시작한 거죠. 이를 바탕으로 2015년부턴 조합에서 기존에 노사협의회로 대체되던 산보위를 운영키로 사측과 합의했어요. 다음 해, 산보위는 일상적 노안활동을 위한 공식제도인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기로 했고, 그해 3분기 신한발브에서 위험성평가를 처음 실행하게 됐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위험성평가를 구성했나요?

일단 구성원 내부적으로 위험성평가가 뭔지, 어떻게 진행되고 왜 필요한지를 잘 모르는 상태였어요. 위험성평가와 관련된 전반적인 교육이 필수적인 상황이었죠. 그래서 조합의 상집간부와 실행위원,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해서 3번의 교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교육 이후, 노동자 의견이 반영된 위험성평가를 실시했어요. 조사는 두 가지 단계로 구성했고, 시트는 금속노조에서 만든 위험성평가 시트를 사용했습니다. 우선 실행위원과 작업자들이 함께 현장 라인을 돌며, 직접 사진과 영상을 찍어요. 그리곤 해당 공정의 위험유해요소나 개선안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누고, 시트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이때 위험성평가 진행에 필요한 실행위원은 사측에서 3, 노안보건팀에서 5인 해서 총 8명으로 구성했고요. 실행위원은 자신이 맡은 공정의 위험성평가를 진행하고, 서로 주마다 1회씩 만나서 함께 토의하곤 했습니다.

신한발브가 고안한 위험성평가의 구성은 해당 공정을 가장 잘 아는 작업자의 시선에서 유해위험요소를 찾아내는 동시에 실행위원이라는 제삼자의 눈을 통해, 교차관찰이 가능하다는 점이예요. 오래 일한 작업자는 그 공정의 전문가가 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작업 공정에 내재한 유해위험요소에 익숙해질 수도 있거든요.

위험성평가를 통해 실행위원과 작업자인 조합원이 서로 눈높이를 맞춰나가며 현장의 다양한 유해위험요소를 발견하고, 이들의 개선점을 찾고, 앞으로의 노안활동에서 염두에 둘 만한 지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됐어요. 사측의 실행위원 역시 위험성평가를 통해 도출된 위험은 물론 현장의 개선이 필요하단 것을 인정하게 됐고요. 평가가 끝난 이후에는 정기안전 교육시간을 활용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결과 보고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후의 개선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단기간 내로 현장에 정말 많은 개선이 필요하단 사실을 사측과 공유하고, 설득하기 위해선 보고서 작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일단 해당 공정의 유해위험요소와 위험성평가를 작성한 시트는 각 공정에 비치해뒀어요. 그리곤 노안보건팀에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한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설득의 근거자료로 활용했습니다.

현장의 모든 개선안이 한 번에 적용된다면 좋겠지만, 회사의 예산 사정상 그럴 순 없었어요. 개선이 필요한 여러 문제를 투자가 많이 필요한데 현재 예산에서 당장 가능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할 문제 회사의 설비팀이나 법무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재료를 구매해 현장의 관리자나 작업자가 직접 개선할 수 있는 문제, 이렇게 세 단계의 범주로 나눴어요. 이를 바탕으로 개선 계획을 세운 뒤, 조금씩 개선해 왔죠. 이후 2018년 위험성평가 때는 산보위에서 조합 측 실행위원의 활동 시간을 보장받고, 회사의 예산안에서 별도의 현장 개선 사업 예산 항목을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를 진행하려면요?

아무래도 개선안 실행을 위한 재원 확보가 어려우면,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죠. 자원이 적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업장은, 현장의 위험을 안다고 해도 실제 개선으로까지 이어지기가 어렵습니다. 지자체나 정부의 대출이 있긴 하지만, 대출요건 중 하나가 현재의 재정 상태여서 사실상 대출을 승인받기가 어려운 실정이에요. 업종에서의 경력이나 회사가 가진 영업력 등 다양한 요소를 자산으로 보고, 대출 여부 평가를 한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앞으로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현장에서도 노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원의 여러 지원책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저희가 위험성평가를 진행한 지 6년 정도가 됐는데요. 매년 실시하는 조사다 보니 공정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사실상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합원도 매년 똑같은 거 진행하는구나, 큰 변화 없는데 기존의 개선점을 추진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요. 현장의 위험을 발견하고 사고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있을지, 더 해볼 수 있을 만한 것은 없을지 새로운 고민이 듭니다.

 

[9월_특집2]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 무엇이 어려운가요?”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 무엇이 어려운가요?”

 

최진일 회원, 충남노동인권센터 새움터 대표

 

최근 필자가 속한 금속노조 충남지부 노안위원회 자문단은 소속 지회들을 대상으로 노동안전보건활동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장마다 진행되는 노동안전부장 및 담당 임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성토대회라고 할 만큼 노안활동가들의 구구절절한 고충들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의 핵심적인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위험성평가. 특히, 금속노조는 올해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를 핵심과제로 추진하면서 지속적으로 현장별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추진하는 위험성평가의 프로세스를 요약하자면 1) 노동자참여방안을 포함한 위험성평가 실행안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에서 합의하고 2) 현장노동자가 참여하는 실행위원회가 직접 위험성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금속노조가 추구하는 방식의 위험성평가가 진행되는 현장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장의 노안담당간부들은 위험성평가의 어려움을 어떻게 토로하고 있을까?

아직 인터뷰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통계화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대답은 교육의 부족이었다. 교육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각 지회 노안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의 문제다. 노조 차원에서 위험성평가 교육을 심도있게 진행했지만 경험이 전무한 담당자들에게는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부터 막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간부나 담당자들만이 아니라 직접 위험성평가에 참여해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이다. 이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꼽힌 활동시간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다. 조합원 모두에게 위험성평가의 취지와 참여방법을 알리는 교육시간, 주도적으로 위험성평가에 참여해야 하는 실행위원들에게 조사방법과 실행방법을 교육할 시간, 그리고 그들이 활동할 시간을 보장받는 것은 이를 처음 시도하는 현장에서는 높은 벽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실제 변하는 것은 없이 매년 반복되는 평가 때문에 현장의 관심이 낮고 참여가 조직되지 않는다는 고민도 있었고, 몇몇 현장에서는 관리감독자 지위에 있는 조합원들과의 갈등 문제를 토로하기도 했다. 상당수 현장에서 조반장들이 조합원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이 위험성평가에 대해 반대하거나 노동조합에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위험성평가 설계도의 필수요소

이처럼 쉽지 않은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완성된 모델을 제시하는 것 이상의 현실적인 고민들이 필요하다. 수 많은 실천과제들이 있겠지만 위험성평가에서 노동자가 주체가 되기 위한 기반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위험성평가를 설계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나아가 현실적인 대안들은 없는지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교육+α

금속노조 충남지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 충분한 교육을 보장받는 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여기에는 전체 조합원에 대한 교육, 담당 간부들에 대한 교육, 현장실행위원들에 대한 교육 등이 다층적으로 배치되고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교육을 배치하고 현장노동자들의 참여를 조직하는 것부터가 이미 사업의 일부이자 기획의 일부다. 경험이 없는 담당자들로서는 여기서부터 막히기 마련이다. 그들이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의 전체적인 흐름과 핵심적인 차별점들을 체득하기 전까지는 이런 부분을 보완해 줄 장치가 필요하다.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사업의 기획단계에서 상급단체 또는 지역의 노안활동가들의 지원이나 자문을 받을 수도 있고, 지역 내에서 경험이 많은 사업장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거나, 그런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견학과 체험을 통해 제대로 된 실전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활동시간의 확보

교육시간의 확보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시간 이외에 위험성평가를 위한 활동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원이나 노안간부들은 전임자로서 혹은 기타 노사합의를 통해 위험성평가 기간 동안 활동시간을 보장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까지 포함하여 실행위원회을 구성하고 이들의 활동시간을 일정하게 보장하는 사업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위험성평가의 주체가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을 넘어 평가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는 현장의 노동자들이 직접 위험성을 발견하고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현장을 조사할 시간, 동료 노동자들과 토론할 시간, 평가시트를 작성하고 개선안을 고민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산보위를 통해 이러한 시간보장까지 포함하는 위험성평가계획을 합의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관철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취지를 살려 부서별 실행위원을 선임하고 안전교육시간, 노동조합 교육시간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 혹은 대의원 제도가 보장하는 활동시간이 있다면 대의원을 실행위원으로 선임하여 이를 활용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 볼 수 있다.

 

노동자들을 위한 평가도구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공단의 표준을 따르거나 일부 변형하여 4M기법에 기반한 양식을 사용하여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4M기법은 사고원인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재해예방을 위한 위험성평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또한 기법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를 활용한 위험성평가가 지나치게 안전사고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근골격계부담작업, 화학물질, 소음 등의 작업환경에 대해 다루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 개선안을 결정하는데 있어 인적 요인이나 관리적 요인에만 집중하여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 역시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는 4M기법에 기반한 위험성평가도구가 현장의 노동자들이 다루기에는 직관성이 매우 떨어져 노동자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조 등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장에 어울리면서도 현장노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의 평가시트를 개발하고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산업별, 직군별로 효과적이고 접근성 높은 평가도구들이 개발되고 보급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편, 노동자들을 위한 평가도구의 도입은 위험성을 추정하는 단계만이 아니라 위험성을 발견하는 단계에서도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현장의 위험은 현장의 노동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때로는 그 익숙함으로 인해 알고 있는 위험요소라도 누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산재기록, 작업환경측정결과 등을 사전조사함으로서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현장에 맞는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꼼꼼히 현장의 위험요소를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독립성 보장과 개선안에 대한 검토

실태조사에서 언급되었던 관리감독자 조합원과 평조합원의 갈등은 위험성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비단 관리감독자 지위에 있는 조합원들과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장에서 지위, 나이, 성별에 의한 권력은 모든 곳에 존재하며 위험성평가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작업에 있어서는 실행위원들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체 조합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위험성평가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하고 현장에서 평등한 토론을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주어야 한다.

한편, 위험성평가를 둘러싼 현장에서의 갈등은 개선방안의 선정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데, 이는 대부분 근본적인 개선방안에 접근하지 못하고 차선, 차악을 선택함으로서 발생한다. 유해화학물질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대신 폭염속의 노동자들에게 방독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면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며, 유해위험설비를 개선하지 않고 점검항목과 서류작업만 잔뜩 늘어나면 관리감독자는 위험성평가를 저주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안, 공학적인 대안을 우선시하는 위험성평가의 원칙을 충분히 교육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난해한 문제들에 대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필요하다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의 공유가 필요

법이 보장하는 것은 고작 위험성평가에 노동자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의 반영을 넘어 노동자가 주체가 되고 주도하는 위험성평가를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진행되는 위험성평가야말로 현장의 위험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고 재해를 방지하는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주도하는 위험성평가의 모범적인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현장의 수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오히려 위험성평가 자체를 진행하지 않거나 회사의 안전관리자가 전담하는 현장, 혹은 외부 기관에 위탁하여 노동자들이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현장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모범답안을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 현장의 현실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더 많이 시도되어야 하고 그 결과들이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장 안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주도하는 위험성평가를 노동안전부서만의 사업이 아니라 집행부 전체의 과제로 공유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대전제이다.

 

[9월_특집1] 위험성 평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위험성 평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_위험성 평가 실태 조사 및 활성화 방안 연구를 중심으로

 

재현 운영위원,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위험성 평가 제도의 의미와 실태

위험성 평가는 일터에 있는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여 발생 가능성과 중대성을 추정하여 평가하고, 감소 대책을 마련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위험성 평가는 사후적 대책이 아닌 사전예방 조치로써 매년 모든 사업장에서 실시해야 하고 법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위험성 평가를 포괄하는 현대적 의미의 안전보건 관리체계는 로벤스 위원회의 보고서에서 태동한다. 1970년대 초반 영국 정부 의뢰로 안전보건 문제를 조사했던 로벤스 위원회는, 위험은 이를 생산하는 조직이 가장 잘 알기에 스스로 위험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근거해 안전 조직 시스템 개선, 경영진의 주도적 책임성 강화, 노동자 참여 강화를 안전보건 관리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더불어 국가는 기업이 준수해야 할 지침을 만드는 것이 아닌, 기업의 자율 규제를 위한 여건 조성을 맡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로벤스 보고서 이후 국가에 의한 지시적 위험 관리로부터 조직 스스로 위험을 통제하는 자율 규제적 관리로 안전보건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탕에 둔 위험성평가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국가들에서 법으로 제도화 되었다.

반면, 한국은 2013년 로벤스 위원회가 주목했던 위험을 생산하는 기업과 그 일을 하는 노동자의 참여 강화를 통한 안전보건관리 체계 확립이라는 패러다임과 원칙은 배제하고, 국가의 일방적 규제가 아닌 노사 자율 관리차원으로 위험성 평가를 제도화했다. 제도 도입 당시부터 유럽 국가들과 달리 노사 힘 관계가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위험성평가가 취지에 맞게 운영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전문가들,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높았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현장에서는 위험성평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미도 목적도 방향도 잃어가고 있다.

어려운 조건이지만 분명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 금속노조는 위험성 평가의 목적과 취지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전 조직적 차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측 주도로 진행되었던 위험성 평가 내용 검토를 시작으로 노조 차원의 현장 참여 방안을 내고 평가 도구와 기준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산별 교섭과 지침을 통해 현장에 강제하도록 하고 간부 및 조합원 대상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위험성평가 기본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현장 투쟁을 바탕으로 2018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진행되었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과정에서 위험성평가에 노동자 참여를 법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성과를 남겼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2020. 5. 26.] [법률 제17326, 2020. 5. 26., 타법개정]
36(위험성평가의 실시)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ㆍ기구ㆍ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행동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ㆍ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평가 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바에 따라 해당 작업장의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위험성 평가 관련 현장 실태 연구 결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 현장 실태 조사를 하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에는 민주노총 산하 5개의 산별연맹(공공·금속·보건·서비스·화섬)이 참여하였다. 연구는 사업장 대상 설문 조사와 심층 면접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연구 개요
- 참여 대상 : 민주노총 산하 5개 산별연맹(공공·금속·보건·서비스·화섬)
- 참여 사업장 : 공공(24), 금속(67), 보건(27), 서비스(32), 화섬(41)
- 심층 면접 대상
: 금속노조 다스지회, 자동차부품사비정규직지회
: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도조합,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 화학섬유연맹 엘지화학 대산 노동조합
: 보건의료노조 한림대의료원 지부

지금까지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6%만이 매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29.8%한 번도 안 했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48.1%가 위험성 평가 제도를 몰라서라고 응답했고 24.1%가 노사 모두 위험성평가를 꼭 시행해야 하는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노사 모두 위험성평가 필요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위험성평가 사전준비 단계(안전보건 정보수집, 교육, 일정/방법 수립 등 사전준비)부터 사업 결과 공유(조합원 설명회)까지 단계별로 노동조합 참여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적으로 절반 정도가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측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답했다. 가장 높게 현장 조합원과 노동조합 참여로 노사가 공동으로 시행했다고 응답한 단계는 위험성 추정/결정이었다. 반대로 가장 낮은 응답을 보인 영역은 위험성평가 결과 공유였다. 위험성을 추정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형식적으로나마 해당 작업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평가 이후 개선 과정에서는 작업자 의견이 배제되거나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조건으로 확인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2020년부터 노동자 참여가 보장되고 난 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그 결과 대체로 5개 산별연맹에서 2019년 이전보다 높은 참여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자 참여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노조와 합의 후 현장 작업자를 참여시켜 노사 공동으로 개선을 시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보건의료노조를 제외한 4개 산별연맹에서 이전 연도 보다 5%~10% 이상 비율이 높아졌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위험성 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노조 참여 없이 사측 자체적으로 진행했다(26.3%), 사측이 결정한 외부기관에서 전체 진행을 알아서 했다(21.1%)는 답변이 있었다. 전체 비율을 합치면 47%로 노동조합의 참여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된다. 현장 간부와 조합원 대상으로 위험성평가에 교육하고 단위사업장까지 활동 지침을 내리는 금속노조의 경우 노사 자체적으로 진행했다는 비율이 46%로 다른 산별보다 큰 차이를 나타냈는데 노동조합이 긴 시간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대응했을 때 현장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응답이었다.

위험성 평가는 장시간 노동과 교대제, 휴식시간과 휴게시설 등 근로조건, 화학물질, 사고, 근골격계질환, 직장 내 괴롭힘,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성희롱 등 성평등, 모성보호까지 현장의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사고, 근골, 화학물질 중심으로 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의 감정노동, 정신건강 문제 등 사업장 특성에 맞게 평가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후 노동조합 차원의 내용 마련과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위험성 평가 후 마련된 위험 개선 대책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에 가까운 응답이 나타났다. 위험 개선 대책이 적절하게 마련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64%의 응답자는 사측의 의지부족을 꼽았다. 위험성 평가 후 마련된 위험 개선 대책이 잘 이행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절반은 제대로 안 되고 답하고 또 다른 절반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업주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성평가 관련 법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에 90%가 그렇다고 답한 부분은 사업주의 책임성을 명확하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위험성 평가가 재해예방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80%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조합원들이 안전보건활동에 더 많이 참여할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도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작업자 참여가 보장된 위험성평가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할 경우 사전 예방 안전 조치로써 위험성 평가가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답변이었다.

 

위험성 평가 활성화 방안

위험성 평가의 내실화를 위해 현재 유명무실한 의무 조항과 별도로 위험성 평가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도출한 위험 감소대책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사업주 징벌과 같은 법적인 제재 조치를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업주와 노동조합 모두 목적의식적으로 위험성평가를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있다.

위험성평가의 핵심 조항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참여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고 강화해야 한다. 현재 법 조항과 노동부 고시는 사측이 위험성 평가를 진행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으로 참여가 보장되어 있다. 참여 주체, 실제 참여 방식과 권한 등을 구체적으로 강화하고 명시하는 것으로 개선되어야 노동자의 형식적 참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현장에서도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차원으로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방향을 세우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업장에서 진행되었던 위험성 평가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산별연맹 현장에 맞는 평가 내용과 기준을 마련하고 조합원 참여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의 구체적 내용 중 2호 유해·위험요인 확인점검 및 개선절차 마련과 이행상황 점검 관련 부분을 위험성 평가 실시로 갈음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지금의 위험성 평가제도는 노동자 참여가 법제화 되어 있으나 서류상의 형식적 운영이 만연해있어 보완 규정 없어 이 제도로 갈음 할 경우 경영책임자에 대한 면죄부로 전락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위험성 평가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만큼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다.

[매일노동뉴스] 안전한 일터를 위한 체크리스트 만들기

이번주 매일노동뉴스칼럼은 손익찬님이 일터의 위험을 스스로 점검하기 위한 '안전한 일터를 위한 체크리스트 만들기'에 관한 내용을 적어주셨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 노동자고, 또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도 현장 노동자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위험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법률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는 상황인지를 포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502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502

 

www.labortoday.co.kr

 

[2019] 대한이연(주) 위험성평가 사업보고서

2019년 3월에 발간된 보고서인데 공개가 늦었습니다. 

 

*사진은 해당 사업장의 조사 장면은 아닙니다

 


대한이연(주) 위험성평가 
사업 보고서

2019.03

Ⅰ. 사업의 개괄

  1. 사업의 배경  
  2. 사업의 목표  
  3. 사업의 방법  
  4. 사업의 흐름  
  5, 사업주요경과 

Ⅱ. 위험성평가 

  1. 위험성평가의 목적과 흐름 
  2. 위험성평가 시트 
  3. 위험성평가 주요결과 

Ⅲ. 제언 

  1. 주요 개선 과제 

Ⅳ. 위험성평가 시트 
Ⅴ. 부록(조사시트) 

 

 

대한이연_위험성평가_보고서_201903최종.pdf
4.27MB

[언론보도]위험성 평가를 통해 관리되는 영국의 청소년 노동안전보건[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이 필요하다 ④]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관한 외국 사례(20.02.25. 오마이뉴스)

영국의 홈페이지는 건강과 안전의 위험요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위험성에 비례하여 작업장의 안전과 보건을 사업주가 적극적으로 관리할 것을 명시하고 권고하고 있다. 또 사업주, 학교와 직업 경험 알선자, 학생과 부모나 보호자, 각 주체의 의무사항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있다.

사업주는 작업장의 안전보건 책임자로서 위험성 평가를 통하여 작업장의 안전보건 조치를 하고, 직업 경험 알선자는 사업장에서 안전과 보건에 대한 의무사항-특히 안전보건교육 실시 등-을 사업주가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하여야 하며, 청소년은 본인과 동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안전과 보건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제대로 받아야 하며, 보호자는 청소년의 건강문제 중 작업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면 사업주, 학교에 상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은 청소년 노동에 대한 큰 제한이 없다. 오히려 청소년 노동이 청소년에게 직업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의 노동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이 일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서류 작업으로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청소년노동자의 건강권보호를 위하여 위험성 평가에 기반해서 사업장의 위험 관리를 사업주의 의무로 명시하고, 청소년이 해서는 안 되는 위험노동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http://omn.kr/1mnu8

 

위험성 평가를 통해 관리되는 영국의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플랫폼이 필요하다 ④] 청소년 노동안전보건 관한 외국 사례

www.ohmynews.com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전면계정안에 주는 메시지 ⑧ / 2019.06

[국제안전보건기준비교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전면계정안에 주는 메시지 ⑧

-더 넓고 참여적인 위험성 평가가 되어야 

 

 

조승규 / 회원, 반올림 활동가, 노무사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여덟번째 글은 연구팀의 마지막 글로 독일의 위험성평가에 대해 다룬다. 

위험성평가, 한국에도 있지만

독일은 산업재해 사망 십만인율로 볼 때 한국의 6~7분의 1 수준(2015년 기준 한국 10.1 독일 1.5)밖에 되지 않는 나라이다. 이는 산업구조의 차이 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큰 차이다. 어떻게 독일은 훨씬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을 던지면서 지난 8개월 동안 우리 연구팀은 독일과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을 비교해왔다. 독일 산업안전보건법 공부를 마치는 시점에서 보니, 독일과 한국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로는 독일에는 한국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제도들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노동자 참여권을 강력하게 부여한 사업조직법이라든가, 사업장 산업안전보건 인력의 독립성을 규정해놓은 산업보건의 및 산업안전전문인력에 관한 법률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로는 한국에도 있는 제도지만 독일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기사로 다룬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범위와 사업주의 의무나, 이번에 다루는 위험성평가가 이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다양한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구체적으로 보면 독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위험성평가가 진행되는 것일까? 먼저 독일의 위험성평가는 한국보다 더 다양한 위험성들을 고려한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성평가를 사업장의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행동,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을 평가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 문구만 보자면, 그 밖의 유해 위험요인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모든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앞에 나열되어있는 건설물에서부터 작업행동까지의 요소만을 평가할 뿐그 이상을 다루지 못한다.

그에 비해 독일의 위험성평가 사례를 보면 훨씬 더 넓은 위험성을 고려한다. 아래 사례를 보면 평가항목 중 시간적 압박이 있는지, 일을 통한 성장가능성이 있는지, 자유롭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위험성은 한국에서는 아직 위험요소로 대두되지 않았기에 매우 생소한 것들이다. 이렇게 더 다양한 위험요소까지 살펴볼 수 있을 때, 한국의 위험성평가도 사업장의 전반적인 위험을 총괄하는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위험성평가 예시표

현장 노동자가 평가할 수 있어야

다음으로 독일의 위험성평가는 노동자가 평가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위험성평가 제도는 작업을 하는 현장 노동자가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러므로 한국의 위험성평가 제도에도 노동자 참여가 들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을 보면, 해당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참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여하게 할 것'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참여를 배제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또 한 해당 규정은 노동자의 참여를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거나 감소대책을 수립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서 위험성평가의 핵심인 위험성을 계산하고 그것이 현재 조치가 필요한 위험인지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배제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에서 노동자의 참여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것은 이 지침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해당 지침은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은 이 연구팀의 세 번째 기사(http://omn.kr/1gr8f)에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자평의회를 기반으로 산업안전보건에 있어서 노동자의 참여권이 잘 보장되어 있다. 독일의 위험성평가 제도에는 별도의 노동자 참여 규정이 없으나, 실제 사례를 보면 '현장 작업자에 의한 평가'라는 위험성평가의 취지가 잘 구현되는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위의 독일 위험성평가 사례를 보면, 현장 노동자는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제안한 대안이 타당하면 구체적인 이행대책까지 세우도록 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도록 위험성평가 제도와 평가방식을 고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이 더 나아가려면

독일의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서 우리는 위험성평가 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전체에서 기본정신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도도 쉽게 바뀌지않는데, 그 안에 있는 원리는 도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유럽에서 위험성평가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제도로는 더 이상 작업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현행 제도로는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데 분명한 한계지점이 있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연구리포트] 금속노조 A지회 2018년 위험성평가 / 2019.04

[연구리포트] 

 

 

 

 

금속노조 A지회 2018년 위험성평가

 

 

 

 

푸우씨 / 상임활동가 

 

 

 

 

금속노조 A지회는 2017년에 이어, 2018년 노사 공동으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위험성평가 자문기관으로서 노사의 실행위원 역량강화 교육, 안전보건교육 시간을 활용한 전 조합원 교육 설명회 및 결과보고회, 현장조사 지원 및 개선방향 수립 토론등에 함께 하였다. 이번 연구리포트에서는 2018년 진행된 A지회의 위험성평가 결과를 담았다2018A지회의 위험성평가 실시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노사공동으로 실시하는 위험성평가에서, 어떻게 실무역량을 기를 것이며 어떤 관점을 가질 것인가

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있는 그대로 찾아, 개선할 내용과 방안 만들기

지난 위험성평가 이후 개선이 미비했던 점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방안 만들기

일하는 이들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일터 조성에 기여

A지회의 안전보건 당사자인 일하는 이들의 관심과 참여 재고

회사의 환경안전보건 방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하는데 일조

 

 

위험성평가 주요결과

위험성평가에 있어 공장 내 모든 작업공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자 하였으며, 일부 중복공정 등을 제외한 74개 공정을 조사하여 시트에 담았다. 조사내용을 회사 안전보건담당자와 작업자들에게 제공하여 의견을 취합하였다. 이런 과정은 조사내용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개선에 대한 노사의 대책 논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조사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근무형태 변경이다. 지난 위험성평가 당시 A 지회 대부분의 작업자가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고 이에 대해 주간연속2교대라는 근무형태 변경을 통해 장시간, 야간노동에 따른 위험성을 낮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서 일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공정을 중심으로 우선 공급된 의자 비치 현황, 조도개선 위해 진행된 조명설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근골격계 질환부담요인 완화, MSDS의 게시 및 관리시스템 구축, 취급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저감방안, 소음 저감을 위한 노력, 재래형 사고 위험 낮추기 등에 있어서는 별다른 개선이 진행되지 않은 현황이 확인됐다.

 

 

현장개선 방향과 제언

 

1. 회사의 안전보건경영 선언을 실현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A 회사는 지난 위험성평가 이후 안전보건경영방침을 마련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유해·위험 사전 예방활동 관련 법규의 준수와 지속적 재해예방 개선활동 환경과 인간을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경영활동 능동적인 교육참여와 적극적인 책임 역할 완수를 핵심가치로 담았다. 이러한 안전보건경영 선언의 의미를 살리고 현실화하는 것은, 위험성평가에서 도출된 개선과제에 대한 이행계획을 착실히 수립하는 것이 다. 위험성평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개선과제를 확인하고 이를 단기적, 중장기적 과제로 분류하여 그에 맞는 이행의 계획을 산보위 등을 통해 실물화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부담이 덜한 즉시 개선과제를 우선 과제로 삼아 선별하고, 이행해 나가는 방식 등을 취할 수 있다. 개선에 있어서 무엇보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노사가 작업자의 필요와 요구를 확인하여 내실 있는 개선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2. 주간연속2교대 실시 후 제기되는 노동강도의 문제

A 회사는 지난 위험성평가에서 가장 큰 유해 위험요인으로 꼽은 장시간 노동, 심야노동의 문제를 주간연속2교대-근무형태 변경을 통해 근본적으로 개선하였다. 그렇지만 작업자들은 이번 위험성평가 과정에서 여전히 노동강도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근무형태 변경으로 절대적인 노동시간이 단축되었고, 그에 따른 유해 위험 노출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소된 시간만큼 물량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형태 변경이 동반한 휴식시간, 점심시간 등의 축소로 인해 작업부하와 부담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도한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한 적절한 휴식시간과 휴게공간의 제공 등 향후 노동강도와 부하에 대한 개선 계획을 수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3. 근골격계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

근무형태 변경 이외에 기존의 낙후된 노후설비, 작업방식과 작업방법의 변화는 동반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부담은 여전히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상존하고 있다.

당장 인간공학적 설비개선을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기 때문에 우선 서서 일

하는 작업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작업자들의 필요와 작업방식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입좌식 의자의 배치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작업대 높이 개선 등 인간공학적 설비개선을 만들기 위한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4. MSDS 관리 및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 구축

지난 위험성평가 이후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각 공

정에 비치, 게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료의 업데이트 등 최신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또한 작업자들의 눈에 띄는 곳에 부착하고, 관리하는 등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작업자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비치, 게시 의무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공정마다 취급하는 유해 위험물질의 현황을 작업자가 인지하도록 하여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가장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별안전보건교육을 받아야 하는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작업자들과 노출정도가 심할 수 있는 주변 작업자들에 대해서는 특별안전보건교육 혹은 그에 준하는 교육을 통해 유해성을 주지하고 대처방안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보다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성분표시가 안 되어 있는 상태로 덜어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취급 방법 및 옥내보관 등에 대한 개선과 더불어 방청유, 가공유 등을 제거한 걸레가 덮개가 없는 폐기통에 방치되어 있는 현실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5. 국소배기장치 점검 및 내실화

국소배기장치는 유해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설비로, 이를 제대로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위험성평가 개선안으로 국소배기 장치에 대한 성능검사 및 확인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으나, 개선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조치를 위해서라도, 상하반기 작업환경측정 시 국소배기장치성능검사 및 확인을 계획하는 등 적극적으로 현황파악부터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6. 방청유, 금강사 및 랩제 보관 방법 개선

지난 위험성평가에서 발암물질 및 화학물질 보관 방법의 개선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였으나,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현황을 다시 확인하였다. 부적절한 유해 위험 물질 보관은, 이를 직접 다루고 취급하는 노동자뿐 아니라 해당 공정 주변 작업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적극적인 밀폐, 환기, 격리 등의 조치를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7. 소음 저감 조치 및 관리를 위한 체계 구축

소음 저감 조치는 비용과 기간 등의 측면을 고려하여 장기적 기획이 필요하다. 이전 위험성평가에서 공장동별 소음지도 작성과 소음관리를 위한 기관 선정과 대책수립의 필요성을 개선과제로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놓치지 않고 수립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단기적으로 소음 차단, 소음원 저감, 흡음 및 차음재의 부착 등의 노력과 함께 작업자들이 귀마개 등 보호구 착용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유해 위험성에 대한 주지와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귀마개 등 보호구의 적극적인 사용으로 인하여 사고 발생 위험 등, 긴급상황에서의 경보나 알림 등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위험을 시각화하는 방식에 대한 고려또한 동반되어야 한다.

 

8. 냉온풍기의 도입

고온과 한파에 노출되는 공정을 대상으로 냉온풍기의 도입이 일부 진행되었다. 작업자들의 필요를 반영하여 미비한 곳에 냉온풍기를 보강하여 비치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이때 제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위생상태 점검 및 성능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9. 작업자의 필요와 요구에 기반한 조도 개선

A 회사의 작업현장은 낮은 조도의 문제가 심각하였다.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작업을 하면서 노동과정에서의 피로감뿐 아니라 유해 위험요인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는 문제도 동반된다. 지난 위험성평가의 반영으로 일부 공정에서 조도개선 작업이 진행되었으나, 작업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선작업으로 인한 공들임에 비하여 작업자들의 조도 개선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작업방식 등에 대한 작업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조도 개선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설치된 조명을 비용절감 등의 사유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또한 개선해 나가야 한다.

 

10. 일상적인 재래형 사고예방 및 일상적 점검 시스템 구축

A회사는 오래된 기계기구, 설비로 인한 안전사고의 문제뿐 아니라 지면 평탄화 작업 미비, 청소와 정리 정돈 문제 등으로 인한 넘어짐 등 각종 재래형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일상적 사고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일상적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령, 사람의 키 높이 이상으로 쌓고 있는 적재 방식의 개선, 작업자 이동통로에 대차가 방치되어있는 문제 등이 일상적으로 점검되어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생산에 필요한 각 공정의 유해 위험성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사업장 전체 시설에 대한 정기적 순회점검이 노사 공동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11. 안전교육의 내실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의 구현은 노사의 협력뿐 아니라 작업자들이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작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노동안전보건의 감수성과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한 내실 있는 안전보건 교육 계획 수립에 노사가 지혜를 모아나갈 필요가 있다.

[안내]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 및 토론회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 및 토론회

 

[현장증언] 1. 학교 현장 노동안전보건 실태와 산안법 일부 적용제외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유정

 

2. 건설현장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 현실과 참여확대 필요성

: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함경식

 

3. 위험성 평가, 노동자 참여가 중요한 이유

: 금속노조 다스아산지회 이준우

 

4. 현장 안전보건 활동의 걸림돌,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

: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한창운

 

5. 소수노조, 복수노조의 노동안전보건 참여 문제

: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오동영

 

[발제] 노동자 참여 확대, 왜 필요하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최명선

 

일시: 2019년 4월 19일 (금) 오전10시

장소: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주최: 민주노총, 국회의원실 송옥주, 신창현, 이정미 

[국제안전보건기준에 관한 비교연구 검토]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③ -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 보장 / 2019.01

독일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한국 산안법 전면개정안에 주는 메시지 ③

-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 보장

권종호 (선전위원) 


<머리말>

산업안전보건 국제기준 비교 연구팀에서는 2018년 9월부터 독일 산업안전보건법과 체계를 공부하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글로 산업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를 다룬다.


캐나다 드라마 <바이킹>을 보면 파리를 침략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바이킹이 적군의 병력에 막혀 난관을 겪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전설적인 바이킹 왕 라그나는 배를 이용해 갈 수 있는 길이 막히자 배를 산으로 끌어올려 예상치 못한 경로를 찾아가는 기지를 발휘한다.

이렇게 배를 들고 산에 오르는 전술은 적군을 당황하게 만들고 결국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도 한다. 1453년에도 오스만제국군이 동로마제국의 지원군과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배를 끌고 언덕을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동로마제국군은 언덕을 넘는 군함을 보고 크게 사기가 꺾였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배를 산으로 올리는 것조차 매우 효과적이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문제에서 노동자 참여도 이와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18년 10월 완공된 충남 서산의 엘지(LG)화학 탱크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로부터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제보 받아 회사 쪽과 함께 현장을 돌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안전관리를 실시했다.

시공사 건설사업부 책임은 "옛날 사고를 가진 사람은 회사가 노동조합에 끌려 다닌다고 오해하겠지만, 직접 일을 하는 사람은 회사가 못 보는 위험을 본다"며 "작업자들의 요청으로 전에는 비용 등 문제로 꺼렸던 낙하 방지망을 이중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플랜트건설노조의 노동안전국장은 "회사 안전관리자는 현장을 구석구석 알기 어렵고 인력도 부족하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구역별로 나눠 살피기 시작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를 금방 잡아 낸다"고 했다. 이렇게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권한을 나눠준 결과 실제 지난 여름 폭염으로 작업 속도가 늦어져 납기를 놓칠 수도 있었지만, 중대 재해가 한 건도 없어 품질·공사비·기한을 모두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노동 현장의 현실은 전혀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 심지어 눈 앞의 사망 재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 작년 말 김용균 군의 사망 재해가 발생했던 서부발전은 김용균 군 사고 이전인 2017년 11월 사망사고 직후에도 ▲공정별 협력기업의 안전컨설팅팀 운영 ▲현장위험성 발굴을 위한 안전패트롤 활동 강화 ▲발주처, 협력기업간 위험성 공유를 위한 안전회의 강화 ▲협력기업 안전담당자 실무 워크숍 시행 ▲일용직 종합관리대책 강화 및 현장 안전교육 확대 등 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김용균 군이 사망할 때까지 어느 것 하나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정작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했던 '점검 작업시 2인1조 운영'이 시행되었다면 함께 점검하던 동료가 컨베이어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

독일과 한국의 노동자 참여, 어떻게 다른가

먼저 독일은 '사업조직법'에 노동자 대표를 민주적으로 선출할 근거를 마련해두었다. 상시 노동자 5인 이상의 사업장은 전체 노동자의 투표를 통해 6개월 이상 근무한 피선거권 노동자 중 한 명 이상을 노동자 평의회(노동자대표위원회, Betriebsrat) 대표 위원으로 선출할 수 있다.

사업장 노동자 수에 따라 상시 노동자 9000명까지는 사업장에 35명의 대표 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그 이상은 매 3000명당 2명씩 증가하는 규모로 노동자 평의회가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노동자 평의회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한 감독권/ 감독을 위한 정보(사업장 설계, 기계 설비, 작업 공정, 전문가 의견 등) 요청권/ 모든 점검 및 사고조사 입회권/ 위험성 평가, 위험방지 대책 및 그 효과점검, 노동자 요구에 대한 인간공학적 처방, 안전보건 관련 전문가 선임 등에 있어 공동 결정권을 가진다.

실제 노동자 평의회의 권한은 더 방대한데, 기업의 전반적인 운영 현황이나 예산운용 등에 대한 정보 공유부터 노동시간, 휴가, 급여 정산 방식, 인사이동, 채용, 승진, 전출 등과 관련한 공동결정권까지 막대한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그리고 그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와 9명 이내의 당해 사업장 노동자가 독일의 노동자 평의회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100인 이하 사업장은 설치할 의무조차 없으며, 노동자 평의회가 가진 중요 권한들(감독권, 모든 정보 요청권, 전문가 선임 등에서 공동 결정권)은 법령에 언급조차 없다.

또한 노동자 대표나 9명 이내의 위원회 참여 노동자 선출 방식도 불분명해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사측에 우호적인 노동자가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3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가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의를 담당하는데,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 대표의 선출 방식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만 가능하고 '의결'권조차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도 간다. 배를 들고 산을 넘어야 한다면 사공이 많을수록 좋다. 독일의 노동자 참여는 산재 사망률을 한국의 1/10 수준으로 유지하게 해주고 산재보험료율도 20% 이상 낮게 유지해 주었다(한국의 산재 은폐, 누락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장의 위험을 직접 확인하는 노동자이기에, 그 현장에 가장 많이 다녀 본, 가장 많이 투입된 전문가이기에 산업안전보건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용균 군 사망 이전의 그 어떤 대책도, 위험성 평가도 서부화력 노동자의 요구 사항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개정된 산안법은 '김용균법'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보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건강한 노동을 할 때 진정한 '김용균법'이 완성될 것이다.

[언론보도] [연내 처리 불투명 ‘김용균법’, 언제까지 참담한 죽음 계속돼야 하나]"안전, 경제적 계산 앞서 인권문제" (내일신문)

[연내 처리 불투명 ‘김용균법’, 언제까지 참담한 죽음 계속돼야 하나]"안전, 경제적 계산 앞서 인권문제"

영국, 하청노동자 사망에 37억원 벌금 물려
안전의무 안지킨 법인, 과실치사죄로 처벌해

2018-12-27 00:00:01 게재

영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아이슬란드 푸드'는 2017년 9월 법원으로부터 250만파운드(한화 약 37억5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최 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에 따르면 2013년 이 업체와 에어컨 및 공기정화시설 관리 하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던 58세 노동자가 천장 에어컨 필터교체 작업 도중 3미터 높이 작업대에서 추락 사망했다. 법원은 노동자가 천장에서 작업할 때 추락방지 난간이나 안전대가 없었고,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지 않아 영국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법은 기업이 안전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경우 연간 매출액의 2.5~10% 범위에서 산업재해 벌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심각하게 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상한선 없는 징벌적 벌금 부과도 가능하다. '아이슬란드 푸드'도 이 법에 의한 처벌을 받은 것이다.



[카드뉴스] 산업안전보건법 A~Z 모음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제대로 알기!

<산업안전보건법 A~Z> 카드뉴스 목록 


1. 산업안전보건법의 역사와 현황

http://omn.kr/rp3k


2. 산업안전보건법 개요 및 권리 주체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

http://omn.kr/rqfy


3.[알권리] 법령요지 게시, 안전보건표지, 노동안전보건교육

http://omn.kr/rs0g


4. [알권리] 작업환경측정과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http://omn.kr/rvt6


5. [알권리] 건강검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452805&PAGE_CD=&CMPT_CD=


6. [거부할 권리] 작업중지

http://omn.kr/rzre


7. [참여할 권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http://omn.kr/s2eu


8. [참여할 권리]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http://omn.kr/s4fr


9. [참여할 권리] 위험성평가

http://omn.kr/s6kd


10. 산업안전보건법 패러다임의 전환

http://omn.kr/s8sr

특집2. 노동안전보건 운동, 직업병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2018.06

노동안전보건 운동, 직업병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아이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예방에 앞서 드러나지 않은 직업병을 찾아야 

일하다 노동자들이 다치고 병들며 죽는 현실은 노동존중의 실상을 보여준다. 인권 유린 생명경시 그 자체다. 노동자의 몸, 마음, 삶보다는 이윤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들 특히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는 책임을 다하지 않아 왔다. 자본은 법 뒤에 숨거나 법 자체를 우롱해왔다. 법에 걸리더라도 돈으로 때우면 된다는 식이었다.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금속 및 중금속 중독, 유기화합물 중독, 기타 화학물질 중독으로 인한 사망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  2017년 산업재해 통계 중 질병사망자 현황 (안전보건공단 2017년 산업재해 통계 자료중 인용)


 2017년 정부 통계상 사고 사망자 수는 964명이고, 질병 사망자 수는 993명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사고사망자 수를 질병사망자 수의 14%로 추정한다. 대략 5890명이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여전히 재래형 사고로 인한 재해가 만연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부실한 업무상 재해 즉 직업병에 대한 인식과 대응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직업성 암을 비롯한 희귀질환과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직업성 사망 재해가 심각하게 은폐되고 있는 현실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직업성 질환 재해 역시 마찬가지다.

 

직업병 예방을 위한 과제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인식, 제도, 체계, 행동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노동자들이 병들고 다치고 죽는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의 삶까지 망가졌다. 참혹한 인권유린과 생명경시의 현실이 지속되어 온 이유는 명백하다. 제대로 바꾸지 않고 생색내기식의 대응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는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도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서 경제력 강화에 장애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는 헛소리가 여전하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고, 재해율과 사고율을 낮추겠노라는 말뿐이다.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다치고 병들고 죽는데 말이다.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안전제일이라는 구호는 거짓이다. 경제와 산업의 필요에 종속된 접근으로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막거나 줄일 수 없다. 소수의 전문가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 각자에게도 스스로의 몸과 삶을 보다 건강하고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턱없이 부족한 보호 예방을 위한 예산과 인력의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직업병을 일으키는 유해위험요인을 실질적으로 없애고 개선할 힘을 갖출 수 있다.

 정부의 책임을 노사자율에 떠넘기는 짓은 당장 멈추고 재해 발생 후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이 아니라 보호와 예방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의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 기획재정부와 같은 위상의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실효성조차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안전보건 관련 사적 시스템을 공적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산업재해와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 첫걸음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만들고 지키는 것을 통해 직업병은 물론이고 산업재해에 대한 보호 예방의 의무를 정부와 사업주들이 다하는 것이다. 특히 유해위험요인이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떠넘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도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및 보건을 유지하고 증진해야 할 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이를 위해 필요한 쾌적한 작업환경에 대한 요구를 분명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일상적이고 지속해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평가하여 관리·개선하는 권리 주체로 경험과 행동을 쌓아나가는 것에 애써야 한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관행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검진, 측정, 점검, 근골조사, 위험성평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일상적인 안전보건 관련 활동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해당 사업장에 납품하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처한 유해위험요인을 들여다보고 개선할 힘을 보태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다. 단위 사업장의 벽을 넘어 지역과 업종차원의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해보면 좋겠다. 산업재해와 직업병으로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몸과 삶을 최우선시하고 제대로 지킬 경험과 힘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우선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읽어보고, 자신과 현장의 노동을 제대로 보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노동안전보건 운동의 과제는 인식, 제도, 체계, 실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싶다. 그 과정에서 대행적인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깨 걸고 또 다른 한 걸음을 내딛을 주체들을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실천하며 힘을 키우는 것. 노동자들과 노동안전보건 활동 관련 주체들이 그 중심에 있다. 현실로 만들기 위한 꿈을 꾼다.

 

2015년의 경우, 암으로 사망한 76855명중 5% 내외가 직업성 암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반영하면 직업성 암 환자의 예상 수는 3500명에 이르지만,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35명뿐이었다. 

뇌심질환으로 인한 사망역시 업무관련성 여부를 제대로 따지기 보다는 개인질환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현실 역시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