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새내기' 노안활동가의 좌충우돌기 / 2019.07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새내기' 노안활동가의 좌충우돌기

 

 

 

박기형 / 상임활동가 

 

 

누군가 돈보다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우리 사업장을 안전하게 만들어보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노동안전보건활동의 벽은 높아 보인다.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위험성 평가, 작업환경측정 등 이름도 생소한 조사 사업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같은 여러 회의, 용어부터 어려운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재보상보험법 등등. 이 모두를 알아야만 노안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막막할 따름이다. 다치고 아픈 사람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 제대로 해보고 싶어도, 주변에서 지지를 받기는커녕 너도 모르는 걸 어떻게 하냐고 구박받기도 한다. 남을 설득하기 위해선 뭐라도 설명해야 하는데 나조차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골머리를 싸매다 몇 번이나 좌절하고 나면, 이젠 공상처리나 잘 해주자고, 조사는 외부 전문 업체에 맡겨서 구색만 맞추면 되지 않냐고 나를 다독이게 된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도 솔직히 노안활동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시작했어요. 노조를 만들면서 간부를 뽑는데, 얼떨결에 직책을 맡게 되었죠. 노안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들었는데, 막상 업무를 해보니 할 일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몇 번 포기할까 고민 많이 했어요(웃음).”

현대위아안산지회는 2017년 11월 18일 설립된 신생 노조다. 조광옥 노안부장도 지난 1년 8개월여의 기간 동안 노안을 담당한 새내기(?) 노안활동가다. 참 시작하기 어려운 노안활동. 높아보이기만 하는 벽을 그는 어떻게 뛰어넘어보려 했을까? 지난 6월 21일 안산에서 그를 만났다.

 

현대위아아산지회 조광욱 노안부장

 

노안활동가 양성학교, 빡센(?) 교육의 힘

“노안활동이 할 일이 많긴 하죠. 그렇지만 어렵고 힘들다고 느끼는 건,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활동 내용 전반과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그걸 구하기가 어려운 거죠. 무슨 자료를 참고해야 할지, 인터넷에서 어떻게 찾아봐야할지 모르는 거죠. 정보만 구할 수 있어도 머리 싸매고 공부해서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대개 노안활동을 시작하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어디서 정보를 찾아야 할지 알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신생 노조라면, 조합 내에서 도움을 얻을 사람도 거의 없다. 조광옥 노안부장 또한 조합에서 본인이 노안부장을 처음 역임한 만큼, 막
막함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금속노조 노안활동가 양성학교에서 많이 달라졌죠. 머리털 나고 그런 교육은 처음 받아봤어요. 노안활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거기 가서 빡세게(?) 배웠죠. 매월 1박 2일 일정으로 6회 차 교육을 받았어요. 단체협약 체결부터 각종 조사방법들, 사고 시 대응체계까지 노안활동 전반에 대해 다뤘죠. 물론 다 소화할 순 없었죠. 자료집도 받아왔지만, 활동하면서 다시 들춰보지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활동하면서 교육 내용이 반복 학습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산보위를 열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배운 대로 노안 사업에 대해 요구하고 회사에 반박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었죠.”

2007년 금속노조가 처음으로 실시한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에서 당시 조합원들은 비정규 영세지회들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선 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었다. 이에 금속노조는 2008년 산별교섭을 통해 100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에게 월 16시간의 활동시간을 보장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각 사업장에서 노안 활동을 시작하거나 더 잘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조광옥 노안부장의 경험은 체계적인 교육, 조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자동차 모듈을 생산하는 현대위아 안산공장의 노동자들은 생산라인에서 장시간 서서 일한다. 이 때문에 근골격계질환이 흔히 발생한다.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추고자, 조광옥 노안부장은 생산라인 변경, 휴식시간 보장 등의 조치를 검토하다, 우선 의자 놓기 사업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노안사업이 잘 이뤄지는 기존 사업장들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욕심이 막 나니 조급했죠.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격이었어요. 하지만 차츰 깨달았죠. 거창한 일부터 하기보다는 우리 조합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차근히 해가야 한다는 것을요. 조합원들에게 가장 급한 것부터 또는 조합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보기로 했어요. 2018년 초에 산보위를 설치 및 운영해야 한다고 회사에 요청했어요. 

그런데 회사는 계속 조합의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그러다 안전교육 미실시로 회사를 고발했고, 그걸 계기로 회사에서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해 6월쯤에 처음 산보위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때부터 의자 비치 사업을 제안했어요. 하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회사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장 기초질서를 운운하거나 앉았다섰다를 반복하면 허리에 더 부담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의자를 비치하지 않았어요. 결국 지회에서 사서 놓기로 했어요. 이전에는 바닥에 박스를 깔고 쉬었거든요. 그때와 비교하면,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조합원들이 만족하고 있어요. 점차 의자 비치 늘리고 휴게실도 제대로 확보해야죠.”

 

2018년 파업 당시 집회 모습. 조합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실천은 곧 끊임없는 연습이다


이 외에도 조광옥 노안부장은 교육을 통해서 알게 된 것, 다른 노안활동가가 알려준 것을 하나씩 실천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노안 활동에 대해 알게 되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했다가, 노동청에 욕도 먹고 사측과 다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 점차 활동도 익숙해지고 자신만의 노하우도 쌓아갈 수 있었다.


“작업중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눈이 번쩍 뜨이는 거에요. 위험을 우리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음을 깨달은 거죠. 그런데 문제는 말만 하면, 다 작업중지가 되는 줄 알았던 거예요(웃음). 노조 설립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지게차 밧데리가 노후되어 황산 냄새가 퍼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사장한테 가서 지게차 작업을 중지하겠다고 말했죠. 그걸로 사측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러저러해서 다행히 지게차 밧데리 교체를 하게 되었죠.


작업중지뿐만 아니라 1588-3088 위험상황 신고 전화도 해봤죠. 그때 전화로 별 얘기 다 들었어요. 진짜 신고 전화 받는 곳 맞나 싶었다니까요. 어느 날 야간작업하는데,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거예요. 기계설비 문제 때문이었죠. 작업자들 여럿에게 구토 증상이 나타났어요.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배운 대로 1588-3088에 전화했죠. 그런데 도로 이런  갖고 전화했냐고 퉁명스럽게 얘기하더라고요.

기분도 상하고 제대로 신고받지 않는 것 같아 항의 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러다 잠깐 후에 지청의 과장한테 전화가 왔어요. 지금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다음날 나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에 2~3명 근로감독관이 나왔어요. 사측과 협의해서 기계설비 점검해서 기름이 누출되었을 때 조치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설비에 MSDS를 게시하기로 했죠.”


공장의 담을 넘은 노안활동가 네트워크


조광옥 노안부장은 한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며 배우고, 좌충우돌하며 배운 것을 써먹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사업장에서 노안활동가들이 고군분투하다 보니 여러모로 힘이 들 때도 많았다. 이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이 다른 노안 활동가들의 조언과 도움이었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신청을 하려고 할 때, 다른 지회의 노안활동가들이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자기 힘만으론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공장의 담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회 노안활동가나 안산노동안전센터의 도움이 컸죠. 최근에 근골격계질환으로 조합원들이 병원에 진단받으러 갈 때, 업무관련성을 제대로 입증받기 위해서 간호사이기도 한 조합의 노안차장과 동행하도록 했어요. 진단에서부터 산재신청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노안활동가에게 배웠거든요. 노안담당자의 동행 조치도 다른 지회를 참고한 것이에요. 앞으로 건강검진기관과 보건관리자도 조합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경하고자 산보위에서 논의 중입니다. 어느 기관이 좋은지 다른 노안활동가에게 조언받아보려 해요.”


이렇게 노안활동의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이 중요하다. 누군가 벽에 부딪혔을 때, 함께 벽을 무너뜨리거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조광옥 노안 부장은 금속노조 노안활동가 양성학교에서 배운 지식만큼 값진 것은 바로 노안활동가 간의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노안활동가들끼리 모인 SNS 소통창구에서 여러 사업장의 노안활동 소식 및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성 평가를 예로 들면, 각 사업장의 결과보고서나 조사 준비 과정에 대해 공유함으로써, 신생 사업장에서도 위험성 평가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안활동, 어렵지 않아요~~


“사업장의 담을 넘어서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울 수 있다면, 노안활동의 벽이 많이 낮아질 것 같아요. 건강과 생명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나중에는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저의 경험을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보도] 위험상황신고전화 제대로 작동하도록 손봐야 (매일노동뉴스)

위험상황신고전화 제대로 작동하도록 손봐야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손진우
  • 승인 2018.08.30 08:00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던 당신. 매캐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곧바로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나선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화재를 발견하고 숨 돌림 틈도 없이 119에 화재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한다. 그런데 화재신고를 접수하는 소방공무원이 당신에게 황당한 말을 건넨다. “빨리 불을 끄든지, 주민들 대피시키고 전화하세요.”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