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리포트]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 2017.9

울산지역 노동자들은 왜 7차 산재은폐 적발투쟁을

진행하게 되었나?

-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사업 과정과 결과 소개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산재 은폐 사업주 형사 처벌 조항 신설을 적극 환영한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6차례에 걸쳐 280여 건의 현대중공업의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여 고용노동부에 집단 진정을 하였고 산재 은폐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투쟁을 쉼 없이 계속해 왔다.

그런 활동이 반영되어 산업안전보건법 제10(산업재해 발생 기록 및 보고 등)에 사업주의 산재 은폐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신설되었고, 68(벌칙) 조항에 101항을 위반하여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하는 자 또는 그 발생 사실을 은폐하도록 교사하거나 공모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어 20171019일부터 시행된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산재 은폐 근절과 산재 은폐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해 온 노동자들의 투쟁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산재 은폐 형사처벌 조항이 신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 은폐가 계속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산업재해 발생보고 기준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산업재해 발생 보고)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발생한 경우에는 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해당 산업재해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별지 제1호서식의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하여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장 또는 지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2014년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재해 발생보고기준을 요양 4일에서 휴업 3일로 변경한 후 노동자가 다치더라도 출근도장만 찍으면 사업주는 산재 발생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노동자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기준 변경 투쟁결의

실제로 휴업3일 보고기준을 악용하여 깁스를 한 노동자를 출근시키는 사업장이 있다는 얘기들이 계속 공유되면서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2017년 핵심사업으로 산재 발생보고 기준 변경 투쟁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휴업3일 악용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부에서 사례를 동영상 등을 촬영해 취합하고 여전히 산재 은폐가 심각한 하청업체 산재 은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현대중공업 인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울산지역건강권대책위 소속단위 중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건설기계 울산지부, 학교비정규직 울산지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교육공무직 울산지부 등 비정규직 단위는 따로 기획 회의를 갖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산재 발생 현황과 심각성을 공유하였고 산재 은폐 사례를 취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도 소속 지회의 1년간 산재 현황과 공상 현황을 수집하여 산재 은폐 수준을 확인하고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 사업에 함께 하기로 하였다.

현대중공업 원, 하청업체 산재 은폐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 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간 현대중공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업3일 악용사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10건의 동영상과 1건의 사진을 확보하였다.

영상에는 노동자들이 발목, 어깨, 손가락, 손목 등에 기브스를 하고 출근하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며, 해당 영상에 찍힌 노동자들은 사실상 출근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일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한 눈에 확인 할 수 있었다. 일하다 다친 것도 억울한데 휴업3일을 피하기 위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출근을 하고 있었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들이 산재 은폐 현실을 확인하고자 산재 노동자 면담과 병원 실태조사를 통해 본인과 직접 통화 7, 통화 녹취 36, 영상 5, 면담 및 병원 조사 적발 11, 기타 1건 등 60건의 산재 은폐 사례를 적발하였다.

이들 노동자는 대부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로 넘어짐, 협착, 추락, 찍힘, 충돌, 화상, 감전, 사내 교통사고, 도장작업 중 질식 등으로 손가락 골절, 안면부 봉합, 늑골 골절, 머리 찢어짐, 화상 등 사고를 당했지만, 여전히 공상과 본인 부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사고 피해자 60명 중 공상처리를 한 노동자는 53명이었으며 본인부담 치료 4, 치료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3명이었다.

특히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그동안 6차례 산재 은폐 적발 투쟁 후 집단 진정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업체가 폐업되었거나 노동자 소속업체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노동자 진료기록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 사업주가 1개월 후에 산재 발생 신고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처분을 내린 것 등을 감안하여 재해노동자와 직접 면담, 통화, 녹취, 영상자료 등 구체적인 자료들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조사과정에서 사업주들은 여전히 다친 노동자들에게 사복으로 갈아입힌 뒤 병원으로 후송하거나 대학병원에 가지 마라’ ‘지정 병원 가면 산재 은폐 조사하니 지정병원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 등 산재 은폐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고 대응방식도 이전보다 더 교묘해지고 있었다.

지역 조사과정에서 비정규직 단위 기획사업은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동안 꾸준히 산재 은폐 근절 투쟁을 해 온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외에는 실제로 산재 은폐 사례들이 수집되지 못하였고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경우 1년간 관련 자료를 제출한 곳이 소수 지회로 머물면서 산재 은폐 전반적 실태분석까지 나가지 못하였다.

7차 산재 은폐 실태조사 결과발표 후 대응 투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7117차 산재 은폐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꾸준히 울산지역 산재 은폐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지역 언론들은 적극적으로 취재와 보도를 해주어 지역사회에 우리의 문제의식을 잘 전달해 주었다.

기자회견 후 산재 은폐 적발 건에 대해 고용노동부울산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제5(사업주의 의무), 10(산업재해발생기록 및 보고 등), 23(안전조치), 29(도급사업에 있어서 안전보건조치) 위반 등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안전보건총괄책임자,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소속 53개 하청업체 대표를 고발하여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913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간담회를 통해 휴업3일 악용사례와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산재 은폐 실태를 알리고 2017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산재 발생보고기준을 기존 요양4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리고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산재 절차의 복잡함과 까다로운 절차로 인하여 여전히 산재 보험상의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을 확인하며 산재 발생 시 병원신고제를 도입하여 다치고 병든 노동자를 신속히 산재 보험으로 보호할 것을 함께 요구해 나갈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 2014.12

일하다 죽었는데 자살이라뇨?

현대중공업 산재사망 노동자 故 정범식 씨 이야기



재현 선전위원



지난 2014년 4월 26일 11시경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블라스팅[각주:1] 작업을 하던 사내 하청 노동자 정범식 씨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3m 난간에 매달려 사망했다. 이를 발견한 동료들은 에어호스를 끊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선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 오후 3시경엔 수사를 맡은 울산 동부 경찰서는 부검의 소견으로 봤을 때 故 정범식 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동부 경찰서의 말을 빌려 언론을 통해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부검은 저녁 6시가 돼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故 정범식 씨의 부인 김희정 씨는 경찰과 회사, 언론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9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실은 안개 속이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희정 씨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조선소가 그렇게 위험한 곳인지 몰랐다


“오전 11시쯤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이 많이 다쳤으니까 울산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이 죽을 만큼 심각한지 몰랐다. 그저 심하게 다친 줄만 알았다. 그러다 성남에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숨이 멎어있었고, 심폐소생술을 계속 해도 차도가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故 정범식 씨는 현대 미포 조선에서 10년, 목포에서 3개월, 그리고 15일 전 다시 현대 중공업에서 일을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렇다 보니 김희정 씨는 사고 전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산재사망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조선소 일이 힘들다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지는 몰랐다. 주말부부로 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니 제가 괜한 걱정 할까 싶어 집에 힘든 내색 한번 잘 비추지 않는 성격이었다.”



회사와 경찰 모두 신뢰할 수 없었다


“회사도, 경찰도 남편이 자살했다고 하는데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가 있고 하루는 장례식장에 서문기업(하청업체) 사장이 왔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더니 뒷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빨리 장례를 치르자고 했다. 남편을 언제까지 저렇게 둘 수 없어서 사장 뜻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장례 이후에 지금까지 단 한 번 연락이 없었다.”


6월 3일 울산 동부 경찰서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시 경부압박질식에 따른 자살이었다. 근거로 1) 사고 현장이 故 정범식 씨 작업장과 떨어져 있고 2) 에어호스에 목이 감겼는데 저항한 흔적이 없고 3) 3달 전 부부가 다퉜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있고 4) 신용카드와 통신비를 연체했고 5) 4개월 전 아내에 대한 의심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내역을 꼽았다.


울산 동부 경찰서의 수사결과는 김희정 씨와 지역 동지들의 분노를 키웠다. 현장 검증에선 에어호스에 결함이 있던 정황이 밝혀졌다. 또한, 故 정범식 씨 사진을 보면 아래턱에서 왼쪽 가슴, 허벅지에 쇳가루가 박혀있다. 특수 보호구를 쓰고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눈에도 쇳가루가 묻었다. 종합해보면 에어호스 결함으로 온몸에 쇳가루가 노출돼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던 故 정범식 씨가 난간에 매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故 정범식 씨 작업장은 항상 쇳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벌건 대낮에도 손전등이 없인 한 치 앞도 이동이 어렵다. 사고가 일어나기 너무나 쉬운 환경에 있는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산재 가능성은 배제하고, 故 정범식 씨를 둘러싼 가족관계, 채무관계 등 개인적인 정황을 근거로 수사를 종결한 울산 동부 경찰서의 발표는 가히 충격적이다.


“부부라면 안 싸울 수 없지 않나. 주말 부부다 보니까 문자를 주고받다 보면 싸울 수도 있고, 또 살다 보면 카드 값이나 휴대폰 요금을 미납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을 이유로 남편이 자살했다는 데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김희정 씨는 경찰 조사 발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처음 남편이 죽었을 때부터 울산산추련, 노조에서 도움을 주려고 옆에 계셨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장례를 치렀다. 그 결과가 이거였다. 그러다 경찰 발표 이후에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봐도 이건 자살이 아니니 지역 활동가들한테 도움을 청해보라고. 그래서 지역 분들께 다시 연락했고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의 명예를 찾아주고 싶었다


“큰 애가 고1인데 그 밝던 아이가 아빠가 죽었다는 충격으로 7개월이 지나도록 아빠 영정사진을 못 쳐다본다. 집 밖으로도 안 나가서 학교도 못 가고 있다. 저도 싸우기 전에는 집안에서 매일 우는 게 다였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아빠가 최고라 여기던 애를 위해서, 그리고 남편의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주겠다는 결심으로 나서게 되었다.”



출처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공장과 경찰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기자회견도 하면서 故 정범식 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그 결과 지난 10월 17일엔 울산 지방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故 정범식 씨 사건이 다뤄졌다. 당시 울산 지방 경찰청장은 부실 조사를 인정하며 재조사를 약속했다. 이후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엔 수사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법의학자, 정신과 전문의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울산 MBC시사프로그램 ‘돌직구 40’이 방송되기도 했다. 


“아까 1인 시위하는 거 봐서 알겠지만, 다들 새벽부터 바쁘게 출근하지 않나. 인사를 하고 싶어도 참 어려운데. 그중에 그래도 한두 분은 수고하십니다! 말 한마디 건네거나, 손 한번 잡아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힘이 많이 된다.”


현대 중공업은 올해만 벌써 9명의 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계열사 전체로 보면 12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활동가는 상황이 이쯤 되니 회사 내 안전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여론과 연이은 산재사망 사고에 관해 부담을 느낀 현대중공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故 정범식 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때마침 이번 사고엔 목격자가 없었고, 손발이 척척 맞는 울산 동부 경찰서가 옆에서 큰 몫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사내 하청 노동자 죽음의 행렬에도 굳건한 현대 재벌공화국의 울타리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故 정범식 씨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쯤으로 치부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선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이 겹쳐 마음이 더욱 아팠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발견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실 규명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싸우는 유가족들과 이들 옆에서 함께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애씀이 있기에 그렇다. 이러한 노력과 마음들이 모여 현대 재벌과 조선소 울타리를 넘어 일하는 모든 이들의 죽음의 행렬이 멈추는 그날을 꿈꾼다. 

  1. 금속을 매끄럽게 하고 이물질을 제거하여, 도장을 쉽게 하고 선박 수명을 늘리기 위해 선박 표면에 쇳가루를 쏘는 작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