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투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 2020.04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투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박기형 / 상임활동가 

 

 

크리에이터. 원어를 그대로 번역한다면 창작자.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직업이 바로 크리에이터다.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영상을 기획·제작하여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전통적인 방송, 영화 산업에서의 영상물 제작과는 다르다. 그래서 방송, 영화 산업을 가리켜 레거시 미디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또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가리켜 뉴미디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언제나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뉴미디어들이 등장하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색조차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특히 영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유망직종과 산업은 정말 새로운 것일까? 모두가 꿈꾸는 크리에이터의 일은 정말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을까? 취미와 일이 일체가 되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휴대폰과 태블릿, PC 화면에 송출되는 크리에이터의 방송이 기획, 제작, 방영되기까지 어떤 노동과정이 숨어있는 것일까? 한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체에서 일하는 H씨를 지난 3월 28일에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산업구조와 MCN의 역할

MCN은 뭐 하는 곳일까? MCN은 한 마디로 인터넷 방송의 SM, YG, JYP와 같은 곳이다. 방송 스트리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콘텐츠 기획·제작을 지원하며, 저작권을 관리해주고 광고를 유치하는 등 각종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기획사다.

대표적인 회사로 CJ E&M과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인 샌드박스 네트워크, 트레져헌터 등이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영상을 찍고 올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연예기획사 같은 회사가 등장한 것일까

 
"유튜브나 트위치와 같은 곳에서 크리에이터 혼자 일하는 게 아니에요. 일종의 협업구조죠. 방송 콘텐츠의 수요 측면에서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둘만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그리고 광고주가 있어요. 광고주가 중요해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 광고주가 자신들의 제품 또는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해 접근해요. 방송이나 영화처럼 광고비를 얼마 줄 테니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 때 노출 시켜달라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죠. 이때 광고주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죠. 크리에이터들은 광고의 대가로 최대한 많은 이윤을 얻고 싶고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간의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터는 사업자 등록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하지만 광고주는 기업들이죠.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도 광고주들이 이윤 측면에서 중요하죠. 그런 상황이니 크리에이터 혼자서는 광고주와 제대로 협상할 수가 없어요. 협상력이 떨어지는 거죠. 더구나 광고업계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어느 한 광고주와 관계가 어긋나면 다른 광고주들로부터도 광고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정말 '대도서관' 같은 사람, 뭐 방송으로 치면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대체 불가능한 크리에이터가 아닌 이상 힘들다는 거죠.


더구나 광고 요청이 여러 군데서 연락 오기도 해요. 이럴 때 크리에이터 혼자 대응하려면, 정작 콘텐츠와 구독자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쉽게 말해, 공장에서 팔 물건을 만드는 것과 자본투자를 유치하는 것 간의 차이와 마찬가지죠. 투자를 받도록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MCN입니다."
 
달리 말해, MCN 개별 크리에이터들의 합집합과 같다.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집단으로 협상할 수 있는 단위를 갖게 된다. 반대로 MCN 입장에서는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면 할수록 플랫폼, 광고주, 기타 업체들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한 마디로, 회사 대 회사의 구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지원을 제공해주는 대신 MCN은 크리에이터가 얻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일종의 광고대행사와 같다고 보면 편하다.

크리에이터와 MCN은 어떤 관계를 맺는 걸까?

크리에이터와 MCN의 관계는 크게 네 명의 행위자들 간의 관계로 이뤄진다. 크리에이터⇄매니저⇄광고매니저⇄광고주. 매니저는 크리에이터를 응대하고, 광고매니저는 광고주를 응대한다. 이후 회사 내에서 담당 매니저와 광고 매니저가 상호소통을 한다. 예컨대, 광고주 A가 이러이러한 상품을 광고하고 싶다고 하는데, 크리에이터 B한테 맡기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는 걸 광고매니저 C가 매니저 D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매니저 D가 판단해서 광고주 A 및 광고매니저 C 등과 합의를 하고, 해당 내용을 크리에이터 B에게 전달한다. 크리에이터 B의 의견을 확인한 후 매니저 D는 다시 광고매니저 C에게, 광고매니저 C는 광고주 A에게 요청사항을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고가 체결된다.

광고 계약 체결 및 관리 외에 MCN의 주요 업무 중 다른 하나는 바로 크리에이터에 대한 매니지먼트다. 우리가 흔히 매니저 하면 떠올리는 건, 로드 매니저다.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익숙한 연예인 매니저의 한 형태다. 하지만 로드매니저만 연예기획사에 있는 건 아니다. H씨는 연예인에 대한 매니지먼트의 유형이 다양한 것처럼 MCN에서도 파트너십 매니저는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로드 매니저처럼 각종 행사나 방송에 동행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이 수행하는 역할들이 있어요. 방송 콘텐츠의 특성이나 구독자 성향, 영상별 포인트, 인기 요인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홍보 전략이나 콘텐츠 기획을 짜는 것이죠. 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광고를 유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 해당 크리에이터의 방송,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기도 해요. 만약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다가 악플에 노출되거나 개인사로 힘들어할 경우에 상담사 역할을 하기도 하죠. 데이터 분석가부터 PD, 상담사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죠."

전략분석부터 크리에이터 발굴까지

"그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도 해요. 유튜브로 치면, 구독자 수가 많은데 상품 가치가 있는 영상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으면, 광고주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해요. 어떤 경우에는 구독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개성 있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면, 기술적으로 더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하고요.

게임 크리에이터로 치면, 한 크리에이터가 롤이라는 게임만 해요. 방송에서 게임도 잘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소통도 잘하고, 본인 캐릭터도 특이하죠. 그런데 롤 게임 하나만 하면, 광고주들의 관심을 얻긴 어려워요. 롤은 이미 유명한 게임이니 광고를 널리 띄울 필요도 없고, 다른 게임 광고주들은 이 방송에 광고를 올릴 유인도 없죠.

이때 만약 MCN에 크리에이터가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게임을 다룰 수 있도록 하도록 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해당 크리에이터의 게임 패턴, 게임 능력, 시청자에 대한 반응과 소통 방식, 구독자·시청자들의 댓글과 채팅창,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주죠. 그러면 주요 키워드와 내용, 형식이 드러나죠. 이렇게 해당 크리에이터의 특성과 장단점에 맞는 게임들을 선별하고, 게임별로 적합한 방송 전략을 세워줘요."
 
H씨에 따르면, 흔히 업계에서 크리에이터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연기자형이다. 즉흥적인 진행과 다채로운 표현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획력이 떨어져서 짜임새 있는 방송은 힘들다. 하지만 시청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고 리액션이 좋다. 더욱이 광대와 같이 콩트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고 웃기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렇다면, 라이브 스트리밍에 적합하다고 한다.

다른 유형은 기획자형이다. 본인이 계획한 시나리오대로 영상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실제로도 영상이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편집점을 잘 잡아서 VOD를 잘 만들 수 있기에, 유튜브 등 제작된 영상에 적합하다.

게임 크리에이터의 경우에도 이러한 두 유형에 맞게 게임들을 추천해준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들과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진행하는 것에 적합한 게임과 상황별 콩트와 시나리오를 짜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 게임으로 나뉜다. 그에 맞게 진행하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연기자형에게는 방송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를 잡아서 철저히 보여주려는 이미지와 특징들을 중심으로 연기를 보여주라고 지도하기도 한다. 본인이 잘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려하기도 하고, 게임에 따라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영상 제작 자체에 내재한 쌍방향 소통

쌍방향 소통이라고 하면, 1980년대 말부터 뉴미디어라고 지칭된 여러 미디어 매체들의 특성으로 언제나 거론되던 것이다. 그래서 색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H씨는 쌍방향 소통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과거 인터넷이 유행할 때, 쌍방향 소통이 언급되는 지점은 영상 제작과정과는 별개였다. 영상이 제작된 이후 제작된 영상을 시청한 시청자들이 방송사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후기를 남기고 피드백을 줬다. 하지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시간적으로 거의 즉시 피드백이 오가며, 공간적으로도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튜브처럼 제작된 영상을 올리는 경우에는 제작과정 자체에 쌍방향 소통이 내재해있지는 않다.

하지만 유튜브의 실시간 방송이나 트위치 등의 라이브 방송의 경우에는 영상 콘텐츠 자체가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 시청자와 소통하며 영상의 내용이 채워진다. 시청자의 참여가 언제나 영상 기획·제작·편집에 내재해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형식의 집단적인 영상 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H씨는 크리에이터 개인의 특성이 오롯이 반영되는 점이 독특하다고 지적했다. 방송과 영화 제작과정에는 출연자, 연출자, 기획자가 모두 분리되어 있지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에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 이들 간의 역할 배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출연자, 연출자, 기획자로 분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캐릭터와 인간적인 매력이 콘텐츠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특성이 중시되며, 그러한 특성을 지닌 영상물이 자유롭게 올라가고 사람들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파트너십 매니저들이 매니지먼트를 하거나 MCN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할 때도 주의하는 사항이 있다. 물론 계약 조건에 따라 지원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다. 하지만 H씨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필수적인 조치에 국한해서 지원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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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산업은 밝고 희망차기만 할까?
  
지금까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MCN,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일하고 있는지, 이들이 속한 산업의 구조는 어떤지, 이들이 하나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노동과정을 거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과연 MCN에서 일하는 이들과 크리에이터의 노동은 영상에서 비치는 것처럼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생기발랄하기만 할까? 5월호에서는 H씨와 함께 급성장하는 산업들이면 언제나 수반되는 각종 노동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