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과로(사·자살),통치 기술의 산물이다 / 2019.06

[연구리포트]

 

 

과로(사·자살), 통치 기술의 산물이다

 

 

김영선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개인적인 것? 문화적인 것?


과로(사·자살)를 ‘권력 장치’로 풀어내는 푸코주의 분석. 생경하지만 궁금증을 유발한다. 여기서 다룰 텍스트는 Governing Employees: A Foucauldian Analysis of Deaths from Overwork in Japan(Yoshio Shibata, 2012, Global Asia Journal, 12)로 저자인 요시오 시바타는 뉴욕시티대 문화인류학 박사로 현재 리츠메이칸대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연구자다. 논문을 세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과로(사·자살)의 원인에 대한 문화적 설명과 개인에 기초한 설명은 권력 장치의 착취 효과를 은폐하는 결과를 낳는다. 개인환원론은 권력 문제를 탈각시
키고 문화적 설명은 권력 문제를 모호하게 흐려 버린다. 2) 완벽주의 성향 등의 개인적 특성이나 소속감 등의 문화적 태도 모두 사실은 ‘통치 기술’로서의 ‘작업장 장치’에 기인한 것이다. 3) 그 장치들에 관철된 통치 기술을 드러내 이에 대항하는 집합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저자는 “일본 노동자들은 왜 힘든데도 일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과중노동을 ‘회사 충성심’, ‘집단주의’, ‘소속감’때문이라고 여기는데, 과연 그런가?” 두 번째 반문이다. 마지막으로 완벽주의 성향이나 개인 선택·자발성으로 보는 개인 차원의 설명에 대해 비판한다. 일본 노동자는 회사에 ‘속해 있’는 것(belong to)으로 설명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로널드 도어(1982)는 일본 노동자가 회사에 추가 노동을 제공하려는 의지는 회사에 대한 소속감, 멤버십 동기에 따른다고 보았다. 이렇게 일본인에게 존재적인 것처럼 전제된 소속감이나 멤버십 동기는 일본인론(nihonjinron)과 연결된다. 일본인은 개인적인 것이나 전문가적 특성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인론이 많이 사그러들었음에도 이러한 문화주의 프레임은 과로 현상을 분석하는데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반해, 저자는 멤버십 동기나 소속감이 동원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화주의 담론은 통상 어떤 에토스를 국민적 특수성으로 여긴다. 이런 프레임은 많은 경우 사회적 실재를 관통하는 권력관계를 간과하곤 한다. 그는 과로(사)가 집단주의나 공동사회적 응집성에 기인한다는 설명을 거부하면서, 문화주의 담론을 ‘관리 장치’의 일부라고 본다. 문화주의 담론은 과로(사) 현상을 정당화하는 관리 장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자발적 과로가 과로사의 원인일 수 있겠지만, 문화적 설명은 권력 작용을 놓치고 만다. 저자는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과중 노동을 권력관계 밖에 놓여 있는 ‘문화적인 에토스’로 설명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하면서, 미셸 푸코(2003, 2007)의 통치성(governmentality) 개념을 가져와 관리 장치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죽을때까지 자발적으로 일하도록 내모는지를 분석한다. 여기서 통치성은 ‘품행의 통솔’로 ‘개인들이 무언가를 하게 유도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전체적인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평가


일본 기업처럼 평가 기준이 암묵적이고 모호한 경우에, 사실상 평가 대상은 ‘전체적인 인간’ 그 자체가 된다. 노동자가 가진 능력이나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회성’, ‘일하려는 의지’, ‘열심’, ‘희생’, ‘회사에 대한 충성심’ 등의 모호한 기준들은 ‘삶의 태도’ 전체를 평가 대상으로 위치시킨다. 그렇기에 노동자는 회사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 전체를 조직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기대들은 회사 모토나 계명, 로고송, 배지, 심지어 콘도나 명절 선물세트 등의 회사 의례나 상징적인 장치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통된다.

그간 작업장에서 암묵적인 평가 장치로 역할을 한 건 일본인론이었다. 관리장치로서의 일본인론은 직무에 대한 교육보다는 ‘좋은’ 샐러리맨의 ‘바람직한’ 태도를 학습시키는데 집중했다. 신참자가 ‘회사 공동사회’에 소속감을 갖기를 바랐고 자신의 직업에 헌신을 다하면서도 집단에 충성을 다하길 유도했다. 일본인론은 일종의 ‘규범화하는 담론(normalizing discourse)’인 것이다. 규범화하는 담론은 판옵티콘적 효과를 생산하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언제나 감시 또는 평가되고 있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회사 밖 활동에서도 ‘열정적’이길 요구받고 노동자 스스로도 그런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판옵티콘적 시선의 확장이다. 이러한 규율 메커니즘은 일터의 모든 층위에 스며들어 있다. 여기서 개별 노동자는 권력의 대상인 동시에 권력의 행사자가 된다. 판옵티콘적 권력관계망은 하라스먼트의 주요 원인으로 작동한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정시 퇴근과 휴가 신청은 야루키(열정, 헌신)의 부족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물론 많은 하라스먼트의 사례에서 보듯이, 가해자 자신 또한 노무관리의 희생자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의무’와 ‘자발적인 것’ 그리고 노동과 비노동 간의 구분을 흐리는 전략을 구사해 노동자들을 무급 초과노동으로 유도한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이라 이름붙인 회사의 활동들에 참여한다는 것은, 기업이 아주 손쉽게 막대한 노동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노동’으로 분류조차 할 수 없으며 관리감독 하에 있던 것도 아니라고 주장함으로써 과로(사)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무급 초과노동을 유발하는 간접적인 관리기술은 매우 효과적인 노동비용 절감 수단이 된다. 이러한 노무관리 기술들은 간접적으로 작동하기에, 노동자들이 그 권력의 작동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동료 경쟁과 MBO

일본에서 판옵티콘적 시선은 철저한 동료 경쟁을 통해 설계된다. 동료 경쟁은 노동자들이 게임에 참여토록 하는 의지를 발휘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적 통치 기술이다. 노동자들은 동료 경쟁의 과정에서 게임에 승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비스잔업이나 충성심, 소속감을 멤버십 쌓기의 일환으로 여기고, 그것을 증명하려 한다. 물론 멤버십의 기준이 명료하지 않기에, 동료 경쟁의 한계는 따로 없다. 은행원을 대상으로 한 요코타 하마오(1997)의 연구는 노동자들이 서비스잔업 같이 
‘자기 희생’을 전시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실제로 평가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들이기에, 노동자들은 타자의 평가적 시선에 상당히 민감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일종의 ‘인상 관리’를 위한 ‘연극적’ 행위인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경쟁 게임이 노동자를 ‘통치될만한’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지적한다. 개별 노동자는 경쟁에서 이길 때도 있겠지만, 게임의 판에서 노동자는 또 다른 경쟁에 배치될 뿐이라는 것이다. 혹시 누가 경쟁 게임에 거부감을 가지더라도 그 게임에서 발빼기는 어려워진다. 경쟁에서의 이탈은 ‘불행’으로 미디어화되어 있기에 ‘추락의 공포’는 더욱 경쟁 게임을 추동한다. 한편,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롭게 부상한 경영 담론은 정규 고용을 줄일 것, 연공성을 줄일 것, 결과중심적인 평가체계를 구축할 것, 노동자의 책임성을 중시할 것, 전지구적 경쟁에 맞선 창발성과 성과평가 등을 강조했다. 새로운 경영담론은 자기주도성, 자립성, 위험감수, 결과에 대한 책임성 등을 내세워 복지국가에의 의존문화(culture of dependency)를 공격했던 대처, 레이건의 기업문화 담론과 상당히 흡사하다. 일본의 경영담론 또한 안정성으로 상징됐던 정규 노동자의 것들을 ‘의존성’으로 규정하고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공격해 나갔다.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자신을 스스로 통치하게끔 만드는 새로운 방법으로 성과지향적인 평가체계가 도입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목표관리(Management By Objective, MBO)다. MBO는 (1) 개인별 특정 업무를 연차별, 분기별, 월별로 구체화하고, (2) 업무 목표의 성취도를 수시로 평가하며, (3) 기업목표와 연계해 개인 업무목표를 설정하고, (4) 업무 목표를 수량화해 기업이익과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자들은 연공성에 기대지 않는 ‘기업가적’이길 요구받는다.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할당된 직무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데, 실패에 따른 결과(낮은 임금, 심지어 해고까지)를 수용해야 한다. 회사를 비난하는 게 아니고! 노동자들은 이익과 비용을 스스로 계산하도록 또한 더욱 높은 직무 목표를 달성하도록 요구받는다. 업무 성과의 실패는 자기 통치의 실패와 연관되어야 한다.
MBO는 ‘자아 기술’을 도입한 통치 기술의 전형이다. (1) 직무 목표를 확인하고, (2) 어려운 목표를 성취하게 하며, (3)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4)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비난을 감수하고 책임을 져야하며, (5) 도전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라운드에선 더 높은 목표치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무리한’ 목표까지도 수용케 할 수 있다. 만약 쿼터를 달성하지 못해 그에 따른 손실을 노동자 개인이 감수하도록 하는데, 실업의 공포가 일상화된 맥락에서는 초과노동의 수용이나 책임성을 높이는 기제로 작동한다.

또한 노동시장이 분절되어 있고 자본의 분할 지배 전략이 구사되는 맥락에서 노동자는 잔업을 더 해야 하는 압력에 내몰린다. 비정규 노동자 또한 정규직이 되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압력을 받는다. 노동가격을 낮추는 경쟁 압력, 즉 노동 덤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로(사·자살)로 내모는 권력 장치의 효과를 문화적인 것, 개인적인 것으로 오독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주문한다. 권력 장치의 효과로 외화된 장시간 노동만을 문제화하는 접근 또한 작업장에 가로지르는 권력 장치의 폭력성을 대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문제의 해결은 작업장에 관철된 통치 기술들을 문제화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저자는 통치 기술에 대항하는 집합적인 대응수단을 마련해 투쟁을 전개해야 함을 강조한다.

[연구리포트] 서울성모병원 청소노동자 근로실태 보고서 / 2019.05

 [연구리포트] 

 

 

서울성모병원 청소노동자 근로실태 보고서 

 

 

유형섭 / 보건의료학생 매듭 

 

 

1. 서론

 

지난 몇 년간 청소 노동자의 고용불안, 저임금, 열악한 휴게시설 등이 이슈였다. 대학 청소노동자 노동안전실태조사를 통해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무거운 물건 취급, 불편한 자세에서의 반복적인 작업, 청소에 쓰이는 화학물질, 보호장비 부족, 적절하게 지급되지 않는 휴식공간 등에 의해 건강권이 침해 받고 있음이 드러났다.01 또한 청소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실태에 대한 연구에서, 대부분 비정규직 저임금의 여성 노동자로 자신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2. 연구 대상 및 방법

 

서울성모병원의 청소 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대건 기업에 소속되어있는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는 면접조사로 진행하였으며 대상자 선정 시 협력업체의 협조를 받아 13명의 노동자에게 면접조사를 진행하였다. 면접의 내용은 인적사항, 근로조건, 휴게공간, 건강 실태 및 산재 보상여부, 인권 침해 및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부분을 30-1시간 동안 인터뷰하였고 2-3명씩 그룹을 지어 총 13명의 노동자와 면접을 진행하였다.

 

3. 연구 결과

 

(1) 사업장 특성

대건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는 총 264명으로 여성 200, 남성 6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대 근무가 아니라 데이(6:30- 15:30) 188, 이브닝(14:00-21:00) 45, 나이트(22:00-5:00) 31명의 전담 근무자를 두고 있으며, 주당 근무 시간은 평균 40시간이며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계약 기간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며 만 60세 미만의 노동자의 경우 매년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며 따로 정년이 있지는 않으나 60세 이상 노동자의 경우 6개월마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고 있다. 해당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은 부재한 상태이다. 휴가 역시 근무시간 대 별로 다양하나 데이 근무의 경우 공식 휴가일수는 18일이다. 휴게 시설의 경우 성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작업장 내 유해물질 관리 교육과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 산재 보상에 관련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2) 면접조사 결과

면접 대상자는 13명으로 모두 여성이었다. 데이근무자가 11, 이브닝 근무자가 2명으로 구성되어있었으며 평균 연령 60.3, 평균 근속연수는6.9년이었다. 이 중에는 다른 건물에서 청소노동을 하시다가 오신 분들이 2, 그 중에 한 명은 타 병원 근무 경력이 있었고, 나머지 11명의 경우 서울성모병원에서 처음 청소 노동을 시작하였다.

 

① 근로 조건, 노동시간 및 임금

데이 근무자의 경우 출근시간이 이른 편이지만, 일찍 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계약서를 자주 써야하며,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지만 고용해주는 것 자체에 만족했다. 이에 고용불안을 느끼기보다는 고용관계에서 오는 당연한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으며, 계약 취소를 걱정하기보다는 체력이 가능 할 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임금 역시 다른 직원들과 비교해서 차이 없이 동등하다는 것을 수용하였다. 휴가의 경우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것에 만족하나 적은 것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작 휴가가 몇 일인지 다들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였다.

 

② 휴게시설 및 노동조합

데이 근무의 경우 아침과 점심에 각각 1시간씩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고 휴게시간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그 시간 동안은 휴게실에서 동료와 수다를 떨거나 식사를 한다. 휴게시설 자체는 냉난방, 샤워, 냉장고 등이 잘 갖춰져 있고 넓어서 만족하는 편이며 개선사항은 없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아예 못 느끼시는 분부터 없다는 사실이 부당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였다.

 

휴게실은 만족해요. 보일러도 뜨뜻하고, 면적도 넉넉해요.” / “(노조에 대해 묻자) 그냥 가는 거지 뭐..” “잘 모르겠어요..” / “용역 노동자들도 노조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계약직 경우에도 있는데 우리는 왜 없는지..”

 

노동강도 및 건강 실태, 산재 여부

노동 강도와 관련해서는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만큼의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모두 스스로 건강하다 하였고, 일하다 다치거나 다칠 뻔한 적은 없다고 기술하였다. 반면, 청소 업무 중에 병원 청소가 유동인구가 많아 힘들고 기피하는 장소이며, 걸레질을 많이 하니 어깨와 팔이 아프고, 병동이 아닌 다른 층에서 청소 업무를 맡는 경우 담당하는 구역이 넓어 항상 다리가 아프다는 의견 역시 있었다.

 

일하다가 아파진 곳이 딱히 있진 않아요. 오히려 건강해졌어요.” / “어깨와 팔이 많이 아파요. 걸레질을 워낙 많이 하니깐. 많이 걸어서 다리도 아프고요. 일하다가 아플 때 정형외과나 한의원에 가요.”

 

그 외 피부나 호흡기 질환 등을 앓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였고, 청소 시 필요한 보호구는 적절히 제공한다. 하지만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는 허다하게 발생한다고 하였다. 재해 발생 시 사무실에선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락스 등 청소에 쓰이는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산재보상을 받은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호사 분들 열심히 일하시지만 실수 하실 때도 있어서 사실 다들 그런 경험(주사 바늘에 찔린 경험) 거의 있을 거에요. 사무실에 보고하면 응급실도 가서 항체 있는 거면 주사 맞긴 하지만, 어떤 환자의 것인지 대부분 모르고 기분 나쁜 경험이에요.”

 

④ 인권 침해 및 직무 스트레스

직장 동료 특히 같은 구역을 청소하는 노동자들끼리는 사이가 좋은 편이며 다들 즐겁게 일하고 있다 하였다. 협력업체 소장, 부소장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환자 및 보호자와 그리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의 표면적인 마찰은 없으나 그 기저에는 우리는 이 병원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자, 부딪히면 손해를 많이 입는 위치에 있으므로 마찰을 일으키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폭언이나 폭행, 성추행 등 직접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경우는 없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심치 않게 일상에서 마주치면서 무시당하는 경험을 한다.

 

병원 구성원끼리 갈등은 없어요. 우리가 제일 밑바닥인데요 뭐. 우리에겐 발언권이 없어요, 민원 들어오면 우리만 손해니깐 그런 소지를 만들지 않아요.”/ “우리는 항상 비켜야하는 느낌, 먼저 양보해야 해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었어요.” / “나이먹고 이런 일 하는 거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간호사나 의사 등 다른 구성원들이 같은 인간으로 대해주지 않을 때 좀 그런 것이 있다. 우리도 한 인간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 “의사 선생님이 인사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매번 보는 사이인데 고개라도 끄덕여주시지.. 그럴 때마다 맘이 상합니다.”

 

4. 논의

연구 결과 노동 강도나 휴게시설을 비롯한 자신 들의 업무와 업무 환경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었다. 반면 불안정한 계약 조건, 최저임금, 노조의 부재 등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만족하나 고용해주는 것이 다행이라는 식의 현실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면접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다들 건강하며, 재해를 경험한 적이 없었고, 유해물질 관리에 대해 철저히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근로자효과일 수도 있으며, 협력업체가 건강한 사람을 위주로 채용하였을 수도 있다. 면접 대상자가 모두 여성이며 주로 데이 근무자라서 보다 위험한 일을 맡는 남성 노동자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야간근무를 맡는 노동자가 조사에 빠져 있기도 해, 이 역시 편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아픈 원인을 자연스러운 노화의 현상이나 가정에서 가사일을 부담하기 때문으로 유추하는 인식 때문에, 일 때문에 아픈 것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면접 시 언급된 근골격계질환 등에 의해 건강이 손상되거나, 예리한 물질에 의해 사고손상이 발생하고 특히 오래 걸어 다녀 발생하는 업무상 손상의 경우 선행연구에서 역시 나타난 바와 동일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인권침해와 관련해서는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병원에서의 위치, 사회에서의 위치가 낮게 설정되어있다 인식하고 있고, 먼저 조심히 행동하려고 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의료진, 환자, 보호자들 모두 자신들에게 잘 대해준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하나같이 병원 구성원들이나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에 우리도 한 인간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너네랑 똑같은 사람이다!”라 응답하고 있을 것이다. 즉 아무리 근무환경이 안전하고 휴게시설이 잘 되어 있어도,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 청소노동자로서 사회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는 것이 지금의 근무 환경을 수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역시 중요해 보인다.

 

5. 결론 및 제언

자신이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며, 이는 자신들의 노동권이 보장받고, 고용이 안정되고 만족스러운 임금을 받으며, 자신의 일을 누군가가 천대하지 않아야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직장 안팎에서 변화가 이루어져야한다. 직장 안에서는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말아야하며, 병원, 협력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의사결정구조 등에 대해 노동조합 등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한다. 그동안 여성노동, 청소노동은 집안일과 마찬가지로 가치있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단지 집안일이 집밖에서 연장되어 실행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인식되었

. 하지만 병원의 건물은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병원의 위생환경유지/관리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은 필수적이다.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청소노동자 또한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서 병원 안팎의 노력으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노동자의 건강권은 자연스럽게 지켜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