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이야기 / 2019.05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업무관련성 전문조사(역학조사) 이야기 

 

 

김대호 /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필자는 업무상 질병관련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인 직업환경연구원(구 직업성폐질환연구소)의 업무관련성평가부에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일을 하고 있다. 이에 직업환경연구원이 수행하는 역학조사 과정과 직업병을 밝혀내기 어려웠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직업환경연구원에는 다양한 사건들이 의뢰되는데, 불산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하는 7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산재신청을 한 사건이 있었다.


불산 누출 직접적인 증거 찾기 어려워

산재신청을 한 날짜가 불산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하는 날짜로부터 한 달 뒤였기 때문에 감기 몸살 증상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한 달 전의 불산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었고, 고용노동부 담당지청에서도 이미 조사를 하였지만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산재요양 신청 상병을 보니 '간질성폐질환', '호흡곤란', '뇌경색증', '뇌병증', '두통', '저산소혈증', '가려움증', '불면증', '탈모성모낭염'으로 다양하게 기재되어 있었는데, 7명에서 공통적인 신청 상병은 '간질성폐질환'이었다. 이러한 상태로 사건은 필자에게 배당이 되었다.

우선 필자는 사업장 조사를 하기 전에 의무기록을 검토한 후 신청인들을 모두 불러내 면담부터 시작하였다. 이들은 모두 건설 노동자들로 여기 저기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철골을 설치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월요일인 13일에 불산을 취급하는 업체의 증축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호소한 증상 중에서 감기 몸살이라고 표현되는 근육통/오한은 7명 모두에게 있었고, 그 외 기침은 2명, 열감은 3명이었으며, 두통/어지럼증이 5명, 가려움증이 6명,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 4명, 관절통이 3명이 있었는데, 첫 면담 당시에는 불산에 노출되었다고 주장하는 13일 저녁에 증상이 발생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검토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에서 비정상적인 소견인 간유리 음영(Ground Glass Opacities)이 관찰되는 경우가 5명이 있었는데, 이 중 3명은 경미하였고, 입원 치료까지 하였던 2명은 '간질성폐질환'을 진단받을 정도로 심하였다. 이외 2명의 흉부 영상에서는 비정상적인 소견이 없었다.

면담을 마친 후 불산을 취급하고 있는 업체를 방문하여 전체 공정과 설비 시스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대기오염 방지설비 및 불산의 입고 및 출고되는 과정을 조사하였고, 13일 당일의 불산 입출고 내역을 확인하였지만, 우리 조사팀 모두 현장에서 불산 누출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불산 취급 업체 측은 화학물질 누출 흔적이 없고, 다른 직원들 중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겨울에 노동자들이 무리하게 일을 하였다면 감기 몸살은 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항변하였다.


과거 구미 불산 누출 사건에서 관찰한 유형과 일치 

우리 역학조사팀은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추가 면담 조사를 위해 지방에서 지내고 있었던 7명의 신청인들을 직업환경연구원으로 불러내었다. 집단 요양신청을 하였던 7명의 노동자들이 입을 맞추어 진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을 모두 압수하고, 면담 전후의 사람들을 격리시킨 상태에서 다시 자세하게 조사를 시작하였다.

7명이 모두 함께 근무한 날은 13일이 유일하였고, 13일 오전에 불산 취급 업체의 직원과 공사 현장의 다른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었지만, 점심시간 이후로는 신청인 7명만 있었다고 하였다. 증상 발생 시기는 1명이 13일 저녁으로 가장 빨랐고, 2명은 다음 날인 14일 오전과 오후에 시작되었으며, 2명은 이틀 후인 15일 오전에, 나머지 2명은 15일 오후에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면담 당시에는 13일 퇴근 후에 모두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술하였기 때문에 불산 노출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서로 간의 대화를 차단한 후 집중 면담을 해보니 과거 구미 불산 누출 사건에서 관찰되었던 노출과 증상 발현까지의 잠복기(노출 후 1~2일)가 일치하였다.

이와 같은 면담 내용을 마무리 한 후 불산 취급 업체에서 입수한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두 가지의 불산 노출 경로를 추정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집진시설에서 배출되는 불산에 노출될 가능성이었고, 두 번째는 원료가 입고되는 과정에서 불산이 누출됐을 가능성이었다.

우선 노동자 7명이 작업했던 위치 주변에는 대기오염 방지설비(이하 스크러버) 7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각 스크러버의 배출물질이 한 방향으로 이동할 경우 작업위치가 밖이라고 하더라도 작업자들이 일정 농도의 불산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2주 전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왜 13일에만 불산에 노출되었으며, 7명의 흉부 영상에서 중증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났는지는 설명하지 못하였다.

두 번째는 불산이 입고되는 과정에서의 누출인데, 불산 노출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13일 당시 불산은 작업시간동안 총 3회 입고되었고, 원료가 출고되는 곳에는 불산 누출이 있을 경우 알람이 울리도록 되어 있었으나 입고되는 곳에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13일 당시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입고 설비 쪽에서 누출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폐질환 정도에 따라 불산 노출농도가 다르다고 추정되는 3개의 집단이 구분되고 이를 감안하면 누출지점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작업하였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고농도에 노출되었고, 먼 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거리에 따라 급격하게 불산 농도가 감소하여 저농도로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들의 흉부 영상에 나타난 중증도와 누출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으로부터의 거리가 일치하였다.

결론적으로, 직업환경연구원의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에서는 신청인 7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과 임상경과 및 흉부 영상에서의 동일한 소견, 그리고 날짜별 작업내용과 공사현장의 작업환경 및 불산에 노출된 13일의 오전과 오후에 공사현장 인원 배치 등을 종합하여, 노동자 7명의 임상증상들은 모두 13일 월요일에 불산 취급 업체의 증축 공사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오후 2시 경에 불산이 입고되는 상황에서 노출된 불산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였다.

역학조사를 실제로 수행하는 일도 복잡하고 어렵지만, 수집된 자료와 현장 조사 결과들을 종합하여 최종적인 판단에 이르는 과정도 매우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또한 역학조사는 노동자에게 발생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일인데 아직까지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질병이 있다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역학조사 제도는 질병의 직업적 원인이 밝혀진 노동자들에게는 환영 받는 제도이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로부터는 큰 질타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역학조사는 계속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유해물질들과 직업병을 발견하며, 기존 유해물질들의 새로운 노출 경로들도 밝혀내어야 한다. 더불어 역학조사 소요기간도 단축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업환경연구원의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특집2. 28년 만의 산안법 개정, 노동·시민사회 총력 모아야 / 2018.11

28년 만의 산안법 개정, 노동시민사회 총력 모아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실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의 역사는 노동자 죽음과 투쟁의 역사이다. 30년 전 문송면, 원진 레이온 노동자의 죽음과 사회각계 각층의 투쟁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으로 이어졌다. 2018년 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제출도 기간의 죽음과 투쟁이 만들어 낸 것이다.

문송면, 원진레이온 투쟁으로 진행된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의 핵심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사 동수 규정을 비롯한 노동자 참여권 확대와 정기 안전보건교육 실시, 직업병 예방을 위한 화학물질 조사 및 조치 의무와 건강관리 수첩제도 등 14개 항목'이었다.

그 이후에도 근골격계 질환 집단 산재신청, 석면, 철도 지하철 궤도안전, 병원 감염성 질환, 청소노동자 씻을 권리, 전기 안전, 타워크레인 안전, 산재은폐, 감정노동 보호 등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시행규칙 조항 하나하나에 노동자의 피 눈물이 배어 있다.

최근 7~8년은 하청 산재사망 문제를 지속 제기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29조가 계속 개정되어 왔고, 구의역 참사 이후에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의원입법 법안도 발의되었다. 산재사망 기업 처벌강화는 10여 년 전부터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하면서 기업살인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어 왔으나, 실질적 입법 투쟁이 진행된 것은 2012년 민주노총과 민변 등이 특별법 안을 준비하고 추진하면서부터 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시민재해를 포괄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투쟁으로 이어져, 2017년에야 입법발의가 되었다. 20대 국회 환노위에는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이 법사위에는 재난안전에 관한 특별법 형태로 의원입법 발의안도 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산재사망 처벌강화는 입법발의도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18대, 19대 국회에서는 심의도 없이 회기만료로 폐기를 반복했다. 20대 국회에도 도급금지, 처벌강화, 안전보건정보 노동자 알 권리 등 다수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있다.

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개정되는 '주요 내용만 8개 분야의 32개 조항'에 달한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법률은 그대로이면서 순서와 배치를 바꾸어 놓거나, 하위 법령에 있던 것을 법률로 올려놓은 것도 많아 조문 비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은 경총을 비롯한 사업주 단체와 보수 전문가들이 '후퇴, 졸속, 일방 강행' 등의 프레임을 만들고, 최소한 '법 개정을 지연시키거나 회기 만료로 또 다시 쓰레기통으로 폐기 처분'하게 만드는 길로 가게 만들거나, '취지는 좋으니 통과시키고 보자'라는 안일한 대처로 몰고 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2월 입법예고안에 대한 입장에서 '28년만의 전부 개정안'이라고 하기에는 노동자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이 누락되어 있고, 노동자 참여와 관련 조항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후 감정노동 보호와 관련해서는 법안이 별도로 통과되었고, 일터 괴롭힘 금지와 관련해서는 근기법, 산안법, 산재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사위에서 계류된 상태이다.

노동자 참여 확대 조항의 핵심인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권한을 비롯해 세부 내용들은 대부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관련 사항으로 법률에서 다루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 참여 확대가 전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애초부터 제출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이 현행 법 대비 진전된 내용과 문제점을 최대한 정리 해 보려한다.

첫째, 일하는 사람으로의 보호대상 확대

개정안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문에 '일하는 사람'을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 내용에서는 사업주 정의에 특수고용, 배달노동 등의 중개사업주, 프랜차이즈 본부만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사업주를 명시했다. 다만, 정부의 책무에 '일하는 사람의 안전 및 건강의 보호증진'을 명시하여 정부의 사업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이 구체적 안전조치, 보건조치를 명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이하 하위 규칙)은 사업장 전체에 대한 조치로 근로자 여부를 따지지 않는 조치가 많고, 구체적으로 조치 대상을 정할 수 밖에 없는 보호구 지급, 안전교육, 건강검진 등은 '소속 노동자'로 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구체적 실물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일하는 사람'의 정의가 없어 대표적인 산재보고의 경우에도 사업주는 어디까지가 대상인지 알 수 없다 라는 주장을 펴면서, 일하는 사람 조항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사업주 정의 자체가 '근로자를 사용하는' 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산재보고는 고용사업주가 하는 것이므로, 경총과 보수 전문가의 주장은 과도한 해석이다. 오히려 문제는 특수고용 노동자 정의가 '주로 하나의 사업' 이라는 산재보험법 특수고용 정의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 건설기계, 화물, 택배, 퀵 서비스 등 위험도가 높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적용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개사업주의 경우에도 이륜자동차로 한정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본부의 경우에도 '소속근로자' 로 한정하여 가맹점에 자회사 형태로 인력 공급이 되는 경우에 대한 보호조치가 누락 된다. 이에 개정 논의과정에서 범위대상 확대와 보호조치 내용의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원청 책임의 확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9조는 그 태생이 건설, 조선, 제조업의 하청 산재에 대한 보호조치로 계속 추가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서비스업 등 여타 산업의 다양한 하청산재 문제를 포괄하지 못했고, 임대 위탁 등 다양한 계약형식으로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원청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병원, 지하철의 청소 노동자, 삼성전자 서비스 등등 다양한 하청 산재 문제가 도급의 정의, 일부 도급, 형식상 임대 위탁인 경우 등을 빌미로 법령에 있는 원청의 의무는 실제 감독, 처벌 과정에서 번번이 누락되었다.

개정안은 도급의 정의를 확대하고, '관계 수급인'정의를 도입하여 다단계 도급 시에 도급인이 누구인지 불명확했던 점을 원 도급인으로 명확히 하였으며, 도급인이 제공, 지정하는 장소도 포괄하게 하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안전교육의 확인의무를 추가하고, 작업환경측정, 위험성 평가 조항에서 하청 노동자 공정까지 포괄하도록 하고, 노동자 대표가 원청의 하청 산재예방 조치를 요구하면 사업주가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에 대해 '임대' 정의가 포함되어야 건설현장, 제조업 현장의 장비 임대계약 형식의 고용과 서비스업의 장소임대 형식의 사실상 하청 문제가 해결된다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타워크레인으로 한정하여 원청 책임강화로 입법예고 되었던 법안을 건설기계 등으로 일부 확대했고, 다른 문제는 반영되지 못했다.

또한, 경총 및 보수전문가들이 원청 책임확대를 반대하면서, 원 하청 책임 명확화를 주장하고, 원청 책임확대가 불법파견 판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수용하여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 조항을 추가 명시했다. 안전보건의 기본 조치인 안전교육은 원청에 확인의무만 부여하고, 보호구 지급은 하청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착용지시 등은 제외하는 결과로 된 것이다.

또한, 발주처 책임강화를 비롯하여 건설업의 별도 절을 만들어 건설 산재사망 감소 대책을 추진하면서, 건설업이 주 대상이지만 법령상으로는 원청의 책임으로 되어있던 공기단축, 위험 공법 변경금지, 원 하청 산보위 등의 규정이 건설업으로만 한정되게 되었다.

셋째,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 강화

산재사망에 대한 솜방망이 기업처벌에 대해 그동안 민주노총은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해 왔다. ① 산재사망에 대해 평균 500만원 이내의 솜방망이 벌금과 형사 처벌 사례가 전무 한 점 ② 하청산재사망에 대한 원청 처벌이 안 되고 있는 점 ③ 기업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안 되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출되었던 것이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이며, 시민재해까지 포괄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다. 그 동안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양벌 규정으로 해결될 수 있다며 법원과 검찰의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형사 처벌과 기업 법인의 벌금을 분리하여 법인 벌금을 10억원 이하로 개정했다.

또한, 기업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산재예방계획을 보고하고 집행하게 하여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의 최고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제출했다. (물론 이 또한 재판을 통한 실질 처벌이행은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아울러 경총과 사업주 단체에게 가장 민감한 제도인 수강명령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에 있었던 산재사망에 대한 1년 이상의 하한형 도입과 건설업의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산재사망 시 원청에게 3년 이상 하한형 처벌은 경총과 건설협회, 보수 전문가들의  공세에 밀려 삭제되었다. 당연 조항이었던 '수강명령'도 할 수 있다로 개정되는 등 후퇴했다.

하한형 처벌은 국내에도 형법과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에 유사법례가 있는 조항이다. 고용노동부 연구보고에 따르면 2016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범 중 전과자 비율은 21%로, 9범 이상인 경우도 91명이나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실태가 반복적 산재사망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경총과 보수전문가들은 형사 처벌 조항 도입을 근원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법무부 관료들은 사업주 단체의 논리와 똑같이 "과실범인데 왜 하한형 까지 도입 하느냐"며 반대했다. 결국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내부 심사까지 끝난 조항이 막판 뒤집기를 당했다.

10월 31일 바른미래당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하한형 도입을 삭제하고 7년 이상을 10년 이상으로 강화한 처벌 조항까지 문제 삼았다. 현재 국회에는 산재사망에 대한 하한형 도입에 대한 의원입법 발의안이 2개 있으나, 건설업 불법 하도급 산재사망 하한형은 발의안이 없는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추가 입법발의를 통해 하한형 도입이 국회에서 병합 심사를 통해 반영되도록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넷째, 위험의 외주화 금지

도급금지는 2013년 국회의원 산업안전보건법 입법발의가 있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생명안전업무의 도급 금지를 포함한 특별법' 발의가 있었고, 구의역 참사 이후에는 철도안전법 등 추가발의가 있었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4개의 도급금지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그 동안 정부는 도급금지는 위헌조항이라는 경총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여 반대하더니, 이번 개정안에는 도급금지를 명문화 하고, 도급인가제도 정비, 도급인가의 경우 재하도급 금지하고, 관련 처벌조항 도입 등이 제출되었다.

원청의 의무로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도 도입되었으나, 처벌 조항은 없다. 도급금지의 경우 그 동안 그 대상의 기준 문제가 쟁점이었고, 개정안은 현행 도급인가 대상을 그대로 도급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개정안은 도급금지는 도입했으나, 그 대상과 범위는 고용노동부 자체 조사결과로 22개 사업장에 852개 사업장으로 한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국무회의 통과 법안에서는 일시 간헐적인 경우도 제외하고, 기술적 문제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적용 제외를 열어두는 것으로 후퇴했다. 또, 하위 법령의 위임 규정도 없어 추가적 확대는 계속 입법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총과 보수전문가들은 '외국의 입법례가 없다, 과잉입법으로 위헌이다'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외국의 경우에는 한국과 같은 사실상 인력 공급, 불법 파견형태의 도급이 없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니라 민법이나 형법 조항을 통해 하도급의 변경 시 부당한 고용문제나 노동조건의 저하가 있는 경우 처벌하고 있다.

원하청이 산업의 특성처럼 되어 있는 건설업의 경우에도 미국, 영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발주 계약 지침을 통해 원청이 하도급을 주지 않고 직접 고용으로 시공하는 비율을 50%, 60%이상으로 하고 있다. 보수 전문가들은 외주화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에 처벌 조항을 도입하는 것이 예방조치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탁상 위의 법 조문으로 현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는 화학물질 관리법 하위 법령에서 도입된바가 있으나, 보호구 지급 등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적격수급인이라는 규정이 극단적으로 협소하다. 중국위생안전법도 유사한 내용이 있으나, 구체적이지 않고 협소하다.

결국 적격 수급인 조항에 처벌 조항을 도입하면 '적격수급인'기준이 포괄적으로 되어 보수 전문가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 처벌로 되거나, 보호구 지급 등 협소하게 규정되어 현실적으로는 의미 없는 조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격수급인 선정 조항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도급금지 조항을 무력화 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도급금지의 범위와 추가확대의 대상과 절차를 법 조문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 도급금지 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와 국회 투쟁이 필요하다.

다섯째,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부 보고제도와 영업비밀의 제한

화학물질 독성정보와 관련한 현장의 현실은 이렇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있기는 한데 산안법에서 영업비밀로 할수 없다고 규정한 것도 영업비밀로 기재되어 있거나, 영업비밀 대상인 경우에도 아무런 절차나 기준 없이 기업 마음대로 영업비밀로 하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법에서는 기업의 영업비밀 남발에 대해 법에서 별도의 기구를 두어 심의를 하도록 2년 전에 이미 개정되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전혀 진행 되지 않고 있었다. 개정안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하여 법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화학물질을 기업이 비공개 남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영업 비밀에 대한 기준은 산재예방정책심의위에서 다루고, 영업비밀을 하려면 사업주가 안전공단에 신청 심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화학물질 독성 정보에 대해 노동자 대표, 질병판정위원회, 의사, 대행기관 등이 요청하면 정보공개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들의 반대가 가장 강력한 법안이다. 이에 입법예고에서 3년으로 되어 있던 기간을 5년으로 후퇴하고, 국외기업에 대해서는 별도 조항을 추가 하는 등 수정되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더욱이 부칙에서는 보고의무를 5년 이내로 하고 있다. 이미 화학물질 관리법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심의기구 별도 운영을 하고 정착화 되고 있어 개정 요구를 하였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여섯째, 제도의 실질화를 위한 조치

개정안에는 각종 안전보건제도의 실질화를 위한 조치도 포함되거나 추가 개정되었다. 유해위험 방지계획서 제도의 경우 하위령에 있던 이행평가를 법령으로 명문화 했다. 위험성 평가의 경우에는 노동자 참여를 추가했다. 특수건강검진제도와 작업환경 측정제도와 특수건강진단의 경우에는 전문기관을 두도록 하여, 제도는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질 효과가 없고 대행기관의 돈벌이로만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었다.

노동자의 작업거부에 대한 사업주의 불이익 처분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이 도입되고, 역학조사에 노동자 참여, 메탄올 중독사고 등 의료정보에 대한 고용노동부 통보가 가능하도록 한 조치등도 기간의 현안 투쟁에서 제기된 문제가 반영된 조항이다. 작업중지의 경우 기존에는 기계 기구에 대한 사용중지 등만 법령에 있고, 작업중지는 정책과 지침으로만 진행되어 사업주 단체의 끊임없는 소송과 제기가 있었으나, 노동부 작업중지를 법제화 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의 전면 작업중지는 폭발, 누출 등 협소한 범위로 축소되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노동자 대표의 작업중지권은 아예 입법예고에서 조차 제출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이 밖에도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보칙으로 있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본조 산업안전관리체제로 이동하는 등 체계 변화를 통한 제도 실질화도 일부 반영되어 있다.

개정안이 이제 국회로 이송되었다. 경총과 건설협회 및 보수 전문가들의 공세로 후퇴도 많이 했지만, 국회에서는 보수 야당이 또 다시 칼날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과 현장과 밀착한 교육선전을 통해 후퇴된 내용을 다시 살리고,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보수 전문가의 호도에도 휘둘리지 않고, 취지는 좋으니 그대로 통과시키자는 안일한 대처도 경계하면서 노동·시민사회의 총력을 모은 공동투쟁을 다시 한번 제안 드린다.

특집2. 백혈병 소송을 통해서 본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소고 / 2018.07

백혈병 소송을 통해서 본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소고

권동희 회원,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


2013년도 여름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의 소개로 한 노동자가 찾아왔다. 한국GM 군산 공장 도장부 소속 노동자가 만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산재신청을 했으나 불승인된 상태였다. 사안을 보니 근무 기간(3년)이 짧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및 역학조사에서 원인 가능성이 높은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불승인되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서를 보니 “작업환경측정 결과 상 벤젠 및 포름알데히드 측정결과도 없고, 타사의 자동차 도장공장의 노출 자료에서도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노출 기준인 TWA 0.5 ppm을 넘는 수치는 없다”고 하였다.

그 노동자는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본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GM에 입사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니 농협에서 사무원으로 일을 했다고 답했다. 그전에는 군대를 다녀왔다고 했다. 군대에서 뭘 했냐고 하니, 방위산업체에서 일했다고 했다. 방위산업체에서 선반 가공 업무를 했고, 부품을 닦느라 가끔 신나를 사용했다고 했다. 그 회사에 다니면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이 노동자의 사건은 3년의 소송 끝에 다행히 법원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다.(서울행정법원2016. 12. 20. 선고 2013구단53144판결 (1심확정))

오래전 대우조선해양에서 도장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해서 산재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회사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상 벤젠이 검출된 바가 없고, 근무 기간이잠복기보다 짧은 10개월 이어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2003년 7월 이전까지 10ppm 이하의 벤젠농도는 작업환경측정에서 ‘적합’으로 판단하였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는 1997년도 ‘벤젠’에 대한 마지막 측정을 하였는데 그 당시 “최대 5.0ppm ~ 최소 0.9ppm”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역학조사를 담당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997년 이후에 벤젠이 검출된 바 없기 때문에 1997년 이후벤젠이 검출되었을 것으로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했다.

이 노동자도 10개월 근무하면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다행히 이 사건도 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어 사실상 벤젠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단기간 과다한 노출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3. 12. 18. 선고 2013누3285판결(대법확정))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현재 기준 및 일부 인자에 대한 측정결과일 뿐이다. 사용자들은 당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위험인자에 대해서는 거의 측정하지 않았고, 전체가 아닌 일부에 대해서만 측정을 해왔다. 이로 인해 측정결과가 당시 기준보다 낮거나 측정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험성이 없거나 낮다고 볼 수 없다. 작업환경측정결과서는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측정이라는 한계를 가진 것이다.

그리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는 즉시 노동자에게 배포되어야 한다. 현재 다수의 노동조합조차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보고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사용자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가 무엇인지, 어떠한 의미인지, 자료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지 등을 거의 알지 못한다.

노동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직업병 인정과 신청을 위해서도 어떠한 유해요인이 있는지 등에 대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사업장에서 스스로 내놓는 경우는 없다. 또한, 우회적으로 관할 노동청에 대한 정보공개신청을 통해 입수할 수 있음을 아는 노동자도 없다. 노동자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등 노동조건 및 건강권에 대한 서류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작성하거나 법률상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할 서류에 대해서는 배포할 의무 및 요구할 권리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근로계약서의 당연 교부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의무가 되어야 마땅하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 2014.5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되어 하게 되는 다양한 업무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병이 직업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는 노동자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일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역학조사’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활동에 포함되는 현장 조사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조사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한 담당자들에게 안내받아 다녀야 하는 경우가 흔한, 대기업 방문조사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아픈 노동자가 일했던 혹은 일하고 있는 환경을 조사하면서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은 형사가 된 듯한 기분으로 질병과 관련될만한 유해요인을 탐색하는 것, 노동자들과 일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싫은 티를 숨기지 못하고 공장 문을 열어주지만, 한편으론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한 사장님들과 사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모두,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뭔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에피소드도 이런 사업장 방문조사에서 만났던 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5년쯤 전에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역학조사 의뢰가 들어왔다. “반사원단 제조업체에서 MIBK(메틸이소부틸케톤)에 노출된 근로자의 독성간염에 대한 업무관련성평가”가 당시 요청되었던 조사의 제목이었다. 처음 든 생각이 ‘MIBK가 간독성이 있긴 하지만, 독성간염을 일으킬 정도였던가?’ 하는 것이었다. 해당 노동자는 독성간염에 대한 치료는 마치고 회복한 상태였고, 사업장에 대한 자료는 빈약하여 자료검토만으로는 큰 정보를 얻지 못하였다. 약간은 의아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업장을 방문하기로 하였고, 노동자는 별로 사업장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조사에 동행하지 않았다. 마침 집에서도 가까운 지역이어서 가벼운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떠나 사업장에 도착하였고, ‘새로 공장 지어서 이전했다고 하더니 역시 깨끗한 편이네!’라고 생각하며 둘러보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사업장에서 만드는 ‘반사원단’이라는 제품은, 자동차 불빛을 반사하여 어둠에서도 도로의 윤곽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들에 부착된 그 원단이다. 이 원단은 바탕 필름에 ‘글래스비드’라는 유리구슬 같은 것들을 촘촘히 붙이기도 하고 형광페인트를 코팅해서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형광페인트를 만드는데 섞어 쓰는 폴리우레탄수지 도료 통이 눈에 띄었는데, 구성성분에 “디메틸포름아미드(DMF) 60%”가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디메틸포름아미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간독성물질이고 이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주기를 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거의 10년째 독성간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수차례나 발생해왔다. 노동자가 자신이 독성간염 위험이 있는 디메틸포름아미드를 썼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도 해야 하고 특수건강진단도 해야 하는데 수십 년을 이 사업을 했다고 하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공단 직원이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주가 보내준 물질 정보만 보고 MIBK에 의한 독성간염이라면서 조사를 의뢰한 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상 신청을 한 노동자가 신기할 정도였다.


다시 찬찬히 사례를 보니 아주 전형적인 DMF에 의한 독성간염 경과를 보였다. 해당 근로자는 입사하고 바로 사업장이 이전하여 기계 이전작업, 청소작업 등에 투입되어 기계를 유기용제로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이틀간 형광도료를 바가지로 떠서 코팅기에 부어주는 코팅작업에 투입된 6일 후에 구토, 어지러움, 식욕감퇴가 발생하였고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후 다시 작업장에 복귀하지 않고 치료받으면서 독성간염은 완전히 호전되었다.


사업주에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분은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이 맞으니 직업병으로 인정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놓쳐왔던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제품의 특허출원도 자랑하고 사업에 대한 자부심도 컸던 사장은 거세게 항의하였다. “수십 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럼 저기서 몇 년째 코팅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죽었어야 하지 않느냐. 이 사람은 한 달도 일을 안 했다.” 한 번도 디메틸포름아미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에게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은 특이체질반응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노출돼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이렇게 간염이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였으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의 조사는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보건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래에 있고, 다른 건 몰라도 DMF는 정부나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정말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