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나는 성소수자 노동자입니다 / 2018.05

나는 성소수자 노동자입니다

- 웹디자이너 소리 님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성소수자 동료가 있을까. 이상한 질문 같지만 우리 사회, 일터의 성평등, 인권감수성을 돌아보게 하는데 중요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혐오로 인해 직장에서 진짜 자신을 꽁꽁 감춘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전보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다. 노동과 성소수자, 그리고 건강 문제를 나눠보기 위해 마케팅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성소수자 노동자 소리 님을 지난 4월 24일에 만났다.

“지금 다니는 직장까지 총 4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지금 제가 28살인데, 20대 초반부터 일했죠. 그때부터 겪은 일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인터뷰에 응하게 됐어요.”

웹디자이너 소리 님은 게이이면서 HIV/AIDS 감염인이다. 일하게 된 계기도 군 휴학을 하고 입대를 앞둔 찰나 에이즈 확진을 받게 됐고, 군대 면제가 됐다. 애니메이션 전공을 한 그는 당장 복학을 하기 어려웠고, 마침 아는 지인이 회사를 소개해줘 웹디자인과 연을 맺게 되었다. 현 직장은 1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SNS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인데, 소리 님은 콘텐츠 제작 업무로 기획이 완성되면 웹자보, 카드뉴스 등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웹디자이너의 하루는 어떨까?

“집이 멀어서 회사까지 1시간 반이 걸려요.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담배 한 대를 피우죠. 그래야 정신이 들어요. 앉아서 하루 스케줄 확인을 하는데 SNS콘텐츠를 몇 개 만들어야 하는지, 잔업이 있진 않은지 확인하고 만약 잔업이 있으면 오전에 잔업을 처리해요. 그 이후에 콘텐츠 작업을 하죠. 보통 SNS콘텐츠 작업을 끝내면 오후 4시 정도가 돼요. 추가업무로 블로그 체험단 운영 관리도 하는데, 이 일을 끝내면 딱 퇴근 시간이예요. 그런데 꼭 퇴근 시간에 대표가 일을 줘요. “이거 해야돼.” 이러면서 휙 던지죠. 그러면서 내일까지 해야한데요. 그런 일이 잦아요.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야근이에요. 얼마 안 하면 저녁 8시에 퇴근하는데, 아니면 밤 12시죠. 모아니면 도에요.”

야근 문제는 웹디자이너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첫 직장도, 지금 다니는 직장도 야근이 일상적이었다. 지금도 최소 주 1회, 많게는 4일 야근이다. 개인에게 떨어지는 할당량이 항상 두 배로 떨어지고, 급작스럽게 처리해야 할 일도 매번 많다. 소위 을입장의 회사이다 보니 의뢰인의 말대로 무리하게 작업을 한다. 결국 ‘과로’는 웹디자이너의 몫이다.

또 한 가지 소리 님을 힘들게 하는 건 체계적이지 않은 회사 운영 구조다. 

“문제는 회사의 체계적이지 않은 운영구조예요. 보통 회의를 통해 기획이 완성되고 디자이너에게 업무를 주는데 그런 게 없이 일이 막 떨어져요. 대표가 일을 막 던지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직률도 높아요. 제가 들어오고 나서 이미 절반 이상이 나갔어요. 보통 마케팅 회사는 기획자가 많아야 하는데 이 회사는 1명이에요. 얼마나 문제인지 아시겠죠? 심지어 제가 입사하고 1개월도 채 안 됐을 때 명함 디자인 업무를 줬어요. 디자인을 새로 하자고 해서 12개 시안을 만들었죠. 수정도 네, 다섯 번을 했어요. 처음엔 대표가 만족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다음주에 저한테 와서 ‘이거 너무 쓰레기 같아서 못쓰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너무 속상했죠.”

그래도 일의 보람은 본인이 했던 작업물이 많은 곳에 뿌려졌을 때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하고, 새로 창작하는 디자이너에게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쓰레기’라고 평가당했을 때의 참담함은 곧 자신의 자존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로지 그 즐거움과 보람으로 회사생활을 버티는데 디자이너로서의 자존감마저 무너지면 너무 힘든 일이 된다고 서글프게 말했다.

당연히 과로와 스트레스는 몸에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장염, 역류성 식도염에 시달린다. 소리 님은 덤덤하게 ‘장기는 포기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근골격계 질환도 당연히 심각하다. 목, 허리, 손목, 다리 안 아픈 곳이 없다. 

“아예 직종을 옮기지 않는 이상 똑같은 문제를 겪죠. 어디를 가도 똑같으니까요. 하다 정 힘들면 퇴사하고 다른데 들어가서 똑같이 스트레스받잖아요. 그렇다고 무급휴가를 회사에서 선뜻 내줄리도 없고요. 그러니 차라리 월급을 덜 받고, 덜 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예요.”

성소수자 노동자인 소리 님에게 직장 내 스트레스 문제는 더 복잡하고, 괴롭다. 단순히 스트레스 수준이 아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문제다. 그는 평균적인 틀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 회사라고 했다. 처음 다녔던 곳도, 2개월 짧게 다녔던 회사도 3년 가까이 일하는 지금의 직장도 마찬가지다.

“모든 회사에서 제가 들은 말이요, ‘게이처럼 굴지마라’였어요. 제가 첫 직장 다닐 땐 마른 체격이었거든요. 그때 저한테 ‘너는 너무 말라서 밤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성차별적 발언에 쉽게 노출됐고, 심지어 성소수자인지 집요하게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 사람이 모든 회사에 꼭 한 명씩 있었죠.

지금 직장에선 무슨 얘기까지 들은 줄 아세요? ‘너는 성소수자이고, LGBT¹ 쪽인거 상관없는데, 제발게이인거 티 좀 내지마라’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한 사람은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남성이에요. 사실 그 상황이 두렵기도 했죠. 아마 첫 직장이었으면 아무 얘기도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엔 무서운 것도 잊을 정도로 화가 났죠. 그래서 ‘내가 게이이건 말건 무슨 상관이냐, 지금 말한 거 불쾌하다. 그 말은 장애인한테 장애인 티 내지 말라고하는 것과 똑같다. 내가 만약 진짜 게이면 어쩔거냐, 말실수 했다고 생각하지 않냐.’라고 물으니깐 그러더라고요. ‘아직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다’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웃으면서 상황을 마무리하기 했는데, 그리고 나서 갑자기 그 상황이 무섭더라고요.”

성소수자 노동자들에게 직장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곳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곳이다.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언행이 대부분 직장에서 벌어진다. 사실 혐오와 차별, 배제는 약한 사람에게 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 님의 경험이 여성인 필자에게도 낯설지않다.

“어디를 가든 물어봐요. 여자친구 있냐, 결혼할 거냐, 결혼 생각 없냐. 계속 물어봐요. 여자친구 없고, 결혼할 생각 없다고 한번 말을 하면 안 해야 되는데 결혼이 얼마나 좋고, 여자친구가 있어야 하고 그런 설교를 해요. 심지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혹시 남자 좋아하냐고 얘기하는데 정말 스트레스예요. ‘아니 왜 여자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생각부터 들죠. 저는 굳이 애인이 있는지를 회사에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저보고 매정하데요. 인정머리가 없다고요.”

최근 결남출이란 신조어가 있다. 면접을 보는 구직자에게 ‘결혼, 남자친구, 출산’에 관해 묻는 면접관의 질문을 줄인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과정부터 직장생활까지 성차별을 당하는 대표적 예다. 그런데 성소수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마치 검열을 하듯, 세상이 정해놓은 평균을 강요하듯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그들에게 너무 쉬운 질문이지만, 소리 님에겐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질문이다.

“이거는 포괄적 문제죠. 여자면 무조건 남자친구가 있을 것이고, 남자면 여자친구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성애중심적이죠. 그리고 연애도, 결혼도 내가알아서 할 문제잖아요.”

소리 님은 커밍아웃²을 하지 않았다. 본인의 성정체성, 적적지향은 극히 개인적인 정보이고 사생활인데 그것을 굳이 회사에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최근 ‘게이 티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건을 겪은 후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최근에 하기 시작했다.

“최근 그 일을 겪고 나서 되게 무서워졌어요. 내가 게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게이 티를 내지 말았으면 좋겠단 얘기를 들으니깐 회사에서 커밍아웃 했을 때 엄청난 후폭풍이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은 드는데, 얘기해야지 편해지지 않을까 싶기도하고요. 그런데 후폭풍이 두렵죠.”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밝히는데 가장 큰 벽은 사람들의 차별, 혐오다. 문제는 그것이 일터 괴롭힘으로 작용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본인의 정체성으로 인한 따돌림, 협박, 반복적 지적, 비난, 조롱, 물품훼손, 신체적 폭력, 성희롱, 성폭력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 516명 중 41.7%(215명)에 달했다.



“성소수자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또 달라요. 차별적인 단어를 들었을 때 밝힐 수도 없고, 오히려 숨겨야 하죠. ‘게이들 너무 더러운 것 같아,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혐오/차별적 말을 듣고 심지어 맞장구를 쳐야할때도 있어요. 자기를 숨기고, 부정까지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는 정말 심각하죠. 그래서 우울증도많아요.”

그렇다면 성소수자 차별, 혐오 문제에 대해 정부관계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순 없을까? 하지만 소리 님은 있는 법제도 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은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제정했다.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성적 지향’을 포함해 동성애 차별 금지를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인권조례 등 자치규범이 있지만 최근 기독교, 보수집단 등에 의해 조례가 폐기 되거나 성적지향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있다.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이 후퇴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을 중단할 것을 한국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혐오, 차별, 폭력 없는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의 노력 또한 적극적으로 요구되는데 노동조합, 사회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물었다. 

“차별/혐오로 인한 폭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요. 일터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게 어느 정도까지 규제가 되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은 폭력이죠. ‘너는 게이처럼 굴지마, 여자처럼 굴지마, 남자처럼 굴지마, 화장하고 다녀’라는 식의 표현은 문제가 있는거잖아요. 언어에 대해 생각하고 조심하게 되다보면 행동도 조심스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일터에서 풀어내는 게 노동조합의 역할이지 않을까요.”

소리 님은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HIV/AIDS 감염인으로서 겪는 문제가 많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에이즈는 ‘죽음의 병’, ‘문란한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뒤엉켜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왜곡된 것이다.

“채용 건강검진, 직장 건강검진에 혹시 HIV/AIDS항목이 있진 않을까 두려움이 커요. 회사에 알려지면 어쩌지, 알려서 내가 해고되면 어쩌지. 그런 걱정을 많이 해요. 만약 입사 해도 계속 두려움에 떨어요. 감염인은 하루에 한번씩 약을 먹어야 하는데 낮에 복용할 땐 주변 눈치가 보여요. 몰래 숨어서 먹기도 하죠. 사람들이 ‘무슨 약이냐, 비타민이냐, 나도 달라’ 이렇게 얘기하기도 해요. 

약값 지원 문제도 심각해요. 대상은 늘고 있는데, 예산이 감소하고 있거든요. 약값을 선불로 내는 병원이 있어요. 그런데 예산이 부족해서 약값 환급금을 1년 뒤에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일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게 치료제 예산이예요. 예산이 부족하면 약을 못먹는 사람이 발생하게 돼요. 그러면 감염인수는 증가할 테고, 감염인이 크게 고통받게 되죠. 그런데도 최대로 잘 하는 게 현상유지예요. 아니면 심지어 예산을 깎기도 하고요.”

감염인을 터부시하고, 감염의 책임을 개인의 부주의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감염 사실을 알리기는 더욱 쉽지 않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모임에서 발행한 「행성인 회원을 위한 HIV/AIDS 가이드북」엔 10가지 에티켓 항목이 있다. 항목 중 가장 첫번째가 지지와 공감이다. 차별과 배제가 아닌 지지와 공감이 성소수자를, HIV/AIDS 감염인을 평등한 사회, 일터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 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의 울림은 크다.

“저는 사람들이 오지랖 좀 그만 떨었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 없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가득찬 오지랖이요. 오지랖을 필거면혐오와 차별 없이 상대방을 먼저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 각주

1)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transgender)를 가르키는 말로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단어다.

2)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로, 성소수자가 자기 주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특집2. 노동조합과 함께, 성소수자 평등한 세상으로 한 걸음 더! / 2018.05

노동조합과 함께, 성소수자 평등한 세상으로 한 걸음 더!

곽이경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


노동자들과 ‘성소수자 노동권’ 이야기를 하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주변에선 성소수자를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이건 어디건 정책이나 제도, 문화가 변화하려면 그 필요성이 두루 인정되어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조합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통로, 지지를 드러내는 사업, 실제로 제도를 바꾸는 과정, 연대의 경험이 쌓여야 한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성장과 함께 노동조합의 인식 변화도 그에 맞춰 필요성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성소수자를 위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대중조직이므로 성소수자 노동자도 그 일부이고, 이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의 요구를 모두를 위한 요구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커밍아웃하고 지지받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아래는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의 평등을 위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시들이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다

10여 년 전 한 전교조 조합원이 찾아왔다. 당시 차별 때문에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성소수자 학생을 돕고 싶어 성소수자 단체를 찾은 것이다. 나는 청소년 성소수자 편에 서고자 하는 그를 보면서, 교육노동자가 청소년 성소수자의 중요한 연대자이자 주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교조는 최근 성소수자 청소년을 배제하는 성교육 표준안에 반대하는 신문광고를 싣고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교육노동자라면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모든 일터에서 이런 실천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보건의료노동자라면 병원에서 성소수자 가족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HIV/AIDS(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감염인에게 필요한 의료기회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

입원 또는 수술을 앞두고 보호자란에 서명이 필요한 경우를 대부분 겪어봤을 것이다. 보호자 서명은 실제로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이것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에게 큰 벽으로 다가온다. 보호자 서명을 위해 먼 곳의 원가족이 급히 병원에 와야할 때도 있다. 언론노동자라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인권에 기반한 보도원칙을 세우는데 힘쓸 수도 있다.

성중립화장실 설치 요구도 노동조합의 요구가될 수 있다. 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와 연대해야 할까? 사람을 중심에 놓는 가치관이 자신을 바꾸고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과 모든 이들의 삶을 바꾼다.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드는데 노동자가 중요하다. 이것이 노동조합운동의 역할이다.


① 교육노동자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보자!

- 혐오와 괴롭힘을 당하는 청소년/학생 편에 서기

- 교사 및 학교 구성원을 위한 성소수자 인권교육, 성평등 교육을 진행해보기

② 일할 권리를 빼앗긴 에이즈 감염인과의 연대

- 채용시 검진을 포함한 직장검진에서 동의 없는 에이즈 검진 금지, 차별구제 노력

- 직장 내에서 에이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 진행

③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 만들기

- 성전환수술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및 병가 등 치료기간에 대한 지원. 성별변경 이후에도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교육 및 인

식전환 노력하기

- 채용시 굳이 성별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성평등 이력서 요구

④ 양성으로만 구분된 일터를 바꾸기

- 남녀화장실이나 탈의실, 휴게실을 성중립 공간으로 바꾸기 (개인 화장실, 탈의실 등)

- 유니폼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거나 성중립적인 유니폼을 제공하기

⑤ 가족 바깥의 권리를 보장하기

- 병원 등에서 가족만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제도를 바꾸기

- 기존 가족 중심의 각종 수당 및 복지 혜택을 가족 바깥의 사람들로 확대하기


커밍아웃이 가능한 일터, 지지받는 일터로의 변화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바람은 자신을 숨기지 않고도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다.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생활해야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할까? 일터가 변하려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생각이 먼저 변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성평등 교육 등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하여 교육하기 시작했다. 이런 교육은 더욱 확대 심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를 직접 만날 때 사람들의 인식은 많이 바뀔 수 있다. 민주노총은 작년 영화 <런던프라이드> 상영회를 성소수자 단체와 공동주최했다. 성황리에 진행된 이 상영회를 통해 우리는 보수적이었던 노동자들이 어떻게 성소수자를 이해하고, 연대로 나아가는지알게 되었다. 이후 전국 각 지역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단체들과 함께 상영회를 추진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수년 전부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2년은 기념 티셔츠를 만들어 전국 가맹·산하조직에 배포하고, 참가단을 꾸려 조합원과 함께 행진하기도 했다. 연대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기도 하다. 또한, 단위노조의 조합원이 나서서 성소수자 군인을 처벌하는 군형법 92조 삭제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연대성명을 조직하기도 했다. 작지만 큰 움직임이다.


① 조합원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 성소수자 노동인권 교육 진행하기. 또는 성평등 교육 등 정기교육에 관련 내용 포함하기

- 교육 진행시 성평등, 성인지적 관점을 견지하기

② 성소수자를 직접 만나고 연대하며 인식을 바꾸기

-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거나 이해를 넓히기 위한 사업 진행하기. 영화상영회나 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편견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

아가보기

- 성소수자들의 투쟁에 함께하기. 퀴어문화축제 참여 등 성소수자와 연대할 수 있는 자리에 함께하기.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현장에 연

명, 연대 등으로 함께 하기

③ 지속적인 캠페인으로 노동조합이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사실 알리기

- 성소수자들은 직장에서 커밍아웃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노동조합이 성소수자에게 열려 있고 이들의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

을 알려야 함

-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성소수자 동료를 지지하는 내용의 포스터나 리플렛 비치

-‘나는 성소수자 동료를 지지합니다’ 스티커 일터와 소지품에 붙이기 캠페인


성소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 되는 노동조합

민주노총은 2015년 사무총국 처우 규정 개정을 통해 동성 배우자 및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배우자에게도 가족수당을 지급하기로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무처 상근자들이 이 조항을 통해 가족수당을 받게 되었다. 이 사례는 사회단체 등의 규약개정에 좋은 선례로 남아있다. 물론 비혼 등 가족을 이루지 않는 이들도 함께 적용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노조 규약, 단체협약 등에 차별금지 규정을 넣도록 노력할 수 있다. 노조가 먼저 시작하면, 사회가 바뀐다.


① 단체협약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넣고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 때문에 배제되는 권리를 회복하기

- 직장 내 성폭력과 함께 혐오표현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 넣기

- 가족수당, 복지수당 등 이성애자 가족을 기준으로 부여되는 임금 및 혜택에 있어 평등을 실현하는 방법 찾기

- 단협에서 성소수자 가족들도 간병휴가, 가족돌봄휴가 등을 보장함으로써 현행법에서 배제된 권리를 노조가 먼저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 입사 공고, 채용, 교육, 회의 등에서 개인의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존중하고, 혐오 및 차별을 근절하기

② 노동조합 강령 및 규약에 성소수자 평등의 가치를 명확히 하도록 개정하기

공공운수노조는 강령에서 성소수자를 포함하고있다.“우리는 장애인, 노령자, 실업자,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옹호가 평등사회 건설의 바탕임을 인식하며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하고 인간존엄성 유지에 필요한 생활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한다.”

③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


성소수자 노동자가 주인공이 되는 노동조합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의 매력은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며 함께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에서도 여성과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노동조합의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노동조합에는 이 모든 사람이 함께 섞여있다. 민주주의는 ‘참여적 평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때 보다 확장되고 깊어질 수 있다. 참여적 평등이란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의사결정과 각종 실천의 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목소리가 더 작고, 존재감이 없고, 더 차별받는 사람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려면 더 각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참된 민주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과제를 지닌 노동조합이다. 더 다양한 조직, 평등한 조직, 이를 기반으로 단결하는 민주적 조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도 필요하고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성소수자 조합원이 모일 수 있는 당사자 모임을 지원하는 것, 성소수자들이 노조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할당제도 및 조직을 정비하는 것, 성소수자들이 걱정없이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무엇이든 시도해보자.


※ 이 글은 민주노총에서 발행 예정인 성소수자 노동인권소책자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