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2018.10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마포구 청소위탁업체 노동자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사람들은 더 사용할 수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쓰레기라 칭하고 버린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생활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51,247톤, 1인당 0.97kg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쓰레기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치워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거리 환경미화원들은 어둠이 내린 밤에만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의 유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9월 14일 오전 9시 마포구청 앞에서 피케팅 중인 그들을 만났다. 마포구 청소 위탁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인 이들은 민간위탁 폐지와 직고용 전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뷰는 배성훈 위원장, 신용진 조합원, 서복석 조합원, 김성민(가명) 조합원 총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건 작년 7월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배성훈 "주 6일 야간근무를 합니다. 지금보다 당시엔 10명가량 적은 인원으로 일을 했고, 작업량도 훨씬 많았습니다. 관리직 빼고 22~23명 정도가 근무했어요. 아무리 짧게 끝나도 평일 10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어요. 저희가 토요일 휴무인데 쉬고 출근하면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12~13시간 일을 해야 했죠. 게다가 관리자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죠. 하다못해 내 연차도 자유롭게 못썼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사측 탄압이 거셌습니다. 신입 직원 중 수습 하던 분들은 계약해지 당했고, 퇴사도 당했어요. 대부분 노동조합 가입을 하려는 분들이었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회사는 신규직원을 10명가량 채용했어요. 상대적으로 저희 조합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조합원이 8명이에요. 대표노조는 기업노조가 됐죠."


이들의 일과는 밤에 시작된다.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일요일 출근은 오후 4시 30분~5시에 하여 다음날 오전 6시~7시에 퇴근, 화~금요일은 저녁7시까지 출근해 다음날 오전 5시~6시에 퇴근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에도 한동안 유지되다 얼마 전부터 일요일 저녁 7시에 출근해 오전 6~7시에 퇴근, 다른 요일에는 밤 9시에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하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18년 1월25일)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경우 혼자서 하루 3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1805세대를 돌아야 한다. 5분에 쌀 한가마니(80kg) 무게에 이르는 폐기물을 쉼 없이 들어 올려야 겨우 일을 마친다.

휴일은 일주일에 토요일 단 하루다. 토요일 오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1주일 치 피로를 푸는 잠을 취하고 나면 출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 금세 돌아온다. 만약 토요일에 일이 있다 치면 그마저도 날린다. 사실상 이들에게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연속 야간근무를 해도 되는 걸까? 야간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가장 흔하게 수면장애, 우울과 불안, 소화기계 질병을 일으키고, 오랜 기간 야간 노동에 종사할 경우 뇌심혈관 질환과 암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럼에도 이들은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다. 서복석 조합원은 벌써 11년째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속 야간근무 개수, 야간근무와 다음 야간근무 사이의 간격, 1주일 및 1개월에 가능한 야간근무 일수 등 세부적 규제가 없다. 단지 임금가산과 보상휴가만 명시할 뿐이다.

김성민 "불면증은 당연해요. 생체리듬이 바뀌니까요. 정말 힘든 건 생명의 위협을 매일 느낀다는거예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데 말이죠."

서복석 "야간에는 시력이 저하돼요. 빛에 약해지죠.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오래 못 쳐다봐요. 별것도 아닌 거에 신경도 예민해져요. 잠도 많이 못 자죠. 자더라도 깊이 못자요. 사실 야간 일을 하지 말아야죠."


하지만 마포구청은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에 주민들이 냄새와 청결 문제로 낮에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밤에 하는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야간노동으로 겪는 문제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까지 단절된다.

배성훈 "가족 모임이요? 상상도 못하죠."

서복석 "친구들하고 멀어져요. 모임에 가서 술 한잔해도 일찍 뻗어요. 2차 갈 생각도 못하죠. 모임에 가서 심지어 졸아요."


아픈 몸과 사회적 관계 단절은 정신 건강까지 위협한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이미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김성민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요. 동일한 곳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사유서를 써야 해요. 누적되면 징계도 가능하죠. 회사에서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날아가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휴게시설이 근무지마다 있지 않아 지하철 화장실이나 빌라 주차장 뒤편에서 눈치 보며 갈아입는다. 어둡기 때문에 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회사 옥탑에 탈의실이 가건물로 하나 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거리가 멀어 불가능하다. 탈의실만 아니라 휴게실, 샤워실 등 필요한 공간이 없는 문제도 심각하다.

배성훈 "저희는 밥도 못 먹어요. 미화원 근무복을 입고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면 오물이 많이 묻어요. 냄새가 나서 식당을 못 가죠. 그래서 정말 배고픈 사람만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는 정도예요. 그러다가 저희가 문제 제기를 계속하니까 이제야 취업규칙에 있는 1시간 휴게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이들의 담당지역은 마포구인 상암동, 성산동, 합정동, 상수동, 창전동, 서강동 6곳이다. 유동인구도 많고 상업지구가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성훈 "상암동은 다 빌딩이라 무거운 게 많이 나와요. 100L 쓰레기봉투에 150L 양의 쓰레기를 담아 버려요. 그리고 농수산물 시장도 어려운 곳 중 하나예요. 거긴 쓰레기 압축기를 쓰거든요. 젖은 쓰레기를 100L 봉투에 담아 버리는데, 80~100kg 정도는 나갈 거예요. 둘이서 낑낑대며 겨우 들죠. 시장에 가면 그런 야채 쓰레기가 엄청 쌓여있어요. 제가 올해 1월에 거기서 수거작업 하다 청소차 회전판에 손이 껴서 부러졌어요."

김성민 "쓰레받기나 빗자루 사용은 엄두도 못내요. 일단 큰 마대자루를 땅바닥에 놓고 손으로 막 쓸어 담아요. 봉투에 잘 담겨 있으면 좋은데, 편의점 봉다리 같은데 넣고 안 묶어 두는 게 많아요."



마구 섞여 있는 쓰레기, 묶여있지 않은 봉투, 날카로운 것 등 위험 물질이 섞여 있지만 알 수 없는 상황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을 항상 위협한다. 무게 제한 없이 담긴 무거운 쓰레기 뭉치를 청소차량에 직접 들어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부상, 추락의 위험도 높다.

청소 차량 적재함에 쓰레기를 담고 발로 눌러 담으면 어느새 산처럼 높이 쌓이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한 번 실어 나를 때 무조건 많이 담는 게 중요하기에 무시한다. 전기선이 낮게 위치한 주택가를 치울 땐 긴장하게 된다. 밤이라 잘보이지 않는 전깃줄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추락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재함에 올라타 있다가 전깃줄에 얼굴이 걸려 입이 찢어진 동료도 있다.

배성훈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사망 사건이 많이 생겼죠. 마포구청에 불법 아니냐고 물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고요. 결국 신문고에 올려서 떼게 했어요. 그런데 다른 업체는 발판을 다시 붙여서 매달려 일하더라고요. 저희는 걸어 다녀요. 조금 거리가 있으면 운전석 자리에 탑승해요. 걸어 다니는 게 훨씬 안전해요."

이처럼 사고의 위험도 높고 중량물 취급의 반복 작업을 해서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산재처리는 꿈도 못 꾼다. 공상처리라도 해주면 다행인 현실이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회사에 얘기했더니 인정 못 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마포구청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노동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마포구와 업체를 상대로 민간위탁이 아닌 직고용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를, 조합원 상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청은 올해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행하고 나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징계처분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코 노동조합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배성훈 "청소 노동자들에겐 안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진 항상 위험을 강요받았어요.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안해야 해요. 야간근무는 매우 위험합니다. 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가 많아요. 그리고 민간위탁 형태는 업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인원수를 줄이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요. 전문 경영인이 보다 나은 서비스와 질을 제공하기 위한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죠. 사실 소수 몇 명을 먹여 살리는 게 민간위탁입니다. 다수의 노동자들을 죽여가면서요."

김성민 "저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일해요. 만약 구청 소속이었다면 험한 상황에서 최소한 한 시간이라도 작업중지 시켰을 거예요. 저는 저희가 하는 이 일이 공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제대로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노동자들이 어떤 건강 문제에 처해있는지도 제대로 연구되고, 조사되면 좋겠습니다."

신용진 "우리가 다 같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하면 조금씩 변화할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비록 소수노조지만 회사도 분명 우리 눈치를 보거든요. 함께 뭉쳐서 바꿔내는 게 우리 힘의 원천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어요."

서복석 "전국의 청소노동자분들 현실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들다면 과감히 건강을 꼭 먼저 챙기시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 2018.08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활자, 그 너머에서 배우다 

윤상일 보건의료학생 매듭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89


스스로를 '노동'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단어가 주는 불온하고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애써 '일', '일하는 사람'이라고 바꿔 부르곤 했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두꺼운 교과서와 수많은 강의록에 허우적대며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 노동과 더 멀어졌다.

그러다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느 한 책 덕분이었다. 그 책의 저자는 우리네 사회는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고 있으며, 때로는 일터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반올림, 원진레이온 등 사례를 설명하며 '어떤 학자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에 설득이 되어, 이후 학내 동아리에서 같이 책과 뉴스 기사를 읽으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보건의료학생 매듭에서 여름방학에 건강현장활동¹⁾ (이하건활)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2주밖에 없는 방학 중에 6일을 바쳐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포스터에 적힌 '학교와 병원에만 있으면 알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에 설득되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신청했다.

건활은 글이 차마 담아내지 못한 현장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현장은 글을 통해 접한 것보다더 열악했다. 지난 6월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인천남동공단에서 노동자 119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단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수는 없어, 모든 장면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담배꽁초와 숨 막히듯 더운 공기는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는 듯했다. 특히 시안화나트륨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는 쓰레기통은 두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았다. 불과 1달 전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말이다. 쓰레기통 하나만으로도 인천남동공단이 위험 물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이든 기사든 필자가 현장에 오기 전 접한 글들은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공한 결과물이었다. 웹툰 『송곳』과 인천공항 노동자들에 대한 사전 세미나를 통해 노동조합과 그들의 현실을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가서 들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글보다 더 열악하고 복잡다단했다. 수북이 쌓인 정체를 모르는 먼지들, 노동시간 52시간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겠다며 공항 공사에게 억지로 강요당한 12조 8교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어떻게든 임금을 최소한으로 주려고 하는 공항 공사의 지능적인 꼼수.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불건강에 기여하고 있었다.

현장의 이 모든 열악한 환경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생기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 찾아가기 전 사전 세미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고(故) 박선욱 간호사 자살 사고는 태움이라는 기이한 일터 문화와 간호사 인력 부족이, ST유니타스 웹디자이너자살 사고는 과로를 조장하는 포괄근로계약이 문제였다.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는 하청업체에 가해지는 낮은 단가의 압박, 부족한 위험 물질 관리 및 규제 제도와 원청 처벌의 부재가 문제였다.


한번은 휴식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노동자가 건강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론은 뻔했다. 생명보다 돈과 이익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구조가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뒤엎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자조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나눴다. 덤으로 '4차 산업혁명이 노동 구조를 바꾸면 노동자들이 더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친구들과 나눴던 말들이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자는 말은 한편으로 공허한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구조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인 대안은 막막하다. 2년여 전 파견직 노동자 6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실명했을 때도, 노무사 선생님들은 원청을 처벌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쳤다. 

피해자 중 한 명은 UN 인권이사회에 가서 원청과 정부에 책임을 요구한다는 발언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 심지어 같은 공단에서 시안화수소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분명해 보이는 대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학생 입장에서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이들의 외침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문제에 대해 경제 · 사회 · 윤리적 측면의 광범위한 교육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심지어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진행한다고 한다.²⁾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을뿐더러, 노동권 교육시간을 제외하면 노동이라는 표현을 수업시간에 듣기도 힘들다. 대학교에 오면 사정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대개 보건의료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학교가 시키는 것들을 꼬박꼬박 잘 지켜가며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애초에 이런 학생들이 노동권에 관심이 별로 없고, 혹시나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사회과학동아리에서 알아서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내과 강의시간에 대사성 산증이 다뤄진 적이 있다. 그 시간에는 대사성 산증의 원인, 기전, 표준 치료 등에 대해 배웠다. 교수님은 "메탄올에 의해 대사성 산증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몰라도 된다"며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병원 안에서는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병원 밖, 피해자분들께는 틀린 말이다. 2년 전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 1달 전 시안화수소 중독 사고 피해자분들 모두 대사성 산증으로 아파해야만 했다.

대사성 산증 강의 삽화에서 알 수 있듯, 의학 교육은 (적어도 필자의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과학적 측면에서만 이뤄진다. 의학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려는 사회 의학도 엄연히 의학의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존재하지만, 과학적 의학만을 진정한 의학이라 생각하며 교육하는 의과대학의 입장에서 사회 의학은 잊혀 버린 옛 이론일 뿐이다. 필자는 의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이 지금까지 발전한 데에는 과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학적 의학만이 의학의 전부가 아니며 의과대학에서 사회 의학도 과학적 의학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요즘 보건의료학생에게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병리학의 아버지,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Karl Virchow, 1821-1902)가 했다고 말해주면 믿을까? 1848년 초, 상부 실레지아 지역의 직조공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유행했다. 이에 당시 유능한 의사였던 루돌프 피르호는 현장으로 가서 머물면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전염병의 원인으로 빈곤을 지목하며, 노동을 해도 노동자의 몫에 돌아가는 돈이 적은 현실을 비판하고,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는 대목이 나온다. 훗날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세균설이 입증되면서 당시의 전염병이 Rickettsia prowazekii라는 균에 의한 발진티푸스임이 밝혀졌지만, 루돌프 피르호의 주장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학생들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결국은 교육이다. 교육이 바뀌고 보건의료학생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진부한 대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고 아픈 노동자의 곁에 선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인이 과학 교과서 너머, 활자 너머의 현장과 연대하는 사회가 오길 꿈꿔본다.

* 각주
1) 건강현장활동은 보건의료학생 매듭이 기획하는 활동으로, 건강할 권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5박 6일 간 산업 재해, 의료민영화, 여성 건강권, 노동 건강권 등에 대해 세미나를 하고 현장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올해 건강현장활동에서 노동,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사망사고, 반올림, 인천공항 교대제다. 현장활동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먼저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눈 다음, 현장에 찾아가서 선전전이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2) 김소연, 『"한국 노동교육 전무…독일 초등학생은 단체교섭 배워"』 한겨레, 2012년 11월 18일



현장에 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형섭 보건의료학생 매듭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수많은 사람이 있고,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병원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원인이 존재한다. 책이나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지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현장은 방문하지 않으면서 그에 관련한 뉴스만 들으면서, 학업 때문에 바쁘거나 해서 지칠 땐, 잠시 귀 기울이는 것을 멈추기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부심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 이런 이슈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희는 이번 건강현장활동에서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와 ST 유니타스 과로 자살 대책위원회, 반올림, 인천남동공단, 인천공항,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 등과 연대하였고 먼저 아산병원에 찾아가 선전전을 진행하였습니다. 병원은 으리으리하였고 그에 맞게 수많은 환자가 붐볐습니다. 병원이 크니깐, 게다가 아산병원이니깐 환자들은 병원의 의료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지만 정작 의료진들이 인력 부족에 의해 그에 따른 "태움"에 의해 고통 받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리플렛을 나눠주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면서 매우 놀란 시민분도 있었고, 같이 아산병원을 욕하면서 공감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저만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고,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있으니 알 턱이 없었고, 알기만하고 행동하지 않았던 내가 위선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은 스트레스 조절을 못 한다거나 우울증이 있었다는 등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간호사의 수련기간도 부족하고 수련을 담당할 인력 역시 부족하게 된다면, 감정적 스트레스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받는 사람과 교육하는 사람 모두 고통스럽게 됩니다. 게다가 아직은 본인의 일에 익숙지 않은 간호사가 현장에 투입되게 된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면 신규 간호사는 환자에게 해가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의료인으로서 효능감은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구조의 문제입니다.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범인은 병원입니다. 추모의 의미로 보라색 리본을 육교에 묶으면서 보이는 병원이 과연 생명을 살리기만 하는 곳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력 부족과 직장 내 괴롭힘, 과로의 구조에 갇혀 사는 의료인들을 포함한 병원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사실 한국의 모든 노동자가 이러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라면 독서나 영화감상과 같은 취미생활은 사치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여유롭게 보낼 시간은 당연히 없고, 밤새워서 일하기도 하고 휴가 반납하기도 하면서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도 다 버티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프레임에 갇혀 살진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 구조가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돼서 굳건히 존재하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는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삼성전자, 조정위원회와 반올림이 중재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1023일의 긴 농성이 끝난 현장이었습니다. 저희를 비롯해 많은 연대 단위들이 같이 발언하고 반올림 분들과 같이 지난 농성했던 순간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날에 함께하게 되었고, 저는 그날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지난한 싸움을 해온 현장이 있었는데, 그리고 그러한 현장 역시 알고 있었는데, 왜 난 바쁘다는 이유로, 과제가 많단 이유로 같이 농성장 지킴이를 많이 하지 못하였고, 그들과 공감하지 못하였는가. 승리의 기쁨을 같이 나눌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문화제에 다녀온 후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가 될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출되어 이익이 침해할 수 있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나와 아직 세상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 기업의 편이라는 생각이 너무 들었습니다. 언제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한다는 것, 생명 없는 이윤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세상이 알까요.

반올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인천남동공단을 방문하여 선전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인천남동공단에선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마비가 되거나,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갔고 왜 자신이 아픈지 모른 채 자신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공단 내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면서 주변의 공장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얼핏 봐도 안전관리가 부실한 작업환경에 놓여 있었고,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파견근로 하는 노동자들로 자신의 안전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작업환경 측정하는 기업조차도 관련 사업장들과 관련이 되어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파견업체, 하청업체, 원청업체, 정부 그 무엇도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고 방기했습니다. 파견업체나 원청은 작업장 탓으로 돌리고, 하청업체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 장비나 화학약품 등을 갖추지 않고,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하지 못하였고 하청업체들이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하게 하도록 만든 환경 역시 방치하였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자본이 낳은 파견과 하청의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이윤추구에 힘쓰도록 만든 것이죠.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사업장 자체의 잘못도 크지만, 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인천공항에 방문하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전전에 동참하였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공항에 찾아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며 선언했었기에 저는 잘 되겠거니 하고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으나 실상을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아직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진행 상황은 더디고,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을 진행하며, 아직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차별은 심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노동자들은 12조 8교대제와 같은 비인간적인 교대제에 처해있고, 대부분 4조 3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교대제는 없듯, 야간근무를 하여도 제대로 된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두 겨우겨우 일하며 24시간 공항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주 52시간 근무제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교대제 근무를 하시는 분들의 일하는 시간은 단축하되 인력은 충원하지 않아 훨씬 더 고된 강도의 노동환경에 처할 위기입니다.

현장을 방문해보니 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공항에 가면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들어 싱숭생숭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분들은 생각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방문하고 왜 우리가 공항을 갈 때마다 깨끗한지, 수화물이 처리되는데 착오가 없는지, 승강기나 무빙워크를 이용할 때 고장이 없고 고장이 나도 빠르게 고쳐지는지,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공항 내 위험 상황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덥거나 춥지 않고 탑승 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지, 이착륙 시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한 비행이 되도록 활주로가 정리되어 있는지 등 우리가 지나쳤던 모든 노동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가 누리는 시설에서, 제품에서 지나쳐왔던 노동들이 있겠죠.

이런 수많은 노동자가 그러나 같은 직장에서 노동해도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당하고 교대제에 의해 불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역시 잘 몰랐습니다. 알아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였고, 저의 일로 와 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현장에 와 봐야 이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 역시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비정규직이라는 값싼 노동력으로 사람이 치환되고,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 안전관리 역시 미흡해 수하물 관리하다가 벌레에 쏘여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분진에 의해 폐암이 생기고, 노동 강도도 높아 골병이 드는 등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었습니다. 공사로서 타 기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비인간적인 교대제를 적용하는 등 노동자 착취에 모범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 때문에 다치고 아팠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아프게 한 구조를 살펴보면 얼마나 자본이 치밀하게 일터에 들어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짜왔는지, 이런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병원의 규모나 병상수에 따라 필수 의료 인력을 정해두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도록 기업보다는 힘없는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산재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장이나 기업이 하도록 해야하며, 영업기밀이라며 공장이 작업환경을 숨기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업장을 찾아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이를 보장할 수 없는 사업장들을 돕기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해주거나, 하청업체끼리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원청의 하청 후려치기를 막는 규제를 두고,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작업환경이나 안전 문제를 원청에도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작업환경측정 역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부족한 인력 역시 충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노동자들은 결국 더 아파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얼마나 자본주의가 사회에 요구하는 이윤 중심, 효율 중심의 사고에 갇혀왔는지 반
성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어떤 가치를 우선 시 해야 하는지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강한 삶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은 일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일과 일 이외의 삶이 공존하는 삶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들은 일할 때도 자신이 어디서 무슨 약품이나 기계를 다루면서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어느 시간에 어느정도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그에 합당한 것을 넘어 일 이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몸을 버리고 죽어라 일해야 겨우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일에 효능감을 느끼며, 건강권을 보장받고, 결정권과 통제권을 지닌 주체적인 노동자 말입니다. 이렇게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가 변해야 모두가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과 일터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다녀온 후 전 정말 안일하게 살아왔음에 반성하였고,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적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건강한 그 날까지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ST 유니타스 간담회를 다녀와서

이지연 보건의료학생 매듭

이번 2018 건강현장 활동에서는 주로 여성 건강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다루었고, 몇 개의 현장을 방문하여 간담회를 갖기도 하고 직접 현장에서 연대하기도 하였다. 이 중에서 ST 유니타스 간담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ST유니타스에서 과로로 인해 자살한 웹 디자이너 故 장민순 씨는 회사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과로로, 일주일에 연장 근로했던 시간이 법으로 정해진 기준인 12시간이 넘는 주가 ST 유니타스에서 근무한 총 129주 중의 46주가 되었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회사에 입사하기 전 거의 완치되었던 우울증이 재발하게 되었다. 우울증 악화로 휴직하고 돌아온 고인에게 회사는 총 4명분의 일을 맡겼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 외 시간에 연락하거나, 수당도 주지않는 업무 참여 여부를 인사 고과 등에 반영하는 등, 직장에서의 갑질도 비일비재하였다.

이런 상황 뒤에는 특정 법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 최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월 69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시킬 수 있는 탄력 근무제로 인해 노동자는 연장 근로와 야근을 매우 압축적으로 하게 되었다. 단적으로, 고인의 경우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 비중이 18%가 되었다. 하지만 고인의 연봉 근로계약서에는 이미 주당 16시간이 연장근로수당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미 이 자체로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는 이러한 포괄 임금제로 인해 만성적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근무환경에 못 이겨 자살을 한 직원에 대해 회사는 과로 자살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고인은 이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우울증이 거의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것을 개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치부했다. 이러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하루 최장 노동시간을 법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의 연락을 지양하도록 해야 하고 과도한 업무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 2018.07

입사 6개월 만에 폭삭 늙는

신규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

이이령, 운영집행위원/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지난 6월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수명은 모르긴 몰라도 한참 줄어들었을 겁니다. 1차전 스웨덴과의 시합 전 결의에 찬 당당한 표정은 두 경기를 내리 진 1주일 만에 폭삭 늙고 지친 표정으로 변했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직무스트레스는 너무 심해 감독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무도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엉뚱한 연상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에 폭삭 늙어버린 신태용 감독을 보고 나니, 저는 특수건강진단 문진을 할때 만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생각 났습니다.

신규 간호사 대상 특수건강진단

#1. 23세 여성 신규 간호사인 김신규(가명)가 ‘배치전 건강진단’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온다. 아직 근무시작 전인 그녀는 학생 때 보고 들은 병원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에 대한 신기함과 기대감이 있는 밝은 표정이다. 어디 아픈 데 없이 튼튼하다고 한다. 나는 야간근무, 교대근무, 직무스트레스 등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건강 영향에 설명한 후, 잘 지내고 6개월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하였다.

#2.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 문진으로 만나게 되는 김신규 간호사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6개월 전과 다르다. 얼굴의 모든 근육엔 힘이 없는 듯한 무표정으로, 졸린 듯 눈은 반쯤 감긴 상태로 돌을 얹은 듯 축처진 어깨를 겨우 끌고 터벅터벅 들어와 의자에 풀썩 앉는다. 심하다고 느끼는 신체 증상엔 피로감, 눈 충혈, 팔 · 다리 · 어깨· 허리 통증, 하지 부종, 소화불량, 불면증 및 불규칙한 생리 등이 있고, 모두 입사 후 생긴 증상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증상 백화점 수준이다. 증상과 근무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제야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는지, 여러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조직적 · 개인적 해결책을 나름 얘기해주지만, 그녀의 조건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선다. 그래도 진료실을 나가는 표정과 발걸음은 들어올 때 보다는 그나마 낫다. 내가 해결해준 건 하나도 없지만, 짧지만 얘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故 박선욱 간호사도 신규 간호사였다

위의 내용은 특수건강진단 시 흔히 만나게 되는 신규 간호사의 사례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을 하다 보면 여러 업종의 노동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직군은 50대 남성 경비 노동자도 40대 여성 급식 조리 노동자도 아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린 입사 후 6개월가량의 신규 여성 간호사들입니다.

지난 2월 고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것도 신규 간호사로 근무한 지 약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취직하기 어려운 요새 세상에 대학 병원 간호사면 안정적이며 월급도 괜찮은데, 남들 다 참으며 잘 다니는데 그걸 못 참냐며, 적응을 못 하는 개인 탓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움’, 부족한 교육, 병원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고강도 장시간 노동, 생명을 다루는 업무 스트레스, 회사 내 지지체계의 부족 등의 여러 구조적 문제는 신규 간호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이 40%에 육박하는 국내 현실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온갖 곳이 아픈 채로 회사에 다니거나, 견디지 못한 채 퇴사하거나, 퇴사도 어려워 급기야 삶을 마감함으로써 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으로 입사 6개월 만에 표정이 없어진 채 몸과 마음이 폭삭 늙어버리는 것은 김신규 간호사, 故 박선욱 간호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신규 간호사들 이야기일 것입니다.


해결은 가능해야한다

이런 상황을 신규 간호사 혼자 해결하긴 어렵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야간노동자 특수건강진단으로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주체적이며 집단적으로 고민하고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간호사의 임신순번제, 장기자랑, 야간근무 수당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되어 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병원을 바꾸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 사례, 민주노총 의료연대를 비롯해 간호사단체 · 개별 간호사 및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하여 활동하는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 등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서울대병원 등 여러 노동조합처럼 지속해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노동자들만 노력한다고 완전히 해결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노동시간 특례업종입니다. 교대·야간근무를 하는 보건의료노동자는 건강 측면에서 노동시간이 오히려 더 짧아야 하며, 유럽 등 대부분의 해외에서는 보건업도 노동시간 규제의 예외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간호사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법 · 제도적 변화는 가능하며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학교와 병원도 신규 간호사 교육의 내실화, 직무스트레스 및 감정노동관리, 이직률 감소를 위한 정책 그리고 학생 때부터의 노동안전보건 교육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체념 · 이직 · 퇴사 그리고 죽음 이외에, 가치 있고 즐거운 병원 간호사 생활은 실현 가능한 목표이며, 같은 병원 동료로서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언론보도] 인건비 떼어먹는 '보도방'까지... 대한민국 IT산업의 민낯 (오마이뉴스)

인건비 떼어먹는 '보도방'까지... 대한민국 IT산업의 민낯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했는가 ⑥] IT 노동자의 그림자

18.05.06 14:59l최종 업데이트 18.05.06 14:59l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대한민국은 IT 강국" 이란 말을 숱하게 들어왔을 것이며, 이런 자긍심으로 살아가시는 분도 많다. 대한민국의 경쟁력, 우리 산업의 중추는 바로 IT산업이고 나는 그 복무자라고 말이다. 많은 이들은 이 산업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준비를 하며, 일자리를 찾고, 또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참 좋은 일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의 '느낌'이다. 정말로 실상도 이러한지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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