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4.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은 어떠한가 / 2018.06

청소년 노동자의 건강권은 어떠한가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부산지역 10대 청소년 노동자 인터뷰

이숙견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올해는 15세 문송면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2018년 문송면처럼 노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청소년 노동자들은 어떠한 노동을 하는지, 어떤 문제와 고민에 직면해 있는지 지난 531일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만 17세이고,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청소년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청소년 인권운동가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었나요? 

"여러 일을 했어요. 14세 때에는 전단지를 주로 했었고, 그 이후에는 편의점 일을 많이 했었어요. 그 사이에 찜질방 일도 했었고요. 기간은 편의점은 2년 정도, 찜질방은 2개월, 전단지는 6개월 정도 했습니다. 단기 알바로 하루 동안 떡 공장에서도 일했어요." 

일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독립된 저만의 비상금을 어릴 때부터 모아두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고요, 나중에 탈 가정 이후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했어요. 사람이 숨만 쉬어도 돈이 들잖아요. 최근까지는 활동하면서 드는 비용 때문에 알바를 했었어요. 지금은 안 하고 있습니다." 

일할 때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찜질방에서 했던 일을 말씀드리면 저녁 8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8시에 퇴근했어요. 야간 12시간 근무가 기본이었는데 주간 작업자랑 교대를 원래 근무시간 30분 전에 하고 퇴근을 30분 늦게 했어요. 일찍 오지 않으면 눈치를 줬어요. 저는 주로 카운터를 보느라 금액 정산하고, 손님들에게 입장권 끊어 주는 일을 했어요. 일이 고되기 보다는 밤새 계속 깨어있어야 하고, 불편한 의자에 12시간 내내 앉아 있을 때 힘들었어요. 게다가 8월 한여름에 일했는데 카운터라 에어컨 없이 일했어요. 아르바이트에게 맡기면 안 되는 일도 시켜서 여러 개 찜질방에 들어가서 온도 조절하는 일은 했는데 그때마다 약품이 이상해서 그런지 냄새도 많이 나고 오래 들어가 있으면 머리가 아팠어요." 

그밖에 월급이나 휴일 등 노동조건은 어땠나요? 

"찜질방은 주말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휴일이 이틀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일해도 월급은 겨우 120만 원을 받았고요. 그때가 2015년인데 최저임금에도 모자랐고,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이었는데도 야간수당, 주휴수당은 당연히 없었어요. 상여금도 없었고 근로계약서 작성하자고 3번 이상 말했는데 결국 안 써줬어요. 한 달은 하루 12시간씩 밤에 일했는데 낮에는 인권단체 활동을 하느라 잘 못 쉬었어요. 평소에 일할 때도 4시간 동안 쉬는 시간이 없었어요. 저녁도 알바비로 알아서 먹었어요. 이렇게 두 달 정도 하고 그만뒀어요." 

일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다들 이러한 노동환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찜질방 일도 만 18세 이상만 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서 했었거든요. 사장님들도 다 알아서 자기들이 불법을 저질러도 신고 못 한다는 걸 알아요. 편의점에서 일했을 때는 점주가 직고용을 안 하고 직영 노동자가 무슨 일 생기면 땜방으로 부르는 거예요. 한 달에 3~4번 정도 그렇게 2년을 했으니까 사실상 단기도 아니고 고용된 장기 알바라고 보는 게 맞죠. 제가 20살이었으면 고용을 했을 텐데 청소년이라 고용시장에서 배제되는 거예요. 이렇게 청소년들이 배제되니까 편의점뿐만 아니라 알바 구직 사이트에서 청소년 알바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사람이 기피하는 일자리 (제일 싸고, 제일 부려먹을 수 있는 곳)만 있어요." 

믿을 수 없었던 노동환경도 있었나요? 

"떡 공장에서 단기 알바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떡 사먹지 마세요. 위생적이지 못해서 구정물같은 데 떡을 씻고 정말 더러웠어요. 대부분 알바생들이 처음 여기를 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고 오는 거죠." 

일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점이 있었나요? 

"제 이름으로 안정된 고용 계약을 할 수 없었던 점이 제일 어려웠어요. 옛날에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모동의라는 제도를 뒀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족쇄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집안 문제로 탈가정, 탈학교를 했는데 '부모님 동의서''학교장 동의서'를 받아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 이상하고 불필요한 점이 많아요. 이렇게 되니까 일을 못 하게 막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안전하지 못한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린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생기거나 불이익당했을 때 신고를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거든요."

 반대로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있나요? 

"(단호하게) 없었던 거 같아요. 그나마 좋았던 기억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지나서 폐기해야 하는 밥먹었을 때? 근데 그것도 먹을 수 있는 게 그날 그날 다르거나 아예 없는 날도 있어서 그럴 때는 굶었어요."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적도 있었는지요. 그럴 때 대처는 어떻게 했나요? 

"아픈 경우엔 사장님한테 자기 관리를 못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던 거 같아요. 아플 때도 당연히 일했어요. 한 번도 도움을 줬다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요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일하다 사망하거나 자살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 알고 있나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 그분이 정말 죽는 거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잖아요. 제대로 된 노동/안전교육도 한번 못 받고 숙련도가 낮고 어리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이 혼나고 그랬겠어요. 게다가 학교에서는 아무리 일이 힘들다고 해도 못 그만두게 하잖아요. 저는 그게 가장 문제라고 생각해요. 너희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그만두면 내년부터 이 회사로 후배들 실습 못 보낸다 그런 말을 들을 때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해결하려면? 간단하죠. 업체 관리를 계속하는 거, 취업률을 중심으로 학교를 평가하지 못하도록 해야죠. 이런 문제 때문에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거잖아요. 그리고 노동법 교육이 과목으로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법 교육이 안 되니깐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내가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조차 막막해하거든요." 

1988년에 온도계에 수은을 주입하는 일을 하다 사망한 문송면이라는 노동자가 있었어요. 이분이 올해로 돌아가신 지 30년 되는 해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 집회, 문화제, 토론회 등 개최하고 있는데 30년 동안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소년 노동자 건강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직고용과 고용 확대라고 생각해요. 노동하지 않아도 잘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떻게 일을 하지 않고 잘 살겠어요? 청소년 복지가 잘 되어있지도 않고, 기본소득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다 고칠 수는 없으니깐 청소년의 노동시장 진출 확대가 필요하고, 청소년 노동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더불어 청소년이 많이 일하는 직종을 분석해서 감시할 필요가 있고요." 

얼마 전 전국특성화고졸업생 노동조합이 설립되었고, 청소년 유니온, 알바노조 등 청소년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여러 조직 등이 있는데요. 노동조합이나 이러한 조직체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청소년노동의 노동환경과 건강을 위해선 해야 할 역할이 뭐가 있을까요? 

"노동법 교육 정말 중요하죠. 입시 과목에 노동법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알 거 같아요. 지금은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 상담받을지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청소년만을 위한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담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청소년 노동 활동가들이 자발적이고 계속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노동 활동가의 존재는 정말 중요한데 운동조직에서도 정규노동이 아닌 형태로 차별받거나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글쎄요. '그만두고 나와도 괜찮다.'라는 말과 '우리 존재 파이팅'이요. 대부분 청소년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청소년은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미 평일에 학교에 가고 주말에 알바하는 청소년이 많고 생계가 아니더라도 알바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에 노동한다는 것은 나만의 경제적이고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모르는 거죠. 너무 극단적으로만 생각하는 거예요. 경험 아니면 생계중간이 없는 거예요. 비청소년들도 노동을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인거처럼 청소년도 노동 하는데 수많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현장의 목소리] 알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2016.6

알바 노동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장



2013년에 출범한 알바노조는 당시만 해도 "야 거기 알바!"로 불리며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며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알바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싸움을 하며 만들어온 노동조합이다. 알바노조가 꾸준히 싸워온 덕분에 "그게 가능해?"라고 했던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전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시기 알바노조가 현장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리고 오는 6월 2017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지금, 어떠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일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을 만났다.


▲  알바노조 최기원 대변인


- 본인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알바노조 대변인 최기원입니다. 대변인이 있는 노동조합이 드문데 언론이나 정치적인 역할을 중요시 하는 노동조합이다 보니 대변인이 있고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 저 또한 이전엔 알바는 그냥 용돈을 벌기 위해 혹은 사회 경험을 하는 과정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제일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고 얘기했던 것이 사회적으로 더는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 노동자'로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알바 노동자가 용돈을 벌기 위해서든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서든 어떤 이유로든 근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지 않는가. 그럼 그에 따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의 권리는 늘 제자리에 있다는 데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처음엔 알바연대를 만들고 이후 노동조합 창립까지 이어졌다."


- 아무래도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 조합원들이 하는 일이나 업종이 굉장히 다양할 것 같다.

"저희 조합원들은 주로 알바를 채용하는 요식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요즘엔 워낙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서 콜센터, 건설일용직, 학원 강사, 택배 노동자 등에도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다. 


알바노조가 다른 노동조합과 또 하나 다른 특징이 있다면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보니 조합원들의 업종이 바뀌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알바노조엔 지금 당장은 알바 노동자가 아니어도 알바 경험이 있거나 알바를 할 기회도 많이 있는 대학생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겪는 부당한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여러 사례가 있는데 최근 알바노조가 주목하고 있는 사례는 맥도날드 '45초 햄버거'와 '17분 30초 배달제'다. 지금 맥도날드는 햄버거 주문을 받으면 45초 이내에 만들어서 내보내야 한다. 배달 주문의 경우 접수부터 배달까지 17분 30초 안에 마쳐야 한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들이 촉박하게 일을 하니까 라이더(배달 노동자)들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전부 노동자 과실이라고 한다. 햄버거를 빨리 만들다 보면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는데 팔토시나 장갑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


알바 노동자들 사이에서 맥도날드는 그나마 시급을 잘 지켜서 주는 곳이라 "돈 벌려면 맥도날드 가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마저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방치하는 상황이다 보니 알바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마음 편히 일할 수가 없다.


- 알바노조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최저임금 1만원인 것 같다. 어떻게 1만원 요구가 만들어진 것인가?

"최저임금 1만원은 엉뚱하면서도 굉장히 도전적인 의제였다. 처음에 1만원을 제기했을 당시 시급이 4860원이었는데 적어도 2배는 인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 1만원을 요구하게 되었다. 여러 연구결과나 자료들을 검토해 보니 OECD 가입 국가들 최저임금이 평균 1만원 가량 되었다. 


최근 미국의 경우 연방 최저임금이 8.5달러인데 주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곳이 있다. 한 곳에선 조례를 통해 15달러로 인상했다.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 dollar)이라는 최저임금인상 시민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의 국가 경제 규모나 1인당 GDP 등 조건을 봤을 때 지금의 최저임금은 굉장히 낮고 1만원은 가능하다고 봤다.


- 지금은 워낙 사회화가 되었지만 처음 1만원을 제기했을 당시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영세 자영업자들 부담이 높아지는 부분을 어떡할 거냐, 알바들 다 잘린다, 이런 반론들이 있었다. 알바 노동자 당사자들도 사장님과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사실 영세 자영자가 힘든 이유는 인건비가 아니라 높은 임대료, 프랜차이즈업체 본사에 납부하는 수수료 등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금의 경제 환경을 바꿔야 하고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고용률이 떨어질 거라고도 하는데 해외 여러 사례를 보더라도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해고가 늘어나거나 고용률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인상은 알바 노동자의 생계 문제를 넘어 사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처음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선(시급1만300원, 8.5유로) 이른바 저임금 나쁜 일자리가 20만800개 줄어든 반면 사회보험 적용도 받는 좋은 일자리는 71만3000개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 또한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었지만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보고는 없다.


- 그래서일까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알바노조에서 볼 때 어떤 지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현재는 노동자측, 사용자측, 공익위원 각각 9명씩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해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때 사용자측은 매번 동결을 주장하고 노동자 측은 1만원을 요구하면서 대화가 잘 안 되고 끝에 가선 매번 파행으로 치닫는다. 그럼 공익위원이 중재하면서 안을 던지고 대체로 그 선에서 최저임금이 관철된다. 결국, 이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되는 꼴인데 이분들은 고용노동부가 추천하는 인사들이다. 그렇다 보니 대체로 노동자들 권리에 대해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분들이 다수다. 전체 노동자 중 1/5이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데 대표성도 없는 고용노동부 추천 인사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비민주적이고 파행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알바노조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이 불안정 노동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최저임금 자체가 자본과 노동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역학관계가 반영되는 만큼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를 하고 최종 결정은 대표성을 갖는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 알바노조는 조합원의 권리문제를 넘어서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해서도 그렇고 그렇게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 그리고 조합원들 내에서 거부감이나 이견은 없는지 궁금하다.

"알바노조는 정치 활동 없이는 생존조차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사업주에게 강제력이 없어서 노동법, 근로기준법에 기대서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와 자본이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점을 캠페인이나 언론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그래서 알바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안정 노동자들의 싸움에서 본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우리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불안정한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결국은 우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그래서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 이제 6월이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이고, 알바노조에게는 한해 중 가장 바쁜 시기일 것 같은데 올해 어떤 투쟁들을 계획하고 있나?

"총선 때 야당이 최저임금 1만원을 이야기했는데, 총선 이후 다수당이 되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자문해봤을 때 야당이 과연 20대 국회가 열리는 6월에 최저임금을 인상할까 생각해보니 아닐 것 같았다. 더민주가 2020년, 정의당은 2019년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고 했는데 야당 계획대로라면 올해 적어도 15%는 인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2017년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향후 최저임금 1만원이 가능할지 판가름난다고 보고 국회와 정치권은 물론, 경총과 전경련을 압박하는 '만원 버스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 6월 투쟁을 넘어 향후 알바노조의 목표,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불안정 노동자가 안전한 일자리에서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싸우는 노동조합이 되고 싶다. 근데 이건 굉장히 모순적이다. 불안정 일자리는 사라져야 한다. 그 과정까지 싸울 것이다. 중장기적인 목표는 맥도날드나 SPC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전국적인 알바노조 지부를 만드는 것이다. 정책적인 과제로는 최저임금 1만원과 알바 노동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 불안정한 노동과 삶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본소득을 꿈꾸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 모든 알바 노동자들과 일터 독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알바 노동자들은 당당한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상 모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그 권리는 앉아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할 수밖에 없으니 불안정 노동자를 위해 가장 앞서서 투쟁하는 알바노조와 함께 싸우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일터 독자분들께는 최저임금은 한국의 불안정/비정규직 노동자 900만 명의 삶을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올해 최저임금 투쟁에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일터> 통권 149호 / 20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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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가습기 참사를 통해서 본 한국 사회의 민낯

26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지난 5년의 기록

30 변호사 A를 위한 변명

32 양심을 저버린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34 정부 너희는 대체 뭘 한거야?

36 화학물질 참사를 막기 위한 우리의 과제

 

4 [노동안전건강뉴스]


6 [지금 지역에서는]

부고 기관사들이 위험하다

 

8 [포커스]

산재은폐 조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

 

10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란 무엇인가 (2)

 

12 [현장의 목소리]

알바 노동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16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파킹도 파견으로

 

20 [연구소 리포트]

2015년 산업재해 통계 다시보기

 

24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제 그 기억을 놓아주세요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전화를 끊은 경험이 변화를 만든다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얼마나 일해야 행복할 만큼 벌수 있을까

 

48 [문화읽기]

동시농부가 되다


50 [발칙X건강한 책방]

역학과 철학의 이유있는 만남

 

5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사회 통념항 합리적은 것은 무엇인가

 

54 [일터 다시 보기]

누가 뭐래도 나는 유성기업을 끝까지 지킬거야!

 

56 [논평]

무엇을 위한 기업건강증진활동 평가인가

[성명] 배달알바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성명] 배달알바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설 연휴 막바지인 2월 21일, 비오는 토요일에 한 알바 노동자가 사망했다. 오토바이 배달을 하던 추모씨(19)가 빗길에 미끄러진 것이다.

 

배달 아르바이트노동자들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배달알바 노동자들은 자동차 사이 좁은 틈으로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오토바이의 백미러를 떼 가며 배달 속도를 올리고 있다. 추모씨처럼 수수료 2천원에 목숨을 걸며 역주행과 신호위반을 밥 먹듯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이나 배달통 같은 스마트폰 배달앱이 활성화되고,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면서 ‘배달대행’ 이라는 시스템이 생겨나고 확산되기 시작했다. 각 점포에서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고, 배달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 배달을 외주화 한 것이다. 배달대행업체는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더 많은 음식점과 제휴를 맺게 되고 그 결과 배달알바 노동자는 더 많은 음식점에서 음식을 가져다가, 더 넓은 지역으로 배달을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배달노동자는 음식점과 배달대행업체 양쪽으로부터 음식이 신속히 배달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배달알바노동자는 처음 배달대행업체에 고용될 때 노동자가 아닌 오토바이를 대여 받아 본인이 기름 값을 부담하는 외양을 띄고 있다. 게다가 자비로 음식점에서 음식을 구매한 후 거기에 수수료 2~3천원을 더 붙여 음식을 주문한 손님에게 되파는 형식이다. 그리고 이 주문이 취소되었을 때, 모든 손해는 배달알바 노동자가 떠맡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인 것이다.

 

심지어 2012년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한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했던 청소년 노동자들이 배달대행업체 사장님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진정했을 때, 인천 중부고용노동청은 “해당 업주와 오토바이 배달 청소년들이 고용주와 고용인의 종속관계가 아니다” 라며 사건을 간단히 종결시킨 바 있다.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빨리 배달하라며 음식점과 배달대행업체에서 이중으로 압박을 받고, 배달이 늦어져 손님이 음식을 반품하면 온전히 자기 손해로만 남으면서도,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도, 산재보상을 받지도 못한다. 그러는 사이 음식점에서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배달대행업체는 수수료로 배를 불리고 있다.

 

속도 경쟁을 요구하는 배달노동은 다른 형태로 지속되고, 청소년들은 성인배달노동자들이 꺼리는 틈새시장에서 배달대행이란 형태로 열악한 노동이 반복되고, 불이익을 받더라도 어디에도 호소할 곳조차 없는 노동시장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몰리면서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게다가 이들을 사업주로 만든 것은 오로지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한 탐욕의 소치이다. 따라서 배달대행 업체에서 노동을 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과 함께 고용노동부의 상시적 근로감독과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인권교육 및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시급히 이루어 져야 한다. 그것이 이 끝없는 배달 알바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유일한 길이다.

 

3월 4일
알바노조 ·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요구안] 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산재보험 10대 개혁 요구안 - 일하는 모든 이들의 산재보험과 안전할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 -

산재보험이 도입된지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은 여전히 너무 멀기만합니다. 산재보험이 지금과 달리 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산재보험으로 거듭다는 한편, 안전하게 일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노동자의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비정규/불안정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단체들이 지혜를 모아 10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 산재보험 50년, 일하는 모든 이들의 산재보험과 안전할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 -
(민주노총,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노동건강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반올림,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건강권실현보건의료단체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건강한노동세상, 일과건강)

[알림] '일하는 모든 이들의 산재보험과 안전할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에 함께해요!!



오는 7/1 한국 사회 최초의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 도입 50년을 맞는 날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7/1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의 산재보험이 아시아 국가들에서 배워 갈 만한 선진 모델임을 알려내고' '산재보험이 산재를 겪는 노동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여전히 일터에서 하루 5.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있고,  산재보험의 높은 문턱으로 인해 일하다 다치거나 병든 산재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로써 역할도 못 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은 대체 무엇이 선진 모델이고 누구에게 희망을 준다고 말하는 걸까요?


너무나도 뻔뻔한 근로복지공단의 태도에 맞서 노동안전보건,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등 다양한 단체들이 공동행동에 나섭니다.  산재보험이 일하는 모든 이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으로써 제 몫을 다 하도록 '일하다 다친 모든 이들을 위한 산재보험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10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이후 문화제, 토론회 등 다양한 실천을 펼치고자 합니다. 


미약하나마 이번 공동행동이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특집] 3.저는 이런 '시간'을 원해요 / 2014.6

저는 이런 ‘시간’을 원해요
- 각계각층 5인에게 ‘노동, 시간’을 묻다 -

 

노동시간센터(준)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을 지배하는 자”라는 제목의 게임을 하던 날이 있었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 일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노동시간을 지배하며 일하고 있을까? 노동시간센터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일반 사무직, 프리랜서, 알바생, 전문직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딱 두 가지만 질문해 보았다.

 

Q1. 지금 일을 하면서 노동시간 부문 중 무엇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Q2. 그럼 노동시간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길 원하십니까?

○○병원에서 3교대제로 일하는 간호사, 김○○ 씨

 

일하는 시간만 놓고 보면 아주 길지는 않아요. 식사시간 포함해서 8시간 30분에서 9시간이니까. 그런데 일하는 동안 잠시의 짬도 안 난다는 게 정말 힘들어요. 중간에 좀 쉬면서 티타임도 갖고 싶고, 가끔은 하늘도 보면서 일하고 싶은데 일하는 내내 쉴 틈이 없어요. 환자들이 계속 찾으니, 40분 식사시간도 다 못 채우고 밥만 먹고 올라와야 하죠. 저녁 근무 때는 식당 내려갈 틈도 없어 식판이 간호사실로 올라오고, 일하다 먹게 되니까 찬밥이 돼 있죠.


교대 근무라는 것도 너무 힘들어요. 낮 근무는 아침 7시 10분에 출근해서 오후 4시 안에는 퇴근하는데 퇴근 후에 뭘 배우고 싶어도 낮, 저녁, 밤 3교대 근무스케줄 때문에 규칙적으로 뭘 배우기가 힘들어요. 오후 2시 40분에 출근해서 밤 10시 30분에 퇴근하는 저녁 근무 때는 삶을 포기해야 해요.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나는 노니까요. 그래도 제일 힘든 건 ‘수면 장애’입니다. 밤 근무 때는 낮에 잠을 자 놓아야 하는데 주위가 밝으니까, 자는 듯 마는 듯 3시간 자고 마는 거죠. 낮에 자면 밤에 못 잘까 봐 낮에 안자는 사람도 많아요.


바꾸려면, 그냥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교대근무 자체가 가진 문제들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일하는 중에 좀 쉴 수 있고, 휴일을 늘리면 좀 나을 텐데. 그러려면 간호사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뽑아야겠죠.

 

 

○○25시 편의점에서 주말알바를 하는 대학생, 정○○ 씨

 

23살이고요, 대학교 다니면서 주말만 일하고 있어요. 근무시간은 토․일요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예요. 근무 자체에 어려운 점은 없지만, 한 명이 근무하는 업장이다 보니 교대할 사람이 안 오면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힘듭니다. 아! 그러고 보니 첫 3개월은 수습기간이라면서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임금이라고 준 게 생각나네요. ‘3개월’이나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요.


오전 9시부터 근무했으면 좋겠지만 이건 편의점 사장님 사정상 쉽지는 않을 거 같고……. 일단 제시간에 교대자가 왔으면 좋겠고, 교대자가 오지 않더라도 약속된 근무시간이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업장 문 잠가놓고서 라도요.

 

 “편의점 알바의 패기” 출처| http://humorstorage.tistory.com/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송○○ 씨

 

우리 같은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시간 외 노동에 대한 인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법적 규정과 무관하게 사무직 노동자에게는 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지급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는 거죠. 사무직은 보이지 않게 법정 노동시간을 넘어 시간 외 노동을 하고 있고, 이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 과로사 같은 문제가 많지만, 타 직종만큼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 않습니까? 한편 최근 들어서는 IT 기술의 발달로 퇴근 후에도 일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은 아예 노동시간 통계에서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우선은 법정 노동시간 준수가 사무직 노동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회적, 주체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효율성이란 미명으로 사무직 노동자의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관성이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IT를 통한 업무 시간 외 지시 등을 엄격히 금하는 사회적, 법적 강제 등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 박원종

 

공중파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10년 차, 이○○ 씨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방송작가는 대표적인 ‘프리랜서’ 직종입니다. 시간 운영과 업무 운용이 자유롭죠. 쉽게 말해서 아이템과 섭외 대상자가 결정 됐다면(팀 내에서 일하는 방식에 합의된 경우) 집에 가서 일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TV든 라디오든, 메인 작가가 돼야 비로소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합니다. 서브작가나 막내 작가는요? 방송사에서 붙어삽니다. 서브나 막내급이 기혼자라면 어떨까요? (어린 자녀가 있다면 더더욱) 얼마 버티기 힘듭니다. 물론 메인이어도 일의 분량까지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맡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원고 마감(정규 1시간 분량 프로그램의 경우 A4 20장 안팎)이 있고, 시의성이 중요해서 사실관계나 시점이 틀리지 않도록 늘 뉴스의 추이에 안테나를 맞춰야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원고가 한 번에 완성될 수가 없어, 종일 일에 붙들리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업무 강도나 투입된 시간과 상관없이 작업 결과물, 애초에 계약된 원고료로만 급여가 지급되고 있어요. 게다가 이미 준비된 원고가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되지 않을 경우에도 급여가 (부분적으로도) 처리되지 않습니다. 그날은 똑같이 일하고도 공치는 거죠.

 

아주 소박한 바람 같지만, 현실적인 수준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장기적인 휴가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휴가(무급)신청을 하면 대타 작가가 무리 없이 일을 해주긴 하지만, 제작팀원은 기존 작가의 부재상황을 몹시 불안해하고 번거로워합니다. 결혼식을 앞둔 작가도 결혼식 전날 밤까지 방송에 매달려야 했죠.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이유겠지만 명확한 근로 계약 없이 고용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계약서상에 휴가를 며칠이라도 공식적으로 보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현직 노무사, 유○○ 씨가 바라보는 현행 노동시간의 문제와 개선점

 

현재 근로기준법 체계는 노동시간에 맞춰 임금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임금 수준은 별도로 정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생계비 이상의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사회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순응케 만드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며, 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종별 특례제도를 통해 근로시간, 휴게시간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아 사용자가 악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노동자의 동의 없는 연장근로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방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방안이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1일 노동시간의 단축, 주 30시간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지향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