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18.08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안지완 님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청년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은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많은 사업장이기도 하다. 알바노조의 2013년 2월 28일 '점주와 알바를 착취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규탄' 알바5적 기자회견 모습. (출처: 알바노조)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꼭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편의점. 간단한 간식류부터 도시락, 생필품, 비상약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곳으로 기능한다. 국내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올해 3월 4만 개를 넘어섰다. 그 수많은 편의점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있다. 계산할 때 말고 그들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최근 최저임금 논란으로 다시 주목받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안지완(23)씨를 지난 7월 29일에 만났다.

"대학생이고 다음 학기 휴학 예정입니다. 아르바이트는 생활비 벌려고 시작했어요. 학교 다니면 부모님이 생활비로 30만 원씩 주셨는데, 지금은 휴학 중이라 안주시거든요. 그래서 집 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이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지 한 달 좀 넘었네요.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일하는데 물건 진열하고, 물류가 들어오면 정리하고 상품을 채워놔요.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확인해서 폐기하고, 청소하죠. 요즘엔 편의점에서 닭도 튀겨요. 그거 청소도 하고, 기름도 갈고. 도대체 누가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태만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적이고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해 안지완씨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해봤냐고 물으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경험이 있었다.

"수능 끝나고 바로 시작했어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사이에요. 휴학, 방학, 재학 중 가리지 않고 했어요. 전에 다른 편의점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어요. 그전엔 파리바게뜨 4개월, 이자카야 술집 3개월, 단기 호텔 아르바이트, 인천공항 물류아르바이트도 했어요. 물류 일은 10시간 일하고 더 하면 1.5배 시급을 더 쳐준다고 했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거부했어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다들 등록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더라도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다. 연애는 꿈도 못 꾼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모두 '돈'이다. 지금까지 해본 아르바이트 중 어떤 일이 제일 힘들었는지 궁금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공항 물류 아르바이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자카야 술집이 제일 힘들었어요.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켜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이유로 소위 '술집 여자'가 돼요. 손님들이 '아가씨 이리 와봐요', '술 좀 따라줄래요' 이래요. 거기에 대처 못 하는 사장이 있고, 2차 가해 하는 사장도 있었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몸이 힘든 것보다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죠.

파리바게뜨도 힘들기로 유명해요. 빵 이름을 다 외워야 해요. 음료도 만들고 여름엔 빙수도 만들고요.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상황이 생겼는데 사람 구할 때까지만 해달라는 게 2~3주가 넘었어요. 근로계약서를 봐도 강제노동할 이유는 없거든요. 그래서 안 나갔죠. 13만 원을 못 받은 상황이었는데 굳이 사장이 직접 와서 받아가라는 거예요. 아마 뭐라고 하고 싶었던 거겠죠. 문자로 계좌 알려주고 보내 달랬더니 직접 오라고 하더라고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죠. 그리고 13만 원을 받았어요. 그 13만 원이 뭐라고요."


시간외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지난 5월 4일 '아르바이트생 1106명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결과 '알바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1%에 달했다. 1위는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57.1%)였고,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47.2%), 감정노동 강요(40.7%), 폭언(28.6%) 등이 뒤를 이었다.

높은 갑질·폭력 경험에 비해 대응 방식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57.2%로 가장 높았고 '지인에게 심정을 털어놓는다'가 18.8%, '관련 단체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관련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 인권 침해는 더욱 공고해진다.

안지완씨는 용기를 내어 노동부에 신고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장이 출퇴근 기록부를 조작하지 않을까, 본인이 가진 유일한 증거는 문자밖에 없는데 이걸로 증명될까 걱정도 되고 겁도 났다. 그런 어려움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주휴수당, 야간수당 못 받아요. 수습 3개월 일 하는 거로 계약했거든요. 이미 6개월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또 수습인 거죠. 지금 6700원 받아요. 편의점주가 그러더라고요. 정부가 임금 올리는 건 맞지만, 귀족 노동자를 탓해야지 우리같이 힘든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저에게 미안하지만, 수습으로 3개월 일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바로 집 근처라 교통비 아끼는 셈 치고 하는 거예요."

주 15시간 일하는 경우 주휴수당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편의점주는 운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야간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시간외근로의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편의점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따져보면 실제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5인이 넘을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 소용없다. 명백히 야간근무를 하는데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항상 느껴요. 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은 거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안 하면 생활이 불가능해요. 하다못해 등록금이라도 내야 해요. 그러니 사장 협박이 잘 먹히죠. 좋은 사장이 있을 수없다는 걸 아르바이트 하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성추행, 성차별적 말을 들었을 때 뭔가 제기하기가 힘들어요. 제기해도 반응이 '좀 참지 그러냐'거든요.

사실 제기해본 적도 있어요. 너무 화가 났거든요. 그런데 사장이 '네가 술 취한 사람한테 가면 안 됐다, 오라고 해도 무시했어야지' 그러는 거예요. 또 어떤 사람은 칭찬이랍시고 '네가 섹시해서 그렇다'고 한 적도 있어요."


외모 평가, 성적 발언, 신체접촉 등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흔하게 겪는 문제 중 하나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5명 중 2명이 근무 중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 특히 여성과 남성 비율이 9:1 정도로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성폭력 문제에서도 고용주, 정부는 전혀 힘이 되지 못한다. 혹시 안전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안전, 건강 문제는 본사에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었으면 

"얼마 전에 점장이 발주를 잘못해서 제 담당 시간에 상자 30개가 들어왔어요. 물류 노동자분이 저한테 오늘이 마지막이냐, 사장한테 밉보인 게 있냐고 할 정도로 말도안 되는 상황이었죠. 진열대에 있는 상품말고도 창고에 물건을 옮겨요. 라면은 천장 문을 열어 넣어야 해요. 사다리 타고요. 맨 처음엔 밤에 일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눈 초점이 흐려지고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그 상태로 올라가니 떨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휘청하면 끝장나겠다는 느낌이요. 잠을 잘 못 자니까 자꾸 어디 앉으면 나도 모르게 중력이 빨아들이듯 자요. 눈 뜨면 내가 잠을 잔 건지 모르게 피곤해요. 잔다고 해도 몰아서 자요. 눈도 되게 아프고요. 24시간 눈을 뜨고 있으니깐요. 현실감각도 없어지고 멍해져요.

폭력도 비일비재하죠. 일 시작하기 전에 사장에게 비상벨이나 전화기를 30초 이상 놓으면 경찰 호출 되는 게 잘 되냐고 물었는데, 사장이 그런 일 없을 거라는 거에요. 고장 난 지 한참 됐다고요. 다른데도 비슷할 거에요. 혹시나 통화가 돼도 위급한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 경찰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한대요.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한국 사회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해, 임시직, 젊은 층이 한때 하는 일, 생활비가 아니라 용돈 벌이, 고생해도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자는 모두 '노동자'임에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안지완씨에게 우리 사회가 아르바이트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체감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생활비라고 전혀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우리 나이 또래 청년들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요. 아르바이트 노동 역시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사회적으로 해내는 거죠. 그런데 이걸 왜 쉬운 일로 생각하는 걸까요? 사회를 직시하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제를 기업이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알수 있어요."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는 청년 세대의 대표적 문제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도 이미 나쁜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그 문제를 지금의 청년 세대는 잘 알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제 주변 대부분이 150~180만 원 사이를 벌겠지 생각해요. 200만 원 이상 벌어야 하는 조건이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거예요. 내 삶을 150~180만 원 사이에 맞출 생각을 하죠. 식비를 이만큼 쓰고, 외식을 몇 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금부터해요."

마지막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편의점 노동자는 가게가 아무 일 없이 24시간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업무를 해요. 손님들이 그 이상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럴 이유도 없어요. 그리고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4대 보험도 안 되고, 산재 처리도 어렵잖아요. 모든 노동자가 4대 보험 적용이 될 수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해요. 4대 보험 들면 임금 줄어든다고 노동자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데 그런 문제가 안 생기게 해야죠. 모두가 안전하게 일 할 수 있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아르바이트 노동자든 다치지 않게 하는 건 당장 이뤄져야 해요. 위험요소는 어느 직업에나 있는 거잖아요."


[A-Z 노동 이야기]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2016.5

프리미엄 고급 독서실의 최저임금 알바 이야기

 

 

 

정하나 선전위원

 

 

 

 

요즘은 독서실도 프리미엄 시대이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가 다니던, 더는 그런 독서실이 아니다. 호텔 비즈니스 코너 같기도 하고, 가로수길 카페 느낌도 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독서실엔 모름지기 총무가 있기 마련. 프리미엄 독서실 총무는 프리미엄급 노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상근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서실 총무로 일하게 된 지 5개월이 된 영 씨는 다른 독서실 알바들과 사정이 비슷하다. 준비하는 시험,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그간 풀타임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비교적 시간 선용을 하기 수월할 거 같은 ‘독서실 알바’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공부하시는 분 환영”의 함정

 

“독서실 알바는 주로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취업 자격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자리에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세요. 알바 구인 사이트들 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라며 선전해요. 다른 독서실은 안내데스크 있는 창구 뒤편을 총무들이 쓰는 방으로 하고, 별일이 없으면 거기서 접수도 받고 공부도 할 수 있게 하지요. 제가 일하는 독서실 같은 경우는 안에 있는 좌석을 하나 따로 줘요.”

 

그렇다. 독서실 알바를 택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고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 일터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기에 이 일을 택한다. 실제로 일하다 보면, 이것저것 독서실 공간 정리하고, 민원 처리해야 할 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그 외 근무시간 중의 ‘대기시간’이 독서실 총무들에게는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용공고 때부터 공식화된 근무조건이다.

영 씨가 일하는 독서실은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거 같이, 남녀 실로 구분되어 쭉 칸막이 책상이 붙어있는, 그런 전통적인 독서실 스타일과는 약간 다르다. 프리미엄 독서실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방도 여러 가지 타입(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부스형으로 만들어져 사방이 막혀있고 좌석마다 문이 달려있는 1인용 좌석, 칸막이 책상에 사물함이 달린 지정좌석, 별도 예약 없이 이용하는 자율좌석 이렇게 3종류가 있다. 이 독서실에서는 총무들에게 1인용 책상 칸 하나를 제공해 준다.

 

“독서실 총무알바가 하는 일이 거의 비슷비슷할 거예요. 회원 오면 등록받고 좌석 지정해 주는 일, 오픈이나 마감 때 청소하거나 문고리나 프린터기, 전등 수리 등 자잘한 시설 관리를 하지요. 독서실 알바들이 시급 2-3천 원도 못 받고 일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 이유가 일이 비교적 수월한 데다가 공부할 공간을 받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근데, 조금 이상한 거 같아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노동자에게 최소한 이만큼은 꼭 줘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놓은 거잖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최임보다 조금 더 주고 있는데요, 이 일 찾을 때 검색해 보니까 아파트 상가 같은 데에 딸려 있는 독서실 같은 데에서는 정말, 최임 절반이나 1/3만 주고 일 시키더라고요. 노동법 관리 감독이 안 되는 사각지대인 것 같아요."

 

집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가까운 독서실도 있었지만, 버스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을 다니는 이유는 이 독서실이 최저임금보다 약 250원 정도 더 시급을 쳐주기 때문이었다. 이곳이 프랜차이즈 법인에서 운영하는 체인점 독서실이라서 법적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독서실도 야간노동의 현장. 교대제로 돌아간다.

 

최저임금과 공부준비 외에 영 씨가 이 알바 자리를 택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서실 관리일도 교대제로 근무 스케쥴이 돌아가는 곳이라, 때로는 오전 시간을, 때로는 오후 시간을“저희는 3교대로 돌아가요. 오픈 조는 8시 반에서 14시까지, 미들은 14시부터 19시 반까지, 그리고 마감 조가 19시부터 새벽 1시 반까지 예요. 오픈-미들-마감 이렇게 돌고, 하루 쉬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죠. 마감일 때는 사람들이 다 퇴실하고 청소하고 가야 하니, 한 2시쯤 나오게 되지요. 저랑 교대로 일하는 총무들이 3명 더 있는데, 다른 분들은 택시를 타고 들어 가지만 저는 심야버스가 있어서 그거 타고 집에 가요. 물론 좀 피곤하긴 하지만... 다음날 쉬니까요. 예전에 직장생활 하면서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서 10시간, 12시간씩 있었던 거에 비해서는 지금이 나은 거 같아요. 요즘처럼 날씨가 따듯하고 좋은 계절이면, 해가 떠 있을 때 뭔가 나가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근데, 막상 일하다 하루가 다 가고, 주말에는 힘들어서 뻗어있고. 물론 지금 하는 일은 임시직 알바이고, 내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온전히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교대제나 심야노동이라고 하면 밤새도록 돌아가는 주야 맞교대의 제조업 공장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교대제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은 물론이고, 밤 11~12시까지 열려있는 대형마트/슈퍼마켓도 2개 조 이상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도 심야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자리를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이 아직도 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 씨가 일하는 곳은 오픈-미들-마감의 3개 시간대로 분할되어 일하는 3교대의 순환형(정해진 근무시간대를 순차로 근무하는 형태) 교대제를 택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은 아니고 새벽 1시 반에 폐문하긴 하지만, 3일에 한 번 마감 조 교대가 돌아오는 날은 교대제로 인한 심야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끄럽다’는 컴플레인, 조용히 시켜야 하는 업무

 

독서실은 조용한 분위기가 필요한 곳이니 소음을 관리하는 게 총무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결국 그 소음을 발생시키는 사람도 독서실 소비자이고 장기 이용권을 끊은 회원이다 보니, 알바 영 씨의 입장에서는 시끄럽게 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는 눈치가 보이는 어려운 일이다. 연필을 사각거린다든지, 책장을 좀 힘차게 넘긴다든지 사소한 행동이 아무래도 독서실에서는, 그리고 독서실 알바에게는 큰일이 되는 것이다.

 

“최임주는 곳 중에서는 육체노동 부하가 있거나, 고객 대면 감정노동 많이 해야 하는 서비스업 쪽 일이 많은데, 여긴 일종의 서비스업이지만 그렇다고 고객 응대 업무나 감정노동을 막 빡세게 해야 하는 건 아니긴 해요. 다른 곳보다 가격이 좀 비싸다보니 성인 이용객이 많아요. 그게 무슨 시험이든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지요. 청소년들보다 소음에 굉장히 민감해서 시끄럽다는 컴플레인이 많은 편이에요. 이걸 처리하는 게 저는 좀 어렵더라고요. 한번 가서 말씀드리고 바로 수정되면 좋은데, 안 그러면 컴플레인이 계속되고 저는 가서 똑같은 말하기 눈치 보이고... 저한테 말하다가 정 안 되면 메모를 써 붙이기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다 감정 상해서 싸운 분들도 계셔요. 난감하죠.”

 

영 씨가 어려워하는 일 중 또 하나는 화장실 청소였다. 건물 2개 층을 쓰고, 좌석수가 125개 정도가 되다 보니, 가정에서 보다 훨씬 자주 청소해야 한다. 그 일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혹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더러워서라기 보다, 공공장소를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더럽게 사용하는 이용객들에 화가 나서 그 일이 어렵다.

 

“누군가가 치운다는 생각을 왜 안 할까요? 그렇게 더럽게 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건 잘못된 거 같아요.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니 관리할 책임 역시 모두에게 있는 것이죠. 책임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긴 해도 말이지요. 돈 받고 고용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게 맞는 걸까, 누군가 내가 다 못하는 부분까지 대신해 이 공간을 깨끗하게 관리해주고 있구나가 아니라, 돈 받고 일하는 거면서 ‘왜 안해?’ 이렇게들 생각하나,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불쾌해지는 거죠.”

 

최저임금 알바 노동자이자, 미래를 준비하며 일하는 청년 노동자 영 씨. 학자금 대출만 없다면 다음 진로를 준비하는 지금, 굳이 알바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학자금 대출 없는 세상, 알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 그녀는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최저임금 받는 일자리 중에서 그래도 독서실 총무 알바는 노동조건이 나은 축이라고 생각해요. 아 물론 최저임금 안 주는 곳도 있긴 하지만요. 우리 독서실은 근태 보너스라고 하면서 출퇴근 시간 정확히 지켜서 근무한 시간이 20~25시간 정도 채워지면 수당을 따로 챙겨주는 것도 있으니까요. 사실 주휴수당을 사장님이 이상하게 왜곡해서 주는 거 같긴 한데, 그냥 참고 있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