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즐겁게 음악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 양주 시립 합창단 김민정과 이명연님 합창단원 인터뷰 / 2019.0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즐겁게 음악할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 양주 시립 합창단 김민정과 이명연님 합창단원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이번 일터는 양주시립합창단원을 인터뷰하였다. 20181218일 양주시는 합창단과 교향악단의 예산을 삭감하고 예술단원 전원에게 일방적으로 해촉을 통보하였다. 이에 반발하여 단원들은 현재 1인 시위를 통해서 합창단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합창단원이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의 지회장인 김민정 님과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지만 20188월 그만둔 이명연님을 지난 126일 양주의 커피점에서 합창단원으로서의 일과 해촉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한 시간가량 인터뷰하였다.

  

합창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양주 시립합창단은 양주 교향악단과 같이 양주시에 소속되어 있어요. 합창단은 2003, 교향악단은 2009년 설립되었어요. 합창단은 25, 교향악단은 36이었습니다. 시의 규모에 따라 합창단원 수는 다른데요, 서울시립합창단은 40명 정도 됩니다.

저는 2004(이명연), 저는 2011(김민정)에 합창단에 들어왔어요. 대부분의 합창단이 자격 조건이 성악전공자이기 때문에 단원은 모두 음대를 졸업한 사람들이고요, 외국 유학 갔다 온 분들도 있어요. (김민정) 같은 경우 노래를 좋아해서 성악을 전공하고 어린이 특기·적성 음악 선생님으로 몇 년 일하다가 여기 채용공고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시청 홈페이지나 합창으로 하나 되는 세상(합하세)’라고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카페가 있는데 여기 구직란을 통해서 채용공고를 확인해요.

 

합창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크게 4파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보통 소프라노가 곡의 소리를 이끌어가니깐 다수를 차지하고요. 나이가 들어 소리가 흔들리거나 두꺼워지면 소프라노에서 알토로 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양주 시립합창단은 비상임 합창단이예요. 비정규직과 비슷해요. 서울시립합창단은 합창단원이 상임이예요. 인천, 수원,성남도 상임이고요. 양주나 남양주, 시흥 등 몇 군데는 비상임 합창단입니다. 상임은 매일 출근하는데 저희는 비상임이라 일주일에 2번 공식적으로 출근합니다. 음대를 나와서 전공을 살리며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가지는 게 무척 어려운 게 현실이예요. 음대 졸업자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어느 지방이나 시립교향악단이나 시립합창단은 들어오기가 힘들어요. 상임합창단원의 경우 1명 뽑는데 200~300명씩 지원해요. 비상임도 상임보다는 덜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요. 양주시립합창단 소프라노의 경우 1명 뽑는데 60명이 지원했을 정도니깐요.

정기공연으로 정기연주회, 송년, 신년음악회, 그 외 찾아가는 음악회 등 일 년에 10번 이상 하는 거 같네요. 찾아가는 음악회는 소그룹으로 공원 같은 데에 찾아가서 시민들 앞에서 야외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창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합창은 독창할 때랑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법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합창할 때는 다른 단원들의 소리와 잘 블렌딩이 되어야 깨끗하게 소리가 나와요. 그래서 연습을 통해서 내 소리를 줄이고 다들 사람들과 목소리를 맞추어야 해요. 합창단 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단원이 합창단에서 평소 독창하듯이 소리를 내면 튀고 전체 공연에 피해를 주지요. 이럴경우 지휘자나 파트장이 조율해주어야 해요.

  

평소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성악 하는 사람들은 목소리가 악기잖요. 성대가 중요하니깐 몸이 조금 안 좋다는 느낌이 들면 병원을 바로바로 가요. 가습기를 자주 틀어놓고요. 중요한 연주가 있으면 잠을 충분히 자고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피하라고 노력해요. 조수미 씨는 음식도 함부로 먹지 않는다고 하니깐. 합창단에 들어왔다고 해서 배움의 끝이 아니예요. 노래 부를 때 기존의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고쳐지지 않는 점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소리가 흔들리기도 해요. 그래서 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어주고 피드백을 주면 좋죠. 노력하는 단원은 사비를 들여서 선생님들한테 레슨을 받기도 해요. 물론 저희가 학생을 가르치는 레슨도 하지만요.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는요?

 

양주합창단이 다른 합창단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임금도 50만 원 정도뿐이었어요. 주위 남양주합창단이나 의정부합창단도 임금이 적다고 하지만 양주합창단이 더 적어요. 공연을 하면 별도의 수당을 받기는 하지만 많은 액수는 아니고요. 4대 보험 적용도 못 받아요. 당연히 이 돈으로 생계가 안 되니 아르바이트로 레슨을 해요. 하지만 우리는 합창단 일이 우선이었어요. 일주일 전 갑자기 공연한다 그러면 레슨 스케줄 다 취소하고 공연에 매진했으니깐요. 공연할 때 입는 드레스도 일 년 내내 두벌로 번갈아 입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군말 없이 일했어요. (김민정)도 지각이나 결석 한 번 안 했고요. 저는 이 양주시립합창단이 좋았어요.


하지만 지휘자의 갑질이 너무 심했어요. 자기 아들이 악기연주를 하는데 반주하라고 교향악단을 부른 적도 있고 양주시와 상관없는 대구행사에 단원들을 동원한 적도 있어요. 지휘자가 그냥 연습 빠진 적도 많고요. 연습을 빠지고도 월급은 꼬박 꼬박 받아갔어요. 게다가 지휘자는 반말은 기본이고 폭언이 심했어요. 임신한 단원한테 출근을 강요하기도 하고요. 이러니 점점 출근하기가 싫었고 지휘자가 단원들에 대한 인심도 잃었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리가 잘 안나오는데도 불구하고 프로의식을 가지고 일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단무장(합창단의 기획, 스케줄 관리, 사무 등 행정업무를 담당)도 문제였어요. 그래서 사실 연주회를 제대로 하려면 연간 공연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제대로 스케줄관리를 안 하고 주먹구구로 운영했어요. 지휘자는 이를 용인했고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무책임한 지휘자에 대해 시에 해결해 달라고 요청해달라고 탄원서를 냈어요. 하지만 시에서는 해결해주지 않고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어요. 도저히 우리 이야기를 안 들어주니 작년 9월 노조를 만들게 된 것이예요. 사실 저희도 노조를 만들기 전에는 노조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관이 있었어요. 음악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발 노조까지는 가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또 양주시의원들이 합창단, 교향악단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전부터 있었는데 노조가 생기고 시끄러워지면 양주시에서는 합창단이나 교향악단을 없애버릴 거 같아서 작년 이전에는 노조가 없었어요.

 

하지만 양주시는 노조가 설립되니 작년 12월 아예 합창단과 교향악단을 다 없애버렸어요. 그래서 현재 1인시위를 하고 있어요. 저희의 요구는 합창단의 정상화예요. 해촉된 이 상황이 좋진 않지만 지휘자를 보지 않는 건 좋네요.


요즘 갑질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데도 지휘자는 왜 그랬어요?

 

지휘자는 서울대를 나와서 음악계에 인맥으로 여기 지휘자가 되었어요. 합창단원의 출신학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또 시립합창단원이 들어오기 힘드니깐 함부로 대해도 나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거 같아요. 지휘자가 합창단에 들어온 지 2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깐 점점 자기 맘대로 하더라구요.

그리고 지휘자는 단원에 대한 평가의 권한이 있어요. 1년에 한 번씩 평정이라고 단원에 대한 실기시험을 해요. 원래는 평소 자기 연습을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목적이예요. 이미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뽑힌 단원이라 실력은 검증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평정으로 자를 수는 없지만 경고를 줄 수는 있어요. 외부심사위원들이 평가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지휘자가 점수를 낮게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낮게 줄 수 있어요.

(김민정) 같은 경우는 탄원서를 낸 사람 중 하나로 지목되어 지휘자가 독단으로 2개월 동안 연습을 못 하게 했어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김민정)는 박봉이었지만 이 직장이 좋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으니깐요. 원래 집은 서울이었는데 작년에 결혼했고 합창단에 계속 일할 생각으로 신혼집도 양주에 구했으니깐요.

개인적으로 음악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뮤지컬이나 케이팝에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편중되어 있어요. 클래식이나 합창이 대중적으로 친숙해져서 음악하는 후배들이 즐겁게 음악할 수 있는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조선생의 월급은 얼마인가 : 드라마 <SKY캐슬> / 2019.02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조선생의 월급은 얼마인가 : 드라마 <SKY캐슬>

 

최혜란 노동시간센터 회원

 

 

<SKY캐슬>이라는 인기 드라마가 얼마 전 종영했다. 드라마는 입시를 통해서 아버지들의 '대학교수'라는 지위를 유지하려는 교수의 아내 및 자식들의 분투를 다양하게 그려내며 많은 호응을 받았다. 마지막 회에서 황급히 해피엔딩으로 갈등을 봉합하고자 한 것에 대해서도 원성이 자자할 만큼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극의 중심에는 자신이 맡은 학생을 100% 서울 의대에 합격시킨다는 입시 코디 '김주영'이 있었다. 오늘은 그 김주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비서 '조 선생'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해 주연뿐 아니라 조연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는데, 비서인 조 선생에 대해 '극한직업이다', '대체 월급이 얼마냐'는 재미있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1화부터 20화까지 조 선생이 등장한 장면을 분석해 업무내용과 업무 시간을 추정해 보았다.


김주영을 위한 24시간 대기조


먼저 조 선생은 학생의 입시와 직접 관련된 일뿐 아니라 김주영 선생의 사적인 지시사항까지도 모두 수행하는 그야말로 '수행비서'. 보통 수행 비서는 운전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동행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조 선생은 운전만 하는 수행비서가 아니다. 김주영이 하는 일에 다양하게 관여하고 폭넓게 지시를 받는다.

먼저, 학생의 입시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맡아서 한다. 김주영과 학생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며, 학생을 지도할 과외 선생을 물색하고, 그들의 프로필을 정리해 보고하며, 선생님들과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지 회의를 주관한다.

그뿐 아니라 학생의 봉사활동과 교내·외 수상실적을 위해 대회 등에 참가하도록 지원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며 학생의 스트레스 관리까지 맡는다. 20회차에서 조 선생은 34번 등장하는데 그중 김주영이 퇴근 후 자신의 집에서 전화로 조 선생에게 지시하는 장면은 2회 나오고 10번 가량은 통상적인 퇴근 시간 이후인 밤중에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밖에도 김주영의 장애인 딸을 돌보는 역할까지 한다. 이렇게 조 선생의 업무 시간은 길고, 그 내용 역시 다양하다.



일방적인 지시 하에 업무 수행, 질문하면 혼나요


극 중 조 선생은 대부분 김주영에게 지시를 받는다. 34번의 등장 중 조 선생이 자기의 생각을 말하거나 김주영에게 질문하는 것은 총 7번이다. 그때마다 조 선생은 김주영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김주영은 조 선생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고("이수임 뒷조사해", "혜나를 밀착 감시해", "예서 명상실로 데려와"), 그의 질문에는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몰라서 물어?", "왜 두 번씩 말하게 만들지?", "내가 그 정도 계산도 없이 행동했을 것 같아?"라는 식이다. 할 말이 있다가도 쏙 들어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선생이 계속 일을 하는 이유


조 선생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사 밑에서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계속 일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직무 스트레스를 판단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노력-보상 불균형 모델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의 노력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어느 정도로 균형을 이루느냐에 따라서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18화에서 조 선생은 시험지 유출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살인을 사주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한다.

김주영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김주영은 거액의 아파트를 선물이라며 건넨다. 이로써 조 선생의 보너스가 수십억 원에 달했고 노력-보상의 균형이 있었기 때문에 극한직업을 견디고 있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하게 된다.

조 선생의 결말은 좋지 않았다. 살인을 교사한 죄가 발각되어 감옥 신세를 진다. 상사가 지시하였으나 명백히 범죄에 가담했고, 거기에는 자신의 의지도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선생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고 감옥 신세를 받아들인다.

사실 시청자로서 조선생의 서사가 다소 엉뚱하게 흘러가서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범죄 사실만 제외하고 조 선생의 직업을 고찰해 보면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그 사람이 놓여 있는 업무 환경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조 선생과 같은 사무직의 노동조건을 평가할 때 물리적인 환경보다는 노동시간과 업무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기에 시청자들은 조 선생에게 주목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압박이 있는 직업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월급이 얼마냐'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동안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축적되었고 작년에는 업무상 뇌심혈관계질환을 평가하는 고용노동부 고시도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 이를 다시 얘기하는 것이 소모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정부에서도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러나 조 선생의 사례는 직장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느냐뿐 아니라 그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quality)'이 어떠한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노동 시간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느냐(직장 내의 관계, 보상의 적절함, 합리적인 의사소통, 능력 개발의 기회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겠다.

특집3. 미완성의 존재로 여겨지는 청년 노동자 : 20대 청년 여성 김지안 씨 인터뷰 / 2019.02

[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미완성의 존재로 여겨지는 청년 노동자 : 20대 청년 여성 김지안 씨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봄의 시작인 입춘이 얼마 전에 지났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새로운 절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청년의 계절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정부는 청년 고용 문제를 풀어내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청년 노동의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130일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20대 청년 여성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청년 일자리 사업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두 차례 있는 김지안씨를 만났다. 최근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 예정 중이라 잠시 숨을 돌리는 중이라 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중학교 때 생애 최초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전단요. 짬짬이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속버스터미널 틈새라면에서 일했어요. 터미널이라 엄청 바빴죠. 그때 저의 아르바이트 선택 기준은 최저임금보다 높이 주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이 많고, 바쁜 곳을 주로 가게 됐어요. 그다음엔 카페, 호프집도 갔어요. 이후엔 서울시 뉴딜 일자리 사업으로 한 비영리단체에서 1년 동안 일을 했고, 거길 그만두고 나선 출장 뷔페처럼 단기 인력 뽑아서 하루 일 하는 곳에 많이 갔죠. 그 중 기억에 남는 곳은 합정에 있는 이자카야인데, 거긴 아르바이트를 하루씩 고용하더라고요. 정말 이상한 시스템이었어요. 예를 들어 일하는 사람이 8명이면 2명만 원래 일하던 사람이고, 나머지는 매일 뽑아서 쓰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손님도 정신없고, 일하는 사람도 처음 와서 정신없고. 대충대충 날림으로 하게 되죠.”

 

  단기 일자리,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왔는데 그런 일자리에 대해 깨달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문제일 수도 있고, 주로 일하는 청년들이 어떤 피해를 보는지요.

 

위험해요. 출장 뷔페 경험을 떠올리자면, 거긴 음식이 새벽에 만들어지면 그 음식을 직접 벤에 싣고 같이 이동해요. 거기서 서빙 하는 거죠. 그일이 끝나면 잔반통을 갖고 가서 설거지까지 해요. 중간에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서 설거지까지 하면 돈을 더 줘요. 몇 백 인분을 만드는 주방은 엄청 위험해요. 그런데 일하러 가면 바로 투입이에요.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미끄러진 적도 있어요. 주변에 큰 냄비, 큰불, 칼 이런 게 막 널려있는데 말이죠. 거기를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위험인데 아무런 설명도 안 해주고, 가면 바로 일을 하는 게 위험 그 자체죠. 안전교육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자세한 교육도 없죠.”

 

  민간 기업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서울시 청년 혁신 일자리 사업으로도 일하신 경험이 있죠. 두 번 일자리 경험을 했는데 실제 청년고용 문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보시나요?

 

지금 시스템은 한계가 많아요. 2015년에 청년 혁신 일자리 사업으로 비영리단체에서 일했을 때 딱 최저임금을 받았어요. 일당제라서 만약 연휴가 길거나 하면 그만큼 임금을 못 받았죠. 너무 힘들었어요. 그나마 생활임금제가 도입되면서 최저임금보단 높게 받아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모든 곳이 그런 건 아니지만 사업장의 대표자나 기존 직원이 봤을 때 소위 경력도 없는 애들이 돈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많이 받는 것도 아니에요. 190만 원 후반대 정도를 받는셈이니까요. 표면적으로 보면 생활임금제니깐 열악한 곳보다 많이 받는 것처럼 여겨지죠. 적어도 ‘23개월동안은요. 전적인 보장은 아니어도 임시로 해결됐다고 여기는 거예요. 그러니 표면적으로 성과가 있어 보이죠. 문제는 내부에서 당사자가 위치상 겪는 감정, 고용에서 오는 불안정성이에요. 그리고 주어지는 일도 문제예요. 들어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전문성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거기에 맞는 직무교육이 있어야죠. 그런데 그런 경우가 많지 않아요. 한 예로 다른 일을 주지 않고 계속 회의록만 쓰기도 하고요.”

 

  그런 어려움을 서울시가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요. 문제나 어려움을 토로하고 피드백하는 자리가 없었나요?

 

마지막에 설문 조사도 하고 연 1~2회 정도 모니터링도 해요. 사업장 대표, 활동가도 직접 만나요. 서울시에서 따로 현장 방문도 해요. 그런데 저는 서울시에서 피드백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우리가 보낸 서류만 남는 거죠또 다른 문제는 일자리 성과 지표로 여긴다는 거예요. 서울시가 취업률 중간 체크를 계속해요. 일자리 사업을 그만두고 중간에 이직하면 그걸 성과로 측정해요. 서울시 입장에서 이 사업은 중간단계, 연습 과정으로 보는 것 같아요. 계약 기간이 정상적으로 종료되고 계속 전화가 와요. 취직했는지 안했는지 물어보는 거죠. 심지어 활동가가 적응하고 있는 중에도 필요한 취업 교육 있으면 지원하겠다고 연락을 해요. 당사자들은 당황스럽죠. 자기는 을 하고 있는데 왜 취직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라고 전화가 오는 지 모르겠는 거죠. 그때 제가 담당자로 있어서 그 문제를 제기했는데, 얼마 전에 제가 일 그만두고 나서 전화를 했더라고요. 당시 서울시 관점과 태도에 정말 화가 났어요. 청년활동가들은 지금 하는 일이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11자신의 노동이고, 이제 적응해 가면서 자기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전화해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뭔가 완성된 노동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태도에 화가 났던 거죠.”

 

  그 이전에도 그렇고, 최근에도 청년 노동자의 사고, 사망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고 김용균 님도 그렇고, 현장 실습생 문제도 그렇고요. 그런 소식을 접하면서 공감되는 점이 있으셨나요?

 

당일 아르바이트 가면 아무런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바로 투입됐던 상황이 떠올랐어요. 정말 큰 문제예요. 필요한 교육을 못 받는 건 기본적 문제이고, 파견이 아니라 직고용이었다면 문제제기를 훨씬 쉽게 할 수 있겠죠. 실제 해결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나중 문제라 해도요. 파견의 경우엔 너무 혼란스럽죠. 내가 어디에 말을 해야 한다고 얘기조차 해주지 않거든요.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에요. 거기서 안전문제도 당연히 생기고, 감정적 소모도 심각하죠. 내가 여기서 동등한 구성원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상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나만 배제된다는 생각을 매일 하게 돼요. 그런 상황과 조건이 공감됐죠청년 노동자들의 사고 소식을 다루는 언론을 보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돼요. 공감, 연민의 표현일 수 있겠지만 더 나아가면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청년 노동자 당사자에게 자기를 지킬 힘과 권리를 주는 것,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청년을 피해자화 하고 있어요. 여러 측면에서요. 특히 노동문제의 경우 그런 것 같아요. 사실 계속 피해자화 하는 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없게 하는데 말이죠.”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 잣대가 있죠. 젊고 생기 있고, 신선하고, 열정적이라고 할 때도 있지만 한 편에선 반대로 소비 지향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인식이요. 그런 이중 잣대를 몸소 경험할 텐데 어떤가요?

 

이중 잣대가 항상 그렇듯 연결되어 있어요. 일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 아이디어도 많고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고, 활력을 주는 청년을 소비하고 싶어 해요. 거기서 벗어나면 게으르고 열심히 안 하고, 쉽게 그만두는 청년의 이미지를 만들죠. 아르바이트를 하든, 활동하든, 회사에 가건 똑같아요. 친구들과 그런 경험을 많이 나누기도 해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청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저임금이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요구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이제 1만 원은 높은 액수도 아니죠. 임금이 너무 낮아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파견 같은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되어야 하고요. 인식의 변화도 중요해요.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 취급하는데 그게 청년으로까지 이어져요. 그런 시선도 같이 바뀌어야 하겠죠.”

특집2. 계급은 왜 청년의 이름으로 등장하는가? / 2019.02

[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계급은 왜 청년의 이름으로 등장하는가?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청년, 계급의 표상 혹은 계급의 무화?

 

  청년만큼 문제가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단순히 생애의 특정 시기를 의미했던 이 단어는 이제 세대와 노동, 그리고 젠더를 둘러싼 갈등, 민주주의와 정치를 가로지르는 논쟁적인 개념이 되었다. ‘88만 원 세대라는 개념의 등장은 청년세대 담론을 새로운 문화집단의 출현에서 경제적 약자를 상징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대략 2010년 이후 청년은 불안정 노동과 위태로운 삶을 표상한다. 청년 문제를 다루는 김선기 연구자에 따르면, 이 시기의 청년세대 담론은 세대가 곧 계급이라는 식의 논의를 통해 계급 담론을 세대화시켜 표현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88만 원 세대, 삼포세대 등이 그런 예이다. 계급은 매우 까다로운 개념이지만, 분명한 것은 계급은 계급 그 자체로 등장한 적이 없다. 압축적 근대화 시기인 80~90년대에는 제조업 노동자가 산업역군으로서 계급으로 표상되었다면, 오늘날 청년은 하나의 세대이자 계급의 이름이 되었다. 이러한 명명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지 않는 매우 다른 입장들이 제출되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청년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신자유주의에서 계급의 문제를 불안정한 삶의 문제로 다룰 때 청년은 특정 연령대로 한정되지 않은 정세적이고 상황적인 구성물이 되었다. 청년세대 담론은 생물학적 연령대를 일컫는 청년층에 제한되지 않는다. 김선기 연구자가 지적하듯이 오히려 청년세대라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사회적 여론의 형성, 그리고 자신이 청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청년세대라는 기호에 담긴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대중적인 집단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청년세대라는 담론은 특정 대상을 넘어서 사회적 개념이 되었다. 논쟁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계급이 세대화 된 표현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이를 뒤집으면 계급은 곧 세대가 아니라는 점, 구조적 문제를 세대 프레임으로 가두어 세대전쟁으로 왜곡시킨다는 점이 곧잘 지적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다. 오늘날 청년들은 그 어느 시대의 청년들보다 힘들다. 하지만 청년들만 힘든 것이 아니다. 불안정성은 신자유주의 시대, 삶의 일반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세대는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청년세대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이는 전체적인계급의 양극화와 궤를 같이 한다. 즉 구조적이고 계급적인 모순의 부분으로서 청년문제가 자리한다는 반박이 있다. 그런데도 오늘날 불안정한 삶과 노동의 문제는 청년의 얼굴로 가시화된다. 현장 실습생들의 자살과 죽음,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죽음,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의 죽음, 그리고 발전소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무엇보다 청년의 죽음으로 사건화 된다. 청년들의 곁에 무수한 노동자들의 사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우선 청년의 죽음을 분노한다. 이러한 죽음들이 청년세대담론의 효과로서 등장하는 것이라고 단순화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오늘날 계급은 청년의 얼굴로 나타난다. 젊음의 상징이 아니라 불확실함, 불안정함, 불안전함의 얼굴로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청년이라는 계급적 표상이 무엇을 전망하고 무엇을 나누는가이다. 계급은 소득분포의 아래로 실체 하거나 계급의식으로 의식적으로 집단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늘 지역, 국적, 젠더, 나이 등과 같은 요소들을 둘러싸고 지배적인 권력과 대중들 사이의 갈등과 투쟁 속에서 떠오르고 존속한다. ‘산업역군이 개발독재 세력이 명명(nomination)하고자 했던 계급의 이름이었다면, ‘골리앗 전사로 상징화되었던 제조업 노동자들은 맑스주의 이론에서 등장하는 종이 위의 계급의 현실화한 표현물이었다. 이러한 계급의 얼굴은 특정한 젠더와 특정한 국적을 포함하며 여성 노동, 이주 노동은 주변부화 되어 차별받거나 배제된다. 이는 진보적인 운동진영이 이러한 차별과 배제를 자신의 전망 하에 감추어두었다는 것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정 시기의 계급의 얼굴은 특정 정세에서의 계급투쟁의 잠정적 표현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런 한에서 집단화된 존재로서 계급을 대면할 수 있다.

 

청년이라는 계급이 전망하는 것, 나누는 것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의 풀네임은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다. 김용균은 24살이고, 첫 직장이었다. 김용균의 동료 중에는 김용균처럼 첫 직장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위험을 위험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일 해왔다. 위험하고 힘들어도 잦은 이직은 커리어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잘 알기에 참아왔다고 이야기한다. ‘힘들어도 견뎌보라는 부모님의 독려(?)도 있었다. 앳된 얼굴들 옆에 잔주름이 금이 간 유리창처럼 얼굴을 덮고 있는 나이든 동료들도 꽤 있다. 이들은 이전에 일했던 제조업 공장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발전소를 떠나지 않았다. 나이 먹었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을 발전소로 몰아넣고,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사회적 압력은 다양하고 중층적이다. 세대 부채감. 50대 나이든 노동자는 자기의 나이 어린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김용균의 죽음에 대해 서부발전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동안 동료들은 모두 자신을 탓했다. 거기에 덧붙여 나이든 노동자는 세대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까운 나이에 때 이른 죽음을 언론이 보도하면 할수록 세대 부채감은더 커졌을 것이었다. ‘청년이라는 기호가 갖는 의미, 불확실성, 불안정성, 불안전성은 이렇듯 그 의미에 동의하는 주체들을 가른다. 청년노동자의 죽음에 모두 비탄의 정서를 공유하지만, 청년의 비참은 좀처럼 불안정한 삶 모두의 비참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삶을 상징하는 청년 세대가 생물학적인 연령의 문제로 미끄러지는 이유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청년은 20대 남성의 얼굴을 갖는다.

 

  최근 가장 고용상황이 악화한 집단은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 고용률은 66.2%에서 2018년 56.1%로 떨어졌다. ·연령별로 봤을 때 고용률이 가장 매우 감소한 집단이 20대 남성이다. 20대 여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54.9%에서 59.6%로 올랐다. ‘된장녀란 조어가 나왔던 200520대 남녀 고용률이 역전됐다. 하지만 여성 고용률은 30대부터 급감한다. 지난해 30대 여성 고용률은 60.7%30대 남성(89.7%)을 크게 밑돈다. 소득주도성장특위 특별위원인 신현호 경제평론가는 “20대 고용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지만 30대 이후 여성이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컨설팅 등 연봉이 높은 고급 일자리 분야에선 여성 채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현재 20대 남녀 간 극심한 젠더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이 같은 고용 현실이 꼽힌다.

 

  2~30대 남성이 <82년 김지영>에 공감하면서도 92년 김지영에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이유는 자신을 곧 20대에 머무는 청년으로 동일화하기 때문이다. 20대 여성이 자신들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착시는 청년이 생물학적 연령대의 문제로 뒤집어지는 순간 예고된 것이다. 1998IMF 위기 시, 김대중 정부와 보수 언론은 노동의 위기를 가장의 위기로 전환했다. 당시 민주노총이나 진보진영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힘내세요!’는 곧 계급의 구호이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취약한 계급으로 등장한 청년은 가장의 자리를 대체했다. 가족의 위기는 가장의 위기에서 아들의 위기로 자리바꿈 되었다. 한국사회의 가족주의는 지난 20년간 심화한 가족의 위기 시에 더욱 강렬하게 작동한다. 그 사이에 4~50대 여성 노동자들은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타겟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시기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일자리가 늘었다. 오늘날 청년 여성들의 문제는 젊은 여성들의 문제로 곧잘 치환된다. 그것이 성차별이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따라 나오는 불안정함이든 말이다. 청년의 비참이 신자유주의적 세계의 복잡하고 상이한 비참들과 경쟁하는 한 청년을 매개로한 정치적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계급의 문제는 이러한 청년을 둘러싼 문제를 우회하고서는 사유할 수도, 새로운 전망을 모색할 수도 없다.

특집1. ‘청년’이 아니라 ‘노동자’가 죽었다 / 2019.02

[특집 청년 + 노동자, 다시 보기]

 

청년이 아니라 노동자가 죽었다

 

최민 상임활동가

 

  201812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의 장례가 사망 62일 만인 201929일 치러졌다. 출근을 앞두고 새로 산 양복을 입어보고 쑥스러워하던 젊은이가 결국 헤드랜턴 하나 받지 못해 위험하게 일하다 비명에 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한국 사회에 깊은 충격을 주었다. 그의 삶과 죽음은 2016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 하다 숨진 김 군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에게는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컵라면이 있었지만,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힘이 없었고, 21조 매뉴얼을 지키는 회사가 없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장이 논평한 대로 최근 주요 사고와 노동재해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를 청년의 죽음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용균이 일했던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 연료운영팀 60명의 팀 전체 평균 나이는 39.1세다. 40대 이상이 43%. 구의역 김 군이 일하던 은성 PSD에도 특성화고 현장 실습으로 취업한 10, 20대가 많았지만, 73%30대 이상이었다. 청년의 사고, 청년의 노동재해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지, 산재 사고의 주요 위험군이 청년은 아니다. 2017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 총 964명 중 34세 미만은 74명으로 전체 사고 사망자의 7.68%에 불과하다. 무상 사고 사망자 중 35%60세 이상의 고령노동자다. 전체 업무상 사고 사망자의 80%45세 이상이다. 고령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고령노동자 비율도 높아져 사고 발생 건수도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고령 노동자가 건설일용직, 재활용 사업 등 재해율이 높은 업종에 분포하고 있어 고령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더 절실하다고도 볼 수 있다. 연령별 전체 사망자 중 업무상 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25~29세 사망자의 2.24%, 30~34세 사망자의 1.62%가 업무상 사고로 사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약간 높지만 젊은 나이에 외인성 사망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은 제외했다.)

 

청년 일자리가 아니라, 모두의 일자리가 위험해지고 있다.

 

  청년 노동자의 사망에 애통한 마음에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 일하다 죽는 것은 피해야 하고, 피할 수 있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이것이 열악한 일자리에 내몰린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 두어야 한다. 청년들이 위험한 일자리에 내몰린다기보다, 우리의 일터 자체가 위험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20187월 열린 산업재해 피해자 증언대회 및 노동안전보건과제 대토론회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산재 사망률이 1988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일반 인구의 (자살을 제외한) 사고성 사망률이 산재 사망률보다 더 빠르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일반의 사고 사망률이 낮아지는 만큼 산재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터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는 사고사망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산업재해를 중심으로 한 분석이다. 일터 괴롭힘, 감정노동, 성과 압박과 같은 일터에서의 정신적 유해요인 등 최근 새롭게 문제로 제기되는 위험을을 생각해보면 산업재해일터의 위험은 사실상 우리 노동세계 곳곳에 오히려 가까이 와있다고 볼 수 있다.

 

불안정한 노동은 안전을 위협한다.

 

  21세기 내내 지속한 불안정한 일자리, 비정규직의 증가는 전반적인 직장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김용균의 사고 이후 왜 비정규직이 더 위험한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다. 더 위험하고, 꺼려지는 일을 비정규직, 외주의 형태로 내려보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위험하다. 같은 일을 해도, 직무 스트레스가 높으면 사고위험이 증가한다. 심리적, 물리적 업무 부담이 많고, 지원과 보상은 적어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업무상 사고, 재해 발생 비율이 높다. 비정규직이 겪는 차별과 스트레스는 재해 발생률을 높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이내에 사고의 대부분이 발생한다. 2017년 업무상 사고 사망의 64%615건이 6개월 미만의 근속 기간에 발생했다.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에서 근속기간이 특히 짧아서 더욱 그렇지만, 건설업 사망자를 제외한 사고 사망자 458명 중 43%196명이 6개월 미만의 근속기간에 사망했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근속기간이 짧아지고, 불안정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채용과 퇴사, 이직이 빈번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충분한 교육과 정보제공을 받기 어렵다. CJ대한통운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청년노동자가 감전으로 사망한 뒤, 하청업체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안전관리, 안전교육이 미흡했다고 진술했다. 매일 채용이 이루어지는 상하차현장에서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근속 기간이 짧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 이런 명시적 지식을 제대로 전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노동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체험을 통해 습득해야 할 암묵적인 지식도 얻기 어려워진다. 이런 지식은 주로 장인 도제 관계나 일터의 선후배 관계처럼 지식을 보유한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얻게 된다. 매뉴얼로 작성돼 있지 않아도 선배가 하는 작업 위치와 형태를 보며, 좀 더 안전하고 수월한 작업 방식을 익히게 되는 게 대표적이다. 모두가 단기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세계에서 이런 암묵적 지식의 전달은 불가능하다. 파견 노동자로 이루어졌던 반도체 하청업체에서 몇 년에 걸쳐 여러 명의 노동자가 실명에 이르도록 높은 농도의 메탄올에 중독됐던 사건은, 노동자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소통이 없을 때 위험이 어떻게 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아래로 내려오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권리 상태는 노동자를 취약하게 한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하청) 노동자는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다하더라도 원청의 결정과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현장 상황에 직접 대응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3%에 불과해 집단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모든 조건이 상호작용하여 불안정노동자를 위험하게 만든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이제 50%를 넘는다는 사실은, 이런 위험이 젊고 앳된노동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시장 전체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불안과 위험에 내몰린 불안정 노동자의 연대만이

 

  물론, 노동자에게 적대적이고, 계층에 따라 깊이 분절된 신자유주의 말기 상황에 본격적으로 임금노동에 뛰어들게 된 세대들이 갖는 어려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죽음의 일터 상황을 목격하면서 자기 직장의 위험이 다른 일터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 김용균에게는 노동조합과 동료들이 있어서, 한해에 2천여 명에게 발생하는 다른 산업재해 사망과 달리 뉴스 단신으로 처리되지 않고 한국 사회에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청년 노동자를 더는 죽음의 일터로 내몰지 말자, 청년노동자를 보호하자고 외치는 대신, 먼저 자신이 일하는 직장이 죽음의 일터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활동을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불안하고 위험에 내몰린 청년이미지 속에 담겨 있는, 모든 불안정 노동자들이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읽어내고, 세대와 관계없이 동료로, 조직된 노동자로 함께 싸울 때야,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보여주는 우리의 현재가 달라지지 않을까.

특집1.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 2018.11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김재광, 소장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한편, 국회의원들의 부분적인 여러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법과 제도라는 것은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기도 하고, 변화된 사회를 뒤쫓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언제나 산안법은 변화된 사회를 아주 느리게 뒤쫓고 있다.

고용 형태와 성장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요구에 맞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간 산안법이 주안점을 두었던 전통적인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조차 노동자의 건강 유지 및 증진하는 것에 모자람이 크다. 또한, 이 모자람조차 적용 제외되는 노동자와 사업 영역이 너무도 광범위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이 어떤 모습이건 간에 추가 개정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산안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것인가?

적용 대상의 확대

정부의 전부 개정안은 산안법의 법 취지를 변경하였다. 안전 및 보건의 유지 증진의 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변경하였다. 법 취지 외에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나 그 적용에 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어 선언적 의미에 지나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변화임이 틀림없다.

유연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은 지속해서 전통적인 고용 관계를 해체하여, 법률적으로 사용자의 의무를 가볍게 하거나, 아예 해소하면서 제공된 노동력으로 사업 이익을 확대하는 것을 조장, 독려하였다. 이 같은 결과로 외주화, 파견, 위장도급을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프리랜서, 플랫폼 기반노동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 변화된 노동력 사용과 제공의 관계가 확대되고 공고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의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영향도 있겠으나, 상당한 부분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전략과 정책의 결과이다. 현재의 고용시장 상태는 극단적인 양극을 이루면서 동시에 이윤 극대화를 위한 '사용자 책임 탈피 노동력 사용' 경향의 확대상태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분절되고, 파편화된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나, 이를 이유로 현재 발생하고, 확산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처에 손을 놓아둘 수만은 없다.

즉, 유연화 된 노동시장에 대한 법, 제도적 복구의 노력(분명하고 투명한 고용 관계의 구축)과 더불어 이러한 노동시장에서 허우적거리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후자에 해당하는 것 중 하나가 산안법이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에 의존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보호받을 수 없는 노동자, 다시 말해 개정법이 언급하는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는 절박하고 현실적인 시대의 요구이다. 법상 '근로자'가 아니면서 '일하는 자'들은 상대적으로 더욱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집단적 대응을 하기에도 취약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산안법은 '누구의 건강을 유지 증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있어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외형상 고용 형태가 불명확하더라도) '노동력 제공하는 모든 자'를 모두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에 개정법이 제시하는 '일하는 사람'의 개념을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자'들로 구상하고, '타인의 노동력 제공 이익을 얻는 자'를 '사용수익자'로 정의하여 산안법 상 '사업주'에 해당으로 하는 책임을 모색하여야 한다.

일부 '특수 고용 형태 근로자'를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현재의 산안법과 같이 고용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위험을 초점으로 하는, 노동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명실상부한 '노동안전보건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보호법익을 확대하여야 한다.

한편, 이번 법 개정과 무관하게, 또 다른 차원에서 현행 법 제도를 통해 산안법의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 산안법은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하게 되어있지만, 정작 산안법 시행령을 통해 일부 적용되지 않은 사업을 규정하여 그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며, 각종 규정 적용에 있어 규모의 예외를 둠으로써 또다시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적용 제외되는 사업은 대부분 생산 및 건설업이 아닌 사업이 해당하는데, 사고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작을 수 있으나 증가하는 직업성 질환의 발생 추이를 살펴본다면 결코 무시할수 없는 상태이므로 시행령에 의한 적용제외는 점점 그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시행령 등의 개정으로 그 적용제한을 시급히 풀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 확대는 사회적 이익의 확대 

현행 산안법의 체계는 '사업주' 및 '근로자' 준수의무를 규정할 뿐 사실상 명문화된 노동자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는 인간인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실제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 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기제이다.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여 관리 감독 기관인 고용노동부에 비난의 화살이 갈 때 언제나 망가진 오디오 마냥 반복되는 변명이 있다. 바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인력으로 수많은 사업장을 관리, 감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상태를 보자면 한편 수긍이 가지만 마냥 인정할 수만은 없다.

그간 고용노동부의 행태는 차치하고, 설사 인력이 지금보다 2배가 늘어난다 한들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여전히 사업장의 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는 유력한 방법은 일하는 노동자가 관리감독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현재의 노동자가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고, 개선하는 하나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관계기관의 감독 또는 처벌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협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산안법은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명문화하고 개별 및 집단적 개입을 보장해야 한다. 산안법에 규정된 각종 조사와 검사 그리고 평가에 어떤 형식이건 노동자가 참여하고, 이에 대한 결과와 의미를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알리고,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하고 있는 물질에 대한 성분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왜곡 없이 파악할 수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관련된 작업 방법 및 공정, 노동강도, 사용 물질, 보호조치 등이 변화할 때 해당 노동자의 의견을 구하고, 집단적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권한을 확대하여 지역 사업장 관리감독에 노동자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기준을 낮추고, 심의와 의결의 권한을 확대하여야 한다. 이럼에도 위험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즉각적인 작업 거부 및 중지의 권한이 개별적, 집단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자의 권리가 확대되면 될수록, 당연히 안전과 보건의 유지 증진은 확대될 것이고, 관리감독의 인원 부족만을 탓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 확대는 단순히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행정력의 보완, 노동재해의 예방, 이로 인한 직간접적 사회적 비용의 감축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이익의 확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정신과 사회 심리적 건강의 포용

현재의 산안법은 신체안전 및 건강을 중심으로 규정되어있다. 현재 헌법도 이점에 있어 다를 바가 없는데, 현대 산업 사회에서 확대되고 심화하는 질병에 있어 심리적, 정신적 질병을 무시할 수가 없다. 노동재해도 마찬가지로, 최근 산안법 개정에서 고객 응대 노동자의 안전 문제가 규정화되고, 직장 내 괴롭힘 등이 근로기준법과 산안법 등에 편입하려 하는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분명 긍정적이기는 하나, 땜질하듯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안법 상 의무인 보건 조치에 명문으로 정신건강 장애에 대한 예방 의무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구체 의무를 시행령, 규칙, 고시, 지침 등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사업이 어떤 종류이건 간에 신체와 정신의 건강은 균형 있게 예방하고, 보장해야 한다.

한편, 노동자의 심리적, 정신적 건강의 문제는 사회 심리적 차원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즉 해당 조직문화와 업무와 관련한 조직 내외 관계 그리고 업무성과 설정 등과 같은 것을 살펴야 한다. 앞서가는 국가들에서는 이미 사회 심리적 요인을 사업장 건강에 영향 요인을 파악하고, 부정적 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 및 제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문제로 주목받는 감정노동, 직장 괴롭힘, 고객 응대 노동, 정신 스트레스의 증가는 작업장의 건강 장애 환경을 물리적 요인만으로 국한해서는 예방할 수 없다. 사회 심리적 요인을 작업장의 건강 영향으로 포함하여 산안법은 이에 대한 예방 사항을 규정하여야 한다.

법 성격과 체계를 바꿔야

현재 산안법은 사업주를 수규자로 하는 법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노동자의 권리와 권한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자는 보호의 대상이며 동시에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개별적이건 집단적이건 관계 없이 그래야 한다. 노동력을 받는 사업주 또는 사용자는 당연히 안전배려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의무를 다하고 임금을 지급한다고 하여 노동력을 포함한 노동자의 모든 신체와 정신의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용자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안전과 보건을 파악하는 것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노동자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증진을 방해하는 노동환경에 대해 개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부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을 보전할 수 있다.

사용자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로서는 온전히 자신을 보존하기 어렵다. 따라서 산안법의 법 취지와 같이 안전과 보건의 증진 유지를 위해서는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의 의무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의 권리를 균형 있게 설정하여야 한다. 법의 성격과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안내] 노동안전보건활동가 양성을 위한 학습모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양성을 위한 학습모임


- 강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상임활동가

- 진행방식: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함께 읽고, 관련 법/제도를 알아봅니다. 

- 참가대상: 산별/단위노조 노안담당자 및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있는 조합원

- 첫모임: 10월 5일 (금) 오후2시, 지역본부 중회의실 (매일 1회 모임 예정)


- 책 구입 및 참가 신청 문의: 지역본부 김진원 조직부장 010-4678-7971

[언론보도] 유해화학물질 관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무력화 시도 경계해야 (매일노동뉴스)

유해화학물질 관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무력화 시도 경계해야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형렬
  • 승인 2018.05.25 08:00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기업이 그 성분이나 함량 등을 영업비밀로 하고자 할 때 이를 심사하겠다는 영업비밀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화학제품 제조사들이 원료 성분을 확인하고 안전한지 검토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고, 이를 사용하는 노동자·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취지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739

[토론회] 석면정책 국회 토론회


※ 토론회 자료집 파일이 필요하신 분은 연구소로 연락 바랍니다. 

[언론보도] 가만히 있으라? (매일노동뉴스)

가만히 있으라?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손진우
  • 승인 2018.04.12 08:00







많은 일터에서 작업환경측정을 한다. 소음·분진·유해화학물질 등 건강상 문제를 야기하는 유해인자에 노동자가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를 측정·평가해 개선하기 위해서다. 작업환경측정은 쾌적한 작업환경을 마련해 노동자가 일터에서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며 건강을 유지·증진하도록 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879

[언론보도] [세상을 읽는 책갈피] (1)아픈 건 개인 탓?…불평등 사회의 책임을 묻다 (경향)

[세상을 읽는 책갈피] (1)아픈 건 개인 탓?…불평등 사회의 책임을 묻다

입력 : 2018.02.02 20:53:00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책을 찾는다. ‘책과 삶’에서는 2018년의 주요 이슈를 책으로 매핑(mapping)하는 기획을 연재한다. 전문가들이 그린 책 지도를 나침반 삼아, 우리 사회의 이슈를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과 사회’를 시작으로 블록체인·인공지능 등 4차 산업기술, 여성·젠더 등에 관한 글이 이어질 예정이다.


의과대학 학생 시절, 경기 마석가구공단의 외국인 노동자 진료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내 역할은 진료를 기다리는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기록하는 일이었다. 네팔이나 방글라데시에서 온 젊은 그들이 주로 호소했던 증상은 기침과 가래였다. 목재를 손질할 때 먼지가 흩날리는데, 제대로 된 개인보호장비는 물론이고 환풍기 시설조차 없는 공장이 많았다. 언젠가 진료소에서 약을 받아 돌아가는 그들을 보며 선배에게 물었다. “형, 저 사람들 일하는 환경이 그대로인데, 우리가 처방한 약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선배는 말이 없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022053005&code=960205

[언론보도] [화학물질 유해성을 바라보는 이중 잣대] 소비자는 불안하고 노동자는 불감하다? (매일노동뉴스)

[화학물질 유해성을 바라보는 이중 잣대] 소비자는 불안하고 노동자는 불감하다?

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불안 그 자체는 개인과 사회의 온전성과 지속성을 지키기 위한 생리적 반응이며 병증이 아니다. 그러나 불안이 과도해 일상이 위축되면 공포증, 과소해 존재의 안전을 위협하면 불감증이라고 하며 병증이 될 수 있다. 유해 화학물질과 관련한 불안은 사회적 인식의 극단을 보여 준다 할 만하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729

[노안뉴스] 2016.01.12.~25 모음

▣ 1/13 '먼지·소음은 기본' 길 막고, 무너지고…'위험천만' 도심 공사현장
['후진국형' 건설현장 이젠 바꾸자]<上>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실태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11213542176768&outlink=1


▣ 1/14 "공사장 고인 물에 모기알 발견돼도 벌금, 우리 현실은…"
[후진국형 건설현장 이젠 바꾸자]<中> 하청에 또 하청, '있으나마나' 안전관리자, 열악한 건설환경
http://news.mt.co.kr/mtview.php?no=2016011313305255779


▣ 1/13 "하청근로자 원청보다 위험, 산재도 못받아"…인권위 법개정 권고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6011311114639447&outlink=1

 

▣ 1/14 서울에서 한 해 평균 170여건의 붕괴사고 발생 -부상자 49명·사망자 7명
http://news1.kr/articles/?2543826

 

▣ 1/15 美법원 ‘땅콩회항’ 박창진 사무장 소송도 각하
http://www.hankookilbo.com/v/8df23b316fbd4cf69098ab9a26dafe02

 

▣ 1/19 반복되는 근로자 '허위 산업재해'…유형도 갖가지
2014∼2015년 보험금 부정수급 260여건…'휴업급여 부정수급' 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1/18/0200000000AKR20160118120400057.HTML?input=1195m

 

▣ 1/20 [기고] 감정노동자의 삶을 앗아간 재벌 / 김종진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27073.html

 

▣ 1/21 더민주 "원샷법 조건없이 전격 수용"
서비스발전법도 사회적경제 기금 설치 등을 전제로 수용 가능
http://www.nocutnews.co.kr/news/4536625#csidx1qGz64

 

▣ 1/22 "세월호 특위 실패한다면, '중립성' 덫 때문"
[세월호, 어디로 가나 ⑧] 이호중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2705&ref=nav_search

 

▣ 1/23 직장인 3명 중 2명 “업무시간 외 지시 받아”
일상 된 극한 스트레스, 퇴근 뒤 전화 금지 프랑스와 대조
사회복지사 25% “자살 충동” 서비스업 감정소모 위험 수위
OECD 최장 근로시간도 한몫… 긴장 못 풀어 생산성 떨어져
http://www.hankookilbo.com/v/4c50aa325dd949ca989e150351de5e76

 

▣ 1/24 마이나 키아이 유엔 특보, 세월호 희생자 유족 비공개 면담
http://news1.kr/articles/?2554106


▣ 1/24 건설은퇴자 안전지킴이로---안전보건공단, 130명 모집
http://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125010017

 

▣ 1/25 한국, 장애복지 지출 OECD 중 최하위권… 뒤에서 세 번째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type=1&no=2016012508468099415&outlink=1


▣ 1/25 혹시 나도 저성과자? 판례로 본 해고 기준은… ‘상대평가’ 해고 근거 안돼 실적 등 객관적 수치 필요
민주노총, 1월 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정부 “불법 파업시 법에 따라 엄벌”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05114&code=11131800&cp=nv

 

▣ 1/25 국민의당, 쟁점법안 '캐스팅보트' 시험…"파견법 반대"
[the300]누리과정 정부목적예비비 3000억 조속 집행…파견법 노사정 논의 주장
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6012512517632590

 

▣ 1/25 건설사들 품질인증보다 환경·안전 인증 투자 늘린다
소비자 가치 트렌드 변화에 따라 안전·환경 인증 증가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618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