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빛바래선 안 될 청사진 (매일노동뉴스)

빛바래선 안 될 청사진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 손진우
  • 승인 2018.07.05 08:00







지난 3일 대한문 앞에 또다시 분향소가 차려졌다. 2009년 대량해고 사태와 국가폭력의 잔인함으로 동료와 가족을 황망히 잃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30번째 희생자인 고 김주중님을 떠나보내며 다시 대한문을 찾았다. 이들은 분향소를 설치하며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손배·가압류 철회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고 김주중 조합원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529

함께 살자! 쌍용차는 해고자 전원복직 약속을 이행하라, 인증샷

3월26일 월요일 오늘로 쌍차 김득중 지부장 님의 쌍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 26일차 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작은 힘이나마 모아보고자 회원을 비롯하여 함께 만나고, 활동하는 전국 각지의 분들과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두원정공, 한국타이어, 현장활동가, 노무사, 의사, 약사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함께 살자! 
해고는 살인이다! 
쌍용자동차는 즉각 해고자 전원 복직 약속을 이행하라


[A-Z 노동이야기]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일하는 현정 씨의 하루 /2015.11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일하는 현정 씨의 하루
- 법률 사무소 소장 현정 씨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지평, 화우” 한번쯤 언론을 통해 들어보았을 법한 국내 최고 로펌으로 일컬어지는 법률 사무소들의 이름이다. 대형로펌들은 삼성, 현대, 기아 등 국내 대기업 물론 외국계 기업의 M&A, 구조조정, 인사 노무를 비롯해 지적재산권, 특허권 등 법적 분쟁을 해결한다. 거꾸로 말하면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일터는 앞서 언급했던 로펌들과 달리 변호사 1명이 운영하는 작은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현정 씨를 만났다.

 

 

특별한 철학으로 운영하고 있는 법률 사무소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ㄷ법률사무소에서 소장으로 근무하는 현정입니다. 대학에서 법학 전공하고 법조인이 되는 게 꿈이어서,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 벌써 6년이 지났네요.

 

 

법률사무소 소장으로 일하는 현정씨

 

다른 법률 사무소와 다르게 직함이 소장인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일반 사건이 아니라 노동인권전문 사건들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과 관련된 부당해고, 해고 무효 확인 소송, 체불임금,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이런 사건을 주로 맡아요. 그렇다보니 일하는 노동자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이 직함을 달고 있어요.

 

처음부터 특별한 사무소인줄 알고 오셨나요?

 

아니요. 처음엔 이럴 줄 몰랐어요. 면접 볼 때 여기는 일반적인 사건은 맡지 않고 노동자들 사건을 주로 맡는 사무실이라고는 하셨는데 그때만 해도 저는 어딜가나 다 똑같은 사건만 맡을 수는 없으니까 다른 특색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특별한 느낌이 있었어요. 채용 공고가 나서 서류 제출후, 보통은 사무실 직원들이 면접통보를 해주고는 하지만 변호사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마치 저를 모시는 듯한 대우를 해주셔서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필요 이상으로 너무 친절하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품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면접을 봤는데 다행이 마음을 놓았어요.

 

어떤 점이 긴장, 의심을 풀게 되었을까요?

 

변호사라고 하면 뭔가 굉장히 권위적일 것 같은데 변호사님이 너무 수수하시고 마인드가 보통 분들과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때 이런 분과 함께라면 일하면서 배울게 많겠구나 생각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저를 대하실 때 나는 변호사고 너는 직원이다 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본인을 항상 낮추세요.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하시구요. 그런 부분이 존경스럽고 지금까지도 같이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이 현정 씨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처음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하니까 오~ 좋은데서 일한다 이런 반응이었어요.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티비에 방송되고 보도될 때마다 가족들은 지금도 많이 자랑스러워하세요.  친구들도 저희 일에 특성상 집회나 이런 것들에 참여하게 될 때가 있는데 처음에는 빨갱이? 이런 얘기도 하더니 지금은 아무래도 남들이 하기 힘든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나 높게 평가해주는 것 같아요.

 

6년 정도 일했으면 관성에 빠지거나 일이 지겨울 법도 할 것 같은데 슬럼프 같은 건 없었나요?

 

작년에 회의감이 크게 왔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번 회의감이 몰려오고 나니까 안 좋은 이야기를 듣거나 접할 때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잘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가령 저희 사무실에 오시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저희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힘들 때가 있어요. 왜 변호사를 산다고 하죠. 너는 내가 돈을 주고 샀기 때문에 그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그런 의식을 소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고 하는 노동조합 간부들이 보일 때 정말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물론 다 그런건 아니고 일부 그런 분들 있는데 정말 그럴 때는 회의감도 느끼고 참을 수가 없어요. 조합원들은 저런 분들을 믿고 따를 텐데 그런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 선들 뭘 기대할 수 있을까 ?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그러면 변호사님은 또 그런 일부의 사람들 때문에 제가 노동조합에 대해 왜곡되게 생각할 까봐 안타깝게 생각하시고요. 일부 몇 사람 때문에 왜곡해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게 제 입장에서 허탈해요. 의욕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저런 분들을 위해 제가 열심히 해서 재판에서 이긴들 뭐가 달라질까라는 고민이 들어요.

 

 

법률 사무소 소장의 하루

 

하루가 정말 바쁘시죠? 일과가 대략 어떻게 되나요?

 

9시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해요. 퇴근시간 잘 지키는 게 사무실 방침인데 일의 특성상 갑자기 사건을 맡게 되거나, 급하게 뭔가를 제출해야 할 때는 퇴근이 늦어질 때도 있어요. 재판은 기한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 안 그러면 재판 결과에 불이익이 있거든요. 출근해서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진행 중인 사건을 검색 하는 거예요. 상대측에서 어떤 자료가 제출되었는지. 판사님이 명령을 내린 게 있나 그런 걸 파악해야 해요. 재판 기일이 잡혔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재판에 제출할 서면 검토하고, 제출 할 서류들도 챙기고요. 재판 전에 준비해야 할 자료들 있으면 그거 준비하러 법원이나 검찰청에 가서 서류를 등사 해 와야 해요. 또 신문기사도 많이 봐요. 사건 준비하면서 많은 사업장들을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보게 되더라고요. 여기는 현재 상황이 어떤지 그런 것들. 일을 하다 보니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 진 것 같아요.

 

기사들 접하다보면 대형 로펌들 얘기가 많이 나올텐데 그럴 땐 어떤 생각이 들어요?

 

기사뿐만 아니라 지금도 거의 대부분 사건이 김앤장, 태평양, 화우 이런곳과 싸우는 거예요. 대기업 사건은 더욱 그래요. 그렇다보니 소위 대형 로펌에 대해서는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하는 적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솔직히 없는 것 같아요.

 

재판 관련 업무 외에도 사무실 살림 꾸리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무실 특성이 있다 보니까 입사해서부터 지금까지 풍요로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월급도 솔직히 넉넉하지는 않고요. 그렇다고 해서 생활이 안 될 정도는 아니고 또 돈은 쓰기 나름이라서 돈을 따진다면 지금까지 이 일은 못했을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사무실 식구와 관계는 괜찮으세요?

 

직업의 특성상 항상 억울하거나 부당함을 많이 겪은 사건을 이겨야하는 그러나 이겨야 본전인 일을 하기 때문에 마음적으로 많이 힘든 직업이에요. 얼마 전까지 웃으면서 같이 상담하고 재판 준비했던 분들이 상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하고요. 변호사님이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안 하시는데 전화가 오면 겁부터 나더라고요. 또 누가 돌아가셨나. 그래서 한때는 전화벨이 울리면 덜컥 겁부터 나고 공황장애 같은게 올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고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뭔가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지금껏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내담자가 있나요?

 

쌍용차 사건인데, 처음에는 정치적인 문제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일하는 것도 기계적으로 일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쌍용차 사태 때 관련 영상이나 책을 접하고 한상균 당시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을 사건 맡으면서 피가 거꾸로 솓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현장에 있던 아이들을 접하면서 왜 정말 크게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아 내가 몰랐던 것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사건마다 개인적인 감정 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저희 사무실의 특성이 저에게도 흡수가 되는 그런 느낌이었죠.

 

일하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지금 진행하는 소송들이 좋은 성과를 얻어서 또 하나의 판례를 남기면 뿌듯할 것 같아요. 기존에 저희에게 불리했던 판례가 있다면 뒤집었으면 좋겠고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법이 자리 잡는데 일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엇이든. 제가 겪고 있는 중에 한가지라도 작게나마 좋게 변화가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일하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느끼고, 여태껏 살아왔던 방식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어요. 그런분들과 더불어 웃으며, 즐기며,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어요.

 

[특집] 2. 자살과 죽음 / 2015.1

자살과 죽음 

- 2014년 노동안전보건 열쇳말 中



이혜은 회원



2014년 마지막 달의 삭풍이 몰아치던 날, 두 분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평택공장 70m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던 바로 그 날, 2009년 쌍용차 집단정리해고 이후 26번째 사망이 있었다. 해고노동자와 가족들 스물여섯명의 안타까운 죽음 중 자살이 절반이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40% 급증한 우리나라의 자살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의 가슴 아픈 자살, 2012년 겨울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한 달 새 연달아 벌어졌던 노동자의 자살, 이 모든 자살은 개인적인 선택이나 정신적 장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100년 전에 에밀 뒤르켐이 주장했던 ‘자살은 사회적 조건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적 사실’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국가마다 자살률이 크게 차이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표적 저작인 <자살론(1897)>을 저술하게 되었고 자살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탐구하였다. 그가 우리 시대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한국은 가장 연구할 가치가 높은 나라였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4년 발간한 『OECD 국가의 사망원인별 사망률 비교』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2002년 인구 10만 명당 1천54.6명에서 2012년 753.8명으로 28.5% 급격히 줄었다. 그에 비해 자살 사망률은 2002년 인구 10만 명당 22.7명에서 2012년에는 29.1명으로 28.2% 급격히 증가했다. 대한민국은 2012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1명의 두 배를 넘어선다.


절대로 익숙해져서는 안 될 문제인데 10년째 자살률 OECD 1위를 지키고 있다 보니 어느덧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고통에 무뎌져 가고 점차 포기나 냉소의 반응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은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가난한 자, 힘든 투쟁으로 지친 자들의 끊이지 않는 자살 소식에 다시금 쓰라림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해였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총소득은 계속 늘어왔고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선 지도 한참인데 삶의 벼랑 끝에서 제 손으로 세상과 인연을 끊은 이들의 사연은 더 비참해져가고 있다. 어쩌면 그 정도의 비참함이 아니면 세상에 알려지기도 힘든 시절인지도 모르겠다.


2014년 4월 17일 해맞이 장소로 널리 알려진 정동진에서 한 청년이 자동차 안에서 타고 남은 번개탄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한 분회장이었다. 고인은 노조에 남긴 유서에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2013년 노조 출범 이후 힘들고 지치는 싸움에도 결국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총에 단체교섭을 위임, 실질적인 교섭에 나아가지 못하는 숨 막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2014년 9월 26일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25세 여성노동자는 계약 만료를 통보받아 해고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2년 전 입사해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했고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거짓 다독임에 상사의 성추행까지 견디며 버텨냈으나 결국 해고되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내가 꽤 긴 시간, 2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정을 쏟고 기대하고 미래를 그려나갔던 그 경험들이 날 배신하는 순간, 나는 그동안 겨우 참아왔던 내 에너지들이 모조리 산산조각 나는 것 같더라…내가 순진한 걸까?” 라는 절망이 담겨있다. 


2014년 11월 7일, 한 달 전 자신이 근무 중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경비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는 입주민들의 폭언과 인격모독행위에 시달리면서도 언제 계약해지 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 때문에 비인간적인 처사로 인한 모멸감을 그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근무하던 바로 그 일터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음에도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는 “우리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며 오히려 경비업체를 변경하여 우리를 경악시켰다.  


2014년 11월 6일,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조합원 한 명이 약물을 과다 복용하여 자살을 기도하였다. 2005년부터 현대차 울산 공장 하청업체에서 일해 온 그는 동료들과의 휴대전화 단체 채팅방에 “너무 힘들어 죽을 랍니다. 제가 죽으면 꼭 정규직 들어가서 편히 사세요. 현대에게 꼭 이기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올해 법원은 ‘현대차 사내 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하고 ‘그동안 밀린 정규직 임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현대차 회사 측은 즉각 항소하여 판결 이행을 하지 않은데다가 이어서 ‘2010년 비정규직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과 관련, 70억 원의 손배가압류 판결까지 나오자 극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한 선택이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이들의 자살을 어떻게 막아야 했을까? 자살 예방 교육에서 강조하는 점 중 하나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 어떤 식으로든 희망을 갖게 하고 빨리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라는 것이다. 자살에 이르는 많은 경우 치명적 순간을 잘 넘기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절망감을 안겨준 바로 그 조건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면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기란 쉽지 않다. 이들의 자살은 개인적인 마음가짐, 병적인 상태 또는 분에 맞지 않는 욕망을 비우지 못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가슴 먹먹하게 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죽음이 투쟁에 도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쓰러져 간 것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했던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제2, 제3의 전태일이 요구되는 현실의 조건, 삶의 조건이 바뀌어야만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뒤로 하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당장 벼랑 끝에 서 있는 누군가가 내 주위에 있는지 살피고 손 붙잡아 끌어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모두 같이 달려들어 높은 벼랑을 깎아내려 아무도 뛰어내릴 필요가 없는, 삶에 지친 이들이 힘을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