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죽음의 택배노동에 작업중지명령을 (21.04.01)

죽음의 택배노동에 작업중지명령을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

2021.04.01 07:30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118

올 3월에 알려진 것만으로도 2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했다.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담당하거나, 주6일 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했던 택배 노동자들이었다. 3월30일 기준 지금까지 국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40대는 14명, 30대는 7명이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탱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노동과정에서 사망한 30~40대 노동자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지난해만 16명의 택배 노동자 과로 추정 사망이 알려졌고 올해도 잇따르고 있으니, 오로지 택배와 물류 노동자들만으로도 그와 비슷한 숫자로 사망했거나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가히 죽음의 행렬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이미 지난해 11월에도 바로 이 지면에서 했다. 달라진 것은 없다. 같은 기업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또 다른 노동자가 죽어 나간다. 멈춰야만 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죽음의 택배노동에 작업중지명령을 - 매일노동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서구 언론들은 바이러스를 위대한 균형자(the great equalizer)라고 불렀다. 부자나 유명인에서부터 수상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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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고, 물류센터‧택배노동자의 제대로 된 과로사 개선방안 마련하라!

[ 성 / 명 / 서 ]

이주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고, 
물류센터‧택배노동자의 제대로 된 과로사 개선방안 마련하라! 



지난 3월 6일 쿠팡의 송파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전담했던 노동자가 쓰러져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같은 달 13일에는 로젠택배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쓰러져 결국 15일에 사망했다. 올해 들어 쿠팡에서만 7명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물류, 배송업무 포함),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과 물류업이 급성장 하면서, 잇달은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물류센터와 택배노동자의 극심한 노동강도와 열악한 노동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나 노동조건 개선이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는, 로젠택배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하던 날인 3월 15일,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의 취업업종을 확대해 물류센터의 택배 상‧하차 작업에도 허용한다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물류센터의 상‧하차 업무는 물류센터의 업무 중에서도 힘들기로 유명해 지옥의 알바라고 불릴 정도 악명이 높다. 심야에도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높은 중량의 택배물량들을 내리고 올려야 하는 업무이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상하차 노동자를 대상을 진행한 택배물류센터 노동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7.7%가 일하던 중 다친 경험이 있고 38.5%가 업무상 상해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힘든 만큼 위험한 업무라는 의미인데, 이렇게 일해도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때문에 대부분이 계약직‧일용직인 물류센터에서도 이직률이 높은 업무이다. 

물류업계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인원을 늘리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보다는 정부에 인력수급대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기업의 손을 들어 고용허가제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 논의를 하다 노사 쟁점이 있다는 이유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결정을 떠넘겼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무임금의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을 금지하고, 적정 노동시간‧물량 등에 관해 주로 논의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 과정에서 노동조건 개선을 빌미로 이주노동자 허용 문제를 끼워 넣었다. 특히 문제적인 것은 택배 과로사 문제의 핵심 업무가 분류작업이지만 엉뚱하게도 상하차 업무에 이주노동자 고용을 정식화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상하차 업무는 택배노동자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물류센터의 공정이다. 이는 택배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아닌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하차 업무에 이주노동자 고용을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던 택배업계의 잇속을 채워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합의에 담긴 과로사 개선 노력은 하지도 않으며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에 은근슬쩍 이주노동자 문제까지 끼워 넣은 점에서 정부의 과로사 개선 노력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외면한다면 그만큼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고속성장에 맞게 이윤을 나눠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두 명이 하기도 힘든 일을 혼자 하게 하지 말고 세 명으로 늘려야 한다.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심야노동을 없애야 한다.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이 아니라 안정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 위함한 일을 전가하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키워가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윤은 위로 향하고, 위험은 비정규직에게, 여성노동자에게, 이주노동자에게, 고령 혹은 청년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고용형태가 복잡해지면서 위험은 계속해서 또 다른 대상을 찾아 흘러든다. 
물류업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업종이다. 주말도 없는 로켓배송‧새벽배송과 같은 편리함을 내세우는 소비시스템 뒤에 다른 사양산업에서 옮겨간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의 방치 속에 저임금의 힘겨운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이윤을 챙기기 위한 꼼수에 손발 맞춰 주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기업을 관리감독할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위험한 노동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시행령을 폐기하고,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들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으로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전체 물류센터와 택배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하라.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 시스템이 점점 더 밀도 높게 구조화 되어가고 있는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방치하지 말고 개선대책을 강구하라!



2021년 3월 22일

건강한노동세상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 일과건강 |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일터> 통권 200호 / 2020.10,11 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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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020년 10,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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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축사 04
■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입니다.
■ 일터 200호 발간을 축하하며

일터가 걸어온 길 08

사진으로보는 일터

[기획]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13
■ 근골격계 직업병과 근골유해요인조사, 노동자가 현장을 바꾸는 무기?!
■ 노동시간과 노동자 건강 
■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노동안전보건운동과의 마주침 38 
■ 장애운동이 제기하는 과제, 안전보건에서의 ‘정상성’을 바꿔내는 일 
■ 노동안전보건을 ‘젠더’ 관점으로 바라보기  
■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으로 안전한 현장 만들자! 
■ 청소년 노동건강권 활동을 돌아보며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57
■ 일상이 된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 <일터>라는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
■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의 완성은?

한노보연 이모저모 63

[언론보도] “주 40시간 노동, 2003년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19.12.09, 미디어오늘)

출처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053

“주 40시간 노동, 2003년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노동부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늘리자 노동계 집단 반발 “16년 기다렸는데 또 기다려달라?”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승인 2019.12.09 15:12

 

정부가 오는 1월부터 주 52시간 노동제를 지켜야 할 중소기업(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에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하자 방송·노동계 단체, 산재 피해자 모임 등이 “주 52시간제 파기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며 집단 반발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김용균재단 등 25개 노동·법조·언론·의학계 단체는 9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적용을 추가로 유예한 정부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기존 계획대로면 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지난해 7월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했고 50~300인 규모 중소기업엔 오는 1월까지 1년 6개월 준비기간을 줬으며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8일 ‘충분한 계도 기간을 두겠다’며 중소기업에 적용 유예 방침을 밝혔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053

 

“주 40시간 노동, 2003년 도입했는데 아직까지…” - 미디어오늘

정부가 오는 1월부터 주 52시간 노동제를 지켜야 할 중소기업(노동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에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하자 방송·노동계 단체, 산재 피해자 모임 등이 “주 52시간제 파기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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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주 52시간 그늘… 法개정 이후 102명 과로사 (19.04.30, 서울신문)

[단독] 주 52시간 그늘… 法개정 이후 102명 과로사 

입력 : 2019-04-30 18:04

출처: pixabay

사망을 포함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한 건수는 2016년 1911건(승인 421건), 2017년 1809건(승인 589건), 2018년 2241건(승인 925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으로 병을 얻거나 사망하면 산재라는 인식이 최근 강해지면서 신청 건수가 늘었다”면서도 “통계에 잡히지 않은 과로사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501001006

 

[단독] 주 52시간 그늘… 法개정 이후 102명 과로사

지난해 3~12월 산재 중 43명만 인정 대기업 2곳 빼곤 영세사업장 노동자 “대한민국 과로사회 확인해주는 자료”일주일에 최대 52시간만 근무하도록 근로기준법이 바뀐 뒤에도 가족의 과로사를 호소하며 유족이 정부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건수가 102명(사망 노동자수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직 지켜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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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노동시간 단축운동 역사를 통해 본 탄력근로제 / 2018.12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이나래 (노동시간센터) 


본 글은 11월 13일에 발행한 이슈페이퍼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주물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를 재구성하였습니다... 기자말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마음대로 줄였다, 늘렸다하는 '탄력근로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무제한 노동을 허용했던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 업종 축소, 연장근로 12시간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주 52시간제, 최근엔 초과 노동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제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 중앙에 놓인 탄력근로제는 특정 일·주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며, 초과 노동시간 가산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둔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제는 대상 제한 없이 모든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에 탄력근로제 적합 직무를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성수기.비수기 등 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업종.직무별 특성을 벗어나 사업주의 필요에 의하면 얼마든지 사업장에 도입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 근로시간제의 의의를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업무 생산성 향상 및 기업 경쟁력을 제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근로시간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서 일 · 생활 균형이 가능한 근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동시간 제도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아닌 자본의 이윤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자본은 탄력근로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구속해 자율성을 침해한다. 어떻게 노동하느냐, 어떤 노동시간과 휴게.휴식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과 삶,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주간 고정 노동자와 12시간 주야 맞교대 노동자의 생활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필요, 욕구, 선택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의사와 판단, 필요와 무관하게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 동안 일하도록 강제한다. 이미 탄력근로제가 아니더라도 오래 일하는 것으로 인해 자기 시간에 대한 자율성을 박탈당한다. 심야교대, 주말교대, 파트타임 등 다양한 교대제가 대표적 예이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자본의 생산 향상을 위한 시간 통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정해진 최장 3개월 단위 기간 조차 짧다며 단위 기간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은 단위 기간 확대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


노동운동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 대립은 오래된 첨예한 사안이다. '시간'을 누구의 시간으로 확보할 것인가, 노동자에겐 곧 목숨과 삶이었고 자본에겐 이윤 창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쟁취 대상이었다.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피의 역사다.

1884년 미국 방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8시간 노동제 실현을 주장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 일해 주급 7~8달러 임금을 받으며 월 10~15달러 판잣집 방세를 감당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했고, 1890년 5월 1일 전 세계적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시위인 제1회 메이데이(노동절)가 열렸다. 우리나라도 1920년대부터 메이데이 행사를 치르며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를 외쳤다.

1953년 도입된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주 48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퍼졌고 1989년이 되어서야 주 44시간제로 개정됐다. 법정 근로시간 1주 4시간을 단축하는 데 36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 40시간제가 입법화된 것은 2003년이다. 사업장 규모별 적용 제한을 두어 5인 이상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완전히 도입된 것은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노동시간 단축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53년 법정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8시간, 1989년 주 44시간, 2004년 1주 40시간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 단위 기준으로 요구되어 왔다는 점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총 노동시간(주, 달)을 단축하는데 기준점이 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하루 노동시간 제한이 없다.

주 40시간제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하루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연장근로 12시간을 제한하는 주 52시간제로 전환됐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명백한 장시간 노동의 고착화일 뿐이다.

노동시간 단축, 하루 노동시간 제한으로 이뤄져야

일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분명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긴 하는데, 정작 내 삶은 변한 게 없으니 말이다. 제도는 변하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우린 이미 오랫동안 길게 일해 왔다.

한국은 OECD 최장 노동시간을 오랫동안 기록해왔으며, 이전에 묻혀 있던 노동자들의 장시간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과로사'라 명명되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슈페이퍼를 계기로 조사한 노동시간 상한선이 없는 특례 업종의 경우 운수업에서 35% 이상의 노동자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 달 10일 이상하고 있다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인 특수고용 운수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장시간 노동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수 노동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혹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노동시간 제한 대상이 되지 못하는 모두의 현실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삶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을 원칙으로 삼느냐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그것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통해 얻은 우리의 교훈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특집2.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 2018.12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노동자 건강을 위협한다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보수 언론들과 자본은 지속해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우려하는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 노리는 더 큰 속마음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당 노동밀도 증가 등을 통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데 있는 듯하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문제는 양보(?)했으니,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꼭 도입하라는 정부에 대한 압박이 먹혀들어 가는 듯하다. 탄력근로시간제가 확대되더라도 노사합의를 전제하므로 확대의 영향은 영세 사업장,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막아내기 위한 민주노총의 파업을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여론은 관성과 타성의 정도가 지나치다.

바쁠 때 일을 좀 더 하고, 일이 없을 때 노동시간을 좀 적게 하자는 것이 나쁜 것인가. 자본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동과 노동시간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만든다. 육아 문제를 포함한 생활 문제에서는 보다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사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추가적인 경제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을 낳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도 서구의 나라들을 예로 들어 탄력적 근로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 우리 상황은 너무 다르다.

적어도 탄력근로 시간제가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의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을 자발적으로 해서 생활임금을 유지해야 하는 저임금구조가 아니어야 하고, 일을 많이 하는 시기에도 하루 노동시간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 탄력적 근로를 통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노동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의 문제를 기업과 사회가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임금수준이 생활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해 연장근무를 통해 생활임금을 유지하려는 노동자들에게 같은 노동시간을 하면서도 이를 연장근무로 인정받지 못 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루에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어 수면 부족을 초래할 정도의 노동시간으로 심혈관계질환을 촉발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연장근무의 확대로 아이돌봄을 위해 별도의 비용을 사용해야 하거나 생활의 불규칙성 증가로 사회 활동의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탄력근로시간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 탄력근로 시간제가 확대되면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이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정책과도 충돌한다. 특정 주의 노동시간을 최대 64시간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미 올해부터 시행되는 과로사의 인정기준은 주당 52시간을 넘어서는 경우 특정 직무스트레스를 하나만 가지고 있더라도 발생한 심혈관계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한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심혈관계질환 발생의 위험이 1.85배 증가하고, 주 60시간을 초과할 경우 4.23배 위험이 증가함을 보고하였다.¹⁾

심혈관계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국내연구에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우울 증상이 1.62배 증가함을 보고하기도 하였다.²⁾ 미국 자료를 이용하여 연장근무를 하는 것이 61%의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고,³⁾ 독일에서는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사고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함을 보여주었다.⁴⁾

▲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월 9일(주2회) 초과인 경우와 아닌 경우 비교 결과

제4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노동시간센터에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월 9일을 초과하여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들에서 '근무시간이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질문에 2.4배, '귀하의 건강상태는 전반적으로 어떠합니까?' 질문의 경우 1.5배, '내가 하는 일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1.5배, '지난 12개월 동안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은 비율은 2.4배, '지난 12개월 동안 전신피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은 비율은 1.3배, '지난 12개월 동안 불명증 또는 수면장애'를 겪은 비율은 2.1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월 9일(주2회) 초과할 경우 모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장시간 노동, 그리고 이를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만들고 있는 탄력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정책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 각주
1) Jeong IC et al. Working Hours and Cardiovascular Disease in Korean Workers: A Case-control Study.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2013
2) Kim I et al.Working hours and depressive symptomatology among full-time employees: Results from the fourth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Scand J Work Environ Health. 2013
3) Dembe et al. The impact of overtime and long work hours on occupational injuries and illnesses: new evidence from the United States. OEM 2005
4)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무줄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이슈페이퍼 2018

특집3.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 1973년생 금속노동자 김현호 님 인터뷰 / 2018.06

2018년의 문송면을 만나다

[문송면·원진레이온 직업병 30년 무엇이 달라졌나] 1973년생 금속 노동자 김현호 님 인터뷰

 나래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1973년생 15살 문송면. 그는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 2개월 만에 수은중독에 걸려 숨졌다. 가난했기 때문에 그 시절엔 고향을 떠나 서울로, 모두가 서울로 몰려들었다. 문송면도 그런 사연을 안고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혼자 서울까지 올라왔다. 

문송면은 병원을 전전한 지 한 달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수은중독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노동부는 서울대병원이 산재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맹독성 물질인 수은에 관한 설명, 교육도 하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 15세 청년 노동자를 밤낮으로 일만 시켰다. 이 사건은 많은 노동자,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장례식 때는 영등포 로터리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노제를 치렀다. 노동자, 활동가, 의료인, 시민들이 일터를 안전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쳤다. 그의 죽음은 원진레이온의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을 알리고, 직업병 문제가 이슈화되는데 큰 발화점이 되었다. 

그의 죽음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견뎌왔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구의역 청년 노동자, 청년 드라마 PD, 메탄올 실명 사건,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 등 1973년과 2018년을 교차하는 노동자들의 아픔, 죽음 그리고 희망을 2018년의 문송면과 만나고 싶었다. 지난 525일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자동차 엔진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김현호 님을 만나 30년 전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김현호 님은 1973년 문송면 님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신한발브에 다니며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고향도 충남 서산이라고 했다. 만약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본인도 충남에 살면서 우연이라도, 어쩌면 문송면을 만나지 않았을까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문송면 님이 서울에 올라와 수은공장에 다니지 않았다면, 수은중독에 걸릴 회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않았을까요? 제가 일한 곳도 구로였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신한발브에 입사해서 노동조합운동 할 때까지 살아계셨으면 벗으로, 동지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30년 전 문송면 님이 일했던 온도계 공장은 액체 수은이 깔렸고, 수은증기가 가득했다.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직접 수은을 온도계에 주입했다. 결국 일을 시작한지 한 달 조금 지나 이상 증후가 나타났고 불면증, 발열, 두통 등에 시달렸다. 30년이 지난 지금 노동자들이 일하는 일터의 모습은 어떨까? 

"제가 다니는 신한발브라는 곳은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원재료를 절단해서 열로 가열하고, 프레스로 성형해서 성형된 원재료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어요. 그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는 소음입니다. 소재 운반, 포장, 기계 장착할 때 중량물 취급도 많아요.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도 많고, 오일미스트, 분진이 많이 날려서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해요. 설비가 비좁게 들어서 있어서 노동자들이 많이 부딪혀 찰과상, 좌상을 입는 경우도 많아요. 모든 재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곳이죠." 

18년 동안 일 한 본인 역시 작년에 어깨에 염좌가 생겨 치료를 받았다. 주변에 요양 중인 동료들도 있고, 요양까진 아니더라도 파스로, 물리치료로 버티는 이들이 많다. 2017년에만 현장에서 드러난 재해가 50건인데, 드러나지 않은 재해는 더욱 많다. 2014년도에는 경기도에서 재해율 2위를 차지했다. 회사는 특별근로감독을 받기도 했다.

[출처: 김현호]


김현호 님은 공장의 유해화학물질과 중량물 취급, 소음, 비좁은 공간 등도 문제지만 심야노동, 장시간 노동도 본인을 비롯 동료들을 신체적·심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장은 주간·야간 맞교대로 돌아갑니다. 주간근무는 오전750분에 시작해서 오후530분까지 8시간 근무를 합니다. 2시간 잔업이 있는 날은 저녁730분까지, 4시간 잔업은 저녁930분에 끝나요. 야간근무는 밤 10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6시까지 8시간 근무를 합니다. 잔업이 있으면 오전 8시까지 일 하죠. 보통은 잔업이 있어요. 제가 알고 있기론 71년에 신한발브가 창립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근무시간표예요."

 2013년 완성차 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연속적으로 교대제 변경을 진행했다.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단축에 대한 노동운동의 요구와 싸움이 있었기에일궈낸 결과였다. 하지만 완성차 1차 하청업체인 신한발브에 바로 적용되진 못했다. 만성피로, 소화불량이 일상인 조합원들에게 장시간노동, 심야노동 철폐는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1969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감독관에게 쓴 자필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여기에는 숨은 희생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어린 자녀들은 하루 15시간의 고된 노동으로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돼 왔습니다." 전태일도, 1988년 문송면도, 2018년 김현호도, 장시간·심야노동은 노동자의 몸과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인간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가 대체로 맞겠지만, 절대 틀린 게 바로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적응하는 인간'이라는 표현입니다. 제가 주야 맞교대를 18년 동안 일을 했지만 절대 적응할 수 없는,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게 바로 심야노동이고 교대근무입니다." 

일터에서 다친 동료의 문제를 상담해주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그에게도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제가 2000년에 입사하고 얼마 안돼서 아내가 아이를 낳았어요. 현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샤워하고 방바닥에 잠깐 누웠다 일어났는데, 제가 일어났던 자리에서 아이가 쭉 미끄러져 뒤통수를 부딪 혔어요. 제 몸 자체가 오일미스트에 쌓여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현장에서 일하고, 동료들이나 저 역시도 중량물 취급 작업 하면서 재해를 입게 되고, 이 재해를 산재로 받지 못하고 공상조차도 쉽지 않았죠. 동료들이 그렇게 다치는데도 회사의 반응은 '너가 잘못해서 다쳤잖아, 너가 다친걸 우린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안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아이의 넘어짐으로 김현호 님은 세상을 다르게, 좀 더 곧게 바라보게 됐다. 그런 그에게 1973년 동갑내기 문송면 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문송면 님이 돌아가시고 10년 후쯤 제가 27~28세에 신한발브에 입사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문송면, 원진레이온 등 노동안전보건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문송면 님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노동자의 안전, 사회 전체 안전에 대한 내용들을 깊고 넓게 바라보면서 인식을 확장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윤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 안전이 먼저 고민되고 우선시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죠. 이 문제는 결코 우리 사회 지도층이나 자본에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터에서 일하고, 아프고, 다치는 노동자가 직접,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몸으로, 물리적으로 함께 하고 있진 못하지만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 그런 인사를 문송면 님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노동시간 에세이] 야간노동, 교대제를 줄이려는 정책적 접근 /2017.6

야간노동, 교대제를 줄이려는 정책적 접근



김재광 소장



새 정부 들어서 연장과 휴일을 포함한 최대 허용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도 강조했지만, 이는 '법규성'도 없는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지침을 제대로 돌려놓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강조했으나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법정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나 실 노동시간의 단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노동시간 관련하여 현 정부의 공약이나 현재의 논의에서 야간노동과 이를 동반한 교대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현 정부의 공약에서는 이른 바 '칼퇴근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교대제 노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교대제는 대부분 야간(오후 10시부터 상오 6시까지, 노동법에서는 이를 야간근로라고 지칭함)노동을 포함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간의 양뿐 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점이다. 고용노동부는 교대제를 "근로자가 일정한 기일마다 근무시간이 다른 근무로 바뀌는 근무 상태 혹은 제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상적인 낮 시간(오전7시에서 오후7시 사이) 이외에 이루어지는 노동시간"으로 확장하여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고용노동부의 정의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기업체의 15%, 30인 이상 기업체의 경우 33.6%, 300인 이상 기업체의 46.1%가 교대제를 운영(2013년 현재)하고 있어 노동시간의 양과 질의 문제를 언급하는 데 있어 상당한 고려가 필요한 영역임에 분명한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교대제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쉽지 않다. 우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정 노동시간 단축은 고사하고, 초과노동시간에 대한 기준과 규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다른 문제를 접근하는데 엄두를 낼 수 없다 점이고, 둘째, 교대제는 고용과 연관되어 있어 이를 개선하려 할 때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셋째, 24시간 돌아가는 생산과 서비스를 한국의 역동성인, 심지어 자랑스러워하는, 문화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낮에 이루어지는 교대제는 실 노동시간의 단축과 고용 증진에 긍정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한데, 오히려 이를 이유로 고용상황이 악화할 수 있는 점이 없지 않아, 이를 논의하기에 한국 사회의 상황이 녹록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필수적인 영역을 제외한 생산과 서비스의 전 분야에서 24시간 노동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과 이를 근거로 한 야간노동의 폐지를 방향으로 삼아야 하며, 불가피한 야간노동에 대한 최대한 보호와 규제를 새 정부는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야간노동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이 도입될 정도로 야간노동은 종사하는 노동자는 수면장애, 위장장애, 우울감, 만성피로, 뇌심혈관 질병의 위험의 중가 암 발생 위험 증가, 안전사고의 위험증가, 가정 및 사회생활의 유대 약화 및 단절 등등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위험을 실질적으로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 이에 국제노동기구, 세계보건기구 등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도 하루 빨리 노동시간의 양과 질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불가피한 분야의 교대제, 개선의 원칙


<야간노동>

- 가능한 야간노동을 안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다.

- 야간 연속근무는 3일 연속하지 않도록 한다.

- 고정된 야간노동을 용역, 파견, 하청화하는 것을 금지한다.

- 야간노동 교대조에서 상시 주간노동조로 전환될 때 반드시 휴일(24시간)를 가지도록 한다.

- 40세 이후는 가능한 주간노동으로 전환한다.


<노동시간, 노동 인력>

- 야간노동의 횟수를 최소화한다. 이를 위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한다.

- 야간노동일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휴일을 부여한다.

- 주 단위 노동시간과 최대노동시간을 미리 확정한다.

- 야간노동의 노동 강도를 완화한다.


<교대가 이루어지는 시간>

- 오전 6시 이전이나, 심야에 교대하지 않는다,

- 교대시간에 교통의 편의를 제공한다.

- 교대시간에 안전의 문제를 보장한다.


<야간수면>

- 야간노동이 이루어지는 동안 안정적인 가면(假眠)을 보장한다.   


<교대주기>

- 24시간 격일제(맞교대)를 금지한다.

- 짧은 주기 교대 방식을 선택한다.

- 교대근무와 주간 고정 근무를 일정한 시기를 두고 번갈아 실시한다.

- 정교대(오전-낮근무-밤근무 순) 순서를 지킨다.


<휴식시간>

- 야간노동 시 주간노동 시에 비해 2배 이상, 식사시간을 제외한 1시간 이상의 절대적 휴식시간을 보장한다.

- 3교대 근무 시 연속 2개의 교대근무를 해서는 안된다.


<휴일>

- 교대근무 시, 최소 1일주일에 1일이상의 유급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 월 1회 이상 주말에 유급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사회적 휴일 보장)


< 예측 가능한 일정>

교대 일정은 최대한 간단해야 하고, 예측가능 하여야 한다.


<업무내용과 형태>

야간노동 시 정밀한 작업이나, 안전 위험이 있는 작업은 금지하거나 최소화하여야 한다.


<작업환경>

- 야간노동 시 적절한 조명과 환기, 고립최소화, 적절한 구급시설 등의 요건을 확보한다.

- 야간노동 시 가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임금>

- 주간 노동만으로도 생활임금이 달성되도록 한다.

- 야간노동에 대한 부가 수당은 당연한 것이나, 이를 위한 노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고령, 임산부 등 민감 집단에 대한 배려>

- 임신 중에는 야간노동을 금한다.

- 40세 이후 야간노동을 최소화 한다.

- 심혈관 질환, 위장장애, 수면장애, 간질, 야맹증 등이 있는 경우 야간근무를 금한다.

[알기 쉬운 위험성 평가]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우기 / 2017.4

위험성 평가 사례로 배우기 5

-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신한발브 분회 사례



김현호 부분회장



골병과 재해가 만연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

2016년 위험성 평가를 진행하면서, 노동현장의 안전과 조합원의 건강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개선하고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에 속한 저희 분회는 자동차 완성사의 하청사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현장보다 열악한 환경과 심야노동,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해 드러나는 현장 재해가 50여 건으로, 다수의 조합원이 파스에 의지하거나, 물리치료를 받으며 노동하고 있습니다.


골병과 재해가 만연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 저희 분회는 2016년 금속노조와 경기지부의 노동안전보건 사업지침에 따라 현장 위험성 평가를 실행하였습니다. 1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노사공동 위험성 평가의 실행을 제안하였고, 2015년 사측에서 진행한 위험성 평가의 결과를 분석하였습니다. 사측의 입맛에 맞게 만든 기만적인 결과에 대해 지적하였고,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를 위해 노사공동실행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사측 주도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다.’고 읽힐 수 있는 현행 법조문과, ‘노사공동 위험성 평가’가 경기지부 집단교섭의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핑계 삼아 지부 집단교섭의 합의 이후 재 논의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아쉽게도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이후 산보위에서 노사공동 위험성 평가의 계획과 실행방법을 계속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후 노조와 지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위험성 평가의 사업목표와 실행지침에 대해 상집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시작했고, 이어 현장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 실행계획 교육설명회’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에, 분회 실행위원들을 중심으로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경기지부 노안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위험성 평가를 실습해보는 교육을 저희 현장에 유치한 경험은, 분회 실행위원들의 자신감과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넘어야 할 장벽이라면 넘어야

마침내 경기지부 집단교섭에서, 노사 공동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행하고 실행방안은 사업장별로 합의하기로 결론이 나면서, 3분기 산보위에서 노사 공동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노사 동수로 실행위원을 구성하고 ‘금속노조 위험성 평가 관리시트’를 사용하여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쉽게도 조합 측 실행위원 활동시간은 합의하지 못해 조합 활동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실무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하였습니다.


노사 양측의 실행위원이 역할 분담하여 각자 관리카드를 작성하고 결과를 취합하여 최종 완성한 후, 완성된 관리카드를 현장에 게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현장개선활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의지가 없었던 사측 실행위원들은 위험성 평가를 단 한 라인도 진행하지 않았고, 오롯이 조합 실행위원들의 노력만으로 위험성 평가 관리카드를 완성했습니다. 한 달로 예상했던 사업은 결국 3개월간 진행되었습니다. 2017년 2월, 완성된 관리카드에 준해 개선안에 대한 사측의 의견을 묻고 보완하는 작업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해보니까 참 좋더라구요! 올해는 더 내실있게!

위험성 평가 과정은 조합원들과 대면하며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문제들을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위험요소와 문제들, 개선책을 확인하는 과정을 넘어, ‘안전하다’ 또는 ‘생산 여건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오랫동안 습관처럼 잘못 인식해왔던 위험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개선방향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현장 유해위험요소의 심각성과 함께 그에 대한 책임과 개선 의무를 사측에게 다시 한번 인식시키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평가 기간에 개선 가능한 사항은 적극적으로 개선하였고,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 사업은 실행 및 투자계획을 제출케 하여 개선의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심야노동’과 ‘장시간노동’을 가장 큰 유해위험요소로 확인하고 심야노동철폐와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노사가 당장 행동해야 하는 이유를 천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2017년 위험성 평가 사업을 위한 의제를 1분기 산보위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올해는 반드시 분회 실행위원 활동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더욱 내실 있게 진행할 것입니다. 분회 실행위원들이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라인에 밀착하여, 노동자 스스로 현장의 안전과 건강권을 일구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2017년 1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를 위한 공문을 사측에 발송하면서, 더 안전하고 더 편하고 더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꿈꿔봅니다

[노동시간 에세이] 대선 이후,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2017.3

노동시간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김형렬 노동시간센터장


칼퇴근법, 저녁이 있는 삶,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연간 노동시간 상한제 등, 벌써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제도조차 오랫동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주당 노동시간에는 주말근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잘 이해되지 않는 셈법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다.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또 하나의 분노 자극 패키지가 있었다. "금요일에는 4시에 퇴근하자". 이런 정부의 정책안에 대해 시민들은 "집에 가서 일하라는 거냐?" "탁상공론이다" "그동안 사내 소등제, PC 셧다운제, 수요일 가정의 날. 모두 해봤지만, 결국 바뀌는 건 없었다." 등의 의견을 드러냈다. 정책이 실제로 작동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런 논의구호는 분노만을 가져올 뿐이다.


그런데도 노동시간 문제가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그것도 우선순위가 비교적 높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스웨덴의 요양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루 6시간 노동을 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간호사들의 병가가 줄어들고,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추가비용의 발생 등으로 지속하지 못하고, 당장은 실험으로 그치긴 했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모든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노동시간 관련 논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해, 노동시간의 양극화가 발생하고 파트타임,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지는 것도 노동시간 단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어떻게 단축할 것인가

유럽에서 진행된 노동시간 단축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해 놓은 연구가 있다. 첫째는 장시간노동 단축유형이다. 극단적인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당연히 필요해서 생겨난 유형이다. 산업화가 진전되면, 장시간노동은 기업의 경쟁력에 효과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서, 혹은 소비 주체로서의 노동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노동조합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여러 정치적 캠페인이 진행되었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쟁취를 위한 대사용자 투쟁이 이어졌다. 


이러한 19세기-20세기 초에 벌어졌던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전략은 여전히 한국사회에 유효하게 남아있다. 특정 산업이나 직종에서 초과근무를 당연시하거나, 생활임금 확보를 위해 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통해 표준 노동시간을 규정하거나, 노동시간의 최고한도를 설정하는 방식 등이 유효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연간 1,80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정치적 캠페인이 노동법 개정 등을 통해 반영되는 방식이다.


둘째는 진보적 노동시간 단축 유형이다. 자본주의의 생산성 향상과 잉여 가치를 노동자들도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한 요구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가족과 공동체 활동의 증가, 삶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셋째는 일자리 나누기 유형이다.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꺼낼 때 일자리 창출과 연관하여 주장한다. 특히 이러한 일자리 나누기 유형은 경제불황기에 고용유지, 정리해고 회피 목적으로 주장된다. 우리나라 민주노총, 한국노총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된 정책 방향으로 주장하고 있다. 


넷째는 노동시간 유연화 유형이다. 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소위 표준노동시간의 개념을 바꾸는 전략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노동하고자 하는 것이고, 사업주는 노동시간과 영업시간을 일치시키지 않아도 되는, 24시간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유연화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은 주말노동과 다양한 형태의 파트타임 증가를 낳고 있다. 돌봄노동을 위한 목적과 삶의 시간에 대한 재량적 사용이라는 노동자의 목적이 온전히 고려되기보다는 노동에 대한 효과적 사용이라는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활용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증가, 교대제 확대, 노동시간의 양극화 발생 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노동시간의 문제는 노동법 개정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개별 기업 수준의 이행 과정은 업종이나 기업별 특성, 노동자들의 요구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보장 수준, 교육, 주거 등의 사회 문제와도 연결되며, 직접적으로 임금 수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생활임금이 확보되지 않은 노동시간 단축은 있을 수 없으며, 사회보장 수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확보를 위해 자발적인 노동시간을 늘리는 현상을 막아내기 어렵다.


대선 이후, 우리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꼭 대선후보들만의 몫은 아니다. 대선 시기에 우리 사회의 주요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논의를 통해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할일 수 있다. 노동시간센터에서는 "대선 이후, 우리의 노동시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라는 기획연재를 준비했다. 이 기획의 첫 번째 주제로, 사회 정책 차원에서 육아를 비롯한 돌봄노동에 대한 노동시간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육아휴직에 대한 다양한 정책 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는 저출산 예방대책으로도 논의되고 있다. 육아를 위한 단시간 노동도 이미 많은 논의와 비판이 있었다. 돌봄 노동을 위한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길 것이다. 두 번째 주제로는 "노동시간 특례제도와 과로의 기준"을 다룰 예정이다.


이미 과로사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쟁점이 되고 있고,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의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노동자 절반이 노동시간 특례제도에 의해 주당 12시간까지만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현재근로기준법의 예외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 노동자, 운전노동자, 경비 업무 등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은 52시간, 68시간을 넘어 주 80시간 노동도 불법이 아닌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법 규정에서는 장시간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과로의 기준을 고찰하는 글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주제는 야간노동과 교대근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다룰 것이다. 야간노동이 암 발생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병원, 소방, 경찰 등의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야간노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외 영역에서 수많은 야간노동과 교대근무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일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에 대한 고민을 담을 예정이다. 


네 번째 글은 과연 노동시간만 줄이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노동시간은 줄였으나, 노동하는 시간 '동안'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단위 노동시간 동안 노동강도가 증가하거나,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등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만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는 또 다른 논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이번 기획에서 다루는 주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 했던 임금, 교육, 주거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과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관행화되어 있는 야근 구조, 조직 내 권위적인 문화, 심야 공공 교통 서비스 정책, 시간제 임금 구조, 관행적인 기한 압박으로 인한 몰아치기 노동 등도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주제들이다. 


이제 곧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가 끝나도 이 고민이 중단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고민과 과제가 많지만, 당장 먼저 해야 할 것도 있으니까.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신규 병원노동자 이야기 /2016.10

신규 병원노동자 이야기
– 배우며 일하는 노동

 

 

 

김형렬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근무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종합병원 외과병동에 신입 간호사가 외래에 들어 왔다. 수면건강을 평가하는 설문도구의 점수가 매우 높았다. 이제 막 병원에 들어와 한 달에 6-8일 가량 야간 근무를 하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수면장애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야간 근무를 해야만 한다면 효과적인 적응을 위해 수면위생과 관련된 설명을 한다.

 

최근 “예방적 수면”, 혹은 “쪼개어 자기”라고 해서, 야간 근무 후에 아침에 퇴근하고 바로 수면을 취한 후 낮 1시 혹은 2시에 일어나 일상생활을 하고, 밤에 일하러 가기 전에 1-2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가는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렇게 예방적 수면을 취하면 밤 근무 때 멜라토닌 분비를 늦추고, 덜 졸리게 되고, 더불어 아침에 집에 가서더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야간 근무하고 나면 아침에 몇 시에 퇴근을 하나요?” “솔직히 말해도 돼요? 보통 12시에 퇴근해요.”“야간근무 끝나고……. 그러니까 인계 시간 이런 거 있는 거 아는데, 보통 1시간 정도인걸로 아는데……. 12시까지 일을 하는 거예요?” “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그래요.”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예방적 수면을 이야기 하는 건 불가능한 근무조건이었다. 그 이후로 우울감을 묻게 되었고, 이와 관련한 심각한 상황을 확인하고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를 권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상황은 이렇다. 최근 병원은 간호사들의 노동 내용과 강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환자들에 대한 안전문제, 감염관리 등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었고, 병원 경영 측면(?)에서 환자들의 입/퇴원도 잦아졌다. 이를 병상회전율이라고 하는데, 환자들이 초기 입원 시 지불하는 금액이 높다는 점 때문에 병상회전율이 높은 병원일수록 병원의 수익은 높아진다. 한 명의 환자를 입원, 퇴원 시키는 일이 간호사 업무의 힘든 정도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인데, 이렇듯 환자의 입퇴원이 잦아지는 것은 간호사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 어느 현장에서나 그렇듯, 일은 늘어났지만 인력은 그대로이다.

 

이직률이 어느 직종보다 높다고 알려진 병원의 간호사 일은 언제나 신규직원들이 많다. 신규직원이 많다고 그날 해야 할 일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일의 효율을 위해 신규 간호사가 맡아야 할 일의 상당 부분을 몇 년간의 경험이 있는 간호사가 맡게 된다. 당연히 일이 서툴고 속도가 느린 신규간호사는 자기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선배 간호사들을 대신해서, 다른 노동을 부가적으로 더 처리하고 퇴근을 한다. “물품관리, 장부정리, 기초 행정처리” 등, 시간압박을 덜 받는 일들을 퇴근을 하고 나서도 해야 한다. 물론 이런 노동에 대한 임금은 지불되지 않는다.

 

이런 병원 환경에서 신규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기존 직원들에 대한 비난만을 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일은 돌아가야 하고, 그 일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는 이유로 효율(?)적인 업무분장과 초과노동을 하도록 강요한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신규 직원에 대한 배려는 없다.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곳이다.”하고 말하며 능력이 안 되면 시간으로 때우라고 이야기 한다. 누구나 신규 직원이었을 때가 있었고, 그때 어떤 것이 힘들었는지 기억을 꺼내 보자. 그때 나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했는지…….

 

능력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나도 시간이 지나면 이곳에서 저렇게 성장할 수 있겠구나” “일은 힘들지만, 선배들이 잘 챙겨줘요.”, “신규직원이라고 해도,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요.”, “제가 돌봤던 환자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걸 보면 힘들었던 것도 다 잊게 돼요.” 이런 말들을 들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시간이 지난다고 이런 허드렛일 하며 과연 선배처럼 될 수 있을까?”, “선배들도 하루하루 사는 게 전쟁인데, 말 붙이기도 힘들어요.”, “1년을 버티고 야간근무하며, 희망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다른 데 갈 곳이 없어서 남아있죠. 신규 직원들이 자기 이야기 하는 건 불가능이에요.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환자들 보면 잘해야지 생각하다가도, 저도 살아야 하잖아요. 그냥 일이죠.” 이제 이런 말들을 주로 듣게 되었다.

 

노동의 효율적 배치, 수익의 창출, 구조조정……. 이런 용어들이 환자를 돌보는 병원에서도 일상적으로 듣는 말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신규 직원들의 “노동”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고 있다.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밤을 잊는 그대에게 /2016.8

밤을 잊은 그대에게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1964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 50년 넘게 같은 시간, 같은 이름으로 방송되는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멘트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공부 때문이건 이런 저런 고민 때문이건 모두 잠들었을 시간에 혼자 남은 외로움을 누군가 알아주고 있다는 뉘앙스가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밤잠이 많아서 지금 저 방송을 듣지는 못하지만 요즘 나는 매일 진료실에서 저 멘트를 되뇌이게 된다. 하루에도 몇 십 명씩 '밤을 잊은 그대'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2014년 1월부터 '야간작업'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이 실시되면서 교대근무와 관련된 건강 영향이 조금이나마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한다.


여러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교대근무 노동자는 전체 임금 노동 인구의 10~15%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 중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심야 택시, 버스 운전기사, 밤을 새며 운송하는 트럭 운전기사, 대리 운전기사 등은 아직 특수건강검진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특수건강검진을 통해 만나게 되는 교대근무 노동자는 주로 경비 및 보안 업체 노동자, 교대근무가 있는 제조업 노동자, 호텔 등 숙박업 노동자, 건물 미화 및 시설 관리 노동자들이다.


얼마 전,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이 진료실에 왔다.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보안업체 노동자였다. 생애 첫 직장으로 6개월간 교대근무를 해왔다고 했다. 이제 6개월이면 한창 교대근무에 적응 중이라 힘든 시기일 텐데 잠자는 건 좀 어떠냐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이 피곤하고 힘들다고 했다.


야간근무 중에 잘 시간은 좀 있냐고 물었다. 사업장, 근무 일정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야간근무 중에 사이잠을 보장해주는 사업장들이 있기에 물어봤는데 다행히 2시간 정도가 주어진단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 때라도 꼭 챙겨 자라고 했더니 그 다음 한마디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일을 하라고 월급 받는데 그 시간에 자면 안 되죠. 양심적으로 근무 중에 잠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해줄 말이 너무 많았지만 야간 근무 중 휴식은 꼭 필요한 거고 건강을 위해 당연한 권리니 잘 수 있는 한 충분히 챙겨 자라고 해주고 문진을 마무리했다.


2002년 노동부는 '교대근무자 건강을 위한 9대 작업 관리 권고 지침'을 만들었다. 이 내용에는 야간작업 중 사이잠 및 수면 공간 제공을 포함해 고정적 혹은 연속적 야간교대 축소, 2교대 근무 금지 등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건강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담겨져 있었다. 


민주노총은 당시 성명서를 통해 보장 수준 강화와 벌칙 조항을 포함하는 시행령 수준으로 격상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제부처와 재계의 반대로 권고안 조차 빛을 보지 못했다. 2011년부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침'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긴 하지만 강제력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장마다 교대근무 조건에 큰 차이가 있고 노동자들은 2교대 근무나 야간 고정 근무를 종용하는 사업장, 아침 교대시간이 새벽인 사업장, 사이잠 시간 및 공간이 전혀 없는 열악한 조건의 사업장에서 하소연할 곳 없이 견디다가 결국 너무 힘들어 그만두게 되는 현실이다.


'좋은 교대제'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교대제를 폐지하거나 그게 지금 당장 어렵다면 좀 더 '나은' 교대제를 마련해야 함에도 아직까지 교대근무에 대한 제도적 규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야간작업이 직업적 유해인자로 여겨져 특수건강검진의 영역에 들어오긴 했지만 이는 좋지 않은 교대근무로 나타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확인하고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고정 야간근무만 가능한 사업장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에게 주간 근무로 전환은 퇴사 권고나 마찬가지이고 새벽에 교대하는 형태, 연속 야간 근무를 장기간 하는 형태 등을 전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제도적 차원의 접근이 절실하며 좀 더 나은 교대근무 형태를 강제하는 규제를 필요로 한다.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은 이러한 규제의 면죄부가 아니라 규제를 위한 디딤돌로 잘 활용되어야 한다.


조금의 위안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인지, 고된 교대근무 일정을 들으며 저절로 나오는 한숨인지. 여전히 진료실에서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되 뇌이고 있다. 수많은 '밤을 잊은 그대'들의 건강한 노동을 위해 야간작업 특수건강검진으로 교대근무자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제도 확립의 기초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노동시간에세이]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는가? /2016.2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는가?

- 사람을 사람취급 안하는 교대제에 관한 단상



김보성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24시간 생산이나 서비스가 지속되어야만 하는 사업장이 있다고 하자. 둘러보면 그런 사업장은 주변에 많다. 전기, 가스, 수도, 통신 사업장이나 병원은 24시간 국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생산기술이나 업무의 특성상 24시간 가동을 해야 하는 사업장도 있다. 철강, 석유화학 사업장에서는 기계와 설비의 특성상 사업장을 24시간 가동해야한다. 이런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교대제 근무를 피할 수 없다.

 

일하는 사람의 몸과 삶을 위하는 교대제가 상식인데...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대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설치된 설비를 많이 가동할수록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진은 24시간 조업을 지향한다. 24시간 연속이 아니더라도 조업시간을 최대한 늘리고자 한다. 자동차산업이나 유통서비스업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도 노동자들은 교대제 근무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곳의 교대제도는 어떻게 짜야할까?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상 해악이 최소화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교대제 분류표>에서 볼 수 있듯, 교대제 근무는 심야근무, 순환근무, 전일근무 등의 특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에 수많은 해악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교대제도 설계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은 1순위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려면 휴식과 휴일을 충분히 제공하는 근무시간표를 짜야 하는데, 그러자면 근무조를 추가 편성하고 인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증대를 원치 않는다. 결국 교대조와 인력은 최소화되고, 노동자들은 공익기업의 이익을 위해 교대제 근무의 고충을 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던져진다.


교대근무가 불러 일으키는 착각

교대제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국내의 몇몇 제철공장에 방문하여 노동자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제철소. 생산기술의 특성상 24시간 365일 조업을 이어가야 하는 사업장이다. 제철소의 교대제는 <교대제 분류표>에 따르면 순환형-심야교대-전일교대-연속조업교대에 해당한다. 방문한 제철소들은 43교대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3개 조가 8시간씩 나눠 일하고 한 조는 휴무를 갖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두 가지 점에 놀랐다. 하나는 인터뷰한 공장들에 43교대제가 도입된 것이 1990년대 후반 이후였다는 것. 이것은 이전까지 노동자들이 연속조업 사업장에서 이론상 휴무조가 없는 33교대제로 근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365일 달력에 빨간 날이 하루도 없는 셈이다. 끔찍한 일이다. 예컨대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1997년 말에 43교대제가 도입됐다. 그 이전에는 33교대제가 유지됐다. 1989년 이후 1987년의 효과로 그나마 월 3~4회의 휴무가 보장되었으나, 33교대제가 유지되고 인원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은 흔히 근무를 하고 휴일근무수당을 지급받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출근을 하지 않으면 그 노동 부담이 동료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 때문이다.

한보철강 처음 시작할 때는 22교대 맞교대로 계속 일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루에 열두 시간씩. 교대 바뀌려면 토요일은 24시간 일해야 하고. 그렇다고 달에 쉬는 날이 있느냐. 그것도 없어요. 그냥 계속 그렇게 가는 거예요. 그때 어떻게 근무를 했는지, .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해요. 그러다가 33교대로 넘어오니까, 시간이 많이 남는 것 같더라고요. 맞교대를 하다 보니까. (웃음) 주말에도 막 쉬는 것 같고. 사실 달에 두 번밖에 안 쉬는 건데. 43교대가 이제 7~8년 정도 됐나 그런 것 같은데, 아직도 사실 쉬는데도 적응이 잘 안 되는 게 있어요. 이게 한국사람 근성인지도 모르겠는데.” - 현대제철 당진공장 근무 노동자 인터뷰 (금속노조, 2014)


비인간적 교대제, 자본의 욕심만 채운다

위의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 인터뷰에도 비슷한 상황이 그려진다. 36522교대제로 근무하다 33교대제로 바뀌니 시간이 많이 남는 것 같더란다. 하긴 1365일 휴일 없이 일하는 건 똑같아도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인 거랑 8시간인 건 차이가 많다. 그렇게 평생을 일하다 보니 43교대제가 도입되어 휴무조가 생기자 적응이 잘 안 되는지경에 이르게 됐다.

또 한 가지 놀란 건,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의 대표격인 33교대제가 지금까지도 많은 제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한 모든 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예외 없이 33교대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43교대제로의 전환은 제철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된 변화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해 교대제 전환을 요구하며 싸웠고 그래서 결국 43교대제를 쟁취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그 바깥에서 휴무조 없는 교대노동을 행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33교대제 하에서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적은 월급을 받으며 더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인간적 노동환경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귀가하는 길에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벽에 붙어있는 광고전단들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였다. 맞교대근무를 하는 경비노동자들의 근무시간 조정 건에 관련된 공고문에 눈이 꽂혔다. 공고문의 요지는 ‘2016년도 최저시급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근무/휴게 시간을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퉁명스러운 공고였지만, 내막은 금세 읽혔다. 최저시급이 인상되어 경비 노동자의 급여를 인상해야 하겠지만 입주민들의 반대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니, 동결되는 급여폭만큼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작년보다 더 긴 휴식시간을 갖게됐다!‘2016년에 6,030원으로 인상된 최저시급 적용도 놓치지 않고 받으며말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나는 관리비를 조금 덜 부담하게 되려나 보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두고 보고 있는가

제철공장 노동자 교대근무실태를 조사하면서 느꼈던 화와 모욕감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이놈의 사회는 도무지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우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노동자의 시간과 급여 따위는 비용절감과 이익창출을 위해서라면 아무렇게나 주물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365일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근무환경에서 휴무조도 없이 교대근무를 하게 하고, 최저시급 인상분을 휴게시간 연장이라는 장난질로 때워 먹는 현실. 일터에선 야근에 주말근무에 시달리면서도 집에선 또 다른 노동자의 시간을 쥐어짜고 유린하여 얻는 편리와 이익을 취하게 만드는 현실. 나도 당하면서 또다시 그런 현실을 직조하는데 공모자가 되게 하는 잔인한 현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우리는 왜 이런 현실을 두고 보고 있는가! 노동자를 일하는 기계쯤으로나 여기는, 그래서 쓰다 보면 망가지고 망가지면 갈아치우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에 기반해 만들어진 제도와 관행을 물어뜯듯 파헤치고 바꿔내야 한다. 일하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