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 2018.08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1. 한 노동자의 폐암으로부터 시작된 노동안전보건활동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이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공간이라면, 같은 넓이의 지하 2층은 수하물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수하물은 얼기설기 놓인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흘러간다. 수하물처리시설은 기본적으로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유지보수업무는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인천공항 지역지부 노동조합을 통해 17년간 24시간 교대로 하루의 1/3을 수하물시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보냈다던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과 건강한노동세상은 이 노동자에 대한 산재 요양신청을 진행했다. 또, 수하물시설관리공간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찾아 원청인 인천공항공사,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6곳 등 총 8개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을 진행했다. 고발 이후 고용노동부 인천중부지청장 면담을 통해 수하물시설관리 작업현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지도 감독을 요구하였다.

고발 이후 노사 입회하에 근로감독관의 현장조사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작업환경측정미실시, 안전 보건교육 미실시, 산업재해 미보고 등 실태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원청인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8개 업체에 총 1억 여 원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또, 현장 환경에 대한 조사에서 분진이 법적 기준치 이하로는 조사되었지만, 노조는 미세먼지 등의 추가적인 분진조사와 환기장치의 추가 설치 및 충분한 가동, 청소작업 도구 및 방법 개선, 무엇보다 안전보건 사항에 대해 노사 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였다. 노동조합이 요구한 끝에 원청인 인청공항공사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후 수화물시설관리지회에서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노동안전보건교육과 함께 전반적인 작업환경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폐암 사건을 계기로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분진, 소음, 협소한 공간, 중량물, 어두운 작업환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은 물론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2. 수하물시설 작업환경 및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수하물지회 조합원 21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균 연령은 45세, 평균 근속연수는 8년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도 44.2%로 높게 나타났다. 주간노동시간은 77.6%가 8~9시간 사이로 일하고, 야간노동시간은 60.1%가 15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했다. 주관적으로 희망하는 업무량을 조사해보니 평균 희망업무량이 주간은 82%, 야간은 70%로 줄이고 싶다고 응답해 야간노동에 더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동강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72%가 강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야간에 이루어지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간에 중량물 작업인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점검 및 모터 수리작업을 하는 주간보다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작업현장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 심각성에서 1위 분진, 2위 소음, 3위 협소한 공간, 4위 중량물, 5위 조명(어두움) 순으로 꼽았다. (환산점수가 낮을수록 심각하다고 느낌)


근골격계질환 설문조사에서는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율은 허리, 어깨, 목 순으로 나타났으며, 1개 부위 이상 통증을 호소한 노동자는 84.4%로 나타났다. 이는 수하물시설의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을 진행할 때 모터와 벨트의 무게가 20~40kg으로 작업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수동으로 운반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어깨에 지고 이동하기 때문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 유무 및 정도, 통증의 지속시간, 통증의 빈도 등을 조합하여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 유무에 대해서 설문했다. 각 조합의 결과에 따라서, 통증호소자, 관리대상자, 유소견자 등으로 구분하였으며, 한 부위 이상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NIOSH) 기준으로 관리가 필요한 응답자는 2.5%, 인천대 기준으로 근골격계 질환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작업환경에 대한 신속한 개선과 면밀한 의학적 검진과 관리가 요구되는 응답자는 43.6%로 조사되었다.


3.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에서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17명 중 52%가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답할 만큼 많은 수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골병을 앓고 있다. 협소한 작업공간으로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강요받고, 중량물인 모터와 벨트의 수리 및 교체작업으로 허리와 어깨가 병들고 있다. 얼마 전 허리로 요양신청을 했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가 요양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모터와 벨트 교체 작업이 상시작업이 아니라는 이유다. 수하물시설관리는 고장이 나거나 교체가 필요할 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시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1회 작업의 노동강도가 훨씬 높은 작업으로 결국 노동강도의 증명도 당사자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은 다소나마 공기 순환이 이루어져 작업현장 온도가 내려갔고, 추락위험이 있었던 곳곳에 안전시설을 설치했으며, 분진청소 방법도 그저 공기중으로 날리는 것이 아닌 흡입의 방식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설관리책임자인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적인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원청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후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량물 취급과 협소한 공간에 따른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협의체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특집4. 노동자 알 권리 거부하는 인천공항공사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양희환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 2018.07

노동자 알 권리 거부하는 인천공항공사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양희환 노동안전보건국장 인터뷰

선전위원회

삼성이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를 거부할 때 우려했던 문제 중 하나는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서 인천공항공사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노동조합이 회사에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비롯해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건강검진 결과 등 안전보건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가 이렇게 또 한번 막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품고 지난 6월 26일 현장에 방문했다.

지난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17년 동안 인천공항 수하물 일을 했던 노동자가 폐암이 발병했다. 작년 12월 인하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조합원이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면서 발병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에서 현장조사를 해봐야겠다는 답을 했다."

병원에서 현장조사를 하는 데 회사가 방해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분진, 소음을 측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회사가 2차하청구조 업체다 보니 결정권이 없었다. 1차 하청인 포스코ICT에서도 현장조사를 거부해서 결국 못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일단 병원 측에서 작업자 몇 명을 섭외하고 개별적으로 일할 때 공기 질 측정과 분진을 채취하도록 했다."

분석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나요?

"정상적인 조사 과정은 아니라 100% 정확하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분진에서 기준치 이하로 비소와 카드뮴 등이 미량으로 발견되었다. 조사를 마치고 병원에서 인천공항공사와 포스코ICT에 검사 결과를 전달했는데, 병원 담당이 계속해서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너희들이 무슨 기준과 근거로 측정 했냐고 따지면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항의를 받다 보니 나중에 병원 관계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받기 위한 근거로 조사를 했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도움이 되거나 유리하게 하려고 진행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해프닝처럼 끝나버렸다."

이후 현장에서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미량이라고 해도 비소와 카드뮴이 확인되었고 작업자들이 오랫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문제를 제기했던 터라 전반적으로 노동안전보건 관련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현장에선 안전보건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안전 난간을 비롯해 사고예방을 위한 법적 조치 역시 없었기 때문에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여러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고발하고 고용노동부 지청장 면담 투쟁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노동조합이 면담을 요청했는데 바로 자리가 만들어져서 이야기를 나눴고, 고용노동부가 1주일 후에 현장 조사를 나왔다. 조사 이후 현장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고발 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회사가 노동조합과 노동부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개선을 했나요?

"노동조합에 고발을 취소해 달라 부탁하며 대신에 현장노동안전보건 문제 관련해서 미시행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어차피 우리가 회사를 고발해서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도 가장 필요한 현장 개선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회사가 협의체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약속받으며 논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 협의체를 통해 현장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삼성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에서도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어떻게 된 경과인지 궁금합니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만 공개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산안법 위반사항을 찾는 과정이라 작업환경측정을 했냐고 회사에 물어보니 2014년에 공기 질, 소음을 측정했다고 주장하더라. 그런데 당시에 일했던 작업자들은 교육도 안하고, 작업환경측정을 했는지 조차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자료를 보여 달라 요구했고, 노동부가 회사랑 노동조합이 중재하도록 해서 결국 자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자료를 받기로 한 날 인천공항공사랑 1, 2차 하청업체랑 만났는데 자료를 열람만 하라고 하더라. 게다가 자료를 밖으로 유출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서명을 하고 보라고 협박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에 지금까지 이 문제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이 끝난 건 아니지만 여러 변화와 성과들을 확인했을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의 각 지회나 부서별로 회사와 협의체 비슷하게 논의하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런데 수하물지회는 신생 노동조합이라서 그런지 논의 테이블 자체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가지고 투쟁을 하니까 회사와 처음으로 교섭이 열렸다. 그만큼 이 투쟁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하물지회 조합원들 스스로가 이제는 우리가 불법적인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개선해나가자고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후 후속 활동을 어떻게 고민하고 있으신가요?

"7월부터 근로복지공단에 폐암 산재신청 관련해서 역학조사를 하라고 요구를 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얼마 전 건강한노동세상과 함께 근골격계질환 포함해서 전반적인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협의체랑 논의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부 차원으로 보면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16개 지회 중에 8개 지회가 참여해서 매번 회의 때마다 교육을 듣고 현장 개선 요구안을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분야는 다르더라도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건 똑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노동조합이 산재119가 돼서 아픈 조합원들이 전화하고 상담받고 노조가 같이 해결해주면서 활동이 활발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