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5. 그냥 내 나라예요, 거기도! - 귀국 이주노동자 날라끄 이야기 / 2018.01

그냥 내 나라예요, 거기도!

- 귀국 이주노동자 날라끄 이야기

최수정 <담> 프로젝트, 수원이주민센터


“회사에 도착해서 보니까 엄청 시골 같았어요. 겨울이라 나뭇가지만 남아서 삭막했어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밖에 이렇게 보고 ‘진짜 나 어디에 온 거야? 이런 세상도 있었구나!’ 생각했어요. 먼저 사장님하고 사모님이 있는 사무실에 들렀어요. 제가 사모님한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는데 그분은 나한테 인사 안 했어요. 인사하라고 해서 인사했는데….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와 공장에 갔는데 건물이 아니라 비닐하우스였어요. 화장실은 공장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화장실을 쓰고 물은 공장에 와서 다시 가지고 가야했어요. 그리고 집은 컨테이너였어요.”

처음 밟은 한국 땅, 처음 만난 한국 사람,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래도 돈만 많이 벌수 있다면 참을 수 있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군인의 꿈도 포기하고 찾아온 한국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일해도 한 달에 80~90만 원밖에 벌지 못하고 그 돈으로 하루 3번의 식사도 모두 해결해야 하는 그 회사에서 날라끄는 한 해를 채 넘기지 못하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물론 돈도 많이 벌고 일도 힘들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건 날라끄가 선택할 수있는 게 아니었다. 노동자의 직장이동 자유와 직장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하에서 그건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3번밖에 회사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거기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엄청 힘든 일이었어요. 철판 같은 거, 건물 지을 때 필요한 철근 만들었어요. 다행히 그 회사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일은 힘들었지만 2년 반 동안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다른 회사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한국 사람이 외국 사람한테 일 시킬 때 말하는 거나 큰소리치는 거 보면 자기가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어떤 회사에서는 다 욕부터 시작했어요. 아침에 올 때마다 욕하면서 ‘야, **! 이리 와’ 이렇게해요. 좋은 말 한 번도 안 해요.”

힘들고 고된 노동, 불편한 주거 환경, 외국인이라고 욕부터 시작하는 사람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왔다지만, 하루하루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 없이는 견디기 힘든 나날이 많았다. 게다가 언제 어떻게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작업 환경의 위험 역시 감수해야 했다.

“기계에서 제품이 두 개씩 나오면 문을 열고 그 제품을 빼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기계에 내 장갑이 끼어서 들어갔어요. 피가 엄청났어요. 병원에 가려고 밖으로 나와서, 같이 일하던 스리랑카 친구한테 기계에 있는 내 잘린 손가락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갔어요. 그때 병원에서 회사 사람들이 거짓말했어요. 제가 불량을 자르는 분쇄기에서 다친 거라고, 제품 기계로 다친 거 아니라고 거짓말했어요. 분쇄기는 우리가 실수하면 다칠 수 있어요. 그런데 제품 기계에서 다쳤다고 하면 센서를 새로 고쳐야 하고, 보험 문제가 생기고 그래요. 그때는 제가 회사 사람들한테 거짓말해도 괜찮으니까 내 손가락만 제대로 치료해주라고 했어요. 병원비 750만 원 정도를 회사에서 냈어요. 전에도 다른 사람이 이렇게 다친 적 있었는데 그때도 회사에서 병원비를 해 줬어요. 산재처리 해도 아마 100~200만 원 밖에 못 받을 거라고 들어서 안 했어요.”

갑작스럽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고 앞에서 날라끄는 다른 건 상관없이 손가락이 다시 제대로 붙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당장 내 손가락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의 거짓말이나 산재처리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회사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적법하게,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넘어갈 방법을. 회사가 왜 다른 기계에서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왜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회사, 돈으로 치료비를 내려고 하는지 날라끄는 모르지 않았다.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회사가 알아서 잘 치료해줄 테니 문제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고 했을 때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여러 번의 수술과 오랜 치료 끝에 날라끄의 손가락은 정상으로 돌아갔다.

날라끄가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그리고 한국에서 얻은 것도 첫 번째는 돈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어려움과 억울함을 참았다. 이제 스리랑카로 돌아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된 날라끄. 힘들었던 나라 한국은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그는 “다시 돈 벌러 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진짜 한국에 잘해주고 싶은 마음 있어요. 나한테는 고마운 나라니까. 한국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기면 가보고 싶어요, 당연히. 그냥 내 나라예요, 거기도.”라고 말한다.

얼마 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5년 이상의 체류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또한, 숙식비를 월급에서 원천징수할 수 있게 한다고도 한다. 세월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어도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은 나빠지기만 한다. 젊은 날, 그 빛나는 청춘을 한국에서 온전히 보낸 날라끄, 그리고 지금도 청춘을 바쳐 일하고 있는 수많은 날라끄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응답할 수밖에 없는 걸까?

[논평] 염태영 수원시장 이주민 차별 및 반인권적 발언 사과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하십시오.

[논평] 염태영 수원시장 이주민 차별 및 반인권적 발언 사과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하십시오.

 

오늘(12일) 오전 10시 20분 호텔 리젠시에서 진행된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열린대화>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7일 영통구 열린대화 자리에서 나온 차별적, 반인권적 발언에 대한 언급을 아래와 같이 했습니다.

 

“지난주 영통구 대화 때 제가 이런 안심대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 의도와는 다르게 이주민 차별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지적을 받아서 제가 사과를 했어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이주민 차별은 없되,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피겠다”

 

우리는 자리에 참석해 염태영 시장의 발언을 끝까지 경청하며 영통구청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있는 사과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염태영 시장의 발언은 흔한 정치인들의 유감표명, 사과표명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큰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그런 의도가 아니다’로 해명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음에도 말입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쓰레기가 많다’ ‘영통구는 화이트칼라가 많이 살아서 안전하다’ 이런 발언이 과연 오해나 의도와 다르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논란은 도리어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논란을 불식시키는 책임은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시장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실언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주민을 포함한 수원시민에게 공개사과하고, 반인권적인 이주민 차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후속조치를 조속한 시일내에 마련해 공개해주시길 바랍니다.

 

2015. 1. 12.


경기이주공대위

(경인이주노동조합, 노동당수오화당원협의회, 노동자연대경기지회,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경기본부, 수원이주민센터, 오산이주노동자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성명서] 염태영 시장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 차별 발언을 규탄하며 염태영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

[성명서] 염태영 시장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 차별 발언을 규탄하며 염태영 시장은 당장 사과하라!
 
수원시에서 2012년과 2014년 중국동포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외국인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들로 간주하여 모든 미등록체류자를 수원시와 유관단체 심지어 지역시민들까지 동원하여 단속하고 추방하겠다는 것은 이주민에 대하여 인권 침해적이며, 출입국관리법 자체를 위반하는 행위이다. 이미 한국사회 이주민 수는 180만을 넘어서고 있으며 수원은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이주민이 동포,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단지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편견과 인종 차별, 일터에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다쳐도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가혹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월 5일 인권도시를 표방하며 인권기본조례까지 시행하고 있는 수원시가 이주민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편견을 벗어 던지고 모두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범죄예방대책으로 개선하라는 요구를 밝히며 수원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염태영 시장은 1월 8일과 9일 영통구와 권선구에서 시민과의 열린 대화를 통해 “수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모두 다 불법체류외국인들에 의해 벌어진 일들이다”, “어느 놈이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할지 모르는 거야”, “불법체류인지는 모르지만 외국인이 많은 동네에 쓰레기가 제일 엉망으로 버려진다“, ”영통구는 천명이 안 돼요. 이들이 영통구에 사는데 블루칼라가 아니라 화이트칼라 위주의 외국인 사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영통구는 다른 동네보다 데이터만 보면 그래도 안전한 동네다” 등 서두에 늘어놓은 본인의 업적 칭송이 더욱 기만이자 위선임을 인정하듯 인종차별적, 노동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버젓이 자행하면서도 밖으로는 마치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 나가며 상하고위를 떠나 누구나 함께 사는 인권도시, 휴먼도시인 양 선전하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이에 경기이주공대위를 비롯한 양심 있는 수원시민들은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이번 염태영 시장의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이주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똑똑히 확인했다. 우리는 이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수원시의 범죄예방대책이야말로 인종차별의 전형임을 분명히 지적하는 바이며, 향후 지속적인 규탄과 대응을 통해 수원시의 인종차별적 범죄예방대책이 진정으로 선주민과 이주민 모두 안전한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범죄예방대책이 되길 바란다.

 

또한, 우리는 이주민에 대하여 인종차별적, 노동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염태영 시장이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사람이 가슴속에 남아있는 올바른 수원시정을 지금이라도 펼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길 기대한다. 우리 모두는 차별에 침묵할 시 폭력에 갇힌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떤 이유든 이주민을 속죄양 삼고 범죄 집단화하여 공격하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이에 맞서는 항의에 계속 연대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1. 수원시는 인권침해적인 범죄예방대책을 즉각 중단하고 개선안을 수립하라!
1. 시장은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당장 사과하라!
1.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허울뿐인 수원시의 인권 정책 기조에 대해 전면 수정하라!

 

2015.1.9.


경기이주공대위
(경인이주노동조합, 노동당수원오산화성 당원협의회,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경기본부, 수원이주민센터, 오산이주노동자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알림] 2013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대회



매년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입니다. 

이 날을 계기로 세계 각지에서 이주민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됩니다. 


한국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유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작년에는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지침 개악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변경에 대한 권리가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농축산업 노동자들의 문제 역시 매우 심각합니다. 재외동포이주노동자, 난민, 결혼이주민,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이주민 차별과 인권, 노동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2013년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이주노동자대회를 개최하여 다양한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권리 실현, 주체 형성 등의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대회에 함께하여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2013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 대회-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 일시: 2013년 12월 15일(일) 14시~17시

○ 장소: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 4층 강당 (시청역 12번출구)

○ 주최: 경기이주공대위, 민주노총, 외노협, 이주공동행동, 인천이주운동연대

 

<프로그램>

○ 1부-이주노동자증언대회 “2013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다-우리가 원하는 것”(14시~15시30분)

- 발언1: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현실 (지구인의 정류장, 캄보디아)

- 발언2: 제조업 이주노동자의 현실 (이주노조, 네팔)

- 발언3: 건설업 이주노동자의 현실 (베트남노동자)

- 발언4: 난민 이주노동자의 현실 (버마 친족노동자)

- 발언5: 결혼이주민의 현실 (베트남 이주여성)

- 발언6: 동포이주노동자의 현실 (이주와동포연구소)

- 지지발언: 국회의원, 변호사

- 발언 후 질의 응답, 자유토론 진행

- 1부 끝난 후, 원하는 것을 써넣은 종이비행기 접어 날리기, 요구안이 적힌 큰 플랑 내리는 퍼포먼스. 플랑은 2부 무대배경으로 사용.

 

○ 2부- 2013 이주민의 날 문화제 “우리 하나된 노동자” (15시 30분~17시)

- 영상 상영: 2012-13년 고용허가제, 사업장변경 지침 등에 맞서는 이주노동자 투쟁 영상(지구인의 정류장)

- 기조연설: 우다야 라이

- 발언: 민주노총 임원

- 공연: 수원이주민센터, 네팔노래공연, 인도네시아노래공연, 몽골노래공연, 캄보디아 춤공연

- 이주공동체 발언: NCC(네팔), 카사마코(필리핀), 베트남공동체, ICC(인도네시아), 크메르노동권협회(캄보디아)

 

<부대 행사>

- 이주노조 홍보, 이주노동자 한글교실 레인보우 스쿨 홍보, 고용허가제 폐지 책자 판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