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_다양한노동이야기] “현장의 힘으로 소방의 미래를 열자”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주형 사무처장 인터뷰

 

현장의 힘으로 소방의 미래를 열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주형 사무처장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부산지역에서의 연구소 연대 활동 중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 교육이다. 그간 교육자료를 만들며 외국의 사례를 자주 인용했는데, 그중 소방관도 경찰도 스스로가 노동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국가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난 76, 한국에서도 드디어 73년 만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출범했다. 6만 명의 소방관을 대표해 1만 명 조합원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초대 집행부(박해근 본부장, 김주형 사무처장)의 김주형 사무처장을 만나 소방관 업무와 애로점, 소방본부가 출범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한 개의 시나 도의 경우 소방본부 아래 소방서와 119안전센터, 구조대, 소방정대, 119지역대 등의 체계가 잡혀있다. 소방서는 내근직으로 총무·회계·예방업무를 하고, 119안전센터나 119지역대의 경우 현장직으로 화재 진압·민원업무·화재 예방업무를 도맡는다. ‘소방이라고 하면 대부분 화재 진압이 중심 업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화재 진압은 10% 정도다.

 

행정업무를 정말 많이 한다. 카페에도 소방시설(비상구·소화기·소화전 등)이 다 있다. 이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 역시 화재 예방업무다. 큰 건물의 경우 그 층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식당이면 어떤 가스를 사용하는지, 유동 인구가 몇 명인지를 조사해서 기록한다. 해당 작업이 쉽지는 않다. 시스템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시나 구청에서 넘어오는 자료도 별도의 작업을 한 번 더 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119는 화재 진압 및 예방작업 이외에도 긴급한 일이 발생할 경우, 민원을 해결하는 공공기관이 됐다. 실제 업무 중 50% 이상이 현관문을 열어 달라거나 여름철에는 말 벌집 제거, 애완동물 구조 등 다양한 민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민원업무의 경우 손실에 대한 배상이 있고 보험도 들어있지만, 가능한 관계자나 주인이 책임진다고 동의하면 진행한다. 하지만 화재 발생과 같은 긴급한 상황이 되면 확인할 시간이 없어서 일단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배상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부수는 건 신중하게 생각하고, 되도록 부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공공기관 대부분은 공공의 서비스를 위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위협에 노출돼 있었고, 최근 근무체계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실제 부산지하철의 경우 202011월부터 32교대제에서 42교대제로 변경했고, 철도는 시범 운영을 통해 교대제 변경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소방서의 경우,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24시간 깨어있겠습니다라는 소방청 홈페이지 문구를 이행하기 위한 32교대 근무체계에 맞는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상태다.. 2009년부터 현재의 3교대 근무체계를 위해 인력을 충원 중이나 아직도 미충원 인원은 7천 명이나 된다.

 

현장직 대부분은 32교대 근무로, 21주기 체계다. 1주기는 주간근무를 하고, 2주기는 월··금 야간근무 후에 일요일은 24시간 당직을 한다. 3주기는 화·목에 야간근무를 하고 토요일에 24시간 당직한 뒤 다시 1주기인 주간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교대근무로 인해 생활 리듬이 계속 바뀌어서 직원들이 힘들어한다. 더군다나 인원도 부족해서 더욱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근무체계 변경의 요구가 많다.

 

궁극적으로 42교대를 희망하지만, 4교대를 하려면 기존 미충원 인원인 7천 명에 17천 명을 더 뽑아야 한다. 언제 인원 충원이 될지 모르니, 4교대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라도 기존의 32교대 근무체계에서 하루 24시간 당직, 이틀간 비번 근무체계로 변경하는 것을 원한다. 실제로 시범 실시도 해봤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설문조사에서 7~80%가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주형 사무처장은 경상남도 소방본부 소속으로 현재 근무지는 원동 119구조대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넉넉히 잡아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이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예산이 지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같은 국가공무원이라도 지역에 따라 식사, 숙소, 시설 등 복지와 관련된 것들이 균등하지 않다.

 

식사의 경우 지원이 되는 곳도 있고, 하나도 안되는 지역도 있다. 부산은 영양사 선생님이 식단을 짜주고 단체 구매해서 체계가 잘 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도() 단위는 조금 열악하다. 영양사 선생님이나 공무직 두 분이 계시는 곳도 있긴 하지만, 시니어클럽의 지원을 받아서 식사를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외곽지라서 약간의 지원금은 있긴 하지만, 거의 아무것도 없고 알아서 먹어야 한다.”

 

교대제나 복지시설의 문제도 힘들지만, 조합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업무지시와 공정하지 못한 인사제도다. 대표적인 것으로 일과표라는 게 있는데, 이는 전국의 모든 현장에서 소방청에서 작성한 일과표에 맞춰 업무를 하도록 하는 방침이다. 실제로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일과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몰래 촬영해 일과표대로 현장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문제로 삼는다. 더욱 문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업무지시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시골의 경우 화목보일러가 많은데, 화목보일러가 있는 집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는 특수시책 사업이 내려왔다. 문제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관들 보고 나가서 직접 설치하라는데, 우리가 설비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직장협의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소방관이 상수도관 연결하는 전문가도 아닌 데, 만약 설치 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은 설치한 사람에게 있다. 위에서는 진급을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사업이 자꾸 내려오는데, 예산을 확보해서 제대로 하게 하거나 사업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업무지시는 공정하지 못한 진급 제도와 연관이 돼 있어, 진급을 위해서는 이러한 불합리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경직된 조직 분위기는 업무상 사고로 발생한 사망도 순직 처리로 인정받기 어렵게 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고양이 구조사건이라고,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로프가 끊어져서 사망하셨는데 처음에는 순직 처리가 안 됐다. 그런데 여론이 들끓고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자 순직 처리가 됐다.”

 

실제로 이 사건뿐만 아니라 김주형 사무처장도 현장업무를 하다가 어깨의 인대가 끊어진 사고를 당했다. 공무상 재해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처럼 재해 당사자가 모든 서류를 만들고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기에 매우 어렵다. 심지어 공무상 처리를 하면 승진 고과에도 영향을 받아 더욱 눈치를 보거나 신청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업성 암(혈액암·폐암 등)이나 질병으로 공상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혈액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개인이 서류를 만들고 입증했다. 그분이 길을 만든 덕분에 다른 피해자도 그 길을 갈 수 있게 됐다. 우리 일이 연기를 많이 마시다 보니 폐암도 많고 혈액암도 많다.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 많다 보니, 아는 선배님 중 두 분이나 퇴직하고 채 1년이 못 돼서 암으로 돌아가셨다. 명백하지 않은 혈액암이나 여러 질병은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일도 노동조합에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방본부 노동조합이 1만의 조합원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현장 활동가의 싸움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함께한 덕분이다. 이제는 조합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과표 폐지·근무체계 변경·공정한 인사제도 도입·수당 현실화·효율적인 인력배치 등 현장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조직된 힘으로 소방노동자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5대 과제는 큰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인간, 노동자로서 자존감을 높이고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진 위에서 조합원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행동을 많이 해왔다. 솔직히 노동조합에서 일과표 대응을 위해서 유튜브 영상도 만들었는데, 남들이 보면 웃을 만한 일이다. 그런 사업을 만든 사람들 대부분은 현장경험이 없는 간부다. 현장 활동을 안 하다 보니까 그렇다. 임용받자마자 시험 쳐서 간부가 되는 간부후보생 제도도 바꿔야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세 명의 소방관이 사망했다. 510일 성남시 분당구 농기계 창고의 화재 진압 과정에서 차가 전도돼 사망했고, 619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인명구조를 하다 사망했으며, 629일 울산 중구 상가 건물 3층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진입했던 소방관이 사망했다.

 

“3개월 사이에 세 분이 돌아가셨다. 하지만 쿠팡, 울산, 용인 사고 현장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 소방 쪽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돼야 한다. 사망사고가 너무 일상이 됐다. 지휘부가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더는 순직사고가 나오지 않게 지휘부(서장, 소방본부장, 소방청장)가 책임져야 한다. 사과도 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어져야 계속되는 죽음을 멈출 수 있다. 앞으로 5대 핵심과제와 함께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권 쟁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