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 할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 2020.06

[노동안전보건 할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최민 / 상임활동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것이 1월 20일. 5월 31일까지 133일, 벌써 4달이 넘는 시간이다. 2015년 메르스 때 첫 확진자 발생부터 신환자가 0명이 될 때까지 44일 걸렸던 것에 비하면 정말 긴 시간이다. 그나마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지금까지는 매우 안정적으로 이 새로운 감염병을 견뎌내고 있다.

K-방역의 우수성도 있겠지만, 사회구성원이 직접 접촉을 덜 할 수 있도록 대신해주는 많은 노동자, 우리가 만나고 생활하는 곳곳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소독하는 노동자들 덕에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게 '대신' 해주던 콜센터노동자,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연쇄 감염으로 건강을 잃은 뒤에야 이런 논의에 등장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한창운 노안국장을 만나 코로나 시기 노동조합의 대응을 들었다.



코로나19 감염위험 대응 과정

한창운 국장은 메르스 때는 노동조합 전임 활동가가 아니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메르스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1월에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노동조합이나 교통공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2월에 감염병 예방 단계가 '경계'로 상승하면서, 공사에서 먼저 대책팀을 꾸리고 노조와도 협의를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빨리 대처했고, 잘했다고 국제적으로도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요. 메르스 때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준해서 준비를 할 수 있었거든요. 기존 시스템이 있었으니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거죠. 노조에서도 2018년 말경부터 법정 감염병과 관련된 대책을 세우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A형간염 등 법정 감염병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공간 사용이나 치료비 등을 회사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공사에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서 의결하지는 못하고, 2019년에 의논만 좀 하다가 잊혔는데, 1년 뒤에 코로나가 터진 거죠."

"코로나 관련해서 첫 번째 대응이 코로나 관련 위험 국가로 지정된 7개 아시아 국가 방문자에 대해서는 유급 공가를 준다는 대책이었습니다. 처음 제안했을 때는, 악용하는 사람이 나오느니 마느니 하다가, 결국 악용 사례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걸 노사가 공감하게 된 거죠."

"공가는 병가와는 달리 '공적인 이유로 사용하게 되는 휴가'예요. 확진되고 나면 병가를 쓰면 되죠. 그런데 이건 확진되기 전에, 의심스러운 사람은 일터에 안 나오게 해서 질병 전파를 막자는 것이니, 따로 유급으로 휴가를 보장하는 것이 바르다고 봤어요. 한두 건 악용했을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확진자가 없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에서 확진자 나와서 사업장 폐쇄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조합원들 자신도 많이 조심했죠. 심각 단계에서는 부고 소식 알리면서도, 장례식장 오지 말라 공지하기도 하고요."

 

▲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지하철 내부를 소독 중이다. 시민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방역조치는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감염되지 않게 충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인 유급 공가 보장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인 유급 공가 보장은 코로나19 감염병 진행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었다.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에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는, 대구·경북 지역 다녀온 사람이나 그 지역민과 접촉한 경우는 유급 공가를 보장했다.

3월 말 이후, 국내 확진자가 감소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부터는 유학생 등 해외 거주 자녀가 들어온 경우, 무조건 유급 공가를 보장해줬다. 이를 통해 조합원 중 확진자가 없었다는 점이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대구·경북에 다녀오기만 한 사람도 공가를 주면서,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각인된 것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다만, 이런 대응이 개별 단위사업장만으로 적용된 것은 아쉽다.

"대응이 정부 수준에서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의심자 혹은 감염이 걱정되는 사람에게는 유급휴가를 보장하라고 정부가 똑똑히 말해줬어야죠. 나라에서 지정한 감염병이니까, 국가에서 보장해야죠. 고용노동부의 처음 대응 지침에서도 공가 사용은 '확진자'만 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확진되기 전에, 걱정되거나 의심될 때부터 마음 놓고 안 나올 수 있어야죠. 무급이었으면 나오는 사람들 분명 있었을 거예요. 기침을 뭐 여덟 시간 내내 하는 건 아니니까, 참을 수 있다면서 나올 거고, 쉬라고 해도, 들어가라고 해도 버틸 사람들이 있죠. 월급이 깎여버리면요. 처음에 지하철 중에서도 이런 공가 지급 원칙이 어디는 적용되고, 어디는 적용이 안 됐다가 이제 보편적으로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들끼리 하는 궤도 노동안전위원회가 있으니까 거기서 우리가 시작한 공가 사용지침을 공유하면서, 부산지하철, 철도 등 다른 데들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사만 보면 '아프면 쉬어라' 이게 화두입니다. 우리는 병가 사용이 그렇게 빡빡한 곳이 아니었는데도, '감기 걸려서 쉰다' 하면, '야, 그런 거 가지고 안 나오냐' 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열이 나도, 기침 조금만 해도 쉬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됐죠. 출근해도 소속장이 바로 들여보내고 있거든요. 그런 게 사회가 변하는 큰 흐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에는 '아프면 쉬는 것'이 자기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인식은 확실히 자리 잡힐 거로 생각해요."

교통공사에서 선제적으로 예방 차원의 공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이 곧바로 시민들의 안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증하던 2월 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자,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방역 소독을 크게 강화했다. 원래 주 1회 실시하던 지하철 역사 내부 방역을 주 2회로, 화장실 방역은 일 1회에서 2회로, 일회용 교통카드 세척은 5일 1회에서 1일 1회로 늘렸다. 전동차 내 방역소독을 회차 때마다 매번 실시하고, 주 2회 실시하던 의자 옆 안전봉과 객실 내 분무 소독도 회차 때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늘렸다.

시민들은 안전해졌지만, 노동 강도는 높아진다. 노동자들에게 보호구와 보호복은 제대로 지급되는지, 늘어난 방역과 관련된 위험은 잘 예방되고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청소와 방역은 교통공사 노동자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공사 노동조합에서 직접 챙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강화가 필요

"청소나 방역은 자회사에서 하거든요. 방역 강화하면서 일이 2~3배는 늘었을 겁니다. 보호구라도 더 주라고 공사에 여러 차례 말은 했어요. 언론에 비치는 건 세계적으로 대단한 K-방역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이 노동 강도 증가나 감염 노출, 보호구 적기 지급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죠. 회사에 이런 것들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자회사라서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대지요. 자회사 담당자 만나서 얘기를 해보기도 하고, 교통공사와 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자리를 통해서도 청소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습니다."

"소독 등에 독성물질 포함될 수 있으니, 이점 유의해야 한다는 것과 제대로 된 보호구 지급 등이었어요. 보안경도 줘야 하고, 마스크도 보건용 마스크를 주고, 방진복도 필요하면 지급해야 하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봐도 덴탈 마스크 쓰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라텍스 장갑도 안 쓰시기도 하더라고요. 보안경은 정말 쓴 사람을 못 본 것 같고요. 역에서 일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한참 마스크 품귀일 때도 이틀에 한 번씩은 마스크를 지급받았거든요. 공사에서도 마스크 확보에 공을 들였고요. 코로나 사태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보호를 다르게 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호를 덜 받고 있죠."

2018년 김용균 노동자 사망과 이어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이후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9년부터는 공공기관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통해, 원청과 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안전근로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는 심의, 의결권도 없어 심도 있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의 시설물과 역사를 방역하는 것인데도 예산을 직접 추가 지급하는 것을 공사는 꺼리게 된다. 절차상의 문제도 있고, 고용상의 책임 문제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안전관리가 가능하게 되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안전근로협의체 준비할 때 공사 담당자에게 청소 노동자 보호구 등 문제를 제기하니, 우리 예산을 줄 수도 없고 애매하다고 변명하더라고요. 결국은 예산 문제로 귀결되는데, 현재는 예산 전용 등 여러 문제가 남게 됩니다. 안전근로협의체가 법적 구속력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원청에서 모든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있게 만들어야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원청의 책임이 강조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념적, 형식적으로만 선포됐을 뿐이라고 봐요. 실질적으로 예산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청 노동조합인데도 '자회사에 잘하라고 권고하라'는 정도의 얘기밖에 못 한다는 게 답답하죠."

공공기관 감염병 종합예방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이런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공공기관 감염병 종합예방대책을 만드는 게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마스크 수급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우리 사업장에서도 보호구가 여전히 문제이긴 하거든요. 식약처에서 마스크 물량을 의료, 방역, 안전, 국방, 교육, 안전 등 정책적 목적으로 배치하고 있는데, 여기에 철도나 도시철도 사업이 빠져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버스 등 대중교통 단위를 포함해야죠. 우체국도 마스크를 보장받지 못해서, 식약처에 가서 따지고 투쟁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것들 포함해서, 포괄적인 감염병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기관은 기본이고, 다양한 공공기관의 대응도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의료 노동자에 대해서 이제야 정비한다고 하는데 청소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서울교통공사만 보면, 지하철 이용하면서 전파가 없고, 종사자 중 확진자가 없는 제일 큰 공은 청소노동자인데, 실질적으로 보호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또 이번 과정에서 철도, 지하철 수입이 많이 줄었거든요. 적자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안전예산이 줄어들거나 그런 방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죠."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큰 원칙으로 삼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코로나19에 약간은 과도하게 대하고 있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예방적인 거죠. 예방은 약간 과한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우리가 말로는 항상 예방을 과하게 하자고 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게 감염병에 관해서는 지켜졌던 거죠. 예방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배운, 아프면 쉬는 게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 예방은 과도하게 하는 게 맞는다는 경험,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르게 보호받고 있다는 깨달음을 놓치지 않고,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이어가기를 응원한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실질적인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 2019.04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실질적인 노동안전보건활동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서울교통공사노조 한창운 노동안전국장 인터뷰

 

 

 

 

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3월 19일 한창운 노안국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노조가 있는 차량기지를 방문했다. 이날의 인터뷰는 매우 다채로웠다. 노안활동가와 조직들의 연대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노안활동이 법적인 경계를 아울러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미조직, 영세사업장의 노안문제를 위해 상위 노조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여러 가지 층위에서 노안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한창운입니다. 현장에서는 기술파트의 신호를 담당하고 있어요. 지난 2017년 5월 서울지하철이 통합되었는데요. 노조의 통합은 18년 2월 14일에 있었습니다. 통합 전에는 1~4호선의 노동안전부장을 했었습니다. 줄곧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해온 셈입니다."

- 기술파트 신호 담당이란 어떤 업무인가요?


"자동차도 신호가 있잖아요. 열차는 자동신호이긴 한데, 그게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역, 열차, 그리고 양자를 이어주는 총 세 가지의 설비가 있어요. 신호설비가 자동으로도 되지만 안전 간격을 유지하면서 열차가 오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예전에는 손으로 깃발을 들어 신호를 보내는 일이었죠. 사람 힘으로 선로를 바꾸던 업무가 요새는 프로그램화가 되어 전자적으로 움직입니다. 즉 여러 열차가 신호를 토대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입니다."

 

- 어떻게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노안활동을 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지회장도 하고, 대의원 현장 간부도 하다가, 선배 활동가의 권유로 근골격계 실행위원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산관) 활동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직종별로 명산관이 있어요. 저는 기술 파트이니 기술 담당 명산관 활동을 했습니다. 2016년도부터 서울지하철 1~4호선 노안부장을 하게 되어 현재의 활동까지 이어지게 되었어요."

- 근골 실행위를 통해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2004년에 처음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했어요. 근골 사업 이후에 근골 예방 활동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서 사측과 합의해 '근골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 안에는 근골 실행위원이 월 16시간 활동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었어요. 이 조항에 따라서 유해요인조사에 따른 실행이 잘 되고 있는지, 조사 결과에 따른 단기, 중기, 장기 계획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현장 점검을 하는 거죠. 노동조합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사용자 측도 불러서 함께 입회 합니다. 이러한 활동이 근골격계 실행위원의 담당입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법적으로는 3년에 한 번 씩 조사를 하게 되어있어요. 그렇지만 조사를 한다는 것이 활동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해요. 만약에 노조 집행부가 사용자 측과 친화적인 어용노조라면, 사용자 측과 자체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상당히 형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때가 있죠. 그래서 조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더라도 좋은 기관에 의뢰해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죠.

보통은 노조, 사용자 측, 연구용역 기관 세 주체가 같이 90일에서 150일 정도 조사를 합니다. 2020년에는 모든 호선을 통합해서 진행하려고 해요. 조사한 지 3년이 안 된 셈이지만 통합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2년만인 내년도에 조사를 실행할 예정입니다."
 

- 최근에 무인운전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무인운전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요. 1인승무제와 비슷한 맥락에서 대응이 필요한 일일 것 같아요.


"무인운전은 사용자 측에서 지속적으로 시도를 해왔던 사업 이에요. 먼저 무인운전은 안전문제와 직결됩니다. 열차가 안전하지 않다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탑승한 승객들 전부가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런 점에서 무인운전 시스템이 정말 100%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무인운전은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입니다.

인력감축 문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무인운전뿐만 아니라 1인 승무제 자체의 문제가 있습니다. 차장과 승무원, 이렇게 2인제로 운영되던 것이 두 가지 역할을 1명이 맡게 되면서 업무가 과중해지기 때문에 안전에도 당연히 구멍이 뚫립니다. 예를 들어 2002년 대구지하철 참사도 1인 승무제를 도입한 후 발생한 사고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 기록에도 나와 있지만 2인 승무만 되었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거예요. 노조의 기조는 2인 1조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2인 승무제이고 5~8호선은 1인 승무제입니다. 물론 1~4호선이 10량으로 5~8호선보다 2량이 더 많은 것도 있지만 5~8호선은 나중에 만들어진 호선이니 자동 운전 시스템이 되어있어요. 여기서 사용자 측은 자동운전도 아니고 무인으로 운영을 하고 싶은 거죠. 작년에 노조가 싸워서 무인운전 도입은 안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무인운전시스템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를 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자고 한 상황입니다."

-산보위 활동을 오래 해오셨는데, 새로 산보위 구성하려는 사업장에 조언을 해준다면요?


"당연히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을 거예요. 분기마다 실행해야 하는 사업들이 있고, 그것과 별도로 해당 시기에 현장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산보위 활동이란 항상 전략·전술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산보위 활동을 잘 하고 있는 노조를 방문해서 직접 참관을 해보는 거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어요. 최근 산보위를 구성하게 된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너무 도움을 주고 싶어요.

사실 학교뿐만 아니라 조리원들의 작업환경이나 처우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근골 사업만 제대로 해도 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서 인원충원까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다른 곳들 역시 직종과 개별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서 그 특성이 있으니 산보위 구성은 정말 절실한 문제일 거예요. 관련해서 자문이나 도움 요청이 온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만큼이라도 돕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조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되, 그 이후의 어떤 예방책들을 만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관리·감독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한창운 활동가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것은 어떤 사업이든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노안활동은 노조가 사업과 활동에 얼만큼 개입하고 주체적으로 질문하고 문제제기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산안법은 현장에서의 웬만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채널로써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나 사업장의 모든 안전은 산보위에 달려있다고 봐야죠. 물론 산보위 역시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요. 법에 아무리 보장되어있더라도 형식적으로 하려면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노조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 산보위가 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요. 의결 사항들도 법적으로, 형식적으로만 넘어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있는 사업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나와 있는 것만 제대로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근골 조사만 하려고 해도 활동가 조직이라든지, 교육이라든지, 부수적인 활동과 사업이 필요해요. 특히 노안 사업을 할 때 현장에서는 귀찮아하는 것도 있긴 있어요. 이럴 경우에 충분히 사업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내야 해요. 그런 과정이 없으면 또 '왜 하냐, 해봤자 바뀌지도 않는데'라는 의견들도 생겨요. 이런 의견은 노조가 설득해서 돌려야 할 우리의 몫이죠."

- 말씀하신대로 실질적으로 노안활동이 현장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의지가 있고 마음이 있는 활동가들이 중요합니다. 경험도 있어야 하고요. 경험과 더불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지금은 예전 같지 않게 사용자 측도 안전관리자나 전문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법리싸움이 치열합니다. 거기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아까 말한 것처럼 한 50%만 진행해놓고 이건 사업 진행한 거다, 라고 사측이 주장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노조가 나서서 싸워야겠죠. 그래서 공부와 투쟁이 동시에 필요한 일입니다. 지식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투쟁해야 승산이 있을 거예요.

두 번째로는 어떤 법 조항에 근거해서나 어떤 담론의 결과물을 넘어서, 그 해당 사업장의 직접적인 활동을 통해서 사업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안활동이 당연히 법을 넘어서는 지점도 있어야겠지만, 일차적으로는 법적 지식도 갖추면서 각 사업장에 맞는 활동을 통해 개선을 해야 한다고 봐요."

- 노안활동가로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노안활동가끼리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노조, 노안 단체, 노안 활동가, 기관 등이 정보도 교류하고 연대하는 것이 있어야 해요. 힘든 사업장이 있으면 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해야 서로 발전이 생겨요. 뛰어나게 잘하는 사업장이 있거든요. 그런 사업장에서 처음 노안활동 시작하는 곳이나 힘든 사업장에 가서 도와주고 조언만 해줘도 엄청나게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노동안전보건 영역은 활동가가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분야예요. 그만큼 할 게 많다는 얘기기도 하고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네트워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활동가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 범위를 넘어서서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담당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노동안전문제는 노사가 없는 문제라고 흔히 말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특히 영세사업장 같은 경우에 당연히 노조가 없을 확률이 높고 작업 환경도 더 열악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업장에서 열악한 노안 문제를 제기하려면, 다시 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인 노조가 없다는 모순이 있어요. 저는 이 문제를 더 상위 조직, 더 체계 잡힌 노조가 있는 단위에서 나서서 같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노안활동가로서 가장 주요하게 고민하는 지점이고 그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