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 2014.8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진우 운영집행위원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한 활동가에게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사측에서 갑자기 ‘보건관리대행’이라는 것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정보공개 동의서에 서명을 받으려 안달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는 담쌓고 지내던 바지사장들이 보건관리를 하겠다고 나서니, 황당하기도 하고 뭔가 꼼수가 숨어 있을 것 같아 연락을 취해 온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 노동자들은 S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2013년 7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S 기업의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한편, 노동조건, 임금까지 S 기업의 관리를 받았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왔다. 이를 개선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협력업체 사장들은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S 기업 측에서는 하청업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부조리한 현실을 딛고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해왔다. 


이러한 투쟁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문제점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사측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보건관리대행을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S 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에는 소비자들이 센터에 직접 방문하여 만나게 되는 내근직 AS기사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에어컨 등의 대형가전을 수리하러 다니는 외근직도 포함된다. 따라서 센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은 보건관리대행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S 에서 지난 20여 년간 산업안전보건법 따위는 무시하다가 이제야 사업주의 의무를 시작한 것이다. 


마침 필자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지난 3월 말부터 S 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 한 지점의 보건관리대행을 맡게 되었다. 오후 3시경 방문했는데, 외근직 AS기사 노동자들은 모두 외근 중이라 상담이 불가능했고, 내근직 노동자들과의 상담도 여의치 않았다. 센터 관리자는 S 기업 측의 지시로 보건관리대행을 시작하긴 했지만, 어떤 제도인지,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본인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대행팀을 맞았다. 센터 관리자는 내근직과 외근직 둘이었으나, 생소한 일이라 업무 맡는 것을 서로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외근자들은 모두 외근 중이라는 이유로 내근직 관리자가 보건관리대행 업무를 맡기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우리를 창고방으로 안내하던 관리자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내근 AS기사 노동자들이 너무 바빠서 상담을 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이 언제인지 묻자,  그런 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나는 상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니, 한 사람 당 3분이라도 시간을 내달라 요청했다.


출처 : 미디어 충청


결국, 대행팀이 도착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AS 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방문이라 기존의 검진자료 등은 제공받을 수 없었고, 과거력, 가족력, 현 상태에 대한 간단한 문진과 혈압, 맥박만 체크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상한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특별한 질환도 없는 20~30대의 젊은 노동자들 다수의 맥박이 100회 전후로 높은 편이었던 것이다. 어떤 노동자의 경우 맥박이 너무 높아 추가 문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노동환경에 대해 더 질문하려고 붙잡자, 계속 시계를 쳐다보았다. 너무 바빠서 당장 나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뒤에 상담한 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20~30대의 젊은 노동자들의 맥박이 높은 원인은 쉴 틈 없는 노동강도 때문으로 판단되었다. 조합원 중 다수는 관리자의 감시에 비교적 자유로운 외근직 노동자들이고, 내근직은 아직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상담 시간이 끝나고 관리자에게 이 같은 사실에 관해 얘기하긴 했지만 무슨 소용인가 싶다. 


사측이 형식적으로나마 보건관리대행을 시작한 것은 분명 노동조합의 힘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방문 이후 노동조합은 큰 변화가 있었다. 염호석 분회장이 자결하고, 800여 명의 조합원이 45일간 삼성 본사 앞 노숙농성투쟁을 벌였다. 6월 28일에는 76년 무노조 S 기업에서 민주노조의 첫 단체협약이 만들어졌다.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겠다는 당연한 요구가 더욱 거세졌을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관리제도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힘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가올 8월 방문에는 센터의 분위기가 달라졌길 기대해 본다.

[특집] 2. 3인 3색 휴가이야기 - (3) 휴가는 꿈도 못 꾸는 환상의 나라? / 2014.8

(3) 휴가는 꿈도 못 꾸는 환상의 나라?


재현 선전위원


저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국내 최대 종합 테마파크 E랜드에 있는 식당에서 조리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원우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서울 장충동에 있는 00 호텔에서 3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그때 경력으로 1999년 E 랜드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비정규직이었는데 몇 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줄곧 주방장으로 일했어요. 그런데 2011년 조리장으로 직책이 바뀌었지요.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는 S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E 랜드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휴가는커녕 정시 퇴근도 힘들어


E 랜드 식당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식자재 검수작업을 하고, 직원 미팅을 해요. 그리고 나면 오픈준비를 위해 음식을 하고, 그다음부터는 퇴근할 때까지 계속 음식 만들고 팔고를 반복해요. 퇴근은 원래 6시인데 정시 퇴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기본 10시 넘어야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죠. 하지만 저는 6시에 퇴근해요. 회사가 인력충원을 안 해서 매번 늦게까지 남아서 일해야 하는 현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기 때문이죠. 지금은 저 혼자지만, 하루빨리 모두가 정시 퇴근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제가 더 뛰어야겠지요.

여기는 테마파크라는 특성상 공휴일, 주말엔 일이 더 많고, 주로 평일이 휴일이에요. 그러다 보니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건 꿈같은 일이죠. 더 안타까운 건 이마저도 제대로 못 쉬고 있다는 겁니다. 현장엔 늘 사람이 부족하니 회사는 비정규직 직원은 주 2회 휴무 중 하루는 특근하고 남은 하루만 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휴일이라도 마음 편히 쉬고 싶은데, 상사가 짜는 근무표에 이의제기하기란 쉽지 않죠. 무엇보다 동료한테 미안해서 더 못 쉬어요. 


보통 젊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S기업이 운영하는 회사라서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직원 의식화 교육을 계속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은 나쁘다는 회사의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불합리한 일을 바꾸려고 선뜻 나서지 못하게 돼요.


여름휴가는 다른 세상 이야기... 우린 꿈도 못 꿔


저는 보통 휴일에 가족들이랑 근교에 나가서 바람도 쐬고, 등산도 다니고 그랬는데, 노동조합 활동하면서부터는 한 달에 적게는 2~3차례 많게는 7~8차례 재판이 있어서 거기 다녀오면 휴일도 끝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 필요로 휴일을 사용하기보다, 재판에 참석하려고 휴일을 쓰게 되었어요.

이쯤 되면 예상하시겠지만, 여름휴가는 아예 없어요. 만약 휴가를 가려면 E랜드 특성상 1년 내내 바쁘지만, 그중 최고로 바쁜 시기인 5~8월은 피해서 개인 연차를 쓰는 게 전부예요. 회사에서 말로는 작년부터 여름휴가를 가라고 권고하기는 하는데, 사무직이나 가능하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꿈도 못 꿔요.

이렇다 보니 남들은 여름휴가 때 교통체증도 심하고 사람도 많고, 바가지요금으로 휴가가 더 힘들다 앓는 소리 하는데, 단 한 번이라도 들로 바다로 산으로 남들 가는 여름휴가 한번 가는 게 희망 사항이에요. 조금 더 욕심내자면 더 많은 조합원과 가족들이 함께 아무 걱정 안 하고, 마음 편히 힐링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휴가를 마음껏 즐기고 싶네요. 

이 글은 금속노조 삼성지회 박원우 지회장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현재 소수의 조합원으로 힘도 많이 부족하고 열악한 상황이지만, 동료들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꿈꾸며 애쓰고 있는 박원우 지회장을 비롯하여 삼성지회 동지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