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와 삼성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가?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성명>

정부와 삼성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가?

- 2013년 삼성반도체 종합진단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삼성의 민낯! 



반도체 칩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는 인간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가를 알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위험하다. 일하는 이들을 위한 안전조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기업들이 일하는 이들과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위험물질을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다. 

지난해 1월 28일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되어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4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미 수많은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생명을 잃은 사업장에서 또 다시 터진 사고는 인명을 중시하지 않는 안전불감증 삼성의 민낯을 드러냈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2000여건이 넘는 법위반 사실이 지적되었고 삼성이 기본적인 안전 법규조차 지키지 않은 무법지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불산누출 사고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는 삼성 반도체 공장(기흥, 화성, 온양공장)에 대한 안전보건 종합진단을 실시했다. 8월 12일자로 JTBC가 보도한 이 종합진단 내용은 안전보건 영역 전반에 걸쳐서 큰 문제점이 있음이 낱낱이 드러냈다. 



서류로만 꾸며낸 안전교육


몇 백 쪽에 달하는 종합 진단 보고서는, 허술한 안전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호흡곤란을 부를 수 있는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정에서 노동자 자신은 사용하고 있는 물질의 위험성조차 모른 채 작업을 했다. 서류상 교육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당사자는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사용하는 물질의 유해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바로 노동자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방기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방기하는 것과 같다. 불산 누출 사고 이전부터 반도체 직업병 피해노동자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 그들 또한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말해왔다. 몇 차례의 사고와,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었다면, 정부가 먼저 지적하기에 앞서 삼성 스스로 개선해야 할 문제였다. 

또한 실제적인 안전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안전교육을 받은 것으로 꾸며낸 것은  법망만을 교묘히 피해가는 꼼수의 전형이다. 반도체 공정은 많은 화학약품을 다루고 있기에, 누출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 등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안전,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안전교육이 필수적인 사업장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반도체 칩을 우선시한 삼성의 태도가, 가장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진행하지 않는 꼼수를 낳은 것이다.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위험에 대처해야 할 노동자들을 무지 속에 방치하는 것은 사고를 참사로 만드는 일이다. 



예방도 없고 조치도 취하지 않는 정부


지난해 화성공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삼성은 산업안전보건법 2000여건을 위반사항으로 지적받았다. 종합진단보고서에도 동일하게 반도체 공정의 허술한 설비를 지적했다. 가스가 새 나와도 감지할 수 없는 감지기, 관리대상 물질을 배출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은 삼성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불산누출사고로 이미 실시된 특별근로감독에서 위반사항으로 지적받은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종합진단보고서에서도 허술한 설비가 재차 지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천, 수백가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반도체 공장에서 지역주민들과 노동자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킨 데에는 사실상 사업장자율안전관리라는 명목으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방치해왔던 정부 책임이 크다.

삼성반도체는 이미 직업병으로 70여명(반올림으로 제보된 제보자 수 중) 가까이 사망하고, 중대산업사고가 여러 번(2013년 2차례의 불산누출 사고, 2014년 소방설비 오작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일어난 중대재해 사업장이다. 이러한 사업장이 버젓이 초일류로 성장할 때까지 정부는 영업중지 등의 아무런 조치 없이 승승장구하도록 방치했다. 정부가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들과 노동자 모두에게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보건전문가들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이론적으로 어떠한 경우든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그 예방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바로 정부이다.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정부가 바로 사고의 공범인 것이다. 



주민들의 삶도 파괴하는 위험기업에 ‘영업비밀’이 가당키나 한가?


무용지물인 안전설비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다. 작년 불산 누출사고 등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작업장을 넘어서는 사고로 번졌을 경우 지역사회와 공장 인근 주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더더욱 안전설비를 갖춰야 하고, 정부는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이것은 지역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노동부가 실시한 삼성반도체 공장에 대한 종합진단보고서는 자료를 입수한 jtbc의 보도를 통해서야 세상에 그 실체가 공개됐다. 삼성은 노동부의 조사과정에서 지적된 사항과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마땅히 해당 공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지역사회, 시민들과 개선사항에 대해 알리고 그 과정을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종합 진단 보고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공개가 거부되는 자료였다. 번번히 ‘영업비밀’이기에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심지어 삼성 반도체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소송에서 증거채택을 위한 자료제출 요구에도 이를 실시한 노동부에서 ‘영업비밀’이라며 제공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알권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영업비밀 보다 노동자의 생명권이, 지역주민들의 알권리가 더욱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은 지금껏 영업비밀을 이유로 반도체 공정에서의 화학물질 목록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안전과 삶을 위협하는 것이 비밀이어서는 안 된다. 



인명 무시, 안전 무시 삼성과 정부! 이대로는 안 된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의문을 던졌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위해 우리 사회가 우선시해야 가치가 무엇인가를 말이다. 언제까지 눈 앞의 이윤을 위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이 짓밟히도록 방치할 것인가!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제 그 답을 해야 한다. 삼성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삼성은 JTBC의 취재에서 불산누출 사고 이후 지적받았던 문제점들을 대부분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궁금하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말이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초일류기업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그 지위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충분히 그 위험을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며, 지역주민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삼성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기업과 정부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보고해야 하고, 개선의 구체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한다. 삼성이 이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은 계속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생명을 잃어간 무수히 많은 황유미에게, 그리고 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황유미에게, 그리고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할 지역주민들에게, 이제 우리사회와 삼성은 답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의 뼈아픈 교훈을 삼성과 정부가 깨닫길 바란다. 



2014년 8월 18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

존엄과 안전위원회는 인권, 종교, 노동, 안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20여개 단체로 구성되어 있고 저희 연구소도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